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해당되는 글 136건

  1. 2017.01.02 2016 Best 9
  2. 2016.12.30 5분 스케치 - Basic 6
  3. 2016.10.06 공주 나들이 2
  4. 2016.09.29 9월 정리
  5. 2016.09.07 잉여력 활용 3
  6. 2016.08.15 호안 미로 특별전 4
  7. 2016.08.03 7월 5
  8. 2016.03.13 모르는 일 9
  9. 2016.03.07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2
  10. 2016.02.17 창경궁을 보듬다 2

2016 Best

놀잇감 2017. 1. 2. 17:59

1. 2016년에 읽은 책

아 부끄럽게도 달랑 10권이다. 그것도 그림책 포함해서... 나부터 이렇게 책을 안 읽는데 출판업계가 망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매년 점점 더 책을 안 읽지? 올해는 사들인 책의 수도 예년에 비해 적었다. 여혐 범죄사건들을 접하면서 뭔가 나도 세상과 계속 싸우려면(?) 이론적인 재무장이 필요한 것 같아서 페미니즘 책을 읽고 정희진 책까지 세 권을 엮어 감상문을 쓰려고 했었는데 ㅠ.ㅠ 결국 안했다. 수다 떨 때도 종종 말문이 막히듯이 블로그 포스팅을 할 때도 버벅버벅 버퍼링이 엄청나다는 걸 느끼며 좌절했다. 그래서 또 글쓰기 관련 책을 읽어야겠다 싶어졌다. 글쓰기에 대한 유명인의 촌철살인 조언과 함께 이런저런 글쓰기 에피소드를 담은  <쓰기의 말들>은 막상 읽을 땐 뭐 이런 걸 책으로 다 만들었나 싶었으나, 다 읽고나선 포스트잇 붙여둔 글귀를 다시 들춰보며 좀 위로를 받기도 했다. 유려한 번역으로 이름 높은 고 장영희 선생의 <슬픈 카페의 노래>도 말맛, 글맛을 따져보느라 원문을 상상하며 다시 읽은 책이다.   

옛그림을 보는 법 - 허균 지음/돌베개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스콧 스토셀 지음/홍한별 옮김/반비

나쁜 페미니스트 - 록산 게이 지음/노지양 옮김/사이행성

정희진처럼 읽기 - 정희진 지음/교양인

빨래하는 페미니즘 - 스테퍼니 스탈 지음/고빛샘 옮김/민음사

쓰기의 말들 - 은유 지음/유유출판사

슬픈 카페의 노래 - 카슨 매컬러스 지음/장영희 옮김/열림원

앵무새죽이기 - 하퍼 리 지음/김욱동 옮김/열린책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볼드 지음/홍한별 옮김/반비

5분 스케치 - 김충원 지음/진선아트북


​베스트 3권 뽑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아서 1권만 뽑는다면 단연 리뷰도 올린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2. 2016년에 본 영화

셜록: 유령신부

캐롤

바닷마을 다이어리

굿바이 싱글

제이슨 본

국가대표 2

거울나라의 앨리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잭 리처: 네버 고 백

내부자들

귀향

나의 소녀시대

계춘할망

족구왕

의궤, 8일간의 축제

뷰티 인사이드

베테랑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위쪽 9편. 혼자 보러간 건 내 취향대로 골랐으나, 이제보니 누가 보러 가자고 그래서 얼결에 본 영화도 많다. 암튼 2016년 최고의 영화를 뽑는다면 역시나 영화관에서 2번이나 본 <캐롤> ^^; 근데 베스트 세 편도 어렵지 않게 고를 수 있겠다. 귀여운 자매들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좋았고,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도 흐뭇하게 봤다. '걸크러시'라는 말이 유행하듯 나 역시 '언니들'이 활약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당연한가? ㅎㅎ




3. 전시/공연

조선 왕실의 어진과 진전 - 국립고궁박물관

창경궁을 보듬다 - 국립고궁박물관

윤동주문학관

Color Your Life - 대림미술관

변월룡 회고전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간송문화전 6부: 풍속인물화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호안 미로 특별전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로이터 사진전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조선 공예의 아름다움: 혜곡 최순우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전 - 가나아트센터

임태경: 그대의 계절

One Love Concert: 임태경 외 ㅋㅋ


위 두 전시는 포스팅을 했으니, 세번째 베스트로 뽑은 <조선 공예의 아름다움> 전시도 포스팅을 할 계획이다. 사진도 엄청 찍어왔으니 자랑 삼아서라도 하게 되지 않을까... 입장료 3천원에 완전 눈호강한 느낌이었다. 어찌 보면 별것도 아닌 소소한 일상생활 공예품인데 구석구석 예쁘고 사랑스럽더라. 

공연은 임태경 광팬인 미쿡 친구의 소망 대리충족용으로 다닌 것. 체력 딸려서 공연 보러 다니는 것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여름에 공연장의 빵빵한 에어컨 때문에 냉방병으로 거의 기절할 뻔 ㅠ.ㅠ 


4. 등산/여행

사패산, 계방산, 오대산, 운길산, 삼성산, 청계산, 아차산, 축령산, 광교산, 막장봉, 소리산, 선운산, 도봉산, 검단산, 천마산, 금강산(외설악), 북한산, 남산 둘레길, 전주 한옥마을, 담양 소쇄원, 공주, 아산, 여수 금오도, 대부도, 화담숲

 

계방산의 눈꽃여수 금오도의 초록 바다

한달에 2번씩 한번도 안빠지고 개근을 했으니 그만큼 많은 산을 다녔고, 스스로 뿌듯하다. 친구들과는 2월부터 주로 지하철 타고 갈 수 있는 서울 근교산을 돌아다녔는데 주변에 갈데가 그토록 많다는 것에 감사하고, 심지어 서울 한복판 남산 둘레길도 고즈넉하고 예뻤다. 조금 멀리 가면야 뭐 말할 필요도 없이 아름다운 산이 도처에... +_+ 내가 이렇게 열심히 등산 다닐 줄 진정 몰랐는데 ㅋㅋ 이 열정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것도 궁금하다. 모녀 가을 여행에서 작년과 확 다르게 좀처럼 운신을 못하시던 왕비마마 왈, 너라도 다리 성하고 건강할 때 많이 다니라고.. ㅠ.ㅠ 

계절에 따라 느낌이 다르겠지만 베스트 산 셋을 꼽는다면

원없이 상고대와 설경을 본 계방산, 홀릴 듯 철쭉이 아름다웠던 축령산, 울산바위를 뒤쪽에서 볼 기회가 있었던 금강산. 

