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순이로 살더라도 몹시 수고롭고 골치 아픈 김치는 웬만하면 담가먹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결심이나, 예외는 간혹 있다. 지난번엔 식탐 열망을 이기지 못해 오이김치를 두번이나 만들어 먹었고(첫번째가 너무도 맛있어 열흘쯤 뒤엔 더 다량의 오이를 사다가 만들었다 실패하는 바람에 다시는 시도 안하고 있기는 하다;), 제사나 차례를 앞두고 나박김치는 내가 담그지 않으면 안되는 품목이 되고 말았다. 설날 때는 수정과라도 올리니까 제기 중에서 국물 담는 그릇을 하나라도 쓸 수 있는데, 여름엔 나박김치가 없으면 네 개나 되는 우묵한 제기를 전혀 쓰지 못하는 게 좀 민망하다. 누구보다도 나박김치를 좋아하셨던 할머니 제사땐 꼭 올리려고 했었는데 여름이었던 할머니 제사를 겨울 할아버지 제사로 합치고 보니, 이젠 제사 핑계로 담근 나박김치에 국수를 말아먹으려면 아버지 기일과 추석에 맞춰 담그는 수밖에 없다.
대충요리의 선구자로서 대충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찾아내 그간 어깨 너머로 배운 아이디어까지 더하여 대강 뚝딱 만들고 나면 이상하게도 첫 솜씨가 제일 훌륭하다. 나박김치도 몇해 전 처음 만들었을 때 다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통의 나박김치보다는 무와 배추를 조금 작게 썰어, 엄마에겐 소꿉장난 하느냐는 일갈을 듣기는 했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 할머니표 나박김치인 것을 어쩌랴. 말년에 이가 부실해지신 데다 허리까지 굽어 음식을 씹고 삼키는 것이 쉽지 않았던 할머니는 나박김치의 무와 배추도 앙증맞을 만큼 작게 썰어 만드셨고, 매 끼니마다 나박김치를 한 탕기씩 해치우셨다. 그런데 나도 그 편이 먹기도 좋고 보기에도 예쁘고 맛있었던 기억이 있으니 그대로 따랐던 거다. 또 다시 일년만에 나박김치를 담그느라 어제 몇시간 서 있었더니 종아리에 알이 배겼는데, 깜박깜박하는 나의 기억력으로 볼 때 어딘가 적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재료를 또 하나 빠뜨릴 것 같아 기록해두기로 했다. 어제는 글쎄 장 볼 때 배를 빠뜨리는 바람에 다 저녁때 나가서 사와야 했다. 나박김치엔 뭐니뭐니 해도 배를 넣어야 국물이 시원해지는 법이거늘.
재료: 무 반 개, 쌈용 배추 한 통, 큼지막한 배 한 개, 쪽파 한 움큼, 미나리 한 움큼, 통마늘, 홍고추, 고춧가루, 천일염, 찹쌀가루, 흰설탕, 멸치액젓 한숟가락. (김치냉장고용 김치통으로 딱 하나 분량임)
1. 찹쌀가루를 두 숟가락 정도 물에 개어 묽게 찹쌀풀을 쑤어 놓는다.
2. 무를 1.2~1.5cm 두께로 토막내서 정사각형 모양으로 납작납작 잘라 소금을 뿌려 절인다.
3. 나박김치에 들어가는 배추는 노란 속잎만 넣는 게 맛있으므로 나는 아예 쌈용 배추 속고갱이만 사서 넣는다. 배추 역시 무와 비슷한 크기로 잘라 슬쩍 소금에 절인다.
4. 쪽파와 미나리를 다음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적당한 길이로(나는 2.5cm)로 잘라둔다.
5. 홍고추는 절반 갈라 씨를 거의 다 빼낸다.
6. 절인 무와 배추를 물에 씻어 건져 물기를 뺀다.
7. 배 껍질을 깎아 무와 같은 크기로, 대신에 좀 더 도톰하게 잘라놓는다.
8. 통마늘을 저며 채썰어놓는다.
9. 찹쌀풀에 소금, 멸치액젓, 설탕, 생수 약간을 넣어 잘 저어 풀어놓는다.
10. 김치통에 미나리를 뺀 모든 재료를 다 넣고 양념을 부은 다음 생수를 넉넉히 부어 천일염으로 간을 맞춘다. 설탕을 아예 넣지 않는 집도 있다지만 나는 역시나 할머니 식으로 백설탕을 약간 넣는다. 그래야 나중에 소면 삶아 말아먹을 때도 환상적인 맛이 난다. ^^;
11. 고춧가루를 원래 베 보자기에 싸서 국물에 담가 지저분해지지 않게 발그레한 색을 거라는데 나는 나중에 베 보자기 빠는 게 귀찮아서 -_-; 멸치 다시 국물내는 거름망에 고춧가루를 넣고 그걸 김치통에 담근다. ^^v 가는 고춧가루는 빠져나가지만 뭐 그래도 거의 똑같은 효과가 나므로 흡족하다.
12. 날씨에 따라서 하루나 이틀 정도 상온에서 익힌 다음에 미나리는 맨 마지막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미나리를 처음부터 넣으면 뭔가 맛이 없어지고 빨리 신다고 할머니한테 들은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나박김치가 맛있을지 궁금하다.
아직 미나리는 넣기 전이다. 새콤하니 익은 냄새가 나긴 하는데 좀 덜 익었다. 오늘 밤중이나 내일 새벽에 냉장고에 넣으면 될듯.
