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월 영화 & 책

놀잇감 2020. 2. 3. 01:35

2019년 각종 문화생활 베스트 포스팅은 적다 말고 그냥 비공개로 두었는데;; 과연 2020년은 제대로 기록을 남기게 될까. 암튼 일단 시작은 해보는 걸로.

= 영화 =

총5편을 보았다. 

* 스타워즈: 라스트제다이 - 시리즈 마지막을 보려고 하니 전편 내용이 기억나질 않아서 한번 더 챙겨보았으나 아직 마지막편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보지 못했다. 내리기 전에 빨랑 봐야되는데;; 
* 가장 보통의 연애 - 설날연휴에 무료로 풀렸길래 봤음. 
* 유열의 음악앨범 - 역시나 연휴 동안 무료길래 봤다. 두 로맨스 영화 중에선 차라리 가장 보통의 연애가 좀 더 나았던 듯. 주인공들의 나이대와 관련이 있었을까? ㅎㅎ 벌써 잘 기억도 안난다. 
* 파바로티 - 유일하게 극장에서 본 영화다. 지인께서 음향특화된 영화관에서 보고싶다 하시었으나 이미 그런 곳은 없어졌고 시네큐브에서 하루 한번 정도 상영하고 있어서 다행. 오페라는 모르지만 파바로티의 노래 몇곡은 되게 좋아하는데 개인사는 모르는 게 나을뻔했다.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인류애를 펼쳤으나 주변 여자들에겐 사랑이란 이름으로 상처를 준 뻔뻔한 불륜남. 기대보다 음악도 많이 나오질 않고 초기 영상들은 당연히 화질도 음원도 구리다. 정작 꼭 보고싶다고 했던 일행은 옆에서 코를 골며 절반 이상 잠들었다. +_+

* 우리집 - 윤가은 감독,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주연. 1월에 본 5편의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최고작이다. 아이들의 연기가 어쩜 그리도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지. 어른인게 부끄럽더라.  배우들과 장면이 좋아서 화면 캡쳐도 했음.


= 책 = 

달랑 2권을 보았다.

* 백의 그림자 - 황정은 장편소설, 민음사

작년에 동네 서점에서 블라인드 선물(내용물이 뭔지 모르게 포장해 놓고 작품에 대한 힌트만 메모해놓는다)로 구매해놓고선 좀 읽다가 머리 맑을 때 읽고 싶어 좀 아껴두었다가 드디어 마무리. 생각해보니 요즘 한국 소설을 별로 안읽고 살았던 듯 신선하고 깔끔하니 좋았다.

*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 - 이다혜 지음, 현암사

재작년부터 페미니즘 관련 책들 몇 권 사두고 다 건드리다 말다가 완독한 게 드물다. 작년 연말에 <밀크맨> 북토크 행사때 진행자로 나온 저자를 보고서야 아 맞다, 그 책 마저 읽어야지 했다. 최근에 나온 책보다 역시 난 이 책이 더 좋았다. ^^; 

2월엔 좀 더 많은 문화적 소양(?)을 쌓게 되길 빈다. 전시도 책도 좀 다 보고, 보고프다고 생각한 영화도 좀 놓치지 말고 찾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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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늦은 정리

놀잇감 2020. 1. 3. 01:05

작년엔 블로그도 멀리했지만 대체로 뭔가를 정리하는 것 자체를 게을리했다. 삶이 엉망진창 뒤죽박죽 제멋대로 흘러간 느낌이다. 그래도 뭔가 아쉬워 탁상달력과 메모를 토대로 대충이나마 한해 기록을 남긴다.

 

= 등산 (그나마 열심히 했으니 1번으로 기록)

3월 도봉산

4월 섬진강트레킹, 강화도 답사

5월 청계산, 가평 호명산

6월 삼척 쉰움산

7월 문경 대야산

9월 북한산 14성문 종주 중 7개 

10월 홍천 금학산, 과천 서울대공원 산림욕장

11월 순천 조계산

12월 아차산&용마산 

그밖에 두어개 이빠진듯 남겨두었던 서울둘레길 스탬프를 모두 찍어 완주했고 (아직 완주증은 못 받으러감 ㅎㅎ)

한양도성 한바퀴 순성도 2번이나 완료.

걸핏하면 도지는 무릎건초염(근막염)과 사라져버린 알량한 근력과 폐활량을 되찾아 다시 산에 열심히 다니는 것이 새해 목표다. 그런 의미에서 1월 1일에도 동네 산에 산책 다녀옴. 

 

= 전시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전 (국립중앙박물관)

우리 강산을 그리다: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국립중앙박물관)

성북동 가구박물관 

세브란스 이승오 작가 종이공예화 

코엑스 서울 도서전

서울역 전기우주

2019년도 예정 전시를 20개쯤 적어두고 기대했는데 거의 못다녔다. ㅠ.ㅠ 호크니 전시를 결국 놓친 것이 가장 뼈아프다. 

