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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7.05.25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2
  3. 2017.03.06 그래도 커피 4
  4. 2017.01.18 조선 공예의 아름다움 @ 가나 아트센터 7
  5. 2017.01.02 2016 Best 9
  6. 2016.12.30 어제 9
  7. 2016.12.25 간만에 동네 산책 5
  8. 2016.12.21 예매 실패 꿈 2
  9. 2016.10.06 공주 나들이 2
  10. 2016.09.28 로이터 사진전 3

여행기 예고 ^^

여행담 2017. 5. 30. 14:54

콜드플레이 공연 후기도 1달도 더 지나 겨우 마무리를 끝냈으니, 차츰 여행기도 써봐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 쓸 땐 자랑용 포스팅 목적이 가장 큰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결국 나를 위한 소중한 기록인데 어디에도 남기질 않으면 그냥 다 잊히고 사장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몇년 전 터키 여행이 바로 그 예다. 같이 갔던 후배가 겪은 슬픈 일 때문에 도무지 여행기를 쓸 형편이 되지 않았으나, 이젠 사진을 들여다봐도 어디가 어딘지, 그때 무얼 했었는지 거의 기억나질 않는다. 그러니 남은 기억 휘발되기 전에 요번 여행기는 좀 남겨볼 작정이다. 

헌데 계속 크고작은 바쁜 일이 겹치고 거기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서 문장력 딸리는 현상이 극심해져 글 한줄 쓰는 게 겁나고 망설여지는지 좀 됐다. ㅠ.ㅠ 그러니깐 여행기는 그런 일종의 근심병과 엄살을 극복해보고자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에효.

일단 시작을 하면 마무리를 하는 것도 강박적으로 신경쓰는 인간이므로, 이번엔 예고부터 시작하련다. ㅎㅎㅎ 이번주엔 교정지 작업이 있고, 왕비마마 백내장 수술이 있고 뭐 이래저래 또 바쁜데, 바빠야 딴짓이 하고 싶은 증상은 여전함에도 그 딴짓 중에 블로그질이 포함 안된다는 게 문제다. 여행기는 또 엄청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니깐...


우선 맛보기로 거의 '로드 무비'를 찍는 것 같았던 10박 11일간 나의 여정 지도를 올려봄.

갈때올때


무려 왕복 5천 킬로미터에 육박하는 거리여서, 원래는 나도 국제면허증을 발급해가지고 번갈아 운전에 동참을 하려했으나, 마감에 쫄려서 출국직전까지 일하다 결국 노트북을 싸들고 가야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 운전은 친구와 친구 언니 두 사람이 도맡아야했고, 나는 뒷좌석에서 편히 졸지 않으면 조수석에서 CD와 mp3를 교체하는 역할만 담당했음.

미국이란 나라가 별로 매력도 없거니와 과거 출장과 친구 방문을 빌미로 몇번 다닌 걸로 족하다고 여겨, 미국 갈 돈 있으면 차라리 딴 나라로 여행을 떠나겠다고 공공연히 떠들었던 내가 요번에 친구의 부름에 전격 응했던 건 아마도 영화 <라라랜드>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볼품없고 황량하던 LA가 영화에서 좀 근사했나 말이다. ^^; 그치만 또 결과적으로 LA는 도착한 날과 출국 전날만 찍고 왔을 뿐이다. 암튼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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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달도 더 지난 공연 후기를 쓰려니 민망하지만... 연말 집계할 때 보나마나 최고의 공연으로 꼽고 링크해두려면 포스팅을 해야하느니라.. 속으로 계속 되뇌고 있었다. 그날의 감동은 이미 다 식어 아련하지만, 휴대폰에 든 사진과 동영상을 가끔 들여다보면 나도 모르게 흐뭇해서 미소가 벌벌 흐른다. 내 평생 드디어 콜드플레이 공연을 보았구나...​

작년에 현대카드에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소식을 알렸을 때, 부리나케 현대카드를 신청했으나 발급을 거절당하고 (나홀로 프리랜서는 수입 있는 남편이 보증서주면 카드 발급되는 가정주부보다도 못하다는 걸 또 한번 알게 되었다), 그럼 사학연금 수령자인 울 엄니는 어떤가 신청해보았더니 떡 하니 카드가 날아왔다. 비참처참민망x1. 

엄마카드라도 어디냐 감지덕지... 하지만 4월 15일 공연은 사전예매도, 본 예매도 모두 결과는 실패. ㅠ.ㅠ 비참처참민망x2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4월 16일 추가공연이 잡힌 뒤 또 다시 예매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역시나 카드 소지자와 예매자 이름이 달라서 그런 건지 나는 결제에러로 실패... 비참처참민망x3. 다행히 벨로와 지다님이 여분으로 예매한 표를 넘겨받아 드디어 역사적인 공연 구경에 나서게 되었던 것. 

내 인생은 나 혼자만의 운으로는 도무지 잘 풀리질 않는 건가 싶은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 결국 나의 불운은 해가 바뀌어 실제 공연날에도 또 한번 입증된다. ㅋ 그건 뒤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오프닝 공연에서 괜히 힘빼지 말자며 느긋하게 저녁먹고 커피마시고 노닥거리다 본 공연 시작 직전에 공연장으로 들어가선, 전날 공연을 본 파피 따라 맥주 사들고 인증샷부터 찍었다. 화장실 문제가 살짝 고민되었지만 공연장에서 술마시는 거 신났다! 까마득한 옛날 헐리웃볼에서 공연을 보며 와인을 마셨던 생각도 나고... 야구장에서 치맥하던 생각도 나고... 암튼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그러나 첫곡 A head full of dreams가 흐르면서, 입장 때 나누어준 손목밴드가 자동으로 작동이 시작되어 잠실주경기장 전체가 신기한 불빛으로 물들어가는데 하필 내 건 불량이었다. 흑흑흑... 불이 안 들어와! 불운한 인간은 어디서든 티가 나는구나.. 에효.  비참처참민망x4

지나던 진행요원에게 하소연하니 간혹 불량품이 있다며 직접 입구로 내려가 바꿔와야 한단다. 아...그냥 포기하고 공연에만 집중해야하나 우유부단하게 마구 고민하고 있는데 내 오른쪽 옆옆 사람도 마침 불량이라, 자기 친구는 바꾸러 내려갔다며 내 바로 옆에 앉은 이십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 관객이 그래도 바꾸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묻지도 않았는데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 공연 내내 속상해하느니, 한곡은 귀로만 듣자 싶어 얼른 뛰어내려갔다. 다행히 출구와 통로에서 멀지 않은 자리라 두번째 곡이 끝나기 전에 후다닥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그러길 잘했지...