식탐인의 입장에선 하루에 맛있는 걸 가능한 한 여러번 먹으며 사는 게 행복할 것도 같지만, 생활인의 입장에선 다 귀찮으니 하루에 한끼만, 아니 사흘에 한끼만 먹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쁘게 콩닥거리는 하루에 어김없이 돌아오는 끼니는 몸을 위한 섭생의 의미보다 짜증스러운 노동의 시간으로 다가오는 걸 어쩌랴. 요샌 머리를 심히 한쪽으로 집중해야 하는 기간인 고로 딱히 해먹을 거리들의 메뉴도 떠오르지 않아서, 장보러 갈 때 적은 목록도 노상 똑같아 매주 새로 적을 필요조차 없었다. 영양 면에서 균형잡힌 식단 따위 잊은지 오래라서 그런지 식탐모녀의 겨울 체중은 빠직빠직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중. 푸성귀 채소의 섭취 부족이 아닐까 싶다. 해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여기다 그간 대강 해먹은 것들 중 대강 요리로 소개하지 않았던 것들을 적어두고, 생각난 김에 예전에 기록하던 신데렐라 키친 요리법 가운데 채소류를 퍼다 놓아 끼니 메뉴의 차별화를 시도함과 동시에 걸핏하면 굶고 사시는 이웃들의 요리 욕구를 충동질해 보려는 바이다.
1. 냉동 코다리를 자연 해동한 뒤 코다리의 머리와 꼬리,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먹기좋은 크기로 토막낸다. 2. 코다리의 육질을 맛있게 하려면 '마사지(?)'를 해야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으므로 북북 씻으면서 한껏 주물러준다. 3. 콩나물을 원하는 식으로 다듬어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나는 그냥 통째로 쓴다. 콩나물 꼬리를 언제 일일이 다 다듬고 앉았나!) 4. 양파 한두 개를 숭덩숭덩 잘라놓는다. (설탕을 넣지 않고 단맛내기용이므로 더 단 걸 원하면 많이 넣어도 무방) 5. 송송 썬 파와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 고추장 한 숟갈, 멸치액젓 한 숟갈 (생선 요리엔 멸치 액젓을 넣어야 깊은 맛이 난다고 작은올케가 가르쳐줬음), 맛술 두 숟갈, 고춧가루 한 숟갈, 간장과 물 적당량(?)을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6. 커다란 냄비나 깊은 프라이팬에 코다리와 양파를 앉히고 양념장을 절반만 부어 끓인다. 7. 얼추 다 익었다 싶으면 남은 양념장과 콩나물을 넣고 뒤적여 준 다음 얼른 뚜껑을 닫고 콩나물을 익힌다. 8. 콩나물이 다 익었다고 자신할 무렵 다시 뒤적여서 통깨를 뿌려 접시에 담는다.
1. 닭고기 가슴살 500g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닭고기 살에 다진 마늘 두 큰술, 후추가루, 꽃소금(또는 허브솔트)으로 밑간을 해둔다. 3. 파프리카, 양파, 표고버섯을 취향껏 자른다. 4. 식용유를 조금만 두르고 밑간해 둔 닭고기를 볶는다. 5. 거의 다 익어가면 잘라놓은 채소를 넣어 볶는다. 이때 다진 마늘을 한 큰 술 더 넣는다. 6. 굴소스를 두 세 큰술 넣어 간을 맞춘다. 굴소스만으로 간을 하면 내 입엔 좀 느끼해지므로, 싱거우면 소금을 더 넣는다. 7. 마지막에 참기름을 살짝 뿌려 볶은 뒤 통깨로 마무리한다.
1. 영양부추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3cm 길이로 자른다. 2. 오이를 길게 반을 갈라 다시 반달 어슷썰기를 한다. 3. 양파는 반 잘라서 가능한 한 가늘게 채썬다. 4. 매운 풋고추를 적당히.. 3개 정도 반을 가르고 다시 어슷하게 채썬다. 5. 썰은 재료를 큰 그릇에 담고 소금 한 스푼, 간장 두세 스푼, 고춧가루 취향에 따라 두 스푼, 다진 마늘 한 스푼, 참기름 넉넉히 넣고 살살 버무린다. 간을 봐서 취향대로 소금이나 간장을 더 넣으면 끝. 6. 통깨로 마무리하고 좀 더 상큼한 맛을 원한다면 식초를 약간 넣어도 좋다.
1. 미나리를 다듬는다.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이번엔 살짝 데칠 거라 이파리는 모두 잘라버렸다. 미나리는 이상하게도 데치면 굵은 아랫부분보다 이파리 달린 윗부분이 더 질기다. 길쭉하게 다듬은 미나리를 적당한 길이로 뚝뚝 잘라놓는다. 짧은 걸 원하면 손가락 만하게.. 나는 귀찮아서 그냥 3등분 했다. ^^ 2. 물을 끓여서 미나리를 아주 재빨리 데친다. 오래 푹푹 끓이면 질겨 지니깐, 거의 넣었다 바로 꺼낼 정도로 살짝 숨만 죽인다. 3. 체에 받쳐서 물기를 빼놓는다. 4. 물기도 빠지고 어지간히 식으면 물기를 대충 좀 더 짜준 뒤에 (어쩐지 꼭 짜면 섬유질이 질겨질 것만 같은 느낌 때문에 ㅋㅋ) 그릇에 담고, 고추장 한 큰술(실은 정확한 양을 모르겠다;;), 다진 파와 다진 마늘을 각 한 숟가락쯤, 고춧가루는 색깔 봐가며 솔솔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5. 소금으로 간을 하고, 꿀 약간, 참기름, 통깨로 마무리...
어렸을 땐 미나리 특유의 향을 석유냄새라고 여겼기 때문에 좀처럼 입에 대질 않았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바뀐 식성에 따라서인지, 언제부턴가 향긋한 미나리가 몹시 좋다. 예전에 이모가 만들어준 미나리 나물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처음 만들어봤는데, 놀랍게도 얼추 비슷한 맛이 나는 것이 아주 싱그럽게 괜찮은 맛이었다! ㅋㅋ
<가지 무침> 재료: 가지 4개, 다진 파, 다진 마늘, 고춧가루, 간장, 참기름, 통깨 1. 깨끗이 씻은 가지를 4, 5등분 해서 4cm 길이로 자른 뒤 다시 먹기 좋은 크기로 길쭉하게 자른다. 내 경우 원통형 가지를 반 갈라서 다시 4, 5번 잘라준다. 2. 처음엔 찜통에 넣고 쪄서 무쳤지만.. 요새는 귀찮아서 그냥 전자렌지에 찐다. 물론 뚜껑을 덮고 가지 본래의 수분으로 쪄야하는 건 기본. 가지 4개를 9분 정도 찌면 우리집에서 먹기 좋아하는 말랑함의 정도로 쪄진다. 좀 더 푹 익히는 걸 원하면 더쪄도 좋음. 3. 쪄낸 가지를 좀 식힌 다음, 다진 파와 다진 마늘, 고춧가루 약간, 간장 2스푼, 참기름, 통깨 넣고 슥슥 버무린다. 4. 워낙 대충반찬의 대가라서 간은.. ^^;; 먹어보면서 맞춘다.
