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산 꽃다발과 과일, 간식, 스타벅스 1호점에서 산 컵들을 호텔방에 내려놓고는 일단 저녁을 먹은 뒤 스페이스니들에 가는 것이 남은 오후의 일정이었다.

창가 테이블에 놓여있던 얼음통을 활용해 내가 얼른 꽃꽂이를 하는 사이 E언니는 이왕 사왔으니 먹어보자며 딸기와 블루베리를 씻었다. 그렇다면 또 인증샷을 남겨야지 ㅋㅋ

5천원짜리 꽃다발치고 정말 풍성하고 예쁘지 않은가?! 금방 시들지도 모른다고, 튤립이 원래 얼마 못간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내일 아침에도 멀쩡하면 차에 싣고 다닐 거라고 내가 예고했다. 니가 은근 꽃순이구나, 라며 언니들이 놀렸다. 넹, 맞아요...

과육이 단단한 딸기는 한국 딸기랑은 정말 느낌이 다르고 단맛이 덜한 반면 훨씬 싱싱하다. 블루베리는 뭐 한국에서 먹는 거랑 별 차이가 없었던 것 같은데 역시나 싱싱하고 알이 되게 굵었다!

그나마 대도시엘 왔으니 저녁은 한식집을 찾아가서 먹어도 크게 실망하진 않을 것이라는 E언니의 판단 하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국 식당을 찾아갔다. 음식점 이름은 Chili and Sesame. '고추와 참깨'다. ㅋㅋ 손님은 우리 말곤 한국인들 하나도 없었고, 한국인 주인이 어디서 오셨냐며 반색했다. 프라이드 치킨부터 김치찌개까지 ㅠ.ㅠ 온갖 음식이 다 망라되어 있는 메뉴판을 보며 우린 좀 불안해졌다. 이거 메뉴가 너무 많다.. 주력상품이 없다는 뜻이다. 옐프 앱의 별표도 세개 반이라던가..

암튼 그래도 일단 다들 많이 먹고 있는 '치맥'을 시킨 뒤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비빔밥을 골랐다. 닭고기를 튀기면 웬만해선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지만 ㅋㅋ 좀 짰던 것 같고, 밑반찬을 계속 종류별로 리필해주는 인심 때문에 계속 감사하긴 했으나 솔직한 맛 평가는 그저 그랬다.  

참이슬 가격좀 보라지! 처음처럼.. ㅋㅋ

LA주민들은 한식은 역시 LA가 최고라며 지난번 한국 가서 먹어보니 어떤 건 LA가 더 낫더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일단 한국은 양이 너무 적어서 불만이라나 ㅋㅋ

암튼 이날 저녁 우린 미국 시애틀까지 가서 굳이 카스 생맥주에 '프라이드 양념치킨 반반 무마니'를 즐겼고, 배부르다며 치킨을 남긴 대신 밥과 찌개도 꾸역꾸역 먹어치웠다. 메뉴가 하나하나 나오는 바람에 이날 저녁엔 메뉴판 말고 음식 사진이 없다. 잔해만 찍기도 뭣하고 해서...

음식점 이름 기억하려고 메뉴판을 찍은 건데 나중에 술 이름 영어표기 보며, 그 가격대 때문에 한참 낄낄 웃었다.

 

7시가 다 됐어도 아직 바깥은 환한데 걸어다니는 사람은 진짜 드물었다. 범죄율은 LA보다 낮다면서 자꾸만 안심시키려드는 E언니가 오히려 겁을 냈던 게 아닌가 싶다. 미국선 워낙 걸어서 시내를 활보하는 일이 없다보니 그럴 만도 한듯.

몰랐는데 시애틀에도 트램이 다닌다. 반가워서 얼른 한장 찍었음.    

두블록 쯤 걸었던가.. 드디어 스페이스니들이 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높은 데 싫어하는 나도 서울 관광 와서 서울타워 꼭 가보는 사람들 마음이 돌연 마구 이해가 됐다. 게다가 서울타워보다는 스페이스 니들이 더 도시의 상징성을 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을 비롯해서 영화에도 좀 많이 나왔어야지.. ㅎ

전망엘리베이터를 타고 스페이스니들에 올라가는 비용은 1인당 $22. 평일 저녁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 금방 올라갔지만, 줄 안서고 빨리 올라가는 특별표도 따로 팔던데 30달러던가? 33달러던가... 역시 자본주의의 나라라고 우리가 한마디씩 했다. 노인, 장애인 우대도 아니고 돈 우대 줄이 따로 있다니 원... (비행기에서 퍼스트클래스 먼저 타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

하여간 날씨도 좋고 하늘도 새파래서 노을구경 야경구경에 기대가 컸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탈 땐 몰랐는데, 아니 월요일 저녁에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곳곳에 놓인 테이블엔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둥근 전망대를 한바퀴 돌면서 호시탐탐 빈자리를 노리는 수밖에...

 

 

 

서쪽 바닷가 위쪽 하늘엔 주황색 노을이 물들고... 반대편 동쪽 시내 방향은 분홍색 하늘이 펼쳐졌다.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둥근 금빛 철구조물은 스페이스 니들 가장자리에 달린 것. 저거 없이 잘 좀 찍어보고 오래 난간에 매달려 있으면 멀미가 나서리 ㅠ.ㅠ 

마지막으로 더욱 활활 타오르는 노을. 그날의 실감이 반도 안난다 ㅠ.ㅠ

드디어 서쪽 하늘에 남아있던 햇빛과 노을이 꼴까닥 사라지고... 하늘이 깜깜해지면서 본격적인 시애틀의 야경이 별밭처럼 드러났다.

 

시애틀 그레이트 휠을 중심으로 한장 더.. ^^;

환하게 불을 밝힌 배가 주인공

가운데 보이는 배가 움직이는 건지 아닌지 그걸 확인하느라 엄청 오래 지켜봤던 것 같다. 파티라도 벌어지는 듯 너무도 환하게 불을 밝힌 배는 아주 조금씩 부두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뭐하는 배일까... +_+

 

내가 찍고도 흐뭇했던 사진! ㅎ

본격적인 야경이 펼쳐지기 전까진 아무도 자리를 뜨는 사람이 없더니 그래도 완전 깜깜해지자 테이블 하나가 간신히 비었다. 오렌지 주스와 카모마일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앗.. '공짜 디저트' 먹으려면 우리 9시 전에 호텔로 돌아가야해! 킬킬대면서 전망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물론 기념품 가게도 빠지지 않고 들렀으나 뭐 딱히 사고싶은 건 없더라는;;

뚜벅이로 걸을 땐 또 내가 구글맵의 도움으로 앞장을 서서 길을 찾는 것이 요번 여행의 암묵적인 임무였다. 본인의 방향 감각을 몹시 믿는 편이지만 가끔 오작동을 하기 때문에 살짝 긴장을 했고, 더욱더 인적이 사라진 시애틀의 밤길을 언니들이 워낙 무서워해서 엄청 빨리 걸어갔던 것 같다.

다행히 격자무늬 도로는 방향만 잘 잡으면 헤맬 이유가 없었고, 언덕길을 20분쯤 걸어서 해변으로 내려온 다음 부두와 기차길(예전에 석탄과 하역용 짐을 실어나르던 기찻길이라는데 딱 경의선 숲길--일명 연트럴 길--느낌이다 ^^ 사라진 철길 따라 앙상한 나무 심어진 것까지도;;)을 따라 호텔에 무사히 들어갔다. 오히려 구글맵은 주소를 찍으면 호텔은 눈앞에 있는데 이상한 뒷길로 더 가라고 가르쳐주더만! 헷...

우린 곧장 로비라운지 디저트 코너로 돌진했으나, 시간이 너무 늦은 탓인지 과일은 없고 쿠키류와 브라우니, 피칸 파이만 조촐하게  남아있었다. 브라우니보단 피칸파이가 더 맛있다며 배부른 여자들 같지 않게 한 조각씩 먹어치우고는 아줌마 정신 발휘해서 한조각씩 더 싸 가방에 넣으며 또 킬킬 웃었다. 아... 일주일만에 정말 허릿살 뱃살이 장난이 아니라면서... 오늘 섭취한 열량은 아마 평소의 두배쯤 될 듯! (평소 거의 점심 한끼만 먹고 사는 S는 3배라고 투덜댔다. 깡마른 친구는 드디어 청바지가 안맞기 시작했단다. 다행히 난 죄다 고무줄 바지를 가져갔기 때문에 ^___^v 상관없었다. 

