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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08 친구딸 4
  2. 2015.11.23 북해도(11/9일-12일) 7
  3. 2015.11.19 제주 풍경 8
  4. 2015.11.08 근황 3
  5. 2015.10.28 엄마의 장난감 11
  6. 2015.10.08 거장 이쾌대 & <북한프로젝트> 4
  7. 2015.08.18 페르난도 보테로 전시회 6
  8. 2014.12.22 새 부엌 12
  9. 2014.09.01 부산 1박2일 12
  10. 2014.05.27 5월엔 3

친구딸

투덜일기 2015. 12. 8. 20:53

아마도 나에게 자식이 있다면 종종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며 들먹여 애들 기죽이기에 아주 딱인 친구 딸이 하나 있다. 물론 그집은 딸 둘 모두 너무도 모범적이서 노상 칭찬하기 바쁘지만, 두 딸 중에서도 특히 첫째는 지금 스물세살인데 내가 생각해도 존경스러운 아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

벌써 오래전이지만 고등학교 입시 때, 특목고에 충분히 갈 실력임에도 일반고를 선택했다. 친구 부부는 다행히도 자식의 장래에 대한 계획을 본인에게 맡기는 편. 부모로서 조언은 해도 최종 결정은 아이가 한다. (그래서 나중에 속을 푹푹 끓일망정, 강요는 하지 않는 친구 부부도 물론 훌륭하다)  특목고 아이들만의 괜한 특권의식과 잘난 분위기가 싫다는 것이 아이가 일반고를 선태한 이유. 

그러더니 고등학교때 견문을 넓히겠다며 미국으로 '불쑥' 1년간 교환학생을 떠났다(나중에 듣자하니 수능 준비엔 엄청난 손실이라나 뭐라나...) .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보니 분위기며 전망이며, 미국에서 대학을 진학하는 게 이롭겠다는 주변의 조언과 압력(?)이 많았단다. SAT를 준비한다기에 모두들 당연히 미국 대학으로 입학할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이 아이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고3으로 복학했다. 이유? 미국 대학에서 막상 입학허가를 받고보니 외국인 학생이라 등록금이 어마어마하더란다. 한국에서 대학에 들어가면 자기네 아버지 회사에서 등록금을 다 대주는데(!), 등록금에다 체류비까지 괜한 돈 들이며 부모 등골 파먹기 싫다는 것이 아이가 귀국을 선택한 이유였다. (정작 부모는 생활비 아껴 유학 비용 대줄 용의가 있었는데도! 친구는 오히려 불리하게 고3 직전에 귀국해 복학한 딸을 내심 원망했었다. 남들은 일부러 유학도 가는데.. 그러면서)

특목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수시에선 실패하고, 정시로 엄청 좋은 대학은 아니지만 In Seoul에 성공한 아이는 동아리 활동이며 성적이며 아르바이트며,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열심히 산다고 했다. 대기업 다니는 아버지네 회사에서 등록금을 전액 대주는데도 굳이 종종 장학금도 받아주시고 ^^; 용돈벌이를 위해 과외는 기본, 아이스크림 푸고 빵 파는 아르바이트도 두개씩 막 해대는 강철 체력과 정열... 어휴... 

나는 ㅇㅈ이가 장차 유엔총장이 될 거라고 장담하는 걸 즐기는데, 여기저기 봉사하는 마음으로 보나 통 큰 생각으로보나 실력으로 보나 못할 것도 없다! (영어도 잘하지만 심지어 수학, 물리 이딴 거 좋아하는 이과생!)

하여간에 요즘 웬만한 대학생들은 그놈의 '스펙' 때문에 어학 연수나 교환 학생 다녀오는 게 필수란다. 어차피 요새는 대학도 돈이 있어야, 사교육비를 펑펑 써야 갈 수 있는 시대이고, 간신히 입시에 성공해도 제손으로 등록금을 벌어야하는 학자금 융자파 아이들은 그런 스펙 쌓기 경쟁에서도 당연히 밀려난다. 으휴, 알수록 썩은 세상.

암튼 친구는 2학년 마치고 덜컥 휴학을 결정한 큰딸이 그 필수 코스를 밟는다고 할 줄 알았단다. 그러나 이 아이는 무조건적인 스펙 쌓기보다는 차라리 배낭여행을 떠나겠다며 돈 모으기에 돌입했다. (아 물론, 대학시절 배낭 여행도 취업용 자기소개서를 다채롭게 만들기 위한 필수 과정이란 말도 있다 ㅠ.ㅠ) 과외 말고도 시간제 알바를 두세 탕씩 뛰면서... (동시에 연애도 하면서!) 

친구 말로는 ㅇㅈ이가 그렇게 악착같이 9개월간 매일매일 알바로 번 돈이 무려 1600만원. 결국 ㅇㅈ이는 부모에게 단돈 한푼도 손 벌리지 않은 채 자력으로 지난 10월 4개월 여정으로 남미 여행을 떠났다. 그보다 먼저 초여름엔 유럽 한바퀴 돌아주시었고... (테러 발생 이전에 다녀온 것도 어찌나 선견지명이 있는지 원..)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아래 사진들은 얼마 전 ㅇㅈ이가 쿠바 아바나에서 찍어보낸 사진들이다. 

멕시코는 어딜 가나 프리다 칼로로, 쿠바는 체 게바라로 먹고사는 것 같다고... ㅎㅎ

남미가 대체로 인터넷 환경이 좋질 않아서 친구 부부는 벌써 두달째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매일 무사하다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는데 아오... 가끔 친구가 전달해주는 남미의 그림 같은 사진들에 감탄하고 반색하며 부럽다, 멋지다, 훌륭하다... 칭찬하기에만 바쁜 나는 가끔 너무 심하다 싶은 친구의 걱정을 위로하다말고 종종 짜증이 난다.

그러면서 실감하는 건... 아... 역시 나는 엄마 입장이 아니고 딸 입장에 더 감정이입이 되는구나 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싶다. 길 미끄러운 데 울 엄니가 나돌아댕기면 나도 괜한 걱정과 망상에 휩쓸린다. 나의 조카가 나중에 커서 배낭여행을 떠난다면 나 역시 전전긍긍 염려하고 앉아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재난이라든지 테러에 휩쓸리는 게 아닌 한, 믿을만한 사람이 자신의 의지대로 헤치고 나가는 길이라면 그냥 지켜보며 박수쳐주기만 해도 되는 게 아닐까? 아 뭐가 그렇게 걱정이냐고!!?? 경솔하게 일부러 위험 지역으로 찾아들어갈 아이도 아니고, 듣자하니 놀라운 친화력으로 가는 곳마다 친구들을 만드는 것 같던데... 나 원 참.. 

​가끔 넌 자식이 없어서 절대 부모 마음 모른다는 둥, 본인이 닥쳐보지 않으면 짐작도 못한다는 둥 내 기를 팍팍 죽이는 말을 듣는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영 철이 안들어 어른 취급을 해줄 수 없다는 이도 있었다. 그 사람이랑은 관계를 끊어버렸지만... 암튼 글쎄... 꼭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 있지 않나? 4대강은 반드시 국토를 죽이는 사업이라든지, 아라뱃길은 괜한 돈지랄이라든지...

과연 내가 어떤 엄마가 됐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고 결코 알 수도 없는 일지만, 어쨌든 내가 잘 아는 '딸의 입장'에서 볼 때 엄마들이란 그저 걱정하는 것이 본능이고 직업이겠으나 앞가림 잘 하는 딸이라면 괜한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이토록 시스템이 엉망진창인 한국에서 살아가는 게 더 걱정이구만 뭘... 


