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블로그 아닌데'에 해당되는 글 27건

  1. 2013.03.05 2월에 놀고먹고
  2. 2013.01.18 올림픽 수제비 10
  3. 2012.09.14 몸 생각 2
  4. 2012.09.08 달걀 삶기 8
  5. 2012.08.17 장아찌 9
  6. 2012.05.22 친구의 밥상 15
  7. 2012.02.29 이번엔 깍두기 3
  8. 2012.02.08 뜬금없이 팥죽 6
  9. 2011.09.02 달콤함이 필요하다 13
  10. 2011.08.01 따라하기 요리 - 홍대 고엔 16

2월에 놀고먹고

놀잇감 2013. 3. 5. 16:46

3월 중엔 어쩔 수 없이 슬슬 일을 시작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2월엔 그야말로 참 열심히 놀고먹었다. 머릿속도 좀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기대만큼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전시는 세 개나 봤잖니. ^^; 처음엔 다 따로따로 포스팅할 작정이었으나 벌써 다 기억이 가물거려 대강 기록만 해둘 요량이다. 안 그러면 몇달 지난 뒤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져버릴 지도 모르니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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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이라고 쓰기는 하지만 아직도 2013년 1월이라는 게 적응이 안된다) 스팅공연 보러 간 날, 전날까지만 해도 방이동과 몽촌토성역 근방의 '그럴듯한' 맛집 후보지 중 한 군데를 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난데없는 폭설로 일단은 전철 타고 올림픽공원 근처에 가 아무거나 먹자는 쪽으로 급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공원 내 공연장을 자주 다녀보는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그 바로 주변 상가엔 먹을 만한 밥집이 별로 없다. 역 바로 앞에 버젓이 올림픽아파트 상가가 있지만 대규모 공연이 있는 날 그 근처에서 제일 장사 잘 되는 집은 햄버거집이랑 편의점일 정도다. 입맛이야 상당히 주관적인 잣대일 수밖에 없지만 어쨌거나 내가 보기엔 딱 한 군데 의외의 보물같은 맛집이 있으니, 올림픽 상가(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으나 암튼;;) 지하에 있는 올림픽 수제비다.

 

몇해 전 여름, 수제비 좋아하는 후배가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온 집이었는데 처음엔 길을 잘못 들어서 허름한 지하주차장을 가로질러 반대편 마트를 마구 헤매다 찾아간 바람에 첫인상이 좋지 못했다. 그야말로 시장통 분식집 느낌. 그런데 나온 음식을 보니 선입견이 쏙 들어갔다. 해물이 완전 싱싱해!

 

해물 수제비의 위용. 반죽에도 채소를 갈아 넣었는지 초록빛이 난다

간도 슴슴하니 내 입맛에 딱이었고 자극적인 조미료맛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의 맛이라는 감이 팍 다가왔다.

무슨 메뉴를 시키든 볶은밥을 앙증맞게 김에 싸서 나오는 에피타이저가 나오는데 배고픈 김에 얼른 집어먹고 사진도 못찍었을 정도였다. 김치랑 깍두기도 맛있었고...

 

바지락 칼국수와 해물 수제비를 하나씩 시켜놓고 먹었는데, 짜지 않은 생물 바지락(싱싱하지 않은 바지락은 대부분 엄청 짜다;;)이 풍성하게 들어간 칼국수 사진 역시 남기지 못했다.

 

이후 올림픽 공원에서 공연이 있을 때마다 입맛을 다시며, 재차 가보려했으나 기회가 닿질 않았었는데 스팅 공연보러간 날 일행들과 뜻이 맞아 다시 가게 된 터였다. (스팅을 만나러 가는 날이니 일행들은 이왕이면 좀 더 그럴싸한 메뉴를 먹고 싶어하는 눈치여서, 올림픽 상가 1, 2층 식당을 뺑뺑 돌고 난 뒤이긴 했다;; ㅋㅋ)

 

이젠 맛있다고 소문이 많이 나서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날 역시 한산한 분위기였다. 시장통 같은 지하 식당가 반찬집 옆에 있는 위치 때문일까나? 어쨌든 나야 맛있으면 장땡. 벽에 붙은 메뉴를 보니 통영인가 여수에서 직접 가져온다는 굴로 만든 굴국밥이 계절메뉴로 새로 등장해 있었다. 굴이라면 익혔든 생으로든 다 좋아하는 사람들이므로 해물수제비와 함께 일단 시키고 봤다.