이날밤은 정말로 배가 불러서 식곤증으로 다들 일찍 잠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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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를 떠나는 날 아침. 여전히 흐렸지만 차츰 날이 개려는 듯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파란 하늘이 보였다. 에잇! 우리가 떠나려고 하니깐 날씨가 좋아지고 난리! 아쉬워도 어쩌랴... 전망 좋은 호텔방 창앞에서 이리저리 풍경을 구경했다.

앞 건물 옥상 정원 부러워라;;

호텔 바로 건너편에 고급 아파트가 있었는데 아침 일찍 옥상 정원에 나와서 어슬렁 거리는 사람들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저런 데는 월세가 얼마나 하려나 ㅎㅎ K언니는 마음에 드는 도시마다 아파트 하나씩 사놓고 싶다고 E언니에게 시세를 물었다.  

암튼 밥보다 잠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S가 국물 먹고싶다며 전날 저녁에 사놓은 '농심' 사발면(1개만 샀는데도 결국 남김)을 비롯해 먹어치울 게 너무 많았기에 우린 쿨하게 조식 뷔페를 포기한 뒤 방에서 각자 짐 챙기고 화장하는 동안 왔다갔다 주섬주섬 사과와 토마토, 우유, 견과류, 요구르트로 아침을 '배불리' 때웠다.   

짐 가방을 다 챙겨 차에 싣고 10분쯤 거리에 있는 페리 항구로 향했는데, 아이고 입국 심사 대기만 1시간 30분이 걸린 끝에 드디어 10시 30분 배를 타고 다시 포트앤젤레스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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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여행후기를 빨리 마쳐야할텐데... 생각하고 보니 으아.. 오늘 날짜로 쓰는 이날의 후기는 딱 석달 늦은 셈이다. 기억 다 사라지기 전에 어서 마무리를 지어야한다는 압박감이 스멀스멀...

여행가서 나름 기록한답시고 작은 수첩을 가져가서 메모를 하긴 했는데 벌써부터 게을러져서 이때부턴 간단히 동선만 적혀 있고 느낌이나 감상은 거의 없다. 심지어 끼니별로 뭐 먹었는지 안 적어놓은 날도 많다. ㅠ.ㅠ 수다떠느라고 그랬을까? 흠.. 사진을 보며 기억을 재구성하는 수밖에 ㅋ

캐나다에 있는 사흘간은 아쉽게도 계속 날씨가 안좋아 비가 오락가락했다. 햇빛이 찬란했더라면 꽃구경이 더욱 빛을 발했을 것이라고, 사진도 훨씬 더 예뻤을 것이라고 E언니는 계속 아쉬워했지만, 우산 쓰고 돌아다니는 우중산책도 나름 운치 있고 좋았다. 

호텔에서 조식부페를 먹고 (귀찮아서 이 때쯤엔 조식 사진도 안찍기 시작;; ㅎㅎ) 일단 나름 관광지라는 크레이그더랙 '캐슬'(Craigdarrach Castle) 구경에 나섰다. 영어로 적힌 표지판 보면서 대체 발음 어떻게 하는지 몰라 기념품 가게 직원한테 물어봤다. ㅋㅋ

캐나다 정착민의 역사가 얼마 안되다 보니, 초창기에 유럽에서 건너와 돈 많은 사람들이 빅토리아풍으로 (대충?)지은 이런 집 정도에 막 '캐슬'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유적지 취급을 한다.  하긴 뭐 우리나라도 아파트에 ㄹㄷ캐슬이란 이름 붙이는 국민이니 뭐랄 수는 없지만 암튼 막상 가보곤 애개개.. 그랬다. ^^; 설상가상 일요일이라 집안엔 못들어가게 하고 기념품 가게만 열어놨어! ㅋㅋ 

사기다 사기 그러면서 구경했던 유료 브로셔 ^^

한 10분쯤 후딱 돌아보고 나오는 걸로 족했으나, 재미 있었던 건 이 건물이 약간 언덕지고 깔끔한 고급 주택가에  있어서 주차장 입구 찾느라 주변을 한바퀴 괜히 더 돌아야했다. 그러다가 어느 집 마당에서 너구리를 보았다는 것! 몸집이 제법 큰 귀여운 너구리 한 마리가 도망도 안가고 어슬렁 어슬렁 남의 집 꽃밭을 돌아다니다가 우리를 빤히 쳐다보더니 또 시큰둥 가던 길을 가는 게 아닌가. 방향이 애매해서 사진은 못찍었지만, 이 캐슬을 보고 나와서 우리의 촌평은... '예쁜 꽃밭에서 귀여운 너구리를 봤으니깐 괜히 여기 들렀던 이유로 충분해!'였다. ㅎㅎ

그러고는 다시 빗길을 달려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부처트가든'을 찾았다. 역시나 돈많은 (아마도 귀족출신?) 초창기 이민자가 오래오래 공들여 가꾼 정원이라는 것 같다. 유럽식 정원도 있고 일본식 정원도 있고(일본풍 정원은 세계 어딜 가나 다 있는듯)... 암튼 계절별로 꽃들이 지천이어서 언제 가도 보는 맛이 있다고 브로셔에 써 있었다. 우린 튤립이 만발한 시기를 노리고 간 거였는데, 좀 일러서 만개한 튤립보다는 봉오리를 더 많이 보았고 그래서 E언니가 느므느무 아쉬워했다. 만개하면 튤립이 거의 애들 머리통만하다나 뭐라나... 우린 비교대상이 없으니 그저 이 정도도 예쁘다고 좋아라 했을 뿐이다.

부처트 가든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 속하는 빅토리아 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란다. 비가 부슬부슬오는데도 사람들이 꽤 있어서 의외였고.. 주차장 구석구석 공원 입구에 아무나 쓰다 놓고 가라고 투명비닐우산이 놓여 있었다. 우린 각자 우산이 있는데도 투명한 우산을 쓰는 게 더 구경하기 좋다고 해서 얼른 두 개 집어들었다.

꽃그림 들어간 입장권도 예뻐서 한번 찍어보았음. 캐나다 달러는 미화보다 환율이 약간 더 낮아서 $30이면 3만원이 채 안된다. 제주도에 새로 생긴 식물원이나 곤지암 화담숲 입장료가 이 절반도 안되는데도 비싸다고 버럭 화낸 적이 있다. 확실히 우리나라 물가가 훨씬 싸고, 문화생활비는 더더욱 저렴하다고 느꼈다. 캐나다는 예쁜 정원 구경하는 비용이 막 놀이공원 자유입장권 가격이다. +_+ 

암튼 표를 내고 들어가면 곳곳에 예쁜 건물들이 있고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꽃밭이 끝도 없이 펼쳐져있다. 튤립은 아직 덜 자랐거나 봉오리 덜 벌어진 게 많았고, 활짝 핀 건 주로 수선화, 히야신스, 아이리스... 그밖에 수많은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층층이 촘촘이 꽃을 심어놓아서 막 이런 느낌...? 

 

노란건 모르겠고 분홍색은 금낭화 히야신스 자주색이 정말 예뻤던 튤립과 히야신스

확실히 비를 맞아서 꽃들이 더 촉촉한 느낌으로 말갛게 사진에 담긴 것 같다.

개인적으로 뜻밖에 신기한 경험은 '성큰?선큰?가든'(Sunken Garden)이었다. 으음... 여기서 또 나의 운명론이 등장하고 마는데... ㅋㅋ 노트북까지 싸들고 가서 번역하던 소설에 스토리상 매우 중요한 장치로 'Sunken Garden'이 등장했다. 나름 구글로 검색해보고 이런저런 자료를 찾았어도 모호하고 막연한 느낌이라 일단 '침상정원'으로 번역하고는 구차하게 역주를 달았었다. 언덕 지형을 활용하여 지표면보다 낮게 어쩌구 저쩌구... 그러고도 딱히 이거다 싶은 느낌이 없었는데, 작품 속에서 여주인공이 만들려는 '선큰 가든' 개념이 뜻밖에 내 눈앞에 뙇~~~!! ㅋㅋ 역시 마감 미뤄두고 놀러간 명분이 바로 이거였어! 라고 막 홀로 끼워맞추기 한판을 하고는 내친 김에 친구에게 또 어거지 운명론을 하나 더 고백했다.  '남자주인공이랑 너랑 생일이 똑같이 만우절이야! 우연의 일치 치고는 뭔가 되게 이상하지 않냐? 아무래도 이 책 영화 개봉되면 대박날 것 같아...' (그러나 몇달 뒤 현실은 내 예상과 빗나간다 ㅋ)