​친구가 마지막으로 전달해준 ㅇㅈ이의 여행지 사진은 갈라파고스였다. ㅠ.ㅠ 바닷가에서 이렇게 물개들이랑 거북이랑 같이 헤엄치며 노신다고... 아.. 난 그저 ㅇㅈ이의 용기와 젊음과 열정과 추진력이 부럽고 또 부러울 따름이다. 2월에 돌아오면 늙은 이모들이랑 팬미팅하자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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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11/9일-12일)

여행담 2015. 11. 23. 15:55

북해도에 여행을 간다면 당연히 눈 엄청 쌓인 겨울에 가게 되리라, 눈밭에서 킬킬대며 오겡끼데스까.. 한판 외쳐주리라 상상했지만.. 인생은 역시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11월로 친구의 휴가가 잡히고선 제일 먼저 제주 여행을 계획했고, 그 다음은 북해도 3박4일 패키지를 눈빠지게 뒤졌다. 친구 일행의 국내일주 패키지 여행이 월요일에 부산에서 끝나는 일정이라 무조건 부산 출발 상품을 찾아야했는데... 당연히 인천이나 김포 출발 상품보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째뜬 모객 안돼서 취소될까봐 조마조마 애태우다 결국 부산에서 삿포로로 출발! 


2시간쯤 날아가 내린 삿포로 공항에서 처음 마주한 유리창 밖 북해도 풍경

​2시 비행기로 부산을 떠났는데 2시간 만에 삿포로 치토세 공항에 도착해보니 벌써 어둑어둑... 아 놔;; 11월의 북해도는 5시면 해가 진단다. 게다가 날씨도 꾸물꾸물...​ 

몇미터나 쌓인 눈구경은커녕, 처음 이틀은 우산 펼쳐들고 차가운 빗속을 쏘다녀야했다. 뿌연 구름과 빗속에 내려다본 삿포로시내 전경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고, 곧장 오타루로 이동.

놀이공원처럼 꾸며놓은 무슨 과자공장이다. 우린 대체로 시큰둥 본체만체했으나.. 중국관광객들은 열광하며 쇼핑열을 올렸다


오타루 운하 주변에 시멘트벽돌로 지은 이런 건물들이 다 공방이고 기념품 가게다. 100년 넘은 건물이라 나름 문화​재라는듯.. 유리공예가 유명하다는데 수제품이다보니 가격이 당연히 사악하고 ^^; 내눈엔 별로 이쁜 줄도 모르겠더라.차라리 건물 뒤쪽의 좁은 골목이 더 흥미로웠는데 시간이 너무 일러서.. 문연데가 별로 없었다. 오전이라 이제 겨우 점심장사 준비중... 운하를 따라서 바다까지 산책로가 연결되어 있었다. 후쿠오카 갔을 때도 그랬지만 '운하'에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안된다. 옛날 배가 워낙 작았으려니... ㅋㅋ 

그러고는 오타루 오르골 박물관 차례. 

오른쪽 사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드넓은 실내가 나온다. 건물 앞에 있는 시계는 매시간마다(매 30분마다던가) 뿌뿌 수증기를 뿜으며 울어댄다. 이 주변 골목이 죄다 기념품가게 거리. 쇼핑하라고 자유시간을 꽤 많이 줬는데(1시간     반이었던가), 우린 얼른 오르골 한개씩 고르고는 커피숍에 들어가서 죽때리다 ^^; 시간 맞춰 나왔다. 

비가 와서 더더욱 해가 일찍 지기도 했지만, 가이드는 지가 빨랑 쉬고 싶은 건지 빡시게 일정을 소화하곤 매일같이 4시쯤이면 얼른얼른 온천호텔에 들여보냈다. 식사하기 전에 온천 한판 하라나... 어딜 가나 설명은 제대로 안하고 (차라리 가만히 입이나 다물고 계시든지!) 계속 본인 개인사만 주절저줄 풀어놓는 가이드가 엄청 미워서, 돌아오면 여행사 홈페이지에 바가지로 욕을 써주마 하며 휴대폰 메모장에 빼곡하게 적어왔었는데... 다 부질없다 싶어서 관뒀다. ^^; 


밤새 내린 비는 다행히 사흘째아침부터 쨍하니 갰고, 도야호수를 보러 산을 넘어가다 드디어 설경을 만났다.​ 멀리 만년설 쌓인 산구경만 해도 좋겠다 생각했다가 눈구경을 하다니, 그나마 운이 좋았다.  


도야호수에서 탄 '성 모양'의 유람선은.. 으음.. 안습이라고할 밖에... 

다만 풍경사진마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와 찍힌 갈매기 모습이 좀 신기했다. ​물론.. 언니들이 일본 새우깡으로 한참 배를 불린 다음이긴 하지만..

이날의 마지막 ​일정은 시라오이에 있는 아이누족 민속촌과 유황냄새 풀풀나는 화산 아래 조잔케이 지옥(?)계곡. 후대에 만들어놓은 민속촌은 세계 어딜 가나 그 박제된 느낌이 좀 유치하고 서글프고 짠한 구석이 있다. 그나마 요즘 용인 민속촌은 기발한 알바생 연기자들 때문에 인기가 높아졌다는데... 전통복장으로 옛모습 재현하며 돈벌이를 한다는 건 유의미한 일이라도 좀 처연하다(고 나는 생각). 

곰을 신으로 숭상한다는데 마을 입구에 곰을 가둬놓은 우리가 있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든 걸지도...

마지막날 다시 삿포로 시내구경. 

옛날 도청건물이라나 뭐라나... 빨간 벽돌건물 주변 공원에서 다시 가을을 만끽했다.

마침.. 무슨 일인지 기모노 입고 단체로 촬영나오신 아주머니(?)들을 몰래몰래 구경하다 도촬에 성공.. (죄송합니다;;)  여기가 일본이구나 하는 걸 가장 실감했던 순간이랄까.. ㅋㅋ

아마도 오오도리 공원이라고 했던가.. 은행나무가 참으로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계절이 계절이다보니 북해도엘 간건지.. 그냥 일본의 어느 온천 유람을 다닌건지 별로 다른 느낌이 없었다. ㅠ.ㅠ 그나마 눈구경을 한 걸로 위안을 삼으려해도... 속상한 건 마찬가지. 째뜬 원래 LA에서도 사우나와 찜질방을 즐긴다는 친구는 지난번에 이어 요번 일본여행에서 날마다 즐긴 온천이 제일 좋았다는 것 같고... 사우나도 싫고 온천은 난생처음 경험한다는 세 언니들도 온천의 맛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했다. 첫날 빼고 두밤은 계속 호텔도 다다미방으로 배정받아서 저녁먹으러 다녀온 사이 이불 깔아주는 우렁각시 서비스도 좋아들 했다.  

 

마지막으로 재미난 이야기 하나. ^^; 북해도 여행일행은 6명이었는데, 친구네 세자매와 나, 그리고 큰언니의 친구가 딸을 동반했다(올케가 빠진 대신에;;). 부산 출발이다보니 대부분 그 지역주민일 수밖에 없고 다들 구수한 사투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인원수로 보나 구성원으로 보나 우리만 좀 튀는 듯했다. 버스 1대 일행이 모두 25명이었는데 (혼자 온 젊은 청년도 있었음), 다들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엄청 궁금해하셨던 모양이다. 

