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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16 경복궁 집옥재 8
  2. 2016.05.11 청바지 찢기 2
  3. 2016.05.10 우산 장식 4
  4. 2016.05.09 변월룡 회고전 2
  5. 2016.05.04 콜록콜록 6
  6. 2016.04.28 요즘 나무 4
  7. 2016.04.18 그냥 그렇다고 7
  8. 2016.04.08 올해도 벚꽃놀이... 5
  9. 2016.04.05 4월 5일 5
  10. 2016.03.30 이 동네.. 2

경복궁 집옥재

놀잇감 2016. 5. 16. 17:15


경복궁 집옥재는 궁궐 들어가서도 청와대 가까이 맨 안쪽... 건청궁 왼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 고종이 서고로 쓰려고 창덕궁에 지었던 '청풍양식' 건물을 경복궁으로 옮겨왔단다. 

이건 올초 겨울에 찍어두었던 집옥재 사진. 현재는.. ㅠ.ㅠ 저 중앙계단을 막고 월대 옆으로 별도의 나무 데크 경사로를 깔아 출입시키고 있다. 전각 개방한 건 너무 기쁜데, 출입구 가설하느라 건물 모양새는 미워졌다.

엄밀하게 말하면 주르륵 이어진 저 세 채의 전각 중에서도 범상치 않게 벽돌로 쌓아 지은 가운데 건물이 청풍양식이 도입된 <집옥재>이고 오른쪽 전각은 완전 한옥 방식으로 지은  <협길당> , 왼쪽 정자는 <팔우정>이다. 각기 현판도 따로 걸려 있음. 조선말 한옥의 변천사랄지, 청나라 양식이 가미된  한옥 건축의 흐름이랄지 색다름을 보여주는 아주 독특한 건물이라, 팔우정 창문에도, 세 건물을 잇는 복도각에도 '유리'가 설치되어 있다. ^^;

내가 특히 좋아라 구경다니길 좋아한 건물이어서 언제고 꼭 들어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는데, 아 글쎄 뉴스를 보니 이번달부터 이곳이 도서관과 북카페로 재탄생했단다!

봉사하는 날 오전에 쉰목소리로 겨우겨우 한판 안내를 마치고선, 여유 있을 때 슬그머니 집옥재로 달려갔다. 대체 어떻게 꾸며놓았을까...  

뉴스에서 얼핏 보긴 했지만, 서가며 책상이 다닥다닥 흉하게 놓여있으면 어쩌나 근심했는데 우왕... 시원시원한 공간배치 완전 마음에 들어! 가구며 부분 조명, 책상 가운데 놓여있는 앙증맞은 화분까지 다 예뻤다. 서가에 꽂힌 책들은 주로 <조선왕조 실록>, <일성록> 같은 전집류와 역사서인듯. 쓰다듬어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책이 많았다. ^^; 

​책 안보고 그저 멍하니 앉아 창밖만 바라보아도 좋을 듯! 비오는 날은 또 얼마나 운치가 있을까나...

​늘 대청 마루 밖에서 고개를 쭉 빼밀고 겨우겨우 대들보만 올려다보았던 집옥재 우물반자 천장과 단청무늬도 제대로 보이고...!

북카페로 단장한 팔우정 실내에서 밖을 내다보면... 이렇다. ㅠ.ㅠ  아이고 신선놀음이 따로없네그려. 선들선들 시원한 바람이 불어들어오고... 

​'가베'를 시키면 한복 입은 청년이 무려 '동드리퍼'로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어준다! 5천원이 아깝지 않아! ㅋㅋ 인력 문제인지 일회용 컵에 담아주는 건 좀 안타까웠지만... 커피맛도 괜찮았음. (사진 찍어도 되겠느냐고 허락받고 촬영했음을 밝힘 ㅋㅋ)  

아래는 ​팔우정에서 내다본 경북궁의 북문, 신무문 사진이다. 건춘문과 더불어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신무문.. 저리로 나가면 바로 청와대 정문이라 경비가 늘 삼엄.. +_+

북카페에 비치된 책들은 주로 우리나라 책의 영역본, 일역본, 중역본이고, 아직 수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책이 많지 않았다. 맨부커상 후보로 올라 새삼 회자되고 있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영역본이 눈에 띄었음. 

