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해당되는 글 20건

  1. 2008.12.18 엉망 17
  2. 2008.12.17 라면 23
  3. 2008.11.12 토룡마을 꿈 19
  4. 2008.06.13 긴 하루 14
  5. 2008.02.27 이상한 일 10
  6. 2007.11.29 일기 7
  7. 2007.10.16 감기 12
  8. 2007.03.12 떠나는 꿈 8
  9. 2006.12.19 커피 때문에 망한 하루
  10. 2006.12.09 잠풀이 1

엉망

투덜일기 2008. 12. 18. 19:39

요즘들어 삶이 완전 엉망이다.
준백수스러운 직업인으로서 약속이 없는 날은 아예 며칠씩 두문불출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점점 망가짐을 느낀다. 작업실을 멀리하면서 작업량과 질을 고민하는 나에게 어느 지인은 이렇게 조언했다.
자는 방에서 컴퓨터방으로 옮겨갈 때 출근한다 생각하고 세수도 하고 옷도 갈아입어 분위기를 바꿔보라고.
그러면 마냥 늘어져 좀비스러운 삶에 빠져들진 않을 거라나.
허나 게으름 면에서 그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내가 행여나 그럴 리가.
원래 외출을 하지 않으면 세수도 잘 안하는 인간이다보니, 세수도 이틀에 한번꼴로 하는둥마는둥
심지어 머리는 월요일에 감고 목요일인 오늘까지 버티고 있다. 아 드러워.
인간의 적응력은 또 실로 대단해서, 매일 외출할 땐 매일 머리를 감아야 살면서 집구석에서 뒹굴거릴 땐 사흘씩 머리를 안감아도 앞머리만 실핀으로 척 꽂아 넘겨주면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찐덕찐덕 끼는 머릿기름도 주인 눈치를 봐가며 두피에서 분비가 되는 모양.

꼬락서니만 엉망이면 또 별 문제가 아니다.
새벽에 잠들어 오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올빼미의 삶을 나름 규칙적으로 이어나갔을 때는
남들 점심이 내겐 아침, 남들 먹는 저녁이 나에겐 점심, 그리고 자정께의 밤참이 나에겐 저녁식사인 셈이었기에 꼬박 세 끼니를 균형있게 챙겨먹고 있다고 자신했었다.
그.러.나.
요즘엔 운동 부족인지 일조량 부족인지 총체적인 체력부실인지
밥만 먹으면 졸려서 암때나 픽 쓰러져 두어 시간씩 잠을 자곤 한다.
낮잠을 잤으니 당연히 밤잠(내게는 아침잠?)이 잘 올 리가 없다.
원래 자야할 시간인 새벽이 밝아와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낑낑대다가 멍한 머리로 좀비처럼 집안을 돌아다니다가는 어느 순간 고꾸라져 하루종일 이불속을 탈피하지 못할 때도 있다.
게다가 나는 원래부터 잠을 잘 땐 절대 배고픔을 모르는 동면형 인간이다.
어떤 날은 하루종일 자느라 굶다가 마뜩찮게 일어나 저녁 한끼를 먹고는 또 그 식곤증을 못이겨 픽 쓰러져 잔다. -_-;

