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해당되는 글 87건

  1. 2015.11.19 제주 풍경 8
  2. 2015.11.19 제주도 먹거리들 2
  3. 2015.11.08 근황 3
  4. 2015.10.28 엄마의 장난감 11
  5. 2015.09.29 안토니 가우디 전 4
  6. 2015.01.20 류큐의 바람 1
  7. 2014.12.15 그간... 1
  8. 2014.10.13 아무튼 산에... 6
  9. 2014.09.01 부산 1박2일 12
  10. 2014.05.27 5월엔 3

제주 풍경

놀잇감 2015. 11. 19. 22:00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봐도 꿈만같다. 특히 요즘처럼 날궂고 흐리고 비오고 기분 꿀꿀한 날에는 더욱 더.

6시면 일어나는 친구덕분에 매일 쇠소깍으로 아침산책을 나갔다. 투명카약 안타고 그냥 바라만 봐도 좋았던 쇠소깍

우도에서 서빈백사해수욕장이 왜 가도가도 안나올까 도무지 의아해하다가 만난 하고수동해수욕장. 서빈백사와 달리 모래가 엄청 곱고, 경사도 완만하고 해녀상도 서있다

이번에도 해변까지 계단을 내려가는 건 시도못했던 검멀레해안. 물보라를 일으키며 홱 도는 모터보트는 보기만해도 ㅎㄷㄷ

드디어 섬을 거의 한바퀴 다 돌고 만난 서빈백사해수욕장의 맑은 바닷물.

성산일출봉 내려오다 만난 예쁜 꽃밭과 절벽. 제주 해변 곳곳에 피어난 저 연보라색꽃 정말 예뻤다

올레길5코스에 해당된다는 남원큰엉의 해안절벽. 리조트 앞마당과 함께 꾸며진 산책로가 퍽이나 예쁘다..

사려니숲길... 단풍을 보려면 1시간 이상 한참 더 무슨 삼거리까지 올라가야한다고 해서 중간에 포기.. 짙푸른 삼나무만 실컷 보고 왔다. 첫날 숲터널길에서 본 단풍은 정말 예뻤는데 또 만날 줄 알고 차를 안 세운 것이 뼈아프다.

새별오름의 억새밭. 멀리선 민둥산으로 보여 에게게.. 실망하다 막상 코앞에 가보니 죄다 억새로 뒤덮여 있었다. 오름을 하나라도 구경한 걸로 만족. 새별오름 주차장 한쪽 귀퉁이 트럭에서 꼬치어묵을 사먹었는데... 제주도, 일본 북해도, 부산 여행을 통틀어 사먹은 어묵 가운데 친구는 이날 먹은 어묵이 최고로 맛있었단다. ㅋㅋㅋ

​                                                                                                           2015. 11.1 ~ 11. 3

​​



Posted by 입때
,

제주도 먹거리들

놀잇감 2015. 11. 19. 15:40


광화문에서도 저 멀리 파리에서도 끔찍한 폭력이 자행되는 동안 탱자탱자 놀러만 다녔던 사람으로서 당연히 죄책감 같은 것이 들기도 하고, 오랜 여행 끝엔 원래 무기력증이 확 찾아오게 마련이라 컴퓨터 앞에 앉기까지도 좀 어려웠다. 여행 자랑 포스팅이나 할 때냐 지금이.. 뭐 그런 생각.

그래도 여행 후유증은 지난 사진 들여다보며 차츰차츰 극복해나가야하는 것이라 우기며 슬슬 사진정리를 시작했다. 우선은 제주도에서 먹었던 것들 사진이다. 먹거리 사진을 엄청 많이 찍은 것 같은데 다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었던 듯 막상 골라보니 몇장 없다. 단체카톡방에 드글거렸던 제주도 사진들은 이미 너무 오래돼서 안보이고... 

먹거리 앞에서 심혈을 기울여 열심히 사진찍는 스타일은 아니고보니 후딱 한장씩 남긴 거라 화질도 별로다. 그래도 다음에 또 제주도엘 가게 된다면 참고할 요량으로 기록해놔야지...


11시20분 비행기로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현금봉투 분실사건으로 혼이 절반쯤 빠진 상태에서 찾아간 곳은 제주시내에 자리잡은 갈치조림집, 제주마당(제주시 노형동 914-2. T: 064-749-5501) 

갈치조림 맛있는 집은 제주에 허다하기 때문에 고민을 엄청 하다가, 한국 TV예능 프로그램과 연예계 소식을 나보다 더 잘 아는 LA아줌마들을 위해 선택한 곳이었다. 배용준과 박수진이 신혼여행갔다가 먹고간 집이라나 뭐라나.. (카운터 앞에 배용준 사인이 걸려 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철판에 거대한 통갈치조림을 해주는 걸로 유명하단다. 소문으론 하루 다섯마리밖에 안판다고 해서 걱정하며 전화로 예약하려했더니 일요일이라 예약은 안 되고, 점심때 오면 떨어져서 못먹을 일은 없다는 말에 안심했는데... 막상 가보니 진짜 대왕통갈치가 아니라 작은 거 두마리(그래도 크긴 하지만)가 들었다.. ㅠ.ㅠ  

비주얼로 승부하려는 식당이 다 그렇지만 맛은.. ^^; 오래 전 먹어본 유리네 갈치조림 만 못했다. ㅋㅋ 한참 끓여야 맛이 드니 당연하겠지...온통 옷에 냄새 배고... 가격도 108000원(8명까지 먹을 수 있다는 것 같다. 공기밥은 따로 계산했던 듯. 다만 넣고 끓여먹을 라면 사리는 그냥 준다^^) 

반찬으로 나온 간장게장이 슴슴하니 맛있었고, 먼데서 온 일행들은 에피타이저인지 디저트인지 곁들여 나온 오메기떡에 반해서 두번이나 더 시켜먹었다. 서귀포올레시장에 가서 진짜 오메기떡 사먹을 거라고 얘기했는데도... ㅋ

저녁은 횟집을 갈 계획이었으니 서귀포 올레시장 구경갔다가 이것저것 먹고픈 것들을 바리바리 사기 시작하면서 전격 수정. 소라와 문어, 멍게 따위를 좀 사고, 튀김에다 순대, 오메기떡, 연시, 귤, 기타등등 생각도 나질 않는 잡다한 먹거리를 사다가 펜션 방에 모여 먹었다. 사진은 없다. 일행 중 한 명이 LA에 있는 남편에게 자랑하자, LA뿐 만 아니라 교민사회 어디든 있는 H마트에서 사온 것과 다를 바 없어뵌다는 촌평을 들었다. ㅎㅎㅎ 그래도 가격대비 만족도로는 최상의 한 끼니였음. 

친구는 이렇게 납작한 연시가 그렇게 먹고 싶었다면서 (뾰족한 대봉시는 LA에서도 볼 수 있단다) 시장에 가자마자 제일 먼저 만원어치 한보따리를 사들었다. 2박3일간 먹다먹다 마지막에 친구와 내가 1개씩 공항에 들고 들어갔었는데.. 어떡했더라... 기억나지 않는다. +_+



다음날 아침은 펜션에서 주는 조식. 

