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해당되는 글 136건

  1. 2018.08.25 평정심이 필요해 5
  2. 2018.07.25 더워도 식탐 3
  3. 2018.07.24 금원당 따라 걷기 1
  4. 2018.07.24 잉여력 폭발 시기의 흔적 5
  5. 2018.06.26 칸의 제국 몽골 4
  6. 2018.05.14 잉여생활 7
  7. 2018.02.21 또 자수 2
  8. 2018.01.30 취미 자수 시작 5
  9. 2018.01.26 바람을 그리다: 신윤복&정선 -DDP 4
  10. 2018.01.23 새해에는... 4

평정심이 필요해

놀잇감 2018. 8. 25. 14:54


뜻밖의 누수공사로.. 아니 정확히는 사람들에 치여 마음 고생이 너무너무 심한 나날을 보내며 당연히 불면에 시달렸다. 수시로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열이 막 오르고 (어쩌면 이건 폭염 탓으로 생겨난 온열 질환의 징후일 수도 있겠으나;;) 거의 24시간 에어컨을 틀어도 심신이 계속 고달펐다.

스트레스로 바짝 긴장한 머리가 때로는 활자로 달래지는 경우도 있으나, 이번엔 도무지 책을 들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 깊은 숲속에 들어가서 소리라도 고래고래 지르고 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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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식탐

놀잇감 2018. 7. 25. 21:55

​내 인스타그램엔 주로 먹거리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지만 하루에 인스타에 사진 여러개를 올리는 건 좀 민망하다. 그렇다고 블로그 포스팅 하루에 몇 개나 하는 건 안 민망하냐, 그건 또 아니지만... +_+ 블로그는 아무래도 부러 찾아 읽는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노출되는 매체이고, 인스타그램은 접속과 동시에 타임라인에 여러사람의 사진이 무조건 주르륵 떠버리니까 뭔가 많이 올리면 폐를 끼치는 기분?

하여간에 각설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열심히 해야하는데 또 하기가 싫어져서 (적당한 단어와 문장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핑계다 ㅠ.ㅠ) 오늘 해먹은 과카몰리 사진을 자랑해야겠다. 지난번 파피네 집들이에서 하도 맛있게 먹은 나초와 과카몰리가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던 모양이다. 마트 가서 밥블레스유의 지령을 받은 듯 나도 모르게 완도 활전복을 집어든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새 아보카도와 레몬, 베이컨을 카트에 담고 있더군. ㅎㅎㅎㅎ

그러고는 오늘 점심 때, 두부와 우유를 갈아 야매 콩국수를 해먹을까 싶었던 마음을 접고 과카몰리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아보카도 두개 중 하나가 좀 덜 숙성되어 잘 안 으깨졌지만 하는 수 없지. 파피한테 레시피를 좀 더 자세히 묻지 않았던 걸 후회하며 대~에충... 베이컨을 다져 볶아 키친타월에 기름을 빼놓고는 양파와 방울토마토 적당히 썰어 넣고 소금, 후추, 레몬즙 뿌려 과카몰리를 만들었다. 나초에 듬뿍 얹어먹듯, 오픈 샌드위치로 와구와구 먹을 작정으로다가. 

해서 미리 식빵 두조각을 넷으로 자른 뒤 과카몰리를 얹었다. ^^; 여기다 미숫가루 탄 우유까지 한끼로 먹으니 어휴 배불러...







좀 남은 과카몰리는 또 저녁때 양상추 샐러드에 얹어 먹었음.

빵에 얹어 먹을 땐 잘 몰랐는데 소금을 넘 많이 넣었는지 좀 짜더라. 암튼 파피한테 팁을 얻은 이 과카몰리의 매력은 쫄깃하게 씹히는 베이컨이 아닐지. 아보카도 사다가 절반 뚝 잘라서 껍질째 접시에 담아 발사믹 소스 살짝 끼얹어 숟갈로 퍼먹는 걸 '반찬'이라 우길 때도 있는데... 좀 귀찮긴 해도 여름이 가기 전에 한번 더 '시원한 점심 메뉴'로 과카몰리 샌드위치는 시도해봐야겠다.











밥블레스유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 프로그램 보다가 또 혹해서 삼복더위에 해먹은 음식이 또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잡채. -_-;; 최화정이 했던 말인가, 이영자가 했던 말인가.. 암튼 잔치 음식의 완성은 갈비찜과 잡채라는 말을 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명절 때 갈비찜과 잡채가 없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왜 있지 않은가? 사실 해마다 내 생일 즈음엔 왕비마마가 말짱하게 건강했던 적이 드문 것 같다. 해서 생일날 엄마가 미역국을 끓여주는 '요식 행위' 역시 매번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왕비마마가 살림살이에서 손 놓은지가 몇년인데! 사실 간도 못맞추고 맛도 잘 못내신다. 그런데도 아들들이나 며느리들이, 혹은 친척들이 고명딸 생일에 엄니가 미역국은 끓여주었느냐고 묻는 질문에 흔쾌히 대답을 못하는 상황 또한 왕비마마가 못 견딘다는 것이 문제다. (아 제발 다들 좀 생일에 미역국 먹었느냐는 타령 좀 그만 하라규!)