카펫이 깔려 있어서 신을 벗고 <보라색 양단 슬리퍼>로 갈아신고 들어가야 하는데, 마음  같아선 대청마루의 나무를 그냥 밟게 놔두지 싶었으나 뭐 전문가가 알아서 정한 것이겠지. (그러나! 옛날 70년대에 경회루에 카펫 깔아놓고 대통령이 마음대로 사용했을 당시 특히 엄청 마룻바닥이 벌레먹고 상했다고 들었음! 카펫이 능사가 아님을 문화재청과 경복궁 담당자는 꼭 깊이 고민하고 있기를~!) 

북카페든 도서관이든... 시간 많을 때 읽을 책 가지고 가서 실컷 노닥거리다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왕의 서재에서 독서하는 기분을 제대로 느껴보겠어! 2층에 올라가보진 못하지만 이 만큼이라도 개방해서 전각에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는 건 참 잘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한옥집은 사람 손길 발길이 닿아야 썩지 않는다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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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찢기

투덜일기 2016. 5. 11. 21:47


<청바지 찢기>라고 제목을 딱 적자마자 <청바지 돌려입기>라는 책이 생각났다. ㅋ 친한 친구들끼리 청바지 한벌을 돌려입으며 각자 사연을 털어놓던 청소년소설이었던 듯. 물론 포스팅은 그 책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예전에 높은 신발에 맞춰 길이를 수선해놓았던지라, 낮은 운동화 아니면 단화만 신고다니는 요즘엔 통 입을 일이 없었던, '나름 고가의 브랜드 청바지'를 며칠 전 과감하게 자르고 찢었다. ^^; 머리 복잡해지면 괜한 생산성 폭발하는 건 이 업계 종사자의 돌림병이 아닐지.


외래어 남발병에 걸린 패션계에선 <디스트로이드 진>혹은 <데미지 진>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뚤려있는 청바지를 홍보하고 팔아먹던데... 어쩐지 얄딱구리하게 느껴지는 허벅지 부분에 팍팍 구멍이 난 바지를 사입겠다는 생각은 차마 한 적이 없고, 무릎 부분을 죽 시원하게 찢어서 걸을 때나 앉을 때 편해보이는 청바지에 대한 괜한 로망은 내심 갖고 있었다.  


게다가 마침 요샌 밑단을 싸박지 않고 그냥 올 풀리게 내버려둔 바지들도 막 입고 다니니 나처럼 DIY 바느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갖고 있는 청바지로 뭔가 저지르기 딱 좋다.


소심하게 1, 2센티미터씩 여러번에 걸쳐 길이를 자르며 입어보고 다시 자르기를 반복, 발목이 좀 드러나는 길이 그나마 젤 낫다고 여겨 대충 올을 푼 뒤엔 좀 더 과감해져서 앞쪽 무릎부분을 가위로 확~ 오렸다. 스판기가 있는 원단인데도 역시 무릎이 훌렁 드러나니 편하다 편해!


색깔이 진한 청바지라서 그러고도 좀 심심해보여 이번엔 '사포'를 집어들었다. 군데군데 뭔가 더 손을 봐주겠어! ㅋㅋㅋㅋ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사포질>은 안하는게 나을 뻔했다. 몹시 어설프게 상처가 나버린 청바지 어쩔;;


그래도 잠깐 집앞에 나가야한다든지 장보러 나갈 때 입어보니 묘한 해방감 같은 게 든다. 설마 이것이 혹시 파괴본능? 으음.. 그건 아닌 거 같고 알게 모르게 '단정해보이는 게 싫은' 반발심의 일종이 아닐까. 


며칠 전엔 시내에서 나보다 꽤 나이들어보이는 어떤 늘씬한 아줌마가 물 많이 빠진 흐린 색깔 청바지에 시원시원 여기저기 구멍이 많이 뚫린 청바지를 다 큰 딸과 딸과 나란히 입고 가는 걸 보았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멋지다'라고 중얼거렸음. 누가 날 보고도 '멋지다'고 생각할 리는 없겠지만 암튼 나 혼자 흐뭇하다. 새 청바지 안 사고도 새 청바지 사입은 이 느낌은 괜히 돈을 번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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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장식

놀잇감 2016. 5. 10. 15:26

비가 오니 생각나는 우산 사진들이 있다. 

