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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1 다시 찾은 고흐전 17
  2. 2008.01.08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
  3. 2007.12.03 식객 7
  4. 2007.11.28 아 고흐... 9
  5. 2007.11.13 고흐 전시회 12
  6. 2007.10.07 고흐의 아몬드 꽃 7
  7. 2007.10.07 으악.. 13
  8. 2007.09.20 DIY 14
  9. 2007.05.12 자전거 문답 8
  10. 2007.05.08 도서문답 18

다시 찾은 고흐전

놀잇감 2008. 1. 21. 21:42
벌써 한참 된 일인데 새삼 포스팅을 결심한 건 어제 오늘 너무 우울하고 짜증이 나
생각만 해도 미소를 머금게 되는 일을 떠올릴 필요가 있어서다.
그리고 방학중 전시장을 찾을 계획을 하고 있을 블로거들을 위해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

내가 두번째로 고흐 전시회장을 찾아간 건 1월 10일 목요일 오전.
매주 수요일 오전엔 유치원생들의 무료 단체관람이 있다는 사전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평일 오전엔 설마 무료 단체관람객이야 없겠지 나름 짐작했고,
방학중 가장 아이들로 붐비는 시간은 오전 학원수업이 끝난 아이들을 엄마들이 이끌고 모여드는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아.뿔.싸.
조카들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만나기로 했던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티켓박스 앞엔 비닐 천막 안이 꽉 차도록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마당 한 가득 여기저기 수십명씩 떼지어 몰려온 유치원생 및 초등학생 단체 관람객이 구름처럼
우글거렸다. ㅠ.ㅠ

나 역시 어린 조카들과 함게 하려는 관람이긴 했지만
한둘씩 아이들을 동반하고 다니는 관람객과 수십명씩 떼지어 몰려다니는 아이들이 내는 소음(논두렁에서 개구리들이 한꺼번에 울어대는 소리라고 생각하면 거의 틀리지 않다)은 천양지차임을
과거 샤갈 전시회때 경험했기 때문에 너무도 난감했다.
게다가 노구를 이끌고 실로 수십년만에 광화문 정동길에 납시신 우리 왕비마마를 대동한 터라
그림을 보기도 전에 아이들에 치여 지쳐선 안된다는 불타는 사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해서..
우리는 일단 와글와글 시끄러운 어린이 단체관람객을 일단 앞세워 들여보낸 뒤
투터운 옷가지와 가방들은 사물함에 넣어두고 가뿐한 차림으로(사물함 비용 100원은 나중에 도로 나오므로 결과적으로 무료다^^) 전시실로 올라갔다.
다행히도 시끄러운 아이들은 '단순히' 숙제를 위해 온 것인듯 그림 자체는 감상을 하는둥 마는둥
저마다 수첩을 꺼내들고 뭔가를 신나게 베껴적고는 메뚜기떼 사라지듯 물러났고
우리가 2층 전시실을 둘러본 뒤 일단 카페로 철수해 카페인과 당분으로 피로를 풀고 돌아와
3층 전시실을 돌 무렵인 오후 12시 반쯤엔 전체적으로 한가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초기 스케치 작품과 함께 고흐의 생애를 조망한 짧은 필름 상영을 하는 곳 역시
붐빌 때는 볼 엄두도 못내는데, 한 타임 기다렸다가는 이내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을 정도.
또한 가장 큰 전시실인 생레미 시기와 오베르 시기 그림이 걸린 곳에선
중간에 놓인 의자에 앉아 한가로이 멀리서 사람들 어깨와 머리 너머로 보이는 고흐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겨났다.