 

5. 기타

그밖에 올해 사들인 음반은 노장 투혼으로 새 앨범을 낸 스팅의 <57th & 9th>와 미리 김칫국 마시며 떼창 연습하겠다고 산 콜드플레이의 <A Head Full of Dreams> 딱 2장이다. 콜드플레이는 음원으로 몇곡만 사서 듣다가 내한 소식에 팬심 발휘해 CD도 샀는데 첫 공연에 예매 실패하고 완전 광분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추가공연 가게 되서 다시 애정하며 듣는 중. 스팅은 지난 앨범이 완전 뮤지컬 ost 여서 실망하고 옛날 노래만 듣다가 2016년에 그나마 신뢰와 애정을 회복했다. ㅎㅎ

드라마는 방에 있던 배불뚝이 TV가 완전 사망하는 바람에 잘 챙겨보지 못하고 있어서 기억나는 게 치즈인더트랩, 굿 와이프, 또 오해영, 닥터스, W, 역도요정 김복주, 도깨비 정도다. 주로 배우 선호도로 찾아보는 고로 공중파 드라마도 더러 보긴 하지만 손발 오글오글거리거나 전개가 마음에 안들어서 중간에 끊었다 다시 보고 그랬었다. 단막극 <페이지 터너>가 의외로 좋아서 탁상달력에 메모해둔 기억이 있는데, 그래도 대체로 열광하며 신나게 즐겼던 드라마를 한 편 꼽으라면 <또 오해영>!(<굿 와이프>로 했다가 방금 마음 바꿈 ㅋㅋ) <굿 와이프>는  전도연의 약간 비뚤어진 입매와 자연스러운 주름 덕분에 연기가 더 좋게 느껴졌던 것 같고, 나나의 연기도 유지태도 다 괜찮았다. 제발 중년 배우들 얼굴에 티나게 이상한 짓좀 하지 말면 좋겠다. 서현진 연기 좋고 사랑스러운 건 알지만 에릭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또 오해영>은 재방송까지 막 다시 찾아보며 헤벌쭉 했던 기억이 이제야 새록새록 떠오른다. 에릭이 음향 엔지니어로 나오는데 그 직업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제대로 보여주었던 점도 신선했고, 조연으로 나왔던 해영의 부모님이나, 예지원, 김지석 커플의 이야기도, 에릭의 이복동생 커플 이야기도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다루지 않아 좋았다!  

그밖에 tv 프로그램에 상을 준다면 단연코 JTBC 손석희의 <뉴스룸>(뉴스룸 맨 마지막 노래 선곡까지 손석희가 직접 한다는 것 같다. 아아 이분은 정말... +_+ 기막힌 뉴스에 광분하고 허탈해 하다 마지막 흘러나오는 노래에 위로받고 그런 순간이 참 많았다), 그리고 에셰프의 활약이 놀라웠던 <삼시세끼 어촌편3>(에릭이 느릿느릿 신중하게 요리 할 거 다하면서 말도 별로 없는 거 진짜 마음에 들었다. 겸손하기까지 한 듯!), 일요일 밤에 생각나면 찾아봤던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방에 TV 없어서 잘 안 봤다더니 테순이같다. ㅠ.ㅠ)

2016년을 되게 빌빌거리며 암울하게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반백수치고는 잘 먹고 잘 놀러다니며 꽤 잘 살았던 것도 같다. 2017년에도 야금야금 재미난 일 찾아다니며 행복하게 지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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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스케치 - Basic

책보따리 2016. 12. 30. 01:05

독서라고 하기 뭣하지만 그래도 책의 형태이니 꼭 연말집계에 넣고 말테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알라딘에서 셜록 책베개였나 책쿠션이었나 사은품에 눈이 어두워 이 책 저 책 주워담다 눈에 띄어 충동구매한 책이다. 베이직과 카페 스케치 2권으로 되어 있는데 암튼 10월 초부터 시작해 이 한권을 끝냈다. ㅎㅎㅎㅎ

언제고 시간이 되면 취미 삼아 그림을 배우러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수십년 반복하면서도 ㅠ.ㅠ 입때(!) 실천을 못하고 있던 차, 일종의 독학용 그림 연습서를 발견한 것. 0.7mm 파버카스텔 펜도 하나 들어 있어서 줄곧 그걸로만  스케치에 힘썼다. 얇은 펜도 하나 사야 한다고 여기저기 찾아보며 생각만 하다가 결국 못샀네그려. 펜이 굵다보니 촘촘하게 선을 긋거나 색칠을 해야할 때면 꼭 덜 마른 데를 손바닥으로 짚어서 짜증나게 이리저리 번지게 한 뒤 으악 비명을 질렀다. 

처음부터 이만하면 정말 잘 따라그린 게 아닌가 자아도취에 빠져 한동안 흐뭇해했으나, 새삼 해시태그 5분스케치로 찾아본 결과 이 책을 사 연습할 정도면 그림 실력은 비슷비슷한 것 같다. ㅠ.ㅠ 내가 찍은 사진인 줄 착각할 만큼 똑같은 그림 너무 많더라. 

원본과 달라지더라도 틀린 게 아니라 개성으로 받아들이라고, 연필 밑그림 그리지 말고 직접 펜으로 확~ 5분 정도 시간을 정해두고 그리라는 건 마음에 든다.  

"나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은 '간절함'과 '용기'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똑같이 그리면 카피가 되고 다르게 그리면 작품이 됩니다."

