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으로라도 자전거 문답을 해보라고 지다님이 권하셨고
신이 나서 냉큼 바톤을 받았다. ㅎㅎ
자전거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건 꽤 됐다.
알량하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땐 옆을 슝슝 지나치는 인라인 스케이터들이 부러웠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장만하고나서 달리다 멈추는 문제 때문에 겁을 집어먹게 되면서는
안정감 있게 자전거 타는 이들이 부러웠으니까...
그리고는 벨로의 자전거 예찬과 미니벨로 소개 포스팅이 이어졌고
토룡왕국 식구들의 자전거 찬양 분위기에 휩쓸려 욕망은 더욱 커져갔다.
가파른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오래된 다가구주택에 살고 있는 데다
작업실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 몹시 위험천만하기 때문에
아직도 자전거를 장만하면 어떻게 이용하게 될 것인지 자신이 없지만
집앞에 난 홍제천변 산책로를 위로삼아
올 생일선물 목록 1위는 어쨌든 미니벨로다. ^^*
그러니 상상으로라도 자전거 문답을 해보는 것이 그리 '미친짓'만은 아니라 여기련다.
ㅋㅋㅋ
1. 지금 갖고 있는 자전거는?
갖고 있는 자전거는 없다. -_-;;
물론 갖고 싶은 자전거는 무지무지 많다! ㅋㅋ
벨로의 포스팅으로 알게 된 브랜드들... 가운데 제일 탐나는 건 브롬톤!
돈과 상관없다면 브롬톤을 장만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
그나마 루이가노 가운데 저렴한 모델이나 브랑셰, 스트라이다 가운데 골라야하지 않을까 싶다.
꼭 브랜드를 정하지 않더라도, 만약 미니벨로를 사러간다면
나와 어울리는, 내가 타주길 바라는 자전거를 한눈에 딱~ 만날 것만 같다! ㅋㅋ
2. 지금까지 당신이 소유한 자전거 변천사
개인소유로 자전거를 가진 적은 한번도 없다.
늘 3남매 공동소유였는데.. 아주 어린 시절 생겼던 두칸짜리(동생 태울 수 있게) 세발자전거는 운전이 어려워서 내가 몹시 싫어했었다. 짧은 다리로 암만 낑낑대도 잘 안움직였던 듯...
네발 자전거도 누구에겐가 물려받아 탄 기억이 있지만, 한쪽으로 약간 기울어지는 특성상 이게 무슨 네발 자전거인가,, 세발 자전거에 작은 바퀴 하나 더 달린거지.. 싶었다. ㅋㅋ
그러다 중3때인가 고1때 드디어 자전거를 장만하게 됐는데(이전까지는 다들 자전거포에서 빌려타는 게 대세였다), 나보다 엄청 크게 자란 동생놈들이 워낙 큰 자전거를 사는 바람에 숏다리인 나는 우리집 자전거보다 자전거포에서 내 키에 맞게 빌려타는 자전거가 더 편했다. ㅜ.ㅜ
3. 당신에게 있어 자전거의 의미는?
소유한 자전거에 대한 의미는 그때가 되봐야 알겠지만...
자전거를 처음 배우고나서 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밟던 상쾌한 느낌을 선사했던
그 옛날 자전거의 의미는 내게 얼마간 '자유'의 느낌이었던 것 같다.
운동신경이 워낙 덜떨어져서 체육시간은 늘 고통의 시간이었고, 달리기는 늘 꼴찌였으며 몸을 써서 뭔가를 하는 일에 영 서툴렀는데, 내 몸의 연장선에 놓인 듯한 단순한 기계의 도움으로 난생처음 속도감이란 걸 느껴봤으니까... ^^
4. 자전거를 배우게 된 계기나 어떻게 배우게 되었는지?
워낙 옛날이라 내가 중학생일 무렵엔 개인소유의 자전거를 가진 사람은 지극히 드물었고 (있어봤자 슈퍼하는 부모님을 둔 친구가 아부지의 짐자전거를 몰고 다닌다거나 그랬다 ^^;;) 대부분 자전거를 타려면 동네에 두어군데씩 있는 자전거포에서 돈을 내고 자전거를 빌려 탔는데, 초등학교 다니던 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난리를 쳤다.
어린 동생들이 돈을 들고 나가 자전거를 빌려 타다가 혹시 차도에서 사고라도 날까봐 염려했던 엄마는 나에게 동생들을 보살피라고 명했고
착한 누나였던 나는 순전히 동생들 쫓아다니며 한동안 뒤치다꺼리에만 힘썼더랬다.
특히 막내동생이 자전거를 배우는 걸 돕느라 뒤에서 잡고 균형 잡아주고 일으켜 세우고 체인에 다리를 찢기고.. 그러는 과정에서 나도 한번 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쯤 아주 능숙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던 큰동생이 지가 가르쳐주겠다고 나섰다.
음...
그렇게 한두 시간씩 빌린 자전거로 연습을 하던 나는 자전거를 제대로 탈수 있게 되기까지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
그간 한살 어린 동생한테 받은 구박과 멸시와 조롱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속상해서 자전거 팽개치고 울며 집에 갈 때도 있었으니깐...
그치만 자전거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고 계속 밟아야 안 넘어지는데
넘어질까봐 자꾸만 페달에서 발이 떨어지는 딜레마를 극복하기까지가 너무 어려웠던 듯...
자전거 기술은 한번 배우면 안 잊는 거라니 정말 다행이다! ㅎㅎ
5. 지금 갖고 있는 자전거에 대해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이나?
(만족하는 이유, 약간 불만족스러운 점 등도 말씀해주세요)
자전거가 없으니 이 질문은 패스~ ㅜ.ㅡ
6. 당신의 자전거를 20자 내외로 압축해서 설명한다면?