자이로밴드?라나 뭐라나 이렇게 조명따라 음악따라 색깔이 변하는 신박한 물건을 나도 함께 누리지 못했더라면 얼마나 속상했을까싶다. A sky full of Stars 노래 나올 때 잠실주경기장이 온통 영롱한 별빛으로 뒤덮인 듯한 광경이 펼쳐진 순간 너무 좋아서 살짝 눈물이 솟았었다. 가사처럼 Such a heavenly view 가 아니고 뭔가! ㅠ.ㅠ


예매를 하고보니 4월 16일이 마침 세월호 참사 3주기라 신나게 방방 뜨며 놀긴 좀 마음 한구석이 찜찜한 것도 사실이었는데 노래 제목도 공교로운 <Yellow>가 흐르다말고 공연사고인듯 음악이 뚝 끊기더니 노란 리본이 화면에 떠올랐다. 아 이 짜식들... 뭘 좀 아는구나. 화면엔 세월호 노란 리본, 관객석엔 노란불빛들... 다시 광화문 촛불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나름 셋트리스트 찾아 미리 예습한다고했는데도 처음 듣는 듯한 노래도 있어서 난 아직 멀었구나 했었고, 나라마다 크리스 마틴이 따로 작곡해 불러준다는 노래는 너무 아마추어스러워서 별로였다. ^^; 그치만 1, 2, 3집에 들어 있는 어쿠스틱한 노래들도 꽤 많이 불러주어 어찌나 기쁘던지... <Fix you>도 <In My Place>도 라이브로 듣다니.. ㅠ.ㅠ 기념으로 소장할라고 <In my place>는 쬐끔 동영상도 촬영했다. ㅎㅎ  

점점 더 상업적인 음악만 추구하고 대형공연장에 적합한 빵빵 울리는 EDM 쪽으로 가는 게 영 마뜩찮지만 막상 들어보면 중독성이 정말 엄청나다. 처음 음반 나오면, 에이 별로야 그러다가 어느새 중독되서 흥얼흥얼 따라부르고 찾아듣게 되는 묘미?가 있는 듯. 그러니깐 이틀간의 공연에 팬들이 이토록 열광하고 매진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닐까.  요즘 애들이 듣기엔 당연히 더 최근 음반들이 더 매력있을 거 같다.

게다가 대형공연장 공연 노하우가 쌓이고 쌓였을테니 볼거리도 풍부하겠다, 팬서비스 훌륭하겠다(스탠딩석 한가운데 런웨이같은 무대말고도 갑자기 중앙 조명탑 아래쪽에서 나타나 노래불러주는 거 완전 좋더라. 물론 나는 맨눈으로 얼굴 확인하기 어려운 2층 좌석이었지만;; 거리는 가까워질수록 좋은법!), 크리스 마틴 가창력이 예전만 못하다고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뛰어다니며 노래하는데도 헐떡거림 없이 그 정도면 진짜 훌륭하다 싶었고, 형광봉 역할 대신하는 자이로밴드 활용도 좋았지만 조명도 예쁘고, 중간에 공굴리기? 같은 퍼포먼스도 즐겁고 맨 마지막 불꽃놀이ㅠ.ㅠ로 마무리하는 것도 다 좋았다. 사진에 실제 색감이 잘 안나타나는데도 ​이 정도로 예쁘니 뭐;; 

크리스 마틴이 17년만에 와서 미안하다며 또 오겠다고 하던데, 과연 언제나 오려는지? 지정석에서 간간히 일어나 열광하기에도 힘든 나이인지라 이왕이면 빨리 오너라..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는데 ^^; 과연 재공연이 잡히면 난 또 미련없이 예매전쟁에 뛰어들것인지 그건 또 모를 일이다. 표만 구할 수 있다면야 이번엔 혼자 앉는 자리도 감지덕지였으나, 다음에 또 혼자 뚝 떨어져 앉아 관람하라면 싫을 것 같다. 영화든 공연이든 감흥을 즉각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해야 더 즐거운데 말이지... 

소음 민원문제라는 듯, 공연이 매몰차고 냉정하게 앵콜곡 하나 없이 끝난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기에 셋트리스트 마지막인 <Up & Up)이 흐르자 아쉬운 마음에 또 동영상을 잠깐 촬영하고는 마음을 달랬다. 아 근데 내게 자이로밴드 바꿔오라고 조언했던 여자애들 둘은 마지막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후다닥 공연장을 빠져나가더라. +_+ 공연 내내 미친듯이 춤을 추어대더니만 니들은 편한 귀가가 더 중요했구나 싶어 좀 놀랐음.

마지막 인사와 함께 관객석에 조명이 들어오고... 아쉽지만 빠이~

주경기장에서 몰려나오는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밀리듯 지하철역으로 걸어가 집으로 돌아오며 계속 다시 콜드플레이 음악을 복습하는데 어찌나 흐뭇하던지. ㅎㅎㅎ 이날 밤 집으로 돌아와 나는 곧장 다음날 LA로 날아가기 위해 짐을 싸야했다. 약간은 미친짓이라고 여기면서도 내 생전 이런 살인적인 스케줄은 또 없으리 짐작하며 그래서 더 행복했던 것 같다. 물론 콜드플레이는 미국으로 향하는 11시간 비행 동안에도 중간중간 나를 위로해주었다. 아 글쎄, vod에 콜드플레이 공연실황도 있더라니깐! ㅎㅎㅎ   


티스토리에도 동영상 곧장 올리기가 있는줄 몰랐다 ^^; 알게 된 기념으로 하나 자랑;; 마지막곡 Up&U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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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커피

투덜일기 2017. 3. 6. 02:41

밤참과 함께, 혹은 그냥 따로 한밤중에 따끈한 차를 한잔 마시려고 물을 끓이는 동안 사소한 고민을 한다. 밤이니깐 원두 커피는 안되고 캐모마일? 둥글레차? 메밀차? 디카페인 커피? 그냥 뜨거운 물?