이전에도 몇몇분이 슬쩍 물어서 대충 이야기를 했다는데... (3자매는 미국 LA에서 왔구요, 첫째랑 셋째가 친구들 한명씩 데려온 거예요. 어린 아가씨는 친구 딸이구요...)

문제는 과잉친절인지 쓸데없는 오지랖인지 가이드가 매일밤마다 호텔 방배정표를 복사해서 열쇠와 함께 나눠줬다는 것! 거기엔 여행자들의 이름이 죄다 적혀 있었다!(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가이드의 그 행위도 진짜 마음에 안들었다!)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 건 도대체 누구누구가 자매인가 하는 것 때문이이었다. 나의 친구와 둘째언니는 종종 쌍둥이로 오인될 정도로 닮았으니 당연히 알 줄 알았는데... 문제는 '성' 때문이었다.

6명 여자들이 성이 다 다른 것! ^^ 아니 자매라면서 왜?? 이OO, 권OO, 정OO, 박OOO, 조OO, ㅂOO. 성이 같은 여자들이 아무도 없어! 아니 그렇다면 죄다 아버지가 다른 동복자매??? ㅋㅋㅋ 다들 그런 생각들을 했는지...

드디어 마지막날 비행기를 타기 직전 들른 면세점 쇼핑 때, 살 것 없어 빈둥거리는 나의 친구에게 일행중 가장 연장자이신 70대 할아버지가 물어봤단다. 자매라면서... 대체 누가 언니동생인가? 노상 혼자 다니는 사람(모험심파 작은 언니!)은 왜?  친구는 열심히 설명을 했드렸다는데, 그래도 미심쩍은 표정으로 듣던 할아버지가 한 마디... 아 근데 왜 성이 다 다른가...

크하하하...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세자매가 누군지 나름 설명을 했다는데 (아 진짜 우리나라 사람들 어디서든 신상 파악하는 병좀 고쳤으면..)  도무지 입력이 안됐던 이유가 각기 다른 '성' 때문이었다. 미국 아줌마들은 결혼하면 다 남편 성으로 바꾼다고..  결혼하기 전 성은 '조'씨라고 (큰언니만 유지하고 있음 ㅋㅋ) 설명함으로써 미스터리를 풀어드렸으나, 할아버지는 딱히 납득한 표정이 아니더란다. 

아마 다른 일행들은 끝까지 어머니가 3혼을 해서 각기 성 다른 딸을 셋 낳아 기른 집에서 친구들 데리고 여행온 줄 알았을 듯.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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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풍경

놀잇감 2015. 11. 19. 22:00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봐도 꿈만같다. 특히 요즘처럼 날궂고 흐리고 비오고 기분 꿀꿀한 날에는 더욱 더.

6시면 일어나는 친구덕분에 매일 쇠소깍으로 아침산책을 나갔다. 투명카약 안타고 그냥 바라만 봐도 좋았던 쇠소깍

우도에서 서빈백사해수욕장이 왜 가도가도 안나올까 도무지 의아해하다가 만난 하고수동해수욕장. 서빈백사와 달리 모래가 엄청 곱고, 경사도 완만하고 해녀상도 서있다

이번에도 해변까지 계단을 내려가는 건 시도못했던 검멀레해안. 물보라를 일으키며 홱 도는 모터보트는 보기만해도 ㅎㄷㄷ

드디어 섬을 거의 한바퀴 다 돌고 만난 서빈백사해수욕장의 맑은 바닷물.

성산일출봉 내려오다 만난 예쁜 꽃밭과 절벽. 제주 해변 곳곳에 피어난 저 연보라색꽃 정말 예뻤다

올레길5코스에 해당된다는 남원큰엉의 해안절벽. 리조트 앞마당과 함께 꾸며진 산책로가 퍽이나 예쁘다..

사려니숲길... 단풍을 보려면 1시간 이상 한참 더 무슨 삼거리까지 올라가야한다고 해서 중간에 포기.. 짙푸른 삼나무만 실컷 보고 왔다. 첫날 숲터널길에서 본 단풍은 정말 예뻤는데 또 만날 줄 알고 차를 안 세운 것이 뼈아프다.

새별오름의 억새밭. 멀리선 민둥산으로 보여 에게게.. 실망하다 막상 코앞에 가보니 죄다 억새로 뒤덮여 있었다. 오름을 하나라도 구경한 걸로 만족. 새별오름 주차장 한쪽 귀퉁이 트럭에서 꼬치어묵을 사먹었는데... 제주도, 일본 북해도, 부산 여행을 통틀어 사먹은 어묵 가운데 친구는 이날 먹은 어묵이 최고로 맛있었단다. ㅋㅋㅋ

​                                                                                                           2015. 11.1 ~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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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놀잇감 2015. 11. 8. 15:41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일주일간 친구따라 여행자의 삶을 시전하다 주말에 잠깐 소강상태다. 내일은 다시 부산 내려가서 국내 패키지여행을 마친 친구 일행과 합류해 북해도 여행을 갈 계획. 부산출발, 부산도착 패키지라, 목요일에 부산 도착하면 다시 1박하며 잠깐 또 부산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아이고 바쁘다 바빠. 그리고... 고되다. ㅠ.ㅠ

11월 1일에 떠났던 제주도 여행은 시작부터 아주 파란만장했다. LA친구는 이번에 혼자 나온게, 아니라 두 언니와 손아래 시누이까지 대동했고, 제주여행 팀은 큰언니의 친구 한명까지 합해서 총 6명이나 됐다. 새벽비행기로 인천공항에 내린 LA팀과 김포공항에서 아침 일찍 상봉.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좌석에 앉자마자 유일하게 휴대폰을 로밍해온 큰언니의 '새삥' 아이폰6s플러스가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좀전까지 분명 손에 들고 있었다는데... 

내가 얼른 전화를 걸어보니 다행히도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게이트 안쪽 면세구역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놓고 온 거란다. 찾았으니 일단 안심. 편의점 매니저인듯한 남자분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아적고, 제주에서 김포로 돌아와 돌려받기로 마무리를 지었다. 미국서 새로 산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 전화기인데다 온갖 비즈니스 연락처가 다 들어서 잃어버렸다면 정말 낭패였을 텐데.... 하늘이 도왔다고 다들 말했다.

제주공항에 내려선 우선 렌터카 창구를 찾아갔다. 인원도 많은데다 LA팀 아줌마들의 짐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지 알수가 없어서 미리 예약은 하지 못했다. 9인승 승합차 1대로 다니기로 결정하고 셔틀버스로 렌터카 회사로 가고 있는데, 셔틀버스 기사님이 갑자기 전화통화를 하다가 물었다. "혹시 현금 봉투 잃어버리신분 계세요?" 헉... 현금 봉투??

