'봄'에 해당되는 글 56건

  1. 2014.04.30 4
  2. 2014.04.13 수양벚꽃 8
  3. 2014.04.09 좌절된 꿈 8
  4. 2014.03.31 3월 31일 11
  5. 2013.05.02 서양수수꽃다리 4
  6. 2013.04.16 집앞에 꽃잔치 8
  7. 2013.04.09 진달래 10
  8. 2012.04.16 14
  9. 2012.02.03 영하 17.1도 6
  10. 2011.05.31 5월이 간다 3

투덜일기 2014. 4. 30. 22:52

생각해보면 나는 참 무서운 게 많다. 계단도 무섭고, 높은 데도 무섭고, 새도 무섭고, 사방이 꽉 막힌 좁은 데도 무섭고, 뾰족한 것도 무섭고, 물도 무섭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자꾸만 사고 순간을 상상했고 때때로 가슴이 꽉 막혀 숨이 잘 안쉬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도 매사에 이성적인 분석과 판단, 비판보다는 감정적인 반응에 능한 사람이라 열흘도 더 지난 지금껏 여전히 어느 쪽이 더 '발전적'인 반응인지 갈팡질팡하다. 언제까지 일손을 놓고 있을 건가, 일상으로 돌아가서 각자 제 할일을 하며 지켜봐야 하지 않는가 싶다가도, 벌써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망각의 시초는 아닌가 불안하다. 


그래도 이웃 블로거들의 일상 이야기를 읽으며 내 마음도 안정되는 걸 보니, 차츰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 도무지 머릿속에서 잘 정리가 되지 않아 문장 하나도 잘 맺기 어려운 것도 내가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려면 시답잖은 블로그 끄적거리기부터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오늘이 4월의 마지막날이다. 4월은 정말로 잔인한 달이었다고 모두의 마음에 기록되겠지. 4월 3일과 더불어 4월 16일까지. 정말로 이젠 영국의 황무지를 들먹일 필요도 없어졌다.  그러나 곧 이어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5월은 가정의 달. 실은 슬프고 무서운 세상과 별도로 벌써부터 어버이날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모여 밥을 먹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슬프다고 질질 따라 울다가, 배고프다며 홀로 밥 챙겨먹고 있는 느낌. 하지만 세상이 어떻든 인생은 살아가야 하는 것. 어버이날 챙기는 건 그래도 엉뚱한 데서 라면 먹는 장관 짓거리완 다르니까. 그러나 5월 하면, 가정의 달보다 80년 광주가 떠오르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5월이란 말만 들어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때를 아스라이 잊은 것도 어쩌면 이번 사고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신채호 선생이 익히 말씀하셨거늘.


잊지 않겠다고, 오래 기억하겠다고 모두 다짐하지만 이 일의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그건 정말로 두고볼 일이겠으나, 최소한 당분간은 매순간의 행복과 곁에 있는 이들의 가치와 특히 때때로 귀찮지만 그럼에도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더욱 실감하는 나날이겠지 싶다. 사회적인 분노와 개인적인 일상의 행복을 따로 떼어놓기 어려운 시기지만... 일단은 심호흡 크게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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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벚꽃

놀잇감 2014. 4. 13. 16:32

눈여겨보지 않아서 그렇지, 벚나무를 많이 심어놓아 벚꽃길로 유명한 데를 가보면 대개 가지가 축축 늘어져 꽃이 피어나는 수양벚꽃이 한두그루씩은 꼭 있다. 우리동네 벚꽃길에도 물론 있고, 제주도나 경주에서도 본 기억이 나고, 여의도 윤중로에도 있었던 것 같고, 각 궁궐에도 다 있는 듯하다. (창덕궁과 경복궁에 있는 건 내 눈으로 봤으니 확실한데 나머지 궁에도 있는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 ^^; 근데 아마 있지 않을까나 ㅋ)

 