디카페인 커피가 두 종류나 있지만, 말이 디카페인이지 카페인 성분이 0퍼센트는 아닌듯, 좋아라 신나게 여러잔을 마시면 커피 많이 마신날처럼 똑같이 잠이 안온다. 그냥 잠의 질이 형편없어진 것일 수도 있겠으나, 암튼 사랑해마지않는 깨잠을 커피 때문에 망치고 싶진 않다. 잠과 커피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난 역시 잠. ㅋㅋ

해서 조금 전에도 잠시 고민을 했으나, 에라이 모르겠다, 디카페인 커피를 집어들었다. 오늘은 겨우 두잔째이니깐 괜찮겠거니...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역시 나는 커피파다. 평생 녹차를 물처럼 마시고 살았다는 차애호가 후배 하나는 도무지 커피 맛을 모르겠다면서 그저 쓴맛밖에 안나는 커피를 다들 왜 그리 좋아하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나로선 아무리 노력해봐도 풀 비린내가 나서 도저히 적응 못하겠는 차를 좋아라 마시는 니가 이해 안된다!  

볶은지 얼마 안되는 원두를 핸드밀로 갈아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뜨거운 물 부어 마시는, 하루 딱 한두번의 호사를 누릴 때만큼 행복하진 않지만, 그래도 씁쓸하고 고소하고 은은한 커피의 향과 맛에 이제 좀 일할 맛이 나는군 싶어진다. 커피와 잠은 아무 상관 관계가 없다고 큰소리치며,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의 본질을 거세당했으니 커피도 아니라고 마구 무시할 때가 있었는데, 한치 앞도 모르고 막말했던 그 시절의 악담이 부끄럽다. 커피는 그래도 커피인것을. 이나마 마실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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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마지막 전시관람은 혜곡 최순우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전인 <조선공예의 아름다움>이었다. 평창동 가나 아트센터에서 2월 5일까지 전시하고, 입장료는 3천원. 1, 2층 전시관이 꽉 차있고(전시 품목이 총 650점이라고;;), 건너편 구석의 작은 방까지 볼 거리가 많아서 가격대비 거의 횡재한 느낌이었다. 실은... 오후팀이었던 나와 달리 오전에 먼저 보러간 친구 하나는 심지어 주차장 입구로 잘못 들어가서 티켓도 안 사고 그냥 공짜로 구경했다고. +_+ 

언뜻 생각하기론 최순우 선생이 생전에 수집했던 골동품들인가 했더니만, 그건 아니고 한국적인 조형미가 뛰어난 조선시대 공예품을 모아놓은 것 같다. 일상 생활소품 위주라서 재미난 것들도 많고, 예뻐서 갖고 싶은 것들, 신기한 물건들이 참 많았다. 옛날 사람들의 미감이란 참... 대단하다. 살림살이 넉넉한 양반들이나 아름다운 공예품을 누리고 살수 있었겠거니 싶은 마음에 괜히 심술이 난 순간도 있었는데, 사진엔 없지만 어느 일꾼이 벌통 나무 둥치에도 멋드러진 조각을 해놓은 걸 보곤 하하 웃음이 나왔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하는 본능은 양반이건 평민이건 다를 바 없었겠지. 

엄청 추운 날이었고, 전시 보러 들어가기 전에 친구가 휴대폰을 잃어버려 식겁했다가 되찾은 뒤 막 온 세상이 아름답고 살 만한 곳이라는 희망에 찬 심경이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엄청 감동하며 신나게 감상했다. 전시장을 나오기 아쉬울 만큼.

사진 촬영도 제지하지 않아서 아메바 기억력을 한탄할 필요 없이 원없이 마구 찍어왔기에.. 이 포스팅은 사적인 나의 감흥 기록보다는 사진 스크롤의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데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정교하고 아름다운 건 또 어쩔 수가 없고.. ㅠ.ㅠ 그저 나의 기억 상기용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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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Best

놀잇감 2017. 1. 2. 17:59

1. 2016년에 읽은 책

아 부끄럽게도 달랑 10권이다. 그것도 그림책 포함해서... 나부터 이렇게 책을 안 읽는데 출판업계가 망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매년 점점 더 책을 안 읽지? 올해는 사들인 책의 수도 예년에 비해 적었다. 여혐 범죄사건들을 접하면서 뭔가 나도 세상과 계속 싸우려면(?) 이론적인 재무장이 필요한 것 같아서 페미니즘 책을 읽고 정희진 책까지 세 권을 엮어 감상문을 쓰려고 했었는데 ㅠ.ㅠ 결국 안했다. 수다 떨 때도 종종 말문이 막히듯이 블로그 포스팅을 할 때도 버벅버벅 버퍼링이 엄청나다는 걸 느끼며 좌절했다. 그래서 또 글쓰기 관련 책을 읽어야겠다 싶어졌다. 글쓰기에 대한 유명인의 촌철살인 조언과 함께 이런저런 글쓰기 에피소드를 담은  <쓰기의 말들>은 막상 읽을 땐 뭐 이런 걸 책으로 다 만들었나 싶었으나, 다 읽고나선 포스트잇 붙여둔 글귀를 다시 들춰보며 좀 위로를 받기도 했다. 유려한 번역으로 이름 높은 고 장영희 선생의 <슬픈 카페의 노래>도 말맛, 글맛을 따져보느라 원문을 상상하며 다시 읽은 책이다.   