조식펜션으로 열나 검색해서 ​찾아낸 우리의 숙소, <해와 돌바라기> 펜션(서귀포시 하효동 1068번지)의 쌀국수와 또띠아 샌드위치다. 펜션은 서귀포시 쇠소깍 근처에 있었고, 쌀국수도 맛있었고 침구며 인테리어도 깔끔하니 좋았으나... 결과적으로 말하면 펜션은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1층엔 조식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마련되어 있고, 객실은 당연히 2, 3층에 있는데.... 한국체류 보름간의 짐을 몽땅 다 들고 인천에서 곧장 제주도로 날아간 여행객들의 묵직한 가방을 들고 낑낑대며 계단을 오르려니.. ㅠ.ㅠ 가장 크고 무거운 가방을 가져왔던 친구의 막내올케는 1층 중간 계단에서 가방을 집어던졌다.... 결국 그 가방은 내가 들고 올라갔음. ㅋ 엘리베이터 있는 펜션은 없을테니, 아침밥도 주고 방이 1층에 있는 펜션을 구했어야했다! 

싱그러운 샐러드가 곁들여진 샌드위치는 한 입 맛보니 좀 달았고(귤청이 들어간듯?), 연 이틀 쌀국수로 부탁해 먹은 난 만족했다. 일부러 쌀국수만 사먹으러 오는 사람들도 있더라. 주인장 자매도 아주 친절하시다.

 





가로세로 사진을 붙이니 좀 우스꽝스럽고 순서도 뒤바뀌었지만... 우도 검멀레해안 근처 산호반점에서 먹은 뿔소라짜장면과 뿔소라짬뽕, 그리고 바로 그 옆에서 파는 땅콩아이스크림과 한라봉 아이스크림이다. 원래 계획은 항구에 내리자마자 눈에 띤다는 소라반점의 한치짬뽕과 한치짜장면을 먹는 것이었는데.. 역시나 우리가 내린 곳이 청진항이 아니었던 관계로 ㅠ.ㅠ 그 계획은 무산되었다. 게다가 통 익숙치 않은 전기차를 몰고 섬을 반바퀴 이상 돌고 나자 모두들 지쳐버려서 횟집을 찾아갈까 묻는 것도 조마조마, 그냥 눈에 띄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해물짬뽕이 거기서 거기지 뭐.. 그러면서.  

소라가 정말 많이 들었다. 짬뽕은 12000원, 짜장면은 8천원. 메뉴는 딱 이 두가지. 탕수육은 안된단다. ㅋㅋ 짬뽕은 군말이 없었는데 짜장면은 양이 적다고 누군가 투덜거렸었다. ^^; 땅콩아이스크림은... 으음... 아이스크림 자체가 맛있다는 말은 절대로 못하겠고 우도의 땅콩은 정말 고소하다. 한라봉 아이스크림보다는 역시 땅콩 아이스크림을 권하겠다. 

이틀째 저녁엔 드디어 소원하던 회를 '배터지게' 먹었다. 내가 검색해서 가볼까 하고 염두에 두었던 서귀포 인근 횟집이 두어군데 있었는데 그래도 역시나 현지인에게 묻는 게 낫지 싶어 펜션 주인장에게 물었더니 좀 복잡하긴 하겠지만<쌍둥이횟집>을 가보라 추천했다. 내 목록에도 있던 집이라 얼렁 달려갔다. 그러나... 인산인해.. ㅠ.ㅠ 번호표 뽑고 40분쯤 기다려서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배가 안고팠기에 망정이지.

​4명기준 15만원짜리 특모듬'스페샬' 회세트를 시키고 2명은 두당 3만원씩 추가. 맛보기용으로 너무 조금씩 나온 갈치회와 고등어회를 맛나게 먹었고, 그밖에 곁다리 반찬들이 하도 많이 나와서 음식이 아까웠다. 빨간생선을 튀겨 소스를 끼얹은 탕수어 같은 것도 맛있었는데 절반도 못먹고.. 심지어는 회도 남기고 왔다(위 사진 속 회가 2인분 추가용으로 나온 작은 접시였다). 1년간 회 먹고 싶은 생각 안들 거라고들 하던데 과연... 마지막엔 칵테일 통조림 과일 잔뜩 얹은 팥빙수까지 나오는데.. 우린 배부르다며 마구 손을 내저었으나 너무도 친절하신 종업원께서 하나만 맛보라고 가져다주심. ㅠ.ㅠ 처음에 나온 찹쌀꿀빵(?)도 맛있다고 하니 싸가라고 한 접시 리필... 과연 다음날 언니들이 그 찹쌀빵을 다 먹었을지는 모르겠다. 째뜬 너무 배가 불러서 가장 중요한 회맛을 모르겠더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느낌? ㅋㅋㅋ 그래도 회를 투툼하게 썰어주는 건 좋았다. 관광객 상대의 이런 대형횟집에서 먹는 '모듬회' 보다 작고 알찬 횟집에서 도다리니, 돔이니 제철 생선 종류 골라가며 먹고팠으나... 이번 여행엔 그게 불가능했다. 사모님들 취향엔 역시 음식점이 좀 깔끔하고 화려해야 제맛이니까.

제주에 왔으니 흑돼지는 먹어줘야한다는 일행들의 염원으로 다음날 점심끼니로 찾아간 집은 제주시의 <흑돼지가 있는 풍경>(제주시 진군남4길 7-8, T: 054-742-1108).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추성훈과 야노시호가 그렇게 맛있게 먹는 걸 봤다면서 꼭 가야한다는 둘째언니의 원풀이 용이었다. 물론 내가 미리 경고했다. 맛있어봤자 돼지고기요, 그들은 최고의 리액션이 자동탑재된 '연예인'임을 잊지 마시라고 ^^; ​

자염을뿌려 구운 저 두툼한 오겹살을 갈치젓인가 멸치젓인가... 암튼 사진에 살짝보이는 작은 뚝배기 안 젓갈에 찍어먹는 식인데... 맛은 있었으나 딱히 흑돼지 특유의 맛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오래 끓이니 젓갈에서 토종된장 맛도 나는 것 같고 난 괜찮던데. 그래도 입짧은 친구는 젓갈에 찍는 건 아무래도 못먹겠다며 그냥 쌈장 찍어먹었다. 다만 1인분에 1마리씩 나오는 싱싱한 전복구이도 전날 횟집에서 먹었던 전복버터구이에 비하면.. ㅠ.ㅠ 비리고 질기고... 그냥 돼지고기를 더 주지 싶었다. 살아있는 전복이 꿈틀거리며 익어가는 모습도 지켜보기 좀 괴롭;;; 

두툼한 흑돼지는 100g에 만원. 1인분에 2만원이라는 얘기다. 사진 속 고기 세 덩이가 2인분. 우리는 6명이서 5인분을 시키고 추가로 김치째개에 공기밥, 비빔보리국수를 먹었다. 보리국수는 비추천. ㅋ LA손님들은 흑돼지보다도 같이 나온 싱싱하고 다양한 쌈채소에 반해서 연신 감탄을 했다. 흑돼지고기먹으러 온 사람이 아니라 제주도 쌈채소 먹으러 온 사람들 같았음. 근데... 난 저 노란 돼지껍질이 너무 딱딱하고 안씹혀서 좀 별로... 오겹살을 좋아하지만... 저런 껍질까진 먹고싶지 않다고 생각. 