아 난 정말 왜 요리를 잘해가지고! ㅋㅋ

째뜬 그래서 올해도 생일 전날 밤에 꾸역꾸역 노친네는 미역을 불리고 쇠고기를 참기름에 볶아 미역국을 끓여냈고(물론 나의 코치가 필요했다 ㅎㅎ), 생일날 아침 모녀가 나란히 앉아 밥을 먹었다. 그렇다면 또 내가 가만 있을 순 없지 싶어 아침부터 복닥복닥 땀흘려 만든 것이 바로 이 잡채다. ㅎㅎㅎ 갈비찜은 달아서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잡채는 가끔 먹고 싶어져서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만드는 반찬인데 뭐 내 생일 기념으로 못 만들쏘냐! 

칼질을 좀 무서워해서 채썰기가 서툴러서 그렇지 맛은 훌륭했다. 

아침부터 꾸역꾸역 미역국과 잡채에 밥을 먹고 나가 점심 때 또 함박스테이크를 먹어댔으며, 하필 초복날이라 저녁때 또 삼계탕을 끓였더니만... 요즘 가뜩이나 부실한 위는 탈이 나고 말았었다. 세끼를 다 과식하다니 원 멍청하기 이를 데가 없다. ㅠ.ㅠ


의식의 흐름처럼 또 이어서 생각나는 음식이 있으니 그것은 그 다음날 바로 해먹은 월남쌈이다. ㅎㅎㅎㅎ

생일이자 초복날 도저히 삼계탕의 닭을  다 먹지 못하고 죽만 좀 퍼먹은 뒤 다음 날에도 닭죽으로 연명했었는데;;; 아무리 영계라도 퍽퍽한 닭가슴살의 처리 방법이 고민이었다. 그렇다면 라이스페이퍼에 싸먹지 뭐... ^^; 쪽쪽 찢어 맛살과 함께 월남쌈을 해먹었단 얘기다. 

폭염이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끼니를 건너뛸 수는 없다는 게 슬프기도 하지만, 더워도 입맛이 없어도 또 꾸역꾸역 먹으면 먹어진다는 게, 먹고 싶은 음식이 끊임없이 생각난다는 게 어쩐지 식충이 같아서 부끄럽다. ​하지만 이영자의 외침대로 인생 뭐 있겠냐고!더욱이 이젠 차츰 늙고 병들어가는 것밖엔 남지 않았다고 생각이 드는 중년의 인생이기에 더더욱 하고 싶은 것들, 먹고 싶은 것들은 가능한 한 누리고 사는 게 옳다고 우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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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원당 따라 걷기

놀잇감 2018. 7. 24. 18:13

역시나 시간이 막 남아돌던 시기에 양성평등 시각으로 역사를 공부하는 강의를 좀 들으러 다녔다. ^^; 거기서 따라간 답사지가 또 나의 나와바리나 마찬가지인 홍지문과 세검정, 백사실 계곡, 부암동이었다. 

금원당은 1817년에 원주에서 태어나 14살의 나이로 부모의 허락을 받아 남장을 한 채, 제천 의림지, 단양팔경, 금강산, 관동팔경, 설악산, 한양을 유람했던 조선시대의 놀라운 여성 여행가란다. 세상에나... 그 옛날에! 꽤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음은 틀림없으나, 이름은 알 수 없고 '금원'이라는 호를 스스로 지었다고 한다. 

"...여자로 태어났다고 규방 깊숙이 들어앉아 여자의 길을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인지, 한미한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세상에 이름을 날릴 것일랑 단념을 하고 분수대로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일종의 여행기인 <호동서락기>에 담긴 호방한 글이다. (이 책의 한문 번역은 <강원여성시문집>에서 옮긴 것이라고 하니 나 역시 출처를 밝혀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물론 반나절 만에 금원당의 여정을 다 따라갈 순 없는 일이고 한양 나들이를 했을 때 걸었던 창의문밖 여행 행적을 좇았던 것인데;;; 그간 다 가본 곳이었어도 새삼 느낌이 다르고 놀라웠다. 겨우 열넷, 열다섯 살에 전국이나 다름없는 조선의 방방곡곡을 여행하고,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느껴 열여섯 살에 스스로 관기가 된 조선 여인. 20대 중반엔 양반의 소실이 되어 다시 관서지방을 여행했고, 한양으로 돌아온 30세 무렵엔 유명한 문인 선비들과 삼호정 시사모임을 하며 교류했다고 한다. 34세때 드디어 여행기인 <호동서락기>를 쓰고 37세에 사망. 

제주 거상 김만덕이 임금에게 청해 금강산 유람을 했던 것도 대단하다 생각했었는데, 조선 시대 '한미한 집안'의 십대 소녀가 금강산, 설악산 유람이라니 정말 신기하고도 놀라운 발견이었다. 우린 왜 입때껏 이런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걸까? +_+

​탕춘대성의 출입문인 바로 이 홍지문 앞에서 읊었을 법한 금원당의 여행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산이 몹시 험준한데 성가퀴가 견고하다. 이것이 바로 북한산의 성지이다. 계획에 빈틈이 없고 일을 도모함에 그 뜻이 크고 치밀하여 선왕께서 뒤의 자손들을 위하는 까닭을 여기에서 우러러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세검정에서 백사실 계곡으로 오르던 길에 자리잡았던 사찰. 19세기 초에도 있었다는 것 같다.너럭 바위가 어마어마..

​이날도 꽤 더웠는데 푸르른 녹음과 깨끗한 백사실 계곡의 물소리가 참으로 좋았다.​

얼마전까지도 부암동 답사때 여기가 백사 이항복의 집터라는 설명을 들었었는데;; (내가 국민학교때 소풍왔던 곳이기도 하다! ㅋㅋ) 뭔가 더 기록이 발견되어 추사 김정희 별장터로 밝혀졌단다.

