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일기'에 해당되는 글 503건

  1. 2008.03.31 아아악~~ 11
  2. 2008.03.24 첫날의 사건 20
  3. 2008.03.20 우유부단 17
  4. 2008.03.14 자극제 11
  5. 2008.03.09 나그네 14
  6. 2008.03.07 한약 8
  7. 2008.02.18 비밀번호 8
  8. 2008.02.04 수다쟁이 5
  9. 2008.01.17 바보짓 12
  10. 2008.01.16 일상복귀 17

아아악~~

투덜일기 2008. 3. 31. 22:13
월말월초마다 마감에 시달리는 게 너무 싫어서 일부러 날짜를 중순으로 옮겨 계약하기도
하지만 마냥 게으름을 부리다 '연장'을 받게 되면 결국 사정은 똑같아진다.
오늘 하루종일 출판사에서 전화올까봐 전전긍긍 떨었는데
아직도 원고에서 손을 못 털었다.
하물며 대충 푸념을 끼적인 블로그 글도 읽으면 읽을수록 고치고 싶은 부분이 나오거늘
번역원고야 오죽하랴.
번역기계가 되어 무뇌아처럼 타이핑하고 지나간 부분은 어김없이 목구멍 가시처럼 턱턱 걸려
몇번을 고쳐도 예쁘게 아무려지질 않는다.
아아아악~~~

심지어 오늘은 무려 4년 전에 번역한 뒤 까맣게 잊고 있던 단편소설의 짤막한 <해설> 원고까지 <두 개>나 넘겨야 한다. *_*
시시껄렁한 옮긴이의 말을 쓸 때도,
숙제로 낼 겨우 한 페이지짜리 페이퍼를 쓸 때도 늘 백지를 앞에 두고 전전긍긍 날밤을 세웠던 내가 아닌가.
간만에 약간은 품격 있는 학술적인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하니 가뜩이나 무뇌아가 되어버린 듯한
머리속에선 휘휘 공허한 바람만 부는 것 같다.

이럴 땐 골빠지는 일이 분명한  내 직업에 대한 회의가 어김없이 찾아온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가장 좋아하는 일임에도 싫어지면 곤란하니까 그건 취미로 두고 두세 번째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말이 맞는 걸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고 엎질러진 물인데도, 회의적인 투덜이는 쓸데없는 고민을 또 끌어낸다.
아아아악~~~~

이렇게 시답잖은 낙서라도 하고나면 좀 위안이 되려나 했는데
이럴 시간에 일이나 하라고 스스로 뒤통수를 치고 싶어졌다.
젠장.
퍽!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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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사건

투덜일기 2008. 3. 24. 21:50
온종일 비가 내렸던 어제와 달리 햇빛이 쨍하고 얼굴을 드러낸 월요일.
바람이 좀 불기는 했지만 자전거 타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씨 같았다.

내가 자전거를 장만한 목적은 여러가지였다.
첫째, 여실한 본인의 운동부족 타파.
둘째, 매일 햇빛 쪼이기가 필수적임에도 혼자선 좀처럼 대낮 산책을 꺼리는 왕비마마를 이끌고 운동 나가기.
셋째, 길이 좀 험난하기는 하지만 편도 4km에 불과한 작업실까지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하여 휘발유 절약 및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동참. -_-;;
넷째,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토룡마을 자전거모임 참석 ^^
.
.

그리하여...
몇년만에 한번씩 오랜만에 꽤 오래 자전거를 타도 큰 무리는 없었던 <젊은 시절>의 나(생각해보니 모두 2, 30대였더군)를 과신했던 나는 겨우 첫날인 주제에 위 목적 가운데 세 가지를 모두 달성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내 공간으로 얼마나 더 남게 될지 알 수 없는 작업실에 하루라도 더 나가 일하자는 생각에
가방을 챙겨들고 (배낭이 아니라 크로스백을 무겁게 둘러맨 것부터 실수였음)
엄마를 독촉해 일단 집앞 산책로로 내려가 느루를 달려보니 거침없이 페달이 밟혀 작업실 아니라
한강까지라도 단숨에 갈 수 있을 <듯> 했다. -_-;;



