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다'에 해당되는 글 38건

  1. 2017.03.15 열쇠 10
  2. 2017.02.24 방금 웃긴 일 6
  3. 2016.12.30 어제 9
  4. 2016.12.21 예매 실패 꿈 2
  5. 2016.07.29 물음표 3
  6. 2016.06.13 신기하게도... 5
  7. 2016.03.13 모르는 일 9
  8. 2015.11.19 제주도 먹거리들 2
  9. 2015.10.16 이상한 일 계속... 8
  10. 2015.10.07 번역가란... 3

열쇠

투덜일기 2017. 3. 15. 14:56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요즘에도, 수십년간 꿋꿋하게 오래된 다가구 '주택'을 벗어나지 못하고 눌러앉아 살고 있는 우리는 여러모로 옛날 사람이란 걸 사방에 자랑하고 다닌다. 그 중 첫째가 묵직한 쇠로 된 '열쇠'가 아닌가 싶은데, 그나마도 자물쇠 하나가 고장나서 하나만 들고 다닌 건 최근 몇년이고 옛날엔 위아래 열쇠 두 개를 열쇠고리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녔었다. 난 자동차 열쇠까지 열쇠 3개를 매달고 다니며 무거워서 투털투덜하던 적도 있다.

오래된 철제 현관문의 자물쇠는 당연하게도 몇년에 한번씩 고장이 나 말썽을 부렸고, 십년쯤 전부터는 자물쇠를 교체해야할 때마다 우리도 편하게 번호키 좀 달자고 내가 아무리 징징거려도 엄마가 단칼에 '싫다'고 하셨더랬다. 이유도 다양했다.

첫째, 몇만원이면 되는 일반 자물쇠에 비해 번호키는 너무 비싸다. 헌 집에 비싼 거 뭐하러 다냐. (수십년 째 우리는 집이 팔려 이사가는 상상을 늘 하고 산다. ㅠ.ㅠ)

둘째, 손떨려서 번호 잘못 누르면 어쩌냐. 계속 잘못 누르면 아예 잠겨 버려 못 들어온다더라. ㅠ.ㅠ

셋째, 안그래도 깜박깜박하는데 비밀번호 까먹으면 어떡하냐. ㅠ.ㅠ

핑계없는 무덤 없다지만, 엄마가 무조건 싫다고 하시는 건 '변화'를 괜히 두려워하고 겁내는 노인 특유의 고집 때문이란 걸 잘 안다. 그래서 나도 독단적으로 마구 우길 수만은 없었던 것 같다. 엄마 정신 건강이 안 좋아질 때마다 손도 괜히 더 떨리고 불안해지고 익숙하지 않은 걸 불편해하는 심정을 왜 모르겠나. 

그래도 나는 꾸준히 번호키의 편리함을 설파했다. 요즘 번호키 많이 싸졌다. 비밀번호 까먹어도 카드 키만 슥 대면 문 열리는데 무슨 걱정이냐. 설사 카드 키 없이 번호 까먹어도 나한테 전화 걸어서 물어보면 되고, 아니면 수첩 어디에 적어가지고 다니면 되지! 스마트폰 놀이에 심취하면서 손떨림은 이제 거의 없어진 것 같던데! 열쇠 깜빡 잊고 나간 엄마를 위해, 외출하며 열쇠는 우유 주머니에 넣어뒀다고 문자 보내놓고 혹시나 불안해할 이유도 없고 좀 좋냐고요!

그러던 차에 요번에 또 현관 자물쇠가 고장났다. 안에선 고리를 돌리면 잠기는데, 밖에선 열쇠로 암만 돌려봐도 꿈쩍도 하질 않는다. 내부 스프링이나 부품이 또 고장났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번엔 손잡이도 고장나서 보조 자물쇠와 손잡이 모두 바꿔야하는 상황. 기회는 이때다 싶었는데 웬일로 엄마가 먼저 이번엔 우리도 번호키를 달까? 물으셨다. 오예~!

어제 엄마 마음 바뀌기 전에 현관문에 붙어있던 스티커 번호로 득달같이 전화를 걸었더니, 30분 안에 온다던 양반이 10분만에 오토바이타고 나타나심. ㅋㅋ 드드륵드르륵 드릴로 현관 자물쇠를 교체하고 금세 뚝딱 번호키가 달렸다. 우리 현관문에도 드디어 '띠리릭' 경쾌한 디지털 알림음과 함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스마트한 세상이 열렸도다! 무거운 쇳덩어리 열쇠는 얼른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가장 쉽게 익숙한 번호 네자리로 비밀번호를 설정한 뒤, 엄마 손에 카드 키를 쥐여주곤 연습을 하러 내려갔다. 역시나.. 익숙한 번호 네 자리와 별표시는 아무 무리 없이 한번에 성공! 그래도 번호 누르는 거 귀찮아서 카드키를 들고 다니시겠다고. ㅋㅋㅋ

오늘 아침 일찍 한방진료실에 가느라 외출에서 돌아오신 왕비마마가 띠리릭 카드키로 문을 열고 들어와선 한 말씀하신다. 어두울 땐 열쇠 구멍 잘 안보여서 찔러넣기도 힘들었는데, 이렇게 편한 걸 진작 바꿀 걸 그랬다고. 아이고 오마니... 편한게 좋은 거라니까요. 여러가지 면에서 아날로그 방식을 좋아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렇게 하나하나 취향이 무너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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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웃긴 일

놀잇감 2017. 2. 24. 12:35

방금 낯선 번호로 문자가 쏟아졌다... 엄마 전화좀?????
의아해할 새도 없이, 곧바로 독촉의 ㅇ 세례가 이어졌다.