하지만 내가 수양벚꽃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난생 처음 봤다며 반색한다. 유명한 데로 벚꽃 구경 한번 안다녀 본 사람은 없을 텐데 이유가 뭘까...  철철이 꽃구경에 심취한다는 건 나이들었다는 뜻이며, 꽃놀이 다닐 생각이 들면 그건 중년이라는 증거라는 말도 듣는다. 하기야 난 젊어서도 꽃을 좋아했다고  주장하는 바이지만, 사실 어려서 좋아했던 건 꽃집에서 파는 꽃 위주였던 것 같다. 장미, 튤립, 프리지아, 백합, 스타치스, 칼라, 소국, 수국, 카네이션, 데이지, 리시안서스... 꽃집 양동이에 담긴 싱싱한 꽃들과 향기에 행복해하다가 신중하게 골라 한 다발 집안에 들여놓고는 좋아했다. 회사 다니던 시절 지긋지긋한 월요병을 극복하고자, 월요일마다 사무실 책상에 일부러 꽃을 꽂기도 했다. 지 책상에만 유난스레 꽃 꽂아놓는다고 남들이 뭐라 하거나 말거나... 흥. 

 

물론 길가에 피어나는 민들레, 애기똥풀, 개망초, 제비꽃, 진달래 같은 애들도 예뻐했지만 굳이 꽃구경을 나설 생각은 진짜로 서른 넘어서 했던 것도 같고... 아닌데, 스무살 때도 데이트랍시고 분명 밤벚꽃놀이 갔었는데 ㅠ.ㅠ 지금도 젊은 사람들의 꽃놀이는 벚꽃구경이 유일하고, 나머지 꽃구경은 '아줌마들'의 전유물이 맞는 것도 같다.

 

암튼 잎도 나기전에 서둘러 화라락 피어나는 성급한 봄꽃들은 거의 다 졌고, 라일락이 한창이다. 벚꽃, 살구꽃, 매화, 복사꽃(이들이 바로 나를 몹시 헷갈리게 만드는 비슷한 꽃 4종 세트되시겠다 ㅋㅋ 하기야, 배꽃, 자두꽃도 비슷하게 생겼더라 ㅠ.ㅠ) , 목련, 진달래, 개나리 같은 애들을 다시 보려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하게 생겼다. 아쉬운 마음에 종종 핸드폰에 든 사진을 들여다본다. 그러고 보니 '수양벚꽃'이 정확한 이름인 줄도 잘 모른다. 수양버들은 수나라 양제가 운하를 건설하며 강가에 버드나무를 심게 해서 생긴 이름이라던데, 그래서 원산지가 중국이고 우리나라 자생 버드나무는 능수버들이라고 한다던데. 둘의 차이는 물론 암만 봐도 모르겠으나, 그렇다면 수양벚꽃도 능수벚꽃이라 불러야 하나? ㅋㅋ 아 이 겉잡을 수 없는 잡념의 꼬리물기..

 

결론은 그저 벚꽃이 져 아쉽다는 것. 

 

날이 맑긴 했어도 바람불고 엄청 쌀쌀했던 4월 4일 경회루 앞. 이날도 이미 궁궐 벚꽃은 끝물이었다.

 

이건 복사꽃 (개복숭아꽃이라고 누가 그랬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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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된 꿈

투덜일기 2014. 4. 9. 15:08

보름도 넘게 정신만 들면 중얼거리고 있다. 지금쯤 터키에 있었어야 하는 건데... ㅠ.ㅠ 예정대로 27일에 떠났다 해도, 계획했던 귀국일이 벌써 내일. 이젠 정말 깨버린 꿈을 놓을 때도 되었다. 작년 내 별렀고, 올해들어 드디어 세부 계획을 잡아 여행사 예약까지 마치고도 못 가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에효...

 

완전 자유여행으로 가기엔 경비도 이동도 부담스러워, 패키지 상품에 4, 5일쯤 자유일정을 덧붙이려는 게 우리의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려면 무조전 국적기 상품을 찾아야했는데, 치사하게도 여행사마다 막연히 문의할 땐 300달러만 더 내면 귀국일정 변경 가능하다고 해놓고 막상 예약하려고 들면 항공사 사정따라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마뜩찮아했다. 니들, 그냥 귀찮은 거였지!