야노시호가 '오이시 오이시!' 감탄하던 게 토옹 이해가지 않는다는 일행과 맛있어서 그럴만 하다는 일행으로 의견이 나뉘었는데... 본점은 점심을 2시부터 장사하기 때문에 드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한참 돌아다니다 들어가서 먹었었다. 멀지 않은 노형동에 2호점이 있단다. 사실 나는 GD가 애정한다는 돈사돈엘 가보고싶었었으나, 젓갈 찍어먹는 흑돼지 구이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흑돼지 아니어도, 백돼지여도 난 삼겹살, 오겹살이 맛있는 인간! ㅋ

Posted by 입때
,

근황

놀잇감 2015. 11. 8. 15:41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일주일간 친구따라 여행자의 삶을 시전하다 주말에 잠깐 소강상태다. 내일은 다시 부산 내려가서 국내 패키지여행을 마친 친구 일행과 합류해 북해도 여행을 갈 계획. 부산출발, 부산도착 패키지라, 목요일에 부산 도착하면 다시 1박하며 잠깐 또 부산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아이고 바쁘다 바빠. 그리고... 고되다. ㅠ.ㅠ

11월 1일에 떠났던 제주도 여행은 시작부터 아주 파란만장했다. LA친구는 이번에 혼자 나온게, 아니라 두 언니와 손아래 시누이까지 대동했고, 제주여행 팀은 큰언니의 친구 한명까지 합해서 총 6명이나 됐다. 새벽비행기로 인천공항에 내린 LA팀과 김포공항에서 아침 일찍 상봉.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좌석에 앉자마자 유일하게 휴대폰을 로밍해온 큰언니의 '새삥' 아이폰6s플러스가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좀전까지 분명 손에 들고 있었다는데... 

내가 얼른 전화를 걸어보니 다행히도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게이트 안쪽 면세구역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놓고 온 거란다. 찾았으니 일단 안심. 편의점 매니저인듯한 남자분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아적고, 제주에서 김포로 돌아와 돌려받기로 마무리를 지었다. 미국서 새로 산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 전화기인데다 온갖 비즈니스 연락처가 다 들어서 잃어버렸다면 정말 낭패였을 텐데.... 하늘이 도왔다고 다들 말했다.

제주공항에 내려선 우선 렌터카 창구를 찾아갔다. 인원도 많은데다 LA팀 아줌마들의 짐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지 알수가 없어서 미리 예약은 하지 못했다. 9인승 승합차 1대로 다니기로 결정하고 셔틀버스로 렌터카 회사로 가고 있는데, 셔틀버스 기사님이 갑자기 전화통화를 하다가 물었다. "혹시 현금 봉투 잃어버리신분 계세요?" 헉... 현금 봉투??

친구 일행은 이번 여행 경비를 미리 내게 송금해 환전해놓도록 했고, 서울서 합류한 나와 큰언니 친구도 똑같이 회비를 내서 내가 총무를 맡아 경비를 쓰기로 했었다. 하여... 내가 펜션 숙박비를 제외한 전체 경비(무려 130만원! 그나마 제주도 경비만 들고 가서 얼마나 다행인지.. ㅠ.ㅠ)를 현금봉투에 넣어 들고 다녔는데, 여행 시작도 전에 잃어버린 거였다! (물론 잃어버린 줄도 몰랐음. 공항 창구에선 현금 결제 안된대서 대신 내 카드로 결제했기 때문에.. ㅠ.ㅠ) 

렌터카 창구 직원이 습득한 것도 아니고, 우리처럼 렌터카를 빌리러 셔틀버스 타고 본사로 올 손님 중 누군가 현금봉투를 주웠기 때문에 직원들이 아주 난감해했다. 습득한 분이 직접 분실자와 통화를 하고 돈봉투도 직접 전하겠다고 했다면서... 째뜬 결론적으로 여행경비는 무사히 되찾았다. ^____^  사례금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 5만원 드렸음. 분실액의 10퍼센트를 사례금으로 주는 것이 상례라고 들은 것도 같은데 그건 너무 많은 것 같고.. ㅠ.ㅠ 

아오.. 암튼 LA 아주머니들은 한국이 아직도 살만한 나라라면서 칭찬일색. 그러나 나는 여행가이드 겸 운전수로서의 임무를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멘붕이 되고말았다. 어떻게 돈봉투를 그냥 아무데나 흘릴 수가 있는지... 내가 나를 믿을 수가 없어! 정신이 혼미.. 게다가 난생처음 9인승 뉴카니발을 운전해야하는데.... 으어... 의자 높이는 건 어떻게 해야하느냐규... 일단 운전석에 앉았는데 승합차는 처음 운전한다는 내 말에 다들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더니, 국제면허증을 만들어온 둘째 언니가 무작정 운전석을 꿰찼다. 미쿡에선 그보다 더 큰 밴을 끌고 다니는 사모님이시라며...

가이드의 위상은 시작부터 처절히 무너질 수밖에 없었으니... 에효. 

그래도 첫날 멘붕 충격에서 벗어난 둘쨋날부터는 다시 내가 가이드 겸 운전수의 임무를 무사히 수행했고, 먹부림에 가까웠던 여행은 즐거웠다. 간만에 간 제주도는 아이고.. 어찌나 아름답던지! 돌아오기가 안타까웠다. 물론 2박3일이 5박6일쯤 되는 듯한 기분이 들만큼 스트레스 또한 많았으나 ^^; 제주도의 아름다움이 그 스트레스를 죄다 무마해주었다. 가능하다면 한 일주일 넉넉하게 둘러보며 올레길도 제대로 좀 걸어보고 싶은 마음 굴뚝. 물론... 다음엔 이왕이면 까다로운 사모님들 말고 ^^ 편한 파트너와 함께 여행하고 싶다. ㅋㅋ 숙소가 서귀포시 쇠소깍 근처에 있어서 주로 그 근방과 우도를 다녀왔는데 날씨도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둘쨋날 아침산책에서 발견한 숙소 옆 돌담 너머의 귤밭. 저 귤이 다음날 보니 다 수확되고 없었다. 농장에서 사먹은 귤은 아직 좀 맛이 덜들은 느낌도 있었지만 완전 꿀맛. 게다가 엄청나게 큰 15kg 한박스에 겨우 만오천원! 귤값이 폭락해서 인건비도 안나올 지경이라 제주 농민들의 시름이 크단다. 겨우내 제주 농장에다 직접 연락해서 택배로 받아 사먹어야지 마음 먹었음.  

위 ​사진은 우도 서빈백사 해수욕장이다. 옛날에 성산항에서 우도 갔을 땐 분명 천진항에서 내려서 조금만 가면 이 해변이 나왔었는데.... ㅠ.ㅠ 이번에 우리가 내린 항구는 천진항이 아니었다. 그래서 또 나의 머릿속 내비게이션과 방향감각이 꼬이고... 소형 전기차를 빌려 둘둘씩 타고 우도를 둘러보자던 계획은... 믿었던 언니들의 운전포기로 아슬아슬... 사고 안나고 잘 끝난 게 다행이었다. 


요번에 우리가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당도햇던 항구는 '하우목동항'. 예전엔 제주 모슬포에서 오는 배들이 여기로 오고, 성산항 출발한 배는 천진항으로 다녔던 것 같은데 서로 바뀐듯하다. 째뜬 전기차나 스쿠터를 빌릴 분들에게 팁을 드리자면... 하우목동항 근처의 전기차, 스쿠터 렌트업체보다 천진항 근처의 전기차, 스쿠터가 훨씬 '새것'이고 모양도 예쁘고 색깔도 다양하다. 우도에서 잠깐씩 해가 구름속으로 숨을 땐 한기가 느껴졌었는데, 그땐 같은 모양이라도 문 달린 샛노란 전기차를 탄 사람들이 엄청 부러웠다. 하지만.. 하우목동항과 천진항 사이가 전기차로 5-10분 거리이니 걸어가서 빌려타고 또 나중에 항구까지 걸어올 생각을 하면 강력 추천하진 못하겠다. 배가 천진항으로 들어갔을 때라면 모를까...  하여간 나는 외모지상주의자답게 색깔 다양하고 예쁘고 '새것'인 남들의 전기차를 나는 계속 부러워했었다. ^^ 

'같은 날 섭지코지에서 본 석양이다. 