답장을 안하면 계속 문자가 올 것 같아서 나도 답을 했고... 혜림양은 결국 실수를 눈치챘다. 난 괜히 즐거워서 깔깔 눈물나게 웃다가 이건 포스팅 감이야! 했다 ㅎㅎㅎ


좀 저렴한 십대 특별 요금제를 쓰는 아이들은 월말이 되면 알(?)이 떨어져서 종종 전화를 못 걸고 받기만 한다. 그나마 아이메시지는 아이폰끼리 무료니깐 뭐;;

근데 여기서 재미 있는 건 애당초 이 아이가 내게 문자를 잘못 보낼 수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다. 번호를 잘못 눌러서 나에게 문자가 왔다는 건... 자기 엄마 폰 번호를 저장해놓지 않았단 뜻이잖아!!! ㅋㅋㅋ

시크하고 쿨한 척하는 나의 조카들도 휴대폰 사고나서 한참 동안이나 제 엄마아빠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다. 그러니 고모나 할머니 번호를 저장하지 않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자식들이나 손수들에게 시시때때로 안부 문자를 날리던 왕비마마는 당연히 손주들에게 오래도록 답 문자를 받지 못했다. 나중에 만났을 때 내가 조카 ㅈㅎ이에게 왜 할머니 문자를 씹느냐고 물으니... 모르는(!) 이상한 사람이 자꾸 문자를 보내서 잘 읽지도 않았다고 대답을 했었다. 

애들이라 휴대폰을 잘도 잃어버리고 망가뜨리곤 해서 새 폰으로 개비를 할 때마다 나 역시 굽실굽실 제발 고모 번호 좀 저장해놓으라고 간청을 한다. 나쁜 놈들이라고 괴씸해하면서도, 이젠 '고모'라는 이름으로 번호가 저장된 걸 알면 은근 기쁘다. 근데 또 한 가지 생각지 못한 일도 발생했다. 

며칠 전엔 아 글쎄 대뜸 조카 하나가 전화를 걸더니, "고모 이름이 뭐였지?" 묻는다. ㅠ.ㅠ 깜박 까먹었다나........ 웃프다는 심정이 뭔지 순간적으로 실감하며 이름을 알려줬다. 야! 고모 이름은 독특해서 까먹는 게 더 이상하지 않냐??!!! 너무한다! 그러면서 @.,@

암튼 누군지도 모르는 어느 혜림 양의 실수 문자로 조카들에 대한 괜한 섭한 마음이 누그러지다니, 완전 아전인수격 해석임을 아는데도 은근히 위로가 된다. 요즘 애들 다 그렇지 뭐 하는 마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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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투덜일기 2016. 12. 30. 16:53

친구들이랑 택시를 탔다. 난 앞좌석에, 둘은 뒷자리에. 남은 커피를 챙겨나오는 거에 집중하느라 하마터면 가방을 카페 의자에 버리고 올 뻔했던 내가 정신없음을 자책하자 친구가 택시 안에서 위로담을 건넸다. 겉옷 주머니가 얕아서 며칠 전 핸드폰을 언니 차에 떨어뜨리고 내려 되찾아오느라고 광주행 고속도로를 탔던 차를 되돌려 세워야했다나. 이제 우리가 그런 나이인 거지! 각별히 조심해야 해..라고. 

미술관이 있는 평창동에서 택시를 내려 건물로 올라가려는데 친구가 비명을 질렀다. "내 핸드폰!" 방금 전에 얘기했던 대로 주머니에서 또 휴대폰을 빠뜨린 거다. ㅠㅠ 친구 휴대폰으로 계속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진동' 모드로 뒷좌석에 떨어뜨린 휴대폰을 택시기사님이 받을 리 만무했다. 손님이 뒷좌석에 타고 발견한다면 모를까...

다행이었던 건 내가 택시요금을 티머니 후불신용카드로 결제했다는 것. 혹시나해서 카드사로 전화를 걸었다. 방금 결제한 택시 회사나 연락처를 알 수있겠느냐고...  급히 알아보고서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내주겠다는 상담원의 긍정적인 대답. 연락처 수배에 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다고 했다.

일단 우린 예약한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들어갔다. 막연하게나마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도 들었지만, 요즘 스마트폰 택시에 두고 내리면 중국쪽에 2-30만원 받고 팔아버려서 찾기 어렵거나 기사에게 사례금을 엄청 내고 돌려받아야 한다더라는 난감한 이야기가 오갔다.