 

암튼 프리랜서이면서도 매달 고정 일이 있는 파트너의 스케줄에 따라 가까스로 잡은 날짜가 3월말 4월초였는데, 왜 하필 내가 예약한 상품만 모객이 안되냐규~!!! (20명 넘어야 출발하는데 8명밖에 안모였다) 꽃보다 누나 때문에 터키 여행상품 죄다 대박이라더니 웬걸... ㅠ.ㅠ 조금도 미안한 기색 없이 당당하게 예약금 돌려주겠다는 여행사 담당자의 전화를 받고도 어떻게든 다른 여행사 통합 상품이나 출발 확정된 팀에 꼽사리 껴서, 갈 수 없을까 애걸복걸했으나 결론은 '노'. 단체발권이라 귀국 일정 변경할 수 있는 티켓이 현재는 없으십니다, 고갱님...아우 쒸...

 

4월말 5월초는 황금연휴라 몇달전 부터 비행기 티켓 구하는 것도 어렵대고

5월말 6월초는 집안 행사로 내가 안되고

6월말 7월초는 파트너가 또 안되는데다 한 여름엔 더워서 가기 싫대고...

9월초엔 추석 들었고... 으억.. ㅠ.ㅠ

 

언냐, 미리 예약해서 10월에나 갈까... 라는 파트너 말에 대실망. 과연 나는 터키를 갈 수 있을까? 작업실 보증금 뺀 걸로 유럽 가겠다던 계획도 결국 차일피일 실천 못했는데! 안 돼~~~~ 놀러갈라고 퍼뜩퍼뜩 일하려던 작심은 이미 예약금 돌려받은 순간 때려치우고 공연히 아픈 배만 쓸어잡고 심술 부리다 여행도 못가고 일도 못하고 끙끙 속앓이만 했다. 그러면서 쓰지도 않은 여행 경비만큼 자꾸 이것저것 사들이고 싶은 이 욕구는 뭔가! 으휴... 암튼 내일부턴 다시 깨져버린 터키의 꿈을 모아모아모아서 다시 덕지덕지 엮어봐야겠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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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투덜일기 2014. 3. 31. 15:45

연말에 한해를 돌아볼 때 3월은 아마 '아무것도' 하지 않은 달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대체 한 가지도 '마무리'를 한 게 없는 듯. ㅠ.ㅠ

암튼 마음만 급한 3월 말일. 게으른 나를 조롱하듯 만개한 집앞 벚꽃은 벌써 잎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던 그저께. 전날만 해도 가지마다 꽃이 서너 개나 벌어졌을까말까 다 피려면 며칠 걸리겠다 여겼지만 밤새 홀라당 다 핀 걸 보고 안타까워했다. 비와서 하루만에 떨어지는 거 아냐! 그러면서 안타까워 비오기 전에 베란다 문 열고 후딱 찍어둔 사진. 

3월 29일

 

그러나 다행히도 이슬비가 내리는둥 마는둥 빗줄기가 가늘었던 덕분인지, 벚꽃은 무사했고  하루하루 더 예뻐졌다. 어제도 예뻤지만 오늘이 피크인듯, 벌써 하나 둘 꽃잎이 날리기 시작.

3월 31일

 