 

왼쪽 사진 위에 보이는 시커먼 물체가 1인당 2개씩 나오는 볶음밥 김쌈(?)이고, 오른쪽 사진이 정신없이 퍼먹다가 아차 하면서 찍어 자못 민망한 굴국밥이다. 익힌 굴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굴 넣고 끓인 미역국도 좋아하기 때문에, 이날 이집에서 부추와 두부를 곁들인 시원한 굴국밥을 먹어본 뒤로는 계속 집에서 해먹어봐야지, 해먹어봐야지 한달 넘게 다짐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드디어 며칠 전, 굴과 부추를 사다가 시도해보았다! 당연히 그날의 전문가스러운 맛은 내지 못했지만 다시마와 무와 멸치로 낸 다시 국물에 굴과 부추와 두부를 넣어 끓인 뒤 밥에 부어 먹었더니 캬... 겨울 별미로 딱이었다. 한번 더 가서 먹어보면 완벽하게 비슷한 맛을 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음... 이거 먹겠다고 엄동설한에 남의 동네 지하상가엘 가자니 좀 민망한 느낌. ^^;;

 

찾아갈 때마다 계속 헤맸지만 그날 주인아저씨의 안내로 직통 출입구를 알아두었으니 이젠 헤매지 않고 단번에 찾아갈 자신도 있다. 반원형으로 생긴 올림픽 상가 건물 입구로 들어가지 말고, 상가 앞 광장 왼쪽 귀퉁이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 곧장 건물지하로 들어가면 코앞에 올림픽 수제비가 있다.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도 친절하시고 싱싱한 재료로 만든 음식도 정갈하니 앞으로 올림픽공원에 갈 일 있으면 무조건 고민 않고 이 집으로 밥먹으러 갈 작정이니 부디 오래오래 번창하길 빈다. 오늘따라 저 해물 수제비가 몹시 먹고 싶어서 눈요기라도 하려고 시작한 포스팅인데 이거 좀 과한 홍보인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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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생각

식탐보고서 2012. 9. 14. 02:18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 스스로도 영문을 모르게 멍한 상태가 되어 뒹굴뒹굴 컴퓨터 전원을 이삼일 씩 안 켜고 지낸 날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래도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있다는 걸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공부 좀 하자면 먼저 늘어놓은 책상정리에 몇 시간 땀을 빼고서야 본격적으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일 수 있었던 습관은 참 안 변한다. 원래도 책상과 친해지기가 참 힘든 인간이었구나 내가. 그에 비해 평생을 통틀어 나와 가장 친한 공간은 아무래도 구들장이 아닐는지.

 

몹시 뜨거웠던 여름 내내 더워서 몸 움직이기가 싫어서 그렇지, 별로 입맛을 잃거나 굶거나 한 적은 없었는데 오히려 찬바람 불면서 식욕이 떨어지고 다 귀찮아졌다. 먹고 사는 게 새삼 왜 이리도 구차한지. 그래서 게으름이 시키는 대로 가능하면 하루에 한 두끼만 대충, 잠도 아무때나 불규칙하게 자고 막 살며 몸을 좀 학대했더니 중년의 육신은 대번에 반항을 했다. 파르르 감기기운이 돌면서 목도 아프고 기진맥진, 좀체 카페인발도 안받고 말이지...

 

앗 뜨거라 싶어지면서 결국 손해보는 건 나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다시 열심히 해먹고 사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다. 중늙은이 상늙은이 할 것 없이 제 몸 생각 하느라 벌벌 떠는 태도는 참으로 숭하던데, 내가 그러고 앉았다. 남 욕할 거 하나도 없다. 숭하거나 말거나 어쨌든 물 대신 오미자 우려먹고, 배숙 끓여 먹고, 밤참으론 빵조가리 대신 수프도 끓여먹으며 땀냈더니 금세 비실거리던 기세는 떨어져나갔다. 역시 나는 밥심으로 사는 유형. 배숙과 수프는 인터넷 검색해서 참고했으니 적어놨다가 나중에 다시 써먹을 요량으로 기록한다. 아침에 기침 나오고 목 아프다던 노친네도 배숙 이틀 마시고 원상복귀됐다. 플라시보 효과인지 진짜 효험인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기특하다.

 

<배숙>

큼지막한 배 1개, 생강 큰 거 1뿌리, 대추 열알쯤, 통후추 약간, 꿀 약간

 

1. 배는 12등분해서 껍질을 깐다.

2. 생강은 껍질을 까서 대충 저민다.

3. 커다란 냄비에 물을 붓고 껍질깐 배와 생강, 대추, 통후추를 넣고 중불에 끓여 물이 절반 쯤 줄어들 때까지 장시간 곤다.

4. 노르스름한 색깔로 잘 고아지면 꿀을 적당히 넣는다.

 

뜨거울 때 마셔도 좋고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식혀 먹어도 좋은듯.

기침엔 배도 다 건져 먹어야 좋다는데, 설컹설컹 익은 배를 먹는 느낌은 좀 고약하다. ㅋ

 

 

 

 

 

 

 

 

<마녀수프?>

냉장고에 있는 온갖 채소(감자, 양파, 당근, 가지, 샐러리, 브로콜리, 토마토), 버터 약간, 카레가루 약간, 소금 약간.

 

1. 온갖 채소를 잘 씻어서 큼직큼직하게 잘라 냄비에 넣는다.