위험하게 작업실까지 가는 건 무리라며 큰 걱정을 해대는 엄마에게 도착하자마자 전화할 터이니 걱정 마시라고 큰소리를 뻥뻥 친 나는 드디어 산책로를 벗어나 도로로 올라와 인도에서 살살 느루를 몰았다.
그러나... 좁은 인도에 오가는 수많은 초등학생과 행인들 때문에 계속 자전거를 타는 것은 무리였고
상당부분 그냥 끌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인적이 드문 일방통행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아뿔싸... 처음엔 신나게 기어를 변속하며
오를 수 있었던 야트막한 언덕이 끝쪽엔 급경사라 하는 수 없이 다시 느루에서 내려 끌고 올라가야하는
형편이었고, 차로 다닐 땐 그저 완만하게만 느꼈건만 꽤나 가파른 언덕의 울퉁불퉁 좁은 인도에서
느루를 끌고 내려오자니 목표까지 절반도 못 간 지점에서 이미 내 욕심이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곧장 다시 집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좋았는데...
사람 많은 데선 느루를 끌다가 다시 인적이 드문 곳에선 느루를 타고 달리다
가파른 집앞 언덕에선 당연히 느루를 끌고 끙끙 헉헉거리며 올라오려니... 우리 집으로 이어지는
골목 모퉁이를 돌 무렵엔 숨이 너무 차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을 듯했다.
집을 10미터쯤 앞둔 골목에서 그만 느루를 세워놓고 땅바닥에 주저 앉은 것. ㅠ.ㅠ
다행히도 언덕 아래엔 빨간 옷을 입은 왕비마마가 올라오고 계셨기에 손까지 흔들어 주었는데...
엄마가 반색을 하며 작업실까지 안 가고 돌아온 게 천만다행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이
나는 차츰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어지럽고 귀가 윙윙 울리더니 앞이 캄캄해졌다.
운동 안하던 인간이 갑작스레 심한 운동을 해 심장에 무리를 주면 죽을 수도 있다더니
내가 그꼴인 모양이라는 생각이 덜컥 들만큼 사태는 심각했다. -_-;;

다행히 의식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고
세발자국 걷고 다시 주저앉아 머리를 다리 사이로 숙이고 호흡을 가다듬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동네 사람들이 어서 119를 불러서 병원에 데려가라고 성화를 해대는 와중에
가까스로 괜찮다며 집안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

집안에 들어와 누워서도 거의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듯 숨이 가쁘고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는데
옆에서 완전 식겁한 엄마는 우황청심원을 마시고도 계속해서 무서워 엉엉 우시고
나 역시 스스로가 부끄럽고 겁도 나고 하여간 정말로 죽. 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누운 채로 엄마를 달랠 수 있을 정도로 기운을 차려 혈압을 재달라고 하니
80에 42, 맥박도 50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
엄마는 당장 병원에 가야한다며 또 울음을 터뜨리고...
.
.

저녁까지 계속 누워서 쉬었으므로 당연히 혈압과 맥박은 서서히 회복되었고
지금은 거의 멀쩡하다. ^^*

엄마는 자전거를 사준 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괜히 호통을 치시고 지금도 아까 생각만 하면
심장이 벌렁거린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아.. 민망해 죽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딱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제 체력과 실력도 모르는 주제에 기분만 믿고 무턱대고 난리를 피우다니...
첫날부터 이런 창피한 사건을 벌였으니 앞으로는 정말로 아주 살살 <느루> 타야한다는 무서운 교훈을 얻었다.
ㅠ.ㅠ
그러게 평소에 운동 좀 할걸.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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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부단

투덜일기 2008. 3. 20. 20:38
<우유부단함>은 내 성격 가운데 꽤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좋게 말하면 생각이 많고 신중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매사에 자신이 없고 변덕이 심하며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우유부단함은 곧 시간의 지연과 게으름으로 연결되며 결국엔 자신은 물론 남들에게도 피해를 미친다.
흔히 우유부단함의 전형적인 인물로 햄릿을 손꼽는데, 멋있게 고민하는 척하다가(실제로도 고민이 심하긴 했겠지만)  결국 해야할 일을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죽어나가는 것은 죄없는 주변 사람들이니 참으로 짜증나는 인간유형이 아닐 수 없다.  
멋드러지게 표현하여 햄릿은 이른바 <사유형 인간>이라고 하지만, 그건 말 만들기 좋아하는 후대 사람들이
생각해낸 과잉포장일 뿐, 햄릿이 그리 <깊은 사유>를 한 것 같진 않다.
무슨 일이든 이래야 하나, 저래야 하나, 나처럼 변덕이 죽끓었겠지.
마지막으로 햄릿을 읽은 것이 대학원 시절이라 당연히 기억도 아스라하므로 이렇게 씹어대는 것이 부당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의 결론은 우유부단한 인간이 <매우>짜증난다는 사실이다.