역시나 패스~~ 해야겠지만...
자전거를 장만한다면 역시나 나와 어울리는 분신 같은 걸로 갖게 되지 않을까? ^^*
7. 지금 갖고 있는 자전거 외에 하나를 더 마련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갖고 싶은 자전거는?
미니벨로가 하나 생긴다면 더 갖고 싶진 않을 것 같다.
은근히 내가 좀 욕심이 없다. ㅋㅋ
8. 자전거를 타고 특별히 더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다면?
고등학교 때 자전거를 제일 많이 탔는데, 친구들의 부추김으로
코스모스 핀 통일로를 꽤 멀리까지 달렸던 적이 있었다.
차도로 달리는 것이 약간 위험하긴 했지만 그땐 지금처럼 자동차도 많지 않았고
제일 체력 딸리는 나를 보호한다면서 친구들이 앞뒤에서 나를 에스코트해주었기 때문에
상당히 뿌듯했는데, 2시간도 넘게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통일로변의 작은 공원에서
과자와 음료수, 초콜릿, 과일을 먹으며 정말 너무너무 신이 났었다.
물론 집에 돌아와서 나는 며칠 몸살을 앓았지만, 그 다음 주말에도 또 그 친구들과 여의도 광장에 자전거를 타러 가는 극성을 피웠다.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한 자전거와 친구들의 추억이다.
9. 자전거를 타는 데 방해되는 요소들
최근에 자전거를 타본 건, 정민공주 자전거를 타거나 일산 호수공원에서 빌려 탄 것이 전부. 그때 방해되는 건 역시나 산책로에 우글우글 많은 사람들, 갑자기 뛰어드는 개들(나는 개가 무섭다!)이었지만, 만약 평소에도 자전거를 탄다면 차도를 달리는 자전거를 위협하는 자동차들의 경적소리(난 아마 자지러지게 놀라 넘어질 것 같다), 인도로 달릴 때 수시로 나타나는 턱, 불법주차 자동차들이 짜증스러울 듯.
10. 자전거 타고 가장 멀리 가 본 구간은?
고등학교 때 통일로변을 달린 것이 제일 먼 것도 같지만 (문산까지 간 건 아니었으니까..)
대학 졸업하고 회사다니던 시절 친구들과 경주 놀러 가서 자전거 빌려가지고 한 나절 돌아다닐 때가 제일 오래 멀리 타고 다닌 게 아닐까 생각한다.
고등학교 졸업이후 거의 7, 8년만에 처음 타보는 자전거였는데
경주 시내의 자전거도로는 몹시 좋았지만, 그날밤 안장에 닿았던 부분과 장딴지, 허벅지가 너무도 아파서 다음날엔 다들 어기적거리며 돌아다녀야 했고, 처음 자전거 관광을 우겨댄 친구를 계속 구박했다. ^^*
11. 자전거를 타면서 가장 아찔했던 순간 (위험했던 일이나..)
홍제천변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에도 동네엔 차로 한쪽 옆이 개천이었는데(그땐 복개공사 하기 전), 핸들 조작 잘못해서 개천에 빠질 뻔 했었다.
동생들이 뒤에서 잡아당겨 위기는 모면했지만
어찌나 무서웠는지 한 이틀은 자전거 타기를 포기했더랬음.
12. 자전거를 타고 간 곳 중 좋았던 곳을 소개한다면? (자전거 타기 좋은 곳)
경주 보문단지와 일산 호수공원
경주 보문단지는 차들도 별로 없고 한산해서 정말 신나게 달릴 수 있었고
가을 경치도 매우 아름다웠더랬다.
일산 호수공원은 7, 8년전에 거의 매주말마다 자전거타러 가기도 했는데 ^^;;
벨로처럼 나도 2인용 자전거 타는 게 소원이랬더니만, 일산 사는 후배가 주말마다 불러서 자전거 같이 타고 대형마트에서 먹을 거 사다가 오밤중엔 호수공원에서 술마시며 놀아댔다. 과음후 화장실 갔다가 길을 잃고 헤맨 후일담도 있어서 호수공원은 몹시 즐겁고 민망한 자전거 추억이 간직된 곳. ㅋㅋ
13. 자전거가 사람에게 있어 어떤 의미일까?
으음... 인간이 자연에게 가장 덜 미안해 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운송수단이 아닐까.
14. 자전거 탈 때 듣기 좋은 나만의 음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한 7~10곡 정도
나 역시 겁도 많고 완전히 자전거 베테랑은 아니기 때문에 (핸들 놓고 절대 못탄다!)
음악을 들으며 탄 적 없고, 앞으로도 안 들을 것 같다.
가끔 엄마랑 홍제천변 산책로 나가보면 음악 크게 들으며 자전거 타면서 주위사람의 외침 같은 거 못듣는 라이더들이 밉더라.
15. 이런 라이더 꼴불견이다.
나 역시 스피드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나 위협적으로 다른 사람들 무시하는 인간들 딱 질색이다.
16. 앞으로 자전거와 함께 꼭 해보고 싶은 것.
여행갈 때 자전거 차에 싣고 가서 새벽공기나 밤공기를 가르며 한적한 시골길이나 바닷가 달리기.
빌리는 자전거 말고, '예쁜 내 자전거'로! ^^;;
17. 자전거를 타면서 생긴 자전거 관련 소망이 있다면?
자전거 예찬론을 펼치시는 모든 블로거 이웃분들이랑 자전거 타고 만나서
떼를 지어 달려보기. ^^;;
그리고 나 역시 자전거를 마음편히 탈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일본이나 유럽만큼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
아.. 생각만 해도 행복~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