옛그림을 보는 법 - 허균 지음/돌베개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스콧 스토셀 지음/홍한별 옮김/반비

나쁜 페미니스트 - 록산 게이 지음/노지양 옮김/사이행성

정희진처럼 읽기 - 정희진 지음/교양인

빨래하는 페미니즘 - 스테퍼니 스탈 지음/고빛샘 옮김/민음사

쓰기의 말들 - 은유 지음/유유출판사

슬픈 카페의 노래 - 카슨 매컬러스 지음/장영희 옮김/열림원

앵무새죽이기 - 하퍼 리 지음/김욱동 옮김/열린책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볼드 지음/홍한별 옮김/반비

5분 스케치 - 김충원 지음/진선아트북


​베스트 3권 뽑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아서 1권만 뽑는다면 단연 리뷰도 올린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2. 2016년에 본 영화

셜록: 유령신부

캐롤

바닷마을 다이어리

굿바이 싱글

제이슨 본

국가대표 2

거울나라의 앨리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잭 리처: 네버 고 백

내부자들

귀향

나의 소녀시대

계춘할망

족구왕

의궤, 8일간의 축제

뷰티 인사이드

베테랑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위쪽 9편. 혼자 보러간 건 내 취향대로 골랐으나, 이제보니 누가 보러 가자고 그래서 얼결에 본 영화도 많다. 암튼 2016년 최고의 영화를 뽑는다면 역시나 영화관에서 2번이나 본 <캐롤> ^^; 근데 베스트 세 편도 어렵지 않게 고를 수 있겠다. 귀여운 자매들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좋았고,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도 흐뭇하게 봤다. '걸크러시'라는 말이 유행하듯 나 역시 '언니들'이 활약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당연한가? ㅎㅎ




3. 전시/공연

조선 왕실의 어진과 진전 - 국립고궁박물관

창경궁을 보듬다 - 국립고궁박물관

윤동주문학관

Color Your Life - 대림미술관

변월룡 회고전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간송문화전 6부: 풍속인물화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호안 미로 특별전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로이터 사진전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조선 공예의 아름다움: 혜곡 최순우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전 - 가나아트센터

임태경: 그대의 계절

One Love Concert: 임태경 외 ㅋㅋ


위 두 전시는 포스팅을 했으니, 세번째 베스트로 뽑은 <조선 공예의 아름다움> 전시도 포스팅을 할 계획이다. 사진도 엄청 찍어왔으니 자랑 삼아서라도 하게 되지 않을까... 입장료 3천원에 완전 눈호강한 느낌이었다. 어찌 보면 별것도 아닌 소소한 일상생활 공예품인데 구석구석 예쁘고 사랑스럽더라. 

공연은 임태경 광팬인 미쿡 친구의 소망 대리충족용으로 다닌 것. 체력 딸려서 공연 보러 다니는 것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여름에 공연장의 빵빵한 에어컨 때문에 냉방병으로 거의 기절할 뻔 ㅠ.ㅠ 


4. 등산/여행

사패산, 계방산, 오대산, 운길산, 삼성산, 청계산, 아차산, 축령산, 광교산, 막장봉, 소리산, 선운산, 도봉산, 검단산, 천마산, 금강산(외설악), 북한산, 남산 둘레길, 전주 한옥마을, 담양 소쇄원, 공주, 아산, 여수 금오도, 대부도, 화담숲

 

계방산의 눈꽃여수 금오도의 초록 바다

한달에 2번씩 한번도 안빠지고 개근을 했으니 그만큼 많은 산을 다녔고, 스스로 뿌듯하다. 친구들과는 2월부터 주로 지하철 타고 갈 수 있는 서울 근교산을 돌아다녔는데 주변에 갈데가 그토록 많다는 것에 감사하고, 심지어 서울 한복판 남산 둘레길도 고즈넉하고 예뻤다. 조금 멀리 가면야 뭐 말할 필요도 없이 아름다운 산이 도처에... +_+ 내가 이렇게 열심히 등산 다닐 줄 진정 몰랐는데 ㅋㅋ 이 열정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것도 궁금하다. 모녀 가을 여행에서 작년과 확 다르게 좀처럼 운신을 못하시던 왕비마마 왈, 너라도 다리 성하고 건강할 때 많이 다니라고.. ㅠ.ㅠ 

계절에 따라 느낌이 다르겠지만 베스트 산 셋을 꼽는다면

원없이 상고대와 설경을 본 계방산, 홀릴 듯 철쭉이 아름다웠던 축령산, 울산바위를 뒤쪽에서 볼 기회가 있었던 금강산. 

 

5. 기타

그밖에 올해 사들인 음반은 노장 투혼으로 새 앨범을 낸 스팅의 <57th & 9th>와 미리 김칫국 마시며 떼창 연습하겠다고 산 콜드플레이의 <A Head Full of Dreams> 딱 2장이다. 콜드플레이는 음원으로 몇곡만 사서 듣다가 내한 소식에 팬심 발휘해 CD도 샀는데 첫 공연에 예매 실패하고 완전 광분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추가공연 가게 되서 다시 애정하며 듣는 중. 스팅은 지난 앨범이 완전 뮤지컬 ost 여서 실망하고 옛날 노래만 듣다가 2016년에 그나마 신뢰와 애정을 회복했다. ㅎㅎ

드라마는 방에 있던 배불뚝이 TV가 완전 사망하는 바람에 잘 챙겨보지 못하고 있어서 기억나는 게 치즈인더트랩, 굿 와이프, 또 오해영, 닥터스, W, 역도요정 김복주, 도깨비 정도다. 주로 배우 선호도로 찾아보는 고로 공중파 드라마도 더러 보긴 하지만 손발 오글오글거리거나 전개가 마음에 안들어서 중간에 끊었다 다시 보고 그랬었다. 단막극 <페이지 터너>가 의외로 좋아서 탁상달력에 메모해둔 기억이 있는데, 그래도 대체로 열광하며 신나게 즐겼던 드라마를 한 편 꼽으라면 <또 오해영>!(<굿 와이프>로 했다가 방금 마음 바꿈 ㅋㅋ) <굿 와이프>는  전도연의 약간 비뚤어진 입매와 자연스러운 주름 덕분에 연기가 더 좋게 느껴졌던 것 같고, 나나의 연기도 유지태도 다 괜찮았다. 제발 중년 배우들 얼굴에 티나게 이상한 짓좀 하지 말면 좋겠다. 서현진 연기 좋고 사랑스러운 건 알지만 에릭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또 오해영>은 재방송까지 막 다시 찾아보며 헤벌쭉 했던 기억이 이제야 새록새록 떠오른다. 에릭이 음향 엔지니어로 나오는데 그 직업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제대로 보여주었던 점도 신선했고, 조연으로 나왔던 해영의 부모님이나, 예지원, 김지석 커플의 이야기도, 에릭의 이복동생 커플 이야기도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다루지 않아 좋았다!  