풀이 무성한 연못엔 물에 발처럼 드리워졌을 정자의 주춧돌 기둥만 남아있다

부암동 어느 지붕과 들장미가 예뻐서무슨 드라마에도 나왔던 집이라는데 이런 나무 질감 넘 좋다

저 멀리 백악의 한양도성이 보이고...


부암동 언덕 어디쯤.. 아마도 카페였던 것 같은 한옥집들의 아리따운 자태.. (저 노란꽃 이름이 '루드베키아'라고)

마지막으로 창의문에서 답사를 마쳤다. 숭례문이 불타 복원되면서 자하문으로도 불리는 창의문(북소문)은 ​한양도성의 대문 가운데 가장 오래된 문화재다. 창의문 문루 천장에 있던 이 그림이 뭐였더라. +_+ 봉황이 아니라고 들은 것 같은데 ㅋㅋ 까먹었다. ​

지난번 여러 화가들의 총석정 그림을 보며, 겸재의 금강산전도를 보며 남북관계가 정상화되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나도 꼭 한번 금강산 구경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금원당 행적을 따라 걸으며 그 마음이 새삼 굳어졌다. 나름 '등산인'으로서도 금강산은 한번 가봐야하지 않겠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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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성사될 것 같았던, 오래된 동네 낡은 집들의 공동 재건축이 완전히 무산되고.... 게다가 토지 구획 문제로 소송을 한차례 겪으며 앞마당 일부를 요상한 모양으로 떼어주고 그쪽에 토지 단독 소유권을 인정하라는 판결을 받은 터라 집을 매매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이사하며 짐도 확 줄이고, 새집에서도 좀 살아보고 싶다는 로망은 좀처럼 실현되지 못할.. 그저 꿈이 되고 마는 것인지. 어휴. 한숨. 암튼... 그래도 뭔가 일을 겪을 때마다 (지인들의 부모님 말고 후배나 친구 본인의 뜬금없는 부음을 들을 때라든지) 단촐하게 살아야지,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야지 충동이 일면서 가끔 짐을 정리한다. 물론 그래도 수십년 넘게 눌러앉아 사는 집의 살림살이란 손도 대지 못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모든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노인으로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오래된 물건을 끔찍이 여기는 게 당연한 심리라는 왕비마마 덕분에, 뭘 버리기도 쉽지가 않은데 그래도 요번엔 꽤 많은 물건을 처분했다. (되다말다 했던 고물 진공청소기, 빨래걸이로 전락한 헬스 바이크, 스탠드형 나무 옷걸이, 오래된 나무 밥상, 빈 도기 화분들... 그리고 수많은 가방과 옷가지들! - 옷과 가방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다고 나머지는 대형폐기물 신고했다.)

그러고도 좁은 집이 답답하게 여겨져 책장 배치를 좀 달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여지껏 끼고 있던 원서 전공책들을 죄다 노끈으로 묶어 내다놓았고, 중고책으로 팔만한 책들을 수십여권 골라내 몇 차례에 걸쳐 알라딘에 들고가 예치금을 두둑히 마련했다. ㅎㅎㅎ

그러고도 남는 시간엔 또 충동적으로 작업실 방에서 뒷베란다로 통하는 철문과 창틀에 페인트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뭔가. 인터넷으로 폭풍검색을 좀 하다가 배송되는 시간도 기다리기가 싫어져서 후다닥 동네 페인트 가게로 달려나갔더니 하필 일요일. 두군데 다 문을 닫았더라. 그렇다면 방법은 다이소뿐. +_+

다이소에서 파는 한통에 2천원짜리 초소형(혹시 착각했나 찾아보니100ml짜리도 아니고 60ml였다 ㅠ.ㅠ) 젯소와 페인트를 두개씩 집어왔었는데, 이것은 곧 미친짓으로 판명된다. 생각보다 얼마나 페인트가 많이 필요하던지! 똑같은 걸 몇번이나 더 사다 날랐는지 원... 페인트가 살짝 연두빛이 도는 반광 '미색'이었는데 창틀과 나무색깔 창문 4개에 모두 2번씩 칠하려니 ㅠ.ㅠ 어휴... 사실 그렇게 두번씩 열심히 두껍게 칠할 필요도 없었다. 왜냐면 그 앞에 책장을 옮겨다 놓을 작정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있던 싸구려 책장 2개와 오래된 장식장을 싹 다 버리고 5단 책장 넓은 걸 2-3개 사들여 작업실을 다시 꾸미리라 마음 먹었으나... 나 혼자선 큼지막한 장식장을 내다버릴 방법이 없었다. +_+ 나사를 죄다 풀고 문짝을 다 떼어 부셔버릴까, 동생들 찬스를 써볼까 여러가지 고민을 했으나... 결정적으로 비전문가 동생 둘이 무거운 장식장을 가파른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 누굴 잡을라고...

누렇게 변색된 벽지 어쩔;;

해서 책장 사는 것도 일단 임시 보류. 책장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일단 버릴 책과 팔 책을 솎아낸 뒤, 마루와 방에 따로 놓았던 '체리목' 3단 책꽂이를 세로로 나란히 붙여놓았다. 겨울에 찬바람도 막아줄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다. 

옛날 집이라 케이블 TV나 인터넷 전용선 따위가 모두 베란다문과 창문으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찬바람이 어마어마하다. 문풍지로 최대한 막아도 한계가 있음. 