이번 고흐 전시를 최대한 실망하지 않고 보려면 3층에 있는 초기 스케치화와 고흐 생애 영상물을
먼저 보라는 조언도 있다는데 계단 오르내리기와 걷기를 몹시도 싫어하는 내 관점에서 보자면 ^^
그냥 2층 전시실을 순서대로 돌고
3층에 올라와 생레미 시기를 보기 전에 구석에 있는 초기 스케치화와 영상물을 본 뒤
생레미 시기와 오베르 시기로 대미를 장식하고 아트샵에서 진짜 작품 대신 복제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든지
성에 안차는 대로 기념 소품을 장만하면 나름대로 뿌듯한 관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이번 관람에서 유독 짜증스러웠던 것은
평일 오전에 부지런을 떨었는데도 어린이 단체관람객과 맞닥뜨렸다는 것 이외에도
입장료 할인혜택이 있는 GS 칼텍스 보너스카드의 사용이 원할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째뜬... 할인 얘기 하면서 또 짜증이 떠오르긴 했지만
두번째로 고흐 그림들로 가득찬 전시실을 작품 순서와 상관없이 내 마음대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감상하고, 그림에 낯선 엄마와 조카들에게 아는 만큼만 알량하게 설명을 하고
또 말똥말똥한 눈으로 그림을 쳐다보며 오디오 가이드에 귀를 기울이는 정민공주를 지켜보는
마음은 참으로 흐뭇했다.

수많은 그림 가운데서 어느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드냐는 나의 질문에
정민공주는 뜻밖에도 <비탄에 젖은 노인>을, 지환왕자는 '파란꽃', 즉 <아이리스>를 골랐는데
공주는 슬퍼하는 노인 그림이 제일 잘 그린 것 같기 때문이고, 왕자는 파란 꽃이 제일 예뻐서라고
대답했다. ^^
아 참, 울 엄마는 제일 인상적인 그림으로 <자화상>을 꼽으셨고, 올케는 샤갈 전시회 때만큼 가슴 설레는 감동이 없긴 해도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애틋했다는 총평을 했다.
가족을 대동하고 전시회를 찾는 일, 조용한 관람을 원했던 과거의 나 같은 까탈 관객에겐 괴로운 일이겠지만
색다른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소중한 경험이다.

암튼...
제 아무리 방학이라 해도 한가한 오전 미술관을 상상하며 11시 도슨트 설명을 기대했건만
이번에도 도슨트 설명은 듣지 못했다. 오디오 가이드와 내용이 똑같은지 어떤지 한번 꼭 들어보고 싶은데...
다음엔 겨울방학이 끝나고 봄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기필코 한가한 때를 노려보리라.
그 전에 "고흐 전시회를 꼭 구경가야겠다"는 준우왕자를 대동하고 전시장을 또 한 번 시끄럽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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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넓은 후배를 둔 덕분에 어쩌다 2008년 첫 영화로 보게 된 것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
내가 싫어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여배우가 둘(김정은, 문소리)이나 나오기 때문에 공짜 시사회가 아니었다면
몸소 시간과 돈 들여 보러가기엔 좀처럼 어려웠을 영화였는데 ^^;;
"그 영화 의외로 괜찮다더라"는 '카더라' 통신을 어디선가 듣기도 했지만 예상보다는 좋았다.

개인적으로 내가 김정은과 문소리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들의 연기가 도대체 별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소리는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에서 온몸으로 하는 장애인 연기를 놀랍도록 해낸 이후,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해도 죄다 그 역할이 그 역할 같아서 상투적인 아줌마 전담 배우라는 나만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_*
김정은의 경우엔 부자연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는 것자체가 나에겐 고역이기 때문에(초창기에 머리 빡빡 깎고 나온 메디컬 드라마에서는 나도 김정은을 유일하게 귀여워한 적 있었다!) 제 아무리 유명하고 재미 있다는 드라마라고 해도 보지 않는데, 그나마 이번 영화에선 귀여운 척, 예쁜 척, 터프한 척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진짜 터프하고' 진지한 캐릭터라 참아줄 수 있었던 듯하다. ^^