"얼굴 스케치는 눈의 위치가 가장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얼굴의 중간에 위치하지만 고개를 숙이거나 머리의 윗부분을 부풀렸을 경우에는 중간보다 낮아집니다. 얼굴의 윤곽선을 그릴 때 항상 눈의 위치를 고려하여 스트로크합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혼자 노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좀 더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스케치가 좋아보여 시작했다면 진짜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어야 하고, 좋아지기 시작했다면 지금부터 집중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을 싹 걷어내고 오직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만 집중하다 보면 내 손은 마치 프린터처럼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런 것이 바로 창작의 희열임을 느끼게 됩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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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나들이

놀잇감 2016. 10. 6. 17:51

공주에 아주 예쁜 밥집과 찻집이 있다는 얘길 듣고 친구 탄신파티하러 다녀왔다. 사람들은 대체 그 외진 곳에 있는 밥집, 찻집을 어떻게 알고 찾아나니는지!

아침엔 약간 흐리고 빗방울이 떨어지더니만 충청도로 넘어가면서는 해가 비쳤다. 남쪽엔 태풍이 몰아치던 날이었는데;; 참 새삼 넓은 나라임을 실감.

저 멀리 계룡산을 배경으로 들판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직 단풍 들기 이전인데도 눈으로 콧바람으로 가을이구나 느껴졌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약선요리 밥집 <신야춘추>의 1층은 차 마시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통유리창으로 멋진 풍경이 내다보이는 방에 통나무 테이블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있다

우리가 갔을 땐 이미 다른 팀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어서 사진찍기 민망한 상황이었다. 해서 친구가 예전에 찍어온 사진 퍼왔음. 아주 튼튼해보이는 나무 탁자와 자수, 퀼트 소품들도 인상적이지만, 통창으로 보이는 배경이 더 근사하다. 새빨갛게 단풍이라도 들면 정말 더 장관이라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먹은 연잎밥 정식(아마도;;)의 모습이다. +_+ 반찬이 너무 과하지도 않고 딱 먹을 것들로만 소박하면서도 알차게 차려진 밥상이 아닌지. 텃밭에서 직접 길렀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는데 샐러드에 든 채소도 하나같이 고소하고 달큰했다. 연잎을 형상화한 오이 냉국(?)은 특별히 클로즈업... +_+ 오이는 그냥 보기 좋으라고 띄운 것이고 진짜는 효소를 넣어 담근 냉국 국물이란다. 역시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

​2층 밥상에 앉아서도 커피를 청해 마실 수 있지만 우리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다시 티타임을 누렸다. 커피메이커로 드립한 커피를 앙증맞은 수제 코스터 깔고 각기 다른 찻잔에 따라 마시며 또 한번 행복했다. ㅎㅎㅎ

​건물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에 마당 잔디가 다 패이는 게 속상해서 쪼르륵 물확을 놓아두었단다. 아이고 예쁘다.. 집 주변엔 코스모스와 구절초가 마구마구 피어나 있고...  '보리'라는 이름의 골든리트리버 강아지도 한 마리 뒤뜰에 살고 있었다.


곧이어 밥집 인근의 꽃마당 예쁜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조인성 엄마 차화연씨가 살던 집으로 나온 찻집이라나 뭐라나. 계절마다 마당에 흐드러지게 예쁜 꽃을 가꾸는 걸로 유명한 <담꽃>. 좋은 차를 파는지 찻값은 비싸다 싶었으나 평일에도 손님이 드글드글! ㅋ

제일 바깥쪽 방에 앉아서 마당을 내다보면 이런 모습이다..  군데군데 놓인 물확엔 어김없이 수생식물이나 꽃을 띄워놓는 정성을 보이고. 


현지 주민들보다는 어쩐지 ​'돈많은' 외지인들이 들어와서 공들여 지은 별장 같은 집들이 곳곳에 서 있는 공주 하신리 마을을 한가롭게 걸어다니며 집구경을 하다가 또 다시 마지막 코스~ 아산 현충사 앞 은행나무길로 향했다. 아직 노랗게 물들기 전이지만 옛날 박통 때 현충사 다니는 권력자를 위해 심고 조성했다는 그 길을 이제는 차가 못다니게 공원으로 가꿔놓았더라. 그러나 떨어져 뒹구는 은행 열매의 향기롭지 못한 냄새 어쩔...!

한강 둔치의 벤치마킹인지 어쩐지 요샌 어느 도시를 가든 하천 변에 산책로와 자전거길, 공원을 예쁘게 만들어놓았다. 그래서 좋다는 얘기. 이름 까먹은 하천 옆 한쪽엔 국화밭이, 맞은 편엔 코스모스 밭이 이제 막 피어나 사람들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꽃밭은 한철 장사(?)겠거니, 인공적이라 흉하다 그러면서 내려갔는데 막상 가까이서 보니 옹기종기 예뻐! ㅋㅋ 온종일 친구 덕분에 눈호강 입호강 한 날이었다. 여유롭게 맨날 놀러다니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이 더욱 깊어졌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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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정리

놀잇감 2016. 9. 29. 21:41

연말정산​(?)을 위해 간단히라도 미리 좀 적어놓아야.. ㅋㅋ


영화

<국가대표2> 뻔한 내용일 줄 알고 봤기 때문에 뭐;; 한줄 평은 수애 예쁘다? ^^; 

<거울나라의 앨리스> 붉은여왕과 하얀여왕의 과거에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이야. '시간' 개념을 다룬 방식이 좋았음

<베테랑>, <뷰티인사이드>, <암살> TV 추석 특선영화 열심히 챙겨봤음. 이제 나도 좀 남들 대화에 낄 수가.. ㅋ

<이퀼리브리엄>, <아이언마스크> 9월의 작업 영화 ^^ 


<쓰기의 말들> 딱 한권 ㅠ.ㅠ


전시

변수옥 초대전

로이터 사진전


등산

북한산 정릉-진달래능선 코스

남한산성

북한산 독바위역-족두리봉-향로봉-비봉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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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력 활용

놀잇감 2016. 9. 7. 23:53


막연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걸 내가 별로 못 견뎌하는 사람이란 걸 준백수 삶을 이어가며 새삼 깨달았다. 뭔가 할일이 있으면서 무작정 미뤄두고 있을 땐 그렇게도 멍하니 뒹굴대는 걸 갈망하더니만...
정작 아무것도 해야할 일이 없고 그 시간이 무한정으로 길어질 수 있다는 위기와 절망(?)이 실감되면서 ㅠ.ㅠ 가만히 있으면 되게 쓸모없는 인간처럼 생각되는 게 아닌가.  