다 피었다고 여겼어도 이틀 전 사진엔 덜 핀 봉오리들이 꽤 많았다는 걸 이제야 비교하며 깨달았다. 송이송이 탐스럽고 예쁘다...  누가 하라는 것도 아닌데 해마다 벚꽃 다 핀 날짜를 왜 기록하고 있나 모르겠지만 집앞 벚꽃은 암튼 다른 해보다 보름이나 일찍 피었다. 날씨가 너무 더운 거다. 진짜로 며칠 전부터 반팔 입고 지내는데 안 춥다. 세월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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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가고 왔는지 모르게 4월이 가고 5월이 왔다. 그새 벚꽃, 살구꽃은 다 떨어져 연두잎을 내밀었고, 라일락이 피어났다. 두문불출하는 나날의 연속이지만 드물게 마당에 내려가보면 라일락 향기가 퍽이나 유혹적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가 라일락 향기에 감탄하는 두 아줌마에게 외쳤다. 라일락이라고 하지 말고 서양수수꽃다리라고 해야 돼! 기특한 녀석. 라일락이 수수꽃다리라는 건 나도 알고 있었는데, 그새 '서양'이 더 붙었나보다. 배배 꼬여 쓰러져가는 라일락나무 밑둥에서 올해는 가느다란 가지가 올라오더니 볼품없는 막대기처럼 보였던 외줄기에도 꽃이 매달렸다. 허리를 숙여야 제대로 보이는 높이에서 솟아나듯 피어난 서양수수꽃다리는 더욱 향기롭고 예뻐 보인다. 애먼 데서 느끼는 단신의 동질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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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에 꽃잔치

투덜일기 2013. 4. 16. 17:00

질기디 질긴 꽃샘추위 때문에 아직도 간간이 발이 시린데도 꽃은 피어난다. 꽃봉오리 벌어지는 동안 찬비를 두번이나 맞아서 그런지 작년보다는 꽃송이가 좀 작다싶은 것이 덜 탐스럽다고 느껴지지만 그래도 베란다 창문 밖이 드디어 밤낮으로 환한 꽃잔치가 열렸다. 오늘처럼 흐린 날씨에도 우리집 창밖만은 환하게 햇살이 비치는 느낌.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90퍼센트쯤 다 핀 것으로 인정하고 오늘부로 '만개' 선언.(왜 니가 그런 선언을? ㅋ) 다른 해엔 살구꽃이 가장 먼저 피고, 다음으로 벚꽃, 앵두꽃의 순으로 피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앵두꽃이 되레 가장 일찍 피었다. 현재 마당에선 세 종류의 하얀 꽃이 서로 마주보며 뽐내기를 하는 형국이다. 앵두꽃도 같이 담아 올리면 좋겠지만 계단 내려가기 귀찮아서 -_-; 관두기로.

 

 

살구꽃 벚꽃

 

6년 전에 밤벚꽃놀이 포스팅을 했을 때, 나는 벚꽃이 다 피었다가 눈송이처럼 후두둑 마구 떨어질 때가 가장 예쁘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날 아버지는 벚꽃이 바람에 휘날려 떨어지면 앞으로 몇년이나 더 이런 꽃구경을 하겠나 싶어져 서글픈 생각이 들어 싫다고 하셨고, 나는 얼른 미안해져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앞으로 10년간은 해마다 벚꽃놀이 다니자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말 아버지의 벚꽃구경은 그게 마지막이었고 내 호언장담은 공수표가 되었다. 아버지가 그날로부터 석달도 안되어 돌아가실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날 왜 하필 그런 대화를 주고받게 되었는지, 두고두고 가슴이 아프고 새하얗게 피어난 벚꽃을 보면서도 문득문득 슬퍼진다. 동시에 예쁠 때 많이 봐두자는 생각도 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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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투덜일기 2013. 4. 9. 01:13

똑같은 봄꽃인데도 개나리, 목련이 핀 걸 보면 따뜻한 느낌이 드는 반면 진달래를 보면 추워보여 안타깝다. 분홍 꽃잎이 투명하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어려서 살던 동네 뒷산에서 진달래를 목격한 것이 분명 소월의 시를 안 시점보다 훨씬 더 먼저일 테니까 싯귀 때문은 분명 아니다. 어쨌거나 내게 진달래는 예뻐서 슬프다는 말이 뭔지 알려주는 듯한 봄꽃. 그래선지 오늘 어느 학교 교정에서 진달래꽃을 보고 반색하다가 문득 조금 서글펐다. 기다리던 봄이 왔는데 왜 마냥 좋아하질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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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꾸러미 2012. 4. 16. 11:37