 

= 공연

Slow Life Slow Live 첫날 스팅, 루카스그레이엄, 코다라인

이윤애 제자 음악회(벨로)

연극: 대학살의 신, 안나마수나마라, 그남자 그여자, 2019톡톡

뮤지컬: 팬텀

 

= 영화

나랏말싸미

토이스토리4

겨울왕국2

 

=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www.검색어를 입력하세요

눈이 부시게 

나의 아저씨 (뒷북으로 몰아서 봄) 

 

= 독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백세희 지음

패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할로우 시티/영혼의 도서관 - 랜섬 릭스 지음/이진 옮김

먹고 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 노지양 지음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이현정 옮김

길 위의 인생 -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고정아 옮김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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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저녁에 떠나서 순천에서 1박하고 9일 새벽에 순천만을 돌아본 뒤, 곧장 조계산을 오르는 빡빡한 일정에 따라 나섰다. 경기 강원 근교 산이야 뭐 마음 먹고 친구들과 스케줄 짜면 갈 수는 있겠지만, 남도 쪽에 있는 산들은 이렇게 단체로 버스 타고 가는 기회가 아니면 가보기가 쉽지 않다. 

서울 모처에서 7시30분에 출발. 밤길이고 거의 다 가서도 길이 꽤 막혀서 밤 12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버스에서 나눠준 김밥을 헐레벌떡 먹었지만 그래도 출출한 건 사실이고 결국 새벽 1시반에 라면에 계란 넣어 끓여먹고서야 뿌듯한 배로 몸을 뉘였다.

당연히 잠은 설쳤고, 계획대로 6시에 펜션을 출발해 순천만 돌아보기 시작. 으아.. 이 얼마만에 보는 여명과 일출인가.​

벌써부터 오리들이 꾸륵꾸륵 울어대며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높고 멀어서 사진엔 잘 안보이지만 맨 오른쪽 사진엔 활강하는 새 한마리가 찍혔다! 

7시 5분이 일출시간이라며 다들 헐레벌떡 용산전망대라는 곳을 오르는데... 에고에고... 날도 추웠고 길은 멀고.. 결국 맨앞 일행은 몰라도 다들 일출을 보는 건 실패했다. 그래도 올라간 보람이 있을 만큼 숲길도 풍광도 아름다웠음.

순천만 갯벌에서 자라는 갈대도 멋졌지만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와 동글동글한 섬과 구불구불한 물길, 멀리 보이는 섬들이 어쩜 그렇게 정겹고 에쁜지! 오른쪽 사진에서 붉게 보이는 건 '함초'라고 한다. 함초소금이 분홍색인 이유가 있었어!

전날 밤에 미리 라면을 안 먹었으면 어쩔뻔했냐고 계속 투덜댈 정도로 이미 뱃속은 허기져서 꼬르륵꼬르륵 울어대고, 방한에 신경을 덜 쓴 관계로 내려올 땐 손시리고 춥고... 아침 식당에 가자마자 꾸역꾸역 밥으로 속을 채웠다.

​다행히 조계산 정상 장군봉을 향해 가는 대신 이왕이면 여유롭게 가을산을 만끽하는 쪽으로 방향이 수정되어 선암사에서 송광사 넘어가는 길로 모두 향했다. 얼마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7대 사찰 중 하나인 선암사엘 드디어 가보는군 싶어 신이 났다. 까마득한 옛날 고딩 시절에 '여름수련회'로 갔던 통도사와 대흥사, 마곡사를 가본 걸로 친다면, 비교적 최근 답사로 다녀온 법주사, 부석사를 포함하고 이번 등산을 계기로 6개 클리어. 안동 봉정사만 가보면 되겠다. (그러나 통도사, 대흥사, 마곡사도 30여년전이 아닌 요즘 모습을 좀 보고싶다. ㅠ.ㅠ)


선암사에서 꼭 눈여겨보아야할 것들이 여럿이라고 현직 역사선생님이신 선배가 미리 준비한 동영상도 보여주고 설명도 해주는 걸 비몽사몽 대충 넘겼으나 그럼에도 선암사의 백미라는 승선교는 그 이유를 알겠더라.

승선교의 무지개 아치 안으로 쏙 들어오는 저 전각을 보려면 개울 아래로 내려가야하는데 ^^; 귀찮아서 난 내려가지 않았고 선배님들이 찍은 사진을 이렇게 퍼왔다. ㅎㅎ 내가 찍는다고 더 잘 찍을 것도 아니고!​


​그래도 이 사진은 내가 직접 찍었음. 파란 하늘과 앞서 걸어가는 일행들의 뒷모습과 노란 단풍이 정말 예뻤다.

올 가을은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잎들이 물들기 전에 말라버리거나 타버리거나 오그라들어서 단풍이 별로 안 예쁘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아직 단풍이 절정이 아닌 순천엔 예쁜 나무색이 정말 많았다. 

빨갛고 노란색, 그 중간색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여기저기서 탄성을 자아냄. 그러나 역시 휴대폰으로 담아온 사진들은 그 느낌을 제대로 살려내주지 못하고... 에효. 