초조해진 나는 결국 뭔가 막 생산적이고 싶어져서 손을 놀릴 일감을 만들어냈다. ㅠㅠ 밖에 나가긴 또 귀찮아서 아직도 남아있는 은실을 활용해 뭘 만들까 하다가, 코바늘뜨개 가방으로 정했스~! 

그러나 코바늘 잡자마자 다시 또 할 일이 생기는 바람에 틈틈이 조금씩 조금씩 열흘도 더 걸려 거의 2주만에 안감 넣기까지 완성. 뜨개질 하면서 블로그나 성실히 해볼까 진행과정을 꽤나 단계별로 자세히 찍었는데 그것도 다 모아놓고 보니 좀 웃기다! 대거 생략해서 첫 사진과 완성본만 공개~ ㅋㅋㅋ ^^ 튼튼하라고 짧은뜨기만 줄창 해대서 어찌나 지루하던지... 그래도 마음에 쏙 든다. 여름은 다 가버렸지만 나몰라라 가을까지 막 들고다녀야지!

째뜬 나란 인간은 맘편히 놀지도 못하는 불쌍한 인간이었다. 나에게 실망했다.

막판 반전은 이 가방을 왕비마마가 탐내셨다는 것! +_+ 크로스백이 아니면 어디 놓고 올지 몰라 안되는 노친네가 웬 숄더백을 탐내시는지... 원할 때 빌려는 드리겠다고 매몰차게 돌아서고는 속으로 좀 찔렸다. 그래서... 일주일 쯤 뒤에 그간 왕비마마의 염원이었던 '예쁜 휴대폰 가방'을 만들어드리는 것으로 퉁쳤음. ㅋ


이건 안감 넣다말고 찍은 사진...  완성본 사진은 별로 잘 안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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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 특별전

놀잇감 2016. 8. 15. 16:07

2016년에 예정된 미술 전시 목록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혔던 호안 미로 특별전. 드디어 보고 왔다. ^___^ 연일 35도를 넘기는 뜨거운 날씨에 집밖으로 한발짝도 나가기 싫었지만, 막상 나가서 시원한 데 들어가면 또 집에 들어오기가 싫어진다. 게다가 호안 미로 전시장은 '추울 정도로'  완전 시원했다. 한 여름 최고의 피서! 방학이라 숙제하러 온 애들 많으면 어쩌나 걱정했으나, 비교적 한산해서 더욱 좋았다. 

나중에 집에 와서 비로소 펼쳐본 브로셔 글귀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통틀어 '최대 규모로' 기획된 전시란다. 정말로 작품들이 엄청 많다! 몇년 전 시립미술관에서 봤던, 한쪽 벽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작품은 보이지 않아서 처음엔 살짝 실망스러웠는데, 마지막 창작 시기 위주로 작품 수가 264점이래고, 그림 이외에 조소 작품이며 도자기 그릇, 화가의 작업실도 고스란히 옮겨다 놓았다. 볼거리가 풍부할 밖에! 

근래들어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엘 가보면, 다닥다닥 비좁게 그림을 구겨넣은 듯한 전시실 배치도 그렇고, 조명도 그렇고, 심지어 그림 걸린 배경 벽의 질감과 색도 영 마음에 안들어 툴툴거릴 때가 많았는데, 우왕 요번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시장은 내 취향에 딱이었다. 미로 작품들과 딱 맞춤한 듯한 배경과 조명! 거기다 플래시 터뜨리지 않으면 사진 촬영도 맘껏 하게 해준다. 아이고 좋아라...

용량부족으로 머리와 마음에 아무리 담아도 금방 휘발되는 기억을 붙잡을 수 있도록 사진도 많이 찍어왔다. 감동.. ㅠ.ㅠ 같이 간 친구는, 내가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그림이라고 미로 작품을 간단히 소개했었는데 의외로 엄청 슬퍼서 울컥울컥 했다는 촌평을 남겼다. 

현대미술 무식자인 나는 호안 미로가 프랑스 출신인 줄 알았었다. 퐁피두 전시때는 분명 표기도 '호앙 미로'였었다규... 근데 알고보니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이고 전쟁 통에 프랑스로 망명했었단다. 흐잉... 가우디와도 교류가 있었고 그에게 영향을 받은 시리즈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 마요르카..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 여행가고픈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마요르카 미로 재단 소유의 미술관에 가고시프다.. 흑..​  

그림감상은 늘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현대미술은 특히나 더 구구절절 해석하고 설명하는 게 더 난감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 호안 미로는 보는 사람 보고 싶은 대로 보라는 의미에서 대다수의 그림에 작품명을 붙이지 않았단다. 웬만한 건 다 '무제'다. 원래 작품명 말고 무제인데도 굳이 이름을 붙인 건 판매상들이 세일즈를 위해 편의상 만들어놓은 것들이라고. 보는 사람 마음대로 봐도 좋다는 화가의 너그러움 또한 엄청 마음에 든다. 그림들이 예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처절하기도 하고.... 암튼 참 아름답다. 눈호강 실컷 했음.

사진도 맘껏 찍을 수 있었겠다... 시시콜콜 잡소리보다는 맛보기로라도 그림을 올리는 것이 이웃들에게 더 도움이 될 듯하야, 이만 총총.. ^^;

[무용수]라는 작품이다. 어렵사리 하나를 골라 갖는다면 난 이걸로 하겠다. ㅋㅋ

마지막에 들른 기념품 샵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2천원씩 하는 큼지막한 엽서는 인쇄의 질과 색감도 좋았는데 어쩐지 한동안 세워놓고 보다 서랍에 쟁여두고 마는 엽서보다는 오래오래 유용한 걸로 사고 싶어서... 핸드폰 케이스(12000원)와 마우스패드(5000원)를 장만했다. 대림미술관 팬톤 전시 때는 기념품 가격이 대체로 너무 사악하다 느꼈는데... ㅎㅎㅎ 미로 전시 기념품들은 가격도 합리적이라 느꼈고 품질도 괜찮은 편이다. 해서... 사고싶은 거 많았는데 참느라 애썼음. ㅎㅎ

포스터는 진열대에 안보이길래 슬며시 다가가서 한 장 주면 안되느냐고 그랬더니 2천원에 판매한다고. 우왓.. 요즘 전시 포스터 거창하게 만들어서 막 만원 넘게 팔던데 웬떡이냐 싶어서 ^^ 얼렁 달라고 했다. 

