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

삶꾸러미 2006. 10. 20. 15:55


지난 번 고모 전시회에서 찜해둔 작품이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나무그늘에 자건거가 기대어져 있는 흑백 판화작품 하나는 이미 갖고 있지만
이번에 전시한 사랑스러운 느낌의 채색 동판화 소품들은
조곤조곤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고모의 성품이 고스란히 반영된 듯한 느낌.
내가 좋아하는 꽃도 있고, 별도 있고, 초승달도 있고
아련한 밤하늘을 담은 창문도 있고
탁자 위에 놓인 꽃병 옆엔 향기로운 커피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하면서 행복해지는 여러 일의 목록을 따져보면
미술관 관람이 상당히 상위권에 들어 있다.
화가가 되려는 꿈을 한번쯤 꾸어본 사람들은 많겠지만, 나 역시 한동안은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더랬다. 그 꿈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이 바로 이 그림의 주인공인 우리 막내고모.
지금은 고궁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금지됐다지만, 우리땐 사생대회는 늘 고궁에서 열렸고,
가끔씩 주말에 고모 따라 화구 챙겨들고 경복궁이나 덕수궁에 이젤을 세우고
고모 유화 그림을 수채화로 똑같이 베껴(!) 그리던 전적이 있는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온갖 미술대회에서 제법 상도 받았더랬는데
그것만 믿고 무작정 화가의 꿈을 키웠던 거다. ^^;;

그러나 그 꿈은 결국 그냥 꿈으로 남겨졌고
그림에 대한 열망은  이제 감상으로만 만족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소장까지 하게 되다니 어찌 아니 기쁠소냐!
ㅎㅎㅎ
사진 들어간 포스팅을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에
자랑질!

(ㅎㅎ 고흐 그림이 바탕에 희미하게 비치는 가운데 작품이 놓이니까 느낌이 또 좀 다르다)
(아깐 그림 받은 흥분에 대충 써 올렸다가 다시 좀 더 덧붙였음을 실토함.. ㅎ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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