겨울만 되면 동면들어간 곰탱이처럼 빌빌댄다는 핀잔을 익히 듣긴 했으나
요즘의 작태는 한심하기 그지없다.
끼니를 해결할 땐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음식물을 들여보내줘야 몸이 불안해하질 않는다. 불규칙하게 밥을 먹으면 살찌는 이유가, 굶주렸던 몸이 놀라 언제 또 음식물이 들어올지 모르니 무조건 저장을 해두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요즘 같아선 아무때나 제대로 챙겨먹는 끼니 한번에 두서없는 밤참 한두번이 나의 섭생이라, 이미 겨울 들어 두루뭉술 불어나던 살집은 나날이 사상 최고 몸무게를 경신하고 있다. 큭.
만날 고무줄 바지에 헐렁한 티셔츠 차림으로 늘어져 있으니 살집이 늘어나거나 말거나 별로 신경도 안쓰고 살지만, 벌써 일주일째 머리 자르러 미용실 가야지 맘먹은 걸 실천 못하고 있는 걸 보면 거의 폐인모드에 접어든 것이라 짐작된다. 원래 머리가 길게 느껴지면 못 견디고 그날로 자르러 가던 격한 성질머리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엉망으로 무너지고 있는 일상을 되돌리지 않으면 도저히 봐줄 수 없을 만큼 늘어지고 방만하게 진행되는 작업 스케줄을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 그 방법을 모르겠다.
부디 내일은 귀찮음을 무릅쓰고 미용실 외출에 성공하길 염원하노라.
어제로 한톨도 없이 똑 떨어진 커피원두도 사야한단 말이지! ㅠ.ㅠ
(냉동실에 늘 서너봉지씩 들어있던 원두커피가 완벽하게 떨어진 것은 그 무엇보다 내 삶이 엉망임을 가리키는 지표 같다 흑...)
간만에 먹는 맥심 커피믹스는 참 맛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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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식탐보고서 2008. 12. 17. 06:20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두번째 밤참(첫번째 밤참은 자정무렵 먹은 우유와 과자와 귤)으로 신라면을 끓여먹어 놓고선 후회막급이다.
라면은 왜 먹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 상상하는 맛과 실제 맛과 먹고 난 후의 뒷맛이 이렇게도 다를까.
라면의 조미료맛에 분명 뇌의 어느 부분을 중독시키는 마약성분 같은 것이 들어 있다고 지레짐작은 하고 있지만 하필 그 라면충동이 이 생새벽에 동할 건 뭐람.

어쩌면 그저 일하기 싫고 몇시간째 엉덩이 붙이고 있는 게 버거워서 궁뎅이 들썩여 보려는 작심이 주 동인이었을 수도 있겠다만, 신라면 먹고 나면 특히 묘한 속쓰림과 막강한 식곤증에 시달리는 것을 알면서 왜 굳이 마지막 한오라기까지 홀라당 다 건져먹었을까 민망해하는 중이다.
졸리다.
잠시 졸음을 물리쳐보겠다고 블로그질을 선택했지만, 아마도 이 글을 대충 마무리하고 나면 비실비실 이불속으로 파고들기 십상이다.
음식을 먹은 후 몸에 후끈 열이 나고 식곤증이 생기는 이유는 음식물 섭취의 <특이동적 에너지 작용> 때문이란다. 나도 뭔소리인지 잘 모르겠으나 이 말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고등학생 때 가정 과목이었던가, 가사 과목이었던가 두 개 다 같은 선생이 가르쳐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교과서엔 들어있지 않았으되 수업중에 선생이 스쳐가듯 한번 언급했던 저 말이 시험에 나왔었다.
그것도 주관식으로.
단기간 지속되는 단순암기에 능했던 나는 암기과목들은 당연히 시험 전날에 벼락치기로 공부했고, 특히 <초치기>라고 하여 수업시간에 적어둔 필기노트를 시험 직전에 재빨리 훑어보고 나서 그 내용이 <식기 전에> 얼른 문제를 푸는 것이 주특기였다. 그런데 수업태도가 좋아 필기 하나는 철저하게 했던 덕분에다 운 좋게 시험 직전에 눈에 들어온 저 글귀를 기억한 바람에 전교에서 유일하게 -_-v 요상한 주관식 문제를 맞힌 괴짜가 되고 말았던 것.
시험을 치고 나서 첫 수업시간에 답안지를 공개하고 점수를 불러주며, 가정가사 선생은 늘 심술맞게 보였던 입술에 한껏 미소를 머금으며 무려 600명 가운데 유일하게 그 주관식 문제를 맞힌 나를 칭찬해주었고 반 아이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음은 물론이다.
사실 나는 시험 전에 <초치기>를 할 때 눈에 띄는 요주의 내용들을 중얼중얼 주변 친구들에게도 알려주는 <착한> 친구었고 <음식물 섭취의 특이동적 에너지 작용> 역시 워낙 이상하고 낯선 말이라 혹시 시험에 나올지 모르니깐 외워두라고 분명히 얘기했었건만 친구들은 <절대로> 기억나질 않는다며 혼자 시험 잘 보려고 정작 중요한 건 알려주지 않는 파렴치한 얌체로 나를 매도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내가 시험 직전에 찍어줘서 맞은 문제가 몇개라고 기뻐할 땐 언제고... ㅜ.ㅜ