드디어 카드사에서 문자가 띠리링 날아오더니 문자 확인할 새도 없이 곧장 상담원이 전화를 했다. 개인택시 단말기라 기사님 전화번호를 보냈다고!! 오옷 문자를 보니 차량번호와 휴대폰 번호가 나란히 찍혀 있었다!! 아 진짜 좋은(어쩌면 무서운?) 세상이로구나!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고, 택시 기사님과 통화가 되었다. 뒷좌석에 휴대폰 떨어진 게 있느냐 물으니, 다행히 있단다. 기사님은 당연히 몰랐고 곧이어 탄 손님도 모르고 깔고 앉아 있던 걸 발견한 거란다. 야호! 일단 손님을 압구정에 내려주어야한다고 해서, 당연히 그러시라고... 압구정에서 미터기 작동시키고 다시 평창동으로 와주시라고... 그렇게 부탁하고는 편한 마음으로 밥을 먹었다. 

물론 사례금을 얼마나 드려야하나 친구는 고민을 했다. 당연히 택시비는 드려야하지만, 개인택시의 차량번호와 휴대폰 번호까지 우리가 다 갖고 있는 마당에, 요즘 속설대로 수십만원의 사례비를 요구하진 않을 거다...라고 짐작했다. 한 친구는 그냥 압구정에서 평창동까지 택시비만 줘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근데 그건 아니지 않나? 온갖 사진과 (친구는 휴대폰 사진도 작품 수준으로 찍는 사람이다;;) 연락처와 추억과 신용카드까지 한 장 들어 있는 휴대폰을 무사히 찾았는데! 

친구는 갖고 있는 현금이 5만원밖에 없다면서 그냥 5만원을 드리겠다고 했다. 내 생각에도 합리적인 것 같았다. 드디어 3, 40분 뒤 택시 기사님의 전화가 내 휴대폰으로 걸려오고, 우린 밥을 먹다말고 (사실 길 막히고 다른 영업도 하신다면 1시간 이상 걸려서 돌아오실 줄 알았는데;;; ) 뛰쳐내려갔다. 

기사님께 거듭 감사인사를 하고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손을 흔들어드렸다. 기사님은 영수증도 안 받아갔으면서 자기 휴대폰은 어떻게 알았는느냐고 놀랐다고 하셨다. 택시요금은 만오천원쯤 나왔던데, 친구가 가진 현금이 5만원 뿐이라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드리자 기사님도 좋아라하시는 눈치였다. 최근 누가 휴대폰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경우는 처음 목격한 거다. 택시든 길바닥이든 버스든... 두번 다시 못 찾았다던데 우와... 정말 다행이었다.

요번에 깨달은 게 많다. 

1. 택시 요금 결제는 무조건 카드로! 택시를 거의 타지 않지만 어쩐지 짧은 거리를 타고 가면 수수료 어쩌고 하는 게 미안해서 카드보다는 현금으로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론 무조건 카드로 결제할 테닷!!! 

2. 카드회사에서 걸려오는 상담원 전화를 친절히 받아야겠다. ㅠ.ㅠ 가끔 카드론 해준다고, 아니면 보험상품 나왔다고 전화오는 게 대부분이라 엄청 쌀쌀맞게 끊어버리곤 했는데, 우왕... 카드 결제 택시 단말기 확인하면 정보가 그렇게 다 뜨는 건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암튼 득달같이 택시 번호판과 기사님 휴대폰 번호까지 다 알려줘서 순식간에 핸드폰을 찾을 수 있었으니, 이번 사건의 최대 공헌자는 삼성카드 상담원 김지연님이시다. 좀 전에 고객 응답 설문 메일에서 이름 확인! 카드 회사 게시판에 찾아가 감사의 인사라도 올려야겠다. ;-p 

3. 깜빡깜빡하는 아줌마형 건망증이 아주 극에 달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나도 휴대폰이며 가방이며 어따 잃어버리고 징징거릴지 모르겠다. 그날 친구는 버스에서 내리며 장갑 한짝을 또 좌석에 흘리고 내렸었다. ㅠ.ㅠ 모두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서글펐다.  

4. 택시에 휴대폰 두고 내리면 10중 8,9는 중국에 팔려간다는 얘기는 아무래도 과장된 것 같다. 이렇게 정보가 다 뜨는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하지? 택시기사님들도 괜히 억울하지 않을까? 택시를 타려거든 회사택시 말고 개인택시만 골라타라는 이야기는 옛날부터 있었는데... 이번 경우에도 해당되는 걸까 아닐까 그건 좀 궁금하다. 

