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은 좀 일찍 4월 2일에 다 피었고, 벚꽃은 4월7일 오늘자로 만개 선언하며 사진 남겼다. 점점 더 소홀해지는 공간이지만 그래도 지난 십수년의 역사와 투덜거림이 다 모여있는 이곳을 완전히 손에서 놓지는 못할 것 같다. 지난번 번역한 책에 각종 디지털 인터넷 범죄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데, 인터넷 세상에서 인간은 절대 잊힐 수 없다는 게 표제 작품의 주제였다. 이곳 블로그 말고도 SNS 몇군데 계정을 습관처럼 매일 드나들고 있는데;; 내가 죽을 날을 대충 안다면 난 그 공간에 대해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것마저도 난 아마 오랜 기간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우유부단하게 갈팡질팡하겠지. 사이버세상에서도 내 흔적은 다 지우고 가겠노라, 결심한 적도 있는데 또 나의 소멸 이후에 누군가 남아서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결국 쓰레기로 잊혀지더라도 한동안은 의미가 있지 않겠나 싶기도 하고... 진짜 마음이 왔다리갔다리. ^^
아이고 화창한 벚꽃일기 남기겠다고 들어와서 이 무슨 암울한 소리를 끼적이고 있는지. 암튼 올 봄에 꽃이 좀 늦게 핀걸 봐서도 짐작되듯이 날씨는 계속 좀 쌀쌀하게 느껴지는데도, 우리집은 벌써 살구꽃 벚꽃 모두 떨어지기 시작해서 마당에 엎어진 별꽃이 가득하다. 만개하자마자 지는 벚꽃. 좀 아쉽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