이것이 Sunken Garden

나무로 만든 쓰레기통에도 예쁘게 꽃을 얹어놓은 정원을 구석구석 몇시간이나 돌아다니다가 다리가 아파서 카페에 들어가 좀 노닥거린 뒤 앙증맞고 예쁜 쓰레기(!)들이 지천으로 깔린 기념품 가게에서 한참 이것저것 집어들고 고민하다 계속 염원하던 '플리스 후드티'를 일단 구입해 뿌듯했다. (캐나다라고 적힌 검정색 삼선 지퍼후드를 저렴하게 사서 좋아라했는데 ㅋㅋ 나중에 친구집에서 빨아보니 100% 폴리에스터라 보풀이 장난 아니게 일었다. ㅠ.ㅠ)

카페와 기념품 가게 카운터에도, 테이블에도 도무지 생화 같아보이지 않는 꽃화분과 화병이 놓여 있었는데.. 설마 조화겠거니 만져보면 다 생화였다! 조화파는 가게에서 종종 너무 과장됐다고, 색깔이며 모양이 좀 웃기게 생겼다고 생각했던 꽃들이 진짜로 다 실화였음을 나는 이곳에서 비로소 깨달았다. ㅎㅎㅎ

맨 오른쪽 사진은 대표로 방명록에 한마디 쓰라고 언니들이 시켜서 비와서 아쉽지만 그래도 좋았다고 적는 중이다. 여행기라고 막 인물사진 대방출 ㅠ.ㅠ 등산복 입고 관광하는 한국인들 유럽에선 흉본다지만 흥! 캐나다엔 나처럼 우산 안쓰고 바람막이에 달린 모자 뒤집어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엄청 많이 봤고, 어쨌거나 나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죄다 얇은 옷과 반팔만 가져가서 저 겨울용 바람막이가 얼마나 요긴했는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이날 점심은 뭘 먹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부처트 가든 카페에서 머핀으로 때운 듯. 그러나 차에서 계속 간식을 먹었기 때문에(무려 구운 쥐포와 문어다리가 지퍼백 가득 들어있었고, +_+ 주유소 들를 때마다 젤리며 과자를 꼭 사가지고 차에 올랐다 ㅎㅎ) 열흘 내내 배가 고팠던 순간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출출해질 새도 없이 노상 뭘 입에 집어넣고 있었음.

부처트 가든을 나와 차로 또 한참을 이동하다, 캐나다 과일도 좀 맛을 보자며 유기농 마켓에 들렀다. 과일값은 그래도 한국이랑 비슷하군.. 했던 것 같다. 홍옥처럼 반질반질 윤기나는 작은 사과랑 방울토마토랑 블루베리를 샀던가... ㅠ.ㅠ 암튼 호텔이 있는 항구쪽으로 이동하자 점점 날이 개었다. 그렇다면 또 부두 구경을 좀 해볼까나...

관광객인지 주변에 사는 주민인지 우리처럼 부두를 괜히 어슬렁거리는 가족과 어린이를 만나 슬며시 도촬. ^^; 부두에 정박해있는 배들은 하나같이 새로 칠한 듯 깨끗했고, 고기잡이배가 분명한 파란색 어선들도 어찌나 깔끔한지 약간 놀랐다. 비린내도 안나고, 부두와 선창 주변 물도 바로 뛰어들어도 될만큼 맑았다. 

아직 배는 안꺼졌지만 어느덧 저녁을 먹을 시간이 다가왔다. 내비에 주소를 찍고 찾아갔는데도 도무지 음식점이 눈에 띄질 않아 일단 길에 주차부터 하고 (일요일이라 무료!) 이쪽 저쪽 건물마다 기웃거리고 다녀야했다. 분명 주소로는 근처인데... 그러면서. 

 

별점 후기를 참고로 선택한 음식점을 찾아 헤매느라 뜻밖에 골목골목 들어가본 것도 괜히 재미나고 신났다. 저녁을 먹기에 너무 이른 시간인지 인적 드문 이런 골목으로 쭉 들어가보면 안쪽 모퉁이에 예쁜 음식점들이 콕콕 박혀있고, 이른 저녁을 먹는 손님들도 꽤 있었다. 그저 인구가 적어서 대체로 한가로운 분위기인가?

 

암튼 구글맵을 켜고 거의 부두 바로 앞까지 한참 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에라이, 포기하고는 차로 돌아가 다시 내비를 찍어보자 그랬는데 ㅋㅋ 주차해놓은 도로 바로 위쪽에 음식점이 있었다. 간판이 작아서 못보고 지나친 뒤 계속 아래쪽 거리만 뒤졌으니 나올 리가 있나...

여행을 가서는 길을 좀 잃고 헤매는 것도 다 추억거리라며, 그래서 배 좀 더 꺼졌으니 저녁밥 많이 먹자! 언니들이 하하 웃으며 우릴 위로했는데, 아이고 위로하실 필요 없어요... 전 그냥 막 돌아다니는 게 좋다니깐요.

샐러드는 요리로 칠 수 없다면서 우리가 메뉴판을 차마 안 내려놓고 뭘 하나 더 시킬까 고민하고 있었더니 웨이터가 음식 갯수 니네 넷이 먹기 충분하다고, 막 말렸다. ^^; 감자튀김 그릇을 보고서야 우리도 그 마음을 이해했다. 맥주랑 같이 신나게 먹었으나.. 저 바삭한 감자튀김을 결국 다 못먹고 남기고 왔다. 테이블은 엄청 좁고 그릇은 어찌나 큰지... ㅎㅎ

봉골레 파스타와 해산물 리조토, 프라이드 치킨을 시켰던 것 같다. 근데 또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양이 많지 않아 보이는데? ㅋ 하지만 밥이 산처럼 쌓였던 리조토는 우리나라 음식점 양의 거의 세배쯤? 느끼함에 강한 나는 대체로 냠냠 맛있게 먹었는데 봉골레 파스타에 치즈를 많이 넣어서 느끼하다며 친구는 김치먹고 싶다고 막 괴로워했다. S는 은행에서 퇴근해 집에 들어갔는데 밥 하기 귀찮으면 김치만 한 그릇 퍼먹고 잘 때도 있다는 기인이다. *_*

암튼 우린 부른 배를 두들기며, 저녁식사 후엔 미리 웨이터에게 물어본 '캔디 가게'를 찾아갔다. 단풍국엘 왔으니 메이플시럽은 사가야하지 않겠냐는 것. 헤맬 것도 없이 메인스트리트 정 가운데 떡하니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메이플시럽과 단풍잎 모양 과자 따위를 샀다. 

날이 흐려서 벌써 하늘이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E언니와 S자매는 치안 위험한 캘리포니아 주민들이라 미쿡이든 캐나다든 밤중에 돌아다니면 큰일나는 줄 아는 분위기여서 어두워진 뒤론 거의 호텔에서 꼼짝도 안했다. 이날 처음으로 가로등 켜진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제 겨우 나같은 올빼미의 시간이 시작되는 거라고 아쉬워했다. ^^;  그러나 일요일 저녁 캐나다 거리엔 간간이 술집과 마트 빼곤 가게가 다 문을 닫았다! ㅎㅎ

동그랗게 다듬은 가로수를 보라! 다스베이더의 투구 같기도 하고.. 단발머리를 형상화한 건가 싶기도 하고... 도로쪽은 큰차에 닿지 않게 하려는 건지 일부러 더 파놓았다. 여기가 메인 스트리트인데 길도 별로 안 넓고 이렇게나 한산하다. ^^; 횡단보도 건너면서 후다닥 찍은 사진이다.

캐나다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니, 낮에 캐나다 유기농 마켓에서 선 과일을 안주 삼아 맥주라도 한잔 하자고 다시 호텔 근처 마켓에 들렀지만 ㅎㅎㅎ 결국 마시는 요구르트, 우유, S가 자긴 아침으로 꼭 먹어야겠다면서 고른사발면만 사가지고 나왔다. 배불러서 뱃속에 맥주를 더 우겨넣을 여유도 없을 것 같고... 요즘 또 나는 맥주 한두잔에 후딱 취해버리고... 아쉽지만 그렇게 캐나다 과일을 술 없이 먹으며 빅토리아 섬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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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드디어 예약해둔 배를 타고 국경을 넘어 캐나다 빅토리아섬에 들어가는 날이라 새벽부터 일정이 바빴다. 전날 잠들기 전, 7시엔 출발을 해야 늦지 않게 포트앤젤레스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배를 탈 수 있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름도 비슷하지만 포틀랜드부터 포트앤젤레스까지는 아예 주도 달라지고(오레곤 주에서 워싱턴 주로)또 다시 4시간쯤 380킬로미터나 더 가야했다. 