배우들은 3개월간 죽어라 운동하고 연습을 했다고 방송마다 인터뷰마다 나와서 너스레를 떨지만
내가 보기엔 진짜 핸드볼 선수들에 비해 그들(특히 문소리와 김정은)의 드리블과 패스는 어설퍼서 민망할 정도였다. *_*
같이 본 후배는 "그 정도면 훌륭하다"고 평가했을 정도이니 내 욕심이 너무 큰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가끔 몸을 달려 슛을 한 후 덤블링으로 떨어지거나 바닥에 엎어지는 장면들이 인상적이기는 해도 배우들이 벌이는 경기장면의 리얼리티는 약간 얼굴 간지러운 수준. 더욱이 덴마크 선수들을 직접 초빙해온 터라 상대 선수들이 펄펄 나는 모습과는 더욱 비교된다. ㅎㅎ

사실 영화 스토리는 뻔하니까 스포일러로 밝힐 여지도 별로 없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했던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투혼을 소재로 삼았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모든 허술한 부분과 신파스러움을 덮어 눈물 핑도는 감동으로
이끌 수 있는 힘이다.

엄태웅의 연기를 면밀히 본 적이 없어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 어땠는지 잘 모르겠는데
어색한 듯하면서 약간 뻣뻣한 연기가 그럭저럭 좋았다.
골키퍼 오수희로 나와 수시로 자잘한 웃음을 선사한 조은지는 원래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니 그렇다 치고
되도 않는 사투리 연기로 가끔 짜증스러웠던 김지영의 아줌마 역할도 심히 튀지는 않았으니
단체 스포츠인 핸드볼 경기를 조율하듯 수많은 배우와 실화라는 소재와 신파 요소를 골고루 버무려낸
공은 역시 임순례 감독에게 있다고 해야하나.

어쨌거나 공연히 이 영화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한밤중 시사회를 나왔다.
4년전 올림픽에서 투혼을 불태웠던 핸드볼 선수들은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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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놀잇감 2007. 12. 3. 01:57
사실 나는 식객보다 똑같은 글잣수에 발음도 비슷한 <색, 계>를 보고싶었지만
주지스님 추천작이라며 <식객>이라는 영화가 있느냐고 보름 남짓 은근슬쩍 압력을 넣고 있었던
왕비마마 덕분에 왕비와 무수리 모녀는 날씨 우중충한 일요일 오후 극장을 찾았다.
개봉한지 한참 된 터라 영화관이 한가할 줄 알았더니 날궂은 일요일 한낮에 자리가 절반 이상 차는 걸 보면
아직도 인기는 꽤 괜찮은 모양.
타짜 때도 그랬듯 허영만의 원작 만화를 보지 않았던 터라 잘은 모르겠지만
순진한 희망에 가깝게 그려진 한일관계와 신파스러운 애국심이라는 고명이 역시나 약간 거북하긴 했어도,
입맛에 안맞는 고명은 걷어내고 먹으면 되듯
나에겐 꽤나 맛깔스러운 영화였다.

식탐녀답게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는 무조건 좋아하는 편이라 점수는 대체로 후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남들의 감상 포인트와 상관없이 나는 뜻하지 않은 복병 같은 몇 장면에서 흑흑 흐느끼고 말았는데
그래서 감상에 방해가 되기도 했고 동시에 어쩐지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난데 없이 나를 울게 만든 것들은
접시 무늬가 보일 만큼 얇게 깔린 복어회 접시, 몇 개의 영정 사진, 하얀 보자기에 쌓인 유골함. 국화꽃으로 장식한 제단, 그리고 육개장.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영화 시작 후 거의 5분 뒤부터 줄곧 울다 퉁퉁 부은 눈으로 영화관을 나섰던
<집으로...>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식객> 또한 나에겐 눈물로 기억될 영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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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고흐...

놀잇감 2007. 11. 28. 00:47

미술관을 찾을 때마다 조금씩 설레기는 하지만
이번 고흐 전시회는 거의 봄부터 기다렸던 까닭에 마치 헤어진지 오래 된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 들 만큼
가슴이 콩닥콩닥 설렜다.