하여간... 마스킹테이프까지 붙여가며 (종이 벽지에 붙인 부분은 나중에 뗐더니 죄다 들고 일어나 허옇게 됨 ㅠ.ㅠ )이틀에 걸쳐 낑낑대고 칠한 창문과 문쪽 증거샷이다. ㅎㅎ 책장 놓기 전에 사진을 찍어놓은 게 없어서 방금 찍음 ^^; 여긴 주로 내가 번역한 책 증정본만 모아놓았기 때문에 클릭해도 사진 안 커집니당~)

하여간... 셀프 인테리어 하는 사람들 정말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알량하게 창문 4개 페인트 칠하면서 흘린 땀이 얼마며, 버린 옷이 몇벌인지! ㅋ

그런데 페인트칠을 하면 할수록 단순한 작업에 재미가 붙어, 이젠 방문짝과 벽도 페인트를 칠하면 어떨까 마음이 자꾸만 들먹들먹했다. 거의 20년쯤 전에 '연분홍색'으로 칠해놓은 방문과 욕실문이 너무도 마음에 안들었기 때문이다. 욕실 문엔 이미 아이보리색 무늬목 시트지를 사다 붙여놓은지 몇달 되었었다. 

그렇다면 이젠 방문 차례! ㅎㅎㅎ그런데 도배한 지도 워낙 오래되어 누렇게 변한 벽지가 너무 도드라져보이는 게 문제였다. 그렇다면 실험적으로 한쪽 벽면에만이라도 페인트를 칠해보리라는 밑그림이 나왔다. 

해서 완성된 것이 아래 사진 모습이다. ^^; 최대한 누런 벽지를 안보이게 사진에 담으려니 참으로 알량하군..​

양쪽 문 사이의 좁은 벽엔 원래 키재기용 스티커가 붙어있고 조카들 넷이 폭풍성장하며 달라진 키높이와 날짜가 온갖 색깔의 필기도구로 촘촘히, 매우 어지럽게 적혀있었다. 나름 소중한 그 역사를 지우는 게 찜찜했지만 ㅠㅠ 고모도 이제 헌집일망정 깨끗이 좀 살고 싶단다. 대신 녀석들의 사포 모빌 작품을 옮겨 달았으니 용서해주길...

문짝에 칠한 페인트 역시 너무 얕잡아보고선 다이소 무광 페인트 500ml짜리를 선택했다가 몇번이나 더 사러 나가야했다. ㅠ.ㅠ 2-3리터짜리 친환경페인트 한방에 주문했으면 되었을 것을... 으휴.. 암튼 이쪽 벽면을 다 하얗게 칠해 나머지 벽들이 더욱 누렇고 지저분해 보이기는 하지만 ^^; 거울까지 온통 아이보리색으로 칠한 한쪽 벽면의 변신을 보며 다음번엔 방에 셀프 도배를 해볼까, 또 페인트칠을 해볼까 고민 중이다.

다행히 7월 접어들면서 이런저런 바쁜 일(진짜 일 말고 그냥 잡다한 신경쓸 일)이 생겨 더는 셀프인테리어에 관심을 집중하지 못하게 되어 슬며시 기쁘기도 하다. 머리 쓰는 일 말고 이제 남은 평생은 단순하고 몸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좋겠다는 선망을 잠시 품었지만, 나처럼 부실한 몸으론 그것도 불가능할 거라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만큼 단순 페인트칠마저도 어찌나 고된지 폭풍 붓질을 하고나선 삭신이 다 쑤셔서 팔목과 어깨에 며칠 파스를 붙여야했다. 

혼자선 꽤나 뿌듯했는데, 집에 다니러 온 올케들에게 문칠을 자랑했더니만 손잡이 안 빼고 그냥 칠했다고 핀잔을 들었다. 아 그건 옛날에도 원래 그냥 안빼고 칠해서 어쩔 수 없었거든요! 욕실 문은 손잡이도 새로 사다 교체했는데 방문도 사실 손목 아파서 못 돌리는 경우도 있는 둥근 손잡이 말고 일자형 손잡이로 바꿀까 하는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 아직도 멀고 먼 셀프 인테리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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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제국 몽골

놀잇감 2018. 6. 26. 17:31

달력을 찾아보니 중앙박물관 <칸의 제국 몽골> 전시회를 다녀왔던게 벌써 한달도 더 지난 5월 21일이다. 기억 휘발되기 전에 후기 남기려고 바로 며칠 뒤에 사진만 대충 골라 올려두고는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5월말엔 그러고 보니 나름 친구들이랑 많이도 놀러다녔네그려. 

몽골은 언제고 꼭 가보고싶은 여행지이기도 해서, 몽골 관련 전시라기에 기대가 컸다. 중박에서 특별전시하는 공간인 본관 건너편 전시실이 아니라, 본관 내부에 따로 기획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더라. 만나는 장소를 당연히 매표소 앞이라고 했다가 예상한 곳에 매표소가 없어 다들 좀 당황했으나 우리에겐 휴대폰이 있으니 헤맬 일은 없었다.