친구 일행은 이번 여행 경비를 미리 내게 송금해 환전해놓도록 했고, 서울서 합류한 나와 큰언니 친구도 똑같이 회비를 내서 내가 총무를 맡아 경비를 쓰기로 했었다. 하여... 내가 펜션 숙박비를 제외한 전체 경비(무려 130만원! 그나마 제주도 경비만 들고 가서 얼마나 다행인지.. ㅠ.ㅠ)를 현금봉투에 넣어 들고 다녔는데, 여행 시작도 전에 잃어버린 거였다! (물론 잃어버린 줄도 몰랐음. 공항 창구에선 현금 결제 안된대서 대신 내 카드로 결제했기 때문에.. ㅠ.ㅠ) 

렌터카 창구 직원이 습득한 것도 아니고, 우리처럼 렌터카를 빌리러 셔틀버스 타고 본사로 올 손님 중 누군가 현금봉투를 주웠기 때문에 직원들이 아주 난감해했다. 습득한 분이 직접 분실자와 통화를 하고 돈봉투도 직접 전하겠다고 했다면서... 째뜬 결론적으로 여행경비는 무사히 되찾았다. ^____^  사례금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 5만원 드렸음. 분실액의 10퍼센트를 사례금으로 주는 것이 상례라고 들은 것도 같은데 그건 너무 많은 것 같고.. ㅠ.ㅠ 

아오.. 암튼 LA 아주머니들은 한국이 아직도 살만한 나라라면서 칭찬일색. 그러나 나는 여행가이드 겸 운전수로서의 임무를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멘붕이 되고말았다. 어떻게 돈봉투를 그냥 아무데나 흘릴 수가 있는지... 내가 나를 믿을 수가 없어! 정신이 혼미.. 게다가 난생처음 9인승 뉴카니발을 운전해야하는데.... 으어... 의자 높이는 건 어떻게 해야하느냐규... 일단 운전석에 앉았는데 승합차는 처음 운전한다는 내 말에 다들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더니, 국제면허증을 만들어온 둘째 언니가 무작정 운전석을 꿰찼다. 미쿡에선 그보다 더 큰 밴을 끌고 다니는 사모님이시라며...

가이드의 위상은 시작부터 처절히 무너질 수밖에 없었으니... 에효. 

그래도 첫날 멘붕 충격에서 벗어난 둘쨋날부터는 다시 내가 가이드 겸 운전수의 임무를 무사히 수행했고, 먹부림에 가까웠던 여행은 즐거웠다. 간만에 간 제주도는 아이고.. 어찌나 아름답던지! 돌아오기가 안타까웠다. 물론 2박3일이 5박6일쯤 되는 듯한 기분이 들만큼 스트레스 또한 많았으나 ^^; 제주도의 아름다움이 그 스트레스를 죄다 무마해주었다. 가능하다면 한 일주일 넉넉하게 둘러보며 올레길도 제대로 좀 걸어보고 싶은 마음 굴뚝. 물론... 다음엔 이왕이면 까다로운 사모님들 말고 ^^ 편한 파트너와 함께 여행하고 싶다. ㅋㅋ 숙소가 서귀포시 쇠소깍 근처에 있어서 주로 그 근방과 우도를 다녀왔는데 날씨도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둘쨋날 아침산책에서 발견한 숙소 옆 돌담 너머의 귤밭. 저 귤이 다음날 보니 다 수확되고 없었다. 농장에서 사먹은 귤은 아직 좀 맛이 덜들은 느낌도 있었지만 완전 꿀맛. 게다가 엄청나게 큰 15kg 한박스에 겨우 만오천원! 귤값이 폭락해서 인건비도 안나올 지경이라 제주 농민들의 시름이 크단다. 겨우내 제주 농장에다 직접 연락해서 택배로 받아 사먹어야지 마음 먹었음.  

위 ​사진은 우도 서빈백사 해수욕장이다. 옛날에 성산항에서 우도 갔을 땐 분명 천진항에서 내려서 조금만 가면 이 해변이 나왔었는데.... ㅠ.ㅠ 이번에 우리가 내린 항구는 천진항이 아니었다. 그래서 또 나의 머릿속 내비게이션과 방향감각이 꼬이고... 소형 전기차를 빌려 둘둘씩 타고 우도를 둘러보자던 계획은... 믿었던 언니들의 운전포기로 아슬아슬... 사고 안나고 잘 끝난 게 다행이었다. 


요번에 우리가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당도햇던 항구는 '하우목동항'. 예전엔 제주 모슬포에서 오는 배들이 여기로 오고, 성산항 출발한 배는 천진항으로 다녔던 것 같은데 서로 바뀐듯하다. 째뜬 전기차나 스쿠터를 빌릴 분들에게 팁을 드리자면... 하우목동항 근처의 전기차, 스쿠터 렌트업체보다 천진항 근처의 전기차, 스쿠터가 훨씬 '새것'이고 모양도 예쁘고 색깔도 다양하다. 우도에서 잠깐씩 해가 구름속으로 숨을 땐 한기가 느껴졌었는데, 그땐 같은 모양이라도 문 달린 샛노란 전기차를 탄 사람들이 엄청 부러웠다. 하지만.. 하우목동항과 천진항 사이가 전기차로 5-10분 거리이니 걸어가서 빌려타고 또 나중에 항구까지 걸어올 생각을 하면 강력 추천하진 못하겠다. 배가 천진항으로 들어갔을 때라면 모를까...  하여간 나는 외모지상주의자답게 색깔 다양하고 예쁘고 '새것'인 남들의 전기차를 나는 계속 부러워했었다. ^^ 

'같은 날 섭지코지에서 본 석양이다. 

서울로 올라와서 4일엔 컬투쇼 정찬우의 광팬인 둘째언니를 위해 1달전부터 신청해놓았던 컬투쇼 방청단으로 SBS엘 갔었고, 다음날은 명동, 남대문시장, 삼청동, 청계천 시내관광을 풀코스로 다녔고...


LA팀들이 국내여행 패키지를 떠난 6일엔 미리 계획했던 대로 등산. +_+ 체력은 국력이다. 물론 등산이라기보다는 단풍구경을 나선 것인데, 중간에 갑자기 농사짓는 후배가 텃밭에 고구마를 못캐서 버리게 생겼다는 말에 등산을 중단하고 일산으로 달려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는 비를 맞으며 고구마와 땅콩을 캤다. 겨우 일주일만에 한 3개월치 외출과 활동량을 몽땅 해치운 기분... 

비오는 주말 내내 몸을 추스리고 있는데.. 우잉... 날짜가 일러서 북해도엘 가도 눈대신 계속 비가 온다는 전망이다. 젠장. 여행은 뭐 비가오나 눈이 오나 나름의 재미와 감동이 있지만... 이왕이면 날씨가 좋아야하는데... 아쉽다. 째뜬 그래서 또 다음 근황은 북해도와 부산 다녀오고 친구 돌려보낸 뒤에야 정신 차리로 알릴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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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장난감

투덜일기 2015. 10. 28. 14:10

스마트폰이 요즘 어른들의 필수 장난감이 된 거야 주지의 사실. 70대 노년의 울 엄마도 스마트폰 세상으로 입문하신지 석달이 넘었는데, 아이고 안 사드렸으면 어쩔 뻔 했나 싶다.

처음엔 문자놀이에 빠져 집에 있는 나한테도 언제 일어날 거냐, 점심 뭐 먹을 거냐, 장보러 안가냐... 띠리링 띠리링 아주 귀찮게 하시더니만 ^^

요샌 사진 재미에 푹 빠져 계시다. 아예 동네 개천변 산책길의 꽃과 풍경 사계를 기록으로 남기시겠다고!

하루에도 수십장씩 찍어온 사진들을 내밀며 좀 보라고 하는데 무심한 딸은 그저 귀찮을 뿐이고!! ㅋ 멋지다, 잘 찍었다고... 영혼없는 칭찬도 하루이틀이지 원...
휴대폰을 내밀어도 보는 둥 마는 둥 했더니 이젠 문자나 카톡으로 사진 폭탄세례!! 아 놔;;

나뿐만 아니고 두 아들과 만만한 시누이들한테도 막 자랑삼아 보내시는데... 한꺼번에 사진 너무 많이 보내는 거 실례고 민폐라고 암만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 바로 답장 안하면 삐치기나 하실 뿐.