겨우 한 가지 사건으로 막 일반화하는 경향은 좀 우습지만, 암튼 친구가 휴대폰과 신용카드를 잃어버렸다가 무사히 되찾은 사건 하나로 우린 또 이 세상이 아직은 좀 살만한 곳이라는 결론을 '함부로' 내렸다. 새해엔 짤려야할 인간 확실히 짤리고 더 나은 세상이 되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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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 실패 꿈

투덜일기 2016. 12. 21. 15:37

오늘 아침 퍼뜩 꿈에서 깨어나며, 이건 불길한 꿈일까, 아니면 꿈이 현실과 반대라는 속설의 증명이 될까 궁금했다. 오늘 낮12시, 콜드플레이 추가공연 선예매 시간을 앞두고 어제 몇번이나 알람을 맞춰놓고도 뭔가 좀 불안했던 마음이 반영된 꿈이겠지. 어쨌든 꿈속에서 나는 뜬금없이 신화의 두 멤버(김동완과 앤디... +_+ 아 왜 에릭이 아니고! 난 어차피 신화 팬도 아닌데;;;)와 한 방에 앉아서 각자 노트북 아니면 핸드폰으로 콜드플레이 공연을 예매하고 있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12시를 기다렸으나, 예매 창에서 계속 쭉쭉 남은 자리가 빠져나가 순식간에 좌석수가 0으로 변해 으악 비명을 지르며 셋다 멘붕에 휩싸였다. 나는 괜히 신화의 두 멤버를 째려봤던 것 같다. 정신 시끄럽게 한 니들 때문이야! 라면서...

깨어나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신화 팬도 아니고 멤버 이름도 잘 몰라서 꿈속에선 김동완을 김동욱, 앤디는 앤서니라고 불렀다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 방금 전에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와 진짜 웃긴다. 생전 생각도 없던 연예인이 왜 콜드플레이 예매 꿈에 나왔을까. 

암튼 불길한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예스24와 인터파크 중에서 어느 사이트가 더 잘 견딜까 고민하다 (1차 예매때 예스24가 성공율 높았다고 해서;;) 포인트도 쌓을 겸 예스24로 로그인했는데 제기랄! 서너번의 좌석점유 실패 후 안전하게 뒷자리로 선점한 것까진 좋았는데 계속 결제창 에러... 열번도 넘게 취소 후 재도전...그러다가 가까스로 카드번호 입력하고 진행이 되는 것 같더니 또 에러.. 와.. 진짜 인내심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시간은 12시 반이 막 넘어가고... ㅠ.ㅠ 마지막엔 드디어 결제용 비밀번호까지 잘 입력했다 싶었는데 계속 돌아가기만... 띠리링 휴대폰으로 승인확인 문자가 날아오길 얼마나 염원하며 기다렸는지. ㅠ.ㅠ 엄마 명의로 간신히 발급받은 카드라서 동짓날 절에 가시는 엄마한테 일부러 휴대폰도 두고 가시라고 했구만!!!

1시간 반이 넘도록 결제창은 그저 돌아가고만 있고... 30분 지나면 결제 취소된다는 벨로의 말을 듣고도 도무지 포기가 안됐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건 남은 티켓 한장을 받을 수 있게 됐으니 공연을 아주 못보는 건 아니다. 으허허헉.. 기쁘기도 하면서 속도 상하고 아주 미묘한 기분이다. 꿈땜이냐 뭐냐... 스팅 공연 땐 매번 성공율 높았었는데, 아쒸, 콜드플레이의 벽이 참 높다.

콜드플레이 내한한다고 주변에 알려봤으나 다들 시큰둥 아니면 그게 뭔데? 라고 묻는 친구들 지인들이 대부분이라 (처음부터 벨로네 한테 데려가달라고 할걸! 선예매 후파트너 수배를 꿈꾸었지 뭔가) 무조건 2장 예매하고 억지로라도 누굴 끌고가려 그랬는데 그것도 그들에겐 못할 노릇이어서 뭔가 '우주의 힘'이 예매실패를 이끌었나싶기도 하고 ㅋㅋ

빙글빙글 속절없이 돌아가는 결제창을 보며 무슨 마법사처럼 온 몸의 기운을 모아 양손을 뿌리쳐 얍! 기합을 넣어보기도 하고 징징징 우는 소리로 제발제발 성공해라 주문도 외워보았으니 죄다 효험은 없었다. ㅎㅎ 당연하겠지. 하긴 내가 무신론자라고 뻥뻥 큰소리치면서 그게 될 턱이 있나.  

혹시 취소표 나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아직도 버리지 못해 틈틈히 예스24와 인터파크에 들어가보니, 미친 인터파크는 스탠딩좌석이 33석이나 남았다고 나오질 않나, 예스24도 한두자리씩 자리가 떴다가 금세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다. ㅠ.ㅠ 혼자서라도 콘서트 보러가게 됐으니 좋은데 왜 미련을 못버리니... 에효. 내일 마감이라규~!!! 미련 좀 그만 떨어야한다는 다짐으로 꿈 얘기와 함께 포스팅으로 마무리하련다. 그만하면 됐다, 고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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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투덜일기 2016. 7. 29. 22:06

얼마전 생일에 조카 ㅈㅎ이의 카드 내용을 읽고 푸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벌써 고모 나이가 반백을 넘었네.. 어쩌구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고모 아직 반백 안 넘었거든! 딱 반백이거든!! 만으로는 아직 사십대거든!

아무리 발악을 해도 무슨 소용이랴. 문득 오래 전 스물다섯 살 생일에 너도 이제 꺾어진 오십이라며 청춘 다 갔다고 놀려대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맙소사... 꺾어진 오십도 어쩐지 충격적으로 느껴지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하물며 반백. ㅠ.ㅠ

제아무리 백세시대라고는 해도 내가 100살까지 살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간단한 건강설문 사이트 같은데서 계산해본 기대수명도 나는 78세쯤 나왔던 것 같고... ^^; 노후준비가 쉽지 않는 사람들에게 백세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확실한 저주다. 대체 몇살까지 일해서 벌어먹고 살라는 것이냐고!