쌀쌀하긴 해도 발밑에 뒹구는 낙엽만은 여전히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정동길을 걸어 시립미술관 언덕을 오르니
어찌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미즈키님이 귀띔해준 덕분에 천원 할인도 받고 예매 선착순 만명에게 준다는 샤갈 소도록을 두 권이나
받았으니 또한 기쁘지 아니할 수가 없었으나 ^^;
현장에 가보니 GS칼텍스 보너스 카드가 있으면 4명까지는 천원 할인이 되고 포인트가 있으면 2천원까지도
할인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미리 확인했던 대로 전시관은
네덜란드 시기와 파리 시기, 아를 시기, 생레미 시기, 오베르 시기로 나뉘어
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27세에서 불운한 생을 마감한 37세까지의 인생을 조망해 놓았는데
맨 마지막 전시관엔 초기작인 드로잉 작품으로 마무리 되어
어쩐지 끝이 밋밋한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다.
만일 다음 관람 계획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인상주의 화풍이 극대화된 아를 시기와 생레미 시기의 작품들을
몇 번 더 둘러보아 눈과 마음의 호사를 좀 더 마음껏 누렸을 것이다.

이번 전시의 감동은 역시나 고흐의 작품과 삶을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집중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일 텐데
고흐의 새파란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한 느낌이었던 자화상을 접하고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약간 뜨거워져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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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1887년 파리.종이에 유채. 네덜란드 반 고흐 박물관 소장

무척 나이들어 보이는 이 자화상은 고흐가 '겨우' 서른네 살 일 때 그린 것이다.
동생 테오가 보내주는 화구와 캔버스로 그림을 그린 탓에 고흐의 작품들은 대작이 거의 없다.
옆 작품들에 비해 몹시 크게 느껴지는 <아이리스> 그림의 높이가 1미터도 안될 정도이고
이 자화상이나 <밀 이삭> 같은 그림은 정말 아담하다.
그럼에도 작고 소박한 그의 작품 앞에 서면 화폭이 점점 커져 나를 압도하며 빨아들이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고흐에 대한 나의 편애 이유에는 아름다운 색채와 꿈틀거리는 유화의 질감 외에도
분명 그의 지난한 삶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게 작용한 것이 틀림 없다.
작품 설명에도 나와 있었지만 화가를 괴롭혔던 극심한 조울증과 광기는 그림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았다.
하물며 생레미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린 그림들도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운지 모른다.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그의 삶에 구원이었듯이, 여전히 그의 그림들이 여러 사람들의 고달픈 삶에 구원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더욱 사랑받는게 아닐까.
아무튼 나는 오늘도 고흐의 노란색과 연두색과 다채로운 파란색의 향연 속에서 막연한 슬픔과 함께
훨씬 더 큰 감동과 행복을 맛보았다.
고흐의 작품들은 단순히 미술관에 대한 문화적 허영심을 채우는 것 이외에도 분명 내 영혼을 푸근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지녔다. 물론 나 혼자만의 편애의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려나
제 아무리 뛰어난 인쇄술로 찍어낸 화집이나 도록이라 해도
역시 원작의 아름다움과 생동감은 제대로 담아낼 수가 없음을 미술관에 갈 때마다 깨닫는다.
<아이리스>의 노란 바탕은 그야말로 내가 고흐와 함께 제일 먼저 떠올리는 따뜻한 노랑색이었고
<프로방스 시골 야경>의 아련한 별빛과 달빛은 쓰다듬어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웠으며
<생레미 정신병원의 정원>에 피어난 5월의 꽃과 신록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화사해졌다.

문제는 고흐 그림의 경우 보면 볼수록 더 욕심이 생긴다는 점이다.
고흐의 작품들이 빼곡히 걸려있을 유럽 미술관 순례는 물론이고(게다가 몇몇 주요 작품들은 미국에나 가야 볼 수 있으니 오호 통재라) 그가 생애 마지막의 70일을 보냈다는 오베르의 소박한 골목길과 밀밭,
그리고 밤의 카페 테라스가 있는 아를에 가고싶어서 몸살이 날 것만 같은 마음으로
휘적휘적 돌아왔다.