근데 또 열렬히 울 엄마의 작품생활을 지지하는 이가 나타났으니... 화가이신 울 막내고모다. ^^*
마침 요즘 그리는 작품이 풀, 나무, 꽃과 관련이 있대고 준비하는 논문도 풀꽃의 도상화 작업에 대한 거라나. 해서 오히려 아마추어가 찍은 소박한 풀과 꽃 사진이라 작품에 더 영감을 준댄다. 심지어 "언니, 그러다 사진 작품전 열어야겠어요"라고까지 (너무 심한) 극찬을..  ㅠ.ㅠ 
그 얘길 듣더니 울 엄니 더 신나서 작품활동에 힘쓰시고 자꾸만 또 나한테도 좀 보라고.... ㅋㅋ

내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서 엑기스 매뉴얼을 손수 대여섯장이나 적어드렸는데 아무래도 독학하며 글로 익히자니 한계가 있었는지, 오늘부턴 아예 구청 스마트폰 초보교실에 등록해 공부하러 가셨다. 놀라운 학구열!

일요일에 1박2일로 부산 모녀여행을 다녀왔는데, 자긴 충전기 안챙겨가도 될 거라고 장담했다가 배터리 떨어진 걸 어찌나 아쉬워 하시던지 결국 올라올때 부산역 편의점에서 급속충전을 해드렸다. 근데 그 이후 이상하게 휴대폰이 먹통! 전화만 되고 시간날짜도 초기화되더니 문자 카톡이 안됐다. 내가 배터리 빼면서 유심칩 빠뜨렸나 덩달아 식겁. ㅠㅠ

안타깝게도 서울역엔 kt매장이 없고 비까지 내리는 밤중이라 얼렁 택시타고 집에 와야했다.
해서 다음날까지 휴대폰 놀이를 못하게된 왕비마마.. 거의 멘붕이신듯 안절부절! ㅋㅋ 스마트폰 금단증상이 따로없더군. ㅎㅎ 

어제 득달같이 휴대폰 매장에 갔더니 유심칩 빠진 건 아니라서 부팅을 여러번 하고 설정을 고치고 이것저것 눌러보더니만 금방 고쳐줬다. 그제야 안심하고 환하게 웃는 노친네. 아들들한테 카톡으로 부산 사진 자랑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병이 날 지경이었나보다. 아이고...

고교 동창모임에서 친구들이 큼지막한 스마트폰 화면 쓱쓱 넘기며 손주들 사진 자랑할 때 부러웠더다니... 이젠 울 엄니도 손주들 사진에 당신 사진, 손수 찍은 작품사진까지 아주 어딜가나 자랑이 한창이다.

울 엄니 때문에 또 어느 할머니도 스마트폰 세상에 입문하실지도 모를 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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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쾌대는 몇년 전 만난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조만간 대규모 회고전이 있을 거란 예고를 듣고 기다렸던 전시다.

근대와 일제 강점기, 그리고 분단의 현실까지 근현대사를 개인의 역사로 지닌 인물이란 것도, 조선의 서양화가로서 다양한 시도를 한 것도 흥미로웠다. 근대화가 전시에서 이쾌대란 인물을 처음 알게 됐을 때, 부인 유갑봉 여사와의 애틋하고 달달한 '연애담'도 그림 못지않게 인상깊었음을 고백한다. 옛날 사람들이 워낙 성숙하기도 했고 시절이 하수상하여 나이가 꽤 들어서 고등학교를 다녔다지만 휘문고보 졸업반때(그래봤자 19, 20살이다!) 주고받은 연애편지들은 으어... 엄청 진지하고 성숙하다. 실제로 두 사람 졸업반때 결혼을 했다는 것 같다. ㅎㅎ

연애담도 워낙 유명하지만 결혼 이후에도 얼마나 금슬이 좋았는지, 웬만한 그림 속 여자들은 죄다 모델이 아내인 유갑봉인데 애정을 듬뿍 담아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느낌이 척 보기만 해도 전달된다. 대상을 깊이 사랑하지 않고서야 그렇게 예쁘게 정감 있게 담아낼 수가 있을라고...

여러 편지와 개인소장품도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글씨는 또 어찌나 정갈한 명필인지! "맺힌 구석이 한 군데도 없이, 평생 평온한 인생을 누린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글씨체" 같다는 것이 같이 전시 관람한 친구의 평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핏 도슨트의 설명을 듣자니 그냥 '만석꾼'도 아니고 '삼만석꾼'의 아들이었단다. +_+ (정갈하고 깔끔했던 글씨체는 역시나... 포로수용소 시절엔 좀 흐트러진다. 북한 시절엔 어떠했을지 몹시 궁금..)

일제 강점기에 일본유학을 할 정도면 당시에 잘 먹고 잘 산 부유층이리라 짐작 가능하지만 대충 잘 사는 정도가 아니었던 듯. 유학시절 아내도 줄곧 일본서 함께 지냈단다.

째뜬 이쾌대가 월북화가임에도 그 수많은 작품들이 무사히 보존될 수 있었던 건, 거제 포로수용소에 갇혔던 이쾌대가 아내 유갑봉에게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라고 부탁했으나, 아내가 그림을 한 개도 팔지 않고 대신 시집 올 때 받은(해온?) 패물들을 팔아 먹고 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쾌대가 생전에 쓰던 고풍스러운 책상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옆에 놓여있던 예쁜 지함이 바로 패물함이었대고, '물목'이었던가.. 여러가지 품목이 적혀 있던 화선지가 함에 들었던 패물 목록이었단다. 대단하다 싶기도 하면서, 또 워낙 어려운 시절인데도 나름 풍족하게 살았을 이들에 대한 괜한 반감까지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였다(한국전쟁 이후 부산 피난살이 하면서.... 유갑봉보다는 한 살 많고, 이쾌대와 동갑인 1913년생 우리 할머니는 생선광주리를 이고 다니셨다던데;; 울 할머니도 이북과 만주에선 몸종 거느리고 사신 아씨마님이었다규~ ㅋㅋ )

하여간에 조선사람, 한국사람을 서양 미술기법인 '유화'로 그려낸 그림들은 대부분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서양의 명화들을 따라 그리려한 느낌이 드는 대작들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나는 주로 '예쁜 여자들' 감상하는 재미에 푹빠져 다녔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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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어제 보테로 전시회를 보러 갔다. 8월이긴 해도 이젠 초등학생들이 개학을 했을 거라고, 게다가 월요일이니 휴관인줄 알고 사람들이 좀 덜 오지 않을까 기대했던 건 죄다 꽝. 엄마 손에 이끌려온 초등학생들은 여전히 바글거렸고 전시장은 와글와글 시끄러웠다. 젠장 9월까지 기다릴 걸 그랬다고 후회했지만, 뭐 그래도 피크 때는 한두시간씩 줄서서 기다려 입장했다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데서 위안을 삼았다. 

프리다 칼로와 이쾌대, 보테로 중에서 뭘 제일 먼저 볼까 고민하다 그래도 제일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프리다 칼로와 이쾌대는 왠지 마음을 좀 다잡고 보러가야할 것 같은 기분은 그냥 괜한 나의 지레짐작일 수도 있지만..) 보테로를 선택했으나, 지난 전시회 후기를 이제야 찾아보니 내 착각이었다. 보테로 그림 속 인물들은 대체로 뚱한 표정으로 슬픔과 애환을 전하고 있었거늘... 어휴. 난 왜 즐거워지려고 보테로를 선택한 걸까?