1. 양파와 애호박을 원하는 두께로 반달썰기 한다. 양파를 반달썰기하면 당연히 채 썬 것처럼 흐트러진다. 2. 우묵한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살짝 두르고 두 채소를 볶다가 새우젓을 적당히 넣는다. (우리집 간은 반 숟갈 정도) 3. 다진 마늘도 한 큰 술 넣어 같이 볶는다. 4. 호박이 반쯤 투명해지고 채소에서 나온 물도 거의 다 졸아들면 완성. 취향에 따라서 물렁한 호박볶음을 원하면 더 볶아도 좋다. 5. 접시에 담은 뒤, 요리 못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양념인 통깨를 살짝 뿌려준다.
[#M_퍼오는 김에|접기|
호박볶음 사진 올려둔 것도 있기에 같이 퍼왔다. 꽃빵 사다가 부추잡채도 해먹어야겠다. +_+ 무려 5년 전 사진이던데... 메뉴는 돌고 도누나.
콩국수를 좋아하지만 콩삶아 가는 건 너무도 귀찮아서 작년에는 완제품으로 파는 콩국물을 사다가 콩국수를 해먹었는에 올해는 그에 못지 않게 간편하면서 맛은 더 훌륭한 방법을 알게 됐다. 콩국수의 핵심은 고소한 콩국물의 맛인데 아무래도 파는 콩국물은 농도 면에서나 맛에서 영 흡족하질 않은 게 사실이다. 헌데 똑같은 회사 제품인데도 확실히 부족한 콩국물에 비해 '두부'의 완성도는 다들 뛰어나다는 데서 누군가 힌트를 얻은 모양이다. 두부와 우유를 갈아서 콩국물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땐 설마, 했는데 직접 만들어 먹어보니 놀라울 정도로 우유 맛은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얼렁뚱땅 20분만에 올 여름 처음 콩국수를 식탁에 내놓자 울 엄니가 물으셨다. 니가 아무리 도깨비 같이 요리를 하는 건 안다만 대체 콩은 언제 삶았느냐고. ㅋㅋㅋ 국수 삶을 때 잠깐 가스렌지를 켜야 하긴 하지만, 더운 날씨에 최대한 불 안쓰고 만들어 먹는 요리로 아주 그만이다.
재료(2인분): 국산콩 두부 한 모, 우유 400ml, 소금 약간, 통깨 약간, 소면, 채썬 오이(없어도 그만)
1. 두부를 숭덩숭덩 잘라 우유, 소금, 통깨를 모두 넣고 믹서에 간다. 1분도 안걸림.
2. 소면을 삶아(요즘엔 우리밀 국수를 사면 1인분씩 포장해서 나오기 때문에 국수 양을 몰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찬물에 헹군다.
3. 큰 그릇에 소면을 담고 콩국물을 부어 얼음을 동동 띄운 뒤 (얼음과 같이 갈아도 봤는데 국물이 싱거워져 비추천) 채썬 오이를 얹어 먹는다.
콩국물 갈을 때 견과류를 넣으라는 조언도 더러 있는데 나는 깔끔한 콩맛이 좋아서 통깨만 넣는다. 취향대로 알아서 시도해보시길.
추억이라는 조미료 때문에 내가 그 옛날 울 엄마표 김밥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녹두전은 아무리 잘 하는 집 것을 사먹어 봐도 우리집표 녹두전이 제일 맛있고 생각하는데, 과거가 되어버린 김밥과는 달리 녹두전은 현재형이다. 할머니부터 울 엄마, 작은어머니들을 거쳐 나와 울 올케들에게 전수된 녹두부침개의 맛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제사음식이 지방마다 다르듯이, 녹두전도 지방마다 재료와 생김새가 다르다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내 입맛엔 돼지고기 넣고 투박하고 큼직하게 부쳐낸 이북식이 최고인 것 같다. 원래 이북식은 돼지고기를 큼직큼직 듬성듬성 썰어 넣는 것이라지만 우리집에선 갈아서 넣는 데다 숙주는 물론이고 대파와 김치도 썰어넣기 때문에 느끼할 이유도 없어 바삭바삭 아작아작 하니 그저 최고의 맛이다.
서울경기식 녹두전은 순 녹두만 갈아서 기껏해야 손바닥 반만하게, 더러는 예쁘장하니 한 입 크기로 부쳐 위에 실고추 같은 걸로 모양을 내는 거라고 해서 어찌나 의아하던지. 녹두 본연의 고소한 맛이야 있겠으나, 먹기 심심해서 어찌 그걸 녹두전이라 부를 수 있겠나 말이다. 게다가 차례나 제사땐 다른 전도 종류별로 장만해야 하는데 녹두전을 손바닥 반 만한 크기로 부쳐내면 그걸 언제 다 부치라고! 드넓은 전기 프라이팬 양쪽에 펼쳐놓고 한판에 여러 장씩 부쳐내도 오래 걸리는 게 녹두전인데 말이다.
종류별로 전 부치다 질력나고 꾀가 생기면 녹두전 크기가 마구 커져 가끔은 뒤집다 찢어질 지경을 만들기도 하지만, 찢어진 핑계로 뜨겁고 고소할 때 먼저 먹어볼 수 있어서 반가운 녹두전은 차례 때나 제사가 아니면 내가 평소에 감히 만들어볼 생각도 하지 않는 음식이다. 드높은 나의 식탐 열망으로도 넘기 어려운 명절 음식의 지존이랄까. 어쩌면 다른 녹두전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뜨악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에겐 최고의 녹두전인 우리집 요리법은 이렇다.
