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잇감'에 해당되는 글 327건

  1. 2008.05.11 느루 밤마실 19
  2. 2008.04.30 한강 후유증 15
  3. 2008.04.29 1995-2008 내가 뽑은 최고의 영화 10 21
  4. 2008.04.20 야간 자전거 타기 6
  5. 2008.04.13 가족의 굴레 - 천일의 스캔들 4
  6. 2008.03.23 내 자전거 18
  7. 2008.02.26 추격자 19
  8. 2008.02.23 바느질 15
  9. 2008.02.13 녹지않는 눈사람 10
  10. 2008.01.23 달력왔다 9

느루 밤마실

놀잇감 2008. 5. 11. 23:02
열불나는 속을 잠재우러 <느루>를 끌고 밤마실에 나섰다. 마치 느루가 화풀이 대상이 된 것 같아 조금 미안했지만, 일단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기 시작하면 잡다한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도 금세 사그라들었다.

머리도 복잡한 김에 떠오르는 대로 세웠던 오늘의 목표는 세가지.
첫째, 인간이나 애완견 장애물이 출몰하더라도 유연하게 우회하여 자전거 급히 세우고 내리지 않기.
둘째, 벨 울리지 않고 속도 조절만으로 장애물 피해가기.
셋째, 홍제천에서 월드컵 공원 가는 길 숙지하기.


결론적으로 말하면 목표달성에 성공한 건 하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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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후유증

놀잇감 2008. 4. 30. 20:37
어제 영화 포스팅을 마무리 하느라 미처 쓰지 못했지만...
사실 어제는 나와 <느루>가 홍제천 산책로를 따라 한강까지 달려간 역사적인 날이었다! ^^
한강까지 꼭 가겠다는 계획은 없었고 그냥 살살 달리다가 힘들어질 때까지 가보자 생각했는데
달린지 30분도 되기 전에 한강이 눈앞에 나타나는 바람에 정말이지 깜짝 놀랐고 미리 계획을 세웠던 게 아니라 한강 북단의 자전거 도로와 맞닥뜨린 순간 나도 모르게 끼기긱 브레이크를 잡았다.
왼쪽으론 바로 성산대교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월드컵공원으로 이어진다는 표지판을 보며 갈팡질팡 하던 나는 일단 성산대교 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더 가다가 성산대교 아래 쪽 계단에 앉아 느루와 팍팍해진 다리를 쉬었다.

사실 홍제천변 산책로는 초록 아스팔트가 깔려 걷거나 자전거를 달리기엔 좋지만, 경치 좋은 안산을 끼고 있는 일부 구간을 빼면 죄다 내부순환도로 고가 밑을 어둠침침하게 달리다 계속 다리 밑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그리 쾌적한 편은 아니다. 그런데 야간에도 한강변의 뻥 뚤린 공간을 슝슝 자전거로 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니 덩달아 막 힘이 나는 것도 같았는데 운동부족이 여실한 내 몸은 30분 가까이 쉬지 않고 페달을 밟은 것만으로도 아우성을 쳐댔다. 해서 물 몇 모금 마시고는 다시 갔던 길을 돌아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갈때는 25분만에 주파했던 길을 돌아올 때는 약간의 오르막이 있었음을 감안하더라도 30분이나 걸린 걸 보면 남들에겐 우습더라도 나에겐 운동량이 꽤 됐다는 의미인 듯했다. 원래 초행길은 어리버리 둘러보느라 더욱 멀게 느껴지는 법이거늘, 나는 오히려 홍제천변을 거슬러 올라오며 왜 이렇게 머냐... 하는 생각을 두번이나 했더랬다. -_-;;

나같은 초보에겐 약간 위험할 수도 있는 경사와 굴곡이 중간에 몇번 있기도 했고, 홍제천을 가로지를 때는 잘난 척 속도를 덜 줄였다가 흙이 깔린 모퉁이에서 미끄러질 뻔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으나 다행히 넘어지거나 하는 사고는 없었던 반면, 어찌 보면 재미있고 어찌 들으면 민망한 일도 두가지나 겪었다. ^^


두번째 야간 자전거 타기를 마치고 느루를 끌고서 집앞 언덕길을 올라오며 이미 예상했던 일이기는 하지만 오늘 온종일 허벅지와 장단지가 찌릿찌릿 묵직하니 결리는 건 참을 만한데, 으으... 민망하게도 안장에 시달린 가랑이도 꽤나 아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_+

