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시대는 물론이고 19세기까지도 내과의사들은 대부분 식물학자였단다. 병의 원인이 무엇이든 과학자와 식물학자들은 병을 고칠 해답을 식물에서 찾아왔고, 신약개발 얘기를 들어봐도 과학자들이 아직도 식물을 연구하고 있다는 게 맞다. 한방에서 아직도 요긴하게 참조하는 동의보감도 거의 다 식물 약재 비법 아닌가 말이다. 밥이 보약이고 밥상으로 병을 고친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거다. 독초도 조금만 먹으면 약으로 쓸 수도 있다잖은가. 어차피 인체는 스스로 치유하고 나으려는 에너지와 비밀스런 방편을 갖고 있는 유기체이므로, 치명적인 상황만 아니라면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면 병은 낫게 되어 있다. 어리석은 인간이 자기 몸을 잘 못 돌봐서 그렇지.
보호자로서 평균 일주일에 한번은 대학병원을 들락거리고는 있지만 의학과 약효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점점 회의가 들어 웬만해선 병원을 찾지 않는 나의 성향이 더욱 고착되는 중이다. 국내 최고의 의료진이라는 사람들이 환자를 두고 하는 말은 거의 다 가정이고 가능성이지 않으면 협박이다. 이런저런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으면 나을 거라고 환자에게 확신을 주는 게 아니라, 일단 한번 복용해보고 주사도 맞아보자는 식이다.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게 쉽지도 않은 나라지만, 어쨌거나 그런 의료사고의 가능성을 최대한 피해가려는 수법이 눈에 보인다. 어디까지나 모든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한 책임은 환자가 지라는 거다.
의료진도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 있음을 모르지는 않는다. 인간의 신체와 정신이 하도 오묘해서 같은 약도 사람에 따라서는 효과가 달리 나타나며 웬만한 위약의 플라시보 효과는 무려 30%에 달한다니 가끔 불치병이 기적처럼 나았다는 사례들은 엄밀히 말해 인간과 인체의 정신력과 체력의 승리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임상효과가 입증된 약일지라도, 대조실험을 해보면 약에 대한 신뢰성을 지닌 집단은 탁월한 효과를 보는 반면에 약효에 대한 회의를 품은 집단은 약이 잘 듣질 않는단다. 딱 울 왕비마마 같은 분 얘기다. 멀쩡한 음식도 '혹시나 상했나' 의심하는 마음을 품으면 반드시 탈이 나는 왕비마마는 주치의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드시는 약의 효과가 죄다 다르다. 특히나 진통효과를 내는 약이나 주사나 패치 따위에 대한 불신은 놀라울 정도라 남들보다 30%(플라시보 효과 만큼이다)는 약효가 떨어질 게 틀림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나로선 통 믿음이 가지 않는 민간요법이나 '카더라 통신'에 대한 신뢰와 효과는 비록 단기간일지라도 대단하게 나타난다. '친구분의 권유 대로 매일 사과발효 식초를 먹었더니 머리와 다리가 확실히 거뜬해졌다'고 믿는 식이다. 결론은 하나다. 모든 것은 왕비마마의 마음과 생각에 달렸다는 것.
모전녀전이라고 나 역시 회의와 불신이 많은 인간이지만 식탐녀 답게 먹는 것으로 어느 정도는 몸을 다스릴 수 있다는 부분엔 믿음이 간다. 특정음식에 심한 알레르기를 보이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확실히 모든 인체는 해로운 음식에 어떤 형태로든 거부반응을 보이며 이로운 음식엔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고혈압 당뇨 환자에게 육류를 줄이고 열심히 유기농 채소를 먹게 하면 반드시 혈압과 혈당 수치가 좋아진다. 왕비마마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잔소리를 하고 끼니마다 나물반찬과 샐러드 따위를 떨어뜨리지 않은 결과 1년 반만에 약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기에 자신있게 하는 말이다. 운동량을 늘여서 체중만 줄이면 당뇨 약을 끊어도 될 터인데 그것까지는 이룰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중년에 접어든 내 몸도 마찬가지다. 평생 변비 같은 건 모르고 살지만 외식을 했다든지 불균형하게 끼니를 떼워 푸성귀를 좀 덜 먹은 다음날은 확실히 화장실 가기가 어렵다. 이젠 몸도 적응했는지 채소와 과일을 좀 덜먹었다 싶은 날은 오밤중에라도 나도 모르게 우적우적 오이와 양배추 과일 따위를 씹어먹고 앉았다. 이 또한 심리적인 작용임을 잘 안다. 음, 나 오늘 채소를 좀 덜 먹었네. 내일 배변이 어려울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몸을 지배해 현실로 벌어진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이런 미묘한 심리와 몸의 경향을 나는 다 '먹는 것'으로 해결하려 들고 있다는 뜻이다. 갑자기 닭고기가 먹고 싶으면 몸에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의미고, 새콤달콤한 과일이 땡기면 몸이 비타민을 원한다는 뜻으로 나는 해석한다.
