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놀잇감 2015. 11. 8. 15:41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일주일간 친구따라 여행자의 삶을 시전하다 주말에 잠깐 소강상태다. 내일은 다시 부산 내려가서 국내 패키지여행을 마친 친구 일행과 합류해 북해도 여행을 갈 계획. 부산출발, 부산도착 패키지라, 목요일에 부산 도착하면 다시 1박하며 잠깐 또 부산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아이고 바쁘다 바빠. 그리고... 고되다. ㅠ.ㅠ

11월 1일에 떠났던 제주도 여행은 시작부터 아주 파란만장했다. LA친구는 이번에 혼자 나온게, 아니라 두 언니와 손아래 시누이까지 대동했고, 제주여행 팀은 큰언니의 친구 한명까지 합해서 총 6명이나 됐다. 새벽비행기로 인천공항에 내린 LA팀과 김포공항에서 아침 일찍 상봉.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좌석에 앉자마자 유일하게 휴대폰을 로밍해온 큰언니의 '새삥' 아이폰6s플러스가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좀전까지 분명 손에 들고 있었다는데... 

내가 얼른 전화를 걸어보니 다행히도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게이트 안쪽 면세구역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놓고 온 거란다. 찾았으니 일단 안심. 편의점 매니저인듯한 남자분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아적고, 제주에서 김포로 돌아와 돌려받기로 마무리를 지었다. 미국서 새로 산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 전화기인데다 온갖 비즈니스 연락처가 다 들어서 잃어버렸다면 정말 낭패였을 텐데.... 하늘이 도왔다고 다들 말했다.

제주공항에 내려선 우선 렌터카 창구를 찾아갔다. 인원도 많은데다 LA팀 아줌마들의 짐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지 알수가 없어서 미리 예약은 하지 못했다. 9인승 승합차 1대로 다니기로 결정하고 셔틀버스로 렌터카 회사로 가고 있는데, 셔틀버스 기사님이 갑자기 전화통화를 하다가 물었다. "혹시 현금 봉투 잃어버리신분 계세요?" 헉... 현금 봉투??

친구 일행은 이번 여행 경비를 미리 내게 송금해 환전해놓도록 했고, 서울서 합류한 나와 큰언니 친구도 똑같이 회비를 내서 내가 총무를 맡아 경비를 쓰기로 했었다. 하여... 내가 펜션 숙박비를 제외한 전체 경비(무려 130만원! 그나마 제주도 경비만 들고 가서 얼마나 다행인지.. ㅠ.ㅠ)를 현금봉투에 넣어 들고 다녔는데, 여행 시작도 전에 잃어버린 거였다! (물론 잃어버린 줄도 몰랐음. 공항 창구에선 현금 결제 안된대서 대신 내 카드로 결제했기 때문에.. ㅠ.ㅠ) 

렌터카 창구 직원이 습득한 것도 아니고, 우리처럼 렌터카를 빌리러 셔틀버스 타고 본사로 올 손님 중 누군가 현금봉투를 주웠기 때문에 직원들이 아주 난감해했다. 습득한 분이 직접 분실자와 통화를 하고 돈봉투도 직접 전하겠다고 했다면서... 째뜬 결론적으로 여행경비는 무사히 되찾았다. ^____^  사례금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 5만원 드렸음. 분실액의 10퍼센트를 사례금으로 주는 것이 상례라고 들은 것도 같은데 그건 너무 많은 것 같고.. ㅠ.ㅠ 

아오.. 암튼 LA 아주머니들은 한국이 아직도 살만한 나라라면서 칭찬일색. 그러나 나는 여행가이드 겸 운전수로서의 임무를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멘붕이 되고말았다. 어떻게 돈봉투를 그냥 아무데나 흘릴 수가 있는지... 내가 나를 믿을 수가 없어! 정신이 혼미.. 게다가 난생처음 9인승 뉴카니발을 운전해야하는데.... 으어... 의자 높이는 건 어떻게 해야하느냐규... 일단 운전석에 앉았는데 승합차는 처음 운전한다는 내 말에 다들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더니, 국제면허증을 만들어온 둘째 언니가 무작정 운전석을 꿰찼다. 미쿡에선 그보다 더 큰 밴을 끌고 다니는 사모님이시라며...

가이드의 위상은 시작부터 처절히 무너질 수밖에 없었으니... 에효. 

