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룡마을 꿈

투덜일기 2008. 11. 12. 17:01

정확히 어딘지는 몰라도 토룡마을은 외국이었다.
벨로와 나는 커다란 마트에서 초콜릿을 마구 골라 카트에 담고 있었다. (아마도 빼빼로데이 전날 정민공주와 마트에서 초콜릿 과자를 골랐던 장면의 흔적인듯 하다)
산타의 자루만큼 커다란 하얀 비닐 주머니의 바닥에 깔릴 정도로만 담긴 초콜릿을 들고 희희낙락 마트를 나서자 밖엔 키드님이 길쭉한 하늘색 올드모빌(몹시 낡았지만 지붕 없는 차였다!) 앞에서 인상을 잔뜩 쓴 채 기다리고 있었다. 쓸데없이 초콜릿을 많이 샀다는 타박을 들으며 우리는 얌전히 자동차 뒷좌석에 벌서는 이들처럼 앉아 어디론가 향했다. (현실과 달리 벨로와 나는 운전을 못하는 모양이고, 자동차 주인도 키드님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키드님의 집.
대저택이나 왕궁은 아니고, 그냥 널찍한 아파트 같은 곳이었는데 군데군데 놓인 여러개의 소파에 앉아 있던 토룡마을 주민들(열명도 넘었는데 다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은 모두 키드님 편을 들며, 벨로와 나의 초콜릿 쇼핑을 비난했다.
더욱이 우리가 쓸데없이 돈이나 쓰러 다니는 동안 그들은 각자 책을 한권씩 들고 앉아 읽고 있었는데
지다님은 표지가 새까만, 제목 글자도 안보이는 책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우리에게 혼 좀 더 나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벨로와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다른 때는 이거보다 초콜릿을 훨씬 더 많이 사도 아무 일 없었다고 구시렁거렸고 여긴 재미 없으니 또 밖에 나가자고 모의했다.
그러나 밖에 나가려면 키드님의 자동차와 운전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키드님은 우리가 또 외출을 하겠다고 하자 붉으락푸르락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또 밖에 가면 아예 내쫓을 거라고 말했다. ^^

그런데 결국 나는 탈출을 감행한 모양으로 다음 순간 홀로 중고 자동차 매장에서 자동차를 고르고 있었다.
나는 옛날 미니쿠퍼를 사고 싶다는데, 거기 있는 자동차들은 죄다 5, 60년대 미국에서 생산된 낡은 픽업트럭이나 뚜껑없는 기다란 차 뿐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동물 털이 열쇠고리에 달린 차키를 받아든 나는 시운전을 해보라는 세일즈맨의 말에 마구 당황했다.
대리운전기사를 불러달라는 내 말에 세일즈맨은 멍한 얼굴을 지었고, 나는 우리나라엔 전화만 하면 대리운전기사가 득달같이 달려온다고 열심히 설명을 했는데 자꾸 말이 꼬여서 (영어였던 것도 같다) 진땀이 났다.

어쨌든 나는 빨리 차를 구해 달아나야 했다. 아니 뭔가 중요한 걸 사러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고 했는데... 그곳이 어딘지 기억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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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커피를 너무 늦게 마셨던 모양인지 오늘 아침엔 동이 트고 나서도 한참 있다가 잠이 들었는데
집 전화벨 소리에 깨어나기 직전에 꾼 꿈이다. 잠결에도 너무 재미가 있어서 잊어먹지 말고 기억했다가 블로그에 써야지 마음먹고는 방금 꾸었던 꿈을 한번 죽 돌이켜 본 다음 이어 꿈을 꾸게 되길 바라며 다시 잠을 청했다.
또 한번 전화벨 소리에 선잠을 깨기는 했지만 토룡마을 꿈은 이어지지 않았고
나는 어디론가 홀로 여행을 떠난 곳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구 헤매고 있었다.


해몽을 해보자면...
토룡마을 회동에 대한 기대심리, 해리님과 이요님이 함께 떠났던 뉴욕 여행에 대한 동경,
다른 주민들에 비해 떨어지는 독서량에 대한 자격지심, 토룡왕국 통치자 키드님에 대한 두려움(?), 초콜릿과 미니쿠퍼에 대한 열망 따위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것이 아닐까.
꿈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기다란 하늘색 올드모빌 앞에서 못마땅한 얼굴로 기다리던 키드님의 표정은 분명 얼굴에 흉터 난 베어브릭과 똑 같았다. ㅎㅎ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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