이번에 처음 안 건 선암사가 조계종 사찰이 아니고 태고종 사찰이라는 것. 그래서 스님들이 입은 가사 색깔이 갈색이 아니고 새빨간 색이다. 태고종은 승려도 결혼을 할 수 있으니 각자 스님들별로 살림집이라고 할 수 있는 요사채가 곳곳에 나뉘어 있고 크고 작은 암자도 자잘하게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런 구조의 절집은 정말 처음 보는 느낌.

 


어딜 찍어도 옆 건물 기와가 서로 겹쳐져 걸리는데 그게 또 매력이다. 한옥집 짓고 살며 처마에 나도 풍경 매달고 싶으다.. ㅠ.ㅠ 


어딜 봐도 고풍스러운 사찰의 매력이 느껴졌는데... 꼭 보아야할 것 중 하나가 원통전 모란무늬 문살이라고 해서 홀로 앞장서 다니며 마구 찾아다녔으나 실패. ㅋㅋ 결국 선배님이 가르쳐주셨다. 내가 보러 다녔을 땐 문을 열어 젖혀놓고 예불 중이어서 보였을 리가 없다. 아래 맨 오른쪽 사진이 바로 그 선암사 원통전의 모란문살이다. 진짜 정교하고 아름답고 단청을 새로 하지 않아 고색창연하고... 

선암사의 '뒷깐'까지 서둘러 구경을 마친뒤 송광사로 출발했다. 스님들이 노상 다니는 길이라 수월하다매! 기막혀서... 돌계단이 끝이 없고 구간구간 경사는 또 왜 그리 가파른지. 잘난 척 스틱 없이 오르다가 결국엔 헉헉대며 스틱을 펼쳐들고 몸을 실었다. 다행인 것은 조계산엔 중턱에 보리밥집이 있어서 굳이 도시락을 싸들고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바라보이는 산자락에도 동글동글 단풍색이 예뻤는데...


부침개와 도토리묵을 추가한 4인 상의 위용.





몇번의 헉헉대는 고비를 넘긴 끝에 깔딱고개를 넘고 넘어 '원조 보리밥집'에 도착했다. 산속에 보리밥집도 심지어 여러개! ㅋㅋ 비닐하우스를 곳곳에 짓고 그 안에 평상을 깔아놓은 식이었는데, 배도 고팠지만 우와 쌈채소도 싱싱하고 반찬이 다 맛있었다. 한잔 곁들인 동동주인지 막걸리도 환상의 맛!

아침을 배불리 먹은 뒤 1시도 안 되어 맞은 점심시간인데도 밥한 공기 다 비벼서 이 한 그릇을 싹싹 다 먹어치웠었더니만 진짜 잘먹는다고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아 예, 제가 간식은 안먹어도 밥은 엄청 잘 먹습니다요. 밥심으로 살지요.. 

이 원조집은 무려 1980년(!)부터 영업을 했대고 월요일엔 휴무란다. 도시락 없이 월요일에 조계산 등산하다 찾아가면 큰 낭패일듯. 혹시 모를 훗날을 위해 나도 기록해놓는다. (근데 과연 또 가게 될까? ㅠ.ㅠ) 



흡족하게 부른 두들기며 출발해보니 송광사까지 아직도 남은 거리가 3.5km쯤. 다시 수많은 돌계단과 비탈을 오르고 내려 드디어 송광사를 만났다. 정상만 안 갔지 거리로나 경사로 보나 힘든 등산은 똑같이 다 한 셈이었다. 다들 지치고 시간도 많이 지체되어 송광사 경내는 최대한 후다닥 돌아보기로. 

초록색부터 연두색, 노란색, 선홍색까지 모두 매달고 있는 환상적인 단풍나무들이 곳곳에 있었으나... 사진으로 찍으면 이 정도가 최선이다. ㅠ.ㅠ

​​선암사의 고색창연함에 너무 감탄했던 모양인지, 다분히 새것으로 갈아엎어 현대식 느낌이 풀풀나는 송광사는 상대적으로 별로 감흥이 없었다. 나름 멋진 건축이다 싶었던 회랑과 누각의 위용은 이 정도... ​

내가 귀찮아서 휙휙 찍은 사진들이 위와 같다면 다른 분들이 심혈을 기울여 찍은 모습은 또 좀 다르다. ^^; 

왼쪽은 내가 찍은 선암사의 해우소.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함! 그래서 난 안들어갔고.. 가보면 엄청 높아서 고소공포증이 느껴진다고 한다. 안 들어가길 잘했지. ㅋ

아이폰으로 대충 난사누군가 신형폰으로 찍어 공유해준 사진

이날은 아침 6시부터 펜션을 뛰쳐나가 집에 11시반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3만7천여보를 걸었더라. 하산 길에 무릎보호대를 했음에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오른쪽 무릎이 아파 낑낑거렸고, 다음날 당연히 근육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1박 2일간 이렇게 알차게 돌아보는 일정이 또 어딨겠나 싶어서 뿌듯했던 가을나들이. 단풍든 나무는 정말 실컷 다 보아서 여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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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도 2장밖에 안 남았고, 날씨가 하루하루 추워지는 걸 보니... 올해도 후딱 흘러갈 것 같다. 연말이 되면 괜한 조바심에 뭔가 기록을 남겨야할 것 같지만 또 워낙 게을러서 올해는 뭘 하고 뭘 보고 어딜 다녔는지 죄다 아득하다. 