재료: 깐녹두 500g, 쌀 한 줌, 돼지고기 갈은 것 300g 정도, 신김치 반 포기, 숙주나물, 대파, 다진 마늘, 소금, 후추, 참기름, 포도씨유.
1. 전날밤에 깐녹두를 씻어 물에 불려 놓는다. 쌀 한줌도 함께.
2. 다음날 아침에 엄청 불어 생겨난 녹두 껍질을 떠내려보내며 다시 씻는다.
3. 숙주나물을 살짝 데쳐서 길이를 칼로 적당히 잘라준 뒤에 소금, 다진 마늘, 참기름을 넣어 밑간해 놓는다.
4. 신김치 반포기도 속만 대강 털어낸 뒤에 잘게 잘라 김칫국물을 꼭 짜낸 다음 참기름을 넣어 조물조물 버무린다.
5. 돼지고기 갈은 것도 소금, 후추, 다진 마늘로 미리 양념한다.
6. 대파는 두어뿌리 어슷썰기로 큼직큼직하게 썰어놓는다.
7. 불린 녹두를 간다. 이때 농도가 너무 묽어지지 않도록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 너무 묽으면 전이 찢어진다!
8. 갈은 녹두에 양념해놓은 위 재료를 몽땅 넣고 잘 버무린다. 다들 밑간을 했지만 이 단계에도 역시나 소금을 약간 넣어 간을 맞춘다.
9. 양념과 섞어 놓으면 갈은 녹두가 삭기 시작하므로 얼른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노릇노릇 바삭하게 부쳐낸다. 적정 지름은 15센티미터쯤인 것 같은데, 엊그제 내 작품은 얼른 끝낼 요량으로 18센티미터는 되었던 듯.
우리집 녹두전의 특징은 김치를 넣어 색이 좀 붉게 나타난다는 것인데, 돼지고기와 김치, 숙주와 대파가 어우러져서 기름에 부쳤어도 전혀 느끼하지 않고 바삭바삭 아작아작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음식이 다 그렇듯, 방금 부쳐냈을 때가 제일 맛있으므로 녹두전 부치다가 찢어뜨리면 아뿔싸 민망하다가도 나는 신이 난다. ㅋㅋ 명절 음식은 다 전날 부쳐놨다가 데워먹으니 한결 풍미가 떨어지는 듯하지만 녹두전은 냉장고에 한참 넣어놨다가 프라이팬에 데워먹어도 그저 훌륭하다.
그리스, 로마 시대는 물론이고 19세기까지도 내과의사들은 대부분 식물학자였단다. 병의 원인이 무엇이든 과학자와 식물학자들은 병을 고칠 해답을 식물에서 찾아왔고, 신약개발 얘기를 들어봐도 과학자들이 아직도 식물을 연구하고 있다는 게 맞다. 한방에서 아직도 요긴하게 참조하는 동의보감도 거의 다 식물 약재 비법 아닌가 말이다. 밥이 보약이고 밥상으로 병을 고친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거다. 독초도 조금만 먹으면 약으로 쓸 수도 있다잖은가. 어차피 인체는 스스로 치유하고 나으려는 에너지와 비밀스런 방편을 갖고 있는 유기체이므로, 치명적인 상황만 아니라면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면 병은 낫게 되어 있다. 어리석은 인간이 자기 몸을 잘 못 돌봐서 그렇지.
보호자로서 평균 일주일에 한번은 대학병원을 들락거리고는 있지만 의학과 약효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점점 회의가 들어 웬만해선 병원을 찾지 않는 나의 성향이 더욱 고착되는 중이다. 국내 최고의 의료진이라는 사람들이 환자를 두고 하는 말은 거의 다 가정이고 가능성이지 않으면 협박이다. 이런저런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으면 나을 거라고 환자에게 확신을 주는 게 아니라, 일단 한번 복용해보고 주사도 맞아보자는 식이다.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게 쉽지도 않은 나라지만, 어쨌거나 그런 의료사고의 가능성을 최대한 피해가려는 수법이 눈에 보인다. 어디까지나 모든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한 책임은 환자가 지라는 거다.
의료진도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 있음을 모르지는 않는다. 인간의 신체와 정신이 하도 오묘해서 같은 약도 사람에 따라서는 효과가 달리 나타나며 웬만한 위약의 플라시보 효과는 무려 30%에 달한다니 가끔 불치병이 기적처럼 나았다는 사례들은 엄밀히 말해 인간과 인체의 정신력과 체력의 승리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임상효과가 입증된 약일지라도, 대조실험을 해보면 약에 대한 신뢰성을 지닌 집단은 탁월한 효과를 보는 반면에 약효에 대한 회의를 품은 집단은 약이 잘 듣질 않는단다. 딱 울 왕비마마 같은 분 얘기다. 멀쩡한 음식도 '혹시나 상했나' 의심하는 마음을 품으면 반드시 탈이 나는 왕비마마는 주치의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드시는 약의 효과가 죄다 다르다. 특히나 진통효과를 내는 약이나 주사나 패치 따위에 대한 불신은 놀라울 정도라 남들보다 30%(플라시보 효과 만큼이다)는 약효가 떨어질 게 틀림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나로선 통 믿음이 가지 않는 민간요법이나 '카더라 통신'에 대한 신뢰와 효과는 비록 단기간일지라도 대단하게 나타난다. '친구분의 권유 대로 매일 사과발효 식초를 먹었더니 머리와 다리가 확실히 거뜬해졌다'고 믿는 식이다. 결론은 하나다. 모든 것은 왕비마마의 마음과 생각에 달렸다는 것.
