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

삶꾸러미 2008. 2. 27. 17:35
아주 가끔 신경줄이 너무 팽팽해지면 있는 일이긴 하지만 연일 불면에 시달린다.
머릿속이 멍해져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도 도무지 진전이 되질 않는 아침이면
그냥 스르르 누워 5분만에 잠들어야 정상인데
그렇게 누워 몇시간씩 끙끙대다 보면 그냥 오후가 되어 버리는 거다.
36시간도 내쳐 잘 수 있다고 장담하는 자타공인 잠순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원고 마감일도 연장 받았는데...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잠과 식탐은 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불면 때문에 편두통이 생긴것도 모자라 식욕이 없다.
끼니 때를 지나 배가 고프면 화가 나고 공격적으로 변하며 손이 벌벌 떨리는 증상을 갖고 있는 내가
식욕이 없다는 건 매우 이상한 일이다.
오늘 아직 한끼도 먹지 않았는데 배도 안 고프다. 이건 더 이상하다. -_-;;

그리고 가장 이상한 일은 우리집 목욕탕에서 '지렁이'가 발견된 것.
루인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어젯밤 기겁한 일이 떠올랐다. ^^
오래된 옛날 집에 살면 여름 한철 온갖 벌레들과 만나게 되긴 하지만
난데없이 겨울 목욕탕 바닥에 지렁이 출현이라니 어찌나 놀랐던지.

하수구를 타고 올라온 모양이던데 느릿느릿 미끄러운 타일 바닥에서 방황하는 지렁이를 보고는
처음엔 내 눈과 시력을 의심했고
그 다음엔 기겁하며 비명을 지를 뻔했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민하다 열심히 물을 부어 다시 온 길로 돌려보냈다. -_-''

오래된 집이라도 다행히 바퀴벌레와 개미는 출몰하지 않는 반면
여름이면 노린재, 매미, 벌, 이름모를 풀벌레 따위가 날아드는데
그럴 때면 나는 그들을 종이 양탄자에 태워 다시 밖으로 살려보내곤 한다.
그런 기억 때문에 어젯밤엔 지렁이도 어떻게든 집어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퍼뜩
들었는데 그랬다간 얼어죽고 말 것 같았다.

오래된 하수구엔 분명 깨진 틈이 있었을 것이고 그 틈으로 기어오른 것이 하필 우리집 목욕탕이란
얘긴데... 온갖 더러운 물과 비눗물이 내려가는 우리 집 하수구 밑에서 지렁이가 살아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최근에 지렁이를 본 건 작년 여름 하남시에 있는 외삼촌 댁 텃밭에서 감자를 캘 때였는데!

그러고 보니 십수년 전엔 비가 온 뒤 집앞 언덕을 내려가는 일이 참 고역이었다.
여기저기 지렁이들이 길고 뻘건 몸을 뒤틀며 느릿느릿 지나가거나
자동차에 치여 처참한 시체로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비가 온 뒤에도 지렁이를 본 적이 거의 없어 공해 때문에 우리 동네 지렁이들도 죄다
어디로 이사를 갔거나 몰살당했나 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근처 땅속에 살아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상하기 보다는 신기한 일이긴 하지만
목욕탕에 출현한 지렁이. 암튼 별 일 다 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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