아주 옛날에 둥그런 눈이 쏟아질 것처럼 약간 튀어나온 여자 가수가 목청껏 부른 노래가 있었다.
<내 인생은 나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 그냥 나에게 맡겨 주세요.
내 인생은 나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 이젠 모든 것 책임질 수 있어요...>
대강 이런 가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새 그 노래의 후렴구가 수시로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구시렁거린다.
<웃기지 마라. 살아보니 내 인생이 나의 것인지도 모르겠고, 중대사는 누가 내 대신 좀 심각히 고민하고 화끈하게 결정해주면 좋겠다. 책임은 내가 지더라도...  어른이랍시고 강요되는 의무와 책임은 왜 또 그리 많은지. 정신연령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건만 매순간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는 인생은 가끔 너무 버겁단다.>

원래부터 논리적인 사고력은 그리 뛰어난 인간이 아니었고 결단력과 행동력도 꽤나 떨어짐을 알고는 있었지만
사소한 일부터 큰일까지 도무지 결단을 못내리고 이랬다 저랬다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하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으니 정말 환장 일보 직전이다.
 
작업실 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난 9개월간 작업실에 나올 수 있었던 날은 한달에 한두 번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비워둔 날이 많았으니
논리적으로 따지면 당장 문을 닫아야 옳다.
사실 이 정도의 작업실은 더 욕심만 안 부리면 언제든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3년 번역인생 가운데 작업실을 가졌던 건 겨우 마지막 4년. 처음 9년은 당연히 집에서 일했으니
새삼 못할 것도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90%는 작업실을 정리하는 쪽으로 마음 가닥을 잡았는데 나머지 10%가 도저히 포기가 안되는 거다.
알량한 핑계는 작업실 소파와 책상을 집으로 가져가려면 트럭을 불러야할 텐데 그게 귀찮고
좁은 집에 놓을 데도 마땅치 않다는 것. -_-;;
그리고 가끔은 홀로 도망쳐 나올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

연 5백만원 정도의 유지비를 완전히 <낭비>하면서라도 마냥 비워두게 될지도 모를 작업실을 유지하는 건
확실히 사치이고 미친 짓인데... 그런데도 포기가 안된다. ㅋ
아마도 그건, 완전한 독립이 거의 불가능한 늙은 딸에게 생겨난 <혼자만의 숨쉴 공간>의 의미가 퍽이나
크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4년간이나 꿰차고 있다보니, 완전 내 집도 아니면서 마치 내 소유인 것 같은 느낌이고
작업실에서 하는 일과 집에서 하는 일엔 엄연한 질적 양적 차이가 존재한다.

휴...
가스비 청구서 챙기러 또 실로 오랜만에 작업실에 나와 앉으니
다시 10%의 미련에 더욱 힘이 실린다.
근데.. 재계약일 한달 전에는 집주인에게 통보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_-;;
혹시... 어영부영 우유부단하게 혼자 끙끙대다 내심 자동 재계약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족및 지인들 소집해서 투표라도 해봐야하는 건지 원.

암튼, 커피 한잔 마셨으니 얼른 또 왕비마마께 돌아가야지.
욕심 같아선
아주 가끔, 겨우 한 시간의 자유를 위해서라도 이 공간을 남겨두는 게 좋겠다고 누가 좀 팍팍 밀어주면 좋겠다. ㅋ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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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제

투덜일기 2008. 3. 14. 17:10
달력에 빨간 사인펜으로 크게 마감일을 표시해놓고도 도무지 채찍질로 느껴지지 않는
무감각증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늘어진 내 삶을 자극해주는 것들이 있다.