일주일에 세번씩 타겠다는 오만한 작심을 지키기는 커녕 거의 열흘만에 다시 타러 간 주제에 후유증이라니. 다른 토룡마을 주민들은 몇시간씩 가열차게 자전거를 타고도 끄덕없는 듯한데 나는 언제나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 갈 길이 참으로 멀고 험난해 보인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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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이 나쁘고 기록해두는 습관도 없어서 체계적으로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엔 워낙 젬병이지만 일하기 싫다는 핑계로 덩달아 찾아보기로 했다. 씨네21이 창간되었다는 1995년은 내 인생에서도 분기점을 이루는 해다. 어설프지만 번역가로 첫발을 디딘 해이기 때문.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고 나름대로 문화생활을 많이 하여 얄팍하게나마 견문을 넓히려고 생각했으므로 영화도 꽤 자주 본 것 같은데, 내 머리는 13년의 세월을 갈무리해두기엔 용량이 너무 작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게 확실하다. -_-;;
언뜻 떠오른 <시네마 천국> <가위손> <조이럭 클럽> <길버트 그레이프> <파니핑크> 같은 영화들은 검색해보니 그보다도 훨씬 이전에 본 영화였다. 제목은 그럴듯하게 <최고의 영화>라고 붙였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냥 내 기억에 남았으니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들이다. 영화가 좋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영화를 보던 때의 에피소드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아무튼 영화를 보고 나서 중고 비디오를 사 소장하거나 나중에 dvd로 갖고 있기도 한 영화가 꽤 되는 걸 보면 퍽 좋아한 영화들이라는 게 맞다. 리스트를 뽑고 나서 나도 조금 놀랐는데 ㅎㅎㅎ 하나같이 말랑말랑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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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자전거 타기

놀잇감 2008. 4. 20. 21:25
자전거 장만 후 처음 타러 나갔던 날 단단히 혼이 났기 때문에 그동안엔 선뜻 느루를 끌고 홍체천엘 나가지 못했다. 그간 원고마감 폭풍을 지나며 잠자는 시간이 이랬다저랬다 불규칙해지면서 계속 맥이 떨어져 운동을 나서기는커녕 밥만 먹고도 소화시키는 게 힘들어 드러누워 지내는 한심한 시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운동은 일부러 시간 내서 하지 않으면 안하겠다는 뜻이라는 걸 알기에 이번 주말엔 기필코 느루를 끌고 나가리라 마음먹고도 어제는 엄마 핑계로, 볕 좋은 일요일 오후엔 내내 병든 짐승마냥 꾸벅꾸벅 졸거나 소파에 늘어진 감자자루 꼬락서니로 지내다 급기야 불끈 주먹을 쥐고서 야간 자전거 타기에 나섰던 것.

첫날에도 홍제천 산책로에서만 탈 때는 수월하더니 역시 평이한 자전거 전용도로를 살살 달리는 건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물론 딱딱한 안장에 닿은 엉덩이가 좀 아프긴 했지만^^; 별로 땀도 나지 않았고, 얼음까지 띄워 담아간 물통이 민망할 정도로 목이 마를 일도 없었는데, 저녁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하도 많아 아이들과 부딪칠까봐 걱정스러웠던 몇 번의 순간을 제외하면 두번째 느루 타기는 대단히 흡족한 편이었다.
우리집 앞에서 모래내 다리앞까지 약 3킬로미터 거리인데 거길 왕복했으니 6km를 달렸다는 얘기! ^^*
사실 마라톤화를 장만해 알량한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에도 집앞에서 1.5킬로미터 정도 되는 홍남교까지밖엔 가본 적이 없어서, 나머지 산책로는 오늘 처음 구경한 셈이었는데 우리 동네 앞보다 꽃밭도 더 많고 중간에 키가 높이 자란 갈대 같은 것도 몇 개 있어서 깜짝 놀랐다. 한강에 더 가까이 가면 더 놀라운 수생식물들을 만나게 될까? +_+
물론 늙은 딸이 또 운동하다 무슨 일 날까봐 전전긍긍하며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랑 통화하느라 중간에 두 번이나 쉬기는 했지만, 다음번에도 천천히 조심조심 달리면 한강 고수부지까지 가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듯하다.