합정역 메세나폴리스에 가면 상가 중심부 하늘에 우산이 매달려 있다. 몇년 전 처음 오픈했을 때 우산이 있었는데 중간에 한번 없애고 다른 걸 장식했었다가 다들 우산이 더 낫다고 해서 다시 설치했다나 뭐라나... 암튼 며칠 전 확인 결과로도 아직  우산은 건재하다. 이렇게...


한동안 우산 장식이 유행이었는지 서울시청 시민청 입구쪽에도 그림 우산들이 매달려 있었다. 지금도 있는지 어쩐지.. 안가본지 오래 됐지만.  애들이 그린 그림 같은 얼굴도 있고 사진도 있고..  흉물스러운 쓰나미 같은 시청 유리건물 안보여 좋네.. 그랬었다.  2013년 여름에 찍은 사진.


어쩌면 쇼핑몰에 우산 장식 거는 게 세계적인 트렌드였는지.. 2014년 11월 터키 안탈리아에 갔을 때도 발견.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우리 현지 가이드. ㅋㅋ 한 가운데 검정색 우산이 찌그러져 있는데 그것마저도 좋아라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돌연 궁금해져 찾아보니 알록달록한 우산장식은 포르투갈 어느 도시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듯.  역시.. 원조가 가장 멋진 것도 같다. ^^ 위 셋은 내가 직접 찍은 거고.. 아래는 빛 좋은 시간에 전문가가 찍은 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서도. 


올 봄엔 특히 비도 자주 내리겠다... 며칠전 합정동 갔다가 다시 본 우산 덕분에 우산 사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올랐고 더불어 여행이 가고싶어졌다. 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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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월룡 회고전

놀잇감 2016. 5. 9. 22:01

올해 기대되는 전시 중에 특히 전혀 모르면서도 괜히 땡겨서 보러가야지 마음 먹었던 변월룡 회고전. ^^; 성 때문에 굳이 관심이 갔던 건 아니고, 구소련 연해주에서 태어난 고려인으로서 소련에서 주류 미술가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전후 북한  미술에 큰 기여를 했으나 북한으로 귀화를 거부한 뒤 입국금지 조치를 당했고 소련에서 미대 교수로 후학  양성에만 힘썼다는 개인사가 아무래도 흥미로웠던 것 같다. 

미술관 홈피에서 미리 몇작품 맛보기로 본 것도 다 마음에 들었다. 와..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이 틀림없을 텐데도 작품이 다 천편일률적인 느낌이 아니네! 

암튼.. 그러나 봄날 내내 벼르다 전시 마지막날 가까스로 달려가 후르륵 스치듯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전시 마지막날은 하필 연휴 마지막인 5월 8일. ㅠ.ㅠ 내수진작인지 뭔지 고궁과 미술관 입장료도 연휴내내 무료여서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원래도 전시회 마지막날 드글드글 사람 많다는 걸 감안했는데도 와.. 너무 혼잡해서 도슨트 그림설명이 다 취소됐을 정도였다. 

사람들 바글거리지.... 웬일인지 사진촬영을 금지하지 않아 다들 그림 감상은 뒤로하고 너도나도 휴대폰 카메라 눌러대는 소리가 철커덕 철커덕.. 지겹게도 시끄러웠다. 물론 나도 얼른 몇장 찍어왔지만..;;;  ㅎ

소련의 유명 예술가들과 일반인들의 초상화도 엄청 많고, 사회주의 선전화도 보였지만 특히 좋았던 건 세계 곳곳을 그린 풍경화였다. 유화도 있고, 동판화도 있고...

변월룡, [겨울]

​아마도 저 나무는 자작나무가 아닐까 상상했던 <겨울>이란 풍경화가 좋아서 한참 들여다보다 사람들 없을 때 얼른 한장 찍어왔다. 눈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작은 뒷모습이 엄청 정겹다.


아래는 같은 구도의 풍경을 동판화와 유화를 나란히 걸어놓아 더욱인상적이었던 <나홋카의 밤> 풍경.

좌: [나홋카의 밤] 에칭, 1962 우: [저녁의 나홋카 만] 캔버스에 유채 1968

나홋카는 연해주의 도시라는 거 같다. 원래 변월룡이 연해주 고려인 유랑촌에 살다가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로 유학을 떠났는데 그 사이 난데없이 가족이 강제이주를 당했단다. 그나마 고향이면서도 고향이 사라져버린 상황. 그래서 변월룡은 그곳을 그리워하며 1년에 한번씩은 연해주를 찾았다는 듯. 