그밖에 tv 프로그램에 상을 준다면 단연코 JTBC 손석희의 <뉴스룸>(뉴스룸 맨 마지막 노래 선곡까지 손석희가 직접 한다는 것 같다. 아아 이분은 정말... +_+ 기막힌 뉴스에 광분하고 허탈해 하다 마지막 흘러나오는 노래에 위로받고 그런 순간이 참 많았다), 그리고 에셰프의 활약이 놀라웠던 <삼시세끼 어촌편3>(에릭이 느릿느릿 신중하게 요리 할 거 다하면서 말도 별로 없는 거 진짜 마음에 들었다. 겸손하기까지 한 듯!), 일요일 밤에 생각나면 찾아봤던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방에 TV 없어서 잘 안 봤다더니 테순이같다. ㅠ.ㅠ)

2016년을 되게 빌빌거리며 암울하게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반백수치고는 잘 먹고 잘 놀러다니며 꽤 잘 살았던 것도 같다. 2017년에도 야금야금 재미난 일 찾아다니며 행복하게 지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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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투덜일기 2016. 12. 30. 16:53

친구들이랑 택시를 탔다. 난 앞좌석에, 둘은 뒷자리에. 남은 커피를 챙겨나오는 거에 집중하느라 하마터면 가방을 카페 의자에 버리고 올 뻔했던 내가 정신없음을 자책하자 친구가 택시 안에서 위로담을 건넸다. 겉옷 주머니가 얕아서 며칠 전 핸드폰을 언니 차에 떨어뜨리고 내려 되찾아오느라고 광주행 고속도로를 탔던 차를 되돌려 세워야했다나. 이제 우리가 그런 나이인 거지! 각별히 조심해야 해..라고. 

미술관이 있는 평창동에서 택시를 내려 건물로 올라가려는데 친구가 비명을 질렀다. "내 핸드폰!" 방금 전에 얘기했던 대로 주머니에서 또 휴대폰을 빠뜨린 거다. ㅠㅠ 친구 휴대폰으로 계속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진동' 모드로 뒷좌석에 떨어뜨린 휴대폰을 택시기사님이 받을 리 만무했다. 손님이 뒷좌석에 타고 발견한다면 모를까...

다행이었던 건 내가 택시요금을 티머니 후불신용카드로 결제했다는 것. 혹시나해서 카드사로 전화를 걸었다. 방금 결제한 택시 회사나 연락처를 알 수있겠느냐고...  급히 알아보고서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내주겠다는 상담원의 긍정적인 대답. 연락처 수배에 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다고 했다.

일단 우린 예약한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들어갔다. 막연하게나마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도 들었지만, 요즘 스마트폰 택시에 두고 내리면 중국쪽에 2-30만원 받고 팔아버려서 찾기 어렵거나 기사에게 사례금을 엄청 내고 돌려받아야 한다더라는 난감한 이야기가 오갔다.

드디어 카드사에서 문자가 띠리링 날아오더니 문자 확인할 새도 없이 곧장 상담원이 전화를 했다. 개인택시 단말기라 기사님 전화번호를 보냈다고!! 오옷 문자를 보니 차량번호와 휴대폰 번호가 나란히 찍혀 있었다!! 아 진짜 좋은(어쩌면 무서운?) 세상이로구나!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고, 택시 기사님과 통화가 되었다. 뒷좌석에 휴대폰 떨어진 게 있느냐 물으니, 다행히 있단다. 기사님은 당연히 몰랐고 곧이어 탄 손님도 모르고 깔고 앉아 있던 걸 발견한 거란다. 야호! 일단 손님을 압구정에 내려주어야한다고 해서, 당연히 그러시라고... 압구정에서 미터기 작동시키고 다시 평창동으로 와주시라고... 그렇게 부탁하고는 편한 마음으로 밥을 먹었다. 

물론 사례금을 얼마나 드려야하나 친구는 고민을 했다. 당연히 택시비는 드려야하지만, 개인택시의 차량번호와 휴대폰 번호까지 우리가 다 갖고 있는 마당에, 요즘 속설대로 수십만원의 사례비를 요구하진 않을 거다...라고 짐작했다. 한 친구는 그냥 압구정에서 평창동까지 택시비만 줘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근데 그건 아니지 않나? 온갖 사진과 (친구는 휴대폰 사진도 작품 수준으로 찍는 사람이다;;) 연락처와 추억과 신용카드까지 한 장 들어 있는 휴대폰을 무사히 찾았는데! 

친구는 갖고 있는 현금이 5만원밖에 없다면서 그냥 5만원을 드리겠다고 했다. 내 생각에도 합리적인 것 같았다. 드디어 3, 40분 뒤 택시 기사님의 전화가 내 휴대폰으로 걸려오고, 우린 밥을 먹다말고 (사실 길 막히고 다른 영업도 하신다면 1시간 이상 걸려서 돌아오실 줄 알았는데;;; ) 뛰쳐내려갔다. 

기사님께 거듭 감사인사를 하고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손을 흔들어드렸다. 기사님은 영수증도 안 받아갔으면서 자기 휴대폰은 어떻게 알았는느냐고 놀랐다고 하셨다. 택시요금은 만오천원쯤 나왔던데, 친구가 가진 현금이 5만원 뿐이라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드리자 기사님도 좋아라하시는 눈치였다. 최근 누가 휴대폰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경우는 처음 목격한 거다. 택시든 길바닥이든 버스든... 두번 다시 못 찾았다던데 우와... 정말 다행이었다.