번역을 평생직업으로 삼겠다고 정하면서, 막연하게 세운 계획은 60살까지만 일해서 나름대로 착실히 노후대비를 해 남은 생은 소박하게 놀고 먹어야지 하는 거였다. 정년 없는 직업이라 다행이야 그러면서... 근데 참 이게... 마음대로 되는 인생이 아님을 왜 진작 몰랐을까. 쥐꼬리만한 번역가 연봉 수입으로 꼴랑 60살까지 일해서 대체 2-30년을 어떻게 더 놀고먹겠다는 상상을 했던 것인지!

주변에 백수 됐다고 좀 징징거렸더니, 다들 기다려 봐, 곧 좋은 소식 있겠지 위로하다가도 하반기 접어들었는데 아직 아무 기미가 안보이는 눈치에 나보다도 더 안타까워하는 것 같다. 미안하게스리. 심지어 알바 일도 좀 받았다. ^^; 푼돈이라 안 하겠다고, 들이는 품에 비해 벌이가 션찮다고 몇년 전 딱 거절했던 영상번역 일이다. 잔소리 말고 그거라도 일 하란 말에 얼른 오케이, 고맙다고 수그리고 들어갔다. 

다만 그 일이 또 언제까지나 보장되는 건 아니라서... 여전히 생각이 많다. 백세시대를 맞이하야 나름 재미나고 보람있게 절반 살았으니 나머지 절반은 완전히 새로운 인생으로 재설계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다. 그렇다면 이 나이에 과연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영화 <인턴>을 뒤늦게 엄청 재미나게 보면서, 막연하게 회사에 재 취업을 꿈꾸기도 하고... (누가 뽑아준다고!)

다늦게 교사자격증 내밀며 기간제 교사나 방과후교사 일자리를 알아볼까 (늙은 보조교사를 행여나!)

그렇다면 입시학원 강사나 과외선생 밖엔 길이 없나? (내가 제일 하기 싫어하던 일인데! ㅠ.ㅠ)

셈이 느리고 서비스마인드 부족해서 뽑힐 자신도 없지만 암튼 마트 캐셔 일도 50살 이전에 구해야한다던데...

누군가는 왕비마마 섭생에 힘썼던 경험을 바탕으로 음식 사업을 해보라고 등떠밀기도 하고... (자본이 있어야지! ㅠ.ㅠ 반찬 가게를 하란 말쌈? 아니면... 건강음식 컨설턴트? ㅋㅋ)

조언이랍시고 속 뒤집어놓기 일쑤인 누군가는 이제라도 돈 많은 남편감을 찾아 '혼테크'를 하라며 권하기도 했다.. +_+ 

으휴. 

노희경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때때로 감동하며 봤지만, 그건 막강 배우들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와 대사빨 때문이었을 뿐, 내용만 놓고 보면 노년의 판타지라 은근 배알이 꼴리고 부아가 돋았다. 늙고 병들어 휘청거리기는 했지만 어떻게 가난한 노인이 한 명도 없어! 캠핑카 타고 다니며 여행하며 럭셔리하게 보내는 노년이 준비된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ㅠ.ㅠ (물론 폐지주워 생활비, 용돈벌이 해야하는 독거 노인들만 나왔더라면 더 보고싶은 마음이 안들었겠지...) 

번역작가로 나오는 고현정은 어떻고! 선배이자 연인이었던 출판사 사장을 든든한 '빽'으로 두긴 했지만 (소형 출판사가 또 그렇게 돈이 많냐고 따지고 들면 끝이 없다. ㅋㅋ) 집과 차는 부자 엄마가 장만해줘서 그렇다 치고, 소설 쓰고 싶다고 마음만 먹으면 곧장 책을 써서 출판이 된다고? 에라이~! 

째뜬 요즘 같아선 타임워프 해서 몇년 뒤 나의 미래에 살짝 다녀왔으면 좋겠다 싶다. 커다랗게 허공에 물음표로 떠 있는 나의 인생은 과연 어느 방향으로 훌러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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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책보따리 2016. 6. 13. 21:42

KBS 주말연속극의 충성스러운 시청자이신 왕비마마가 요즘 열심히 보는 드라마가 있다. <아이가 다섯>이라고... 근데 이상하게도 5월부터 주말마다 집안에 이런저런 행사며 일이 생겨서 본방을 계속 놓쳐 노친네의 아쉬움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또 못봤네.... 그러시면서.

해서 얼마전 재방송 스케줄을 찾아 못본 회차들을 몰아보기 해드리다가 재미난(?) 상황을 맞닥뜨렸다. ㅋㅋ 별건 아니고... 등장인물들의 서점 데이트 장면에서 내가 번역한 책이 화면에 비춘 것!