그래도 멀리 그림보러 가서 허영기 충족시키고 수다떨고 차마시다 저녁에 치킨에 감자튀김에 맥주까지 풀코스로 놀아줬더니 기분전환은 확실히 된듯 했다. 보테로로 1주일, 감자튀김으로 1주일 최소 2주는 기분좋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친구와 킬킬거렸다. 요즘 사는 낙이라는 게 참...

암튼 전시회 포스터에 떡하니 첫 구절에 쓰여있듯 현대백화점에서 후원을 하는 고로, 백화점 카드가 있으면 입장료 만3천원을 만원으로 할인해준다. 요즘 대형기획전시 너무 비싸서 불만인데... 할인해주면 고맙지.

허나 여름방학 특수를 노리고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층층마다 너무 많이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작품 수가 꽤 되는데 그림을 하도 다닥다닥 붙여놔서 나로선 아주 불만이었다. 작품 하나만 따로 보고 싶은데 하도 거리를 좁혀놔서 옆 그림이 시선을 방해하게 만들어놨어! 우쒸

꽃 3연작도 아주 넓은 벽에 시원시원하게 셋만 딱 걸어놔도 꽉 차는 느낌인데 좁은 벽에 쪼로록 숨막히게 붙여놓질 않나. 참 내... 

2009년도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눈호강을 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불만이 컸다. 요번에도 보테로가 직접 내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자기 작품을 다닥다닥 한군데 몰아놓은 걸 보면 분노하지 않았을까? 흥!

저번에 본 그림들도 있고 성직자들이나 예수 그림, 투우사들의 그림 시리즈는 처음 보는 것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12세 모나리자 그림은 오지 않았다. ^^; 아마도 유일하게(?) 미소짓는 인물화라 더 빌려오기가 힘든가? ㅋ 암튼 서커스 인물 그림들은 여전히 서글펐고, 투우 장면 작품들도 뭔가 좀 가슴 아팠다.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퍼오려니 나란히 붙어오는군. 왼쪽그림은 <마타도르> 시리즈 가운데 하나였던 것 같고 오른쪽은 그림 제목이 <미망인>이다. 홀로 아이셋을 키우는 엄마의 옹색한 살림이 방안 빨랫줄에서, 응석받이 아이들한테서도 느껴지는 듯. 

이번 전시에서도 내 시선을 더 많이 끌었던 건 정물과 풍경화였는데 (보테로의 풍경화 처음 보는듯!) 정물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파란 커피 주전자가 있는 정물>.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과 커피의 만남이라니.. 오옷!

파란 커피주전자가 있는 정물

나중에 아트숍에서 엽서 있으면 꼭 사야지 마음 먹고 나왔는데, 아쉽게도 이 그림은 엽서로 판매하질 않았다. 

역시 내 취향은 마이터리티인가... -_-;

아무래도 정물 그림은 더 이상 통통하게 양감을 부여하기가 어려운듯, 바나나가 심히 뚱뚱해보이는 그림들이 좀 있긴 해도 과일 그림은 그냥 평범해보인다. 오히려 길쭉하게 잘라놓은 수박은 날씬해보이기까지... 


시끄러운 아이들을 피해가며 얼른 전시장을 한바퀴 돌고 나서 다시한번 찬찬히 그림들을 둘러보고는 이번에 가져갈(?) 작품을 드디어 선정했다.

풍경화 중에서 한 작품으로.. 제목이 <걷는 남자>였던가.. 다행히도 이 작품은 브로셔에도 들어가고, 엽서로도 나와있었다. 짙은 색 기와를 얹은 담장은 어쩐지 한국이나 중국 느낌도 나고, 통통한 나무둥치와 가지는 통통한 손가락을 벌려놓은 것 같다. 주인공인 걷는 남자는 그림 한쪽 구석에 아주 작게 들어가 있고.

그림 퍼오기 귀찮아져서 아래 사진으로 그냥 대체할란다. 째뜬 2500원이나 하는 그림엽서 득템. 사이즈가 좀 크긴 하다. 더불어 빨간꽃 메모지도 괜히 욕심부려 하나 장만했다. 대체 왜 나는 수첩류만 보면 광분하는가... 자책하면서. ㅋㅋ

그리하여 아래는 기념엽서와 득템품목 자랑샷이다.


전시는 10월4일까지 한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으음.. 애들한테 왜 인기가 있는지는 알겠는데 몇년 뒤 또 이 정도 규모의 보테로 전시회를 하면 난 굳이 보러오진 말아야지 결심했다. (모나리자 그림이 온다면 좀 생각해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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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부엌

투덜일기 2014. 12. 22. 10:45

오래된 싱크대의 수납장 문이 잘 안닫히기 시작한 건 오래 되었고 얼마 전엔 덜컥 수도꼭지, 아니 물 나오는 부분의 길쭉한 철제 호스 같은 게 부러졌다. 이리저리 꺾어서 각도 조절할 수 있는 모양이었는데... 안에 든 플라스틱까지 끊어진 건 아니므로 물이 나오는 데 지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철제 호스가 꺾여 덜렁거리니 설거지를 하려면 뭔가를 기대어 놓거나 왼손으로 잡고 한손으로만 그릇을 헹구어야하는 사태. 


그 수도꼭지도 몇년 전 언젠가 막내동생이 사다가 직접 달아준 거였는데, 아니 무슨 수도꼭지가 10년도 안 쓰고 고장이 나나 그래... 아무튼 노상 야근에 주말 출근도 불사하는 불쌍한 동생을 또 불러댈 순 없는 일이고 철물점 같은 데 가서 수도꼭지 사고 웃돈을 얹어 출장수리를 해달라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비용도 따지면 총 10만원 가까이 들겠더라.


요즘 유행하는 쿡탑 렌지를 비롯해 싱크대를 싹 바꾸고 싶은 마음은 수년째 품고 있었지만 그러다 집이 전격 팔리면 어쩌나 아까비.. 하는 마음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나무 상판이 남아있는 한쪽 싱크대가 물에 쩔어 막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고 문은 하나같이 제대로 안 닫히는 데도 강제로 욱여 닫아가며 살아왔었다. 아우 새삼 청승맞기도 하여라.


덜렁거리는 수도꼭지와 연일 씨름을 하며 드디어 부엌을 싹 갈아엎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혹시 아나, 머피의 법칙이라고 부엌 싱크대 갈자마자 집 팔려서 속쓰려하는 일이 생길지. 엄동설한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 불운/행운이 작용하여 아무도 보러오는 사람 없는 집이 팔린다면 수리비 아까워할 게 아니라 좋아서 팔짝팔짝 뛸 일이다. (집이 하도 낡아 누가 이사오려면 벽부터 완전 개조가 필요한 집이라서 아마 부엌도 다시 뜯어야할 테니 하는 말이다;; ) 하여 결심은 섰으나 우유부단 추진력 제로인 게으름뱅이는 또 동네 주방가구점에 견적을 받으러 가야하는데, 가야하는데... 그러고만 있었다.


헌데 두둥~ 한 열흘 전 한밤중에 괜히 TV 리모컨놀이를 하다가 홈쇼핑에서 부엌 개조 상품 발견! <무이자 12개월 할부>에 특정 카드는 청구 할인, 일시불이면 또 할인... @.,@ 어떤 색깔로 할지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이 그냥 죄다 세트 상품이었다. 이거다 싶어서 얼른 줄자를 들고 부엌으로 달려가 대강 칫수를 재고는 주문 완료!