그래도 기억에 또렷이 남은 공연이 있으니, 적어두자.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19. 7월이었던가 8월이었던가 아무 정보도 모르고 있다가 벨로가 스팅 내한 예정되었다고 해서 후다닥 예매 오픈일에 무작정 당일권 예매를 했다. 과거 스팅공연을 함께 다녔던 일행을 떠올리면 석장을 사야겠으나, 요샌 관계가 좀 서먹해진 고로 2장만.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흘러 드디어 10월 5일. 하필이면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정치적 세싸움을 벌이는 중이었고 설상가상 올림픽공원 주변 여러 경기장에선 전국체전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처음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려했으나 담요에다 돗자리에다 소소한 먹거리에다 따뜻한 차와 물이 든 보온병에다가 짐도 많았고, 공연 끝나고 난 시각에 일행이 파주까지 가는 일이 요원하여 차로 움직이기로 했다.

다행히 꽉찬 공원 주차장을 한바퀴 돌고 났을 무렵 한 대가 빠져나가는 바람에 신나게 주차완료. 오후 4시쯤 올림픽공원 잔디마당 도착했다. 둥두르둥둥 울리는 음악 소리에 벌써부터 심장이 벌렁벌렁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록페스티벌 분위기 이 얼마만이냐!

​잔디마당을 한바퀴 두른 담벼락에서 공연포스터 발견! ㅎㅎㅎㅎ 신난다.

입장권을 손목에 차는 팔찌와 바꾼 뒤 입장하니 루카스 그레이엄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한가롭게 공연보는 분위기... 좋다좋다. 신난다. 어깨춤이 괜히 들썩들썩 났다.

5일 출연진을 대충 살피고 유튜브에서 한두곡 골라듣기도 했지만 그저 심드렁했었는데 현장에서 들으니 역시 오.. 노래 좋다. 생김새도 귀엽잖아! 갑자기 확 옷을 벗어 드러낸 상반신은 귀욤귀욤 근육질. ^____^​

​체력딸려서 록페스티벌이든 스탠딩공연은 못다닌다고 선언했지만, 또 막상 이런 현장에 나가보면 없던 체력과 에너지가 막 샘솟는 것 같다. 우리 자리에서 대각선으로 한두 자리 건너편 깔개에선 반백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우아하게 와인잔을 들고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는 중년남녀 관객들이 보였다. 뭔가 덩달아 안심되는 분위기? 젊음의 현장(?)에서 나도 모르게 이놈의 연령주의에 함몰되어 괜히 위축되는 비굴한 태도 좀 버려야할 텐데, 그게 잘 안된다. 남들도 우리 보며 멋지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쳇...

이런데 왔으면 치맥은 필수지... 손목에 찬 성인인증 팔찌와 출입증 인증샷도 찍어주고.. ㅋㅋ

루카스 그레이엄에 이어진 무대는 아일랜드 밴드 코다라인. 나로선 듣보잡이었지만 작년엔가 내한공연도 했대고, 드디어 돗자리를 벗어나 스탠딩 구역으로 들어가보니 사운드도 좋고 음성도 좋고 팬들도 어마어마했다. 다들 노래 따라부르는데 우린 다 처음 들어보는 곡이고. ㅠ.ㅠ 에고 미안해라. 째뜬 공연음향이 돗자리에서 듣는 거랑은 천지차이라서 이전 공연도 들어와서 들어볼 걸 후회가 됐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스팅...

스팅 내한공연을 간다고 하면 비아냥거리는 누군가는 맨날 옛날 노래만 재탕할 뿐 최근 노래는 넘 후져서 들어줄 수가 없다는 말도 하지만 흥! My Songs로 세계 투어중인 연주는 아는 노래라도 느낌이 또 달랐다. 나 역시 또 앨범을 살까말까 망설였었는데 공연 들어보고 CD 사기로! 밴드 공연에 어울리게 편곡한 노래들이 새삼 정겹고 좋더라는.​

2년만인가 3년만인가... 다시 본 스팅은 여전히 변함없이 날렵하고 우아하고 멋졌다. 이 아저씨는 대체 목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걸까. 함께 공연온 기타리스트 도미닉 밀러는 확 늙어버린 느낌이던데.. 그래서 요번 공연에서도 도미닉 밀러의 아들이 더 멋진 활약을 보이는 것 같던데 참 나... 랩을 곁들인 편곡도 신나는 코러스도 다 좋았다. 에효... 행복한 한숨. 또 언제 스팅을 보게 될까? 야멸차게 앵콜 없이 90분 공연이 끝나고 쌩 돌아선 스팅을 아쉬워서 몇번 더 불러보다 우리도 공연장을 나왔다. 자정을 향해 달려가며 차에서도 계속 스팅 노래들을 들으며 행복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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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보고 싶어 탐내던 전시였는데 9월을 허송세월한 관계로 놓치는 줄 알았다가, 중앙박물관에서 10월 20일까지 연장전시를 해준 덕분에 간신히 보고 왔다. 진경산수화도 좋고 실경산수화도 좋고... 색채 화려한 인상파 그림이나 샤갈, 마티스 등등도 다 좋지만 우리 옛그림도 진짜 볼수록 아름다워 빠져든다. 어떻게 화선지나 비단에 붓으로 그렇게 섬세한 묘사가 가능한지 원!