방문에 붙여둔 브레송 전시 포스터 아래쪽에, 김환기 브로셔를 떼어내고 눈누난나 흥얼거리며 붙여두었다. 돈 많은 사람들이 값비싼 그림을 집에 걸어두고 흐뭇한 마음이 바로 이런 것이겠지.... ㅎㅎ 나는야 싸구려 포스터로도 비슷한 만족도를 얻을 수 있으니 참으로 조으다.


호안 미로 특별전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9월 24일까지 휴관일 없이 계속 전시하고.. 입장료는 15,000원이다. 들어갈 땐 좀 비싼 거 아닌가 했었는데 나오면서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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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놀잇감 2016. 8. 3. 00:00

​올 7월은 이상스레 엄청 길게 느껴졌다. 탄신파티 몇번 하고 나면 후딱 가버렸던 예년의 7월과 달리, 옥수수 농장에 주문해놓고서도 익기를 기다리기까지 며칠간이 한참 걸린 것 같고, 월초에 두번이나 갔던 등산은 아주 까마득한 일처럼 느껴진다. 

탱자탱자 거의 먹고 놀려니 오히려 블로그질엔 소홀했다. 게다가 몇달에 한번씩 마감이 있다가 2주마다 마감에 쫓기려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느긋하게 글을 끼적일 여유 또한 사라졌다. 또한 그간 책도 멀리하고 문화생활도 잘 안하고 탱탱 빈 머리를 통 채우질 않았더니만, 말이든 글이든  문장 하나 만드는데 이렇게 힘들어 어디 해먹겠나 싶을 때가 많다. 글줄로 밥벌이 계속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작년 쯤부터 어느덧 또래 친구들이 대화 중 <그거 뭐야>, <그게 뭐지>를 거의10초마다 추임새로 넣는 걸 내가 막 놀려먹으면, 너도 좀 있어봐라, 머지 않았다는 협박성 예언을 들었는데, 정말로 나 역시 파닥파닥 낱말이 떠오르질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가뜩이나 뭔가를 설명할 때 서론도 길고 말이 긴 인간인데 이젠 거두절미하고 요점만 잘 추려서 말하는 법을 새로 익히기라도 해야할 것 같다. 

어휘를 더 잃어버리기 전에 우선 책, 책, 책을 읽어야해! 라고 생각을 하지만 더운 날씨 핑계로 몇달째 책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지도 이러면서 무슨 책 안읽는 국민들 탓을 하고 난리냐, 급반성.

탁상 달력을 오늘에야 8월로 넘기려니 7월엔 칸칸이 뭐가 이리도 적힌 게 많은지... 웃겨서라도 기록을 해놔야지 싶었다. 


1. 등산: 북한산(정릉코스), 양평 소리산

북한산이 명산인 건 갈 때마다 느끼지만, 정릉 계곡이 그렇게 깊고 청량한 줄은 정말 몰랐었다. 까마득한 옛날에 소풍도 가고 그랬는데 완전 새로운 느낌. 언제고 북한산을 능선따라 한번 종주해보고 싶다. 어렸을 때 멋 모르고 부모님 따라갔던 것처럼... 송추에서 우이동까지? ㅋㅋ 

양평 소리산 역시 계곡이 일품. 비 많이 내린 며칠 뒤에 가서 계곡물 구경 제대로 했지만, 곳곳에 바위가 미끄러워서 애도 많이 먹었다. 낑낑대고 올라갔다 내려와서 시린 계곡 물에 발 담그고 노는 게 좋아지면서 점점 아저씨가 되어가는 건가 민망하다. 예전 같으면 등산화 벗는 거 귀찮아서 절대 싫다고 했었는데 ㅠ.ㅠ 

2. 영화: <굿바이 싱글>, <귀향>, <내부자들>, <의궤, 8일간의 축제>, <제이슨 본>

 <굿바이 싱글>은 내가 고른 게 아니라 아무 기대없이 보러 들어갔다가 의외로 재미나게 눈물도 흘리며 봤다. 김혜수, 마동석 연기야 뭐 믿고 보는 거라 치고, 서현진이 마동석 부인으로 나왔다는 거! ㅋ 요샌 영화든 드라마든 아역배우가 연기를 잘해야 완성도가 높아지는 듯. 십대 미혼모로 나온 김현수 연기가 대단하다 싶었다. 김혜수한테 안 밀려! ㅎㅎ

<제이슨 본> 돌아온 맷 데이먼! 말이 필요없다. 기억도 다 돌아온 마당에 더 무슨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ㅎㅎ 기대를 했는데도 그럭저럭 좋았다. 주말에 빈 자리 하나도 없는 극장에서 몸을 움찔움찔 하며 봤음. 폭력은 너무 과하지 않을 정도이고 늘 그렇듯 액션과 추격 신은 풍부하다. 

뒷북으로 본 <귀향>, <내부자들>은 볼까말까... 벼르다가 본 거라서... 그냥.. 의외로 좋았다, 고만 쓰련다. <의궤, 8일간의 축제>는 KBS다큐멘터리 3부작인가로 다 본 건데도 영화판으로 한번 더 보며 눈요기했다. 리움 미술관에서 봤던 화성능행도 그림들을 떠올리면서..


3. 공연: <ONE LOVE> 콘서트 @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친구따라 묘한 팬질을 하고 있다. ㅋㅋ 토요일 낮공연엔 유열, 이사벨, 임태경이 차례로 나와 노래를 서너곡 씩 불렀다.  판매수익이 재난구호단체에 기부된다고 해서 사실 대단히 부실한 공연을 고가에 보고도 그리 분노하지 않았다. 백주년 기념관의 지나치게 빵빵한 에어컨에 놀란 몸이 심한 냉방병에 걸려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라 공연 중간에 밖으로 뛰쳐나가기까지.. ㅠ.ㅠ 했던 것과 상전벽해가 따로 없구나 싶었던 놀라운 백양로 풍경이 더 기억에 남았다. 