암튼 그런 사연으로 <음식물 섭취의 특이동적 에너지 작용>이라는 길고도 낯선 말은 내 뇌리에 깊이 새겨져 흐려질 줄을 모를 뿐만 아니라, 식곤증을 느낄 때면 가끔 퍼뜩퍼뜩 떠오르곤 한다.
라면 먹고 졸려서 빌빌대는 지금도 또렷하게 생각나는 걸 보면 퍽이나 인상적인 사건임엔 틀림이 없는데,
과연 저 말은 내가 이상스레 기억했다가 맞혔기 때문에 생각이 나는 것일까, 600분의 1이라는 드문 확률 때문에 기억나는 것일까, 아니면 부당한 친구들의 비난 때문에 억울해서 생각나는 것일까?
ㅎㅎㅎ
어쨌든 결론은 졸리다는 것.
남들 깨어나 하루를 시작할 시간에 그냥 얌전히 쓰러져 자는 것도 모자라 오늘은 라면 끓여먹고 팅팅부어 잠들 생각을 하니 킥킥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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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룡마을 꿈

투덜일기 2008. 11. 12. 17:01

정확히 어딘지는 몰라도 토룡마을은 외국이었다.
벨로와 나는 커다란 마트에서 초콜릿을 마구 골라 카트에 담고 있었다. (아마도 빼빼로데이 전날 정민공주와 마트에서 초콜릿 과자를 골랐던 장면의 흔적인듯 하다)
산타의 자루만큼 커다란 하얀 비닐 주머니의 바닥에 깔릴 정도로만 담긴 초콜릿을 들고 희희낙락 마트를 나서자 밖엔 키드님이 길쭉한 하늘색 올드모빌(몹시 낡았지만 지붕 없는 차였다!) 앞에서 인상을 잔뜩 쓴 채 기다리고 있었다. 쓸데없이 초콜릿을 많이 샀다는 타박을 들으며 우리는 얌전히 자동차 뒷좌석에 벌서는 이들처럼 앉아 어디론가 향했다. (현실과 달리 벨로와 나는 운전을 못하는 모양이고, 자동차 주인도 키드님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키드님의 집.
대저택이나 왕궁은 아니고, 그냥 널찍한 아파트 같은 곳이었는데 군데군데 놓인 여러개의 소파에 앉아 있던 토룡마을 주민들(열명도 넘었는데 다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은 모두 키드님 편을 들며, 벨로와 나의 초콜릿 쇼핑을 비난했다.
더욱이 우리가 쓸데없이 돈이나 쓰러 다니는 동안 그들은 각자 책을 한권씩 들고 앉아 읽고 있었는데
지다님은 표지가 새까만, 제목 글자도 안보이는 책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우리에게 혼 좀 더 나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벨로와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다른 때는 이거보다 초콜릿을 훨씬 더 많이 사도 아무 일 없었다고 구시렁거렸고 여긴 재미 없으니 또 밖에 나가자고 모의했다.
그러나 밖에 나가려면 키드님의 자동차와 운전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키드님은 우리가 또 외출을 하겠다고 하자 붉으락푸르락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또 밖에 가면 아예 내쫓을 거라고 말했다. ^^

그런데 결국 나는 탈출을 감행한 모양으로 다음 순간 홀로 중고 자동차 매장에서 자동차를 고르고 있었다.
나는 옛날 미니쿠퍼를 사고 싶다는데, 거기 있는 자동차들은 죄다 5, 60년대 미국에서 생산된 낡은 픽업트럭이나 뚜껑없는 기다란 차 뿐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동물 털이 열쇠고리에 달린 차키를 받아든 나는 시운전을 해보라는 세일즈맨의 말에 마구 당황했다.
대리운전기사를 불러달라는 내 말에 세일즈맨은 멍한 얼굴을 지었고, 나는 우리나라엔 전화만 하면 대리운전기사가 득달같이 달려온다고 열심히 설명을 했는데 자꾸 말이 꼬여서 (영어였던 것도 같다) 진땀이 났다.