문제는 이 전시 보기로 하고 전날밤에 하필 무지막지한 과음을 새벽까지 했던 관계로... 술이 덜 깨고 속이 메슥거려서 ㅠ.ㅠ 속속들이 찬찬히 다 보지 못하고 중간중간 탈진해 의자에서 쉬어야 했다는 점. 

최악의 컨디션이었음에도 눈을 뗄 수 없는 그림들이 너무 많았다. 

금강산과 총석정을 그린 그림을 볼 때마다 에고 빨랑 금강산관광 재개되어서 나도 좀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옛날에 남북교류 한참 가능할 때는 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들었을까. 금강산관광은 그냥 울 아버지 같은 노친네들이나 안보관광으로 가는 건줄 알았다는;; 

암튼... 그 옛날에도 새하얀 도포자락 휘날리며 풍경 좋은 산에 꾸역꾸역 힘들게 올라가 경치 보고 좋아라하고 그림으로 남기고 그러던 풍습은 요즘이랑 별로 다를 것도 없지 싶다.큼지막한 풍경화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사람들 찾기 놀이도 매번 즐겁다. 

양반네들의 평생 소원인 금강산 안내를 도맡느라 수시로 동원되었다는 주변 사찰 스님/중들은 뒷모습에서도 귀찮음과 피곤함이 느껴졌던 건 순전히 내 감정이입 때문이었겠지. 

하여간... 핸드폰을 꺼내는 것도 귀찮을 정도로 휘청휘청 보고 다녀서 그림 사진은 하나도 안찍고 돌아 나오다가 포스터만 달랑 찍어왔다. 순전히 기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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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까지 전시중이었던 근대서화전과 함께 오백나한전을 보러 중앙박물관에 가면 좋겠다고 5월 내내 별렀으나 결국 근대서화전은 놓쳤고, ㅠ.ㅠ 13일 끝으로 알고 있던 오백나한전이라도 꼭 봐야겠다 싶어 지난 월요일에 뛰쳐나갔다. 흐렸던 하늘이 점점 개면서 더욱 선명하고 초록초록하게 보이는 나무 색깔부터 감동.

매번 이촌 지하철역에서 나와 진입하거나 주차장에서 들어가 늘 건물을 보던 시선도 고정되어 있었는데 우연히 전시장에서 만난 지인들과 점심을 먹고 다시 들어가는 바람에 지상 정문쪽에서 걸어들어가며 바라보이는 중앙박물관의 모습에 또 한번 반했다. 트인 공간으로 보이는 남산.. 좋다. ​

​배낭은 앞으로 매야하고, 먹물 조심해달라는 구구절절 주의사항을 듣고 전시장에 들어간 순간 흡! 전시 기획을 누가했는지 모르지만 박수쳐주고 싶더라. 대부분 유리상자 안에 가둬놓지 않아서 더욱 기뻤고.

​브로셔에 든 스타 나한상부터 하나하나 정성껏 카메라에 담으며 마음이 경건해지는 것 같았다. 어휴... 어떻게 이렇게 하나하나 느낌이 다 다를까.

아래는 김승영 작가의 설치미술 주변 유리 안에 들어 있던 나한상들이다. 표정의 느낌 별로 모아놓은 듯.

전시 보러 가서 늘 하던 놀이대로 나한상을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뭘 가질까 여러번 둘러보며 고민했는데 도무지 하나만으론 딱히 마음을 정할 수 없었던 반면, 지그시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을 흘릴 뻔한 나한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 얼굴이었다.

절에서 여자 신도들에게 형식적으로 부르는 '보살님'이란 호칭에 정말로 어울리게 평생 사찰과 밀접하게 살아온 외할머니가 떠오르면서 쟁쟁한 할머니 목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덩달아 자비심 보살님인 울 엄마 영자씨도 생각나고. ㅠ.ㅠ

엄마는 젊었을 때 외할머니랑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었는데 늙어가면서 점점 할머니랑 똑같은 얼굴이 되었다. 이모나 외삼촌들이나 이웃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나도 엄마랑 나가면 하도 안 닮아서 며느리신가보다고 하는 소리를 종종 듣는데, 나이 더 들면 닮은꼴이 될까? 째뜬 우스운 건 외할머니 키가 170, 울 엄만 160... 그리고 난.. ㅠ.ㅠ

딸이 자기 엄마보다 키 작기가 드물다는데 울 엄마도 나도 자기 엄마보다 키 작은 딸이란 거 하나는 확실한 공통점이다.