4. 드라마: <굿 와이프>, <닥터스>

박신혜의 은근 팬이라 <닥터스>를 열심히 챙겨보고 있다. 오글오글 병원에서 의사들이 연애하는 얘기 뻔하다며 많이 접어줬는데도 느글느글 김래원표 홍지홍 쌤까지 귀엽고 사랑스러워졌다. 특별출연하는 배우들도 대단. 어제 오늘은 남궁민이랑 애들 때문에 눈물 찔끔.  

<굿 와이프>는 케이블 TV 챙겨보기 어려워서 안 보고 있다가 주변의 추천으로 뒷북 탑승했다. 와... 다들 왜 보라 그랬는지 알겠다. 전도연은 비뚤어진 입 때문에 한쪽만 더 깊어진 주름까지 아름다운 자태로 김혜경 변호사를 멋지게 그려내고 있고, 유지태의 폭발할 듯한 존재감이 대단하다. 유지태한테 좀 밀리긴 하지만 윤계상도 그만하면 잘하고 있고 , 무엇보다도 법조계와 정재계 비리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 죽겠다. 누가 정말 나쁜 놈인지도 아리송...  그게 매력이다.   


5. 먹는 게 남는 것이 아니고, 사진으로 남은 먹거리 ^^;

이젠 식상해져서 예전처럼 음식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있진 않지만, 여전히 푸드포르노 트렌드에서 벗어나진 못한 것 같다. 민망하면서도 얼른 사진으로 남겨둔 음식의 자태를 가끔 휴대폰으로 넘겨보며 뿌듯하다. 그래, 이날 이건 이런 맛이었지... ㅠ.ㅠ

하지만 음식과 함께 그날 같이 있었던 사람들, 주고받은 이야기도 함께 떠오르기 때문에 내겐 그 또한 소중한 기록이다. 나 이렇게 잘 먹고 잘산다는 과시형 목적보다는 정보공유 차원이라는 핑계도 있다. 나중에 찾아보긴 나도 여기가 젤 편하다니깐요...

라뮤즈 드 연희의 음식들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비프스테이크, 라구 파스타, 리코타 치즈 샐러드, 라뮤즈 버거다. 룸이 여럿 있는 모양이어서 가족모임하기 딱이었는데 가격대비 만족도를 따진다면 흠... 글쎄 ^^; 괜찮은 것도 같고. 브런치나 런치 세트 메뉴는 가격도 괜찮아 보였지만, 우린 샐러드 제외 1인 1메뉴가 필요한 대식가 부대이고 저녁 시간이라, 200g짜리 고깃덩어리도 좀 작아보였다. 300g짜리를 시킬 걸 그랬나 했었음. 10명이서 스테이크 다섯 접시, 버거 2개, 파스타3개, 샐러드 4개 완전 클리어! 그나마 파스타 1개는 나중에 추가주문했는데 실수로 주문이 안들어가서 안 먹고 나왔음. ㅋㅋ 밖에서 스테이크를 잘 안 사먹어봐서 가격대를 모르겠다....  ㅎㅎ  대체로 맛있게 먹었고 친절해서 음식과 서비스 면에선 좋았다. 많이 먹었다면서 나중에 아이스커피 서비스로 줬음. 일방통행 골목에 있고 주차장도 없는 2층 주택 개조 레스토랑이지만, 골목 입구에서 발레파킹 가능!  담엔 맥주랑 안주를 먹으러도 한번 가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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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일

투덜일기 2016. 3. 13. 17:20


며칠 전에 만난 친구 S(라고 쓰고 '지인'이라 읽는다)에게 최근들어 가장 충격적인 조언을 들었다. 대학 동창인 S는 오래전에도 내게 눈두덩 지방질 제거+쌍꺼풀 수술을 '꼭' 하라고 (그것도 지 남편네 병원에서) 자꾸만 닥달을 해서 짜증나게 만든 인물인데 ㅋㅋ 잊을만 하면 한번씩 아주 심상한 얼굴로 이것저것 조언을 하며 나를 놀래킨다. 


물론 <제발 쌍꺼풀 수술 좀 해라> 드립은 내가 들은 척도 안하니깐 (내 미모가 어때서!?로 맞섰더니 기가 막혔는지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나보다 ㅠ.ㅠ 물론 S는 30년전에도 지금도 자타가 인정하는 아주 빼어난 미인이다)포기한 거 같더니 몇년 전부터는 또 <라섹수술>을 하라며 들들 볶는다. 나는 1) 일단 무서워서 못한다. 2) 갖고 있는 안경들 아까워서 못한다. 게다가 안경이 내 얼굴에 햇살이다. 3) 돈 아깝다. 이 세 가지 이유로 반박중인데 S는 1) 자기가 해봐서 아는데 하나도 안 아프고 안 무섭다. 요즘 기계와 기술 좋아졌다. 2) 안경을 아예 쓰지 말라는 게 아니고, 돗수 없는 알로 바꿔 끼면 된다. 3) 수술비 싸졌다. 밤에 자다가 눈떠도 다 보이면 얼마나 편한지 아니... 라며 나를 설득하려 애쓴다. 어휴...


요번에 친구들이랑 다 같이 만난 자리에서도 또 노안수술 겸 라섹 하라고 잔소리를 해주시길래 그냥 씩 웃고 말았다. 속으로만 싫어! 그러면서. 물론 나를 진심 염려하고 생각해서 (몇년 더 있다 맘 바뀌어서 수술하려고 들면 이미 늦는다나;;) 하는 조언이라는 건 알겠는데 사람 취향도 있는 거지, 제멋에 살다 말게 냅두지 왜 저렇게 열심인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마침 최근에 라섹/라식 수술을 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하다는 친구가 한 명 더 있어서 일순간 나는 완전 촌스러운 겁쟁이로 공격을 당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ㅠ.ㅠ 그래도 다들 내 똥고집을 모르는 것도 아니어서, 다시 잘 생각해봐라 정도로 마무리가 지어졌는데...


