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삶꾸러미 2007. 11. 29. 21:48

친구가 낡은 노트 한권을 오랜 짐속에서 발견했는데
그 안에 적어둔 글귀와 생각들이 15년 지난 지금 쓰고 있는 논문 주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자신의 집착을 푸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집착이 아닌 것 같다.
그냥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사람의 성향을 반영했을 뿐이겠지.
정말로 사람은 웬만해선 달라지지 않는다.
20년 전에 끼적거린 나의 일기를 들춰보면
요즘 내가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펼친 수다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때도 나는 매사에 투덜거렸고 엄마의 병세를 걱정했고 불확실한 미래를 염려했고,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욕했고 계절이 바뀌는 걸 엄청난 시련인 양 너스레를 떨었고 가끔 외로워했다.
아마 20년 뒤의 나 또한 같은 생각과 고민으로 노년을 보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어차피 같은 생각인것을 굳이 또 뭘 이렇게 끼적대나 싶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매 순간 떠오르는 것들을 시답잖은 수다로라도 풀어내야 마음이 편해지니
천상 나는 수다쟁이일수밖에 없다.

오늘은...
날씨가 어땠는지 밖을 내다보지 않아 모르겠고
온종일 잠에 취해 다저녁때가 돼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터라 아직도 노곤한데
오른쪽 어깨가 뻐근하고 아프다.
어제 조카들과 양말 전쟁을 너무 오래 하고 놀았던 탓이다.
피로 때문인지, 비타민 부족인지 일주일 가까이 찢어져 있는 오른쪽 입가는 아직 낫지 않았다.
종일 잤는데도 또 자고 싶은 걸 보니 긴장도 풀렸고 잠 빚쟁이가 찾아왔나보다.
그래도 난 졸릴 때 행복한, 천하의 잠순이다. ㅎㅎ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