거의 한달만에 느루를 외출 시킨 덕분인지, 잠깐이나마(그래도 집앞 언덕에서 끌고 내려가고 끌고 올라오고 하는 시간까지 1시간은 넘게 걸렸다) 운동을 한 덕분인지 온종일 노곤하게 늘어져 있던 몸과 마음은 많이 가뿐해졌다. 바야흐로 자전거 타기 좋은 봄날이니 바쁘더라도 일주일에 세번은 느루를 타고 나가기로 내 자신과 약속을 했다. 과연 잘 지켜질 것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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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더 끌려는 관계자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한국에서 최근 개봉하는 외화 제목들은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어 제목을 그대로 한글로 읽어 쓰는 추세도 비위에 거슬리고, 아예 엉뚱한 제목으로 낚시질을 하려는 제목도 심심찮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천일의 스캔들>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라 할 수 있겠으나 원제가 <the other Boleyn girl>임에도 굳이 <천일의 앤>과 연결지으려는 속셈을 보이면서 <스캔들>이라는 자극적인 낱말까지 넣은 것은 못마땅했다.
게다가 영화는 절대로 단순히 앤 불린의 <천일동안>권세를 다룬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앤 불린과 헨리 8세를 다룬 영화 가운데 내 기억에 또렷이 남은 작품은 이번 영화까지 딱 세 편이다.
첫번째는 뭐니뭐니해도 아주 옛날에 본 <천일의 앤 Anne of the Thousand days>.
찾아보니 1969년 작품이란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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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TV로 본 것 같은데, 방송국에서 몇번이나 재탕을 한 듯 지금도 배우들의 얼굴이 떠오를 정도다. imdb에서 찾아보니 헨리8세로 나온 리처드 버튼은 그렇다쳐도 앤 역할의 제느비브 뷔졸드(?)라는 배우는 이름도 낯선데 코끝이 약간 들려 귀여우면서도 오만해 보이던 인상이 나의 어린 뇌에 워낙 깊이 각인됐던 모양이다.
그때의 느낌은 뚱뚱한 바람둥이 왕 헨리8세가 뭐 그리 좋다고 야망을 키우다 죽고 마는지 앤이 마냥 가엾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 옛날 영화도 고증에 충실했던 듯, 옷이며 머리장식, 목걸이까지 이번 영화와 거의 비슷하다. <천일의 스캔들>이 이 영화를 교과서 삼았을 수도 있겠다.
 





두번째로 기억하는 영화는 2부작 TV 미니시리즈 <헨리8세>.
2003년에 제작된 건데, EBS에선 세계명작드라마로 2005년에 방영했다. 게으른 내가 일요일 낮에 방영되는 걸 2주 연속 찾아서 보았을 리는 없고^^ 생생히 기억하는 이유는 내가 자막 번역을 했기 때문. 그 시기엔 책 작업하는 사이사이 일부러 짬을 내서라도 EBS 영화를 꽤 열심히 번역할 때였는데, 워낙 들이는 품에 비해 부가가치가 책 번역보다도 낮은 터라 요샌 부탁을 받아도 튕기게 된다. -_-;;
암튼... 헨리8세가 주인공이니 당연히 그의 여성편력에 더하여 당시의 세계 정세와 국내 정치 상황, 인간적인 번민 같은 것도 그려졌기 때문에, 아내를 선택하는 것(첫 왕비 아라곤의 캐서린이 형수였음에도 스페인과의 외교관계 때문에 결혼을 감행한 것은 주지의 사실)도, 자식을 낳는 것도 사사건건 참견을 받고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한 나라의 왕이 문란한 여자관계에서나마 돌파구를 찾으려 했을지 모른다고 미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내 아메마스러운 기억력에도 불구하고 뇌리에 새겨졌던 건 순전히 앤 불린으로 나온 헬레나 본햄 카터 때문이었다. 강렬한 눈빛과 약간 쇠를 가는 듯한 목소리로 헨리8세를 좌우하다 마지막에 처형장에서 기도를 올리던 모습까지 그야말로 카리스마가 절절 흘러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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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8세는 레이 윈스턴이라는 배우가 맡았는데 크게 인상적이었던 건 없고, 흔히 헨리 8세의 이미지로 남은 뚱뚱하고 배나온 탐욕스러운 왕의 모습에 충실했다. 아마도 홀바인의 그림이라고 생각되는 세밀화 속의 헨리8세는 언제나 빵떡모자에 물방울무늬가 들어간 담비 모피 외투를 걸친 비대하고 노회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싸이에 올린 글을 보니 그림 사진도 있어서 퍼왔는데 어우... 정식 부인만 6명이나 두었고 애인들은 셀 수도 없었으며 대부분의 전부인들을 참수한 <천하잡놈>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멋있게 봐줄 수가 없다. 그것이 제 아무리 국내외 정세와 관련된 일이라 하더라도!