너무 원대한 욕심은 일단 접어두고
조만간 다시 전시회 보러갈 날짜를 고민하며 어렵사리 고른 엽서 3장이나 또 쓰다듬어야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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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전시회

놀잇감 2007. 11. 13. 15:01

드디어 고흐 전시회가 다음주로 다가왔다.
지난 주말 인사동엘 나갔더니 가로등마다 고흐 전시회를 알리는 깃발이 휘날리고 있어서
더욱 가슴이 설렜다.
과연 이번에 온 67점의 작품들의 면면이 어떤 것인지 살피러 슬쩍 서울 시립미술관 공식 사이트(사이버 미술관도 있다 http://vangoghseoul.com/cyber01.htm)엘 가보고선 약간 실망.

실물 알현의 염원을 품고 있던 <아몬드꽃>은 오지 않았다. -_-;;
해바라기 시리즈는 하나도 안 온 모양이고, 미국 미술관에 있는 <밤의 카페 테라스>나 <별이 빛나는 밤>도 당연히 없다.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과 크뢸러 밀러 미술관 두 군데서만 작품을 공수한 모양이다.
아이리스 연작 가운데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리스 꽃밭 그림 작품 대신 꽃병에 꽂힌 아이리스가 선을 보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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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아이리스를 보고싶었는데 ㅠ.ㅠ 대체 어디 있는 작품인가 새삼 찾아보니 역시 미국 게티 박물관에 있단다 1889년작.


확실히 내 안목이 전문가들과는 다른 듯, 나는 이 아이리스 그림이 더 좋은데
꽃병에 꽂힌 아이리스 그림이 원래 더 유명한 거란다 ^^;; 제일 비싼 작품에 속한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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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1890)



그래도 달빛과 별빛이 교교하게 동심원으로 표현된 프로방스의 시골야경은 볼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 사이프러스나무들이 여럿 서 있는 고흐 그림들을 좋아한다. ㅎㅎ
좀 아쉽지만 이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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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시골 야경 (1890)


고흐의 작품을 초기작부터 시기별로 전시실을 나눈 듯한데
내가 가장 기대하는 건 역시 현란한 색감과 꿈틀거리는 붓터치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아를 시기와 생레미 시기다. ㅋㅋ 여기 올린 그림 세장이 모두 생레미 시기로군.
아마도 아를 시기에 속한다는 것 같은(벌써 까먹었다 젠장) <우체부 조셉 룰랭>그림도 두근두근 기대중.

물론 사이버 미술관에 일부 소개된 작품만으로 아직 크게 실망하기는 이르지 않겠냐고
애써 마음을 달래는 중이다.
작품 가격만 1조 4천억원이라는데;; 감지덕지해야지.

2007년 11월 24일부터 2008년 3월 16일까지 전시라 기간도 꽤나 넉넉하다.
입장료는 만2천원.
코엑스멤버십 카드, GS칼텍스 보너스카드를 제시하면 천원 할인된단다.
개관 첫날 달려가는 성의를 부리고 싶기도 하지만
주말이니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들까봐 두려워서 안 갈 작정이다.
이번 전시와의 첫 만남은 한가로운 평일 오전으로 계획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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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아몬드 꽃

놀잇감 2007. 10. 7. 20:31

스킨을 바꾸고 나서 색깔과 느낌이 어울리는 고흐 그림을 떠올려보니
단번에 뇌리를 스친 것이 바로 이 아몬드 꽃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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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꽃이 핀 아몬드 나무> 캔버스에 유화.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그렸다고



처음 이 그림의 '사진'을 보고는 "어머나, 혹시 벛꽃 종류 아냐?"라고 탄성을 질렀는데
그림 설명을 보니, 아몬드 꽃이라고 했다.
아몬드 꽃도 성급하게 잎이 나기 전에 피나보다. ^^;
어쩐지 동양화 느낌이 난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고흐의 화집을 보면
아예 노골적으로 일본 화풍의 영향을 받은 그림들이 꽤 된다.
아마 이 그림도 그럴 거라 '나름' 짐작했다.