요번에 깨달은 게 많다. 

1. 택시 요금 결제는 무조건 카드로! 택시를 거의 타지 않지만 어쩐지 짧은 거리를 타고 가면 수수료 어쩌고 하는 게 미안해서 카드보다는 현금으로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론 무조건 카드로 결제할 테닷!!! 

2. 카드회사에서 걸려오는 상담원 전화를 친절히 받아야겠다. ㅠ.ㅠ 가끔 카드론 해준다고, 아니면 보험상품 나왔다고 전화오는 게 대부분이라 엄청 쌀쌀맞게 끊어버리곤 했는데, 우왕... 카드 결제 택시 단말기 확인하면 정보가 그렇게 다 뜨는 건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암튼 득달같이 택시 번호판과 기사님 휴대폰 번호까지 다 알려줘서 순식간에 핸드폰을 찾을 수 있었으니, 이번 사건의 최대 공헌자는 삼성카드 상담원 김지연님이시다. 좀 전에 고객 응답 설문 메일에서 이름 확인! 카드 회사 게시판에 찾아가 감사의 인사라도 올려야겠다. ;-p 

3. 깜빡깜빡하는 아줌마형 건망증이 아주 극에 달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나도 휴대폰이며 가방이며 어따 잃어버리고 징징거릴지 모르겠다. 그날 친구는 버스에서 내리며 장갑 한짝을 또 좌석에 흘리고 내렸었다. ㅠ.ㅠ 모두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서글펐다.  

4. 택시에 휴대폰 두고 내리면 10중 8,9는 중국에 팔려간다는 얘기는 아무래도 과장된 것 같다. 이렇게 정보가 다 뜨는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하지? 택시기사님들도 괜히 억울하지 않을까? 택시를 타려거든 회사택시 말고 개인택시만 골라타라는 이야기는 옛날부터 있었는데... 이번 경우에도 해당되는 걸까 아닐까 그건 좀 궁금하다. 

겨우 한 가지 사건으로 막 일반화하는 경향은 좀 우습지만, 암튼 친구가 휴대폰과 신용카드를 잃어버렸다가 무사히 되찾은 사건 하나로 우린 또 이 세상이 아직은 좀 살만한 곳이라는 결론을 '함부로' 내렸다. 새해엔 짤려야할 인간 확실히 짤리고 더 나은 세상이 되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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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동네 산책

놀잇감 2016. 12. 25. 17:37

한달에 두번 정기적으로 가는 등산 이외엔 통 운동을 못했다. 집에서 매일하던 스트레칭도 때려치고, 연일 동면하고 시프다 징징거리지 않으면 마감에 쪼이거나 가끔 나가서 송년회 빌미로 술 퍼마시고 고기 먹고... 몸이 디룩디룩해지는 느낌이 대번에 들었다. 12월은 뭐 어쩔 수 없지 그러며 포기했는데, 문제는 또 다시 불면.. ㅠ.ㅠ

이틀 내내 딱 2시간밖에 눈을 못붙이고 간신히 그저께 오전에 마감을 쫑낸 건 좋았는데, 곧장 궁궐봉사 갔다가 왔으면 장렬히 쓰러져 시체처럼 자야 정상이건만... 와... 눈이 새빨개지도록 잠이 안오는 거라. 새벽에 간신히 까무룩 잠들었다 비몽사몽 온종일 뒹굴거리면서 아 낮잠 자기 딱 좋은 날이다 했는데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특단의 조치로 한밤중에 맥주캔 두개를 마셨다. 설마 술김엔 자겠지! 그러나 그것도 나의 오산. +_+ 알딸딸하니 기분좋게 취해 천장이 살짝 오르락내리락하는데도 날이 훤하게 밝도록 잠이 안와! 미친다 정말... 

해서 오늘은 피톤치드의 힘을 빌러 물 한 병 들고 동네 산을 올랐다. 다행히 미세먼지는 보통수준. 하긴 뭐 나쁨이라고 했어도 마스크 쓰고 나갈 판이었다. 내가 잠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걸 못하다니! 으헉... 깊은 잠을 자고 싶단 욕심에 헐떡헐떡 숨이 턱에 차도록 걸음을 빨리해 안산 정상까지 올랐다가는 일부러 빙 돌아 잣나무 숲, 메타세콰이어 숲, 잡목 숲을 일부러 다 통과했다. 희뿌연 오후 햇살 아래 나무 사이로 한강도 보이고...​

​메타세콰이어 숲으로 들어서니 오옷 이건 북유럽필? ㅋㅋ 혼자 찧고 까불면서 괜히 즐거웠다. 

인적 드문 숲길에선 이어폰 꽂고 혼자 걷기가 무서워진 지 오래다. 우리 동네엔 아직 그런 플래카드 못봤지만 남한산성에도 아차산에도 북한산 입구에도 여성 등산객 홀로 등산 자제하라고 적혀 있는 걸 좀 많이 봤어야지. ㅠ.ㅠ 그치만 날씨는 꿀꿀했으되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등산로에도 자락길에도 가족 단위로, 친구들끼리 걷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서 계속 안심하고 음악 감상해도 괜찮은 분위기라 더 좋았다. 