밥보다 잠이 더 중요하니깐 ^^; 아침은 그냥 먹지 말고 가자며 7시 좀 못 돼서 가방 다 싸들고 로비로 내려가 열쇠 돌려주고 체크아웃을 했는데 로비 한 귀퉁이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풍겨나오는 커피랑 빵 냄새가 너무 유혹적인 거라... ㅋㅋ E언니가 즉각 계획을 수정해 간단하게 베이글이나 머핀에 커피 한 잔씩 먹고 가자고 말했다. 녜녜, 좋지요... 그러나 먹는 것에 관한 한 E언니는 절제를 모르는 사람! 언니 홀로 주문하러 보냈더니 베이글과 머핀 뿐만 아니라, 오트밀과 과일까지 또 완벽한 끼니를 시켜놓았더라는;; 

워낙 준비 느린 스타벅스 웨이트리스를 원망하듯 쳐다보며 하나 하나 메뉴가 나올 때마다 전투적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그래도 2-30분만에 호텔을 나섰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호텔 조식을 먹을 걸. ㅋㅋ 째뜬 날이 흐려 아직 어두컴컴한 분위기 속에서 차를 미친듯이 달려 포트앤젤레스에 무사히 11시쯤 당도했다. E언니도 브레이크 자주 밟는 거 싫어하고 속도를 좀 즐기는 살짝 터프한 운전 스타일이 나랑 약간 비슷하다. ^^;  

캐나다행 페리는 12시까지 국경 검문소로 진입하면 되므로, '간단히' 점심을 먹으러 항구 코 앞에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고를 것도 없이 눈에 띄자마자 선택된 코코펠리 그릴.

메뉴판을 받아든 나는 간단하게 햄버거나 먹겠다고 말한 뒤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좀 이따 테이블을 뒤덮은 접시들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ㅎㅎㅎ 게살 샐러드에, 새우튀김에, 또 뭐가 있었더라.. ㅠ.ㅠ 사진이 없으면 기억도 안남는다. 에효... 암튼 아침도 대충 때웠으니 점심은 제대로 먹어야한다는 언니들 쵝오~! 

K언니가 찍어준 이 음식 사진에서 주목할 것은 햄버거를 자르는 나의 길쭉한 손가락! ㅋㅋ 휴대폰의 왜곡이 틀림없는데도 괜히 좋아라 했었다. 맨 오른쪽은 서둘러 배를 타러 나가는 나의 친구 S와 E언니의 뒷모습을 2층에서 찍은 것이다.  이제 슬슬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들어오는데 우린 이미 식사 끝내고 나가는 중.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거나 육로로 미국/캐나다 국경을 넘을 땐 별도로 비자가 필요없다. 그냥 출입국 사무소에서 자동차에 앉은 채로 4명 여권 죄다 걷어서 주면 스윽~ 보고 캐나다에 뭐하러 가냐고 묻는 게 끝이다. 그러고는 안내원이 시키는 대로 줄줄이 차를 주차시켜놨다가 순서대로 줄줄이 배에 싣는다. 세월호 트라우마가 떠오르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는 페리가 안전하겠지, 혹시 사고나면 물 차가워서 그냥 죽는 건데 그래도 가족한테 보상금 엄청 많이 나올 거야, 염려 마.. 뭐 그런 얘길 웃으며 친구와 주고받았다. ㅎㅎ

캐나다 빅토리아 항구까지는 1시간 반 거리. 계속 축복처럼 화창했던 날씨는 이날부터 꾸물꾸물.. 먹구름이 끼더니 드디어 후드득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중독처럼 틈틈이 포켓

틈틈이 포켓몬고 ㅋㅋ

몬 잡기에 열중했던 나는 이날 포트앤젤레스 항구에서 나름 희귀몬인 루주라를 잡아 희희낙락했다! 포켓몬을 잡으면 맨 밑에 장소가 기록되어 있는데 캬캬캬 이번 여행에서 꽤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마리를 잡아놓고 혼자만 괜히 열어보고 좋아하는 중이다. 


페리 화물칸에 차를 세워두고는 곧장 위로 올라갔다. 일찍 올라가야 테이블도 있는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데, 이미 주차순서에서 밀린 우리는 테이블 좌석 차지 실패. 그나마 자리는 많아서 선실 좌석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바람 쏘이러 갑판으로 나갔다가 들낙날락했다. 바깥 풍경이 자꾸 바뀌는 차로 달리는 4시간보다 희뿌연 수평선만 보이는 1시간 반 뱃길이 훨씬 더 지루하게 생각되었다. 


가도 가도 계속 이런 바다만 보이니 원... 재미가 있나. 그래도 1시간쯤 지나자 저 멀리 캐나다 땅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대충 찍어도 그렇지 수평이 하나도 안맞은 것 같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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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오후 한국 출판사에서 걸려온 원고 독촉 전화에 뜨끔해진 나는 또 밤중에 홀로 청승을 떨며 주방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새벽까지 일을 하다가 침대로 기어들어갔고, 눈을 스르륵 감았다 뜨니 8시에 맞춰놓은 휴대폰 알람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ㅎㅎㅎ


후딱 씻고 룰루랄라 조식 뷔페를 먹으러 로비 건물로 향했다.

K언니가 그나마 촬영용으로 우아하게 담아온 자기 접시를 기록으로 남겨 공유해주었다. 

물론 나는 전날 맛을 들인 특산물 감자요리와 아스파라거스+버섯을 곁들인 오믈렛을 큰접시에 산처럼 퍼다먹었고, 과일도 전날의 아쉬움을 완전 날려버릴 만큼 양껏 욕심을 부렸다. 밤새 일하면서 디카페인 커피에다 머핀을 먹었는데도 계속 어찌나 배가 고팠던지... +_+ 이미 위가 한국에 있을 때보다 두 배로 늘어난 게 확실했다. 

빵도 맛있고, 오렌지주스도 맛있고, 과일도 싱싱하고.. 이제껏 먹은 호텔 조식 중에 가장 훌륭하다고 마구 칭찬을 하며 슬며시 리디아 온전 리조트의 방값이 궁금해졌다. 

체크아웃 하면서 K언니가 받아온 영수증을 보니 $229. 

4명이 분담하면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E언니가 회비를 너무 적게 받은 것 같아 양심에 찔렸다. 

출국 전 1인당 여행경비를 묻자, E언니는 9박 10일 일정을 짰으니 1박당 100불씩, 900불을 내면 된다고 했었다. 하루에 1인당 방값 50불, 밥값 50불 정도 계산하면 될 거라나. (그러나 막상 돌아다닌 건 10박 11일이었음을 돌아와서 깨달았다. 바보도 아니고... 참나...)

남아도 안 돌려주고, 모자라도 자기가 부담할 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경비 걱정 안하고, 여행 코스도 그저 따라만 다니면 되니 무조건, 네 좋아요! 그러면서 덥석 다 받아먹고 다녔지만, 굳이 비싼 음식점을 찾아 들어갈 때도, 2, 3일에 한번은 방을 2개씩 얻어 편히 잘 때도 E언니한테 부담을 너무 주는 것 같아 미안했다. 불편해하기는 S도 마찬가지. 

그래서 우리가 긴급제안을 했다. 이제부터 무조건 아침은 호텔 조식으로 먹고, 점심은 간단하게 조식부페에서 싸간 걸로 대충 때우고 저녁만 그럴듯하게 먹자고... 이미 사흘만에 밥값으로 경비 파탄 났을 거라고. ㅋㅋ 그러고는 눈치보며 달걀과 머핀을 주섬주섬 챙겨 가방에 넣었는데... 와... 다른 사람들은 아예 쟁반만한 테이크아웃용 그릇에다 한 상을 차려가지고 당당하게 들고나가더라! +_+ ㅎㅎㅎ


날씨는 계속 화창했고, 포틀랜드로 달려가는 내내 눈이 부셔 밖을 내다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열흘 내내 거의 날씨가 괜찮은데 하필 캐나다에 들어가는 날만 비가 예보되어 있었다. 그건 뭐 하늘의 뜻인걸 어쩔 수 없쥐..

암튼 또 포틀랜드까지 450킬로미터쯤, 4시간 반 정도 차로 달려가야했다. 점심무렵 맥도날드에 들러서 커피와 치킷너겟 몇개만 주문해, 호텔에서 싸온 삶은 달걀, 머핀과 함께 정말로 저렴한 한 끼니를 해치웠다. 오레곤 주의 법 때문에 굳이 테이블까지 서빙을 해주는 종업원이 있어도 우린 외부 음식을 아랑곳하지 않고 먹겠어! ㅋㅋ

드디어 오후 3시쯤 포틀랜드에 도착. 컬럼비아 강을 내려다보는 전망대 '비스타 하우스(Vista House)'엘 먼저 들렀다.  

