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가 궁금해

놀잇감 2009. 10. 5. 15:55
얼마 전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이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집권 가능성을 점치면서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다 결국 압승했을 때 나는 꽤 흥미로워하면서 이웃나라의 정치상황을 지켜보았다. <미녀 자객>이라는 용어는 심히 못마땅하지만(우리나라에도 미모를 무기로 믿고 까부는 여성정치인이 꽤 있다!)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 젊은 여성들이 노회한 자민당 세습의원들을 당당히 누르고 승리를 거둔 것도 괜스레 뿌듯했다. 물론 그들이 정말로 훌륭한 정치를 실현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알 일이지만, 기득권층 치고 깨끗한 인간은 하나도 안 남은 것이 분명한 이 나라 정치판과는 확실히 달라보이는 아마추어 분위기가 어쩌면 진정한 서민을 위한 사회를 만드는 기반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벌써부터 하토야마 총리의 정치자금 문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좀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60년만에 변화를 꿈꾼 일본 국민들이니 어떻게든 변화를 이루어내지 않을까.

어쨌거나 이 포스팅의 목적은 일본 정치 얘기가 아니라 마이크 얘기였는데 서두가 너무 길었다. 민주당 총선 소식을 계속 접하며 나는 뉴스 장면에서 색다른 걸 발견했다. 29세의 나이와 150cm의 단신이라는 점이 늘 화제로 떠올랐던 후쿠다 에리코의 유세 장면에서도,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의 당선인사 장면에서도 계속 유선 마이크를 묶어 들고 있는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형편없는 기억력 탓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공식 기자회견장이 아닌 한 우리나라에선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옥외 인터뷰를 할 때 너무도 당연히 무선 마이크를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본인이 들고 있든 기자들이 앞다투어 내밀고 있든, 무전기 모양에 시커먼 색깔의 무선 마이크를 들고 인터뷰를 시도하지 않던가 말이다.


생각해보니, 최근에 열린 할리우드 레드카펫 행사 같은데서도 방송사 인터뷰를 청하는 이들은 대부분 방송사 로고가 선명히 매달린 유선마이크를 들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레드카펫 행사를 취재하는 방송인도 너도나도 간편한 무선 마이크를 들이대는데 반해서.
확실히 편리하긴 해도 화면으로 보기엔 아무래도 모양이 빠지는 무선 마이크를 그들이 꺼려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IT강국이라는 이 나라만 유독 무선마이크 사용을 선호하는 건지 몹시 궁금하다.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 이외에서도 무선마이크를 많이들 쓰는데 내가 그냥 못본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우리나라만 무선마이크를 많이 사용하는 것일까. 부산영화제 레드카펫 행사 때는 어떨지 새삼 눈여겨 봐둬야겠다.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