서울로 올라와서 4일엔 컬투쇼 정찬우의 광팬인 둘째언니를 위해 1달전부터 신청해놓았던 컬투쇼 방청단으로 SBS엘 갔었고, 다음날은 명동, 남대문시장, 삼청동, 청계천 시내관광을 풀코스로 다녔고...


LA팀들이 국내여행 패키지를 떠난 6일엔 미리 계획했던 대로 등산. +_+ 체력은 국력이다. 물론 등산이라기보다는 단풍구경을 나선 것인데, 중간에 갑자기 농사짓는 후배가 텃밭에 고구마를 못캐서 버리게 생겼다는 말에 등산을 중단하고 일산으로 달려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는 비를 맞으며 고구마와 땅콩을 캤다. 겨우 일주일만에 한 3개월치 외출과 활동량을 몽땅 해치운 기분... 

비오는 주말 내내 몸을 추스리고 있는데.. 우잉... 날짜가 일러서 북해도엘 가도 눈대신 계속 비가 온다는 전망이다. 젠장. 여행은 뭐 비가오나 눈이 오나 나름의 재미와 감동이 있지만... 이왕이면 날씨가 좋아야하는데... 아쉽다. 째뜬 그래서 또 다음 근황은 북해도와 부산 다녀오고 친구 돌려보낸 뒤에야 정신 차리로 알릴 수 있을 듯. 


Posted by 입때
,

엄마의 장난감

투덜일기 2015. 10. 28. 14:10

스마트폰이 요즘 어른들의 필수 장난감이 된 거야 주지의 사실. 70대 노년의 울 엄마도 스마트폰 세상으로 입문하신지 석달이 넘었는데, 아이고 안 사드렸으면 어쩔 뻔 했나 싶다.

처음엔 문자놀이에 빠져 집에 있는 나한테도 언제 일어날 거냐, 점심 뭐 먹을 거냐, 장보러 안가냐... 띠리링 띠리링 아주 귀찮게 하시더니만 ^^

요샌 사진 재미에 푹 빠져 계시다. 아예 동네 개천변 산책길의 꽃과 풍경 사계를 기록으로 남기시겠다고!

하루에도 수십장씩 찍어온 사진들을 내밀며 좀 보라고 하는데 무심한 딸은 그저 귀찮을 뿐이고!! ㅋ 멋지다, 잘 찍었다고... 영혼없는 칭찬도 하루이틀이지 원...
휴대폰을 내밀어도 보는 둥 마는 둥 했더니 이젠 문자나 카톡으로 사진 폭탄세례!! 아 놔;;

나뿐만 아니고 두 아들과 만만한 시누이들한테도 막 자랑삼아 보내시는데... 한꺼번에 사진 너무 많이 보내는 거 실례고 민폐라고 암만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 바로 답장 안하면 삐치기나 하실 뿐.

근데 또 열렬히 울 엄마의 작품생활을 지지하는 이가 나타났으니... 화가이신 울 막내고모다. ^^*
마침 요즘 그리는 작품이 풀, 나무, 꽃과 관련이 있대고 준비하는 논문도 풀꽃의 도상화 작업에 대한 거라나. 해서 오히려 아마추어가 찍은 소박한 풀과 꽃 사진이라 작품에 더 영감을 준댄다. 심지어 "언니, 그러다 사진 작품전 열어야겠어요"라고까지 (너무 심한) 극찬을..  ㅠ.ㅠ 
그 얘길 듣더니 울 엄니 더 신나서 작품활동에 힘쓰시고 자꾸만 또 나한테도 좀 보라고.... ㅋㅋ

내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서 엑기스 매뉴얼을 손수 대여섯장이나 적어드렸는데 아무래도 독학하며 글로 익히자니 한계가 있었는지, 오늘부턴 아예 구청 스마트폰 초보교실에 등록해 공부하러 가셨다. 놀라운 학구열!

일요일에 1박2일로 부산 모녀여행을 다녀왔는데, 자긴 충전기 안챙겨가도 될 거라고 장담했다가 배터리 떨어진 걸 어찌나 아쉬워 하시던지 결국 올라올때 부산역 편의점에서 급속충전을 해드렸다. 근데 그 이후 이상하게 휴대폰이 먹통! 전화만 되고 시간날짜도 초기화되더니 문자 카톡이 안됐다. 내가 배터리 빼면서 유심칩 빠뜨렸나 덩달아 식겁. ㅠㅠ

안타깝게도 서울역엔 kt매장이 없고 비까지 내리는 밤중이라 얼렁 택시타고 집에 와야했다.
해서 다음날까지 휴대폰 놀이를 못하게된 왕비마마.. 거의 멘붕이신듯 안절부절! ㅋㅋ 스마트폰 금단증상이 따로없더군. ㅎㅎ 

어제 득달같이 휴대폰 매장에 갔더니 유심칩 빠진 건 아니라서 부팅을 여러번 하고 설정을 고치고 이것저것 눌러보더니만 금방 고쳐줬다. 그제야 안심하고 환하게 웃는 노친네. 아들들한테 카톡으로 부산 사진 자랑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병이 날 지경이었나보다. 아이고...

고교 동창모임에서 친구들이 큼지막한 스마트폰 화면 쓱쓱 넘기며 손주들 사진 자랑할 때 부러웠더다니... 이젠 울 엄니도 손주들 사진에 당신 사진, 손수 찍은 작품사진까지 아주 어딜가나 자랑이 한창이다.

울 엄니 때문에 또 어느 할머니도 스마트폰 세상에 입문하실지도 모를 일. ㅎㅎㅎ






Posted by 입때
,

안토니 가우디 전

놀잇감 2015. 9. 29. 16:51

볼까말까 망설이다... 결국 보러갔다.
조만간 바르셀로나에 직접 가서 가우디 건축을 봐주겠노라는 것이 망설임의 이유였는데 ㅜㅜ 그저 욕심일뿐 사실은 스페인에 언제 가게될지 모르니깐.

건축관련 전시는 도면 말고 대체 뭐 볼 게 있을까 의심스러우면서도 막상 가면 볼거리가 많았던 것 같다. 특히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지을 때도 죄다 모형으로 만들어보고 실험을 거쳐, 사후에도 지금껏 계속 그의 설계에 따라 건축이 진행되고 있다니깐 더더욱 보여줄 게 남았겠거니 했다. 비록 복제품이더라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구엘 저택 같은 건물의 사진과 입면도, 평면도, 모형 구경도 감탄스러웠지만, 건축학도 시절 도면들은 으아... 얼마 전 리움미술관에서 본 <세밀가귀>의 섬세함이 떠올랐을 정도였다. 정밀하고 정교하기가 이를 데가 없더라. 색감도 예쁘고... 건축학위 따고나서 자기가 직접 디자인했다는 명함도, 작업실 책상도예쁘고...