이것이 비스타하우스 건너편 풍경

1층과 지하에 카페와 기념품숍이 있고 2층에 전망대가 있다는데 ㅋ 벌써 문을 닫았어! 게다가 바람은 또 어찌나 세차게 부는지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얼른 한바퀴 돌고는 차에 올랐다. 

강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도로를 달려 다음으로 간 곳은 멀트노마 폭포. 2단 폭포가 꽤 길고 물의 양도 많아서 꽤 유명한 관광지인듯 비스타하우스와 달리 사람들이 바글바글 줄지어 드나들었다.

ㅎㅎㅎ 맨 오른쪽은 인스타그램에도 자랑한 적 있는 아이들 도촬 사진. (이런 거 넘 부도덕한가? ㅠ.ㅠ)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중간쯤에 걸린 저 다리를 지나 정상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가 저 다릴 건널 이유도 없고... ㅋㅋ 그래도 저 다리 높이까지는 올라가서 장엄한 물소리를 듣고 왔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유명 사진작가들이 사진 찍으러도 많이 온다는데 난 수없이 셔터를 눌렀어도 이 정도가 최선이다. 


습기가 많아서 주변 나무들에 죄다 이끼가 덮여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나무 괴물 생각도 나고, 밤에 보면 엄청 더 으스스하겠단 느낌이 들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폭포 바로 앞에 있는 100년쯤 된 멀트노마 폭포 롯지?라는 음식점에서 폭포를 바라보며 저녁을 먹는 것이었다. ^^;; 풍경이 음식의 조미료가 되는 셈?

이건 퍼온 음식점 건물 사진

폭포 입구와 건물 앞 도로가 워낙 좁고 차도 자주 다녀 길건너편 주차장에선 도무지 건물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어서, 인터넷 뒤져 퍼왔음. 건물자체도 오래되어 1층엔 작은 박물관이랑 기념품가게도 있다. ㅎㅎ 

E언니가 원래 6시로 2층에 있는 식당 예약을 해놓았었는데, 폭포 1/3지점까지 슬슬 올라갔다 내려왔어도 시간이 남아 30분 일찍 먹게 해달라고 부탁해 좀 기다렸다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우왕.. 역시나 경치 끝내주고! 이른 저녁을 먹는 사람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


예전에 이미 한번 와 본 적이 있던 E언니가 경치에 비해 음식 맛은 그저 그렇다고 선입견을 심어주었는데, 배가 별로 안고픈 S가 자긴 수프 한 그릇만 먹으면 된다고 해서 시켰던 걸쭉한 양파수프도 그렇고.. (가운데 사진... 저 위에 얹힌 건 치즈다.) 튀김옷이 너무 두꺼워서 좀 비웃었던 피시앤칩스도 연어 스테이크도, 생선 살만큼은 정말 싱싱해서 배고팠을 때 왔더라면 군말없이 맛있다고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테이블이 막 비좁아서 불편했을 정도였고 파스타도 하나 있었던 거 같은데... 으음... 사진 안찍고 그냥 먹어버린 건지 원래 안시켰는지 기억에 없다. 

피시앤칩스엔 또 무조건 맥주! 캘리포니아도 가는 곳마다 지역 특산맥주가 있어서 이름도 기억 안나고 사진으로 남기지도 못한 에일 맥주를 많이 시켜마셨는데 대체로 다 맛있었다. 잘 모르겠으면 일단 동네 맥주 중에서 에일 종류로 시키면 되는 것 같음. 물론 내 입맛에 그랬단 거고, 달달한 술 좋아하는 친구는 너무 쓰다고 인상을 썼다. 

또 다시 부른 배를 두들기며.. 포틀랜드 Courtyard Marriott 호텔로 향했다. 여기는 코인빨래방이 있어서 드디어 밀린 빨래를 돌리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1회용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로비 끄트머리 작은 마트에서 사가지고 25센트 동전을 수십개나 바꿔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렸더니 2시간도 훨씬 넘게 걸린 듯... 

이날은 문 하나로 내부가 연결되어 있는 312호와 314호 방 2개를 빌려 따로 잤는데... 처음 빨래방에 내려갔을 때만 은근 기계치라는 E언니를 도우러 내가 따라갔고, 나중에 시간 맞춰 언니들이 내려가 빨래 가져다가 일일이 다 개어 우리방에 가져다주는 동안 나는 잠깐 침대에 누워 쉰다고 흠냐흠냐 졸다가 결국 완전 나가떨어져서 자정을 넘기고서야 퍼뜩 잠이 깼다. 으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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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여행 셋쨋날이자 온천 리조트가 있는 애슐랜드로 향하는 날이 밝았다. 호텔이 있는 페어필드는 포도주로 유명한 나파밸리 근처라 다음 주에 돌아오는 길에 본격적으로 근방을 둘러볼 예정이어서 순전히 잠만 자러 들른 도시였다. 전날 밤 잠들기 전에 E언니가 말하길, 호텔이 너무 작고 시골이라서(메리엇 호텔 체인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Courtyard by Marriott Hotel의 경우는 비즈니스호텔 규모로 보면 된다고;; 그러나 내가 보기엔 4, 5성급 족히 되는 것 같던데! ㅋ), YELP 앱으로 확인해보니 조식이 별로라며 느긋하게 자고 일어나 브런치는 따로 나가서 먹자고 했었다. 거의 매일 짐을 쌌다 풀렀다 호텔을 옮기는 자동차 여행에서 하루 쯤 조식 포기하고(가난한 여행자 마인드로는 사실 좀 아까웠음을 고백한다;; ㅎㅎ) 푹 자는 거 좋쥐! 

물론 이론상 그랬다는 거다. 친구와 단둘이 편하게 잘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실컷 넓은 침대에서 뒹굴며 숙면을 취했으면 좋았겠지만, 마감 앞두고 출판사 몰래 놀러간 거라 양심상 이날은 새벽 4, 5시까지 구석에서 노트북 켜고는 굶주린 뱃속에 쿠키와 커피, 차를 쏟아 부으며 일을 했다. 친구가 온갖 소음과 불빛에 상관없이 머리만 닿으면 자는 스타일이라 어찌나 고마웠는지... 돌이켜보니, 이날 호텔 조식을 포기하고 늦게 일정을 시작한 건 내게 밤새 일 할 시간을 주려는 E언니의 배려였던 것 같다. (실제로 바로 다음날 출판사에서 원고 마무리 잘 되어가냐는 확인 전화를 받고 뜨끔했다. ㅠ.,ㅠ)

암튼 새벽에 잠들었어도 꽤 많이 자고 일어나 30분만에 후다닥 준비를 마치고는 10시반쯤 호텔을 나왔다. 브런치를 먹으러 간 곳은 허클베리스. 메뉴판이 타블로이드 신문 같은 종이라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신문지를 전천후로 활용하는 한국인의 본능이 불쑥 동하여 (요즘도 명절 때는 일부러 제일 두꺼운 신문을 한 부 사오기도 한다. 거실 화분 치울 때 책상에 깔아야해서리;;;) 기념으로 한 부 집어올까 살짝 충동이 일었으나 관뒀다. ^^; 다 짐이야!

이것이 메뉴라니오믈렛보다 저 감자가 엄청 맛있었다!와플은 뭐 흔히 먹는 맛..

이렇게 인쇄된 메뉴를 마구 소모할 정도면 아마도 체인점이 아닐까 싶다. 평일 오전인데도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와글와글 시끌시끌... 설마 다 여행객은 아닐테고, 차림새를 보아하니 운동하다 들어온 동네 주민인 듯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동남아시아 쪽만 아침밥을 밖에서 사먹는 게 아닌 모양이라고, 여자들이 가사노동에서 점점 멀어지는 건 세계적인 추세인 모양이라고 우리끼리 함부로 일반화 결론을 내렸다. 