저 멀리 빛나는 항구도시의 불빛과 하늘에 지나간 두 줄기 비행기 자국, 그리고 언덕 앞에 크게 구불구불 자란 소나무가 이국적이면서도 이상하게 낯익다. 소나무 탓인가? 금강산 그림도 있고 북한의 소나무 그림도 많은데, 구불구불한 소나무는 화가가 북한을 다녀온 뒤로 많이 그렸다는 모양이다. 소나무에 향수를 담았다나 뭐라나... 하여간에 그 소나무 풍경과 모내기 풍경 중에 "평안북도 정주"라는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었다. 우와 우리 할아버지 고향인데.. 그러면서. 

4개의 전시실 중 마지막   주제가 <디아스포라의 풍경>이었고, 그가 그린 세계 곳곳과 소련의 풍경들이 모여 있었다. <북한 기행> 전시실에 걸려있던 을밀대와 평양 대동문을 그린 그림들도 좋았지만 딱히 기억에 남을 정도는 아니었고, 그외 내가 재미있어 한 그림은 바로 이것!

변월룡 [블라디보스토크 해변] 에칭, 1972

​동판화가를 고모로 둔 나로서는 에칭이 얼마나 더 섬세하게 회화적인 기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잘 알기에 에칭 작품의 완성도는 아쉬울 수 있지만,  단순한 삽화 느낌으로도 바람 부는 순간을 포착해낸 것이 어찌나 유쾌하던지. 우산 날아가는 장면까지 ㅎㅎㅎㅎ 재미 있어서 웃음이 실실 나왔다. 빗줄기며 휘청이는 나뭇가지며 그림 구석구석에 다 바람이 몰아친다.  거짓말 좀 보태면 바닷바람의 소금기까지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음. ㅎㅎㅎ

변월룡을 두고, 잃어버린 천재화가라고 하던가. 아무튼...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도 보길 잘했다 싶었다. 


미술관 말고도 궁중문화축전 기간+연휴가 겹쳐 덕수궁 곳곳에 다 사람들이 많았는데 바삐 전각들을 지나다보니 안에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예전에 보았던 덕수궁 프로젝트만 못한 느낌...  ㅠ.ㅠ 내 편견인지 궁궐이랑 하나도 안 어울리는 듯! 현대미술이 워낙 어려워서 내가 무식한 탓이겠으나.... 째뜬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설치미술 구경하는 사람은 하나도 못봤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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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

투덜일기 2016. 5. 4. 16:52

심한 목감기에 걸렸다. 늑골이 아프고 뱃가죽이 땡기도록 발작적인 기침을 해본지가 언제였던가 싶다. 

일단은 약국에서 사온 종합감기약으로 버터보려 했으나.. 딴 때 같으면 약 두알 삼키고 푹 자면 거뜬하더니 요번엔 나흘을 꼬박 종합감기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었다.


나보다도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 하도 성화를 해대서 내발로 병원에도 갔었다. 나름 호흡기 치료도 받고 한뭉치쯤 되는 약을 처방받아 닷새나 먹었는데도 기침은 그대로! 생각해보니 왕비마마는 감기로 1달 내내 병원엘 다녔으나 기침은 기침대로 하면서 결국 앓을 만큼 앓고나서야 감기가 떨어졌었다. 인류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처방해주는 약은 죄다 증상완화제일뿐 감기를 박멸하는 약은 없으렸다. 해서 하루치 남은 약은 내던져버리고 다시 민간요법으로 선회했다.  ㅋㅋ  푹푹 끓인 대추생강차 자꾸 마셔주기.


정말로 차를 마시는 동안엔 약 먹었을 때보다 기침이 덜 나왔다. 문제는 화장실 다니기 귀찮고 끓이기 귀찮아서 이틀 마셔대고는 그냥 또 내버려두게 된다는 점.


감기는 약을 먹으면 2주, 안먹으면 보름 걸려야 낫는다는 속설이 맞다면... 이제 나을 때가 되었다. ^^; 두통으로 시작해서 근육통으로 넘어갔다가 기침이 심해졌고, 딱 2주만인 어젠 다시 머리가 깨지게 아파 토할 것 같을 지경이어서 비도 오고 캄캄하겠다 에라 모르겠다 종일 누워 빌빌거렸다. 