문짝, 문고리 하나까지 죄다 직접 건물에 어울리게 디자인해 넣은 건 또 어떻고! 나중에 기념품숍에 들어갔을 때 평소처럼 엽서 하나 사고마는 게 아니라 가장 탐나는 건 복제품 나무의자였는데 가격이 450만원이었던가... ㅋㅋ ​그래서 엽서는 사지 않았다. 전시는 미리 봤지만.. 엽서는 정말로 바르셀로나에 가서 사주겠어... (괜한 오기를 부린 건가? ㅋ)

​깨진 사기조각으로 만든 모자이크를 <트렌카디스>라고 한다는데 진짜로 주변에서 인부들이 주워온 타일조각을 죄다 색깔별로 구분해놓고 활용했고, 피렌체에서 값비싼 유리공예품을 사다가 죄 깨뜨려서 사용하기도 했단다. 어휴... 전시장 천장에도 더러 둥근 타일 조형물 복제품을 매달아놓았던데 거긴 사진을 찍을 수가 없으니, 좀 웃겨도 전시장 입구의 구엘공원 도마뱀을 찍어왔다. 저런 걸 트렌카디스라고 한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기부금과 입장료만으로 계속 건축이 진행중이고 가우디 사후 100주년인 2026년 완공을 목표로하고 있다는데, 나도 그 전에 꼭 구경가서 입장료 수입에 보태주고 싶다! ㅠ .ㅠ 

가우디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11월 1일까지, 입장료는 15000원인데 GS포인트 카드가 있으면 2천원 할인해줌. ㅎ 

한가람미술관에서 동시에 하도 여러 전시를 벌이는 바람에, 보테로 작품들은 좁은 전시실에 마구 구겨넣듯 비좁게 홀대를 해서 맘상했는데(모딜리아니 전시장도 그런 편이라고;), 가우디 전시실은 그나마 공간할애를 많이 해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큰 작품은 별로 없고 사진 아니면 연대기, 도면과 모형 정도라서 그런 기분이 들었나? 암튼...

가우디 전시를 보고 한가로운 마당으로 딱 나왔는데 반대편 미술관 건물에 은은하게 비친 노을빛이 눈에 들어와서 한장 더 찍었다. 이렇게 한가롭고 인적 드문 미술관이 얼마만인고..


Posted by 입때
,

류큐의 바람

놀잇감 2015. 1. 20. 15:12

경복궁 옆 고궁박물관에서 2월 8일까지 <류큐 왕국의 보물> 특별전을 하고 있는데 관련 공연이며 교육이 꽤 알차다. 류큐 왕국이란 ^^; 옛날에 '유구국'이라고 해서 조선, 중국과 교류한 역사도 꽤 길고 일본과는 별개의 나라였던, 현재 오키나와 섬에 존재했던 왕국을 말한다.
중앙박물관, 민속박물관, 역사박물관, 고궁박물관 중에서 안내책자와 전시 도록, 팸플릿의 질도 항상 고궁박물관이 최고라는 생각을 강하게 품고 있는데, 가만 보면 기획 전시내용도 거의 늘 알차고 훌륭하다. 안내책자나 브로셔의 글귀나 오타만 봐도 보유인력의 자질을 알수있는 법이 아닌가! 게다가 매번 공짜! (프란치스코 교황 내한 기념으로 했던 <천국의 문> 전시는 예외로 유료였다. 수녀님들을 비롯해 천주교신자들이 엄청 구경오던데 워낙 비싸기도 했지만 나는 계속 오가면서도 안봤다. 혹시 기회되면 나중에 이탈리아에 가서 직접 보고 싶다규~ -_-;) 고궁박물관 조직 자체가 탄탄한 건지, 뛰어난 학예사와 직원들을 잘 뽑은건지 갈 때마다 감탄하는 경우가 많다.  

암튼 요번에 본 공연은 오키나와 문화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류큐 왕국의 보물> 전시와 연계해 류큐 왕국의 고전무용과 노래를 소개하는 자리. 이름하여 <류큐의 바람>이다. 고궁박물관 별관에서 17일과 18일 양일간 3회 공연을 하던데(부산에서도 공연 1번 하더라마는;;), 마침  주말에 경복궁에 갈 일이 있어서 맘먹고 구경했다. 오키나와는 내가 몇년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여행지다. 갇혀있는 물고기들이 불쌍하긴 하지만 그래도 세계 최고라는 추라우미 수족관을 꼭 보고 싶어서리... (그렇게 들먹들먹하고 있는데 작년에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사랑이네가 구경가질 않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조인성이랑 공효진이 코끼리 바위엘 막 찾아가질 않나;; TV에서 펌프질을 막 하더군)  

이렇게 선망을 갖고 있으면 결국에는 조만간 저지르지 싶어서, 미리 공부(?)도 할 겸 연말에 경복궁 봉사 나간 날 짬내서 류큐 왕국 전시회를 둘러보았고 공연이며 특별교육 프로그램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ㅎㅎ <류큐의 바람: 오키나와의 춤과 노래>이라는 제목으로 여러가지 고전무용과 창작무용, 노래까지 보여준 공연은 생각보다 좋았다. 무료인 대신 선착순 입장이라고 해서 30분이나 일찍 갔는데도 앞자리는 죄다 관계자석이란 종이 붙여놓은 게 불만이었으나, 시간이 지나자 직원들이 어린 아이들부터 챙겨서 차곡차곡 앞쪽 내빈석 빈자리로 옮겨주고 일일이 동선을 안내해주고 그랬다. 대체로 공무원들은 좀 싸가지가 없고 고자세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편인데, (계약직인지 아닌지 몰라도 다른 국립 및 시립 박물관 가봐도 직원들이 야박하게 구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 선입견이 가끔 고궁박물관에 가서 깨진다. 아주 좋은 예. ㅎㅎ 

1시간 반에 달하는 공연은 앞부분의 궁중무용 순서때 하도 정적이고 조용해서 좀 졸리려고 했으나(한국이나 일본이나 궁중무용과 음악은 느릿느릿 움직임도 정적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좋게 말하면 우아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맥빠진다. ㅎㅎ 왕앞에서는 암살 위험 때문에 함부로 역동적인 동작이 담긴 춤을 출 수 없다는 듯;;) 후반부에선 활기찬 창작무용과 노동요 등이 있어 확실히 시끌시끌 신명나고 유머가 넘쳤다. 아싸~ 아싸~ 하는 추임새가 일본에서 온 것임을 새삼 확인. ㅋㅋ

아래 사진은 내가 찍은 건 아니고 일행 중 한분이 일찌감치 박물관 화장실 갔다가 마침 출연진을 만났다기에 전달받았다. 색감 화려한 의상이 아주 독특하고 인상적이다. 예쁜 옷도 많고...  전통무용을 어느 가문에서 3대째 전수받아 널리 알리고 있다는 모양이다.


일본에 많이 가본 건 아니지만, 료칸엘 가봐도 기념품 쇼핑센터에를 가봐도 쇼핑백이나 세탁물용 비닐팩 하나를 만들어도 그냥 허투루 하지 않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는다. 요번에도 오키나와 관광 지원을 위함인지 오키나와 안내책자랑 공연 브로셔를 예쁜 비닐봉투에 담아 주었는데, 안에 든 설문지를 작성하면 비닐파일도 나눠준다고 했다. 아쒸, 볼펜 없는데 생각한 순간 설문지에 저 앙증맞은 필기구가 클립처럼 꽂혀 있었다. (비닐종이 위에 놓인 검정색 물체;;)

공연 브로셔는 꼼꼼히 읽어보고 재활용 폐지로 내놓았지만, ​오키나와 안내책자는 (관광지 안내며 섬 전체 지도까지 들었다!) 비닐파일에 넣어 잘 보관해 두었다. 언제가 될지 몰라도 오키나와 갈 때 가져가야쥐! 문득 우리나라 관광홍보도 과연 이렇게 꼼꼼하고 아기자기하게, 사람들 마음을 확 끌게 잘 하고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행여나...


Posted by 입때
,

그간...

투덜일기 2014. 12. 15. 16:50

마지막 포스팅을 한지 한 달이 넘었다. 다른 때는 종종 중간에 비공개로 써놓은 글도 있곤 했는데 이번엔 그야말로 완전 블로그를 방치했다. 바쁘기도 했고 확실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간... 별일이 좀 있었다.