와플과 오믈렛, 팬케이크에다 추가로 머핀까지 골고루 시켰는데 으어 진짜 양이 푸짐해서 점심때를 넘기고도 당연히 한참이나 배가 꺼지지 않았다. (가운데 사진 속 머핀은 결국 남겨서 싸가지고 나와선 밤참으로 내가 먹었다 ㅎㅎ)

친구가 주문했던 핫케이크와 해시브라운

메뉴판만 내가 찍은 거고 오른쪽 두 음식사진은 K언니 작품이다. +_+  내가 찍은 건 이렇게 성의가 없고.. 확실히 덜 맛있어보인다. ㅠ.ㅠ 

캘리포니아 근처에서 생산되는 country reds라고 하는 종의 감자를 깍뚝썰기 해서 오븐에 구운 것 같은 저 감자도 그렇고 해시브라운도 그렇고 사이드디시 선택으로 나온 감자가 특히나 느무느무 맛있었다. 추릅;; 

저 기름진 음식과 함께 커피를 각각 거의 두 주전자쯤 마시고는 드디어 출발~!







캘리포니아주를 벗어나 드디어 오레곤 주로 넘어가는데 우와... 저 앞에 보이는 것은 분명 설산?!!

사진으로 보면 구름과 하얀 설산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달리는 차안에서 창문 열고 어렵사리 찍어서 편집했더니 두 사진의 규격도 잘 안맞는다. 암튼... 지난 겨울과 봄에 비와 눈이 하도 많이 와서 캘리포니아 북부에서도 8월까지 스키를 탈 수가 있다나 뭐라나. 실제로 친구 동생네는 주말에 근교로 스키여행을 떠났다며 스키타는 사진을 보내왔었다.  

전날 낮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더워 더워를 외치다 하루만에 다시 눈앞에 설산이 펼쳐지니 얼마나 신기한지 굽은 길을 돌아 새로운 설산이 나타날 때마다 감탄했지만... 2시간쯤 지나 계속 눈덮인 산이 나타나자 다들 시큰둥.. 뒷좌석에 앉은 나와 친구는 그냥 쿨쿨 잠만 잤다. ㅎㅎㅎ

오레곤 주는 다른 주보다 실업률이 높다나 뭐라나, 셀프 주유가 당연한 미국 땅에서 놀랍게도 운전자가 주유기구에 손을 대면 안되고 무조건 우리나라처럼 주유원이 와서 기름을 넣어주고 카드 결제도 처리해준다. 캘리포니아 주민인 E언니와 친구는 그걸 까먹고 갈 때 올 때 모두 오레곤주에 들러 기름을 넣을 때마다 아차차 당황했었다. 심지어는 맥도날드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도 테이블에 세워놓는 번호표를 주고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 나중에 종업원이 쟁반에 고이 담아 갖다준다! 패스트푸드 점에서도 무조건 홀 종업원을 더 고용해 서빙을 시켜야하는 것이 오레곤 주의 법이라고. 

우리나라처럼 고속도로에 자주 휴게소가 있는 게 아니라서, 미국 프리웨이를 달릴 때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무조건 인근 도시로 나와서 주유소나 카페 화장실을 들러야하기 때문에 몇시간에 한번은 스타벅스나 주유소, 맥도날드를 이용했는데 오레곤 주만 법이 달라서 재미있었다. ㅎㅎ

또 다시 400킬로미터를 넘게 달려 드디어 애슐랜드 리디아 온천 리조트에 도착했다. 애슐랜드는 인구가 2만명 남짓한 작은 도시라는데, 셰익스피어 연극 페스티벌도 열리고 오래된 전통 목조건축이 많이 남아있다나 뭐라나. 

리디아 스프링스 리조트 로비 하우스 건물이다 저기 누워 책 읽으며 종일 빈둥거려도 좋겠다

온천 물이 좋아서 꽤 유명한 관광지라는데 우왕 이렇게 소박하고 귀여울 수가 있나... ㅎㅎㅎ 딱 펜션 느낌이다. 통나무집 지어놓은 우리나라 펜션들도 당연히 이런 데를 벤치마킹했겠지? 캘리포니아도 그렇고 오레곤도 그렇고... 대도시가 아니고선 워낙 땅덩어리가 넓고 여유로우니 딱히 건물을 높이 지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호텔도 기껏해야 2, 3층으로 낮게 지은 곳이 많았다. 

E언니와 K언니를 로비 하우스에 들여보내놓고서는 기웃기웃 주변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언니들이 일단 로비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웰컴 티와 과일, 머핀이 준비되어 있으니 일단 좀 먹고 방으로 가자면서... 

로비 안쪽 아담한 티룸(?)이 마련되어 있고 구석 테이블엔 삼단 접시에 꽃과 함께 담긴 과일, 각종 차와 머핀, 쿠키 등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다른 손님들이 하도 조용조용 테이블에앉아 먹고 마시는 중이라 차마 철컥철컥 사진은 못찍고... 얼른 과일을 담아가지고 테이블에 앉았다. (아이폰7을 미쿡에서 공수받았다는 K언니의 휴대폰은 사진을 찍어도 철컥철컥 소리가 안난다! 내 아이폰6보다 사진도 훨씬 정교하고, 카메라 소리도 안나는 걸 보며 나 역시 미쿡에서 아이폰7을 사가지고 갈까 몇번 고민했다. 암만 생각해봐도 무조건 누구나 예비 몰카족 범인 취급하듯 모든 휴대폰 기기에 철컥 소리 나게 사진 찍는 걸 법으로 만든 우리나라 넘 구리다;;) 

이 사진 역시 조용한 K언니의 아이폰으로 찍은 것. 우리나라 딸기보다 훨씬 과육이 단단한 미국 딸기는 단맛도 훨씬 덜하지만 정말 싱싱한 느낌이 입안에 퍼진다. 한국의 모든 과일에 경쟁적으로 당도표시까지 붙이고 달게 만드는 거 난 반대하는 입장이라 (차라리 설탕물을 먹지!) 과일 본연의 맛이 나는 이런 딸기 맛있어서 조식 부페 때 나오면 엄청 먹어댔다.  

일단 사진 촬영 용으로 우아하게 이렇게 담았지만, 촬영이후엔 그간 싱싱한 과일에 주려 있던 우리가 과일 접시를 모조리 비워버리곤, 또 갖다주면 더 먹어야지 하며 좀 기다렸었다. 우리 다음으로 체크인 하러 들어온 젊은 부부와 아이 손님한테 미안하게도 한참이나 과일을 채워주지 않았다! 쩝;;

그러나 우리가 포기하고 막 로비를 벗어나려는데, 갓 썰어낸 과일 접시를 든 종업원이 주방에서 나왔다. 아까비... ㅋㅋ

배정받은 숙소로 들어가니 오옷... 멋져멋져... (가짜) 벽난로도 있고 주방도 넓고 방도 뭔가 아기자기 여성스럽고 클래식한 느낌?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하늘색을 주조로 꾸민 인테리어라 너무 행복했다. 나의 짧은 다리로는 걸터앉기도 좀 버거웠던 ^^; 저 높다란 침대는 예쁘고 넓긴 하였으되 너무 푹신해서 다음날 아침 언니들의 요통을 유발하였다. ㅎㅎ 

K언니가 찍은 멋진 사진엔 벽난로가 안나와서 또 내가 찍은 알량한 사진을 하나 공개하면.. 이렇다. ㅋㅋ

노란 등이 내려와 있고 하얀 의자에 나의 꽃무늬 베낭을 놓아둔 저 자리에서 나는 또 다시 밤샘 번역작업에 힘써야 했다. ㅠ.ㅠ

일단 가방만 방에 들여놓고선 우린 숲길이 아름답다는 리디아 공원으로 차를 몰고 나갔다. 워낙 작은 도시라 5분 거리에 모든 관광지(?)가 다 있었다.

캠핑하는 가족들도 종종 보이고 맑은 물이 흘러내리던 리디아 공원 산책로를 따라 꽤나 많이 걸어다녔는데, 이 코스 역시 등산 다니는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늘 차로 움직이기 때문에 하루에 500보도 걸을 일이 없다는 은행 지점장님 E언니와 사모님 포스 철철 풍기는 K언니, 그리고 은행원인 나의 친구 S모두 사흘만에 3년치 걸을 거 다 걸었다고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과 나무, 숲, 잔디... 곳곳에 피어있는 주먹만한 꽃들.. (진짜로 미국은 꽃송이도 정말 크더라!) 싱그러운 공기와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하느라 휴대폰을 수시로 꺼낼 마음도 들지 않았었다. 어차피 숲속에선 그늘이 깊어 사진도 잘 안나오고...

영화 매디 카운티의 다리 같은 나무 다리를 여러번 건너 계곡을 이쪽저쪽으로 따라 걷다가 드디어 경사가 급해지면서 등산로가 나타나 미련없이 뒤돌아 나왔다. 