늦은 오후에 죄다 역광 사진이라 해가 곧 질 것처럼 나왔군. 그래서 겨울나무의 앙상함과 스산함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잎이 없어도 나뭇가지만으로도 참 이렇게 예쁘다니. +_+ 얼른 스케치 실력 좋아져서 막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 


몇달만에 산책에 나선 건지 모르겠는데 내가 그간 눈이 삐어서 보질 못했던 건지 설마 그새 구청에서 새로 심은 건지(나무 굵기로 봐선 그럴 리 없을 듯 ㅋㅋ 길가 주변 나무를 정리했으면 또 모를까)... 못 보던 자작나무도 발견!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는 무라카미 하루키도 떠오르면서, 인제 자작나무 숲에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저나 이거 자작나무 맞겠지? 오늘밤엔 부디 잠이 잘 오기를.. 주문이라도 외워볼까보닷. 야발라바히기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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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 실패 꿈

투덜일기 2016. 12. 21. 15:37

오늘 아침 퍼뜩 꿈에서 깨어나며, 이건 불길한 꿈일까, 아니면 꿈이 현실과 반대라는 속설의 증명이 될까 궁금했다. 오늘 낮12시, 콜드플레이 추가공연 선예매 시간을 앞두고 어제 몇번이나 알람을 맞춰놓고도 뭔가 좀 불안했던 마음이 반영된 꿈이겠지. 어쨌든 꿈속에서 나는 뜬금없이 신화의 두 멤버(김동완과 앤디... +_+ 아 왜 에릭이 아니고! 난 어차피 신화 팬도 아닌데;;;)와 한 방에 앉아서 각자 노트북 아니면 핸드폰으로 콜드플레이 공연을 예매하고 있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12시를 기다렸으나, 예매 창에서 계속 쭉쭉 남은 자리가 빠져나가 순식간에 좌석수가 0으로 변해 으악 비명을 지르며 셋다 멘붕에 휩싸였다. 나는 괜히 신화의 두 멤버를 째려봤던 것 같다. 정신 시끄럽게 한 니들 때문이야! 라면서...

깨어나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신화 팬도 아니고 멤버 이름도 잘 몰라서 꿈속에선 김동완을 김동욱, 앤디는 앤서니라고 불렀다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 방금 전에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와 진짜 웃긴다. 생전 생각도 없던 연예인이 왜 콜드플레이 예매 꿈에 나왔을까. 

암튼 불길한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예스24와 인터파크 중에서 어느 사이트가 더 잘 견딜까 고민하다 (1차 예매때 예스24가 성공율 높았다고 해서;;) 포인트도 쌓을 겸 예스24로 로그인했는데 제기랄! 서너번의 좌석점유 실패 후 안전하게 뒷자리로 선점한 것까진 좋았는데 계속 결제창 에러... 열번도 넘게 취소 후 재도전...그러다가 가까스로 카드번호 입력하고 진행이 되는 것 같더니 또 에러.. 와.. 진짜 인내심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시간은 12시 반이 막 넘어가고... ㅠ.ㅠ 마지막엔 드디어 결제용 비밀번호까지 잘 입력했다 싶었는데 계속 돌아가기만... 띠리링 휴대폰으로 승인확인 문자가 날아오길 얼마나 염원하며 기다렸는지. ㅠ.ㅠ 엄마 명의로 간신히 발급받은 카드라서 동짓날 절에 가시는 엄마한테 일부러 휴대폰도 두고 가시라고 했구만!!!

1시간 반이 넘도록 결제창은 그저 돌아가고만 있고... 30분 지나면 결제 취소된다는 벨로의 말을 듣고도 도무지 포기가 안됐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건 남은 티켓 한장을 받을 수 있게 됐으니 공연을 아주 못보는 건 아니다. 으허허헉.. 기쁘기도 하면서 속도 상하고 아주 미묘한 기분이다. 꿈땜이냐 뭐냐... 스팅 공연 땐 매번 성공율 높았었는데, 아쒸, 콜드플레이의 벽이 참 높다.

콜드플레이 내한한다고 주변에 알려봤으나 다들 시큰둥 아니면 그게 뭔데? 라고 묻는 친구들 지인들이 대부분이라 (처음부터 벨로네 한테 데려가달라고 할걸! 선예매 후파트너 수배를 꿈꾸었지 뭔가) 무조건 2장 예매하고 억지로라도 누굴 끌고가려 그랬는데 그것도 그들에겐 못할 노릇이어서 뭔가 '우주의 힘'이 예매실패를 이끌었나싶기도 하고 ㅋㅋ

빙글빙글 속절없이 돌아가는 결제창을 보며 무슨 마법사처럼 온 몸의 기운을 모아 양손을 뿌리쳐 얍! 기합을 넣어보기도 하고 징징징 우는 소리로 제발제발 성공해라 주문도 외워보았으니 죄다 효험은 없었다. ㅎㅎ 당연하겠지. 하긴 내가 무신론자라고 뻥뻥 큰소리치면서 그게 될 턱이 있나.  

혹시 취소표 나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아직도 버리지 못해 틈틈히 예스24와 인터파크에 들어가보니, 미친 인터파크는 스탠딩좌석이 33석이나 남았다고 나오질 않나, 예스24도 한두자리씩 자리가 떴다가 금세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다. ㅠ.ㅠ 혼자서라도 콘서트 보러가게 됐으니 좋은데 왜 미련을 못버리니... 에효. 내일 마감이라규~!!! 미련 좀 그만 떨어야한다는 다짐으로 꿈 얘기와 함께 포스팅으로 마무리하련다. 그만하면 됐다, 고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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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나들이

놀잇감 2016. 10. 6. 17:51

공주에 아주 예쁜 밥집과 찻집이 있다는 얘길 듣고 친구 탄신파티하러 다녀왔다. 사람들은 대체 그 외진 곳에 있는 밥집, 찻집을 어떻게 알고 찾아나니는지!

아침엔 약간 흐리고 빗방울이 떨어지더니만 충청도로 넘어가면서는 해가 비쳤다. 남쪽엔 태풍이 몰아치던 날이었는데;; 참 새삼 넓은 나라임을 실감.