이 그림에 관한 사연은
고흐의 그림인생을 무던히도 후원해주었던 동생 테오가 아들을 낳아 빈센트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소식에 고흐가 몹시 기뻐하며 조카의 탄생을 기념하여 그렸단다.
바탕의 파란 배경은 조카 빈센트의 파란 눈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들은 듯...
개인적으로 거의 모든 톤의 '파랑색'을 참 좋아하는데, 인쇄술에 따라 화집 그림 색깔도 몹시 달라지지만
약간 옥색 기운이 들어간 이 파랑색도 아련해서 참 마음에 든다.
내 기억이 맞다면.. 비슷한 그림을 여러 번 그린 고흐 특유의 작품경향에 따라 아몬드 나무 그림도
두어 개는 됐던 것 같다.
이 그림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지 아마.

파리 오르세 미술관, 런던 내셔널 갤러리,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등등...
고흐의 작품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한 작품 있단다!!)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을 소장한 곳은 역시나 반 고흐 미술관이다.
언제고 내 꼭 반 고흐 미술관엘 가보리라!! ^^
(생각해보니 어쩌면 11월부터 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고흐 미술전에 이 그림도 올지 모르겠다! 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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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놀잇감 2007. 10. 7. 18:03
홀로서기란 역시 어렵다.
스킨을 바꾸보겠다는 욕심으로 어찌어찌 센터 메뉴에 들어가서 골라봤는데
(이왕이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걸로...)
완전히 단순한 디자인을 고르니 마치 속옷만 입고 있는 느낌이고...
하는 수 없이 생각보다 복잡한 느낌의 디자인 가운데 선택해본 스킨이다.
몇가지 안되는 색상과 패턴 표에서 고른 것치고는 배경의 줄무늬 색깔도 그럭저럭 마음에 들고
타이틀 배경도 좀 진한듯하지만 나름 어울린다고 홀로 자뻑모드에 몰입했으나;;
너무 하얗기만 한 타이틀 테두리와 본문 배경, 메뉴 배경은 어떻게 해야 어울리게 톤을 낮출 수 있는지 통 모르겠다. -_-;;
'배경'이라고 적힌 메뉴 색깔들을 아무리 눌러대도 왜 안바뀌는 건데!! 우쒸...
까짓거 뭐 30여분 안에 해치운 걸로는 꽤나 만족스럽지만...
째뜬 진땀난다. ㅋㅋ

이제 좀 로딩이 빨라졌나요? ^^;;
아티스트 벨로의 의견은 어떤지?
도저히 못 봐주겠으면 기탄없이 알려주시길.. 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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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놀잇감 2007. 9. 20. 02:12

DIY... Do it yourself.
간단히 말해, 니가 직접 해라.
저 말 앞엔 괄호 안에 "돈 아깝거들랑", "딱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거들랑", 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착각의 늪에 빠져 우쭐해 하고 싶거들랑" 따위의 말이 생략되어 있을 게다.
어쨌든 DIY라는 슬로건은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도 꽤 유행인 듯하다.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자랑용' 블로그에는
무슨무슨 '리폼'이라는 제목이 붙은 글과 사진들이 수시로 보이고
내가 자주 가는 문방구 사이트에도 아예 DIY 코너가 생겨서 자투리 천과 재료들을 몽땅 갖춰 파는 DIY 인형이나 DIY 손지갑 같은 것도 있더라.

솜씨도 좋고 열정도 있는 나의 지인들 가운데선 정말로 목공을 배워
뚝딱뚝딱 전문가 뺨치는 커피탁자를 만들었던 이도 있고
퀼트 쪽으론 아예 전문가가 다된 이도 있으며
칼라시트 사다가 부분 벽지를 시도하더니 이젠 아예 제 방 도배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이도 있다.

나 역시 그런 이들의 열정에 덩달아 부화뇌동하여 "별로 안 어렵다"는 부추김에 덜컥 넘어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몇 가지는 시도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결과의 만족 여부를 떠나서, 노동집약적인 그 과정은 늘 나에게 희열보다 짜증과 스트레스를 안겨주었기에 마지막엔 꼭 "다시는 하나봐라"며 손을 털었던 것 같다.