놀랍게도 나는 한눈에 책을 알아보았다. 어라... 출판사에서 PPL을 시도했나? 그러기엔 너무 휙~ 성의없이 스쳐지나가던데... 

암튼 시작하는 연인들인 신혜선과 성훈의 알콩달콩한 서점 장면에서, 책 표지 예쁘다는 대사까지 등장!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엄마! 저거 내가 번역한 책이야! ㅋㅋㅋ

나중에 방송 끝나고 후르륵 올라가는 크레딧에서는 통 제휴사나 협찬사 이름을 찾아보는 게 불가능했고, 내가 장면 캡처에 능한 사람도 아니라 그냥 그러려니 했었는데... ㅎㅎ 누군가 드라마 후기 올리며 곁들인 사진에 마침 그 장면이 있어서 살짝 퍼왔다. 

백수 되고 나니깐 익명 블로그에만은 늘 비밀에 부쳤던 책자랑도 막 하고 싶은 심리가 드는 건가? ;-p 캡처화면을 보니 확실히 PPL은 아니고 우연히 현장에서 표지 색감 때문에 골라든 책인듯, 일부러 책 제목을 CG로 지운 것 같다. 제목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래서 여기다 올려둘 용기도 생겼지만... 

하여간에 신기하다. 마침 그 드라마를 늦게라도 챙겨본 것도, 3월에 출간된 그 책이 새삼 드라마에 소품으로 사용된 것도, 내가 한눈에 그 책을 알아본 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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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일

투덜일기 2016. 3. 13. 17:20


며칠 전에 만난 친구 S(라고 쓰고 '지인'이라 읽는다)에게 최근들어 가장 충격적인 조언을 들었다. 대학 동창인 S는 오래전에도 내게 눈두덩 지방질 제거+쌍꺼풀 수술을 '꼭' 하라고 (그것도 지 남편네 병원에서) 자꾸만 닥달을 해서 짜증나게 만든 인물인데 ㅋㅋ 잊을만 하면 한번씩 아주 심상한 얼굴로 이것저것 조언을 하며 나를 놀래킨다. 


물론 <제발 쌍꺼풀 수술 좀 해라> 드립은 내가 들은 척도 안하니깐 (내 미모가 어때서!?로 맞섰더니 기가 막혔는지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나보다 ㅠ.ㅠ 물론 S는 30년전에도 지금도 자타가 인정하는 아주 빼어난 미인이다)포기한 거 같더니 몇년 전부터는 또 <라섹수술>을 하라며 들들 볶는다. 나는 1) 일단 무서워서 못한다. 2) 갖고 있는 안경들 아까워서 못한다. 게다가 안경이 내 얼굴에 햇살이다. 3) 돈 아깝다. 이 세 가지 이유로 반박중인데 S는 1) 자기가 해봐서 아는데 하나도 안 아프고 안 무섭다. 요즘 기계와 기술 좋아졌다. 2) 안경을 아예 쓰지 말라는 게 아니고, 돗수 없는 알로 바꿔 끼면 된다. 3) 수술비 싸졌다. 밤에 자다가 눈떠도 다 보이면 얼마나 편한지 아니... 라며 나를 설득하려 애쓴다. 어휴...


요번에 친구들이랑 다 같이 만난 자리에서도 또 노안수술 겸 라섹 하라고 잔소리를 해주시길래 그냥 씩 웃고 말았다. 속으로만 싫어! 그러면서. 물론 나를 진심 염려하고 생각해서 (몇년 더 있다 맘 바뀌어서 수술하려고 들면 이미 늦는다나;;) 하는 조언이라는 건 알겠는데 사람 취향도 있는 거지, 제멋에 살다 말게 냅두지 왜 저렇게 열심인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마침 최근에 라섹/라식 수술을 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하다는 친구가 한 명 더 있어서 일순간 나는 완전 촌스러운 겁쟁이로 공격을 당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ㅠ.ㅠ 그래도 다들 내 똥고집을 모르는 것도 아니어서, 다시 잘 생각해봐라 정도로 마무리가 지어졌는데...


그 다음 화제는 하필 폐경(완경?)과 갱년기였다. 아직 멀쩡하다는 친구도 있고 몇년 전부터 여러 증상을 느끼는 친구도 있고 벌써 아예 페경이 된 친구도 있고 아직은 폐경 전이지만 가족력 때문에 걱정을 하는 이도 있어서 동병상련을 한참 토로했는데, 이미 폐경이 됐으나 아무런 어려움 없이 갱년기를 넘긴 것 같아 행복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는 S가 다시 내게 화살을 돌렸다.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니깐 나더러 폐경 되기 전에 난자를 냉동시켜두는 게 어떻겠느냐고. @.,@ 


헉. 처음엔 말문이 막혔다. 무슨 근거로 내가 다 늙어서라도 꼭 아이를 낳고 싶어할 거라는 생각을 했을까. 헛웃음도 나왔고, S의 상상 속 내 아이가 엄청 불쌍했다. S는 남편 필요없는 건 알겠는데 너 자식은 하나 있어야한다, 50살에 늦둥이 낳는 사람들 흔하다, 허수경은 정말 지혜로운 사람인 것 같다... 앞일은 모르는 거다, 너 나중에 마음 바뀌면 후회스러워서 어쩔래... 아주 진지한 얼굴로 설득에 나섰다. 또 한 번 어휴...