본격적인 <천일의 스캔들>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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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전거

놀잇감 2008. 3. 23. 22:40
1년 넘게 별렀던 <내> 자전거가 드디어 생겼다. ^^
어제부터 만 하루 넘게 세워두고 구경만 하고 있는데(조립직후 차에 실어 오기 전에 약 15미터쯤 시승하긴 했다) 쳐다볼 때마다 정말로 얼굴에 미소가 벌벌 흐른다.

루이가노와 스트라이다, 다혼의 미니벨로들까지 모두 판매하는 멀지 않은 매장을 막내동생이 알려준지 몇달만에 벼르고 별러서 어제 전격 쇼핑에 나섰고, 매장에서도 1시간 가까이 고민하다 결국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내가 선택한 건 하얀색 우베공.

벨로가 추천해준 미니벨로 가운데서 나름 마음속으로 점찍어둔 <루이가노, 우베공, 커브, 보드워크, 비테세> 가운데 매장에 가면 텔레파시가 통하듯 나의 단짝이 되어줄 자전거가 빛을 뿜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나의 우유부단함은 자전거를 살 때도 여지없이 걸림돌이 되었다.
하얀 우베공과 베이지색  보드워크 사이에서 좀처럼 선뜻 고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

일단 커브와 비테세는 몸판을 가로지르는 가로대가 옆에서 보면 넙적하여 내가 추구하는
가늘가늘하고 날렵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으므로 일찌감치 물망에서 제외되었고
루이가노 역시 매장엔 너무 비싼 모델만 있기도 했지만 핸들을 잡아보니 어쩐지 약간 무시무시한 느낌이랄까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단박에 들었다. (색깔도 진밤색과 검정색 뿐 -_-;;)

하늘색 우베공은 이미 벨로가 장만하였음을 알고 있기에 똑같은 걸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어차피  하늘색은 수입할 때 작은 사이즈가 아예 들어오질 않았대고, 작은 사이즈로 물건이 있는 건 흰색, 분홍, 빨강 뿐 베이지색과 검정 따위도 아예 작은 크기는 이번에 수입조차 되지 않았다고 했다.
여기저기 팽배된 색깔의 성별화에 또 한번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보드워크는 크기가 하나이고 은은한 베이지색이 마음에 들었으나 핸들 세로축이 전체적으로 은색이라는 점과 프레임에 새겨진 로고가 우베공보다 예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
ㅎㅎ 나 같은 자전거인생 초보에게 성능 따위는 얼추 비슷하다 여겨졌으니 일단 사양 비교는 뒷전이고 예쁜 게 더 중요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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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선택의 고민을 준 문제의 보드워크와 우베공)

조카들까지 거느리고 가서 매장 사장님과 사모님을 오랜 시간 고문하듯 창고와 매장을 오간 끝에
결국 베이지색 보드워크를 살 것 같다는 사장님의 추측과 달리 나는 구름빛깔의 우베공을 골랐고
(다혼에서 베이지색은 sand, 흰색은 cloud라고 표현하는데 구름빛깔이라니 흰색보다 얼마나 멋진가!)
후련한 마음으로 박스를 뜯어 조립을 기다렸다.

고르기만 하면 금세 끝날 줄 알았던 자전거 구입은 그 뒤로도 꽤나 시간이 걸려, 지켜보는 우리는 계속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조립을 마치고도 내 키와 뒷굽이 높은 운동화에 맞춰 -_-;; 안장 높이를 정하고, 팔자 걸음을 걷는 터라 페달도 똑바로 제대로 못 밟는 나의 자세를 교정하기 위한 잠깐의 교육을 받으며 나는 진땀을 약간 흘렸다. ㅋㅋ

매장을 나와 잠깐 골목길에서 새 자전거를 타보았는데, 워낙 오랜만이기도 하지만 어찌나 페달이 휙휙 잘 돌아가고 금세 속도가 나는지 약간 걱정스러울 정도였으나 일단은 차에 고이 모셔 태우고 집으로 돌아와선
바퀴에 묻은 흙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실에 세워둔채 계속 감상중이다.