저 멀리 계룡산을 배경으로 들판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직 단풍 들기 이전인데도 눈으로 콧바람으로 가을이구나 느껴졌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약선요리 밥집 <신야춘추>의 1층은 차 마시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통유리창으로 멋진 풍경이 내다보이는 방에 통나무 테이블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있다

우리가 갔을 땐 이미 다른 팀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어서 사진찍기 민망한 상황이었다. 해서 친구가 예전에 찍어온 사진 퍼왔음. 아주 튼튼해보이는 나무 탁자와 자수, 퀼트 소품들도 인상적이지만, 통창으로 보이는 배경이 더 근사하다. 새빨갛게 단풍이라도 들면 정말 더 장관이라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먹은 연잎밥 정식(아마도;;)의 모습이다. +_+ 반찬이 너무 과하지도 않고 딱 먹을 것들로만 소박하면서도 알차게 차려진 밥상이 아닌지. 텃밭에서 직접 길렀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는데 샐러드에 든 채소도 하나같이 고소하고 달큰했다. 연잎을 형상화한 오이 냉국(?)은 특별히 클로즈업... +_+ 오이는 그냥 보기 좋으라고 띄운 것이고 진짜는 효소를 넣어 담근 냉국 국물이란다. 역시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

​2층 밥상에 앉아서도 커피를 청해 마실 수 있지만 우리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다시 티타임을 누렸다. 커피메이커로 드립한 커피를 앙증맞은 수제 코스터 깔고 각기 다른 찻잔에 따라 마시며 또 한번 행복했다. ㅎㅎㅎ

​건물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에 마당 잔디가 다 패이는 게 속상해서 쪼르륵 물확을 놓아두었단다. 아이고 예쁘다.. 집 주변엔 코스모스와 구절초가 마구마구 피어나 있고...  '보리'라는 이름의 골든리트리버 강아지도 한 마리 뒤뜰에 살고 있었다.


곧이어 밥집 인근의 꽃마당 예쁜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조인성 엄마 차화연씨가 살던 집으로 나온 찻집이라나 뭐라나. 계절마다 마당에 흐드러지게 예쁜 꽃을 가꾸는 걸로 유명한 <담꽃>. 좋은 차를 파는지 찻값은 비싸다 싶었으나 평일에도 손님이 드글드글! ㅋ

제일 바깥쪽 방에 앉아서 마당을 내다보면 이런 모습이다..  군데군데 놓인 물확엔 어김없이 수생식물이나 꽃을 띄워놓는 정성을 보이고. 


현지 주민들보다는 어쩐지 ​'돈많은' 외지인들이 들어와서 공들여 지은 별장 같은 집들이 곳곳에 서 있는 공주 하신리 마을을 한가롭게 걸어다니며 집구경을 하다가 또 다시 마지막 코스~ 아산 현충사 앞 은행나무길로 향했다. 아직 노랗게 물들기 전이지만 옛날 박통 때 현충사 다니는 권력자를 위해 심고 조성했다는 그 길을 이제는 차가 못다니게 공원으로 가꿔놓았더라. 그러나 떨어져 뒹구는 은행 열매의 향기롭지 못한 냄새 어쩔...!

한강 둔치의 벤치마킹인지 어쩐지 요샌 어느 도시를 가든 하천 변에 산책로와 자전거길, 공원을 예쁘게 만들어놓았다. 그래서 좋다는 얘기. 이름 까먹은 하천 옆 한쪽엔 국화밭이, 맞은 편엔 코스모스 밭이 이제 막 피어나 사람들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꽃밭은 한철 장사(?)겠거니, 인공적이라 흉하다 그러면서 내려갔는데 막상 가까이서 보니 옹기종기 예뻐! ㅋㅋ 온종일 친구 덕분에 눈호강 입호강 한 날이었다. 여유롭게 맨날 놀러다니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이 더욱 깊어졌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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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사진전

놀잇감 2016. 9. 28. 21:48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로이터사진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한번 가볼까나 하는 마음이 들었었다. 그러던 차에 띠리링~ 세계난민기구에서 문자가 왔다. 기부자들 중에서 문자 신청을 받아, 특정한 날에 난민기구가 주최하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될까 의심하면서도 문자 회신을 보냈는데, 우왕~ 초대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해서... 전시 종료를 하루 앞둔 9월 24일. 아침 일찍 예술의전당으로 달려갔다. 소박하게나마 음료도 준비할 터이니 9시반부터 와서 즐기라는 친절한 안내전화도 있었다. 토요일 오전 강남으로 가는 길은 나의 예상보다 더 막혔지만, 그래도 늦지 않게, 커피와 쿠키를 즐길 여유가 있을 만큼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진 찍기 좋아하시는 왕비마마를 모셔갔는데... 으어.. 모든 사진 설명문구를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인 걸 내가 까먹었던 게 실수였지만, 암튼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좋은 경험이었다. 

​흑백사진부터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순간을 포착한 장면들과 사람들, 기록 사진의 변천 같은 것도 한눈에 들어왔고, 전시 구성도 재미있었다. 거울의 방으로 꾸며놓은 포토존도 마음에 들어서 얼른 거울에 비친 왕비마마와 내 모습을 담기도 했다. 민망해서 잘 찍진 못했지만... ㅋㅋ

 음료와 함께 모든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나눠준 이 종이가방 안에는 쿠키와 난민기구 이름이 새겨진 작은 에코백, 사진 엽서, 팔찌가 들었다. 저 하얀 라벨지를 뒤집으면 황송하게도 내 이름이 적혀 있다. +_+ 소소한 데까지 신경쓴 것에 깜놀. 완전 소액 기부자 주제에 누린 게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찔리기까지 했다. 난민기구 대표도 와서 인삿말에 기념사진 촬영에... 흔히 공공기관의 장들이 늘 그러하듯 딱 거기까지만 하고 가버릴 거라 예상했는데... 1시간 가까이 도슨트 따라다니며 설명을 끝까지 다 듣고 가더라. 그 부분 또한 깜놀. 

하여간에 초대받은 사람들끼리 문 닫아놓고 특별관람하는 묘미가 뭔지 드디어 실감하고 뿌듯했다. 11시 개관을 기다려 줄섰다 들어오는 일반 관객들의 바글거림을 피할 수 있었으니! 게다가 혹시나 전시장 나설 무렵에 월기부금을 좀 더 올려 내라는 청약서라도 받으면 어쩌지, 괜히 불안한 의심을 품었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에고 부끄러버라... 선뜻 내가 기부액을 더 올려낼 수 있을만큼 부자가 되면 좋겠다. ㅠ.ㅠ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는 사진들도 많았지만, 직접 보면 확실히 가슴에 와 닿는 충격과 느낌의 크기가 다른 것 같다.  받아온 엽서 사진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왕비마마도 사진 공부를 더 하셔야겠다고 하니... 모녀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이었음은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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