전시장을 두바퀴쯤 돌고 나서 구석 의자에 한참 앉아 있다가 다시 인상적인 몇몇 나한상을 다시 눈과 마음에 새기고 돌아나서려니 이번엔 얼굴이 다 닳아 거의 없어진 나한상이 눈에 콕 들어왔다. 

파피가 먼저 전시보러 갔을 때 사진 작품의 질이 ㅎㄷㄷ하다며 엄청 탐났으나 품절이라 못구했다는 대도록은 아예 구경도 할 수가 없었고, 아쉬우나마 저렴한 엽서 크기의 소도록을 집어들고 돌아왔다. 


이번주 일요일 16일까지 연장전시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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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구박물관

놀잇감 2019. 6. 9. 16:48

그렇게 좋더란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 벼르고 별렀으나 이제야 드디어 가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 4월초쯤에 예매 사이트엘 들어갔는데도 5월 말밖에 자리가 없었다.

개인박물관치고 가장 입장료가 비싸다는 해설사의 말마따나 무려 1人 2만원. 근데 둘러보고 나오며 아깝단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개인이 이 정도 한옥집과 고가구를 모으고 유지하기가 쉽진 않겠지. 오히려 꽤 규모가 크고 직원도 많던데 관람료와 대관료로 계속 박물관 유지가 가능할까 셈에 느린 나로선 감이 잡히질 않았다. 예전엔 뜨르르하는 부자였을지 몰라도, 혹은 후대에 들어 재산관리를 잘못했는지 어쩐지 가구박물관과 부지가 경매에 나왔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으나 아직 완전 부도나서 넘어가진 않은 모양이다. 이러다 나 구경가기 전에 경매로 넘어가는 거 아닌가 조바심이 나기도 했었는데, 관람객은 계속 꽤 많은 듯.  

비내린 뒤 개인 하늘이 정말 푸르렀던 날이었다. 대문이 열리고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감탄하며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었는데 10초쯤 뒤 건물 외부 포함 모든 사진촬영은 지정된 곳 이외엔 절대 금지라고 하더군. 으으 뻘쭘하여라. 그래도 눈치 못했는지 사진 당장 지우란 말은 하지 않았다. ㅠ.ㅠ 이렇게 공개된 곳에 올렸으니 삭제하라고 연락오면 그때 삭제해야지. 

​박물관 관장이 거의 고등학생 때부터 고가구 보는 눈이 있어 버려진 고가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해설사가 하던데, 그런 안목을 갖춘 건 역시 집안에서 익히 골동품을 보고 자란 경험이 쌓여서 작용했을까? 우리 친가, 외가에도 옛날에 쓰고 있던 호족반, 개족반, 서안, 엄마가 시집올 때 해왔던 자개장... 이런 것들도 죄다 내버리지 않고 그냥 두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기야 쓰기 멀쩡한 상태였는데 불편해서 버렸을 리는 없고 깨지고 망가지고 그랬으니 버렸을 거다. 엄마의 혼수품이었던 자개장은 나도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엄청 무거워서 셋방살이 잦은 이사에 옮기기도 힘 들었지만 균형이 틀어져 이불장쪽 미닫이문이 잘 안닫히던 때가 있었다. 물론 전시품 자개장처럼 엄청나게 화려하게 전면에 꼼꼼히 자개를 입힌 골동품도 아니었고 듬성듬성 도안을 넣은 자개가 군데군데 떨어져나갔던 것 같다. ^^; 

전통 고가구야 다 아름답지만 누가 하나쯤 가지라고 한다면 앉은뱅이 책상인 서안을 가장 탐내는 편인데, 평평한 건 사대부들이 쓰던 거고, 끝이 위로 말려 올라간 건 사찰에서 쓰던 '경상'이란다. 두루마리 경전이 되말리지 않도록 펼처놓기 좋게 만든 거라고. 오호 그런 거였군. 우리 할아버지가 옛날에 쓰시던 저렴이 서안도 위로 말려 올라간 형태였던 것 같다. 나중엔 사대부들도 아름답고 좋아보여 널리 썼다니 한국전쟁 이후에 유통되던 가구들도 비슷하게 만들어진듯. 

암튼 근데 전시품 중 요번에 가장 탐났던 건 뭐니뭐니해도 책함! 사진찍고 싶은데 못찍어오니 인터넷 이미지를 뒤졌다. 역시... 중앙지 기자에겐 사진을 찍게 해주는군. 

책의 권수에 맞게 맞춤형으로 만들어 함째로 들고 이동해 읽었단다. 아.. 갖고 싶어라.. 사진 출처는 ㅈㅅ일보 +_+

1시간동안 다섯채 정도 되는 한옥과 그 안에 전시된 고가구를 둘러보고 나와서 드디어 사진 촬영이 가능한... 순정효왕후가 살았다는 한옥집 앞마당에 이르렀다. 사람들 없이 찍는데 성공. 