어쨌든 나는 빨리 차를 구해 달아나야 했다. 아니 뭔가 중요한 걸 사러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고 했는데... 그곳이 어딘지 기억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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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커피를 너무 늦게 마셨던 모양인지 오늘 아침엔 동이 트고 나서도 한참 있다가 잠이 들었는데
집 전화벨 소리에 깨어나기 직전에 꾼 꿈이다. 잠결에도 너무 재미가 있어서 잊어먹지 말고 기억했다가 블로그에 써야지 마음먹고는 방금 꾸었던 꿈을 한번 죽 돌이켜 본 다음 이어 꿈을 꾸게 되길 바라며 다시 잠을 청했다.
또 한번 전화벨 소리에 선잠을 깨기는 했지만 토룡마을 꿈은 이어지지 않았고
나는 어디론가 홀로 여행을 떠난 곳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구 헤매고 있었다.


해몽을 해보자면...
토룡마을 회동에 대한 기대심리, 해리님과 이요님이 함께 떠났던 뉴욕 여행에 대한 동경,
다른 주민들에 비해 떨어지는 독서량에 대한 자격지심, 토룡왕국 통치자 키드님에 대한 두려움(?), 초콜릿과 미니쿠퍼에 대한 열망 따위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것이 아닐까.
꿈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기다란 하늘색 올드모빌 앞에서 못마땅한 얼굴로 기다리던 키드님의 표정은 분명 얼굴에 흉터 난 베어브릭과 똑 같았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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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

투덜일기 2008. 6. 13. 11:43
병원과 관계된 일상을 보내다 보면, 무료하게 병실을 지켜야 하는 지루함 때문이 아니더라도 하루가 마냥 길어짐을 느낀다.
새벽 5시, 혈압측정과 혈액채취로 어김없이 시작되는 하루는 매시간마다 좀처럼 조용히 지나가는 법이 없다.
물론 왕비마마의 용태가 수시로 변하여 의사와 간호사들을 긴장시켰던 나날도 있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안정이 된 뒤에도 최소한 1시간에 한번은 혈압을 재든, 회진을 돌든, 혈당을 재든, 청소를 하든, 식사를 가져오든, 링거액을 교환하든지 해서 정신을 쏙 뺀다. 그뿐인가. 오후마다 밀려드는 면회객들.. -_-;;

일찍 찾아오는 병원의 밤시간을 감안해도, 요즘같아선 하루하루 36시간씩 살아내고 있는 기분이고 그만큼 피곤하다. 잠깐 입원했었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 보아도 병원에선 좀처럼 휴식을 취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밤잠을 자는 사이에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간호사들의 야간 방문 때문에 문만 벌컥 열려도 잠이 깨었고, 온갖 병균으로 가득한 탁한 병원 공기 때문인지 감기는 필수였다. 젊은 나도 그러했으니, 왕비마마는 당연히 감기가 심해져 후두염과 기관지염으로 번졌고, 온몸이 종합병원이신 엄마는 이번에도 척추외과, 내과, 정형외과 세 군데의 협진을 받으며 정신을 쏙 빼고 있다.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다가 드디어 어제는 주저앉은 척추에 뼈시멘트를 주입하고 이젠 멀쩡히 앉아 있을 수도 있게 되었으니 퇴원이야기도 슬슬 나오고 있는데, 병원과 의사가 주는 안도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노친네들이 흔히 그러하듯 울 엄마는 일단 병원에 들어가면 나오기를 싫어한다. ^^;

간병인 아줌마를 두고도 처음엔 엄마 적응시키느라, 회진 시간에 맞춰 상담하려고, 또 면회오는 손님들을 맞으러 수시로 병원을 오가다보니, 긴 하루는 여전히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나마 며칠은 집에서 허리 펴고 잘 수 있어서 피로가 좀 풀리긴 했지만, 열흘 넘게 부족했던 잠은 계속해서 빚독촉을 하듯 뒷머리를 잡아당기고 있다. 오늘은 독하게 마음 먹고 저녁 회진 시간까지 일을 하다 갈 작정인데 과연 중간에 불러대는 사람은 없으려나...