몇달째 감기기운으로만 들락거리던 바이러스의 힘이 드디어 창궐하여 목이 붓고 콧물이 줄줄 나는 상황에 놓이면 즉각 나는 보신용 음식으로 대처한다. 예로부터 몸이 아파 입맛이 떨어지면 죽을 먹는 게 전통이지만 나는 '죽쑤는' 것도 싫고 별 씹을 것 없이 우물거리다 삼켜야 하는 죽도 싫다. 말이 보신용 음식이지, 맥 떨어지고 입맛 떨어지는 상황에서 그냥 머리에 '퍽' 하고 떠오르는 음식이 곧 내 몸이 원하는 보신용 음식이다. 이번에 그렇게 '퍽'하고 떠오른 음식은 난데없이 '치킨수프와 미나리'였다. 오래 전 <**한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시리즈 책이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지만 원래도 치킨수프의 뉘앙스는 서양인들이 몸 아플 때 먹는 심신의 보양식이다. '국물' 음식이 드문 서양식 가운데 그나마도 따끈하게 몸을 덥혀주는 음식이기 때문일 거다. 뜬금없이 미나리 생각은 왜 났는지 모르겠는데 미나리 특유의 상큼한 향이 그리워진 걸 보면 코감기로 둔해진 후각이 콕 찝어서 미나리 열망을 뇌에 전달한 모양이었다. ^^
아직은 사흘째 밤마다 열이 올라 후끈후끈 덥고 팽팽 코를 풀어대느라 코밑이 빨갛지만 온갖 채소를 듬뿍 넣은 치킨 수프와 미나리숙주 무침을 이틀 내리 먹어주었더니 얼추 감기가 나아가고 있는 기분이다(순전히 기분일지도). 열이 나는 건 내 몸의 백혈구가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의미라 기특해서 얼음물을 마셔가며 열심히 지원을 해주고 있다. 어차피 감기 바이러스는 2주면 물러간다는데 꾸역꾸역 먹어서 나으려는 식탐녀의 노력으로 며칠 안에 똑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오늘은 비타민B군 섭취를 위해 돼지고기를 삶아서 쌈밥을 해먹을 것이기 때문. 거슬러 올라가면 음식과 약은 기원이 같다는 진리를 신봉하게 된 자의 몸부림은 곧 식탐이다. ㅋ
보호자로서 평균 일주일에 한번은 대학병원을 들락거리고는 있지만 의학과 약효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점점 회의가 들어 웬만해선 병원을 찾지 않는 나의 성향이 더욱 고착되는 중이다. 국내 최고의 의료진이라는 사람들이 환자를 두고 하는 말은 거의 다 가정이고 가능성이지 않으면 협박이다. 이런저런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으면 나을 거라고 환자에게 확신을 주는 게 아니라, 일단 한번 복용해보고 주사도 맞아보자는 식이다.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게 쉽지도 않은 나라지만, 어쨌거나 그런 의료사고의 가능성을 최대한 피해가려는 수법이 눈에 보인다. 어디까지나 모든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한 책임은 환자가 지라는 거다.
의료진도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 있음을 모르지는 않는다. 인간의 신체와 정신이 하도 오묘해서 같은 약도 사람에 따라서는 효과가 달리 나타나며 웬만한 위약의 플라시보 효과는 무려 30%에 달한다니 가끔 불치병이 기적처럼 나았다는 사례들은 엄밀히 말해 인간과 인체의 정신력과 체력의 승리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임상효과가 입증된 약일지라도, 대조실험을 해보면 약에 대한 신뢰성을 지닌 집단은 탁월한 효과를 보는 반면에 약효에 대한 회의를 품은 집단은 약이 잘 듣질 않는단다. 딱 울 왕비마마 같은 분 얘기다. 멀쩡한 음식도 '혹시나 상했나' 의심하는 마음을 품으면 반드시 탈이 나는 왕비마마는 주치의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드시는 약의 효과가 죄다 다르다. 특히나 진통효과를 내는 약이나 주사나 패치 따위에 대한 불신은 놀라울 정도라 남들보다 30%(플라시보 효과 만큼이다)는 약효가 떨어질 게 틀림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나로선 통 믿음이 가지 않는 민간요법이나 '카더라 통신'에 대한 신뢰와 효과는 비록 단기간일지라도 대단하게 나타난다. '친구분의 권유 대로 매일 사과발효 식초를 먹었더니 머리와 다리가 확실히 거뜬해졌다'고 믿는 식이다. 결론은 하나다. 모든 것은 왕비마마의 마음과 생각에 달렸다는 것.
