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잘 읽진 않기 때문에 이 문답은 안 하는 것이 낫겠다고, 아니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키드님 문답 댓글에 적은 게 무색하게도 금방 마음을 바꿨다.
내가 또 변덕 빼놓으면 시체인 인간 아닌가. -_-;;
실은 어제 옮긴이의 말을 하나 넘겨야 했는데;;;
며칠동안 머리를 쥐어짜 괴발개발 적어는 놓았으나 도무지 마무리가 되질 않는 터라
뭔가 딴 데 잠시라도 정신을 팔면서 거리두기가 필요한 것 같아 문답을 택했고
비공개로 작성하다가 오늘 공개로 바꾼 거다.ㅎㅎ
옮긴이의 말만 쓰라고 하면 내 두뇌는 공포증에 휩싸여 다른 생각을 자발적으로 해낼 수 없는
마비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이 문답도 제대로 읽고 답했는지 장담할 순 없다. 낄낄.
1. 평안히 지내셨습니까?
이 문답은 첫 질문부터 독특하군요. ^^;;
사방에다 약속을 어기고(아악~~~ 몇달째 마감일 어기고 있는 책도 있어요 ㅠ.ㅠ)
아등바등 쫓기듯 사는 처지라 요즘 평안하진 못합니다.
그래도 쫓기는 인간 치곤 나름 태평하게 지내는 편이니 뻔뻔하달까요..
2. 독서 좋아하시는 지요?
좋아는합니다.
어려서부터 책읽기에 몰입하면 누가 불러도 잘 몰라서, 엄마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죠.
밥먹으라는 소리 못들은 척 한다고...
지금도 간혹 지하철 멀리 타고 가느라 책보면 내릴 정거장 마구 지나칩니다. ㅠ.ㅠ
3. 그 이유를 물어 보아도 되겠지요?
책을 펼친 순간 또 다른 세계에 빠져드는 나를 느낍니다.
소설이든, 시집이든, 인문서든, 나와 다른 시각으로 담아낸 세상에 풍덩 빠지는 묘미가 있지요. 팍팍한 현실로부터 도피하기에 가장 좋은 피난처 같기도 합니다.
게다가 지적인 허기와 허영심도 아마 무시 못할 걸요.
4. 한 달에 책을 얼마나 읽나요?
앞에 쓴 답변이 부끄러울 만큼 책을 많이 읽진 않습니다.
한달에 한권도 안읽을 때가 많죠. 물론 옮기는 작업을 하는 책을 늘 끼고 살기 때문에
거기 필요한 자료라든지 참고 서적을 '일부'만 읽는 경우가 있어서, 이것저것 손대는 책은 많아도 정작 '다 읽었다'고 내려놓을 책은 없다고 봐야죠.
그러다보니 머리에서 깡통소리가 날 것도 같아(이건 순전히 허영심과도 관련됩니다)
보상심리를 발동해 주섬주섬 읽고 싶은 책들을 사들이지만, 쌓아놓고 쳐다보는 걸로 한동안 흡족해 하다가 한꺼번에 몰아서 읽기도 합니다. ㅠ.ㅠ
작년에 일과 상관 없이 제대로 읽은 책을 꼽아보니 13권이던가...
평균 고작 1달에 1권인 셈이죠.
거기다 거의 두달에 한권 정도 번역하는 책을 모두 더하고 ^^
가끔 몹시 싫어하면서도 출판사 담당자의 강권으로 원서 검토 후 리뷰까지 써야 하는 책을
포함시킨다해도 그리 많이 읽는 편은 못됩니다.
5. 주로 읽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요즘엔 의식적으로 어휘력과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과거엔 뭔가 남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문서에 집중했다면, 요즘엔 소설을 주시하게 되더군요.
전 글을 맛깔나게 쓰는 사람들의 책이 좋습니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랄까요. ^^
6. 당신은 책을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인간이 만들어낸 참 그럴듯한 소통의 수단
7. 당신은 독서를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나와는 다른 눈으로 들여다 보는 세상 구경
8. 한국은 독서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어느 사회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으면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독서율이란 인구 대비 출판시장의 규모와 소비 성향을 의미하는 것일 테죠.
확실히 우리나라 독서인구와 출판시장 규모는 전체 인구와 비교할 때 턱없이 작은 것이 사실입니다. ^^;; (음반시장도 마찬가지잖아요;;)
일단 독서는 생존과는 상관 없는, 삶의 주변적인 행위입니다.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은 독서에 신경쓸 겨를이 없죠.
국민소득이 어쩌고 OECD 국가가 어쩌고 하지만, 대한민국은 먹고 살기 힘든 나라입니다.
나라 전체의 부의 규모와 상관 없이, 더 많은 개개인들이 책값을 지불할 여유가 생기려면 앞으로도 참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과연 그런 날이 오기는 하려는지...)
게다가 책을 대하는 한국인의 태도는 참으로 경건하기 짝이 없습니다. ^^;;
한번 읽고나서 두번 다시 손댈 것 같지 않은 허섭한 내용의 책도, 소장가치가 있는 책과 똑같이 고급 수입지에 값비싼 디자인을 도입해 만들어 비싼 가격표를 붙입니다.
내용이 어떻든 책은 소중한 것이고 일단 '폼이 나야' 사람들이 들고다니거든요.
제가 학창시절 필독도서 고전들을 사봤던 '삼중당 문고' 같은 손바닥만한 저가형 보급판은 사라진지 오랩니다.