벌써 한달도 더 지나버려서 사진을 보아도 그때 느꼈던 세세한 감동이나 신기함은 잊히고 말았다. ㅠ.ㅠ 암튼 이번 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도 거슬렸던 건 해설하는 분이 자꾸만 '저희 나라'라고 설명했던 거다. 몽골을 우리나라보다 높일 생각이 있었던 건 분명 아니겠고 관람객을 너무 존대하려다 보니 초심자의 실수겠거니 짐작하면서도 너무 귀에 거슬려서 나중엔 설명듣다 뒤로 빠지기도 했다. 중앙박물관의 도슨트도 다들 자원봉사로 알고 있다. 기본 소양은 다들 검증되었을텐데 왜 기초적인 말실수로 점수를 깎이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그날의 짜증스러운 마음 같아선 중앙박물관 게시판에 전시 날짜와 시간대를 올려 담당자의 잘못을 '시정'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도 고민했으나, 결국 게을러서.. 그리고 또 뭔가 짠하기도 해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ㅋ

하여간에 전시는 볼만했다. 관람료가 6천원이라보니 ^^; 특별기획전시 치고 비싸지 않아.. 뭐 이런 느낌이었고 그래서 가성비가 좋았다고 느꼈던 것도 같다. 몽골은 국보급 문화재를 전시하는 대규모 박물관이 마땅히 있질 않아서 몽골에 막상 가도 이런 정도의 문화재를 한꺼번에 보긴 힘들다고 하는 것 같다. 암튼.. 몽골의 선사시대부터 칭기즈칸 시대까지 생활상과 역사를 훑어볼 수 있고, 신기하고 멋진 유물과 기록들이 꽤 많았다.

​아래는 실제로 사용했던 걸까, 의례용일까 아니면 장식품일까 궁금했으나 결국 묻지 못했던, 주요 유물 안장이다. 사진 잘 찍었다고 스스로 흡족했음. ㅎㅎ

황후의 옷 치고 덜 화려하다고 느낌 ^^;

아마도 황후의 신발;;'마두금'이란 전통 악기

정교한 공예품으로 소개된 물건들이었던 것 같은데 굳이 왜 찍어왔는지, 내가 왜 올렸는지 기억 안난다. ㅠ.ㅠ 경복궁 꽃담이나 아미산 굴뚝처럼 몽골에서도 도자기로 정교하게 구운 장식물들을 만들었단 게 신기했나? 에효... 

암튼 몽골 전통 가옥인 게르의 대나무 뼈대를 벽처럼 세워 공간을 나누고, 마차와 식기 같은 생활 유물도 볼 수 있게 해놨다. 칸, 카안, 카간..의 차이를 듣기도 했는데...

​에잇.. 궁금하면 직접 가보시길. 7월 17일까지 계속 전시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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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생활

놀잇감 2018. 5. 14. 10:59

보통 사진이 들어가는 내용은 휴대폰으로 사진만 먼저 올려놨다가 텍스트는 나중에 컴퓨터 앞에 앉아 적어넣고 포스팅을 완성하는데;; ㅠ.ㅠ 일 없다고 컴퓨터를 아예 멀리하다가 실수를 저질렀다. 완성되지도 않은 포스팅을 공개하다니 창피하도다.. ㅎㅎ 그럼에도 계속 컴퓨터 전원조차 켜지 않는 게으른 나날을 며칠 보내고 이제 겨우 긴 메일을 써야해서 자리 잡고 앉았다. 

비공개로 차곡차곡 쌓아둔 포스팅 갯수가 꽤 되는데;; 영화나 전시, 책 본 후기는 아무래도 좀 더 공들여서 생각하며 써야하니 도무지 마무리가 되질 않는다. 노상 침방나인 같은 자수 포스팅이나 하고 있으려니 그 또한 민망하여 저어하였으나 노출된 김에 또 핑계삼아 자랑질을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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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력 폭발로 인해 틈틈이 이어지는 취미생활의 기록이다. 아마 손목과 팔꿈치가 아프지 않다면 며칠에 하나씩 뭔가를 만들어냈을지도 모르겠으나, 하루이틀 빡세게 바늘을 쥐고 나면 손가락마디까지 죄다 뻣뻣해져서 그나마 다행히 쉬엄쉬엄 하고 있다. 


​나름 작품 완성 순서대로 설명해보자면...

1. 컵받침


음력 1월이었던 작은올케 생일 선물로 만든 작품이다. 자수책을 보며 본인이 마음에 드는 도안을 골랐고, 브로치 같은 건 잘 안하고 다니니 실용적인 컵받침이 좋겠다고 주문했다. 

뒷면엔 퀼트용 천을 골라 꿰맸더니, 친구가 뒷면이 더 예쁘다는 망언을 하며 약을 올렸다. 프린트 원단이 더 예쁜데 고생되게 이런 짓을 뭣하러 하느냐고.. ㅋㅋ 

그러게... 손자수, 손뜨개, 손바느질... 요즘 같은 디지털, IT 최강 시대에 왜 이런 아날로그 회귀성 노동을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뭐...내눈엔 이게 더 예쁘니까? ^^*

나름 생일선물이라고 리본으로 묶어 포장해 건넸더니, 생일 주인공은 아까워서 어디 컵받침으로 쓰겠냐며 벽에 걸어놔야겠다고 했다. 아니 그럼 안 되지! (오른쪽 아래는 재단이 잘못돼서 크기가 좀 다르고 정사각형 아니라고 클레임 들어왔었다;; ㅋ)

얼마간 걸어뒀다가 컵받침으로 쓴다고 하더니만 요샌 쓰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암튼... 컵받침으로 첫작품이었는데, 컵을 올려두려면 무늬를 가장자리쪽으로 작게 넣어 컵을 올려도 자수가 보이도록 하는 도안을 써야한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그치만.... 난 계속 우길란다. 컵받침도 가운데 무늬가 더 예쁘다! ​

집에 가서 이렇게 걸어두었다고 보내온 인증샷이다


2. 꽃 브로치

장미와 수국을 표현한 건데 그래보이나? ^^;


​이건 전작에 이어 음력1월 마지막날 생신이었던 울 왕비마마를 위해 만든 선물이다.