1. 고모는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느냐는 조카녀석의 뜬금없는 질문.
-- 고모는 이미 다 커버렸다는 대답이 하기 싫어서 재빨리, 그러나  꽤 오래 고민하다 대충 대답을 하긴 했는데
요즘 계속 나의 화두가 되었다. 하고 싶고 되고 싶은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2. 지금 판타지 소설을 번역중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전화할 때마다 어디까지 이야기가 진전되었는지 내용을
꼬치꼬치 묻는 정민공주.
-- "왕자가 왜 아직도 그 괴물이랑 싸우고 있어? 어제부터 싸웠잖아." 핀잔 담긴 공주의 질문은 출판사의 원고독촉 전화보다 더 무섭다. 오늘도 얼른 진도 나가야지.

3. 건방지게 내 팔을 툭툭 치며 집안에서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는 내 몰골을 나무라는 어린 조카.
-- "고모! 옷이 이게 뭐야? 내복 같은 걸 입고, 바지도 추리닝이고!"
조카맞이 한다고 나름대로 곰돌이 티셔츠로 갈아입고 있던 터라 꽤나 충격이 컸다.
6살밖에 안된 놈도 늘 가꾸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얘기. -_-;

4. 작가가 아닌데도 간결하고 명쾌하면서도 깊이 있는 글을 끊임없이 쓰는 이들
-- 가랑이가 찢어지더라도 나도 깊이를 좀 추구해 봤으면...


네 가지 가운데 셋이나 조카들이 관련되어 있으니 확실히 내 인생의 자극제이자 낙은
분명 사랑스러운 그 녀석들이로구나. 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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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투덜일기 2008. 3. 9. 17:24
나그네, 참 매력적인 말이다.
사주에 역마'살'이 끼었다는 말을 굳이 듣지 않더라도 떠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물론 집 떠나면 고생이며 제 아무리 멋진 휴양지를 가더라도 편하기로 따지자면 집에서 취하는 휴식이 제일 푸근하고 달콤함을 알지만, 여행이 주는 묘한 긴장감과 낯선 곳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막막함,
그리고 떠난 곳에서만 실감할 수 있는, 떠나온 곳에 대한 뭔지 모를 막연한 그리움과 깊어지는 상념 같은 것 때문에라도 나는 늘 여행을 동경하며 나그네의 삶을 꿈꾼다.
돌아와선, "역시 집이 최고야"라고 중얼거리더라도 떠나지 않은 자라면 그 기분을 어찌 알까.
(키드님의 블로그 대문에 그려진 루나파크 그림을 보며, 난 늘 그걸 떠나고 싶은 자의 반어법으로 읽는다.^^ 물론 안 그런 이들도 있겠지만..)

며칠 전 TV 채널을 돌리다 책소개 프로그램에서 또 다시 <산티아고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야고보 길>이라고도 불리는 유서 깊은 그 순례의 길은 이미 다른 다큐멘터리로도 본 적이 있었다.
2천년의 세월 속에서도 그리 변하지 않은 유럽의 좁은 도로를 수십일간 걸어서 여행하는 나그네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솔깃하고 동시에 의아하다.
프로그램 패널로 나온 이들이 지적하기도 했지만 도보로 실크로드를 완주했다든지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누구나'가 아닌 '특별한' 사람들임에 틀림없기에 범인들의 우러름을 받을만 하다.
하지만 프랑스 어느 도시에서 스페인의 어느 도시까지 '비교적' 짧은 수백킬로미터의 길을
성자의 자취 따라 걷는 순례의 여정은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나'를 찾으려는 사람들 '누구나' 시도해볼 만한 과업이라는 데 방점이 찍히는 듯하다.
그래서 소개된 책 제목도(출판인들은 참 제목도 잘 붙이지!)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였다.

책의 지은이는 꽤나 유명한 독일의 코미디언 이라는 것 같은데(패널의 말을 인용하자면 '유재석' 정도 되는 만능 엔터테이너라나) 책을 읽어보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갑자기 모든 것을 떨치고 산티아고 길로 떠났고
처음엔 그저 불평에 휩싸여 후회와 포기 사이를 오갔지만 결국 순례의 길을 마쳐 순례증서(순례 여정 곳곳에 있는 지정 숙소에서 도장을 모두 받아야만 순례 확인증서 같은 것을 받게 된다)를 받았으며
자신의 삶을 깊이 성찰하는 뜻깊은 기회를 누렸음을 구구절절 기록했단다.