늘 허둥대듯 폭풍처럼 몰아쳐 원고를 마감했고, 떠나는 날 아침까지도 못 미더워 붙들고 매달렸던 원고를 이메일로 보낸 뒤 허겁지겁 대충 싼 짐가방을 끌고 공항 가는 리무진 버스를 탔다. 3월에 시도했다 실패했던 터키 여행. 7박9일짜리 패키지 상품에 3일을 연장해 짧게 자유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두어달 전부터 예약을 해놓고도 정말 가도 될까 염려하며 이번에도 타의로 못떠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가, 일주일 전 출발확정일 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귀국편 비행기 연장도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는 그래, 이번엔 확실히 잘 다녀오라는 하늘의 뜻인 게야, 그렇게 생각했었다. 같이 가는 후배 J도 나도.

하지만 마음이 그리 가뿐하진 못했다. J의 어머니는 암투병 중이셨고, 울 엄마는 중이염 치료를 위해 입원을 권유받는 형편이었다. 심지어는 월요일 출국 예정인데 토요일에 의사가 얼른 치료 시작하자며 엄마에게 입원장을 내버렸다. 거기서 엄마는 또 넌 예정대로 가려므나, 난 홀로 입원할테다... 그러시고 ㅠ.ㅠ 막대한 취소 수수료를 물고 이번에도 터키를 포기해야하나, 고민하던 나는 의사와 원무과에 다시 뛰쳐가서 입원 못한다고 버텼다. 2주 뒤나에 입원 가능하다고.

암튼 우여곡절 끝에 떠나 도착한 이스탄불엔 계속 비가 내렸다. 12월부터 우기라더니 왜 벌써! 비쯤이야 뭐 방수재킷에 우산까지 준비했으니 맞아주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카파도키아에선 심지어 폭설이 내렸다. 우리보다 하루, 이틀 먼저 여행을 시작한 팀들은 폭설에 고립되어 산맥을 넘지 못했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소식도 들려왔으니, 열기구를 못 탄 것쯤이야 불운도 아니라고 위안을 삼아야했다. 그래, 눈 덮인 터키를 또 언제 내가 구경하겠니, 그러면서.

지중해쪽 안탈랴, 케코바에 갔을 때만 잠깐 날씨가 개었을 뿐 그밖엔 계속 우중충 비가 내렸고, 장기여행이 하도 간만이라 그랬는지 서둘러 짐을 싸서 그랬는지 내가 가져갔던 옷들은 너무 두껍거나 얇아서 춥지 않으면 더워서 낑낑대는 날들이 이어졌고, 그나마도 챙겨간 바지도 티셔츠도 갯수가 부족했다.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사프란볼루를 떠나 다시 이스탄불로 갔다가 인천공항에 내리니 우릴 기다리고 있던 건 엄청난 한파. 엄마가 미리 보일러를 돌려놓았다는데도 방의 냉기는 그날 밤에야 비로소 좀 가시는 듯했는데, 오자마자 세탁기 돌려 빨아놓은 옷들이 다 마를 새도 없이 다시 병원 짐을 싸 귀국 다음날 곧장 엄마를 입원시켰다. 

집에 돌아와 딱 하룻밤 자고 다시 떠돌이처럼 병실 쪽잠을 자야한다고 하소연을 늘어놓으며, 여행 파트너였던 J에게 엄마 상태는 좀 어떠시냐고 문자를 보내도 통 답이 없었다. J도 귀국하자마자 잡지 마감 들어가야한다더니 바쁜가보다..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곧이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J에게 잘 다녀오라고 하셨다던 어머니가 우리 떠나 있는 동안 돌아가셨다는 것. 여행 중 J가 계속 가족들에게 어머니 안부를 물었을 때도 분명 암말 없이 신경쓰지 말고 잘 놀다오라고 했다던데, 어떻게 그런 일이. 

알고 보니 이미 우리가 터키 가는 비행기 안에 있을 때 돌아가셨기에, 이스탄불에 도착해 곧장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도 시간상 장례절차가 다 끝난 다음일 것이 뻔해서 식구들이 아예 말을 하지 않은 것이란다. 아아. 자식으로서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만큼 평생 한이 되는 일이 없다던데 얼마나 기가 막힐까...  괜히 터키 여행을 강행했구나 싶어 J에게도 그 어머니에게도 죄스러운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나이롱 환자처럼 그냥 시간 맞춰 항생제 주사만 맞으면 된다던 멀쩡한 엄마가 혈압 불안정으로 입원기간 동안 또 나를 식겁하게 하는 상황도 어쩐지 천벌 받는 것 같고... 안정되지 않은 떠돌이 같은 삶이 3주를 넘어가니 심신에 쌓인 피로로 신경은 더더욱 날카로워지고...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 J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는 것도 어쩌면 몹쓸 짓일지도 모르겠다. 순전히 내 마음의 무게를 덜어보겠다는 심보가 아니고 뭔가. 그래서 이 글은 생각을 좀 더 해본 뒤 공개를 안하게 될수도... 그치만 너무도 답답하고 슬픈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7년전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처럼, 그러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곱씹으며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려 자책하는 과정을 자꾸 되풀이하게 된다. 역시 여행을 가는 게 아니었다. 왜 하필 올해 내내 터키 타령은 해가지고... 나도 이런 지경일진대 J는 괴로운 마음이 오죽할까. 부모님을 잃었을 땐 섣부른 위로가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고, 더욱이 나는 이런 상황을 야기한 죄인인지라 J에게 더더욱 할 말도 면목도 없다. 이럴 땐 나 말고 차라리 남탓을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수도 있으니 J가 내 탓을 하며 욕을 하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고...  

아무튼 우리 엄마는 무사히 8일만에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고, 나 역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당분간은 터키를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죄스러워서 사진도 들여다보지 못하겠고 계속 가슴이 먹먹하다. 때로 인생은 참 가혹하구나 싶다. 


Posted by 입때
,

아무튼 산에...

놀잇감 2014. 10. 13. 17:20

아무튼 산에 계속 다니고는 있다. 8월엔 무려 세번(광교산, 도봉산, 북한산!)이나 등산을 하기도. 

워낙 등산 고수들을 따라다니는 거라서 종종 힘에 부치고, 너무 괴로워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순간도 있지만 온몸을 땀으로 적시면서 좀체 안 쓰던 근육까지 죄다 동원하여  약간 몸을 학대(?)하고나면 괜히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일단은 오래 앉아 일을 할래도 체력이 딸리는 점을 보완하고자 시작한 일이므로, 얼마나 더 있어야 체력이 확~ 좋아지나 지켜보는 중. 아직은 본격 등산을 하고 나면 머리가 띵~ 두통이 올 정도로 호흡도 엉망이고 저질체력이다. ㅠ.ㅠ


봄부터 쫓아다녔어도 바쁘게 거의 땅만 보고 쫓아다니며 헐떡대느라 산에서 사진 찍을 여유 따위는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여름부턴 잠시 쉬는 동안 휴대폰을 꺼내들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몇장 안 되는 사진 대거 자랑. ㅋㅋ


<도봉산 오봉 올라갔던 날> 8월 15일

중간에 점심 먹던 곳에서 발견한 쓰러진 나무와 버섯.


그리고 드디어 오봉이 눈앞에... 고소공포증을 핑계로 바위엔 안올라갔다. 숲은 좋지만... 낭떠러지 바위는 정말 너무 무섭다 ㅠ.ㅠ

 



<설악산> 9월 13일.