정말이지 병원생활은 아무리 자주 해도 적응이 안된다.
몇년씩 병원에서 살다시피해야 하는 환자들과 보호자는 어떻게 견디는지 원.
얼른 평온한 일상으로 되돌아와 엄마 걱정도, 원고마감 걱정도 떨쳐버리고 원없이 실컷 잠이나 잘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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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

삶꾸러미 2008. 2. 27. 17:35
아주 가끔 신경줄이 너무 팽팽해지면 있는 일이긴 하지만 연일 불면에 시달린다.
머릿속이 멍해져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도 도무지 진전이 되질 않는 아침이면
그냥 스르르 누워 5분만에 잠들어야 정상인데
그렇게 누워 몇시간씩 끙끙대다 보면 그냥 오후가 되어 버리는 거다.
36시간도 내쳐 잘 수 있다고 장담하는 자타공인 잠순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원고 마감일도 연장 받았는데...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잠과 식탐은 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불면 때문에 편두통이 생긴것도 모자라 식욕이 없다.
끼니 때를 지나 배가 고프면 화가 나고 공격적으로 변하며 손이 벌벌 떨리는 증상을 갖고 있는 내가
식욕이 없다는 건 매우 이상한 일이다.
오늘 아직 한끼도 먹지 않았는데 배도 안 고프다. 이건 더 이상하다. -_-;;

그리고 가장 이상한 일은 우리집 목욕탕에서 '지렁이'가 발견된 것.
루인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어젯밤 기겁한 일이 떠올랐다. ^^
오래된 옛날 집에 살면 여름 한철 온갖 벌레들과 만나게 되긴 하지만
난데없이 겨울 목욕탕 바닥에 지렁이 출현이라니 어찌나 놀랐던지.

하수구를 타고 올라온 모양이던데 느릿느릿 미끄러운 타일 바닥에서 방황하는 지렁이를 보고는
처음엔 내 눈과 시력을 의심했고
그 다음엔 기겁하며 비명을 지를 뻔했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민하다 열심히 물을 부어 다시 온 길로 돌려보냈다. -_-''

오래된 집이라도 다행히 바퀴벌레와 개미는 출몰하지 않는 반면
여름이면 노린재, 매미, 벌, 이름모를 풀벌레 따위가 날아드는데
그럴 때면 나는 그들을 종이 양탄자에 태워 다시 밖으로 살려보내곤 한다.
그런 기억 때문에 어젯밤엔 지렁이도 어떻게든 집어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퍼뜩
들었는데 그랬다간 얼어죽고 말 것 같았다.

오래된 하수구엔 분명 깨진 틈이 있었을 것이고 그 틈으로 기어오른 것이 하필 우리집 목욕탕이란
얘긴데... 온갖 더러운 물과 비눗물이 내려가는 우리 집 하수구 밑에서 지렁이가 살아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최근에 지렁이를 본 건 작년 여름 하남시에 있는 외삼촌 댁 텃밭에서 감자를 캘 때였는데!

그러고 보니 십수년 전엔 비가 온 뒤 집앞 언덕을 내려가는 일이 참 고역이었다.
여기저기 지렁이들이 길고 뻘건 몸을 뒤틀며 느릿느릿 지나가거나
자동차에 치여 처참한 시체로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비가 온 뒤에도 지렁이를 본 적이 거의 없어 공해 때문에 우리 동네 지렁이들도 죄다
어디로 이사를 갔거나 몰살당했나 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근처 땅속에 살아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상하기 보다는 신기한 일이긴 하지만
목욕탕에 출현한 지렁이. 암튼 별 일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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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삶꾸러미 2007. 11. 29. 21:48