물론 고생스러운 여행은 질색팔색하는 나로선 <산티아고 길>의 긴 여정을 애초부터 시도해볼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나처럼 걷는 걸 싫어하는 인간이 무거운 배낭을 매고 수십일 간 걷는 여행이라니!
지인들 가운데선 팔팔한 대학생 때도 아니고 서른 넘어 국토순례도보 여행을 떠났던 이도 있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장하긴 하다만, 나는 누가 돈주고 등 떠밀어도 절대 안간다, 미쳤니?"라고 했던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럼에도...
자동차 소음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한적한 흙길을 유유히 걸으며(이때 반드시 무거운 짐은 없어야 한다 -_-;;)
길가에 핀 민들레나 들꽃도 구경하고 가끔 비라도 만나면 민가에 들러 비를 긋다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길을 떠나는 나그네로서의 내 모습을 상상하면
어느새 엉덩이에 슬슬 바람이 들고 날개라도 돋치려는 듯 어깻죽지가 간질간질 하여
당장이라도 떠나지 않으면 막 숨이 막힐 것 같다. +_+

물론 현실은 언제나 묵직하게 나를 다시 주저앉힌다.
떠나고 싶어서 여행기를 찾아 읽는 이들도 있다는데
내 경우 여행지를 담은 책이나 여행기를 읽거나, 여행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회를 애써 피하는 이유는
떠나고픈 나의 나그네 본능을 잠재우는 것이 퍽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족쇄처럼 올해 달력을 채우고 있는 수많은 마감일과 돌봐야 할 가족을
생각하면 유유자적한 나그네의 꿈은 여전히 사치다(어떻게 보면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물론 스스로 자초한 게으름의 결과 탓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1년 스케줄러를 휙휙 넘기다 한숨을 쉬며
다시 덮고 나니 서글프다.
 
봄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더불어 나그네가 되고픈 욕망도 부풀어 오르는데 이걸 어쩌나.
이번엔 그냥 관심목록에 담아둔 책이라도 읽으며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자기최면을 걸어볼까
어쩔까 블로그와 서점 사이트만 들락날락하고 있는 일요일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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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투덜일기 2008. 3. 7. 15:49
늘 감정이 펄럭거리는 인간이기는 하지만 요 며칠 기분이 줄곧 바닥이다.
이유는 동거인이자 나의 상전이신 왕비마마와 그녀의 한약 추종 때문이다. -_-;;
대체의학과 한방이 서양인들에게도 인정되는 추세라지만
나는 침술은 몰라도 한약엔 좀처럼 신뢰가 가지 않는다.
물 맑고 공기 맑은 산천에서 자란 한약재로 사람을 고쳤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요샌 툭하면 중국산 한약재에서 맹독성 농약 같은 게 검출되었다는 뉴스가 잊을 만하면 한번씩 나오지 않는가 말이다!
중국산 한약재 때문에 얼마 전 또 한바탕 난리가 났을 때 본 뉴스엔 한의사와 약재상들도 국산 한약재와 중국산 한약재를 구분하지 못하고 어영부영하던데, 이윤추구에 눈이 어두운 악덕업자들은 값싸고 질 나쁜 중국산 한약재 수입을 관두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몸에 좋은 것들을 죄다 끓여 우려 마시는 한약이 어찌 몸에 나쁠 수 있겠냐고 항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우리 왕비마마 말고도 주변에 한약 추종자들이 꽤 있다) 나는 한약 잘못 먹고 간이 손상되어 한동안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던 노친네들(주로 지인들의 부모님이나 시부모님) 사건을 너무도 많이 알고 있다.

게다가 우리 왕비마마는 지병이 하도 많으신 관계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치료제는 물론 우울증 치료제와 당뇨병 후유증으로 변형된 말초신경 때문에 정형외과 약을 매일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 드시는 약의 양이 약간 과장하면 정말 한 주먹이다.
(맞다, 요샌 또 거기다 이비인후과 감기약까지..)

