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찌

식탐보고서 2012. 8. 17. 01:59

ㅋㅋ 한꺼번에 폭풍 포스팅이다. '레시피' 들어가는 영화 후기 쓰고 보니 생각난 게 있어서 또...

 

노년의 엄마는 살림을 손에서 놓은지 오래됐으면서도 철철이 찾아오는 주부 본능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다. 햇마늘 나오면 꼭 한두 접 사야하고, 가을에 태양초 고춧가루 누가 고향에서 가져다 판다고 하면 또 막 사고 싶어한다. 김치도 안담그면서 대체 왜!! 보관 문제도 그렇고 쓸데없이 일 벌이는 걸 완전 싫어하는 내가 방방 뜨면서 극구 말려보기는 하지만, 나의 투정쯤은 금세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지 올해도 또 햇마늘을 사들였다. 그것도 두 번이나!

 

시위의 방편으로 나는 마늘까기에 손도 대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혹시라도 다 썩어서 버리게 되면 쓰레기 치우는 건 내가 담당하겠노라고 악담을 했다. 그랬더니 이 노친네 몇달에 걸쳐서 가끔씩 마늘을 까고 또 까고... 현관 근처에 봉지째 굴러다니던 두 접의 마늘까기가 오늘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v 다 내가 구시렁구시렁 투덜투덜 악담을 추임새로 넣은 덕분에 엄마가 오기로 다 깐 게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1차로 깐 마늘을 처리는 해야하니 어쩌겠나. 한달 전 쯤 소량으로 장아찌를 담갔다. 예년에도 시도했지만 막상 또 담가놓으면 잘 드시지도 않는다. 맵고 아리다나 뭐라나. 내 실력 부족 탓으로 덜 삭혀서 그런가 싶어 요번엔 내맘대로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제대로 찾아보고 시도를 했는데, 결과물이 제법 흡족하다.

 

간장 달여서 붓자마자 찍은 것

냉장고에 보따리 보따리 깐마늘 봉지가 점점 늘어가니 일부는 다져서 냉동실에 넣는다고 해도, 또 한번 마늘장아찌를 담가야할 것 같아 한달 전의 기억을 더듬어 적어놓기로 했다.

 

싱겁고 덜 달게 만들어야 하니 검색해본 방법 그대로 적용한 게 아니라서.

 

<마늘 장아찌>

마늘, 간장, 식초, 물, 설탕, 매운고추.

 

1. 깐마늘은 잘 씻어 채에 건져 물기를 말린다. 통째로 담가서 껍질을 발라 먹는 방법도 있지만 우린 그렇게 담가놓으면 귀찮아서 누군가 손으로 죄다 발라주어야 하기에, 그 노동은 내 몫이 될 게 뻔하기에 알마늘로 담근다.

 

2. 예년의 경험상 햇마늘은 특히나 단단하고 매워서 잘 안 삭는 것 같아 이번엔 굵기가 굵은 녀석들은 절반, 또는 삼등분으로 저몄다. (그러느라 손 매워 혼났다. 비닐장갑 사용 추천;;)

 

3. 검색해보니 대체로 간장과 식초, 물, 설탕의 비율이 1:1:1:1이었으나, 그럼 너무 달고 짤 것 같아서 설탕의 양은 얼추 1/3로 줄였다. 간장에도 단 맛이 있으니까.

일단 식초와 물, 설탕의 비율을 1:1:0.3의 비율로 촛물을 만들어 사나흘 정도 마늘을 담가놓는다. 마늘이 잠기도록... 혹시 뜨는 걸 방지하기 위하여 종지를 엎어 두었다. 하얀 마늘이 연두색으로 변해가는데 연두색이 꽤나 진해져야 매운 맛이 다 빠지는 것 같다.

 

4. 식촛물을 냄비에 따르고 간장은 처음 넣은 물과 식초의 7할(이라지만 사실 정확하지 않다. 반컵보다 약간 더 많았음)  정도의 비율로 넣고 끓인다. 이 때 매운 고추도 몇 조각 투척. 칼칼한 맛이 더해진다.

 

5. 오이지 담글때도 그렇고 나로선 이해가 잘 안되지만 팔팔 끓여서 식힌 간장촛물은 뜨거울 때 그대로 마늘에 붓는다. 그래야 아작아작하다고. (상식적으론 겉이 익어 물러질 것 같은데 왜 더 아작아작해질까나;; ㅋ) 그러니까 보관용기는 당연히 유리로 해야할 듯. 팔팔 끓인 물로 병을 소독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어차피 양도 적고 냉장고에 넣고 먹을 거라 소독 같은 절차는 생략했다. 

 

6. 간장농도가 짙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상온에서 열흘 쯤은 두어야 먹을 수 있을 만큼 맛이 드는 것 같았다. 오래 보관해두고 먹으려면 중간에 장을 한번 더 따라서 끓여 부어야 한다고.  

 

 

마늘에서도 좀 수분이 나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간장촛물이 좀 남았는데 버리기엔 아까워서 앙파 장아찌도 같이 담가보았다. 근데 울 엄니, 부드러운 양파 장아찌를 더 잘 드신다. ㅋㅋ 어쩔 수 없이 계속 양파 두세개 씩 담그고 있는 중.

 

 

<양파 장아찌>(라지만 피클에 가까운 것도 같다)

양파, 간장, 식초, 물, 매운 고추.

 

1. 양파를 씻어 적당한 크기로 집어먹기 좋게 자른다.

 

2. 양파는 단맛이 있으니 설탕 생략. 간장:식초:물을 0.7:1:1의 비율로 냄비에 붓고, 냉동실에 잘라 넣어둔 매운 고추 몇 조각 투척해 파르르 끓여 부으면 끝. 하루 이틀이면 곧바로 먹을 수 있다. 날로도 먹으니까 굳이 삭힐 필요도 없고, 피클 담글 때를 생각하면 간장을 끓여 부을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어쨌든 더 아작아작해진다니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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