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투덜일기 2007. 10. 16. 12:56
감기에 관한 한은 좀 미련을 떠는 편이다.
인류의 과학이 제 아무리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다 해도
아직 감기약 하나 못 만들었다는 것이 내가 약과 병원을 마뜩찮게 생각하는 이유다. -_-;;
'감기약'이라고 생긴 것은 모두 증상완화제일 뿐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제는 되지 못하니
그저 감기는 쉬면 낫는다..고 믿는다.

게다가 감기 바이러스란 놈도 아주 야비하고 교활한 녀석이어서
언제 숨어들었는지 모르게 잠복해 있다가 몸이 좀 부실하다 싶으면 옳다구나 본색을 드러내 기승을 부린다.
아... 진짜로 싫은 놈이다!

가을이 왔나보다고 계절을 실감할 무렵부터
감기기운이 조금씩 느껴지긴 했다.
자고 일어나면 목이 약간 아프고 밤마다 밭은 기침이 나오기 시작하기에
나름 열심히 사과와 비타민을 먹어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먹는 걸 잘 챙긴다 해도 잠이 부족하면 효과가 없기 마련.
마감이랍시고 오래 버티기에 들어가느라 며칠 잠을 푹 못잤더니 덜컥 탈이 나고 말았다.

콜록콜록 깽깽거리다 어젠 결국 삭신마저 쑤셔 온종일 누워 빌빌대야 했는데
낮에도 자고 설마 밤에 또 잠이 오랴 싶었는데 또 스르르 잠이 오더니
오늘 아침에야 비로소 머리가 좀 맑아지는 듯하다.

진작 병원에 가서 약을 지어 먹었으면 좋을 것을 미련을 떤다고
엄마한테 잔뜩 잔소리를 듣고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기침감기약과 한약냄새 나는 물약을
먹은 뒤에 그나마 좀 나아진 것이니 면목이 없긴 하다.
약도 약이겠지만 감기란 놈이 풀이 꺾인 건 분명 푹 잠을 잔 탓이렸다.

사실 아직도 잠의 유혹이 몹시 강렬하다.
따뜻한 이부자리에 누워 또 한잠 자고나면 감기란 놈한테 내가 아예 이길 것도 같은데
아직도 꽤 많이 남은 일감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칠 못하다.
이래저래 다 자기관리 제대로 못하는 탓이니 자괴감도 만만치 않다.
왜 이렇게 늘 쫓기듯 사는가 말이다.
에효.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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