친구가 낡은 노트 한권을 오랜 짐속에서 발견했는데
그 안에 적어둔 글귀와 생각들이 15년 지난 지금 쓰고 있는 논문 주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자신의 집착을 푸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집착이 아닌 것 같다.
그냥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사람의 성향을 반영했을 뿐이겠지.
정말로 사람은 웬만해선 달라지지 않는다.
20년 전에 끼적거린 나의 일기를 들춰보면
요즘 내가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펼친 수다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때도 나는 매사에 투덜거렸고 엄마의 병세를 걱정했고 불확실한 미래를 염려했고,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욕했고 계절이 바뀌는 걸 엄청난 시련인 양 너스레를 떨었고 가끔 외로워했다.
아마 20년 뒤의 나 또한 같은 생각과 고민으로 노년을 보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어차피 같은 생각인것을 굳이 또 뭘 이렇게 끼적대나 싶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매 순간 떠오르는 것들을 시답잖은 수다로라도 풀어내야 마음이 편해지니
천상 나는 수다쟁이일수밖에 없다.

오늘은...
날씨가 어땠는지 밖을 내다보지 않아 모르겠고
온종일 잠에 취해 다저녁때가 돼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터라 아직도 노곤한데
오른쪽 어깨가 뻐근하고 아프다.
어제 조카들과 양말 전쟁을 너무 오래 하고 놀았던 탓이다.
피로 때문인지, 비타민 부족인지 일주일 가까이 찢어져 있는 오른쪽 입가는 아직 낫지 않았다.
종일 잤는데도 또 자고 싶은 걸 보니 긴장도 풀렸고 잠 빚쟁이가 찾아왔나보다.
그래도 난 졸릴 때 행복한, 천하의 잠순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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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투덜일기 2007. 10. 16. 12:56
감기에 관한 한은 좀 미련을 떠는 편이다.
인류의 과학이 제 아무리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다 해도
아직 감기약 하나 못 만들었다는 것이 내가 약과 병원을 마뜩찮게 생각하는 이유다. -_-;;
'감기약'이라고 생긴 것은 모두 증상완화제일 뿐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제는 되지 못하니
그저 감기는 쉬면 낫는다..고 믿는다.

게다가 감기 바이러스란 놈도 아주 야비하고 교활한 녀석이어서
언제 숨어들었는지 모르게 잠복해 있다가 몸이 좀 부실하다 싶으면 옳다구나 본색을 드러내 기승을 부린다.
아... 진짜로 싫은 놈이다!

가을이 왔나보다고 계절을 실감할 무렵부터
감기기운이 조금씩 느껴지긴 했다.
자고 일어나면 목이 약간 아프고 밤마다 밭은 기침이 나오기 시작하기에
나름 열심히 사과와 비타민을 먹어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먹는 걸 잘 챙긴다 해도 잠이 부족하면 효과가 없기 마련.
마감이랍시고 오래 버티기에 들어가느라 며칠 잠을 푹 못잤더니 덜컥 탈이 나고 말았다.

콜록콜록 깽깽거리다 어젠 결국 삭신마저 쑤셔 온종일 누워 빌빌대야 했는데
낮에도 자고 설마 밤에 또 잠이 오랴 싶었는데 또 스르르 잠이 오더니
오늘 아침에야 비로소 머리가 좀 맑아지는 듯하다.

진작 병원에 가서 약을 지어 먹었으면 좋을 것을 미련을 떤다고
엄마한테 잔뜩 잔소리를 듣고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기침감기약과 한약냄새 나는 물약을
먹은 뒤에 그나마 좀 나아진 것이니 면목이 없긴 하다.
약도 약이겠지만 감기란 놈이 풀이 꺾인 건 분명 푹 잠을 잔 탓이렸다.

사실 아직도 잠의 유혹이 몹시 강렬하다.
따뜻한 이부자리에 누워 또 한잠 자고나면 감기란 놈한테 내가 아예 이길 것도 같은데
아직도 꽤 많이 남은 일감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칠 못하다.
이래저래 다 자기관리 제대로 못하는 탓이니 자괴감도 만만치 않다.
왜 이렇게 늘 쫓기듯 사는가 말이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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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꿈

삶꾸러미 2007. 3. 12. 17:02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하루에 꼭 필요한 만큼의 잠을 자주지 않아서 부족한 잠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가
고약한 채무업자처럼 나중에 덜컥 한꺼번에 그 빚을 받으러 온단다.
그래서 커다란 병이나 피로가 생겨난다나.