2. 버터를 약간 넣고 볶다가 물을 한두 컵 붓고 끓인다. (다이어트를 위한 진짜 마녀수프라면 버터에 볶으면 안된다. 올리브오일을 쓰라던가.. 하지만 나는 맛이 중요한 사람이니까;;)

3. 채소가 물렀다 싶으면 카레가루 약간 넣고 소금도 원하는 만큼 넣는다. 나는 둘 다 거의 넣는 시늉만 했음.

4. 나름 그루통이랍시고 토스트빵을 잘라 넣어보았으나 에러... ㅋㅋ 그냥 따로 먹는 게 낫다.

 

두번째로 퍼먹을 땐 영양을 생각해 치즈 한 장 얹어 먹었다. 당근 빼곤 내가 다 좋아하는 채소들이라 딱 기대했던 맛이 났다. 자연스레 달착지근하면서도 담백한 맛이랄까. 비타민 완전 충전형 야채수프라고 생각하면서 땀내고 먹고 났더니 감기기운 똑.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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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삶기

식탐보고서 2012. 9. 8. 22:26

찬물에 열심히 헹궈 식히지 않아도 껍질이 잘 까지는 달걀 삶기 비법을 쌘이 블로그에서 전수받아 오늘 시도해봤는데

정말이었다! 완전 신기하여라. 방법은 물의 양을 한 국자, 75ml 정도만 냄비에 넣고 달걀을 중불에 뚜껑 닫고 6-7분 삶다가, 뚜껑을 덮은 채로 반숙은 3-4분, 완숙은 다시 6-7분 놓아두는 것. 물을 그렇게 조금 바닥에 깔릴 만큼만 넣고 달걀을 삶는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으나, 결과물은 정말로 신기했다.

 

달걀 삶아서 껍질을 매끈하게 잘 까려면, 갑자기 찬물에 담가서 껍질의 부피를 확 줄여 중간에 공기층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왕이면 얼음물에 담그라고 하는 조언을 오래 전 요리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어 나름 찬물에 헹궜다가 찬물 틀어놓은 수도꼭지 아래서 까보아도 성질 급한 나는 종종 우툴두툴 살점이 떨어지게 만들곤 했다. 그뿐인가, 냉장고에서 달걀을 바로 꺼내 냄비에 넣고 삶으면 왜 꼭 터져서 내용물이 질질 새어나오는지! 냉면 먹을 때야 옆구리 좀 터진 삶은 달걀을 얹어도 상관없지만, 장조림 같은 거 하려고 여러 개 삶을 때 터져버리면 참 난감했다. 삶을 때 터지지 않아도 껍질 까면서 우툴두툴 살점 떨어진 달걀은 장조림을 해놓아도 당연히 볼품 사납다.

 

달걀을 삶는 도중 껍질이 터져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을 나름 찾아보니 몇 가지가 있었다.

- 물에 소금을 넣고 삶을 것. 소금 성분이 단백질을 응고시킨다고.

- 불을 너무 세게 하지 말 것. 약불로 시작해 중불로 불 조절 필요. 냉장고에서 나온 차가운 달걀이 급격한 온도변화를 견디지 못해 급팽창하는 것이라나.

- 달걀이 완전히 물에 푹 잠기지 않도록 약간 숨구멍을 허락할 정도로만 물 양을 조절할 것. 뜨거워진 공기가 새어나올 구멍이 필요하다고.

- 삶는 도중 냄비를 흔들어 안에 든 달걀을 몇 번 굴려줄 것. 온도를 골고루 퍼지게 함과 동시에 노른자 위치도 정중앙에 놓이는 이점이 있음. 

 

그리하여 달걀을 터지지 않게 삶는 경지에는 오를 수 있었으나 살점 안 떨어지게 껍질 까는 것은 최근까지도 나에게 어려운 숙제였다. 웬만한 요리는 어깨너머로 보고도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삶은 달걀 하나 매끈하게 못 깐다는 게 때로는 자존심이 상할 정도. ㅠ.ㅠ 찬물에 여러번 헹구면야 물론 나도 매끈하게 깔 수 있지만, 후닥닥 30분 미만으로 점심 준비하면서 냉면 사리와 달걀을 동시에 삶고, 오이채 준비하고 상차림까지 완비하려면 일사천리로 쉴 새 없이 과정이 진행되어야 직성이 풀린다. 대개는 앗 뜨거라 하면서도 수도꼭지 아래서 후딱후딱 삶은 달걀 껍질을 까다보니...