모전녀전이라고 나 역시 회의와 불신이 많은 인간이지만 식탐녀 답게 먹는 것으로 어느 정도는 몸을 다스릴 수 있다는 부분엔 믿음이 간다. 특정음식에 심한 알레르기를 보이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확실히 모든 인체는 해로운 음식에 어떤 형태로든 거부반응을 보이며 이로운 음식엔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고혈압 당뇨 환자에게 육류를 줄이고 열심히 유기농 채소를 먹게 하면 반드시 혈압과 혈당 수치가 좋아진다. 왕비마마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잔소리를 하고 끼니마다 나물반찬과 샐러드 따위를 떨어뜨리지 않은 결과 1년 반만에 약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기에 자신있게 하는 말이다. 운동량을 늘여서 체중만 줄이면 당뇨 약을 끊어도 될 터인데 그것까지는 이룰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중년에 접어든 내 몸도 마찬가지다. 평생 변비 같은 건 모르고 살지만 외식을 했다든지 불균형하게 끼니를 떼워 푸성귀를 좀 덜 먹은 다음날은 확실히 화장실 가기가 어렵다. 이젠 몸도 적응했는지 채소와 과일을 좀 덜먹었다 싶은 날은 오밤중에라도 나도 모르게 우적우적 오이와 양배추 과일 따위를 씹어먹고 앉았다. 이 또한 심리적인 작용임을 잘 안다. 음, 나 오늘 채소를 좀 덜 먹었네. 내일 배변이 어려울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몸을 지배해 현실로 벌어진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이런 미묘한 심리와 몸의 경향을 나는 다 '먹는 것'으로 해결하려 들고 있다는 뜻이다. 갑자기 닭고기가 먹고 싶으면 몸에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의미고, 새콤달콤한 과일이 땡기면 몸이 비타민을 원한다는 뜻으로 나는 해석한다.
몇달째 감기기운으로만 들락거리던 바이러스의 힘이 드디어 창궐하여 목이 붓고 콧물이 줄줄 나는 상황에 놓이면 즉각 나는 보신용 음식으로 대처한다. 예로부터 몸이 아파 입맛이 떨어지면 죽을 먹는 게 전통이지만 나는 '죽쑤는' 것도 싫고 별 씹을 것 없이 우물거리다 삼켜야 하는 죽도 싫다. 말이 보신용 음식이지, 맥 떨어지고 입맛 떨어지는 상황에서 그냥 머리에 '퍽' 하고 떠오르는 음식이 곧 내 몸이 원하는 보신용 음식이다. 이번에 그렇게 '퍽'하고 떠오른 음식은 난데없이 '치킨수프와 미나리'였다. 오래 전 <**한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시리즈 책이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지만 원래도 치킨수프의 뉘앙스는 서양인들이 몸 아플 때 먹는 심신의 보양식이다. '국물' 음식이 드문 서양식 가운데 그나마도 따끈하게 몸을 덥혀주는 음식이기 때문일 거다. 뜬금없이 미나리 생각은 왜 났는지 모르겠는데 미나리 특유의 상큼한 향이 그리워진 걸 보면 코감기로 둔해진 후각이 콕 찝어서 미나리 열망을 뇌에 전달한 모양이었다. ^^
아직은 사흘째 밤마다 열이 올라 후끈후끈 덥고 팽팽 코를 풀어대느라 코밑이 빨갛지만 온갖 채소를 듬뿍 넣은 치킨 수프와 미나리숙주 무침을 이틀 내리 먹어주었더니 얼추 감기가 나아가고 있는 기분이다(순전히 기분일지도). 열이 나는 건 내 몸의 백혈구가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의미라 기특해서 얼음물을 마셔가며 열심히 지원을 해주고 있다. 어차피 감기 바이러스는 2주면 물러간다는데 꾸역꾸역 먹어서 나으려는 식탐녀의 노력으로 며칠 안에 똑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오늘은 비타민B군 섭취를 위해 돼지고기를 삶아서 쌈밥을 해먹을 것이기 때문. 거슬러 올라가면 음식과 약은 기원이 같다는 진리를 신봉하게 된 자의 몸부림은 곧 식탐이다. ㅋ
1. 냉장고 안에 있는 만만한 채소를 죄다 하나씩 꺼내 작게 깍둑썰기한다. 양송이버섯은 워낙 작아지므로 그냥 크게 저며도 됨.
2. 얼마 전 백숙 해먹고 만들어둔 닭고기 육수가 있어서 국물만 넣었는데, 닭부터 삶아서 건진 다음 고기를 잘게 넣고 채소와 함께 끓여도 된다. (근데 요번엔 닭고기가 먹기 싫었다) 우선은 잘 안익는 당근과 감자부터 넣고 익히다가 금세 익는 나머지 채소를 차례로 넣어야 최종적으로 곤죽이 되지 않는다.
3. 채소가 거의 다 익으면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취향에 따라 치즈를 넣는다.
(닭비린내 날 까봐 닭고기는 싫더니만 단백질 균형을 생각한답시고 치즈를 두장 넣었다. 맛 괜찮았음)
4. 말간 닭 국물에 몸에 좋은 채소가 듬뿍 들어간 건강식 완성.
<미나리 숙주 무침> 재료: 미나리, 숙주, 다진 파, 다진 마늘, 들깨가루, 소금, 참기름, 통깨
1. 미나리는 끄트머리 잎부분을 거의 다듬어서 부드러운 줄기만 남기고 깨끗이 씻어 건진다. (엄마한테 배우기는 미나리 잎을 죄다 뜯어버리는 것으로 배웠는데 아까워서 나는 좀 남긴다)
2. 숙주도 깨끗이 씻어 채에 건진다.
3. 큰 냄비에 물을 끓여 미나리와 숙주를 살짝 데친다. (이번에는 잘 몰라서 따로따로 데쳤는데, 둘 다 끓는 물에 거의 넣었다 빼는 수준으로 데치면 되므로 한꺼번에 데쳐도 될 것 '같다'.)