꼬물꼬물 노상 자수를 놓고는 있는데 막상 당신에겐 하나도 선물을 안해드려 속으로 좀 섭섭해하는 눈치였다. 마침 생신도 돌아오겠다, 얼른 브로치를 수놓았다. 왕비마마 취향에 맞게 분홍분홍, 보라보라한 느낌의 장미와 수국.

여기저기 달아보다가 니트 조끼에 가장 잘 어울린다며 몇번 하고 다니셨더랬다. 









1, 2번 선물은 같은 날 증정식을 했으므로, 포장 완제품(?)도 함께 찍어봄



3. 이니셜 브로치


한달동안 동거하고 있던 친구가 1, 2번 선물 제작의 과정을 다 지켜보고 있었으니... 게다가 또 3월말 출국 바로 다음주가 생일이었으니 하나 작품을 만들어주겠다고, 뭐든 골라보라고 호기롭게 자수책을 들이밀었더랬다. 

허나 친구는 고생스럽게 뭘! 아무것도 하지 마! 이런 식이었다. 그럼 내 맘대로 젤 쉬운 꽃브로치 하나 만들어준다고 협박했더니 팬심 폭발하여 '그분'의 이니셜을 새겨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ㅎㅎ 그분이 사인할 때 덧붙이는 옆으로 뚱뚱한 하트까지 나름 도안도 팬클럽을 여기저기 뒤져서 새기고 꾸며 선물했다. 

자수실을 완전히 구비하지 않은 때라... 이제보니 잔잔한 꽃색깔이 좀 더 다채로웠으면하는 마음이 있네그려. 암튼 이 브로치는 친구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날아갔다.




4. 별자리 컵받침

아주 수월하고 시간 덜 드는 단색 도안을 골라 또 다시 꼼지락꼼지락 만들어본 컵받침 세트. 

열심히 다렸더니 번떡번떡 ㅋㅋ

이 또한 크기가 살짝 제각각이다. 아 몰랑. 공산품도 아니니 어쩔 수 없다. 모서리 꿰매서 뾰족하게 뒤집기가 만만칠 않았다. 핑계라면 앞뒤로 제법 두툼한 리넨천을 붙였더니만... ㅎㅎ


5. 꽃 브로치 again


엄마한테 만들어드린 장미꽃 자수를 분홍바탕에 놓아본 것. 이십대부터 입때껏 핑크공주로 살고 있는 후배를 위해 고른 배색이다. ^^; 

근데 이런 꽃자수 브로치는 나 같은 사람이나 좋아라하지 개인적인 스타일상 막상 받고도 처치곤란으로 느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에코백 같은데나 달면 모를까... 근데 또 딱 떨어지는 정장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에코백 패션을 모른다! ㅋㅋ








6. 자수 손수건

마지막으로 주문(?)받은 선물이다. 설날에 모였을 때 큰올케는 손수건용 자수 도안을 골랐다. 원래는 파우치에 놓인 꽃다발이었는데 자수 손수건을 갖고 싶으시다고...

해서 지난주 생일에 맞춰 완성하느라 다시 손수건이랑 실을 더 사러 동대문에 다녀온 후에야 마무리된 작품. 레이스까지 달려있는 자수용 손수건을 찾으려 발품을 꽤 팔았으나 못 구하고 ㅠ.ㅠ 오버로크 처리된 1500원짜리 손수건을 사와 가장자리를 홈질로 꿰맸다. 자수가 아까워서 그냥 놔둘 수가 있어야지!

원본사진과 비교샷 ^^

원본은 바탕이 베이지색이라 꽃봉오리가 흰색이지만, 흰바탕인 손수건인지라 연노랑으로 바꿨고, 주인공의 주문대로 선물받을 이의 이니셜도 새겨넣었다. 내가 해놓고도  계속 감탄하며 사진도 여러장 남김 ㅋㅋ

원래는 한쪽에만 꽃다발을 수놓을까 했으나...

반대편이 넘 심심할까봐.. 그리고 또 나의 이니셜도 어딘가 남기고 싶어서 욕심을 냈다. 전문가의 도안을 따라한 게 아니고 내 맘대로 배열해놓고 막 예술가적 감수성 폭발했다고 자뻑모드.. ;-p





마지막 완성 포장샷까지... ㅠ.ㅠ 

결국 이 작품을 끝내고선 이틀간 손목과 팔꿈치에 파스를 붙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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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수

놀잇감 2018. 2. 21. 22:37

새해 들어 또 다시 번역일은 개점휴업 상태다. ^^;

불안감 탓인지 책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멍하니 놀기만 하기엔 식충이스럽고... 손목은 아파도 뭔가 생산적인 노닥거림을 하는게 확실히 시끄러운 정신 가다듬기에 도움이 된다. 한땀한땀 수를 세며 샘플 사진이나 도안과 자수를 비교하고 있으면 정말로 잡생각이 들 수가 없다. 혹시라도 잡생각이 삐지고 들어온 순간 바로 틀려 풀어야하는 사태 발생! 귀찮아서 풀지 않고 개성이라 우기겠다 맘먹은 부분도 많지만, 책에 있는 도안이 아니고 인터넷을 뒤져 시도해 본 '작품'들도 이 정도면 됐지 싶어 대체로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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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자수 시작