 

째뜬 쌘이의 비법대로 오늘 삶은 달걀은 찬물에 한번만 헹구고 뜨거운 채로 막 까도 확실히 껍질이 잘 벗겨졌다. 물에 담가 끓이는 편보다 온도변화가 더 빨라서 내용물의 부피가 확 주는 모양인지, 톡톡 깨뜨려보니 공기구멍이 보통 물에 푹 담가 삶을 때보다 훨씬 컸다. 알고 보면 달걀 삶는 것뿐만 아니라 요리의 모든 과정에도 이토록 놀라운 과학의 비밀이 숨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염장 음식은 삼투압 현상을 이용해 재료의 수분 양을 줄이는 원리일 것이고, 밥만 해도 쌀의 녹말 형태를 변형시켜 부드럽게 만드는 화학작용이 아니겠나. 대대로 내려오는 손맛과 전통 같은 것이야 과학 따위가 끼어들 틈도 없이 그저 정성과 세월의 힘이라고 믿지만, 나 같은 식탐형 얼치기 요리사는 확실히 요리법과 함께 원리를 깨쳐야 납득을 잘하는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도 내 손으로 꿈쩍여 먹고 살려면 배워야할 게 또 얼마나 많을까. 어차피 사람은 평생 배우며 살아야한다지만, 껍질 매끈하게 벗겨지는 달걀 삶기 비법을 사십대 중반에 비로소 깨닫고 좋아라 흥분했다고 생각하니 실소가 나온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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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찌

식탐보고서 2012. 8. 17. 01:59

ㅋㅋ 한꺼번에 폭풍 포스팅이다. '레시피' 들어가는 영화 후기 쓰고 보니 생각난 게 있어서 또...

 

노년의 엄마는 살림을 손에서 놓은지 오래됐으면서도 철철이 찾아오는 주부 본능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다. 햇마늘 나오면 꼭 한두 접 사야하고, 가을에 태양초 고춧가루 누가 고향에서 가져다 판다고 하면 또 막 사고 싶어한다. 김치도 안담그면서 대체 왜!! 보관 문제도 그렇고 쓸데없이 일 벌이는 걸 완전 싫어하는 내가 방방 뜨면서 극구 말려보기는 하지만, 나의 투정쯤은 금세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지 올해도 또 햇마늘을 사들였다. 그것도 두 번이나!

 

시위의 방편으로 나는 마늘까기에 손도 대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혹시라도 다 썩어서 버리게 되면 쓰레기 치우는 건 내가 담당하겠노라고 악담을 했다. 그랬더니 이 노친네 몇달에 걸쳐서 가끔씩 마늘을 까고 또 까고... 현관 근처에 봉지째 굴러다니던 두 접의 마늘까기가 오늘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v 다 내가 구시렁구시렁 투덜투덜 악담을 추임새로 넣은 덕분에 엄마가 오기로 다 깐 게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1차로 깐 마늘을 처리는 해야하니 어쩌겠나. 한달 전 쯤 소량으로 장아찌를 담갔다. 예년에도 시도했지만 막상 또 담가놓으면 잘 드시지도 않는다. 맵고 아리다나 뭐라나. 내 실력 부족 탓으로 덜 삭혀서 그런가 싶어 요번엔 내맘대로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제대로 찾아보고 시도를 했는데, 결과물이 제법 흡족하다.

 

간장 달여서 붓자마자 찍은 것

냉장고에 보따리 보따리 깐마늘 봉지가 점점 늘어가니 일부는 다져서 냉동실에 넣는다고 해도, 또 한번 마늘장아찌를 담가야할 것 같아 한달 전의 기억을 더듬어 적어놓기로 했다.

 

싱겁고 덜 달게 만들어야 하니 검색해본 방법 그대로 적용한 게 아니라서.

 

<마늘 장아찌>

마늘, 간장, 식초, 물, 설탕, 매운고추.

 

1. 깐마늘은 잘 씻어 채에 건져 물기를 말린다. 통째로 담가서 껍질을 발라 먹는 방법도 있지만 우린 그렇게 담가놓으면 귀찮아서 누군가 손으로 죄다 발라주어야 하기에, 그 노동은 내 몫이 될 게 뻔하기에 알마늘로 담근다.

 

2. 예년의 경험상 햇마늘은 특히나 단단하고 매워서 잘 안 삭는 것 같아 이번엔 굵기가 굵은 녀석들은 절반, 또는 삼등분으로 저몄다. (그러느라 손 매워 혼났다. 비닐장갑 사용 추천;;)

 

3. 검색해보니 대체로 간장과 식초, 물, 설탕의 비율이 1:1:1:1이었으나, 그럼 너무 달고 짤 것 같아서 설탕의 양은 얼추 1/3로 줄였다. 간장에도 단 맛이 있으니까.

일단 식초와 물, 설탕의 비율을 1:1:0.3의 비율로 촛물을 만들어 사나흘 정도 마늘을 담가놓는다. 마늘이 잠기도록... 혹시 뜨는 걸 방지하기 위하여 종지를 엎어 두었다. 하얀 마늘이 연두색으로 변해가는데 연두색이 꽤나 진해져야 매운 맛이 다 빠지는 것 같다.

 

4. 식촛물을 냄비에 따르고 간장은 처음 넣은 물과 식초의 7할(이라지만 사실 정확하지 않다. 반컵보다 약간 더 많았음)  정도의 비율로 넣고 끓인다. 이 때 매운 고추도 몇 조각 투척. 칼칼한 맛이 더해진다.