오늘 하필 비가 오지 않았다면 당장 홍제천변으로 달려갔겠지만
며칠 또 이렇게 뜸들이며 감상만 하는 묘미도 괜찮을 것 같다. ㅎㅎㅎ

참... 이름도 정했다!
오래 전부터 나는 자전거를 사면 꼭 한글 이름을 붙이려고 생각했지만, 막상 정해둔 이름은 없었는데
어제 오늘 이리저리 찾아보고 고심한 끝에 <느루>라고 부르기로 했다.
<느루>는 "한꺼번에 몰아치지 아니하고 오래도록"이라는 뜻을 지닌 부사로
"하루라도 느루 쓰는 것이 옳고..."와 같이 쓰인단다.
다들 빠르게 살지만 나 혼자 느릿느릿 살아도 좋겠다는 바람도 있고 워낙 게으른 내 성향과도 잘 맞는데다
늘 일을 몰아쳐서 해치우는 그릇된 작업 습관을 반성도 할 겸,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누룽지'랑도 어감이 비슷해 이래저래 마음에 든다.
우베공이 어떤 이들에겐 속도계가 필요할 만큼 제법 빠른 자전거라지만 매연 뿜는 자동차에 비길까.
지금 같아선 나는 그냥 휘휘 바람을 가르는 느낌을 만끽할 정도로만 달릴 생각에 그저 흐뭇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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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놀잇감 2008. 2. 26. 01:17

무슨 영화를 보는 줄도 모르고 눈길을 달려가선(사전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자는 얘기가 오갔었다) 영화 시작시간에 가까스로 입장을 했던 터라 정말 어떨결에 보게 된 영화였다.
화장실에 들르느라 표를 따로 받아들고서야 내가 보려는 영화가 <추격자>라는 걸 깨닫고는 약간 난감했다.
내가 싫어하고 절대 못보는 <괴기/공포영화> 범주에 드는 건 아니지만 워낙 무섭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몹시 떨렸다. 이런 건 미리 마음의 준비를 좀 단단히 해두고 봐야하는 건데.

그러곤 예상대로 영화를 보며 내내 가슴을 졸이며 덜덜 떨었다.
폭력과 유혈을 피할 순 없는 소재이니 눈감고 얼굴 가리며 못본 장면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온몸에 쥐가 난 듯 뻐근한 몸을 차마 일으키지 못한 채
"이거 만든 감독이 누구라고?" 되물었다.
"처음 들어보는 감독인데 각본까지 직접 썼다고?"

워낙 유명한 사건을 소재로 삼았으니 뻔할 것 같은 데 전혀 뻔하지 않게 참 잘도 만들었다.
게다가 공인된 배우 김윤석과 하정우의 연기는 놀라울만큼 몰입을 이끈다.
숨가쁘게 달리는 그들과 함께 헉헉 대다가 토할 것처럼 괴로운 목구멍의 갈증을 나도 모르게
실감할 정도.

설명할 수도 없고 이유도 없는 인간 본연의 악을 그렸다고 했던가.
늦은밤 집으로 돌아오는데 눈이 쌓인 언덕길을 비추는 주황색 가로등이 어쩐지 섬뜩해서
인적 없는 골목을 허겁지겁 달려야 했다.

꽤 무섭긴 해도 <살인의 추억>을 견딜 수 있는 정도의 담력이라면 충분히 볼 수 있을 거라고
단언하는 바이다.
이 정도로 짜임새 있고 군더더기 없는 영화를 무섭다는 핑계로 포기했더라면 손해봤을 것 같다.
하지만 차마 다시 볼 수는 없을 듯. -_-'

회상하는 게 무서워서 후기를 쓸까말까 하다가
차라리 쓰고 넘겨버리자는 결론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젠 잊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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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놀잇감 2008. 2. 23. 18:08
미쳤나보다.
밥먹는 시간 빼놓고는 계속 작업에 몰입해도 모자랄 판국에 일이 너무 너무 하기 싫어졌다.
그럴때 또 푹 잠이라도 자면 좋으련만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잠은 얄밉게도 아무때나 찾아와주진 않으며 까탈을 떤다.
그래서 새벽 다섯 시에 정신나간 여자처럼 바느질을 시작했다. ^^