바람은 여전히 불지만 볕이 화창해진 오늘은 다시 좀 살만해진듯... 기침 횟수가 꽤 적어진 듯도 하다. 빌어먹을 감기, 좀 떨어져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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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무

카테고리 없음 2016. 4. 28. 00:10

5월의 나무 색을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내가 좋아하는 연두색 이파리는 이제 4월에 볼 수 있다. 5월이 되면 이미 색이 너무 진해질 것 같은 안타까움.

아카시아꽃도 5월에 핀다고 믿었으나 지는 벚꽃 옆에 벌써 피어나 향기를 뿜고 있었다. 지구가 덥다덥다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건 아닌가. 어쨌거나...  흐린 4월 어느날.. 멋진 나무들과 여린 연두색 잎들을 실컷 보고 돌아왔다. 날이 너무 흐려서 나무들은 죄다 검게 나왔군. ㅠ.ㅠ

그나마 제대로 나뭇잎 연두색이 담긴 사진은... 너무 새빨개서 섬뜩하기까지 했던 철쭉꽃 저 뒤쪽에 얼핏 담긴 나무들이다. 

꽃보다 나무가 예쁜 나는 언제나 마이너리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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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렇다고

투덜일기 2016. 4. 18. 16:35

얼마전부터 식칼이 잘 들지 않았다. 설날 음식 준비하면서 갈았으니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하며 불편해도 계속 그냥 썼다. 우리 집엔 식칼을 가는 오래 된 '숫돌'이 있고, 칼갈이의 임무는 늘 엄마 몫이다. 손에 힘이 없어 젓가락도 노상 떨어뜨리는 양반이 칼을 갈면 얼마나 잘 갈겠나 싶지만, 전문가가 아닌데도 관록의 힘이란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어서 내가 비슷하게 흉내를 내서 숫돌에 문지른 칼은 일주일도 못 돼 다시 무뎌지는 반면 엄마가 슥삭슥삭 한참 숫돌에 문질러준 칼은 몇달씩 칼날이 쓸만하다.


그러니깐 결국 내가 할 일도 아니면서 칼 가는 걸 게을리 했던 이유는 딱 하나 귀찮아서였다. 엄마, 칼 좀 갈아주세요, 그러면서 쟁반에 숫돌과 식칼을 담아 가져다주면 그뿐인데, 늘 콩닥콩닥 부엌일을 하던 중간이라 에라 바쁜데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 그러는 식.


요샌 오드리 헵번이 집에서 자주 해먹었다는 레시피들을 아무래도 종종 응용하게 되는데, 특히 카프레제 샐러드는 왕비마마, 공주마마, 무수리 모두 좋아하는고로 어제 저녁엔 급히 토마토를 자르던 중이었다. 아우쒸... 칼이 안드네 또 다시 불평을 하면서 무뎌진 칼날을 이리저리 움직여 미끄러운 토마토 껍질을 공략하던 순간, 슥~ 칼날이 왼손 검지를 때렸다. 아야...


칼이 잘 들땐 당연히 더 조심조심 칼질을 하기 때문인지 손을 베더라도 살짝 스치듯이 손톱을 자르거나 살갗만 베이는 반면, 칼날이 무뎌졌을 땐 미끄러지는 힘이 더해져서 그런지 상처가 더 깊다. ㅠ.ㅠ 아무리 꾹 누르고 있어도 피는 잘 멈추질 않고... 손가락을 감싼 휴지가 금방 피로 젖는 걸 보며, 젠장 설마 병원 가서 꿰맬 정도는 아니겠지, 아쒸 저녁준비 늦어지겠네... 아줌마스러운 걱정이 뇌리를 스쳐갔다.


손가락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고 꽉 눌러 한참 지혈을 한 뒤, 약을 바르고 방수 반창고를 둘렀다. 놀란 엄마가 얼른 손수 숫돌을 꺼내 갈아준 식칼로 다시 남은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를 삐뚤빼뚤 잘라(오른 손이 아니고 왼손인데도 검지를 다치니 손놀림이 영 서툴다) 샐러드를 완성해 대충 저녁을 먹었다.