 

5. 오이지 담글때도 그렇고 나로선 이해가 잘 안되지만 팔팔 끓여서 식힌 간장촛물은 뜨거울 때 그대로 마늘에 붓는다. 그래야 아작아작하다고. (상식적으론 겉이 익어 물러질 것 같은데 왜 더 아작아작해질까나;; ㅋ) 그러니까 보관용기는 당연히 유리로 해야할 듯. 팔팔 끓인 물로 병을 소독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어차피 양도 적고 냉장고에 넣고 먹을 거라 소독 같은 절차는 생략했다. 

 

6. 간장농도가 짙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상온에서 열흘 쯤은 두어야 먹을 수 있을 만큼 맛이 드는 것 같았다. 오래 보관해두고 먹으려면 중간에 장을 한번 더 따라서 끓여 부어야 한다고.  

 

 

마늘에서도 좀 수분이 나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간장촛물이 좀 남았는데 버리기엔 아까워서 앙파 장아찌도 같이 담가보았다. 근데 울 엄니, 부드러운 양파 장아찌를 더 잘 드신다. ㅋㅋ 어쩔 수 없이 계속 양파 두세개 씩 담그고 있는 중.

 

 

<양파 장아찌>(라지만 피클에 가까운 것도 같다)

양파, 간장, 식초, 물, 매운 고추.

 

1. 양파를 씻어 적당한 크기로 집어먹기 좋게 자른다.

 

2. 양파는 단맛이 있으니 설탕 생략. 간장:식초:물을 0.7:1:1의 비율로 냄비에 붓고, 냉동실에 잘라 넣어둔 매운 고추 몇 조각 투척해 파르르 끓여 부으면 끝. 하루 이틀이면 곧바로 먹을 수 있다. 날로도 먹으니까 굳이 삭힐 필요도 없고, 피클 담글 때를 생각하면 간장을 끓여 부을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어쨌든 더 아작아작해진다니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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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밥상

투덜일기 2012. 5. 22. 17:26

입던 옷차림에 슬리퍼를 대충 끌고 아무때나 스스럼없이 집으로 놀러가도 좋을 동네 친구는 이제 없다. 여전히 '우리집으로 놀러와'라고 말하는 친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선뜻 나서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 나만해도 몇년 전까진 아주 가끔 친구가 집으로 놀러오는 일이 있었으나, 조카들 놀러오는 것도 귀찮은 마당에(!) 친구가 집으로 오는 건 이제 손사래를 치며 말리고 싶다. 무엇보다도 청소하기 싫엇!

 

내 입장에선 차라리 그냥 밖에서 만나서 수다떨고 밥먹고 차마시는 게 훨씬 편하고, 전업주부든 아니든 친구들도 대개 내 의견에 동감한다. 혹시 아이가 어리다든지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서 집에서 모이게 되더라도 밥은 반드시 나가서 먹거나 시켜먹는 것이 대세. 그렇더라도 나로선 한끼니 내 손으로 안챙겨도 해결되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다. 누군가에게 집밥을 대접받는다는 것은 언감생심 황공무지한 일이 된지 오래. 사실 나는 매주 수요일마다 동생네 집에 가서 큰올케가 해주는 집밥을 얻어먹으며 황송해한다. 밥을 얻어먹었으니 설거지는 내가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더러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생기면 시누이 노릇이고 아니고를 떠나 똑같이 지겨운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사람으로서 양심이 저릿저릿 하는 것 같다.

 

암튼 집밥의 귀중함을 알기에 누구에게든 함부로 청할 수도 없고 기대도 하지 않으며 누가 해준다고 하면 일견 부담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최근 그런 귀한 집밥상을 친구에게 연달아 받는 일이 생겼다. "요리 내가 했으니 설거지는 밥값으로 니가 해!"라고 하는 친구들도 아니어서 나는 그야말로 황송하고 감격했다. 귀찮게 나가서 먹지 뭘 밥을 했느냐고, 괜한 빈말이 아니라 정말 미안해하던 나에게 그들은 좋은 사람을 위해 차리는 밥상은 전혀 피곤하지도 귀찮지도 않다는 대답으로 나를 더욱 민망하게 했다. 나는 매끼니 밥상 차리면서 노상 인상 구기고 툴툴대는 인간인데...

 

확실히 그들은 나와는 다른 유형의 인간이 틀림없다고 여기며, 괜한 죄책감까지 품지는 않을 작정이지만 사진을 담아둔 김에 고마움과 자랑을 겸한 포스팅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셋 다 내가 이런데다 자기네가 차려준 밥상 사진을 올리고 주절대는 짓거리를 하고 산다는 건 모르고 있으니 금상첨화. 친구가 해준 요리 중엔 참고 삼아 나중에 해먹어도 좋을 것들도 있으니 여러모로 유용한 기록이 될 거라 믿는다.

 

밥상1.

이중에 나도 시도해본 건 냉이무침과 새싹채소 샐러드. 뒷줄 왼쪽, 삼치를 밀가루 입혀 굽고 데리야끼 소스를 끼얹은 건 한번 해먹어보고 싶은데 귀찮아서 잘 안된다. 소금구이로도 맛있는걸 뭐! 그날 친구의 냉장고엔 이 요리를 위한 레시피 적힌 종이가 매달려 있었다. 친정엄마가 해주셨다는 김치 두 종류 말고는 따끈한 잡곡밥까지 죄다 신선한 반찬. 과연 몇시간을 공들여 차려낸 밥상일지 감개무량.