단 한권을 읽더라도 들고 다니며, 그리고 나중에 책꽂이에 꽂아놓았을 때 그럴듯해 보여야 한다는 '외형지상주의'는 책에도 해당된다더이다.
저 역시 과거엔 표지나 장정에 혹해서 책을 사거나 선물한 적이 많으니 남탓 할 것도 없습니다. ㅋㅋ
암튼 우리나라 책은 선뜻 사보기에 비싸고 고급스러워 대단한 문화소비라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우리나라의 최대 독자층이 어린이와 2, 30대 여성이라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독자층의 폭이 더 넓어져야 할 터인데 말이죠;;;
확실히 대한민국의 출판계는 기형적이라는 말들을 합니다. 출판분야도, 독서 인구도 일부인기 '장르'에만 치중해 있으니까요.
달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의 논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고정된 출판시장은 고정된 독자만을 양산합니다. 좀 더 다양한 형태와 분야의 책들이 선보인다면 다양한 독자층이 형성되지 않을까..도 생각합니다만, 일단
전체적인 삶의 경제적 여유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고, 도서문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이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할 듯합니다.
9. 책을 하나만 추천 하시죠? 무엇이든 상관 없습니다.
아.. 정말 어려운 요구입니다.
9번과 10번 문항 때문에 이틀 내리 고민하게 되는군요 ^^;
최명희의 <혼불>로 하겠습니다.
10. 그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순한 번역기계가 되어버려 머리가 텅텅 빈 것 같을 때, 자꾸 어휘력이 딸리는 게 느껴질 때, 요즘도 제가 한권 뽑아들고 읽는 책입니다.
고2때였나... 처음 혼불 1권을 읽으며 나도 글을 써보고 싶다는 충동을 처음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화려하고 다채로운 한글 어휘들의 아름다움이라니...
11. 만화책도 책이라고 여기시나요?
당연히 책이죠.
요즘 수많은 책들이 (심지어 교과서까지도) 만화의 형태로 탄생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심오하고 섬세하고 주옥같은 만화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다만.. 저는 연재중엔 감질나서 완간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생각했다가 ㅋㅋ 결국 읽기 자체를 까먹고 맙니다. 만화에 관한한 거의 문외한...
12.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비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문학쪽에 비중을 두려고 하는데, 사들이는 책을 보면 사실 반반입니다. ^^
13. 판타지와 무협지는 "소비문학"이라는 장르로 분류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ㅋㅋ 단순한 인간이라 그런 장르 분류 잘 모릅니다.
판타지와 무협지만 "소비문학"이라는 말에도 어폐가 있군요. 키드님 말씀처럼 모든 문화와 문학 역시 대중이 소비하지 않으면 무의미하잖아요.
한번 읽고 나선 두번 다시 읽지 않는 소모적인 책읽기를 의미하는 것인가.. 생각해봤지만
제 아무리 포장이 그럴듯 해도 한번 읽고 나서 두번 다시 안 들춰보는 책이 얼마나 많은데요. (제 경운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 책은 간간이 묶어 신문지와 함께 내다버리죠 ^^)
암튼 저는 책에도 '장르'를 나누고 엄격하게 분류하고 책꽂이를 다르게 꽂는 행위.. 별로 안좋아합니다. <반지의 제왕>을 단순히 판타지로만 여길 수 있을까요? 그 놀라운 상상력과 심오한 철학을 감히 '판타지'라는 영역으로만 밀어넣기엔 안타깝거든요.
반면에 <해리포터> 시리즈는 읽지도 않았고 읽고싶지도 않습니다. 역시 전 장르완 상관없이 작가와 문체와 이야기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는듯... ^^;;
14. 당신은 한 번이라도 책의 작가가 되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책의 "지은이"가 되어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앗.. 혹시 논문도 책에 포함된다면 하나 있을 수도 ㅋㅋㅋ)
하지만 옮긴이도 번역'작가'라고 격상시켜주는 경우엔
3월 현재 41권의 책이 세상에 선을 보였습니다. ^^*
15. 만약 그런 적이 있다면 그때의 기분은 어떻던가요?
95년 12월에 처음으로 내 이름이 표지에 인쇄된 책을 받아들었을 때....
현실감이 안나더군요. 뿌듯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 뒤로 대여섯 권째까지는 꼭 대형서점에 가서 한 권씩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공짜로 받는 증정본과 달리, 어쩐지 내 돈주고 한 권 사는 게 본인에 대한 예의처럼 느껴져서... 그런데 그 뒤론 돈이 아깝더이다. 껄껄
그리고 요즘엔 뭐 그냥 책 나왔구나.. 정도로 큰 감흥은 없습니다.
16.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은희경, 홍세화, 강준만, 제인 오스틴, 마가렛 애트우드
17. 좋아하는 작가에게 한 말씀 하시죠?
게으름 덜 부리고 앞으로도 많이 읽도록 노력할 터이니
예리하고 섬세한 필치로 계속 나를 일깨워주시기를...
18. 이제 이 문답의 바톤을 넘기실 분들을 선택하세요. 5명 이상, 단 "아무나"는 안됩니다.
악... 이것도 정말 늘 어려워요.
블로그 이웃들이 거의 다 벨로와 키드님 통해 아는 분들이라... ㅠ.ㅠ
지난번 연애문답을 나에게 넘긴 보복으로 일단 미아^^에게...
쌘과 파피, 벨로에게도 종용하고 싶지만 ㅋㅋ 만날 화살을 그쪽으로 날리자니 미안하고
걍 저처럼 알아서들 해주시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