그 다음 화제는 하필 폐경(완경?)과 갱년기였다. 아직 멀쩡하다는 친구도 있고 몇년 전부터 여러 증상을 느끼는 친구도 있고 벌써 아예 페경이 된 친구도 있고 아직은 폐경 전이지만 가족력 때문에 걱정을 하는 이도 있어서 동병상련을 한참 토로했는데, 이미 폐경이 됐으나 아무런 어려움 없이 갱년기를 넘긴 것 같아 행복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는 S가 다시 내게 화살을 돌렸다.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니깐 나더러 폐경 되기 전에 난자를 냉동시켜두는 게 어떻겠느냐고. @.,@ 


헉. 처음엔 말문이 막혔다. 무슨 근거로 내가 다 늙어서라도 꼭 아이를 낳고 싶어할 거라는 생각을 했을까. 헛웃음도 나왔고, S의 상상 속 내 아이가 엄청 불쌍했다. S는 남편 필요없는 건 알겠는데 너 자식은 하나 있어야한다, 50살에 늦둥이 낳는 사람들 흔하다, 허수경은 정말 지혜로운 사람인 것 같다... 앞일은 모르는 거다, 너 나중에 마음 바뀌면 후회스러워서 어쩔래... 아주 진지한 얼굴로 설득에 나섰다. 또 한 번 어휴...


가만 있으면 가마니인줄 알고 앞으로도 계속 밟을 것 같아서, 아이는 예쁘지만 나 혼자도 벅찬데 양육의 책임과 의무를 떠안을 자신도 없고 늙은 엄마 밑에 태어나는 아이에게도 그건 못할 짓이고, 난자 냉동하려면 난임부부 시험관 아기 시술 때처럼 얼마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하는지 제대로 아느냐고 따져서 말문을 막아버렸다. 제발 나좀 냅둬줄래!! 가 내가 하고픈 말이었지만 차마 그렇게는 말 못하고...


사람의 앞일은 모르는 거라고 하는 말 나도 잘 안다. 등산만 해도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산에 다니게 될 줄은 나를 포함해 아무도 몰랐다. 고양이 싫어하던 사람이 고양이 집사가 되어 몇마리씩 키우는 사람들도 있고, 개 무서워하던 내가 조카네 개 한테는 손바닥에 고기랑 사과도 놓아먹이게 되었으니 앞으로 또 내가 어떤 변덕을 부릴지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근본적인 성향과 취향이라는 게 있는데 그게 그리 쉽게 변하나? 흠... 후회를 하든 말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그 정도의 어마어마한 결정과 고민은 이미 젊을 때 다 하고 살아왔다는 걸 S는 잘 모르는 건지, 인정을 안하는 건지. 하여간에 너무 놀라워서 기록해둘 일이라고 여겨졌다. ^^ 째뜬 어디 한 번 그저 두고보는 수밖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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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부터 읽기 시작해서... (겨우) 올 2번째 완독 책이다. -_-;;

스콧 스토셀/홍한별 옮김/반비/2015


​<애틀랜틱>지의 에디터이자 여러 잡지에 칼럼을 기고하는 작가 스콧 스토셀이 30년에 걸친 자신의 불안증 병력을 눈물겹도록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철저한 자료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역사적으로 '불안'을 속속들이 해부한 책이다. 작가 본인은 '불안에 대한 문화와 지식의 역사'를 집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던데 그 말이 딱 맞다. 

인류가 탄생한 후부터 불안이라는 감정이 없었을 때는 없었을 테고, 그렇다면 인간의 여러 감정 중에 불안이 언제부터 주목을 받고 병적인 기질로 받아들였는지, 고대 그리스 신화부터, 기원전 사상가들의 저서, 성경을 거쳐 최근 심리학자, 정신과의사들의 이론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불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었는지 총망라 되어 있다.

그러니... 내가 이 책 한권을 끝내는 데 엄청 오래 걸린 것도 다 그럴 만하다. ㅋㅋ 저자 본인의 에피소드와 가족력 부분은 아무래도 재미나게 읽히다가 온갖 이론과 약물과 학계 이야기가 나오면 마구 머리가 복잡해져서리...

그래도 대체로 재미나고 유익한 독서였다. 아마도 50년 넘게 우울증을 친구처럼 달고 계신 환자를 보필하고 있는 관계로, 왕비마마가 과거에 드셨던 약과 현재 드시고 있는 온갖 약이름이 다 언급되고 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뭐 물론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유전적으로 내가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높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지만서도) 계단 공포증이라든지 설치류 공포증, 고소공포증, 폐소공포증... 이런 것들이 다 불안증 환자의 자질이라는 사실도 깊이 실감했다. ㅎㅎㅎ 내가 어딜 가든 길을 잃을 것에 대비해 운전하면서도 미리 표지판을 살펴두고, 산에 갈 때 꼭 나침반 챙겨가고 ^^; 매사에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경우의 수를 미리 꼽아보는 등등... 아이고 참... 그러면서도 이 정도 살면 이 책의 지은이에 비하면 훌륭한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ㅋ


지은이는 유치원에 다닐 때부턴가 구토공포증 때문에 학교 가기가 무서웠고, 비행기도 무서워하고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것도 무섭고... 중요한 순간이 닥칠 때마다 그 스트레스로 무너져내렸단다. 결혼식 때도 당연히. 암튼 그래서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5, 6세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온갖 약물과 술과 상담으로 불안에 맞서 버텨나가는 중이다. ㅠ.ㅠ 안타깝게도 불안증은 지은이의 어머니와 외조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고, 저자의 어린 딸에게도 이어진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연구한 결과 어릴 때 아주 잠깐 스트레스에 노출되어도 뇌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 시스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병적인 불안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데, 영장류 동물을 지켜보니 그 영향이 손자녀대에까지 미친단다. 으악, 그럼 나의 조카들도 혹시?? ㅠ.ㅠ

아주 오래전 첫조카 ㅈㅁ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가족을 그리고 그 밑에 특징을 써내는 수업을 했는지 나중에 공책을 가져왔는데 딴 사람은 다 까먹었어도 울 엄니 아부지에 대한 묘사는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 돈을 잘 준다 
할머니: 걱정이 많다
ㅠㅠ

인간의 22번 염색체에 있는 COMT 유전자에 데이비드 골드먼이라는 사람이 "걱정꾼-싸움꾼 유전자"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그러니깐 지구상 인구 가운데 25퍼센트(울 엄마랑 나 포함!)가 걱정꾼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ㅎㅎㅎ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지은이가 불안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혹시 그 놀라운 방법이라도 읽게 되기를 몹시 바라며 책장을 넘겼지만, 당연히 그런 건 없다. 이 책을 쓰느라고 또 여러 종류의 불안에 휩싸여 전전긍긍했던 이야기가 더 나올 뿐... 책 제목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에서 이미 해답은 없다는 걸 직감했어야 했나? ㅎㅎ 원제는 My Age of Anxiety. 