놀잇감 2018. 1. 30. 01:00

내가 충동적으로 자수를 해볼까 생각했던 적은 전에도 몇번 있었다. 공주였던가 어느 약선밥상 밥집에서 수제 자수브로치를 팔고 있었는데, 진짜 간단한 꽃 수놓아놓고 막 만원 만오천원...(비싸다면서 결국 샀다 ㅋㅋ) +_+ 인건비를 감안해야겠지만 저 정도는 나도 할텐데! 싶었던 거다. (그러나 막상 직접 만들어보면 그냥 사는 게 차라리 싸다는 걸 절감한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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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본 첫 그림전시는 뜻밖에도 신윤복과 정선 그림이었다. 2017년 마지막 본 전시가 고궁박물관 희정당 벽화 총석정 그림이더라니.. ㅎㅎ 뭔가 절묘한 인연의 연장선? 

동대문 DDP에서 몇년전부터 계속 간송미술관의 수장고에 첩첩이 쌓여있던 미술품들을 교체전시하고 있는데, 혜원의 전신첩과 정선 그림을 야금야금 나눠 보여주는 바람에 꽤 여러번 갔었지만, 요번처럼 혜원 전신첩을 대거 한꺼번에 구경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영하 18도 예보가 있던 날 하필 이 전시를 보러 가자고 그랬을 때는 에이... 이왕 혹한을 떨치고 나간 거, 바로 직전 포스팅에 적어두었던 기대전시 중 하나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없진 않았으나, 막상 가서 보니 그저 좋았다. 

혜원과 겸재의 그림만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옛 그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지털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역시나 나의 편견으로 괜히 꽁해가지고는 나는 원본이 좋더라, 특히나 디지털로 되살린 현대 미술품 나는 원래 안 좋아해! 라며 궁시렁거렸었는데 ㅋㅋ 그 또한 막상 보니 좋았고 으아~ 감탄한 작품도 있었다. 아이고 민망하여라. 앞으로는 '나는 원래 어쩌고 저쩌고...' 이런 말 함부로 안하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한번 했다. 절대고, 원래고,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사람이 좀 변하기도 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지 말이야...  간송도 요즘 트렌드에 어쩔 수 없이 기개를 꺾었는지, 휴대폰으로 플래시 안 터뜨리면 원본 사진도 찍게 해주더라. 물론 작품 보호를 위해 조명을 하도 컴컴하게 해놔서 잘 나오지는 않지만서도..

해서.. 원본 대신 입구에 진열된 혜원 전신첩 설명을 찍어왔다. 어차피 그림 제목도 혜원이 정한 게 아니라 후대 사람들이 편의상 붙인 것인데, 그 아래 요즘 유행하는 언어로 붙여놓은 태그 글귀들도 기발하고 재미났다. #BGM빵빵 #알콜뽀샵 #사대부스웩.. 막 이래! ㅋ

2018년 5월까지 넉넉하게 계속 전시한대고, 입장료는 입장료는 10,000원이다. 


혜원전신첩이 총 30점인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ㅎㅎ


혜원 전신첩에서 특히 유명한 <단오풍정> <쌍검대무> 같은 그림 속 의상을 고급지게 만들어 마네킹에 입혀 전시해놓았는데.. 사진으로 보니 좀 섬뜩하지만 ㅋㅋ 실제로 볼 땐 캬... 한복이며 옷감 예쁘다고 그 앞에서 침을 흘렸다. 

신윤복의 그림 속 주인공들을 모두 모아 한편의 애니메이션처럼(고흐의 작품들로 만든 <러빙 벤센트>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이야기를 꾸몄고, 쌍검대무의 무희들은 특별히 따로 춤추는 장면이 나타났다. 혜원 전신첩 중에서 <쌍검대무>를 특히 좋아하는 편이고 그림에서 바람이 슝슝 나오는 것 같다고 늘 생각했었는데 그 느낌을 동영상으로 보니 또 나름 좋더라. 

단점이라면... 영상 화면이 나오는 벽이 너무 길어서 한눈에 볼 수가 없다는 아쉬움이;; ㅠ.ㅠ 당연히 내 실력 탓이지만 동영상도 잘 담아내지 못했다. (그나저나 나 여기 동영상 직접 올리는 건 처음인가 보다! 이런 기능 있는줄 왜 몰랐지? ㅋ)


겸재 정선은 서른여섯 살엔가 처음 근처 현감으로 부임한 친구 이병연의 초청으로 금강산 구경을 하고는 그때부터 70대가 될 때까지 여러번 금강산 그림을 그렸는데, 연도별로 점점 더 호방하고 세련되게 숙련된 필치로 발전해나가는 그림체의 느낌이 확연히 보인다. 초심자땐 누구나 그저 눈에 보이는대로만, 원본에 집착하게 되는데 나중에 노련해지면 최선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느라 생략의 묘미도 막 부리고 그런 거지...

암튼 금강산 그림들이 담긴 겸재의 전신첩도 멋드러졌으나 사진엔 그 맛이 하나도 담기지 않아 죄다 삭제해버렸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한 점 선보이자면...

<해악전신첩>에 든 '내금강산도'일 거다


이 금강산 봉우리 사이사이에 현대적인 도시를 접목시켜 반짝반짝 빛을 내는 디지털 작품은 이런 느낌이다.

위 그림에선 케이블카가 지나가고, 아래 그림에선 잘 찾아보면 남산타워, 에펠타워도 있으며 9분인가 7분인가 작품이 상영되는 동안 불꽃놀이도 벌어지고 그런다. 