4. 좀 식힌 후에 물기를 꼭 짜서 다진 파, 다진 마늘, 들깨가루, 소금, 참기름, 통깨를 넣고 조물조물 버무린다. 들깨가루랑 참기름이랑 둘 다 넣으면 맛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딱히 가사가 정해져 있었던 것 같지 않은 이 놀이의 마지막은 <밥먹느~~은다 -- 무슨 바~~안찬? -- 개구리 바~~안찬 -- 살았니 죽었니?>에 대한 대답과 함께 술래가 친구들을 잡으러 가거나("살았다!"고 외쳤을 때) 움찔 움직인 친구를 잡아내는 ("죽었다!"가 대답일 때) 것으로 끝이 난다. 운동신경도 둔하고 달음박질 느린 나는 친구들과 밖에서 놀이를 할 땐 별로 즐기질 않았는데, 다 놀고 집에 들어와서 흥얼흥얼 새로운 댓구를 만들어내는 걸 좋아했고, 부엌을 들여다보며 할머니나 엄마한테도 놀이를 하듯 장단 맞춰 "무슨 바~~안찬?"이라고 묻는 걸 재밌어했다. 그리고 할머니나 엄마가 "개구리 바~~안찬"이라고 대답할 땐 기쁘게도 뭔가 맛있는 <고기> 반찬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였다.
수십년도 훨씬 지난 오래 전 추억이지만, 가끔 우리집에선 개구리 반찬이 아직도 <맛있는 고기 반찬>의 의미로 쓰일 때가 있다. 대개는 내가 입을 쑥 내민 채로 콩닥콩닥 냉장고와 조리대를 오가며 꽤 오래 부산을 떠는 저녁 무렵이면 왕비마마가 슬쩍 부엌으로 다가오며 묻는다. "무슨 개구리 반찬이라도 만드니?"
그러고 보니 옛날에 엄마가 장보러 가면서 아버지와 내게 뭐 특별히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물으면 가끔 입을 모아 그렇게 대답했던 것 같다. "개구리 반찬!"이라고.
채식이 지구를 살리고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는 지름길이란 걸 알지만, 우리 가족은 고기를 너무 사랑해서 절대 채식주의자로 살 순 없을 것 같다. 일주일만 고기를 굶으면 손발이 후들후들 떨린다는 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아무리 생선으로 단백질을 섭취한다고 해도 돼지고기, 닭고기, 쇠고기, 오리고기 따위를 먹어야만 채워지는 육식애호 인자를 확실히 엄마도 나도 보유하고 있음을 느낀다. 채소 싫어하는 조카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해서 일주일에 두세 번은 정말로 개구리 반찬을 만들어 먹는 것 같다. 당연히 일주일에 한번씩 장을 볼 때도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오리고기를 종류별로 거의 빠뜨리는 일이 없다. ㅠ.ㅠ 고기마다 다 맛이 다른 걸 어쩌란 말이냐. ㅎㅎㅎ 봄이 오면 남들은 식욕을 잃는다는데, 왕비마마도 무수리도 입맛을 잃기는커녕 지난주부터는 이상스레 식탐이 동해 고기가 더 먹고 싶어서 이틀이 멀다하고 과식을 거듭하고는 피둥피둥 몸무게를 늘이고 있다. 그러고서도 여전히 또 다른 개구리 반찬을 떠올리는 식탐 모녀를 위해 적어두는 반성의 기록이다.
1. 큰 냄비에 다시마, 국물멸치, 대파, 표고버섯을 기호대로 넣고 푹푹 끓여 먼저 국물을 낸다.
2. 끓는 국물에 돼지고기 덩어리와 잘 익은 포기김치를 통째로 넣고 1시간 반쯤 국물이 절반이하로 졸아들 때까지 약한 불로 끓인다.
3. 1시간 반쯤, 김치와 고기가 물렁물렁 먹기 좋게 익을 때까지 끓여서 큰 접시에 담고 가위로 쓱싹쓱싹 잘라 먹는다.
* 우리집 입맛처럼 싱겁게 먹는 편이라면 간은 따로 하지 않아도 김치에서 배어나온 맛으로 충분하다. 구수하게 푹 익은 김치와 돼지고기를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없다. 정민공주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을 만큼 솜씨를 인정받은 반찬인데 ^^v 실은 막내올케한테 전수받은 거다. ㅋㅋㅋ
1. 한우 사태의 핏물을 씻어낸 후 고기가 잠길 만큼 분량의 끓는 물에 넣고 1시간 정도 푹푹 끓인다.
2. 통마늘과 대파도 통째로 넣어 누린내를 없앤다.
3. 고기를 끓이는 사이에 메추리알도 냄비에 담아 적당히(?) 삶아낸 뒤 찬물에 담가 껍질을 깐다. (상당히 지겨울 수 있음)
4. 고기가 다 익었겠다 싶고 국물도 절반쯤으로 줄었다 싶으면 색깔이 마음에 들 때까지(?) -- 짜지면 곤란하니까 -- 간장을 적당히 붓고, 올리고당 한 숟가락, 통후추 많이, 까놓은 메추리알도 넣어 같이 조린다.
5. 칼칼한 맛을 더하고 싶으면 냉동실에 잘라서 얼려둔 -- 없으면 말고 -- 청양고추 몇 조각을 집어넣는다.
6. 간이 적당히 배었다 싶으면 (우리집은 절대 짜게 먹으면 안되는 왕비마마가 계셔서 간장을 졸이지 않는다) 불에서 내려 식힌다.
7. 하얗게 굳은 기름을 다 걷어낸 뒤에, 결대로 고기를 쪽쪽 찢어 메추리알과 함께 저장용기에 나눠 담아놓고 밑반찬으로 내놓으면 훌륭한 개구리 반찬이다.
1. 닭안심을 잘 씻어서 물기를 뺀 후 허브솔트로 밑간을 해둔다. 1인분이 300g이라는데 750g짜리 한 팩을 다 해서 둘이 먹었더니 배불러서 혼났다. -_-;;
2. 밑간을 한 닭안심에 밀가루를 입힌 후에 프라이팬에 포도씨유를 약간 두르고 중불에서 익힌다.