짧기 그지 없었던 애슐랜드 메인스트리트 주변 건물들도 예뻤는데 이상하게 사진엔 잘 안나와서 속상해하며 다 지웠다. 약간 고지대인듯 이미 해가 넘어가기 시작해서 막상 찍으면 죄다 이렇게 어둡게 나오고... 노출을 조절하면 너무 하얗게 바라고...

암튼 이 사진은 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너무 예뻐서 지우지 않고 남겨두었다. 

아무 가게나 들어가 구경하다 중고 음반가게에서 비틀즈와 콜드플레이 LP판을 살까말까 망설이다 나온 바로 직후였던 것 같다.

여전히 배는 안 꺼졌지만, 딱히 더 할일도 없어서 일찍 저녁을 먹은 후 자쿠지에서 온천욕을 할 예정이었으므로, 거리를 쏘다니다 보아둔 음식점  Hearsay로 들어갔다. 

메인스트리트에 나름 바글바글 젊은 사람들이 많은 음식점도 물망에 올랐으나, E언니가 YELP 앱으로 확인해보니 평점이 안좋다며 다른 곳으로 정한 거였는데, ㅋㅋ 거의 깜깜하고 고전적인 분위기의 이 음식점은 나이든 사람들 취향인지 죄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몰려들더라는;; ㅋㅋㅋ

인테리어가 이런 식이고, 붉은 벨벳이 덮인 의자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먹기엔 음식값도 비싼 편이라고 나중에 K언니가 슬쩍 귀띔해주었다. 여행에선 무조건 푸짐하게 최고로 잘 먹어야한다는 게 E언니의 지론이어서 우린 늘 행복하게 배를 두들겼고, 주문 받는 웨이터들은 우리가 메뉴를 읊어대면 종종 그만하면 넷이 먹기 충분하다고, 그만 시키라고 말렸을 정도다. 그리고 한국인 뿐만 아니라 동양사람들은 대체로 각각 시킨 음식을 나눠먹는 문화라는 걸 인지한 듯, 나눠먹을 개인접시 줄까? 하고 묻는 경우도 많았다. 옆 테이블 살펴보면 웬만한 미쿡 사람들은 절대 나눠먹지 않는다... 야박하게스리.. ㅋ

스테이크와 해산물 수프, 버섯 리조또만 사진에 남았다. 산처럼 높이 쌓여 나온 치킨 샐러드는 촌스럽다고 깔깔 웃다가 사진도 못 남김. ㅎㅎ 음식은 대체로 흡족해서, 배 안고프다고 언제 그랬나싶게 싹싹 다 긁어먹었다. 온천욕하면 다 소화될 거야, 괜찮아.. 그러면서 애슐랜드에서만 판다는 지역 에일 맥주도 홀짝홀짝. 

원래는 마트에 들러서 과일이랑 맥주나 와인을 사다가 온천욕 하면서 더 먹고 마실 계획이었는데, 다들 술도 너무 약하고 또 배도 심히 불러서 관뒀다. 숙소로 돌아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는 곧장 온천욕만 하기로!

온천 자쿠지는 이런 모습;;

밤이 되니 기온이 내려가서 과연 야외 온천욕을 얼마나 할수 있을까 염려하며, 타월로 둘둘 싸매고 밖에 나갔는데 우와.. 물이 엄청 뜨거웠다! 일본 온천 갔을 때 생각날 만큼 물이 뜨끈뜨끈해서 처음엔 발목만 담갔다가 조금씩 들어가야했다. 우리보다 먼저 온 중년 백인 부부도 풍덩 못 들어가고 발목만 담근 채 우릴 보며 Isn't it crazy? It's so hot!! ? 이라고 아는 척을.. ㅠ.ㅠ 

밤에 온천욕 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완전 착각이어서, 좀 있으니 십대 여자애들도 나타나 거침없이 자쿠지에 들어갔다 금방 나와선 찬물 수영장으로 곧장 다이빙! 허허 니들은 역시 젊구나...그랬다. 

샤워를 한꺼번에 할 수가 없으니 친구와 내가 먼저 온천물에서 노닥거리다, 언니들과 바통터치를 하기로 했는데 차가운 공기 속에서 뜨거운 온천물에 몸담그고 땀빼는 상쾌함이란 으어... 정말로 하나도 안추웠고, 빨갛게 달아오른 몸을 타월로 슥슥 닦고는 방으로 돌아가며 좀 아쉬울 정도였다. 

이 사진 역시 마지막까지 남아 온천욕을 즐기고 온 K언니가 공유해준 거다. 당근 나는 휴대폰 챙겨갈 생각도 안했음. ㅎㅎㅎㅎ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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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엇 호텔 회원이라는 E언니 덕분에 여행일정 중 온천리조트에 묵은 날을 빼곤 계속 메리엇 호텔에 묵는 호사를 누렸었다. 회원가라고는 해도 대도시의 경우엔 확실히 호텔비가 비싸서 방을 한개만 빌려 4명이 같이 쓰고, 소도시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며 방을 2개씩 빌렸다고 했다. 잘 기억은 안나는데 방을 두개 얻었을 때도, 한 방에 4명이 묵을 때도 웬만하면 더 큰 방으로 업그레이드 해줬단 호텔측의 생색을 많이 들었고, 당연히 숙소는 매번 흡족했다. 

물가 비싼 샌프란시스코에선 당근 넷이 한 방을 썼는데, 유일하게 조식이 포함되지 않았었다. 샌프란시스코 인심 야박하다고 투덜거렸지만 뭐 그래서 느긋하게 일어나 따로 브런치 먹으러 다닌 것도 좋은 추억이었다. ^^; 

전날 600km 넘는 거리를 (서울-부산 거리가 450km라는 듯) 거의 홀로 운전하다시피한 E언니를 쉬게 하는 의미에서 담날은 늦게 일어나 10-11시쯤 브런치를 먹으러 가자고 의기투합을 했다. 문제는 늘 5시면 일어나 6시에 출근하는 습관을 들인 부지런한 나의 친구 S와 시차적응에 실패한 내가 새벽 6시도 못 넘기고 일어나버렸다는 것. ㅋㅋ 호텔 로비에 스타벅스가 있길래, 그럼 내려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있자고 했더니만 방에 커피드리퍼가 있는데, 그리고 어차피 아침 먹으러 가서 커피 마실 건데 왜 굳이 또 사마시냐고 친구가 타박... +_+ 정말로 호텔방엔 옛날식 커피메이커가 아니라 1회용 전기 드리퍼와 함께 테이크아웃용 종이컵과 뚜껑까지 완비되어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러고도 로비에 따로 커피 머신과 주스 테이블이 있어서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완전 좋아라...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고 찍었는데 돌아와서 1인용 전기 드리퍼 사진은 죄다 삭제해버렸음을 깨달았음. 에고...

암튼 잠시 호텔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출근하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로비 소파에서 친구와 둘이 각자 휴대폰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언니들이 방에서 내려와 브런치를 먹으러 두 블럭쯤 걸어갔다.

역시나 YELP의 추천으로 골라 간 브런치 음식점은 SOMA EATS라는 곳.

원래 시키려던 메뉴가 있었는데 갓 구워나온 빵도 맛있어 보인다면서 이것저것 언니들이 알아서 주문을 하고, 친구와 나는 얼른 넷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잡았다. 

의외로 늦게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딱 떨어지는 정장을 입은 남녀들이 각기 홀로 들어와 테이블을 잡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는 맛있었지만, 근데 여기가 왜 그렇게 유명하다는 거지? 잉글리시머핀과 부리토, 요거트, 크루아상이 맛있어봤자지..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ㅋ 넓은 유리창으로 찬란한 햇빛이 들어오는 분위기는 그래도 엄청 마음에 들었었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이름을 딴 상호도 멋지고...

관광객 역할에 충실하느라고, 나중에 아침 먹고 나와서 저 하늘색 의자에 앉아 똥폼잡으며 독사진도 찍었다. K언니가 다짜고짜 빨랑 가서 앉으라고 하심;; ㅋㅋ




난 아무래도 음식사진에 심혈을 기울이는 정성이 부족하다. ㅋㅋ 사람들 못 먹게하고 사진부터 찍는 거 너무 민망해서리... 암튼 그래도 호텔조식 아닌 브런치라 사진으로 남겼음.

좀 조촐하게 보이는 건, 곧 점심을 해산물로 거하게 먹을 거라 배를 많이 채우지 않는 작전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먹다보니 결국 배불러서 오른쪽 페스트리는 싸가지고 감;;

부른 배를 두들기며 호텔로 다시 걸어가 짐을 마저 챙겨 체크아웃을 한 뒤 차로 움직인 곳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아이리시커피가 유명한 부에나비스타 카페.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이때부턴 오후 내내 해변을 걸어다녔다. 