금강산의 4계절의 변화 모습도 있던데 그건 좀 너무 속도가 드려서 답답한 느낌이라 빨리감기 버튼이 어디 있으면 막 누르고 싶었었다. ㅎㅎ

금강산 <총석정>은 금강산 앞바다에 있는 주상절리 '총석' 꼭대기에 세워진 정자 이름이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너무도 궁금한 총석정 그림을 희정당 벽화로도 보고 겸재 그림으로도 보고... 평창 올림픽엔 북한 선수들이 오고... 언젠가는 정말 금강산 총석정 구경을 나도 할 수 있을까? ㅎ 

둘의 느낌이 비슷한가? ^^;; 


아래는 맨 마지막 전시실 디지털 작품인데... 기다란 벽 화면에 화려한 꽃들과 풍경이 눈부시게 연이어 펼쳐진다. 한참을 구경하며 핸드폰으로 찍으려고 이리저리 애를 써도 색감이 죄다 날아가버려 포기하고 아쉬워하며 뒤를 돌았더니 뒤쪽 거울에 비친 화면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였다. 옳타구나 찍어오긴 했는데 이제보니 내 실루엣을 확 오려버리고 싶다. +_+


말도 안되는 혹한에 며칠째 두문불출하다 게으름 떨치고 나간 외출이라 특히 보람있고 좋았다. 이날 동대문에 간 바람에 드디어 자수실과 브로치 재료도 사왔다. (곧 자수 포스팅이 이어진다는 예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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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놀잇감 2018. 1. 23. 21:12

해마다 거의 그렇지만 2018년이라는 말이 제대로 입에 붙으려면 설날은 지나야하는 것 같다. 기분상으로도 아직은 새해가 아니고 '헌 해'인 것 같달까. 1월 1일에 떡국은 끓여먹었지만 어거지로 더 먹은 나이도 아직은 인정 못하겠고... 

암튼 그래서 올 한해는 어떻게 지내야 행복할까 고민하며, 부질없든 말든 이런저런 소망들을 적어본다. 여기저기 소문내고 기록해두어서 그 '말의 힘'으로라도 많이 이루어지면 좋지 아니할까. 자꾸만 맥떨어져선 쓸데없는 회상에 젖어 미련이나 떨고 그러지 말고 이제 좀 앞으로 전진...하고 싶다.  

1. 베트남에 나가 있는 친구네 놀러가기 (마음 같아선 한 2, 3주 가서 얹혀 지내며 놀고 싶지만 에효.. 불가능하겠지. 북쪽 지방 트레킹도 가려면 현재로선 너무 더워지기 전인 4월을 노리고 있으나 과연;; )

2. 무릎 잘 고쳐서 등산 열심히 다니기 (그러려면 남들 잘 때 자는 생활습관부터 길들여야할 듯;; ㅠ.ㅠ) & 서울 둘레길 남은 스탬프 다 찍고 완주 배지 받기 

3. 공포감을 극복하고 치과 & 피부과 가기 (그러나 무시무시한 비용 어쩔!)

4. 작년에 시들해진 취미생활 5분 스케치 & 색연필 스케치 (일단 프리즈마컬러 색연필 150색부터 지르자! ㅋㅋ)

5. 새 취미생활 시작 - 프랑스 자수 (자수책과 자수틀과 천 구입 완료. 실과 바늘, 브로치 재료만 사면 됨 ^^;)

6. 전시회 많이 다니기 (작년엔 기대 전시 적어놓고도 거의 다 놓쳤음)

7. 휴대폰 개비? (액정이 깨지고 배터리게이트 탓에 느무느무 속터지게 느려진 아이폰6를 바꾸긴 바꿔야할텐데 애플은 밉상이고 삼성은 더 밉상이고 LG는 안예쁜데다 요번에 엄마 핸드폰 보니 기본앱들이 너무 흉하다. 아이튠즈에 들어 있는 음악 때문에라도 또 아이폰을 사게 되려나... 아 몰랑)


하여 일단 2018 기대 전시목록부터 적어놓으련다. 12월부터 적어놓은 목록 중엔 벌써 끝난 것들도 있다.ㅜㅜ

디 아트 오브 더 브릭: 아라아트센터 ~2/4까지

소화:짤막한 이야기 - 서울미술관 ~2/7까지

님을 위한 바다: K현대미술관 ~2/11까지

퀸틴 블레이크 일러스트 원화전: 상상마당 ~2/20까지

지브리 대박람회: 세종문화회관 ~3/2까지

플라스틱 판타스틱: D뮤지엄 ~3/4까지

자코메티 특별전: 한가람미술관 ~3/11까지

마리로랑생 전: 한가람 ~3/11까지

신여성 도착하다: 덕수궁 현대미술관 ~4/1까지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 대림미술관 ~5/27까지

강요배: 학고재갤러리 5-6월 예정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 덕수궁 현대미술관 5-10월 예정

조선지도 500년 공간, 시간, 인간의 위대한 기록: 국립중앙박물관 6/19~9/2

니키 드 생팔: 한가람 6/30~9/25

조선민화걸작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7/5~8/26

제국의 황혼, 근대의 여명: 근대전환기궁중회화 - 덕수궁미술관 11/7~2019 2월

마르셀 뒤샹: 국밉현대미술관 서울관 12월~2019 4월

전시목록을 열심히 적다보니 책도 좀 읽으시지.. 하는 마음이 드네그려. 책은 결심 같은 거 안하고도 좀 많이 읽으면 안되겠니.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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