그러고는 속으로 마구 빌었다. 제발 크리스마스 이브(마침 울 할아버지 19주기 제삿날이다) 이전까지 설치 가능하게 해주세요... 아니면 망함...  설마 일주일이면 되겠지... 아 몰라... 설마.. 간만에 나한테 주는 거한 크리스마스 선물인데... 그랬다.


다행히 바로 다음날 주방가구 직원이 실사를 나와서 다시 직접 치수를 재고 사진을 찍더니 일주일 뒤 설치를 약속했다. 휴우... 게다가 진짜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면 철거와 시공이 다 된다네. 좋은 세상이닷. 감사하여라. 유럽이나 미국에선 수도꼭지 하나 바꿀라고 주문해도 최소 열흘은 걸린다던데 빨리빨리 대한민국 역시 최고. -_-; 


해서 오늘 드디어 대망의 부엌공사가 진행중이다. 어젯밤 우렁각시처럼 살금살금 온갖 그릇들을 치워 싱크대를 비우고, 식탁도 번쩍 들어 옮기고 타일공사 대신 내가 붙여야지 마음 먹었던 시트지 붙이기도 일부 먼저 해놓느라 이미 삭신이 다 쑤신데, 저쪽에선 드르륵 드르륵 공사를 하건말건 난 내방에서 일이나 하겠노라 맘먹은 건 그저 작심일 뿐 귓바퀴는 깔대기처럼 자꾸만 저쪽 집으로 쏠리고, 2층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발소리에 아무데도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차 한 잔 드시겠어요, 그러면서 싹싹한 아줌마 코스프레나 하는 수밖에... 철거팀은 한시간 반만에 벌써 후딱 오래된 싱크대를 해체하고 간략한 수도공사까지 마친 뒤 철수했고, 어느 틈에 설치팀이 와 거실쪽을 비닐로 완전 차단막을 쳐놓고 조립 작업중이다. 놀라운 분업의 세계. 과연 이따 저녁땐 어떤 부엌이 나를 맞이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뭐 그래봤자 누렇게 된 벽지를 배경으로 새하얀 씽크대가 심히 튀기밖에 더하겠냐마는... 째뜬 나도 드디어 새 부엌을 갖게 되었다.  이사나 가야 가능할 줄 알았던 일인데. 감개무량하다고 해야하나 그간 불편을 외면했던 내가 미련했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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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박2일

놀잇감 2014. 9. 1. 16:18

누가 물으면 올해는 여름휴가따위 없어! 그랬는데, 다녀오고 보니 짧아도 이게 나의 여름휴가였구나 싶다. ㅎㅎ 

외국도 아니고 겨우 부산엘 가면서 7월초부터 가격대비 효율성을 따지고 또 따져서 -_-; 호텔을 예약하고, 또 KTX도 미리미리 할인좌석으로 예매해놓고 날을 기다리기를 또 한달. 헌데 D데이 전날인 25일엔 부산을 비롯해 남부지방에 폭우로 난리가 났다. 맙소사. 그나마 다행인 건 비가 계속 오진 않는다는 일기예보. 해수욕 할 것도 아니니 비가 오거나 날씨 흐린 건 괜찮은데, KTX 선로 피해랑 부산 지하철 역사 폐쇄 소식은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떠날수밖에. 어차피 예약과 동시에 결제까지 해야했던 호텔은 취소해도 환불도 안되는 마당에 그냥 가는 지 뭐 어쩌겠어.

 

염려와 달리 10시에 서울역을 출발해 12시 40분 정각에 도착한 부산은 조금 날이 흐렸어도 푹푹 찌는 무더위. KTX에서 얼핏 본 뉴스로도 부산 지하철은 모두 정상운행중이라고 했으렸다. 앞으로 괜한 걱정은 붙들어매놓기로 했다. 어차피 해운대 근처에서 뱅뱅 돌 테니 비 피해 심한 쪽은 갈 일도 없었다.

 

부산에서의 첫 끼니는 부산 여행때마다 별렀어도 현지에선 못 먹어본 밀면! ^^; 부산역에서 제일 가까운 초량밀면집으로 향했다. 위치는 부산역에서 길건너 국민은행 건물 바로 오른쪽 큰길가.

으어... 줄지어 늘어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라.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며 우리도 얼른 줄을 섰다. 다행히 줄은 금방금방 줄어들어서 한 20분 기다렸던가...

대신에 자리만 나면 거의 앉자마자 주문 후 수분 내로 밀면과 왕만두를 맛볼 수 있다. 캐리어들고 곧장 온 관광객들도 많지만, 떼거지로 몰려와 곱배기 시켜먹는 청년들도 많았음.

 

 

 

 

 

 

 

 

 

이것이 3500원짜리 밀면과 왕만두의 위용이다(일행은 가격이 하도 싸서 왕만두 1개에 3500원인 줄 알았다고;; ㅋ). 면이 거의 쫄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쫄깃쫄깃... 밀면도 만두도 맛있어 맛있어... 그러면서 먹었다. 뭔가 옛날 분식집에서 먹던 추억의 맛 같기도 하고... 하도 얇아서 막 찢어질 정도인 만두피에 감싸인 잘게 다진 소가 인상적. 하지만 뭔가 많이 씹히는 만두를 좋아한다면 별로일 수도 있을 듯. 째뜬 나는 가격대비 엄청 만족스러웠음.

 

부산에서도 지하철보다는 버스파의 취향을 계속 발휘, 다시 길을 건너 1003번을 타고 해운대로 향했다. 한 40분쯤 걸렸나? 지하철 노선 한두번  갈아타고 계단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보다는 한번에 쭉 가니 훨씬 편했음. 전철역보다 버스정류장이 해운대 해안도로와도 훨씬 더 가깝고! 마침 우리 호텔 바로 앞이 버스정류장이었으나, 일단 뭔가 더 시원한 것으로 입을 달랠 욕심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스타벅스로 올라갔다. 뜨겁고 더워서 더 멀리 가기도 싫고...

 

카페인 섭취 후 드디어 체크인 후 올라간 호텔방에선 눈앞에 바다가 뙇~~!! ^^*

비록 광안대교 교각 아래로 출렁출렁 흘러들어가는 낙동강 물빛은 무시무시한 황토빛이고, 설마 누런 강물이 해운대를 뒤덮은 건 아니겠지 싶은데도 흐린 날씨 탓인지 새파란 파다 대신 누리끼리한 바다가 절반 이상 펼쳐져 있었지만 그래도 바다는 바다.

뉴스에서 본, 다닥다닥 소름끼치게 백사장을 뒤덮었던 파라솔은 거의 다 철수해 일부만 접혀 있고 군데군데 파도와 뛰노는 해수욕객들이 간간이 보이는데, 아 여유롭도다, 딱 내 취향일세...