낙담하는 독자(와 지은이 스스로)를 위한 마지막 위로는 많은 경우 "불안이 예술적, 창의적 재능과 같이 나타난다"(414쪽)는 주장이다. 찰스 다윈, 프로이트, 에밀리 디킨슨, 헨리 제임스, T.S. 엘리엇, 카프카, 프루스트... 우디 앨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휴 그랜트...  병적으로 불안에 시달렸지만 재능 있는 예술가들의 목록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타인들의 감정과 사회적인 분위기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살피기 때문에 직업적인 성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고... 

어쩌면  "불안은 타인지향적 인간의 숙명이자 천형이다."라고 적은 옮긴이의 말 한 줄에 모든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는 듯하다. ^^
옮긴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어휴... 교재나 학술서 말고, 인문교양서 치고 주석이 이토록 빽빽하고 양 많은 책은 보다보다 처음이어서 동종업계 사람으로서 번역하느라 얼마나 빡세게 고생을 했을지 웃음이 나다가 안쓰럽다가 괜히 화도 막 나고 그랬다. (어떻게 이런 책을 인세로!!!!) 




암튼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나의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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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을 보듬다

놀잇감 2016. 2. 17. 17:43

​또 고궁박물관 전시다. ^^; 게다가 2월 14일까지로 이미 끝나버려서 후기 올리기도 좀 민망하지만.... 감상하던 당시의 놀라움과 기쁨을 생각하면 그냥 넘어가지 말아야지 했다. 


<궁 프로젝트 - 창덕궁을 보듬다>는 문화재청과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매년 진행하고 있는 기획전시인 모양이다. 나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라는 대학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우왕... +_+ 

'전통미술공예학과'의 4학년 학생들 작품이라는데 완전 깜놀했다. 어쩜 그리도 솜씨가 뛰어나고 작품들이 정교한지... 과거 도화서 화원들의 환생이구나 싶었다. 상상력과 아이디어도 뛰어나고, 완성도도 높고...

벌써 세번째라서 내년엔 '경복궁'을 주제로 삼는다는데 기대가 크다. 

창경궁을 주제로 삼은 이번 전시엔, 일제강점기에 '창경원'으로 놀이터가 되어버린 창경궁의 비운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작품부터, 동궐도 창경궁 부분에 사람들을 그려넣어 생명을 불어넣은 작품, 타버린 철종 어진을 모사 복원해 놓은 작품까지 볼거리가 쏠쏠했다.

문화재 복원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고등학생 딸을 둔 지인과 함께 봤는데, 이 학교 들어가기가 엄청 힘들단다. 왜 안 그렇겠나! 미술적 재능에 역사적인 지식과 관심까지 두루두루 갖춰야 할 수 있는 일이 문화재 복원이 아닐까나. 째뜬 작품을 둘러보며 내가 막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문화재 복원사업 한답시고 기성세대들은 종종 목재 팔아먹고 뇌물 받으며 턱턱 비리에 연루되지 않으면 생색내기용 졸속 복원으로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지만, 몹시 열악한 지원상황에도 파릇파릇한 젊은 세대가 꿈을 키우며 버텨주고 있구나 싶은 것이...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친절하게 작품제목까지 다 찍어왔어야 했는데... ㅠ.ㅠ (사진은 클릭하면 적당히^^ 커짐)

맨 왼쪽 작품은 창경궁 뜰에서 비명을 달리한 사도세자의 뒤주를, 가운데는 박쥐문양을 비롯한 벽사의 상징을 담은 단청을, 맨 오른쪽은 놀이동산으로 변한 창경궁의 모습을 유리정원과 동물 모습까지 겹겹의 동심원 안에 빼곡하게 담아냈다. 아이디어도 좋지...  


왼쪽은 내가 아래 어진 전시에서도 언급했던 철종의 군복 어진을 실물크기로 모사해 타버렸던 왼쪽을 완전 복원한 그림이다. 딱 내가 보고싶었던 완성작! 전시장 디지털 화면엔 학생들이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들을 찍은 사진들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서양화처럼 이젤을 세워두고 그리는 게 아니라 정말 옛날 방식대로 바닥에 큰 화폭을 깔아두고 그 위에서 엎드리다시피 쭈그려 작품활동을 하는 어린 예술가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오른쪽 그림은 창경궁 유리식물원. 곳곳에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있는데 숨은 그림찾기 하듯 한 사람씩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다. ^^; 초록색이 너무 예쁘다! 


마지막으로 찍어온 그림은... <동궐도>의 부분부분에 사람들을 그려넣어 기록화처럼 만든 작품 시리즈. 윗줄 맨 오른쪽 그림을 보면 무슨 잔치 준비중에 궁녀 한 사람이 바닥에 엎드려 혼이 나고 있는 것 같다. 무슨 사연인지 정녕 궁금...  아랫줄 맨 오른쪽엔 정조가 혜경궁홍씨 회갑연을 화성에서 마치고 돌아와 궁궐 문앞에서 백성에게 쌀을 나눠주게 했던 장면을 표현한 거라는 듯. 이런 작품을 그리면서 예술가는 특히나 뿌듯하고 막 행복해했을 것 같다. 부러워라... (물론 섬세한 선그리기 반복작업 때문에 괴롭고 좌절하는 순간들도 많았겠지만!) 

​앞으로도 이어질 궁 프로젝트도 열렬히 응원하겠고, 이 학생들에게 부디 빛나는 미래가 펼쳐지길 빌겠다. 그림쟁이의 어려움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쭉~ 이어질 숙명인듯 해서 특히 짠한 마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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