그래도 첫날 멘붕 충격에서 벗어난 둘쨋날부터는 다시 내가 가이드 겸 운전수의 임무를 무사히 수행했고, 먹부림에 가까웠던 여행은 즐거웠다. 간만에 간 제주도는 아이고.. 어찌나 아름답던지! 돌아오기가 안타까웠다. 물론 2박3일이 5박6일쯤 되는 듯한 기분이 들만큼 스트레스 또한 많았으나 ^^; 제주도의 아름다움이 그 스트레스를 죄다 무마해주었다. 가능하다면 한 일주일 넉넉하게 둘러보며 올레길도 제대로 좀 걸어보고 싶은 마음 굴뚝. 물론... 다음엔 이왕이면 까다로운 사모님들 말고 ^^ 편한 파트너와 함께 여행하고 싶다. ㅋㅋ 숙소가 서귀포시 쇠소깍 근처에 있어서 주로 그 근방과 우도를 다녀왔는데 날씨도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둘쨋날 아침산책에서 발견한 숙소 옆 돌담 너머의 귤밭. 저 귤이 다음날 보니 다 수확되고 없었다. 농장에서 사먹은 귤은 아직 좀 맛이 덜들은 느낌도 있었지만 완전 꿀맛. 게다가 엄청나게 큰 15kg 한박스에 겨우 만오천원! 귤값이 폭락해서 인건비도 안나올 지경이라 제주 농민들의 시름이 크단다. 겨우내 제주 농장에다 직접 연락해서 택배로 받아 사먹어야지 마음 먹었음.  

위 ​사진은 우도 서빈백사 해수욕장이다. 옛날에 성산항에서 우도 갔을 땐 분명 천진항에서 내려서 조금만 가면 이 해변이 나왔었는데.... ㅠ.ㅠ 이번에 우리가 내린 항구는 천진항이 아니었다. 그래서 또 나의 머릿속 내비게이션과 방향감각이 꼬이고... 소형 전기차를 빌려 둘둘씩 타고 우도를 둘러보자던 계획은... 믿었던 언니들의 운전포기로 아슬아슬... 사고 안나고 잘 끝난 게 다행이었다. 


요번에 우리가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당도햇던 항구는 '하우목동항'. 예전엔 제주 모슬포에서 오는 배들이 여기로 오고, 성산항 출발한 배는 천진항으로 다녔던 것 같은데 서로 바뀐듯하다. 째뜬 전기차나 스쿠터를 빌릴 분들에게 팁을 드리자면... 하우목동항 근처의 전기차, 스쿠터 렌트업체보다 천진항 근처의 전기차, 스쿠터가 훨씬 '새것'이고 모양도 예쁘고 색깔도 다양하다. 우도에서 잠깐씩 해가 구름속으로 숨을 땐 한기가 느껴졌었는데, 그땐 같은 모양이라도 문 달린 샛노란 전기차를 탄 사람들이 엄청 부러웠다. 하지만.. 하우목동항과 천진항 사이가 전기차로 5-10분 거리이니 걸어가서 빌려타고 또 나중에 항구까지 걸어올 생각을 하면 강력 추천하진 못하겠다. 배가 천진항으로 들어갔을 때라면 모를까...  하여간 나는 외모지상주의자답게 색깔 다양하고 예쁘고 '새것'인 남들의 전기차를 나는 계속 부러워했었다. ^^ 

'같은 날 섭지코지에서 본 석양이다. 

서울로 올라와서 4일엔 컬투쇼 정찬우의 광팬인 둘째언니를 위해 1달전부터 신청해놓았던 컬투쇼 방청단으로 SBS엘 갔었고, 다음날은 명동, 남대문시장, 삼청동, 청계천 시내관광을 풀코스로 다녔고...


LA팀들이 국내여행 패키지를 떠난 6일엔 미리 계획했던 대로 등산. +_+ 체력은 국력이다. 물론 등산이라기보다는 단풍구경을 나선 것인데, 중간에 갑자기 농사짓는 후배가 텃밭에 고구마를 못캐서 버리게 생겼다는 말에 등산을 중단하고 일산으로 달려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는 비를 맞으며 고구마와 땅콩을 캤다. 겨우 일주일만에 한 3개월치 외출과 활동량을 몽땅 해치운 기분... 

비오는 주말 내내 몸을 추스리고 있는데.. 우잉... 날짜가 일러서 북해도엘 가도 눈대신 계속 비가 온다는 전망이다. 젠장. 여행은 뭐 비가오나 눈이 오나 나름의 재미와 감동이 있지만... 이왕이면 날씨가 좋아야하는데... 아쉽다. 째뜬 그래서 또 다음 근황은 북해도와 부산 다녀오고 친구 돌려보낸 뒤에야 정신 차리로 알릴 수 있을 듯.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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