칭칭 너무 심하게 손가락을 동여맸는지 왼팔이 전체적으로 저릿할 정도인데, 어쩐지 그래야 빨랑 상처가 아물 것도 같아서 참고 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 잘 드는 칼보다 무딘 칼에 더 상처가 깊이 나듯이 어떤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도 작정하고 달려들 때보다 무심하게 툭 던지는 말에 더 상처를 깊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작정하고 나쁜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에겐 나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미리 단단히 실드를 쳐놓았으니 어디 한번 해보셔~ 라며 나름 과감해진다. 하지만 뜻밖의 순간에 상대가 무딘 신경으로 아무 생각없이 툭 던지는 비난이나 공격엔 속수무책이다. 순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당한 뒤 피를 철철 흘리고 나서야 제때 방어하지 못한 느린 순발력을 탓한다. 그런 상처일수록 오래가는 것도 같고.


실수를 그냥 실수로 넘기지 않고 거기서 뭔가를 배우면 된다는데, 무수리 생활 10년을 넘기고도 부엌에서 아직 수시로 베이고 데이고 여기저기 생겨나는 흉터가 많아지는 걸 보면 나란 인간은 통 실수에서 배우는 게 없는 사람인가 싶다. 가사일에서나 사람을 대하는 일에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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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부터 이 동네 벚꽃 축제는 내게 부채감을 안겨주는 은근한 압력인 관계로 올해도 효녀 코스프레에 나섰다. 공식 축제가 내일부터인줄 알았던 건 나의 착각.
마침 오늘부터 시작이라 오전부터 사람들이 득시글득시글... 그늘 벤치 차지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래도 꽃그늘에서 김밥먹고 축하공연 리허설 잠깐 본 걸로 만족.
한들한들 봄바람에 벌써 꽃비가 하염없이 날리고 있었다. 그날 밤처럼 ㅠㅠ

​이곳의 명물 수양벚꽃은 해마다 점점 볼품없어지는 것 같다. 왕비마마 말씀으론 나무가 늙어서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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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놀잇감 2016. 4. 5. 15:27

원래는 어제 벚꽃 만개일 포스팅을 할 생각이었는데 어영부영하다 까먹었다. 해서 2016년 봄 우리집 앞 벚꽃은 오늘 날짜로 다 피었다고 기록함. 

올해 마당에 꽃 핀 순서는 앵두꽃 → 살구꽃→ 벚꽃 → 라일락. 갑자기 날씨가 더워져서 그런지 한참 뒤에나 피곤 하던 라일락도 벌써 일부 피어나 향기를 날리고 있다. 성질 급한 살구꽃은 벌써 3분의 1이나 떨어졌고....

하여간 자연의 변화는 참 신기하닷. 올해는 개화 포스팅용으로 사진도 여러장 찍었음 ㅋㅋ

3월 31일 목요일만 해도 이랬는데...​



4월 2일 토요일엔 갑자기 막 팍팍 터지듯 피어나...​

(이 사진은 나 청계산 간 사이 왕비마마가 촬영해 전달받음)



아래가 드디어 오늘 모습이다. 벌들이 윙윙거리고 하얀 나비도 날아다닌다. 예쁘도다. ​


한 일주일쯤 빨리 피었나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작년엔 4월 7일에 똑같은 포스팅을 했다. ㅋㅋ 어제 썼더라도 겨우 3일 빠른 거였다. 그러고 보니 더욱 놀라운 자연의 한결같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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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

투덜일기 2016. 3. 30. 16:58

언덕배기에 주로 엄청 오래된 집들과 새로 지은 빌라들이 혼재되어 있는 이 동네의 특징은 '노인들'이 많이 산다는 점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이름을 새긴 노란색 봉고차들이 더러 다니긴 하는데, 오래 전 ㅈㅁ이가 그랬듯이 아이들을  배웅하고 맞이하러 나오는 사람들은 젊은 부모가 아니라 할머니들인 경우가 대부분. 그래서 명절 때가 되면 아주 골목마다 본가에 다니러온 자식들 차들로 더더욱 미어터진다. 어떤 동네는 젊은이들이 주로 살아서 명절 때 골목이며 주차장이 텅텅 빈다던데...