민망하지만 누마루쪽도 담긴 온전한 사진은 이것뿐이라 얼굴을 가렸다. ㅎㅎ 나중에 한옥을 짓고 살게 되면 나도 저렇게 창호지 분합문과 여닫이 유리문으로 이중문을 해달아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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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에 빠져 살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뭐든 예쁘면 혹하는 본능을 버릴 수가 없다. 자연이든 동물이든 인간이든 아름다운 대상에 더 끌리는 걸 어쩌란 말이냐. 암튼 예쁘면 다 용서되는 세상이 불만이면서도 나 역시 똑같은 잣대를 들이댄다. ㅎㅎ

심지어는 병원과 약국도 예뻐서 다니는 사람이 나였어! ㅋ 

원래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내과를 작년부터 한달에 한번씩 약 타러 다녔었다. 그런데 올초 와병으로 퇴원 후 약을 먹어도 계속 아픈 다리 통증 때문에 징징 울고 있을 때, 주말에 반찬 싸들고 왔던 막내올케가 그냥 그러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다른 병원에라도 다시 가보자고 나를 꾸짖으며;; 주말에도 늦게까지(무려 저녁6시까지)진료하는 옆 동네 병원을 찾아 나를 처음 그곳으로 데려갔었다. 

동네 병원이야 다 똑같지 뭐;; 그런 생각이었는데 첫눈에 인테리어가 맘에 들었다. 밤색 원목 바닥과 싱싱한 화분과 의자들이 언뜻 보면 카페 같은게 아닌가. 화려하게 꾸민 성형외과나 피부과 인테리어랑은 또 좀 다른 느낌. 의사 선생님도 조근조근 세심하고 친절했고, 간호사샘들도 꽤 여러명인데 시끄럽지 않고 다정했다. 내가 소리에 은근 민감해서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 특유의 톤 높여 내지르는 목소리가 넘 싫다. 가뜩이나 통증 때문에 짜증 만빵인데 목청 높여서 이리 오시라 저리 오시라 5천원 되시겠다... 뭐 이런 말을 들으면 꽥 비명을 지르고 싶어졌었다. 

작은 동네 의원엘 가보면 간호사를 많이 두지 않는데, 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함이란 걸 안다. 그러니 수납하랴 환자 안내하랴 바쁘고 어수선하고 간혹 불친절하거나 퉁명스러울 때가 있다. 근데 여긴 나이대가 골고루 분포한 간호사+직원들이 꽤 여럿이고, 환자마다 근처 약국을 안내하는 똑같은 멘트를 수십번 반복하면서도 다들 사근사근했다. 직원 복지가 괜찮은 모양이라고, 쓸데없는 생각까지 했다. 박봉에 시달리면 당연히 표정부터 찌들어 있을 수밖에 없지 않나? 작년부터 정형외과 외과 영상의학과 종류별로 동네 병원을 다니면서 나름 파악한 결론이다. 

하여간에 그 병원에서 다시 처방받은 진통소염제가 원인미상의 내 통증에 또 별 소용이 없었다면, 병원 인테리어와 친절함이 마음에 들었든 말았든 다시 갈 생각을 안했을 텐데, 우왕... 그날은 약을 먹고 그나마 몇 시간 편히 잠을 잘 수 있었고 드디어 혜자로운 의사쌤과 약을 만나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게다가 토요일 늦은 오후에 진료하는 병원과 세트로 늦게까지 여는 근처 약국은 주택가 2층집의 1층을 개조해 쓰고 있었는데, 약국 또한 예쁜 게 아닌가! 병원 의사샘과 약국 의사샘이 아마도 부부가 아닐까? 올케랑 속닥속닥 추측하며 약을 지어나왔었다. 처음 몇번은 그냥 주택을 개조한 약국 외관이 정겨운가보다 했었는데 내부에도 내 취향의 장식품이 있더라는;; 

설리랑 마이크 브릭이 있다니! ^^ (인스타그램에도 올린 적 있는 옛날 ㅂ약국 내부) 

암튼 그래서 별로 가깝진 않지만 나름 옆 동네에 있는 이 내과병원과 약국에 꼬박 2달간 다니며 소염진통제를 처방해 먹었고 결국 통증에서 차츰 해방되었다. 당연히 이젠 감기약도, 혈압약도 이곳으로 타러 다녔는데 우잉.. 3월 말 병원과 약국은 나란히 500미터쯤 떨어진 건물로 이사를 갔다. (함께 이사한 것만 봐도 분명 둘은 부부 관계이거나 인척이 틀림없다! ㅎㅎ). 

2달 만에 처음 이사한 병원과 약국엘 가봤는데, 약국엔 아쉽게도 브릭 장식품들이 다 사라져 아쉬웠다. 2층 주택의 낮은 천장과 벽을 활용한 인테리어여서 일반 건물엔 어울리지 않았거나 놓을 곳이 없었겠지. 그래도 여전히 베이지색 원목 장식장을 둘러 주인장의 담백함과 깔끔함이 반영된 약국 인테리어였던 것 같다. 

