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선물

삶꾸러미 2010. 3. 18. 15:30

"따지고 보면 '베푸는(?)' 사람의 자기 만족인것 같아요. 준혁의 마음을 알고 있었고, 또 그 마음을 한번도 제대로 돌아봐준 적 없는 세경으로선, 그렇게 해서라도 추억 한가지라도 더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준혁이가 준 것에 비해 자신이 준게 너무 없다고 생각한 세경이 그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었을 거란 점에선 그 '선물'은 결국 자신에게 주는 것인 듯." - 미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문상의 절차가 어렵고, 낯선 이들과 홀로 애도의 인사를 나누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지만 나 말고는 거의 아무도 갈 사람이 없을 것이 확실한 친구의 빈소에 나만은 가야한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에 인사는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스스로를 다그쳤는데 다녀오고 보니 그 역시 나를 위한 행동이었다. 마지막 인사도, 마지막 선물을 대신한 조의금도 결국엔 나를 위한 위로의 행동이었던 거다. 내쪽에서 단 한번도 먼저 연락한 적이 없었던 최근에도 그렇고 그 옛날에도 친구에게 받은 것에 비해 준 게 너무 없다고 느끼므로 그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어서. 그러고는 또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었던 거다. 어쩌면 모든 선물이 받는 사람의 기쁨을 지켜보며 흐뭇해지고 싶거나 마음 빚을 갚고 홀가분해지려는 이기적인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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