그런데다가 또 한약이라니!
엄마의 여러 주치의들은 한약을 먹어도 되냐고 물으면 펄쩍뛰며 울 엄마를 말리곤 하는데
대학병원 주치의 상담이라는 것이 빨라야 한달, 보통은 3개월, 당뇨병 센터 같은 곳은 6개월에 한번씩 진료를 받고 약을 타오기 때문에 그 긴 기간동안 울 엄마는 수시로 한의원을 찾아가 침도 맞고 한약을 먹어보라는
한의사들의 꼬드김에 홀딱홀딱 넘어가신다. ㅠ.ㅠ

양약으로 고칠 수 없다는(당뇨 후유증으로 변형된 신경은 수술로도 100% 복원이 불가능한데 울 엄마 같은 경우 워낙 겁이 많고 연세도 있고 우울증 심해질 수 있다며 그냥 약간 불편하게 사시라는 것이 주치의의 결론)
여러 병들을 한방으로 말끔히 낫게 하였다는 말이 있음을 나도 안다.
하지만 그건 병원에서 표기한 암이나 중증질환을 운동이나 유기농 식이요법으로 극복했다거나 하는 것처럼
분명 다른 노력이 병행되었을 것이다.
가만히 드러누워 침만 맞고 값비싼 한약을 먹어서 나은 것이 아니고!

내 주변에도 해마다 환절기가 되면 반드시 '보약'을 먹고 기운을 얻는다는 지인들도 있기는 하지만
평생 단 한 번 '보약'이란 것을 먹어본(그나마도 먹다가 나중엔 몰래몰래 버렸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전혀 효과가 없었다. -_-;
비싼 돈 주고 지어주신 보약을 버리기까지 했던 건 부모님께 죄송했지만
고약한 냄새 나고 색깔도 끔찍하며 약효도 의심스러운 한약을 굳이 먹어야한다는 사실이 괴롭기도 하려니와
설사 좋은 약이라고 해도 '나에겐' 약효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짐작도 있었다.
사람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가!
마음이 지독히도 싫은데 행여나 내 몸이 제대로 약기운을 받아들이기라도 했을라고?
위약효과로 엉뚱한 약을 먹고 병이 나았다고 믿는 순진한 사람들이 있듯
좋은 약도 의심하고 싫어하는 회의주의자의 몸엔 잘 들을 리가 없을 것이다.

에효...
어쨌거나 내가 보기엔 돌파리 같은 한의사는 울 엄마의 손발저림과 붓기와 비만을 몽땅 다 낫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하며 한약을 권해왔는데, 그간 내가 침맞는 건 몰라도 한약은 절대 안된다고 결사반대하며 펄펄뛰고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왕비마마께선 또 턱하니 한약을 지어오셨다.
더욱 웃기는 건 노친네들이 대개 자식들과 한약 때문에 불화가 있는지 노친네 환자들이 지은 한약을 집으로 가져가지 않고 죄다 그 한의원에 약을 두고 먹는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더욱 의심스럽기도 하다. 언젠가 무자격 한의원에서 환자마다 진맥하고 약을 지어준다더니 완제품으로 한약을 대량 만들어놓고 무작위로 이름만 적어 상자에 담아 나눠주다 걸린 적도 있었단 말이다!)
해서 울 왕비마마께서도 내 눈치보일까봐 일부 몇개만 달랑 집에 가져다놓았다가 나한테 들킨 것.
ㅠ.ㅠ

이제 나의 임무는 엄마가 또 쓰러지면 119불러서 응급실로 모셔가는 것뿐이니 시한폭탄 쳐다보듯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울며불며 왕비에게 폭언을 퍼부은 것이 이틀 전.
집안 분위기는 당연히 계속 싸늘하고 착 가라앉았다.
뒤끝이 그리 긴 인간은 아니지만, 딸보다 돌파리 한의사를 더 신뢰하는 엄마를 볼 때마다 화가 나서
말도 하기 싫다.
울 엄마의 수많은 지병을 제가 뭔데 다 낫게 해주겠다고 장담을 한단 말인가?? 허준의 현신이라도 되나??
엄마보다는 돈벌이에 눈 어두워 허준인 척 하는 한의사놈에게 더 화가 나긴 하지만, 아 대체 울 엄만 한약을 왜 그리도 못 먹어서 안달이란 말인가!!
작년에도 몰래 한약 지어왔다가 나랑 한판 했었는데 그새 그걸 또 잊고... ㅠ.ㅠ

어쨌거나 부디 내 말이 씨가 되면 안되는데.. 걱정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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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