3. 타지 않게 주의하면서 그 사이에 간장, 맛술, 우유 약간, 다진 마늘로 사이비 데리야끼 소스를 만든다. (달지 않게 하려고 물엿 따위는 넣지 않았다)
4. 거의 다 익어가는 닭고기에 화이트와인 반잔을 끼얹는다. (와인의 닷만으로도 충분하더라)
5. 와인이 거의 다 날아가면 간장소스를 뿌리고, 잘라놓은 브로콜리와 새송이 버섯도 넣어 같이 익힌다.
6. 소스가 거의 다 졸아들면 커다란 접시에 최대한 예쁘게 담아 먹는다.
* 스테이크랍시고 포크와 나이프로 세팅했더니 왕비마마는 귀찮아하셨다. 다음엔 포크찹처럼 고기를 다 잘라서 담아드리는 게 나을 듯. 나가서 사먹으면 몇만원짜리 요리라며 추켜세웠지만 생각보다 별로 맛은 없었다. 역시 우리 모녀는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즐기는 걸 더 좋아한다. ㅋㅋ
담백한 닭죽 <재료> 닭 한마리, 찹쌀, 대파, 통마늘
1. 찹쌀 한 컵을 반나절 정도 불린다.
2. 큰 냄비에 물을 끓인다.
3. 닭은 껍질을 최대한 다 벗겨내고 껍질 안쪽의 하얀 기름을 특히 잘 떼낸다.
4. 끓는 물에 닭을 넣고 삶는다. 통마늘과 대파를 넉넉히 넣는다.
5. 닭이 절반쯤 익었을 무렵(닭 크기에 따라 한 2-30분쯤?) 통째로 넣은 대파는 건져버리고, 불린 찹쌀을 넣어 끓인다. 중간중간 저어 주어야 죽이 바닥에 눌지 않는다.
6. 찹쌀이 다 퍼지면 닭 한 마리 먼저 건져서 와구와구 뜯어먹고, 담백한 닭죽으로 입가심한다. 몸보신에 최고. 가끔 수삼을 넣기도 하는데, 내가 씁쓸한 맛을 싫어해서 복날에만 삼계탕을 끓이고 평소엔 그냥 닭죽이라 칭한다.
1. 흰콩을 잘 씻어 반나절 이상 불린다.
2. 신김치를 씻거나 양념만 털어서(빨간 느낌이 좋으면 그냥 써도 됨)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큰 냄비 맨 아래 깐다. (들기름에 먼저 볶아도 좋음. 그러나 난 이제 귀찮아서 안 볶는다. 맛도 별 차이 없고 -_-;;)
3. 양파 한 개, 대파 한 뿌리도 썩썩 잘라 넣는다.
4. 불린 콩을 적당양의 물과 함께 블렌더에 넣고 간다. 물이 몹시 적으면 너무 되서 잘 안 흘러내린다.
5. 돼지고기를 원하는 크기로 넉넉히 잘라 넣는다.
6. 너무 세지 않은 불에 올려 푹푹 끓이다 소금을 소량 넣어 밑간을 한다. (콩비지는 익으면서 무지 양이 많아져 폭발할 수도 있다! 냄비에 절반 이상 채우지 말것)
7. 비지가 익는 동안 양념장을 만든다. 간장에 다진파와 다진 마늘 약간, 매운 풋고추 한개 잘게 썰어 넣고, 고춧가루 약간, 통깨, 참기름을 넣으면 완성.
8. 담백하고 뽀얀 콩비지 찌개가 완성되면 양념장을 넣어 버무려 먹는다.
* 날콩을 갈아서 끓이면 폭발하는 것처럼 양이 많아지는 과정을 잘 넘기기가 어려워서 가끔 콩을 삶아서 갈아 비지찌개를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삶아서 갈면 비지 맛이 좀 달라진다. 미숫가루 같아진다고나 할까. 그나마 이건 몸에 좋은 콩 요리라 해먹으면서도 덜 민망하다.
삼겹살 편육 <재료> 돼지고기 삼겹살 또는 오겹살, 통마늘, 대파, 된장 반 숟가락, 각종 쌈채소 또는 그냥 김치
1. 냄비에 물을 끓인다.
2. 삼겹살 덩어리를 넣는다.
3. 통마늘 10개쯤, 대파 통째로 1줄기를 넣고, 된장 반 숟가락을 푼다.
4. 상당히 오랫동안(최소4-50분) 푹푹 끓인다. (처음 돼지고기를 삶을 땐 익었나 안익어봤나 수시로 젓가락으로 찔러봤는데 ㅡ.ㅡ 계속 핏물이 베어나와 난감했었다. ㅋㅋ)
5. 잘 삶아진 돼지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접시에 담은 다음 각종 쌈채소에 쌈장을 곁들여 싸먹거나, 그냥 맛있는 김치랑 먹으면 된다. (보쌈용 김치까지 만드는 수고는 사절이다!)
[#M_적는 김에|닫기|* 감자탕은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음식이라 예전엔 집에서 자주 해먹었지만,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는 3주기가 머지 않은 지금껏 다시 해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집앞에 자주 가던 감자탕 집도 애써 멀리하다 동생들과 처음 갔던 날 눈물을 쏟기도 했었고.
그치만 장조림에 들어가는 메추리알도 늘 아버지가 까주셨기 때문에 눈물 나서 못해먹겠다고 하다가 이젠 아랑곳하지 않게 되었듯, 감자탕도 올해쯤엔 다시 요리할 수 있게 될 것 같아 예전에 다른 데 올렸던 걸 퍼왔다.
감자탕 <재료> 돼지 등뼈, 감자, 양파, 대파, 마늘, 생강, 삶은 우거지, 고춧가루, 된장, 들기름, 소금
1. 돼지뼈를 찬물에 1, 2시간쯤 담가 핏물을 우려낸다.
2. 감자 3개, 양파 1개의 껍질을 벗겨 통째로 씻어놓는다.
(사실 나는 감자를 무지 좋아하는데, 당뇨병엔 감자가 무척 안좋은 음식이라 일부러 조금만 넣었다;;)
3. 커다란 냄비에 물을 끓이다가 돼지뼈를 넣고, 통생강과 통마늘을 넉넉히 넣는다.