 

밥상2 

당연히 밖에서 사먹을 거라 생각했다가 집으로 데려가는 바람에 놀랐던 두번째 친구의 밥상은 사진 한장으로 담을 수가 없었다. 내가 도착한 순간 씻어놓았던 쌀로 돌솥에 밥을 앉히고 중탕으로 계란찜까지... 죄다 냉장고에서 꺼낸 밑반찬이라 손 가는 거 하나 없었다고 극구 주장했지만, 중탕 계란찜도 누룽밥도, 부추전도 저절로 되는 요리는 아님을 내가 왜 모르나. 우리집 계란찜은 늘 전자렌지에 뚝딱 해먹지만, 그냥 내버려두면 퍽퍽하고 딱딱해져서 계란찜 메뉴로 눌러놓고도 틈틈이 휘저어주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날 밥 한공기 다 먹고 누룽밥까지 과식한 바람에 위가 아파서 저녁은 굶어야 했다. ㅎㅎㅎ

 

밥상3

 

이날도 저 수북한 밥그릇 좀 봐라. 원래 집에서 먹는 양은 저 절반쯤 되는데... 밖에만 나가면 꾸역꾸역 참 잘도 먹는다. 따끈따끈한 새밥은 정말 그냥 밥만 씹어도 맛있다는 걸 이제 나도 아는 나이랄까... ㅠ.ㅠ 이 친구네 냉장고 안엔 밑반찬이 단 한 개도 없고, 매끼니 새로운 반찬을 즉석에서 해먹는 걸로 유명하다. 가운데 있는 건 맵지 않게 끓인 닭볶음탕이고, 부추 샐러드와 부추전도 내가 보는 앞에서 금세 뚝딱 만들어냈다. 여덟살 짜리 아들놈이 초록색 부침개를 좋아해서 부추를 갈아 체에 걸러 놓았다가 저렇게 앙증맞은 부추전을 부쳐먹는단다. 켁... 가서 울 엄마 부쳐드리라고 초록색 반죽을 준다고 해서 급사양했다. 울 엄마가 애기도 아니고! 이 다음날 부추 사다가 부추가 잔뜩 씹히는 두번째 밥상 속 부추전을 만들어 먹고, 남은 생부추는 비빔국수에 넣었더니 엄만 안 씹혀 못먹겠다고 하셨다. 결과적으로 들기름과 간장 들깨로 버무린 향긋한 부추샐러드는 우리집에선 못해먹을 음식이란 의미. 대신에 닭볶음탕을 그렇게 간장에 청양고추만 조금 넣고 안동찜닭처럼 해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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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식탐이 많아 엥겔계수가 높은 편이지만 요샌 장보러 마트가기가 정말 겁날 정도다. 다른 건 몰라도 과일과 채소는 넉넉히 사와야 마음이 뿌듯한데 설날 이후로 계속 어찌나 비싼지! 원래도 이맘때면 끝물이긴 하지만 그래도 겨울 과일 중에 제일 만만한 귤은 별 부담없이 먹고 살았던 것으로 기억하나, 요즘 귤값은 거의 금값이다. 100g에 무려 870원. 멋모르고 담다보니 귤 한개당 거의 천원꼴이더라. ㅠ.ㅠ 예전엔 5천원어치만 사도 한보따리라 막 물러져 버리곤 했는데...차라리 한통에 만원 하는 딸기가 더 싼 느낌. 매번 사오는 친환경 양배추도 너무 비싸서 반통씩 사오고, 푸성귀 나물도 무서워서 잘 못담아오겠다. 달달한 맛이 일품인 섬초 시금치나 국산 표고버섯 좀 봉지에 담으면 막 만원이 넘는다. 어휴...

부자나라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더 뚱뚱한 건 영양가 따져 먹을 형편이 아니라 늘 값싼 정크푸드만 먹기 때문이라는데, 이 추세라면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마트에서 제일 싼건 10개씩 담아 꾸러미로 파는 스팸, 참치 같은 통조림류 아니면 라면류인 듯. 할머니랑 오래 살아서 할머니 입맛이라는 평을 자주 듣는 나는 종종 도라지 나물, 고사리 나물 이런 게 막 먹고 싶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며칠 전 장보러 가서는 100g 당 가격을 보고 기가 막혀 포기했다. 불려놓은 국산 고사리가 100g에 2800원! 켁... 차라리 고기라면 몇만원 주고라도 사오는 게 익숙한데, 아무리 농사가 어렵고 일손이 많이 간다고 해도 나물 반찬이 한번 해먹을 분량에 만원을 넘기는 건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