얼마전부터 회춘하다시피 이것저것 열심히 활동하며 지내고 계신 우리 엄마를 비롯해 이 동네 노친네들도 상당히 바쁘게 살아가시는 것 같지만, 병마는 피할 수 없는 법. 동네 산책을 가려고 비슷한 시간에 나서면 아마도 뇌졸중으로 몸이 불편해진 노인들을 한두분 꼭 만난다. 보행 보조기나 네발 달린 지팡이를 짚고서 어렵사리 한발 한 발 걸음을 옮기며 운동에 열심이신 할아버지, 할머니들.


내가 동네 산꼭대기에 갔다가 돌아오는 동안 한두시간 넘게 땀을 뻘뻘 흘리며 계속 집앞 골목을 오가고 있는 어르신들을 보면 놀랍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반신불수가 되어 한쪽 몸이 대단히 불편해보였던 할아버지 한 분이 얼마나 재활을 열심히 했던지 몇달 뒤 훨씬 수월해진 걸음걸이로 걸어다니는 걸 본 적도 있고, 매일 지팡이를 짚고 집앞 벤치에 나와 있던 꼬부랑 할머니가(지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을 거셨더랬다. 내가 간단하게 장을 봐가지고 걸어올라치면 뭐뭐 샀느냐고, 오늘 반찬 뭐 해 먹을 거냐고... 묻는다든지) 겨울 지나고 나서 통 보이질 않아 궁금해했더니 그예 요양원으로 들어가셨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오지랖 넓은 울 엄마가 빨간 조끼 할머니 왜 안 보이시느냐고 언덕너머 빌라 사람들한테 물어봤단다.) 


하여간에 작년 가을부턴 깡마른 체구에 늘 새카만 파카를 입고서 처음엔 며느리인지 딸인지 누군가의 부축을 받다가, 나중엔 홀로 지팡이에 의지해 열심히 걷는 운동을 하던 할아버지를 산책길에 자주 만났었다. 그 할아버진 아마도 매일 그 시간에 운동을 했을 테지만 나는 산책을 나가는 날도 있고 안 나가는 날도 있었으니까. 안면인식장애가 있어서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면서 유독 그 할아버지를 잘 기억하는 건, 아 글쎄 중풍에서 회복도 덜 된 그 할아버지가 비틀비틀 지팡이에 의지해서 걷다 말고 비스듬히 서서 꼭 담배를 피웠기 때문이었다. 아오 보기 불안해서 원! 벤치에나 앉아서 피우시던지! 그게 아니지, 뇌졸중으로 쓰러지기까지 했으면 담배를 끊으셔야지 말이야!


간혹 바람이 불어 내쪽으로 날아오는 담배연기가 싫기도 했지만 남일에 괜히 부아가 났다. 일주일에 등산 3번 다니는 걸로 건강관리 한답시고 술담배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고집불통 우리 아버지도 떠오르면서... 으휴, 할아버지들이란! 


오늘은 산책이 아니고 약국에 갈 일이 있어서 잠깐 밖에 나갔는데 한쪽 옆으로 자동차들이 드문드문 서 있을 뿐 지나는 사람은 하나도 없던 길에서 어디선가 담배냄새가 날아왔다. 엥? 빌라나 자동차에서 누가 창문 열고 담배를 피우나? 두리번두리번거려도 잘 모르겠더니만 길 맨 끝에 와서야 담배냄새의 연유를 알게 되었다. 


늘 새카만 파카 입고서 지팡이 짚고 다니셨던 그 왜소한 할아버지가 봉고차 바로 옆에 세워둔 전동휠체어에 앉아 언덕 아래쪽 내부순환로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으음... 내가 지나가는 소리에 흘긋 돌아보시는데, 나는 얼른 시선을 피했다. (빨간 조끼 할머니와 달리 원래도 인사하고 그러는 사이는 아니었다)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더 마르고 얼굴도 새까맣고 더 쪼그라들은 것 같은 체구.... 아 담배를 끊으셔야 한다니깐요! 아니다, 그게 소소한 삶의 낙이라면 그냥 담배라도 즐기다 가시는 게 옳은 건가? 짧은 순간 혼자 괜한 생각에 속을 끓이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약국에 들렀다가 10여분만에 다시 그 길로 돌아오는데... 할아버지의 전동 휠체어는 벌써 보이지 않았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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