설악산 대청봉엘 당일코스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과연 따라갈 수 있을지 없을지 시험삼아 도봉산엘 가본 거였는데, 역시 무리라고 판단. ^^;  한계령부터 올라가서 귀때기청봉 언저리까지만 다녀오는 B팀을 선택했다. 그러기를 잘했지... ㅋ


9월인데도 이날 날씨가 정말 변화무쌍했다. 운해가 자욱해 능선도 안보이다가 햇빛 비치다가, 안개에 휩싸였다가... 점심을 먹을 땐 춥기까지... 





마지막 사진은 한계령 내려오다 마지막 바위에서 보이는 구불구불 옛 도로. 한계령 휴게소 규모가 옛날엔 엄청났던 것 같은데 요번에 보니 아주 작아서 의외였다. ㅎㅎ


대청봉 정상까지 찍고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우린 낙산사에도 다녀왔다. 8월에 다녀온 부산바다가 올해 구경하는 마지막  바다겠거니 생각했는데... 인생은 역시 예측불허다. ^^; 의상대와 홍련암에서 내려다보는 짙푸른 양양 앞바다도 참 아름다웠다. 다만... 산불로 홀라당 타버려 새로 지은 낙산사는 확실히 별로였다. 다행히 화마를 피한 의상대와 홍련암은 그대로인 것이 기뻤으나 그 주변에도 뭘 그리 덕지덕지 새 건물을 지어놓았는지.... 결국 한국의 종교는 하나같이 새 건물 지어 돈벌이 할 궁리에 힘쓰는 게 추세인 듯. 








<안산> 10월6일.

동네 앞산을 우리집에서 올라가면 그냥 계속 거의 숲길인데, 독립문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정상 부근부터 암릉 구간이 좀 있다. 무서워서 혼자선 엄두도 못낼 길이었는데...(사진 왼쪽 귀퉁이에 하얀 철제 난간 있는 길이 바로 등산로. 남들에겐 우스워보일지 몰라도 낭떠러지 길은 내겐 무조건 후덜덜...) 지인들과 안산 자락길 산책에 나선 날 담력훈련 하는 셈 치고 미친척 한번 올라가봤다. '산세만 보면 설악산 못지않다!' 이러면서 그냥 운동화 신고 올라가 질질 미끄러지며 내려왔다. ^^v

이날 날씨도 좋고 시계도 완전 멀리 트여서 한강 너머 관악산, 청계산까지 다 보였는데, 오후 늦게 올라가는 바람에 금방 해가 져서 사진은 많이 못찍었다. 담엔 안산 자락길도 완전 일주해봐야지. 



지난 주에도 도봉산 우이암엘 다녀왔으니, 알량하게나마 이로써 10월에도 이미 등산을 두번이나... ㅋ 

시시각각 변해가는 단풍 색깔 구경하는 묘미로도 10월엔 앞산엘 좀 더 자주 올라가볼 작정이다. 여기다 적어놔야 또 약속을 지킬 것 같아서 하는 포스팅. 

Posted by 입때
,

부산 1박2일

놀잇감 2014. 9. 1. 16:18

누가 물으면 올해는 여름휴가따위 없어! 그랬는데, 다녀오고 보니 짧아도 이게 나의 여름휴가였구나 싶다. ㅎㅎ 

외국도 아니고 겨우 부산엘 가면서 7월초부터 가격대비 효율성을 따지고 또 따져서 -_-; 호텔을 예약하고, 또 KTX도 미리미리 할인좌석으로 예매해놓고 날을 기다리기를 또 한달. 헌데 D데이 전날인 25일엔 부산을 비롯해 남부지방에 폭우로 난리가 났다. 맙소사. 그나마 다행인 건 비가 계속 오진 않는다는 일기예보. 해수욕 할 것도 아니니 비가 오거나 날씨 흐린 건 괜찮은데, KTX 선로 피해랑 부산 지하철 역사 폐쇄 소식은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떠날수밖에. 어차피 예약과 동시에 결제까지 해야했던 호텔은 취소해도 환불도 안되는 마당에 그냥 가는 지 뭐 어쩌겠어.

 

염려와 달리 10시에 서울역을 출발해 12시 40분 정각에 도착한 부산은 조금 날이 흐렸어도 푹푹 찌는 무더위. KTX에서 얼핏 본 뉴스로도 부산 지하철은 모두 정상운행중이라고 했으렸다. 앞으로 괜한 걱정은 붙들어매놓기로 했다. 어차피 해운대 근처에서 뱅뱅 돌 테니 비 피해 심한 쪽은 갈 일도 없었다.

 

부산에서의 첫 끼니는 부산 여행때마다 별렀어도 현지에선 못 먹어본 밀면! ^^; 부산역에서 제일 가까운 초량밀면집으로 향했다. 위치는 부산역에서 길건너 국민은행 건물 바로 오른쪽 큰길가.

으어... 줄지어 늘어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라.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며 우리도 얼른 줄을 섰다. 다행히 줄은 금방금방 줄어들어서 한 20분 기다렸던가...

대신에 자리만 나면 거의 앉자마자 주문 후 수분 내로 밀면과 왕만두를 맛볼 수 있다. 캐리어들고 곧장 온 관광객들도 많지만, 떼거지로 몰려와 곱배기 시켜먹는 청년들도 많았음.

 

 

 

 

 

 

 

 

 

이것이 3500원짜리 밀면과 왕만두의 위용이다(일행은 가격이 하도 싸서 왕만두 1개에 3500원인 줄 알았다고;; ㅋ). 면이 거의 쫄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쫄깃쫄깃... 밀면도 만두도 맛있어 맛있어... 그러면서 먹었다. 뭔가 옛날 분식집에서 먹던 추억의 맛 같기도 하고... 하도 얇아서 막 찢어질 정도인 만두피에 감싸인 잘게 다진 소가 인상적. 하지만 뭔가 많이 씹히는 만두를 좋아한다면 별로일 수도 있을 듯. 째뜬 나는 가격대비 엄청 만족스러웠음.

 

부산에서도 지하철보다는 버스파의 취향을 계속 발휘, 다시 길을 건너 1003번을 타고 해운대로 향했다. 한 40분쯤 걸렸나? 지하철 노선 한두번  갈아타고 계단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보다는 한번에 쭉 가니 훨씬 편했음. 전철역보다 버스정류장이 해운대 해안도로와도 훨씬 더 가깝고! 마침 우리 호텔 바로 앞이 버스정류장이었으나, 일단 뭔가 더 시원한 것으로 입을 달랠 욕심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스타벅스로 올라갔다. 뜨겁고 더워서 더 멀리 가기도 싫고...

 

카페인 섭취 후 드디어 체크인 후 올라간 호텔방에선 눈앞에 바다가 뙇~~!! ^^*

비록 광안대교 교각 아래로 출렁출렁 흘러들어가는 낙동강 물빛은 무시무시한 황토빛이고, 설마 누런 강물이 해운대를 뒤덮은 건 아니겠지 싶은데도 흐린 날씨 탓인지 새파란 파다 대신 누리끼리한 바다가 절반 이상 펼쳐져 있었지만 그래도 바다는 바다.

뉴스에서 본, 다닥다닥 소름끼치게 백사장을 뒤덮었던 파라솔은 거의 다 철수해 일부만 접혀 있고 군데군데 파도와 뛰노는 해수욕객들이 간간이 보이는데, 아 여유롭도다, 딱 내 취향일세...