달콤한 잠을 그 무엇보다 좋아하는 나는 부족한 잠을 빚진다고 생각하는 그 개념이 좋기도 하고 가끔씩 하루쯤 "몰아서" 잠을 자면서도 게으름을 피우는 게 아니라 순전히 빚진 잠을 갚는 건강한 행위라는 자부심을 느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엄마의 입원으로 그간 본의 아니게 아침형 인간으로 살면서 중간중간 자꾸만 깨어나
시계를 확인하고, 혹시나 알람을 끄고 다시 자는 건 아닌가 노심초사했던 나날이 이어졌으므로 당연히 그간 잠이 많이 모자랐나보다.

토요일에 엄마의 퇴원이 결정되고 나서
금요일밤에 다시 병원 보호자 침대에서 쪽잠을 잔 것까지 쳐서
원없이 푹 자고 싶다는 바람을 계속 품었더랬는데,
그제 어젯밤, 이젠 엄마가 안방에 누워 계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했는지
베개에 머리가 닿자마자 잠들어 아침에 알람이 울릴 때까지 정말로 시체처럼 쿨쿨 잤다.
눈을 감았다 싶었는데 뜨고 보니 벌써 아침인 기분...

그러더니 어제는 병원 식사시간에 얼추 맞추느라 일찌감치 아침상 차려드리고 나서 고꾸라져 또 자고 12시 반에 점심상 차려드리고 나서 또 자고....
그렇게 계속 아침잠인지, 낮잠인지 모를 잠을 잤는데
간밤엔 꿈도 꾸지 않더니만--물론 꿈을 꿨어도 기억을 못하는 것이라지ㅎㅎ-- 틈틈이 잘 땐 계속 꿈을 꾸었다.
그것도 이야기가 이어지는 꿈...

입원과 퇴원할 때 꾸렸던 작은 여행가방 때문인지...
그 여행가방을 들고 내가 어디론가 떠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열심히 손을 흔들어 준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가방을 끌며 떠나가는 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깨어나서도, 과연 내가 어디로 떠나려던 길이었을 까 궁금했는데
점심 먹고 나서 다시 잠든 꿈에 그 뒷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국적인 풍경의 어느 길거리 카페.
여전히 여행가방을 옆에 둔 채 나는 지도를 펼쳐놓고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었다.
고흐 그림속 '밤의 카페'의 낮 버전이랄까...
감색 차양이 찬란한 햇살을 가린 탁자엔 작은 꽃화분이 놓여있고
나는 혼자서도 수다스럽고 행복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사실...
4월엔 여행을 꿈꾸고 있었다.
이번에도 늘 가던 캘리포니아 친구네집이긴 했지만, 비행기값이 제일 싼 2, 3월에 예약을 하고 4월 첫주와 둘째주에 훌쩍 여행을 다녀오려 했는데...
이번에도 왕비마마는 내 발목을 붙잡았다.
그나마 엄마가 퇴원해서 참 기쁘기는 하지만, 여행계획이 틀어져서 속상한 건 또 별도의 이기적인 속상함이다.

그래서 떠나는 꿈은 당분간 다시 꿈속에서나 꾸어야 할 형편.
어젯밤엔 다시 어어지지 않았지만, 오늘밤에 잠들면 또 다시 떠나는 꿈을 꾸게 되지 않을까.
친구와 계획했던 멕시코 칸쿤으로 떠나는 꿈.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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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커피를 열잔씩 마셔도 잠엔 전혀 지장 없던 때가 나도 분명 있었는데
서럽게도 이제 커피는 나의 잠을 방해하는 무서운 음료가 되었다.