 

 

 

 

 

저녁은 회를 먹기로 했지만, 광안리 회타운에 가려던 애당초 계획은 '귀찮아서' 전격 수정. 가까운 미포 해구(해운대 끄트

머리라 걸어가도 됨)에 있는 횟집으로 택시타고 가기로. 수많은 호객행위를 물리치고 찾아간 곳은 유람선 선착장 2층에 있는 마라도횟집. ㅋㅋㅋ 유일하게 내가 가본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새 인테리어도 깔끔하게 바뀌어서 더 마음에 들었는데, 자연산 회를 생선종류별로 가려가며 먹을 게 아닌바에야 모듬회는 어차피 그 동네 다 1인당 3만5천원 균일이다. 일부러 광안대교 보이는 자리로 앉혀주었지만, 우리는 해가 중천에 있을 때 먹기 시작해서 해지기 전에 나왔을 뿐이고! ㅋㅋ

 

쓸데없이 이것저것 곁다리 음식이 많이 나오는 게 아니라 여자 둘이 먹기에 딱 좋은 양만 적당히 나오는 식이라, 우린 꽤나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며 나왔지만 회마니아에겐 양이 부족하다싶을 수도 있을 듯. 먹기 바빠서 이 집에선 죄다 먹다말고 한장씩 남긴 사진들이라 그나마 푸짐해보이는 거로 한장.   

 

 

돌아갈 땐 소화도 시킬겸 백사장을 걸었다. 드디어 바닷물에 발도 담그고 노래도 흥얼흥얼... 파도 앞에서 촐싹거리다가 당연히 바짓가랑이 다 적시고...

 

아...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하늘이 코앞으로 다가온 느낌인데, 해안엔 하나둘 불이 켜지고, 인적이 드문 해운대 백사장을 거닐 고 있으려니 신선놀음 하는 듯. ㅎㅎㅎ

 

마침 일행의 지인이 부산 주민이라 달맞이언덕이며 광안리까지 부산 야경보러 잠깐 드라이브를 한 뒤엔 높은빌딩 빽빽한 마린시티에서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차를 마셔주었다. 부산에서 음식점이든 카페엘 가서 주민인지 관광객인지 판단하는 방법은 바다가 보이는 자리로 앉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라는데, ㅋㅋㅋ 부산 거주 10년째라는 그분은 아직도 본능적으로 바다가 보이는 자리를 찾아서 원주민들의 비난을 받는다고. 에펠탑 보기 싫어서 에펠탑 안에 있는 식당에서 매일 밥먹는다는 어느 파리시민의 일화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내 기억속의 광안대교(오래 전 한화콘도에서 내려다보았던)는 시시각각 보라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조명이 변했더랬는데 이번에 보니 바깥쪽 조명은 계속 파란색이고, 광안리해수욕장 쪽에서 보는 안쪽 다리에만 요란하게 글자도 새겨지고 색깔도 여러번 바뀌는 듯(어쩌면 2년전 광안리 횟집에서 보았던 광경과 뒤죽박죽 섞인 건지도 모르겠다). 째뜬 낮게 드리워진 구름에 반사된 광안대교의 조명 덕분에 하늘에서도 빛이 내려오는 것 같지 않은가? 그래서 그 옛날에도 내가 모르도르 같다고 했었거늘! 

 

 

술도 별로 안마셨지만 다음날 느즈막한 아침 메뉴는 해장을 위한 복지리. ^^; 하도 뱅글뱅글 해운대 주변을 차타고 많이 다녀서 이젠 웬만한 해운대 지리는 내 손바닥안에 있소이다... 걸어서 5분 거리인 금수복국으로 단숨에 찾아갔다. 꼬르륵거리는 뱃속에 황급히 퍼넣다 말고 생각나서 얼른 한장 남긴 사진. ㅎㅎㅎ 금수복국은 이제 서울에도 지점이 있어서 희소성이 떨어진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강남이라 강북녀에겐 여전히 먼 곳. 다음에도 이왕이면 부산에 가서 먹어주겠어.

 

부른 배를 두들기며 또 다시 바닷가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노닥거리다, 가보고 싶었던 이기대자연공원은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고 그냥 동백섬 해안산책로를 한바퀴 돌았다. 

 

 

 

 

느릿느릿 걷다 쉬다 뜸들이며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한 산책로이고, 데크가 잘 깔려있는 길 곳곳에 벤치와 전망대가 있어서 해운대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음. 그러나 내가 구경하고팠던 곳은 저 멀리 보이는 오륙도 옆에 있는 이기대 해안산책로와 공룡발자국이었을 뿐이고... ㅠ.ㅠ  

남은 오후 시간은 일행의 취향에 맞춰 '세계 최대백화점'이라고 뻘건 간판이 곳곳에 붙어있는 센텀시티 신세계에서 눈요기로 보냈다. 돌연 빵심 충만하여 늦은 점심도 지하에 입점한 '이흥용제과점'의 빵('검정고무신, 하얀고무신'이라는 이름의 빵이 유명한듯)으로 해결했는데, 요즘 위장 컨디션이 별로인 나는 그만 밀가루세례에 체하고 말았다는 슬픈 마무리...  (2014년 8월 26, 27일)

 

일정이 짧아도, 탈이 났어도, 가고픈 델 다 못봤어도, 그럼에도 결론은 여행은 좋은 것이여~!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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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엔

놀잇감 2014. 5. 27. 00:55

온 나라가 참담함에 젖었던 5월엔 유독 이상하게 참 많이도 빨빨거리고 다녔다.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은 통 손에 안잡힌다는 핑계로 작업은 뒷전이고... ㅠ.ㅠ 책도 한권 안 읽고.. ㅠ.ㅠ


일단은 경복궁 옆 고궁박물관에서 하는 <궁중채화전>과 <종묘 특별전>을 봤고

(왼쪽이 비단으로 일일이 꽃과 나비 새 등등을 만들어 장식하는 채화전이고

오른쪽 사진이 종묘 특별전. 그릇이며 술잔이며 되게 신기했음) 



전북 완주 운암산엘 갔었고 (밧줄 잡고 암벽을 오르는 짓거리를 몇번이나 한 끝에 정상에도 올랐다 ㅠ.ㅠ 나 이러다 등산인으로 거듭나는 거 아닐까 몰라... ㅋㅋㅋ)

 


정상에서 찍은 사진은 아니고

매번 내가 정상으로 착각했던 어느 능선에서 대아댐과 대아저수지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 헉헉대며 손이 덜덜 떨려서 정사각형 모드로 찍고 있는 줄도 몰랐다.














경북 영주 부석사와 소수서원엘 다녀왔고 (드디어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을 알현! 감격했다)

부석사 안양루소수서원 직방재부석사 무량수전




부암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도 올랐었고 (마침 월요일이라 윤동주 문학관은 문 닫았더라)

소나무 아래 보이는 것이 윤동주의 서시가 적혀있던 시비, 그리고 엄청 크게 자라 앵두가 다닥다닥 매달려 익어가고 있던 그 주변의 앵두나무. 



용산 중앙박물관에서 하는 오르세전도 보러 갔었고







또 옛날식 함박스테이크를 판다는 삼청동 그릴데미그라스에도 갔었고

이날 뒷북으로 영화 <역린>도 보았음. 귀찮아서 포스터 퍼오기 생략. 영화보다 난생처음 좌우에서 쌍코골이(왼쪽은 내 일행이고 오른쪽은 남의 일행이었는데 양쪽에서 동시에 졸며 코까지 골다뉘 ㅠ.ㅠ)를 경험한 것으로 감상을 대체해도 될 듯. ㅋㅋ 


그러고는 마감중에 또다시 완주에 내려가 종남산 송광사, 위봉사, 화암사 답사를... 

  

송광사 십자종루 화암사 우화루위봉사 보광명전



이러고 놀았으니 일을 제대로 끝냈을 턱이 있나. 연일 전화벨소리에 덜덜 떨고 있다. ㅠ.ㅠ

그래서 양심상 세세한 본격 후기는 다 안쓰게 될 듯;; 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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