양쪽집 싱크대를 갈아치우자는 나의 주장이 비용 때문에 번번이 무산되었을 때
나는 두번이나 손수 칼라시트를 사다가(처음엔 수입 칼라시트를 사는 바람에  비용도 꽤 들었었다 ㅠ.ㅠ) 싱크대를 손봤고 (명절에 다니러 온 다른 가족들은 모두들 부엌 환해졌다고 칭찬했지만 정작 나와 함께 사는 두 노친네는 바쁘다면서 사서 생고생한다고 못마땅해 하셨기 때문에 잔소리 듣기 싫어서 두분 잠든 사이에 우렁각시처럼 해치우곤 했다. 쳇)

내가 지내는 쪽의 방문 두개와 화장실 문에 페인트를 사다가 칠하기도 했으며,
(밑바탕에도 칠을 해야한다는데 DIY가 꽤 유행하기 전이어서 무식하게 그냥 페인트만 사다가 칠해서 지금도 얼룩덜룩 가관이다 ^^;;)

직장생활을 잠시 쉬며 다른 회사로 줄을 갈아타는(?) 시기에 시간이 많이 남으면
"무려" 뜨개질을 해서 옷을 만들어 입거나, 손수 스커트 길이를 줄이기도 했다. ^^V

결론은 늘 "다시는 하나봐라"였음에도 가끔 또 그런 짓을 벌이는 걸 보면
그나마 내가 늘 바쁜 인간이라 다행이지 한가하면 집에 큰일 내겠다 싶다. ㅋㅋ

이번에도 원고마감과 추석 대비 집안정리에 바쁜 와중에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두 가지를 손수 해치웠다.
하나는 부엌 식탁 앞 흰벽에 그간 요리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은 더러운 벽지가 영 마음에 안들어, 단 두 폭만 접착형 벽지를 사다가 "포인트벽지"라고 주장하며 붙인 것과
몇년째 처분할까 천갈이를 할까 고민하던 내 방 앞 2인용 소파를 나름대로 '리폼'한 것.
ㅋㅋ
소파는 옛날부터 하도 더러워 몇년 전엔가 커튼 맞추면서 덮어씌워라도 놓을 요량으로 같은 천을 좀 끊어 놓은 게 있어서(몇년 전엔 소파에 덮어씌우는 눈가림용 천도 카탈로그 홈쇼핑에서 팔았던 적이 있다!) 그걸 대충 잘라 등받이와 바닥을 씌우고 옆은 대충 접어 꿰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덮어놓은 것인데, 그나마도 후다닥 해치우느라 손가락이 좀 과장하면 너덜너덜해졌다. 큼지막한 바늘에 이불 꿰매는 실을 꿰어 뒤쪽에다 듬성듬성 천을 고정시키느라 바늘에 수도 없이 찔렸기 때문이다. ㅠ.ㅠ

암튼 식탁 앞은 딱 내가 밥먹을 때 눈에 들어오는 부분 만이라도 깔끔해져 기분이 좋고,
소파도 버리거나 전문적인 천갈이를 하기 전까지 임시로 덮어둔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조카들이 쏟아놓은 얼룩덜룩한 주스 자국이 안보여 좀 낫다.

째뜬 생각해보면
DIY는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인 듯하다.
예전엔 겨울이면 엄마가 손수 떠주신 스웨터와 조끼, 털모자, 목도리, 장갑을 걸치고
아빠가 만들어주신 썰매를 탔더랬다.
해마다 가을이면 엄마는 방문에 창호지를 새로 바르고 여름 내내 책갈피에 말려둔 꽃잎과
새로 딴 단풍잎을 미닫이문 손잡이 주변에 장식하셨다.
내가 갖게 된 최초의 책꽂이도 아빠가 널빤지를 주워다가 톱으로 잘라 못을 치고 사포로 다듬어 니스까지 칠해주신 '사제품'이었다.
내가 중고등학교때 가사 실습 시간에 뜨개질이며 바느질, 한복 만들기에 월등한 솜씨를 보이며 으쓱해 했던 이유도 어려서부터 엄마의 솜씨를 눈여겨봤던 덕분일 게다.