가만 있으면 가마니인줄 알고 앞으로도 계속 밟을 것 같아서, 아이는 예쁘지만 나 혼자도 벅찬데 양육의 책임과 의무를 떠안을 자신도 없고 늙은 엄마 밑에 태어나는 아이에게도 그건 못할 짓이고, 난자 냉동하려면 난임부부 시험관 아기 시술 때처럼 얼마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하는지 제대로 아느냐고 따져서 말문을 막아버렸다. 제발 나좀 냅둬줄래!! 가 내가 하고픈 말이었지만 차마 그렇게는 말 못하고...


사람의 앞일은 모르는 거라고 하는 말 나도 잘 안다. 등산만 해도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산에 다니게 될 줄은 나를 포함해 아무도 몰랐다. 고양이 싫어하던 사람이 고양이 집사가 되어 몇마리씩 키우는 사람들도 있고, 개 무서워하던 내가 조카네 개 한테는 손바닥에 고기랑 사과도 놓아먹이게 되었으니 앞으로 또 내가 어떤 변덕을 부릴지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근본적인 성향과 취향이라는 게 있는데 그게 그리 쉽게 변하나? 흠... 후회를 하든 말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그 정도의 어마어마한 결정과 고민은 이미 젊을 때 다 하고 살아왔다는 걸 S는 잘 모르는 건지, 인정을 안하는 건지. 하여간에 너무 놀라워서 기록해둘 일이라고 여겨졌다. ^^ 째뜬 어디 한 번 그저 두고보는 수밖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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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먹거리들

놀잇감 2015. 11. 19. 15:40


광화문에서도 저 멀리 파리에서도 끔찍한 폭력이 자행되는 동안 탱자탱자 놀러만 다녔던 사람으로서 당연히 죄책감 같은 것이 들기도 하고, 오랜 여행 끝엔 원래 무기력증이 확 찾아오게 마련이라 컴퓨터 앞에 앉기까지도 좀 어려웠다. 여행 자랑 포스팅이나 할 때냐 지금이.. 뭐 그런 생각.

그래도 여행 후유증은 지난 사진 들여다보며 차츰차츰 극복해나가야하는 것이라 우기며 슬슬 사진정리를 시작했다. 우선은 제주도에서 먹었던 것들 사진이다. 먹거리 사진을 엄청 많이 찍은 것 같은데 다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었던 듯 막상 골라보니 몇장 없다. 단체카톡방에 드글거렸던 제주도 사진들은 이미 너무 오래돼서 안보이고... 

먹거리 앞에서 심혈을 기울여 열심히 사진찍는 스타일은 아니고보니 후딱 한장씩 남긴 거라 화질도 별로다. 그래도 다음에 또 제주도엘 가게 된다면 참고할 요량으로 기록해놔야지...


11시20분 비행기로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현금봉투 분실사건으로 혼이 절반쯤 빠진 상태에서 찾아간 곳은 제주시내에 자리잡은 갈치조림집, 제주마당(제주시 노형동 914-2. T: 064-749-5501) 

갈치조림 맛있는 집은 제주에 허다하기 때문에 고민을 엄청 하다가, 한국 TV예능 프로그램과 연예계 소식을 나보다 더 잘 아는 LA아줌마들을 위해 선택한 곳이었다. 배용준과 박수진이 신혼여행갔다가 먹고간 집이라나 뭐라나.. (카운터 앞에 배용준 사인이 걸려 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철판에 거대한 통갈치조림을 해주는 걸로 유명하단다. 소문으론 하루 다섯마리밖에 안판다고 해서 걱정하며 전화로 예약하려했더니 일요일이라 예약은 안 되고, 점심때 오면 떨어져서 못먹을 일은 없다는 말에 안심했는데... 막상 가보니 진짜 대왕통갈치가 아니라 작은 거 두마리(그래도 크긴 하지만)가 들었다.. ㅠ.ㅠ  

비주얼로 승부하려는 식당이 다 그렇지만 맛은.. ^^; 오래 전 먹어본 유리네 갈치조림 만 못했다. ㅋㅋ 한참 끓여야 맛이 드니 당연하겠지...온통 옷에 냄새 배고... 가격도 108000원(8명까지 먹을 수 있다는 것 같다. 공기밥은 따로 계산했던 듯. 다만 넣고 끓여먹을 라면 사리는 그냥 준다^^) 

반찬으로 나온 간장게장이 슴슴하니 맛있었고, 먼데서 온 일행들은 에피타이저인지 디저트인지 곁들여 나온 오메기떡에 반해서 두번이나 더 시켜먹었다. 서귀포올레시장에 가서 진짜 오메기떡 사먹을 거라고 얘기했는데도... ㅋ

저녁은 횟집을 갈 계획이었으니 서귀포 올레시장 구경갔다가 이것저것 먹고픈 것들을 바리바리 사기 시작하면서 전격 수정. 소라와 문어, 멍게 따위를 좀 사고, 튀김에다 순대, 오메기떡, 연시, 귤, 기타등등 생각도 나질 않는 잡다한 먹거리를 사다가 펜션 방에 모여 먹었다. 사진은 없다. 일행 중 한 명이 LA에 있는 남편에게 자랑하자, LA뿐 만 아니라 교민사회 어디든 있는 H마트에서 사온 것과 다를 바 없어뵌다는 촌평을 들었다. ㅎㅎㅎ 그래도 가격대비 만족도로는 최상의 한 끼니였음. 