그래도 물가보다 나의 노동력이 더 비싸다고 우기며 김치도 종*집 포기김치를 한 봉지씩 사다먹는 형편이니 이렇게 투덜댈 자격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며칠전부터 뜬금없이 깍두기가 먹고 싶어 또 종*집 깍두기를 한 봉지 사다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헌데 막상 손바닥만한 깍두기봉지 하나의 가격을 보고는 차마 집어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죄다 국산 농산물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한 보시기밖엔 안나오겠던데 8천원쯤 하던가... (이러면서 또 나가선 한끼 만원 넘는 음식도 막 사먹는 소비의 모순;;) 머뭇거리다 그냥 뒤돌아서려니 <제주무 990원>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지난번의 절반가격! 좀 시들시들해서 반값에 처분하는 모양이었다. 까짓것 깍두기 내가 한 접시 담아주마 하는 호기로운 생각으로 한통 집어들었어도, 집에 와서는 좀 망설였다. 아 왜 가사일 싫어하면서 일거리를 사서 만드냐고! 그러나 깍두기는 먹고 싶으고... 에이 빌어먹을 이놈의 식탐.

해서 무국 끓일 1/3토막은 남겨놓고 겨우 700원어치 정도의 무로 어제 깍두기를 담갔다는 것이 별것도 아닌 이 포스팅의 결론이다. 알량하게 두세 그릇 분량이긴 해도 무조건 맛있어야 하니까, 새우젓도 넣고 찹쌀풀도 끓여넣고 매실청도 넣었다. 일부러 자작하게 국물도 만들어 부었는데 오늘 보니 생각보다 국물이 많이 나와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익었나 안익었나 종일 몇번이나 집어먹어본 느낌으로는 꽤 맛있을 것 같다. ^^v 

내 생애 처음인가 아닌가 잘 생각도 나지 않는 깍두기를 담그며 자랑스레 사진을 찍고 보니, 점점 구차하고 비루한 아줌마스러운 블로그로 변해가는 것을 자인하는 포스팅이 되겠구나 싶었다. 이런 거로라도 포스팅 갯수 올리는 게 잘하는 짓인지 한심한 노릇인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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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이표 붙은 악보처럼 절기별로 반복되는 내 인생. 기시감이 들 만큼 작년 대보름날과 똑같이 콩닥콩닥 몸을 놀려 오곡밥과 나물을 해먹었고, 작년과 똑같이 남은 팥으로 알량하게 팥죽을 쑤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좀 더 야심차게 찹쌀도 불려넣고 새알심도 만들었다는 것.

그러나 참고한 레시피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옛날의 기억을 떠올려 만든 팥죽은 절반의 실패였다. 삶은 팥을 체에 걸러서 거친 껍질을 빼야한다는 건 알았지만, 껍질 영양분과다설을 신봉하는 사람으로서 통팥을 그냥 사용한 건 좋았는데 새알심이 문제였다. 맵쌀가루를 뜨거운물로 개어 익반죽을 해야한다는 것까지는 잘 기억하고 있었고, 동글동글 내 입에 딱 맞게 작은 새알심을 빚은 것도 훌륭했다. 그러나... 새알심을 끓는 물에 먼저 삶아 팥죽에 넣었어야 하는 것을 그냥 투하했더니만 당최 익어야 말이지. 하는 수 없이 건져내 끓는 물에 다시 삶아보았으나 이미 회복불가였다. 딱딱한 새알심 때문에 낑낑거리며 문득 네이버 웹툰 <역전야매요리>가 생각났다. 작가에게 소재로 쓰라고 알려줄까보다. 킥킥. 손수 팥죽을 끓여본지 30년쯤 된 엄마는 아마도 새알심 반죽이 너무 되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진실인지 확인할 순 없었다.

안씹히는 건 아니지만 쫄깃쫄깃 보들보들한 새알심과는 영판 다른(마치 절반쯤 굳은 가래떡 씹어먹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딱딱한 새알심을 씹어야 했지만, 그래도 소금과 설탕을 소량씩 넣은 팥죽의 맛은 그럴듯했다(고 주장;;). 요즘은 정말 순전히 먹으려고 사는 인간 같아 민망스럽다. 그러면서도 굳이 여기 적어두는 건 내년에도 반복되기 십상인 대보름날 팥죽 타령의 실패를 막기 위함이다. ㅋ

조명이 어두워 누런 밀가루처럼 나왔지만 엄연히 새하얀 쌀가루로 만든 새알심

새알심이 딱딱하거나 말거나 밤참으로 처묵처묵 방금 끝장낸 팥죽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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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요즘 세상이 너무 쓰디써 달콤함이 몹시 필요하다.