 

 

 

 

 

저녁은 회를 먹기로 했지만, 광안리 회타운에 가려던 애당초 계획은 '귀찮아서' 전격 수정. 가까운 미포 해구(해운대 끄트

머리라 걸어가도 됨)에 있는 횟집으로 택시타고 가기로. 수많은 호객행위를 물리치고 찾아간 곳은 유람선 선착장 2층에 있는 마라도횟집. ㅋㅋㅋ 유일하게 내가 가본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새 인테리어도 깔끔하게 바뀌어서 더 마음에 들었는데, 자연산 회를 생선종류별로 가려가며 먹을 게 아닌바에야 모듬회는 어차피 그 동네 다 1인당 3만5천원 균일이다. 일부러 광안대교 보이는 자리로 앉혀주었지만, 우리는 해가 중천에 있을 때 먹기 시작해서 해지기 전에 나왔을 뿐이고! ㅋㅋ

 

쓸데없이 이것저것 곁다리 음식이 많이 나오는 게 아니라 여자 둘이 먹기에 딱 좋은 양만 적당히 나오는 식이라, 우린 꽤나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며 나왔지만 회마니아에겐 양이 부족하다싶을 수도 있을 듯. 먹기 바빠서 이 집에선 죄다 먹다말고 한장씩 남긴 사진들이라 그나마 푸짐해보이는 거로 한장.   

 

 

돌아갈 땐 소화도 시킬겸 백사장을 걸었다. 드디어 바닷물에 발도 담그고 노래도 흥얼흥얼... 파도 앞에서 촐싹거리다가 당연히 바짓가랑이 다 적시고...

 

아...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하늘이 코앞으로 다가온 느낌인데, 해안엔 하나둘 불이 켜지고, 인적이 드문 해운대 백사장을 거닐 고 있으려니 신선놀음 하는 듯. ㅎㅎㅎ

 

마침 일행의 지인이 부산 주민이라 달맞이언덕이며 광안리까지 부산 야경보러 잠깐 드라이브를 한 뒤엔 높은빌딩 빽빽한 마린시티에서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차를 마셔주었다. 부산에서 음식점이든 카페엘 가서 주민인지 관광객인지 판단하는 방법은 바다가 보이는 자리로 앉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라는데, ㅋㅋㅋ 부산 거주 10년째라는 그분은 아직도 본능적으로 바다가 보이는 자리를 찾아서 원주민들의 비난을 받는다고. 에펠탑 보기 싫어서 에펠탑 안에 있는 식당에서 매일 밥먹는다는 어느 파리시민의 일화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내 기억속의 광안대교(오래 전 한화콘도에서 내려다보았던)는 시시각각 보라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조명이 변했더랬는데 이번에 보니 바깥쪽 조명은 계속 파란색이고, 광안리해수욕장 쪽에서 보는 안쪽 다리에만 요란하게 글자도 새겨지고 색깔도 여러번 바뀌는 듯(어쩌면 2년전 광안리 횟집에서 보았던 광경과 뒤죽박죽 섞인 건지도 모르겠다). 째뜬 낮게 드리워진 구름에 반사된 광안대교의 조명 덕분에 하늘에서도 빛이 내려오는 것 같지 않은가? 그래서 그 옛날에도 내가 모르도르 같다고 했었거늘! 

 

 

술도 별로 안마셨지만 다음날 느즈막한 아침 메뉴는 해장을 위한 복지리. ^^; 하도 뱅글뱅글 해운대 주변을 차타고 많이 다녀서 이젠 웬만한 해운대 지리는 내 손바닥안에 있소이다... 걸어서 5분 거리인 금수복국으로 단숨에 찾아갔다. 꼬르륵거리는 뱃속에 황급히 퍼넣다 말고 생각나서 얼른 한장 남긴 사진. ㅎㅎㅎ 금수복국은 이제 서울에도 지점이 있어서 희소성이 떨어진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강남이라 강북녀에겐 여전히 먼 곳. 다음에도 이왕이면 부산에 가서 먹어주겠어.

 

부른 배를 두들기며 또 다시 바닷가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노닥거리다, 가보고 싶었던 이기대자연공원은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고 그냥 동백섬 해안산책로를 한바퀴 돌았다. 

 

 

 

 

느릿느릿 걷다 쉬다 뜸들이며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한 산책로이고, 데크가 잘 깔려있는 길 곳곳에 벤치와 전망대가 있어서 해운대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음. 그러나 내가 구경하고팠던 곳은 저 멀리 보이는 오륙도 옆에 있는 이기대 해안산책로와 공룡발자국이었을 뿐이고... ㅠ.ㅠ  

남은 오후 시간은 일행의 취향에 맞춰 '세계 최대백화점'이라고 뻘건 간판이 곳곳에 붙어있는 센텀시티 신세계에서 눈요기로 보냈다. 돌연 빵심 충만하여 늦은 점심도 지하에 입점한 '이흥용제과점'의 빵('검정고무신, 하얀고무신'이라는 이름의 빵이 유명한듯)으로 해결했는데, 요즘 위장 컨디션이 별로인 나는 그만 밀가루세례에 체하고 말았다는 슬픈 마무리...  (2014년 8월 26, 27일)

 

일정이 짧아도, 탈이 났어도, 가고픈 델 다 못봤어도, 그럼에도 결론은 여행은 좋은 것이여~!

 

Posted by 입때
,

5월엔

놀잇감 2014. 5. 27. 00:55

온 나라가 참담함에 젖었던 5월엔 유독 이상하게 참 많이도 빨빨거리고 다녔다.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은 통 손에 안잡힌다는 핑계로 작업은 뒷전이고... ㅠ.ㅠ 책도 한권 안 읽고.. ㅠ.ㅠ


일단은 경복궁 옆 고궁박물관에서 하는 <궁중채화전>과 <종묘 특별전>을 봤고

(왼쪽이 비단으로 일일이 꽃과 나비 새 등등을 만들어 장식하는 채화전이고

오른쪽 사진이 종묘 특별전. 그릇이며 술잔이며 되게 신기했음) 



전북 완주 운암산엘 갔었고 (밧줄 잡고 암벽을 오르는 짓거리를 몇번이나 한 끝에 정상에도 올랐다 ㅠ.ㅠ 나 이러다 등산인으로 거듭나는 거 아닐까 몰라... ㅋㅋㅋ)

 


정상에서 찍은 사진은 아니고

매번 내가 정상으로 착각했던 어느 능선에서 대아댐과 대아저수지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 헉헉대며 손이 덜덜 떨려서 정사각형 모드로 찍고 있는 줄도 몰랐다.














경북 영주 부석사와 소수서원엘 다녀왔고 (드디어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을 알현! 감격했다)

부석사 안양루소수서원 직방재부석사 무량수전




부암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도 올랐었고 (마침 월요일이라 윤동주 문학관은 문 닫았더라)

소나무 아래 보이는 것이 윤동주의 서시가 적혀있던 시비, 그리고 엄청 크게 자라 앵두가 다닥다닥 매달려 익어가고 있던 그 주변의 앵두나무. 



용산 중앙박물관에서 하는 오르세전도 보러 갔었고







또 옛날식 함박스테이크를 판다는 삼청동 그릴데미그라스에도 갔었고

이날 뒷북으로 영화 <역린>도 보았음. 귀찮아서 포스터 퍼오기 생략. 영화보다 난생처음 좌우에서 쌍코골이(왼쪽은 내 일행이고 오른쪽은 남의 일행이었는데 양쪽에서 동시에 졸며 코까지 골다뉘 ㅠ.ㅠ)를 경험한 것으로 감상을 대체해도 될 듯. ㅋㅋ 


그러고는 마감중에 또다시 완주에 내려가 종남산 송광사, 위봉사, 화암사 답사를... 

  

송광사 십자종루 화암사 우화루위봉사 보광명전



이러고 놀았으니 일을 제대로 끝냈을 턱이 있나. 연일 전화벨소리에 덜덜 떨고 있다. ㅠ.ㅠ

그래서 양심상 세세한 본격 후기는 다 안쓰게 될 듯;; ㅎ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