모전녀전이라고 나 역시 회의와 불신이 많은 인간이지만 식탐녀 답게 먹는 것으로 어느 정도는 몸을 다스릴 수 있다는 부분엔 믿음이 간다. 특정음식에 심한 알레르기를 보이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확실히 모든 인체는 해로운 음식에 어떤 형태로든 거부반응을 보이며 이로운 음식엔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고혈압 당뇨 환자에게 육류를 줄이고 열심히 유기농 채소를 먹게 하면 반드시 혈압과 혈당 수치가 좋아진다. 왕비마마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잔소리를 하고 끼니마다 나물반찬과 샐러드 따위를 떨어뜨리지 않은 결과 1년 반만에 약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기에 자신있게 하는 말이다. 운동량을 늘여서 체중만 줄이면 당뇨 약을 끊어도 될 터인데 그것까지는 이룰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중년에 접어든 내 몸도 마찬가지다. 평생 변비 같은 건 모르고 살지만 외식을 했다든지 불균형하게 끼니를 떼워 푸성귀를 좀 덜 먹은 다음날은 확실히 화장실 가기가 어렵다. 이젠 몸도 적응했는지 채소와 과일을 좀 덜먹었다 싶은 날은 오밤중에라도 나도 모르게 우적우적 오이와 양배추 과일 따위를 씹어먹고 앉았다. 이 또한 심리적인 작용임을 잘 안다. 음, 나 오늘 채소를 좀 덜 먹었네. 내일 배변이 어려울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몸을 지배해 현실로 벌어진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이런 미묘한 심리와 몸의 경향을 나는 다 '먹는 것'으로 해결하려 들고 있다는 뜻이다. 갑자기 닭고기가 먹고 싶으면 몸에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의미고, 새콤달콤한 과일이 땡기면 몸이 비타민을 원한다는 뜻으로 나는 해석한다.
몇달째 감기기운으로만 들락거리던 바이러스의 힘이 드디어 창궐하여 목이 붓고 콧물이 줄줄 나는 상황에 놓이면 즉각 나는 보신용 음식으로 대처한다. 예로부터 몸이 아파 입맛이 떨어지면 죽을 먹는 게 전통이지만 나는 '죽쑤는' 것도 싫고 별 씹을 것 없이 우물거리다 삼켜야 하는 죽도 싫다. 말이 보신용 음식이지, 맥 떨어지고 입맛 떨어지는 상황에서 그냥 머리에 '퍽' 하고 떠오르는 음식이 곧 내 몸이 원하는 보신용 음식이다. 이번에 그렇게 '퍽'하고 떠오른 음식은 난데없이 '치킨수프와 미나리'였다. 오래 전 <**한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시리즈 책이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지만 원래도 치킨수프의 뉘앙스는 서양인들이 몸 아플 때 먹는 심신의 보양식이다. '국물' 음식이 드문 서양식 가운데 그나마도 따끈하게 몸을 덥혀주는 음식이기 때문일 거다. 뜬금없이 미나리 생각은 왜 났는지 모르겠는데 미나리 특유의 상큼한 향이 그리워진 걸 보면 코감기로 둔해진 후각이 콕 찝어서 미나리 열망을 뇌에 전달한 모양이었다. ^^
아직은 사흘째 밤마다 열이 올라 후끈후끈 덥고 팽팽 코를 풀어대느라 코밑이 빨갛지만 온갖 채소를 듬뿍 넣은 치킨 수프와 미나리숙주 무침을 이틀 내리 먹어주었더니 얼추 감기가 나아가고 있는 기분이다(순전히 기분일지도). 열이 나는 건 내 몸의 백혈구가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의미라 기특해서 얼음물을 마셔가며 열심히 지원을 해주고 있다. 어차피 감기 바이러스는 2주면 물러간다는데 꾸역꾸역 먹어서 나으려는 식탐녀의 노력으로 며칠 안에 똑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오늘은 비타민B군 섭취를 위해 돼지고기를 삶아서 쌈밥을 해먹을 것이기 때문. 거슬러 올라가면 음식과 약은 기원이 같다는 진리를 신봉하게 된 자의 몸부림은 곧 식탐이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