일주일전부터 동네 여기저기서 발견하고 모은 봄꽃과 들풀 사진. 이제야 정말로 봄이로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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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임은 분명한데, 아무래도 외래종같다. 제비꽃의 다른 말이라지만 그야말로 '오랑캐꽃'이라고 불러야할 것 같은 양꽃의 느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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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러 동네 중학교 올라갔다 발견한 매화꽃. 묻지도 않았는데 어떤 아줌마가 지나가다 청매화라고 콕 찝어 알려줬다. 동백 흉내를 내려는지 시들지도 않은 꽃이 바람에 툭 떨어져 바닥에서도 고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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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같지만... 엄마가 옛날엔 나물로 해먹던 잣나물이라고 가르쳐줬다. 겨울 나고서 이렇게 흙을 비집고 올라오는 봄날의 여린 풀은 꽃 못지 않게 예쁘다.

춘심이 동해 결국 뛰쳐나가게 만들었던 주말의 봄날씨를 겪으며 집앞에도 꽃잔치가 벌어졌다. 몇년째 계속 두 그루 다 벚꽃인 줄 알고 살았다가 작년에야 비로소 왼쪽 나무는 벚나무가 아니라 살구나무란 걸 깨달았다. 자세히 보면 꽃이 좀 다르긴 하다. 살구꽃이 더 작고, 촘촘한 밀도도 벚꽃보다 떨어진다. 근데도 작년까지는 계속 까막눈으로 똑같이만 보였다는 사실;; 

이것이 살구나무꽃.

이것이 벚꽃. 얘는 어제까지만 해도 완전히 다 피지 않아서 어젠 위 사진만 찍었는데, 벚꽃도 드디어 오늘 만개했다. 사진으로 보니 진짜로 벚꽃엔 별이 들었구나. +_+ 어디선가 말은 들어밨는데 정말 꽃속에 든 별을 제대로 실감한 건 오늘. 

나의 살던 고향은...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어제 오늘 계속 흥얼거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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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7.1도

투덜일기 2012. 2. 3. 03:59

어제 서울 기온이 무려 영하 17.1도였다. 체감온도는 당연히 영하 20도가 넘는다고 했다. 2월 한파로는 55년만이라나 뭐라나. 내 기억으론 평생 겨울 날씨를 다 합쳐도 이렇게 추운 날이 있었던가 모르겠다. 암튼 이런 날은 그냥 집에 콕 박혀 있어야 좋을 텐데 하필 엄니 병원 예약일이었다. 시내 곳곳에 시동 안 걸리거나 시동 꺼져버린 차들이 널려 있다는 뉴스도 들었겠다, 이틀 전 쌓인 눈도 먼저 치워야해서 완전무장을 하고 미리 나가 차에 시동을 걸고 6-7센티미터쯤 쌓인 눈을 걷어내는데 어휴... 털장갑 낀 손이 금세 시렵고 뻣뻣해졌다. 어이춰!! 그나마 단번에 시동이 걸려주어 어찌나 기쁜지 원.
 
낮이라 기온이 꽤 올랐는데도 온도 확인을 해보니 영하 10도. 거리엔 다니는 차도 드물어 원래 집에서 10-15분쯤 걸리는 병원까지 딱 6분 걸렸다. 히터에서도 간신히 더운 바람이 나오기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문제는 주차권 뽑는 기계 앞에서 창문이 열리다 말고 잘 안내려가더라는 것. 눈맞고 나서 녹았던 물이 얼어붙어 아예 창문이 열리지 않는 경우는 전에도 겪어봤으나, 이번엔 반뼘쯤 내려가다 말고 윙윙거리기만 했다. 켁. 강추위에 옥외역에서 지하철 문이 안닫혀 난리가 났다더니만 그 비슷한 현상인가 싶었다. 하는 수 없이 차문을 열고 주차권을 받았다. 그 추위에 한데 서서 주차권 뽑아주는 사람들 불쌍도 하여라...