옷방을 뒤져 재료를 찾고 가위질과 바느질에 힘쓴 지 3시간 뒤..
몇번이나 바늘에 찔린 손가락은 너덜거려 아팠지만
흐뭇한 마음으로 환한 아침 창밖을 내다보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무리 일이 하기 싫기로서니, 잠안자고 바느질하고 앉아 있었던 내 모습이 두고두고 우스울 것 같다.
그래도 그 노력의 결실은 꽤나 뿌듯하기에 널리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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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않는 눈사람

놀잇감 2008. 2. 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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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까닭없이 기분이 바닥을 기어다닐 때
고개를 들어 조카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을 돌아보면 단박에 미소와 함께 통통 튀는 활력이 샘솟는다.
명절 때 조카들과 만들기를 하며 놀 때였나 보다.
아직은 제도권 교육의 틀 속에 갇히지 않아 가장 유연한 사고와 풍부한 상상력을 자랑하는 지환이(6살)가
혼자 방문 닫아걸고 후다닥 만들어갖고 나와선 <눈사람>이라고 자랑한 작품이다.

이면지 두 장을 마구 구겨 셀로판 테이프로 둘을 연결하고 얼굴을 그려넣은 눈사람이
하도 예뻐서 모니터에 붙여놓고 늘상 감상할 터이니 선물해달라고 졸랐는데
지환이도 자기 작품이 매우 마음에 드는지 결국엔 떼어가 버렸다.
(절대로 녹지는 않는데.. 함부로 다루면 이 눈사람 역시 찢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조카네 집으로 입양간 이 눈사람은 벌써 찢어지고 말았다는 듯하다.)

어쨌든 고모에게 남은 건 사진 뿐이지만 이것만 봐도 행복이 가슴에서 퐁퐁 솟아오른다.
주말에 놀러오면 또 만들어 달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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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왔다

놀잇감 2008. 1. 23. 17:16
우수 블로거인지 뭔지 선정 이유가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 가운데
달력과 크리스털 스탬프는 좀 궁금했으나 절대 쓸 곳 없는 블로그 명함을 파준다고 해서
담당자 메일에 답장을 하라는 말은 그냥 씹었는데
약관동의를 하는지 마는지도 모르고 아무렇게나 성실하게 개인정보를 입력해놓은 탓인지
아무탈 없이 택배가 도착했다.
절대 자랑질은 아니며, 나처럼 크리스털 스탬프를 궁금해했던 이웃들을 위한 포스팅이다. -_-;;

가장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한 달력은 길쭉한 주황색 모양에 칸이 큼직큼직했던 작년 것보다
미모(?)와 쓰임새가 덜하다는 느낌이다.
달력부분에도 사진을 넣어 날짜 칸이 작년것보다 훨씬 작아졌기 때문이다.
다이어리 대신 탁상달력에 주요 사건과 약속을 기록하는 나에겐 작년 디자인이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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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 이렇게 생겼다



블로그 제목이 아래 새겨진 크리스털 스탬프는 그냥 명함만한 유리 덩어리 느낌이다.
크리스털인지 아닌지 내가 알게 뭐야!
이것도 나에겐 별 쓸모없는 물건이기 쉽다.
조카들이랑 꾸미기 놀이할 때나 써먹게 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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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포장의 전형을 보여주듯 꽤 거창하다^^


혹시 몰라서 티스토리 담당자가 내 방명록에 남긴 글에 부디 자원낭비를 막는 차원에서
내 종이명함 제작은 말아달라고 써놓았지만 그 얘기가 전달됐을 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제멋대로 제작하여 보내준 명함은 무려 2통이나 되는데
나야 조카들이랑 딱지 날리기 같은 거나 하고 노는 용도로 쓸 수밖에 없겠지만
블로그로 어떻게든 돈벌이를 하려는 사람에겐 공짜로 꽤 유용한 명함이 생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왼쪽 위에 블로그 주소가 있고 오른쪽 아랫부분에 실명과 연락처가 적혀 있으며
뒷면은 티스토리 로고가 박힌 주황색으로 아주 평범한 디자인이다.
별로 예쁘진 않지만.. 그래도 각 글씨들을 촌스럽게 대문짝만하게 박아놓지는 않았으니
누군가 실제로 사용하는 이도 있지 않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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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통이면 대체 몇장이냐.. 아깝다


아무튼... 자원낭비를 막는 차원에서라도 올해 블로그질은 살살 해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_-;;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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