요즘엔 뭐든 비싸야 잘 팔리고
단지 싫증이 났다는 이유로 멀쩡한 물건을 내다 버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누군가 내다버린 물건까지 냉큼 집어다가 손보고 칠하고 덮어서 새것처럼 만들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으로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도 하나둘 늘어난다는 게
참 다행이다.

한올한올, 한뜸한뜸, 한뼘한뼘 손수 소중한 정성을 기울인 물건을 함부로 내다버릴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래서 나 역시 16년전에 첫회사 관두고 1달간 쉬던 중에 손수 뜬 니트를 절대로 못버리고
1년에 딱 한번씩이라도 남들이 욕하건 말건 계절 맞춰 입어주려고 노력한다.
다행히도 유행은 돌고 돌아서 ^^;; 요샌 복고풍이 도래하여 내가 뜬 니트와 비슷한 옷들이 이른바 '튜닉'이라는 이름으로 더러 파는 곳까지 눈에 띈다.  
지난번 아줌마 파마머리 커버 용으로 입었다던 은색 반짝이 옷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아마도 작년엔 한번도 못 입었던 듯 하니 올해는 더 쌀쌀해지기 전에 마구 입어줘야겠다.
어차피 다른 이들의 시선을 머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려면 현란한 반짝이가 최고 아니겠나. ㅋㅋㅋ


구멍 숭숭 뚤린 손가락으로 자판을 치려니 손끝이 아려서 자랑질도 어렵군.
그래도 제자랑 실컷 하고 났더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역시 사람은 어느 정도 저 잘난 맛에 살아야 삶의 아이러니를 꽤 잊을 수 있나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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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문답

놀잇감 2007. 5. 12. 17:11
자전거타고 싶다고 징징대는 나에게
상상으로라도 자전거 문답을 해보라고 지다님이 권하셨고
신이 나서 냉큼 바톤을 받았다. ㅎㅎ

자전거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건 꽤 됐다.
알량하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땐 옆을 슝슝 지나치는 인라인 스케이터들이 부러웠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장만하고나서 달리다 멈추는 문제 때문에 겁을 집어먹게 되면서는
안정감 있게 자전거 타는 이들이 부러웠으니까...
그리고는 벨로의 자전거 예찬과 미니벨로 소개 포스팅이 이어졌고
토룡왕국 식구들의 자전거 찬양 분위기에 휩쓸려 욕망은 더욱 커져갔다.

가파른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오래된 다가구주택에 살고 있는 데다
작업실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 몹시 위험천만하기 때문에  
아직도 자전거를 장만하면 어떻게 이용하게 될 것인지 자신이 없지만
집앞에 난 홍제천변 산책로를 위로삼아
올 생일선물 목록 1위는 어쨌든 미니벨로다. ^^*
그러니 상상으로라도 자전거 문답을 해보는 것이 그리 '미친짓'만은 아니라 여기련다.
ㅋ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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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답

놀잇감 2007. 5. 8. 16:28
'책'으로 밥벌어먹고 산다는 것이 부끄러울 만큼
'책'을 잘 읽진 않기 때문에 이 문답은 안 하는 것이 낫겠다고, 아니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키드님 문답 댓글에 적은 게 무색하게도 금방 마음을 바꿨다.
내가 또 변덕 빼놓으면 시체인 인간 아닌가. -_-;;

실은 어제 옮긴이의 말을 하나 넘겨야 했는데;;;
며칠동안 머리를 쥐어짜 괴발개발 적어는 놓았으나 도무지 마무리가 되질 않는 터라
뭔가 딴 데 잠시라도 정신을 팔면서 거리두기가 필요한 것 같아 문답을 택했고
비공개로 작성하다가 오늘 공개로 바꾼 거다.ㅎㅎ
옮긴이의 말만 쓰라고 하면 내 두뇌는 공포증에 휩싸여 다른 생각을 자발적으로 해낼 수 없는
마비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이 문답도 제대로 읽고 답했는지 장담할 순 없다. 낄낄.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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