오늘도 서울은 영하14도까지 내려간단다. 그렇게 춥거나 말거나 많은 사람들은 매일매일 새벽에 일어나 추위 속으로 나설 것이다. 문득 남극의 혹한을 묵묵히 견디느라 서로 어깨를 맞대고 모여 번갈아가며 온기를 나누는 펭귄들 생각이 났다. 따뜻한 방안에서 컴퓨터 자판이나 두들기며 그래도 동면하고 싶다고 투덜거리는 나는 비유하자면 부모의 발등을 딛고 따뜻한 뱃속(영하 40도를 넘는 남극의 추위 속에서도 펭귄의 뱃속은 35도를 유지한단다;;)에 들어있는 철부지 새끼펭귄 쯤 되려나. 한겨울의 쨍한 추위가 한여름 더위보다 훨씬 낫다는 사람들을 나로선 절대로 이해할 수 없지만, 기록적인 한파 때문인지 나도 쨍하고 얼얼한 추위에 한 자락 제정신이 들어오려는 모양이다. 몇달치 먹이를 한꺼번에 먹어 몸을 불린 채 겨울잠을 자도, 봄에 깨어나면 체중이 절반으로 줄어 굶어죽기 직전이라는 곰탱이보다야 그래도 매일매일 타고난 식탐을 만족시키며 노동하는 쪽이 낫겠다. 아무렴. 그렇긴 해도 영하 17도는 좀 심했다. 주말부턴 풀린다고 했으니 부디 더는 무시무시한 추위야 오지 마라. 입춘이 바로 내일인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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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간다

투덜일기 2011. 5. 31. 17:26

일년 열두달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5월이 간다. 찌뿌드드 잔뜩 내려앉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와 함께. 뭔가 아쉽다. 하기야 내눈에 최고로 예쁜 연초록의 시기는 어느 틈에 지나버렸다. 어제 보니 밤마다 유독 그윽하고 달콤한 향기를 뿜던 아카시아꽃이 다 말라 떨어져 부서진 누런 팝콘처럼 땅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마저 이 비에 다 씻겨 사라지겠다. 그러고는 초록이 한층 더 짙어지겠지.

날씨도 초록도 기분도 가장 싱그러워야할 5월은 올해 축 처져 보냈다. 계획은 원래 어기려고 있는 것이라는 쉰소리로 변명을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하려고 했던 것, 하고 싶었던 것, 해야할 것들을 그냥 흘려보냈다. 이렇게 마냥 힘빼는 삶도 가끔은 필요하다, 스스로 속닥이며 충전을 바랐으나 눈금은 오르지 않았다. 조바심 내지 말아야지, 하며 또 그냥 늘어졌더니 한달이 후딱 가버렸다. 이젠 정리가 필요할 때.

마감이 닥쳐야 손발이 움직이는 버릇은 아무래도 평생 가져가야할 악습인 듯하다. 또 다시 돌아온 세금신고의 계절. 해마다 개악되는 게 틀림없는 오리무중 세무신고 프로그램과 홀로 싸우다 결국 어제 세무서에 찾아가 해결 안되는 문제를 직원에게 물어본 다음에야, 마지막날인 오늘 전자신고를 마쳤다. 그래도 마감 안 어긴게 어디냐고 자평. 늘어져 뒹구는 동안 그나마 잘한 일이 있다면 독서. 한달간 7권 읽어, 드디어 올해 월평균 세권을 넘겼다. 영화는 두 편. 전시관람은 전무. 타일깨기 기록은 194점. 일은 당연히 뒷전. 

마감 독촉전화가 무서우면서 왜 그게 채찍질은 안되는지 의아한 나날이다. 작업 계획표는 두달째 어긋나고 있다. ㅎㅎㅎ6월의 화두는 다시 심기일전. 일부러 콘서트를 두 개나 가기로 했다. 돌이켜보면 씩씩하게 잘 놀러다닐 때 일도 잘한다. 방구석에 처박혀 노상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다고 일을 잘하는 게 아니다 나는. 놀 욕심에 힘이 나는지 어디 두고보자. 어쨌든 이렇게 5월이 간다. 그러니까 꿍얼꿀얼 이 변명은 치열하게 살아야하는 5월을 이렇게 보내서 미안하다는 사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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