투덜일기 2008. 2. 18. 17:18
기억력이 워낙 나쁘기 때문에
그간 웬만한 포털사이트나 카드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하나로 통일해서 쓰고 있었다.
좀처럼 중복되지 않는 나의 아이디가 이상하게도 중복됐다고 나오는 경우에만
뒤에 뭔가를 더 붙여주었는데, 그런 경우엔 아이디를 찾지 못해 헤매기 일쑤라
차츰 아예 접속하지 않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몇몇 사이트는 친절하게도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하라고 귀찮게 옆구리를 찔러댄다.
그래서 두 가지를 정해놓고 왔다갔다 바꾸곤 했는데
이젠 둘 다 내 정보에서 유추가능한 비번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_-;;
옥션에서 회원정보 유출이 된 사건 때문에 모두들 이참에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하는 것 같긴 한데
나같은 게으름뱅이에겐 몹시 귀찮고 성가신 일이다.

내 정보가 인터넷상에 마구 유통되는 것이야 나도 원치를 않으니
기억나는 사이트마다 찾아가 비번을 바꾸기는 했지만 이번에도 완전히 하나로 통일하기엔
무리가 있고 내 손에 익숙해진 것은 옛날 비밀번호이다 보니
요 며칠 어디를 접속하더라도 계속 평균 1번씩은 "비밀번호가 맞지 않는다'는 메시지와 맞닥뜨린다.

습관이 아무리 무서운 것이라지만
그깟 비밀번호 하나 바꿔놓고 매번 당황하는 내 꼴이 우습다 못해 화가 난다.
게다가 지금 이렇게 열심히 비밀번호를 얼추 통일시켜놓으면 뭣하겠나.
3개월 뒤에 비번 바꾸라고 들쑤시는 사이트엔 또 그럴듯하게 기억 잘 할 수 있는 새 비번을 생각해내야 할 터인데.
이번에 만든 두 개의 비밀번호로 또 한참은 번갈아가며 쓴다지만
아메바 수준의 내 두뇌를 어떻게 거기 길들이냐 하는 것이 문제다.

아.. 별것도 아닌 것이 참 귀찮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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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투덜일기 2008. 2. 4. 17:02
어제 성묘 뒤끝에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식전에 과자부스러기를 잔뜩 먹은 조카들이 정작 점심은 제대로 먹으려하지 않아
올케들이 어떻게든 조카들에게 좀 더 밥(실은 샤부샤부 맨 마지막에 끓인 죽)을 먹이려고 협박과 회유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나도 좀 거들어보겠다고 나섰다.
"얘들아, 한번만 잡숴~~봐.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꿀맛 죽이 왔어~~요..."
조카들은 까르르 웃었지만 내 너스레는 별 효과가 없었는데
난데없이 엄마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라니(물론 내 본명을 부르며)야, 옛날엔 안 그러더니 너  언제부터 이렇게 수다스러워졌니."
난 원래부터 수다스러웠다고 극구 항변했지만...
수다스러워진 딸이 체신머리없고 주책스러워 실망이라는 듯한 표정의 엄마를 바라보며
속이 많이 상했다. -_-;;

오늘 블로그에 들어와 그간 쓴 내 글을 봐도 그렇다.
아무리 '끊임없는 수다'를 추구하는 것이 이 공간의 목적이지만
하나같이 길고 긴 글을 보니...
그 여자 참 되게 수다스럽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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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짓

투덜일기 2008. 1. 17. 13:18

짜증나는 바보짓을 했다.
영리한 듯 잘난 척 해도 나란 인간은 알고보면 무척 허술하다.

조금 전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근처 교회나 절 따위에서 선교나 포교를 위해 온 사람들에겐 내가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기 때문에
누구냐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이웃에 사는 새댁인데 부탁할 일이 있다고 했다. -_-;;
이웃이라는 말에 일단 현관문을 열고 내다보니, 젊은 여자 둘이 추위에 달달 떨면서
자기들은 신학대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수업 때문에 필요하니 간단하게 설문지 한장만 써달라고 했다.
시간 없고, 기독교에 대해선 관심도 없다고 했더니만...
너무 추우니 잠깐만 현관에라도 들어가 선 채로 설문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늘 아직 한장도 못 받았다나.

아.. 영하 11도라는 오늘의 강추위만 아니었어도 그냥 내쫓을 수 있었을 텐데
그놈의 추위 때문에 나는 그만 두 사람을 집안으로 들이고 말았다. ㅠ.ㅠ

일단 집안으로 들어와 설문지라는 것을 읽어 보니..
신의 존재를 믿는가, 사후세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나님 아버지와 하나님 어머니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따위의 문항이었다.
윽... 설문지 맨 아래를 보니 "엘로힘 아카데미"라고 적혀있었다.