몹시 피곤해서 몸은 늘어지는데, 정신은 말짱하고 눈물이 찔금찔끔 날 만큼 눈이 아파오는
불면에 시달리는 이유가 커피 때문이라면
나 같은 '전직' 커피귀신도 저녁엔 커피를 멀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제 막내동생이 밤늦게 다녀가는 바람에
유혹에 못이겨 같이 커피를 따끈하게 한잔씩 마시고는
오늘 아침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ㅠ.ㅠ

다시 올빼미의 삶을 이어가고 있으니 새벽에 눕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새벽 6시가 넘어 잠자리에 누워서도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수돗물 소리,
부엌에서 들리는 압력밥솥 딸깍이는 소리,
급기야 아버지가 등산가시느라 준비하시는 소리... 를 모두 들으며
마냥 잠이 와주길 애타게 기다려야 했던 것.
이불속에서 몹시 괴로워하다가 8시 넘어서 까무룩 잠이 들었던가..
다시 9시 알람 때문에 벌떡 일어나 엄마 챙겨드리고
또 한두 시간 자다가 전화받고 어쩌고 하느라 또 깨어냐야 했고...
오후에도 병든 닭마냥 내내 빌빌 조느라 하루를 완전히 망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쳤지 미쳤지..
밤 11시에 왜 커피를 마셨을까. ㅠ.ㅠ
몇 모금만 마시고 말겠다는 애초 작심은 어쩌고 그걸 다 홀라당 마셔버렸는지...
앞으로 다시는 카페인에 만용부리지 말아야겠다.

슬프지만 잠보다 커피가 더 좋은 시기는 확실히 내게도 지나가버렸나보다.
늙기도 설워라커든 고작 커피 때문에 잠조차 안오시나... 으휴.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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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풀이

삶꾸러미 2006. 12. 9. 07:18
'잠풀이'라는 말은 원래 없을 거다.
내가 그냥 '한풀이처럼 잠을 잤다'는 의미에서 생각나는 대로 갖다 붙인 제목이니까.

그저께였나보다.
미친짓하듯 식음과 잠을 전폐하고, 꼬박 하루 이상 매달려 원고 하나를 정리해 넘기고는 마침 저녁약속까지 있는 바람에 36시간쯤 계속 깨어 지냈다.
극도로 민감하고 예민해지는 마지막 그 순간이 되면 잠이 안오는 건 물론이고 먹는 것도 귀찮고 하물며 누가 말 거는 것까지 짜증이 난다. (까칠하기는...)
암튼 그 동안 겨우 2끼를 먹을까말까, 그 가운데 한 끼는 대강 비빔밥을 만들어 갖고 와서
컴퓨터 앞에 앉아 한 숟갈씩 떠넣을 정도였다. -.-;;
암튼, 하기 싫어서 여름부터 마무리를 미루다 미루다 어쩔 수 없이 막바지에 몰린 일이라
끝을 내야 하긴 했으니, 끝낸 것만으로도 기쁘고 장했다.

젖은 휴지처럼 몸이 늘어지긴 했지만
아예 잠을 안 잔 것치고는 스스로 느끼기에도 몹시 양호한 상태로
후배 생일파티를 끝내고 집에 와서도 곧장 쓰러질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제법 버티다가
잠이 들었는데...
ㅎㅎㅎ
그뒤론 정말 시체처럼 늘어졌다.
자고자고 또 자고, 잠깐 눈을 떠 시간을 확인하곤 다시 또 스르르 잠들고..
그렇게 17시간쯤 자고 났더니 찌뿌드드 했던 몸이 날아갈 것도 같았는데
저녁 한끼 먹고 좀 놀다가는 ㅋㅋㅋ
어젯밤 자정도 되기 전에 또 잠이 왔다.

원없이 잠 한 번 자보고 싶다는 나의 소원이 드디어 풀린 듯...
그러더니 오늘 새벽에 "저절로" 잠이 깼다.
원래 잠을 자면 배고픈 줄도 모르는데... (대신에 배가 고프면 절대로 잠이 들지 못한다^^)
새벽 4시반에 눈을 뜨자마자 배가 고팠다. ㅋㅋ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먹고 빵을 좀 챙겨 먹고는, 배가 차면 더 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몸도 이젠 잠이 지겨운가보다.

수면제 삼아 잔뜩 책을 꺼내 읽다가... 포기하고 일어나
또 다시 이렇게 말도 안되게 일찍 하루를 맞았다.

마음 같아선 따뜻한 이불 속에서 더 자고 싶은데^^  잠이 더 오질 않으니
공연히 억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잠풀이가 원없이 됐다는 뜻이라 여겨져 나름대로 흐뭇하다.

머리 맑아지게
그야말로 모닝커피 한 잔 마셔야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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