바 자리에 앉으면 눈앞에서 저 아저씨가 아이리시커피를 제조해 곧바로 내밀어주는데, 우왕.. 위스키가 꽤 많이 들어간다. 술에 약한 친구는 아침부터 길바닥에 쓰러질 수 없다면서 술 없이 그냥 각설탕만 넣고 생크림을 부은 걸로 만들어 달랬다.  

완성된 아이리시커피는 요로케 생겼다. 수년전 대한항공 광고에도 나왔다나 뭐라나... 암튼 뱃사람들이 바다에 나가기 전과 후에 몸을 후끈하게 만들려고 마셨다는 것 같다. 뜨거운 커피를 유리잔에 담아 마시게 된 연유가 뭘지 궁금하지만 아직 검색 안해봄. ㅎㅎ

각설탕이 이 한잔에 세개가 들어가던가... 근데 위스키도 많이 들어가고 커피도 진해서 엄청나게 단 느낌은 없고 독특한 향이 좋았다. 작년이 딱 카페 설립 100주년이라서 뭔가 큰 행사가 있었다는 것 같았음. 

오전부터 사람들이 드글드글, 우리처럼 바에서 아이리시 커피만 먹는 사람들 말고도 본격 테이블에 앉아 다른 브런치 메뉴 점심 메뉴 시키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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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18일 화요일 아침. 6시 알람에 눈이 번쩍! 언니들(큰언니의 친구분도 한 명, 총 4명이 여행 일행이었음)은 8시까지 오기로 되어 있었으므로 얼른 씻고 소풍 준비하듯 친구는 달걀을 삶고(남편이 주말 농장에서 키우는 닭이 낳은 유기농 달걀이라면서) 전날 밤 미리 구워 잘라놓은 쥐포와 문어 다리(!)를 챙기고...그러는 사이 나는 치즈케이크 한조각과 커피로 아침을 먹었다. 

친구가 차려준 첫 끼니이므로 기념촬영해야한다고 하니 민망하다고 깔깔 웃는 친구... 원래 아침 잘 안 먹지만, 여행 다닐 땐 삼시세끼 꼭 챙겨먹어야하는 의무감 같은 게 있다. 하루 24시간을 악착같이 활용하려면 체력보충부터 해야하기 때문일까? 

이렇게 매일 고칼로리로 아침을 시작해 열흘 내내 삼시세끼+간식으로 충만한 삶을 산 결과는 역시나 빤한 것이어서, 나는 얼굴에 주름이 모두 펴질 정도로 빵빵하게 보름달처럼 부푼 얼굴로 귀국했었다. 체중도 3kg쯤 늘었었고... 

어행에서 돌아온지 한달도 더 지난  지금 체중은 예전으로 돌아왔는데 빵빵한 얼굴은 왜 때문인지 아직 여전해서, 보는 사람들마다 '얼굴 좋아졌다'고들 한마디씩 한다. 여행가서 아주 좋았나보구나? 얼굴이 훤하다.. 등등..

그들의 선입견 탓인지, 진짜로 낯빛이 환해졌는지 그건 잘 모르겠고 암튼 동그란 얼굴이 심히 빵빵한 네모가 되어있는 건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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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에 출발하는 장거리 밤 비행기를 타본 건 아마 난생 처음인 것 같다. LA는 워낙 승객이 많은지 대한항공, 아시아나 모두 하루에 2번씩이나 스케줄이 있더라. 도착하면 오후 3시쯤이니 악착같이 뱅기에서 안자고 버틴 다음 도착해서 저녁먹고 시체처럼 자고 일어나 시차적응 하루만에 완료! 뭐 이런 생각을 품었었다. 혹은 비행기 타자마다 밥과 술을 잔뜩 먹고 식곤증과 술기운으로 내내 자고 가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ㅠ.ㅠ 그건 소싯적에 내가 자고 싶을때 암때나 머리만 대면 잠드는 천하무적의 여행자 성향을 발휘할 수 있었을 때나 해당된다는 걸 요번에 또 깨달았다.

암튼...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냉장고와 냉동실에 각종 국과 카레, 찌개, 밑반찬을 잔뜩 만들어 채워놓고, 냉장고 문앞에 내용물 목록과 함께 엄마가 지켜야할 사항들을 줄줄이 적어놓았다. +_+ 왕비마마는 밥 차려먹기 귀찮으면으면 나가서 아무거나 사먹을 테닷! 이런 협박을 계속 시전하셨으나 결과적으로 보름간 죽집 한번, 백화점 식당가 한번(둘 다 홀로 대학병원 진료 가신 날 점심 끼니였으므로 잘했다고 칭찬해드렸음 ㅋㅋ)뿐, 착실하게 집밥으로 냉장고를 차근차근 비워나갔다고 한다. ㅎㅎ

연로한 엄마를 홀로 두고 여행 떠나는 무거운 마음+뻘쭘한 작별의 시간에 대한 걱정은 왕비마마가 쿨하게 월요일 오후 요가수업 때문에 나보다 먼저 집을 나서며, 엄마 잘 있을테니 걱정말고 잘 다녀와라! 그러시는 바람에 한쾌에 해결되었다. ㅎㅎ 심지어 가서 친구랑 밥 한번 사먹으라고 용돈 봉투도 쥐어주심. ㅠ.ㅠ 

집 근처 호텔 앞에서 출발하는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 미리 셀프체크인도, 좌석배정도 다 해놓았던 터라 짐만 부치면 되는 상황. 요샌 공항에서 셀프 체크인이 추세인지, 단체 여행객들도 다 그쪽으로 몰려 생각보다 엄청 빨리 수속이 끝난 건 아닌 느낌. 아 뭐 그러나 이제야 나는 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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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예고 ^^

여행담 2017. 5. 30. 14:54

콜드플레이 공연 후기도 1달도 더 지나 겨우 마무리를 끝냈으니, 차츰 여행기도 써봐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 쓸 땐 자랑용 포스팅 목적이 가장 큰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결국 나를 위한 소중한 기록인데 어디에도 남기질 않으면 그냥 다 잊히고 사장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몇년 전 터키 여행이 바로 그 예다. 같이 갔던 후배가 겪은 슬픈 일 때문에 도무지 여행기를 쓸 형편이 되지 않았으나, 이젠 사진을 들여다봐도 어디가 어딘지, 그때 무얼 했었는지 거의 기억나질 않는다. 그러니 남은 기억 휘발되기 전에 요번 여행기는 좀 남겨볼 작정이다. 

헌데 계속 크고작은 바쁜 일이 겹치고 거기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서 문장력 딸리는 현상이 극심해져 글 한줄 쓰는 게 겁나고 망설여지는지 좀 됐다. ㅠ.ㅠ 그러니깐 여행기는 그런 일종의 근심병과 엄살을 극복해보고자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에효.

일단 시작을 하면 마무리를 하는 것도 강박적으로 신경쓰는 인간이므로, 이번엔 예고부터 시작하련다. ㅎㅎㅎ 이번주엔 교정지 작업이 있고, 왕비마마 백내장 수술이 있고 뭐 이래저래 또 바쁜데, 바빠야 딴짓이 하고 싶은 증상은 여전함에도 그 딴짓 중에 블로그질이 포함 안된다는 게 문제다. 여행기는 또 엄청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니깐...


우선 맛보기로 거의 '로드 무비'를 찍는 것 같았던 10박 11일간 나의 여정 지도를 올려봄.

갈때올때


무려 왕복 5천 킬로미터에 육박하는 거리여서, 원래는 나도 국제면허증을 발급해가지고 번갈아 운전에 동참을 하려했으나, 마감에 쫄려서 출국직전까지 일하다 결국 노트북을 싸들고 가야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 운전은 친구와 친구 언니 두 사람이 도맡아야했고, 나는 뒷좌석에서 편히 졸지 않으면 조수석에서 CD와 mp3를 교체하는 역할만 담당했음.

미국이란 나라가 별로 매력도 없거니와 과거 출장과 친구 방문을 빌미로 몇번 다닌 걸로 족하다고 여겨, 미국 갈 돈 있으면 차라리 딴 나라로 여행을 떠나겠다고 공공연히 떠들었던 내가 요번에 친구의 부름에 전격 응했던 건 아마도 영화 <라라랜드>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볼품없고 황량하던 LA가 영화에서 좀 근사했나 말이다. ^^; 그치만 또 결과적으로 LA는 도착한 날과 출국 전날만 찍고 왔을 뿐이다. 암튼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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