언제고 내가 꼭 내려가 살고 싶은 제주도에 난데없는 해군기지 건설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강정마을엔 결국 오늘 공사강행이 시작된 모양이고, 아나운서를 꿈꾸는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에서 축출됐던 강용석의 국회의원 제명은 똑같은 놈들의 비호로 부결되었으며, 6년이나 학교를 같이 다닌 동기 친구를 집단 성추행했던 고대 의대생들에 대한 학교측의 징계수위는 쉬쉬 하는 분위기 속에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몇해 전 운동권 학생들은 2주만에 전격 출교(재입학이 불가한 최고 수준의 징계란다)시킨 고대가 돈많고 빽 든든한 의대생들은 퇴학(한학기만 지나면 재입학할 수 있다고) 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니, 하는 꼬라지가 성희롱, 성추행을 일삼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국회의원들이랑 수준이 딱 맞다. 에이 더러운 것들. 성폭력 피해자에게 꼭 니들이 짧은 치마 야한 옷 입고서 먼저 범죄를 유발했다는 식으로 발뺌하는 기막힌 논리가 언제까지 통하려는지 원!

아, 이렇게 더럽고 쓴 세상 때문에 달달한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자꾸 딴길로 빠진다. 모두에게 유쾌하고 즐거운 유머와 자랑질로만 블로그를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헌데 이놈의 빌어먹을 세상은 온통 분노할 일 뿐이다. 잠깐 릴랙스, 릴랙스...

요리에 대해서 별 두려움은 없지만 내가 웬만하면 피하고 싶어 한 것이 바로 베이킹의 세계다. 집에서 척척 스콘 굽고 초코칩 쿠키 만들고 심지어 새우깡까지 홈메이드로 만들어 간간이 맛을 보여주는 친구를 보노라면 완전 요술쟁이 같아 자꾸만 관심이 쏠린다. 집에 오븐이 없기에망정이지 있었으면 어쩔뻔했나 싶을 정도로. 그러나 내가 '원래' 그리 단것과 간식을 즐기지 않는데다 베이킹은 곧 탄수화물 및 고밀도 과당 섭취의 지름길이므로 (왕비마마의!) 건강상 애써 멀리해왔다.

그런데 아뿔싸. 요즘엔 물부어 대충 반죽한뒤 전자렌지에 띵~ 돌리면 베이킹이 끝나는 온갖 '믹스'들이 마트에 깔려 저마다 손짓을 보낸다. 게다가 TV에선 잘생긴 고수가 너도 한번 해보라고, 엄청 쉽다고 유혹까지... ㅠ.ㅠ

결국 유혹에 넘어가 <흰눈표 브라우니 믹스>를 사다가 시도해봤다. 오, 놀랍게도 정말 단번에 '거의' 성공. 덜 식혀서 잘라 먹는 바람에 모양이 좀 흩어지긴 했으되 촉촉하고 달달한 데다 초코칩 덩어리까지 막 씹히는 것이 꽤 훌륭했다. 비록 달랑 320g에 1440칼로리라는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씩 나눠먹으면 되지 뭐 이럼서 벌써 세번째 시도. 두번째 작품(?)을 먹어본 조카들도 진짜 산 것처럼 맛있다며 열화와 같은 칭찬을 안겨주었다.

자랑스러워 찍어놓은 세번째 브라우니의 자태는 이러하다.


설명서엔 평평한 네모 그릇에 담아 전자렌지 용량에 따라 3분 30초에서 4분 돌리라고 되어 있는데, 나는 4분 10초 돌렸다. 직사각형 그릇이라 그런지 처음 가운데가 푹 꺼져 거기만 잘 안익어 시간을 연장해야했기 때문. 오른쪽 사진은 6등분해서 자른 것. 한 조각당 무려 240 칼로리지만, 커피와 함께 치명적인 달콤함에 빠지는 순간에는 더러운 세상따위 잠깐 잊을 수 있다. 그런데... 입맛이 유독 써서 어느 날보다 달콤함이 필요한 오늘은 남은 게 없다. 어제 밤참으로 마지막 조각을 홀랑 다 먹어버려서. 뚫어져라 쳐다보며 사진으로라도 달콤함을 불러일으켜야겠다.  

단 거 별로 안좋아하는 나도 자꾸 단것을 찾게 만드는 팍팍한 세상. 어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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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8월이다. 8월 첫 포스팅으로 친구 뒤에서 흉이나 보는 듯한 얘기를 끼적인 게 찔려서 밀어내기 포스팅 하나 더.
홍대앞엘 가면 술집은 지천이어도 적당히 끼니를 때우려 들면 막상 갈 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내가 파스타에 탐닉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가정식 백반이나 다름없는 파스타를 대단한 고급 요리인 것처럼 만얼마씩 주고 사먹는 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다. 일부러 마음 먹고 나가 호사 떠는 외식이 아니라면 한끼니 밥값은 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서민인 나의 지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대 앞에서 딱 맞는 밥집이 바로 <고엔>이 아닐지. 위치는 상상마당 건너 주차장길에서 조 샌드위치 골목으로 들어가, 405 키친 앞 골목으로 좌회전, 감싸롱 지나 제니스 카페 맞은편 쯤에 있다. 노상 지나다녀도 먹을 기회가 없었는데 먹으려고 드니 같은 날 1시간 30분 간격으로 두번을 먹었다. ㅋㅋ 그러고선 따라하기 좋아하는 성격을 발휘하여 따라 만들어 보았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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