병원도 분위기가 전과 달라져, 훨씬 더 환하고 눈부신 느낌이었다. 흰 벽때문이겠지? 키다리 의자 놓인 벽에 작은 그림 붙여 놓고 화분 올려둔 건 마음에 들고 여전히 예쁘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병원 인테리어. ^^ 뭐 물론 의사쌤과 간호사쌤들은 여전히 친절했고, 병원을 나서며 기분이 좋았다. 동굴로 드나드는 느낌이 드는 계단 벽 인테리어가 맘에 들었나? ㅎㅎ 

웬만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는 걸 뿌듯하게 생각하며 살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제발로 걸어서 병원엘 잘도 찾아간다. 아직도 좀 버티기 증상이 있지만 저번에도 요번에도 감기를 앓아보니, 예전처럼 그냥 며칠 버텨서는 그냥 지나가지도 않고 증상이 종합세트로 나타나 너무 힘들었다. 이 또한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겠지. 그러니 어쩌겠나. 이왕 갈 병원, 예쁘고 마음에 드는 곳이라도 찾았으니 다행이라 여기련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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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 소품

놀잇감 2019. 5. 23. 12:38

가느다란 바늘을 쥐고 자수를 놓는 건 손목 건초염에 대단히 좋지 않은 행동이다. DIY 바느질이 뜸해진 이유도 밤을 꼴딱 새가며 뭐 하나를 만들고 나면 며칠 고생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째뜬 그래서 자수도 요샌 거의 하지 않고 있는데, 사진 정리하면서 아예 날려버리기엔 아쉬운 자수 작품(?)의 기록을 여기에라도 옮겨놓아야겠다. ^^; 인스타그램엔 종종 자랑했는데, 그마저도 시기를 놓치면 기록이 사라져 아쉽다. 내 물건은 괜찮은데 선물한 건 특히.

1. 톡톡한 면의 질감도 모양도 마음에 드는 편한 티셔츠에 찰리 브라운 얼굴을 수놓아보았고, 결국 지난 가을겨울 최애 티셔츠로 등극했다. ^^; 

 

2. 수국과 라일락꽃을 담은 손수건. 처음엔 나도 한번 가져보겠다고 시작했으나... 고마운 친구에게 선물했다. 친구는 너무 예쁘지만 아까워서 쓸 수도 없는 물건을 왜 고생스레 만들었냐고 핀잔을 주었다. ㅎㅎ

 

3. 컵받침. 예정대로였다면 1월 초에 베트남 친구에게 놀러갈 작정이었고, 그때 친구부부에게 선물로 가져가려고 만들었다. 하지만 여행이 취소되면서 ㅠ.ㅠ 나중에 함께 가져가려던 마른 나물이며 멸치 따위와 함께 우편으로 부쳤다.  물고기는 기독교인들에게 의미 깊은 상징이라고 해서 일부러 고른 도안이다.

 

5. 너구리 브로치. 이건 인스타에도 올렸지만 그래도 귀여우니깐 한번 더 자랑. ㅋ 막내고모의 주문에 따라 나름 작품 속 너구리를 표현해낸 것.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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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따라 베트남에서 지내다 잠시 귀국한 친구와 쌓은 5월의 추억 기록이다. 아이클라우드 용량 절약을 위해 사진 지우기 전에 후다닥 아까운 사진만 여기다 퍼놓았었는데 뒤늦게 정리한다. ㅠ.ㅠ 


​여긴 북촌의 무슨 공방이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주방인듯한 문짝에 조르륵 올려둔 고양이 인형이 예쁘다.

​이 얼마만에 보는 펌프인가! 옛날 친가, 외가 마당에 모두 이런 펌프가 있었다. 빨갛게 녹이 슬었는데도 맑은 물이 올라와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몇년전에 월요일마다 엄마가 애청하시는 <우리말겨루기>에 '마중물'이 문제로 나왔는데, 엄마랑 나랑 동시에 답을 외쳐 서로 쳐다보며 웃었더랬지.

익선동의 어느 카페 마당이었던듯. 이때 가보고 오래된 좁은 골목과 학옥집들이 맘에 들어서 누굴 시내에서 만날 때마다 일부러 약속장소를 종로쪽으로 정해 거의 반년간 한두 달에 한 번씩은 갔더랬는데 벌써 이미 많은 곳이 변해버렸다. 아직 골목 곳곳에서 살림집으로 살고 계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는 얼마나 시끄러울까 걱정되 되고;;

 

 

​같은 날 세운상가엘 왜 갔더라? 뭔가 행사가 있다는 안내문을 받았던 것 같다. 옥상에서 작은 공방 좌판이 열려 있었던 건 별 흥미가 없었는데, 그 옆 전시실에서 빈티지 그릇 벼룩시장이 열려 반색하며 구경했다. 


언제부턴가 종로구에선 한옥집들을 사들이고 개조해서 한옥문화원이라든가 한옥 체험관이라든가 한옥도서관으로 일반에 공개를 하고 있다. 궁궐 쌤들 따라서 북촌 답사 따라갔다 발견한 보물 같은 한옥집들을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서 친구들도 데려갔다. 당연히 다들 어찌나 좋아하던지. 한 여름에도 누마루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정말 시원하다. 이날은 비가 와서 나름대로 또 운치가 있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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