4. 양파와 감자도 통째로 넣고, 대파도 손으로 뚝뚝 잘라 넣고 끓이다 파는 나중에 먹기 직전에 건져버린다.
5. 펄펄 끓으면서 거무스름한 거품과 기름이 둥둥 뜨면 계속 건져내서 뽀얀 국물이 나올때까지 1시간 반쯤 끓인다.
6. 마침 삶아놓은 우거지가 있어서 처음부터 삶을 필요가 없었는데, 말린 시레기부터 손질하려면 물을 넉넉히 붓고 푹푹 삶아 나중에 잘 씻어 건지면 끝이다.
우거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다음 물기를 꼭 짜서, 고춧가루, 다진마늘, 다진 파, 된장, 들기름을 적당히(^^;;) 넣어 조물조물 버무려 놓는다.
7. 돼지뼈에서 고기가 흐물흐물 떼어질 정도로 잘 익으면, 양념한 우거지를 얹고 고춧가루를 더 넣어서 (미리 고추기름을 만들어 쓰는 경우도 아마 있을 것 같다마는;;;) 발그레족족 맛있는 색이 나도록 한다.
8.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돼지냄새도 전혀 안나고 구수하고 맛있는 감자탕이 완성된다!!
적고 보니 아무래도 한우는 비싼 가격 탓에 국으로 끓여먹지 않으면, 장조림 해먹는 게 다인듯. 오리고기는 훈제오리 제품을 사다가 살짝 데워서 무쌈에 싸먹으면 되므로 요리랄 것도 없다. 이렇게 먹고도 어제 왕비마마는 또 삽겹살을 구워먹고 싶다 하셨다. 으휴...
여기서 <밥>이 먹기 싫다는 말은 순수한 의미 그대로의 <밥>이지 <한 끼니>가 아니다. 하루 세끼 꼬박 반찬까지 여러 종류로 챙겨서 밥을 먹기엔 수랏간 무수리로도 좀 지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점심은 주로 간단히 먹는 편이고 대부분 떡만두국, 우동, 칼국수를 번갈아 해먹다가 간간이 떡볶이로 좀 오버하는 때도 있고 아주 가끔은 빵으로 떼운다. 그러나 반찬 없이 밥먹으면 그 밥심이 2시간 밖에 안가는 인간이 빵 조각 간단히 집어먹고서 버젓하게 <끼니>라고 부를 수는 없는 법이라 나름 영양소까지 감안해서 한 끼니를 해결하므로 <떼운다>고 말하기엔 좀 섭한 감이 있을 정도다. 감자수프 한 그릇에 프렌치토스트 2조각, 바나나 한개 정도면 꽤나 배부를 수 있음. ^^; 아무튼 이어지는 식탐녀의 식탐 포스팅.
무늬만 <감자수프> 재료: (2인분) 감자 2개 (작은 건 3개), 양파 반개, 우유 1컵(넉넉히), 소금 약간. 호두
1. 감자와 양파 껍질을 까서 빨리 익도록 숭덩숭덩 잘라 그릇에 담아 전자렌지에 5, 6분 쪄 익힌다.
2. 익은 감자와 양파, 그리고 역시나 전자렌지에 데운 우유 1컵을 믹서기에 넣고 기호에 따라 소금을 약간 넣어 슈리릭 간다.
3. 수프를 그릇에 쏟아 담고 호두를 몇 알 얹어서 식기 전에 먹으면 끝. (뜨겁게 한다고 냄비에 쏟아 다시 끓여본 적 있는데 맛엔 큰 차이 없다. 설거지감만 많아질 뿐)
생크림도, 버터도, 밀가루도 넣지 않은 걸죽한 수프지만 순 재료 맛만으로도 맛있다고 장담한다!
<프렌치 토스트>
재료: (2인분) 호밀빵 4조각, 달걀 2개, 우유 적당히, 버터나 올리브유, 계피가루, 귤쨈
1. 달걀 2개를 넓은 그릇에 풀고 우유를 달걀 양의 절반 쯤 붓는다. (계피가루를 이 단계에 넣고 해도 된다)
2. 호밀식빵을 달걀우유물에 담갔다가 버터나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부쳐낸다. 처음엔 버터로 해먹어서 더 고소하긴 했는데 열량 생각하니 끔찍해져서 요샌 올리브유로 선회했다.
3. 접시에 담아 취향에 따라 계피가루를 좀 뿌린 뒤 쨈을 발라 먹는다. 바나나를 잘라서 같이 먹어도 맛있음
<귤쨈> 노나또님이 귤쨈 만들어 브런치 해드셨다는 포스팅 보고 '무슨 집에서 쨈을 다 만드시나!'라고 놀랐는데, 설날때 나눠온 귤이 냉장고에서 자꾸 썩어나가는 걸 보니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 버리게 생겨서 나도 시도해봤다. 어린시절 울 엄마처럼 딸기를 몇관(?)씩 사다가 엄청나게 만드는 양이 아니므로 1시간이면 대충 완성되는 듯. 완성품이 생각보다 맛있어서 뿌듯했다.
재료: 귤, 설탕
1. 귤을 까서 냄비에 담고 대강 으깬다.
2. 과즙이 꽤나 많이 흥건하게 나오므로 설탕을 적당히 넣고 나무주걱으로 죽어라 저으면서 계속 끓인다.
3. 식으면 더 끈적해질 게 틀림없으므로 과즙이 거의 다 졸아들었을 무렵 팔 아파서 불을 껐다.
4. 끓는 물에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 식혀 냉장고에 보관한다.
좀 덜 달게 하려고 생각했었는데, 수정과 만들고 남은 백설탕이 확 쏟아지는 바람에 정석으로 달콤하게 만들어졌다. 유기농설탕이나 황설탕을 넣으면 색이 좀 탁해지겠지만 건강엔 더 좋을듯. 째뜬 우리집엔 건강에는 나빠도 맑은 주황색의 귤쨈이 반병 생겨났다. 계피가루 뿌린 프렌치 토스트랑 꽤 잘어울린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