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악~~

투덜일기 2008. 3. 31. 22:13
월말월초마다 마감에 시달리는 게 너무 싫어서 일부러 날짜를 중순으로 옮겨 계약하기도
하지만 마냥 게으름을 부리다 '연장'을 받게 되면 결국 사정은 똑같아진다.
오늘 하루종일 출판사에서 전화올까봐 전전긍긍 떨었는데
아직도 원고에서 손을 못 털었다.
하물며 대충 푸념을 끼적인 블로그 글도 읽으면 읽을수록 고치고 싶은 부분이 나오거늘
번역원고야 오죽하랴.
번역기계가 되어 무뇌아처럼 타이핑하고 지나간 부분은 어김없이 목구멍 가시처럼 턱턱 걸려
몇번을 고쳐도 예쁘게 아무려지질 않는다.
아아아악~~~

심지어 오늘은 무려 4년 전에 번역한 뒤 까맣게 잊고 있던 단편소설의 짤막한 <해설> 원고까지 <두 개>나 넘겨야 한다. *_*
시시껄렁한 옮긴이의 말을 쓸 때도,
숙제로 낼 겨우 한 페이지짜리 페이퍼를 쓸 때도 늘 백지를 앞에 두고 전전긍긍 날밤을 세웠던 내가 아닌가.
간만에 약간은 품격 있는 학술적인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하니 가뜩이나 무뇌아가 되어버린 듯한
머리속에선 휘휘 공허한 바람만 부는 것 같다.

이럴 땐 골빠지는 일이 분명한  내 직업에 대한 회의가 어김없이 찾아온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가장 좋아하는 일임에도 싫어지면 곤란하니까 그건 취미로 두고 두세 번째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말이 맞는 걸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고 엎질러진 물인데도, 회의적인 투덜이는 쓸데없는 고민을 또 끌어낸다.
아아아악~~~~

이렇게 시답잖은 낙서라도 하고나면 좀 위안이 되려나 했는데
이럴 시간에 일이나 하라고 스스로 뒤통수를 치고 싶어졌다.
젠장.
퍽!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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