앗! 그제야 정신이 퍼뜩 들었다.
엘로힘이라면 기독교계에서도 이단이니 어쩌니 말이 많아 언젠가 시사 다큐에서도 한번 다룬 적이 있던 곳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슬슬 본색을 드러내려는 듯
설문지를 받고나서도 자기가 수업에 발표할 내용을 5분간만 듣고 평가를 해달라고 했다.
거기서 질 수야 없지.
나는 설문지만 해주기로 약속했으니 더는 시간을 내줄 수가 없고
종교, 정치에 대해서는 누구와도 토론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으며
특히 선교를 할 작정이라면 당장 나가달라고 말했다.

그들은 영리하게 이내 꼬리를 내리고 슬쩍슬쩍 무슨 일을 하는지 (설문지에 직업란도 있었다!)
기묘한 구조로 되어 있는 우리 집에 대체 누가 사는지
애들 사진이랑 그림은 냉장고에 왜 그리 많이도 붙어 있는지 묻다가
내가 왜 종교에 회의적인지 묻기도 했다. 윽.

그만들 가보시라는 말에 따뜻한 물 한잔만 달라는 청을 또 거절하기가 어려워
녹차씩이나 끓여주고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다가 내보내긴 했는데
돌이켜보니 몹시 찜찜하고 화난다!
더욱이 설문지 마지막 연락처 란에 암 생각없이 집 전화번호를 적어주기까지 했으니 어쩌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아주 끈질긴 인간들이어서 집으로 계속 찾아오기도 하고 전화번호로 계속 연락을 취하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모양이다. ㅠ.ㅠ  

아아아 짜증...
앞으로 또 찾아와 괴롭히면 어쩌냐?
어떤 종교든, 제 아무리 훌륭한 진리이든 남에게 믿음을 강요하거나 피해를 주는 종교인들은 정말 싫다!

이젠 우체부 아저씨나 택배 기사라고 해도 문 열어주기 싫겠다. 젠장.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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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복귀

투덜일기 2008. 1. 16. 23:00

명절때 수십명의 친척들이 와글거리다 돌아간 뒤에 좁아터진 집이 몹시 넓어보이고
이상스레 사방이 고요해진 느낌이 지금도 든다.
어젯밤 이 시간만 해도 자라고 깔아놓은 이불 위에서 공주와 무수리는 가열차게 할리갈리 게임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
드디어 조금 전 공주가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조용하고 한가로운 분위기 속에서 나는 물론 제일 먼저 컴퓨터 앞에 앉아 블로그질에 여념이 없다.
3박4일간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도록 허락된 순간은 정민공주의 싸이질을 돕고 방문자수를 올리느라
공주의 감시 하에 내 미니홈피를 찾을 때 뿐이었다. *_*
어젠 잠시 블로그질 한답시고 올린 아랫글을 공주한테 들켜서 빨랑 지우라고 몇대 또 두들겨 맞아야 했다. 큭.
물론 공주가 잠든 뒤에 (무수리는 당연히 공주님 옆에 누워 꼭 껴안고 재워드려야 한다) 일어나서 일을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온종일 시달린 뒤끝엔 내가 먼저 졸음이 쏟아지기 일쑤라 나흘 간 일은 완전히 포기했었다.

어쨌거나 3박4일을 할머니댁에서 고모무수리의 보필을 받은 공주의 감흥은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엄마랑 아빠랑 지환이가 보고는 싶은데 집에 가기는 싫은 거 있지!"
"응, 원없이 놀았어." (원없이 놀았냐는 제 엄마의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욕심쟁이 공주가 "원없이 놀았다"는 대답을 할 정도면 정말로 제 성에 찰 만큼 고모를 괴롭히며 실컷
놀았다는 뜻이다. ㅎㅎ
몸은 좀 고달펐지만 나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며칠 잘 놀았다.
웃는 얼굴이 잘 안만들어져서 거울 보면 심술마녀처럼 보인다고 늘 불평하시던 왕비마마도
공주 덕분에 수시로 웃으셔서 좋았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손주들과 조카들의 존재는 확실히 우리 모녀에게 행복의 근원이다. 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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