친구는 이렇게 납작한 연시가 그렇게 먹고 싶었다면서 (뾰족한 대봉시는 LA에서도 볼 수 있단다) 시장에 가자마자 제일 먼저 만원어치 한보따리를 사들었다. 2박3일간 먹다먹다 마지막에 친구와 내가 1개씩 공항에 들고 들어갔었는데.. 어떡했더라... 기억나지 않는다. +_+



다음날 아침은 펜션에서 주는 조식. 

조식펜션으로 열나 검색해서 ​찾아낸 우리의 숙소, <해와 돌바라기> 펜션(서귀포시 하효동 1068번지)의 쌀국수와 또띠아 샌드위치다. 펜션은 서귀포시 쇠소깍 근처에 있었고, 쌀국수도 맛있었고 침구며 인테리어도 깔끔하니 좋았으나... 결과적으로 말하면 펜션은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1층엔 조식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마련되어 있고, 객실은 당연히 2, 3층에 있는데.... 한국체류 보름간의 짐을 몽땅 다 들고 인천에서 곧장 제주도로 날아간 여행객들의 묵직한 가방을 들고 낑낑대며 계단을 오르려니.. ㅠ.ㅠ 가장 크고 무거운 가방을 가져왔던 친구의 막내올케는 1층 중간 계단에서 가방을 집어던졌다.... 결국 그 가방은 내가 들고 올라갔음. ㅋ 엘리베이터 있는 펜션은 없을테니, 아침밥도 주고 방이 1층에 있는 펜션을 구했어야했다! 

싱그러운 샐러드가 곁들여진 샌드위치는 한 입 맛보니 좀 달았고(귤청이 들어간듯?), 연 이틀 쌀국수로 부탁해 먹은 난 만족했다. 일부러 쌀국수만 사먹으러 오는 사람들도 있더라. 주인장 자매도 아주 친절하시다.

 





가로세로 사진을 붙이니 좀 우스꽝스럽고 순서도 뒤바뀌었지만... 우도 검멀레해안 근처 산호반점에서 먹은 뿔소라짜장면과 뿔소라짬뽕, 그리고 바로 그 옆에서 파는 땅콩아이스크림과 한라봉 아이스크림이다. 원래 계획은 항구에 내리자마자 눈에 띤다는 소라반점의 한치짬뽕과 한치짜장면을 먹는 것이었는데.. 역시나 우리가 내린 곳이 청진항이 아니었던 관계로 ㅠ.ㅠ 그 계획은 무산되었다. 게다가 통 익숙치 않은 전기차를 몰고 섬을 반바퀴 이상 돌고 나자 모두들 지쳐버려서 횟집을 찾아갈까 묻는 것도 조마조마, 그냥 눈에 띄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해물짬뽕이 거기서 거기지 뭐.. 그러면서.  

소라가 정말 많이 들었다. 짬뽕은 12000원, 짜장면은 8천원. 메뉴는 딱 이 두가지. 탕수육은 안된단다. ㅋㅋ 짬뽕은 군말이 없었는데 짜장면은 양이 적다고 누군가 투덜거렸었다. ^^; 땅콩아이스크림은... 으음... 아이스크림 자체가 맛있다는 말은 절대로 못하겠고 우도의 땅콩은 정말 고소하다. 한라봉 아이스크림보다는 역시 땅콩 아이스크림을 권하겠다. 

이틀째 저녁엔 드디어 소원하던 회를 '배터지게' 먹었다. 내가 검색해서 가볼까 하고 염두에 두었던 서귀포 인근 횟집이 두어군데 있었는데 그래도 역시나 현지인에게 묻는 게 낫지 싶어 펜션 주인장에게 물었더니 좀 복잡하긴 하겠지만<쌍둥이횟집>을 가보라 추천했다. 내 목록에도 있던 집이라 얼렁 달려갔다. 그러나... 인산인해.. ㅠ.ㅠ 번호표 뽑고 40분쯤 기다려서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배가 안고팠기에 망정이지.

​4명기준 15만원짜리 특모듬'스페샬' 회세트를 시키고 2명은 두당 3만원씩 추가. 맛보기용으로 너무 조금씩 나온 갈치회와 고등어회를 맛나게 먹었고, 그밖에 곁다리 반찬들이 하도 많이 나와서 음식이 아까웠다. 빨간생선을 튀겨 소스를 끼얹은 탕수어 같은 것도 맛있었는데 절반도 못먹고.. 심지어는 회도 남기고 왔다(위 사진 속 회가 2인분 추가용으로 나온 작은 접시였다). 1년간 회 먹고 싶은 생각 안들 거라고들 하던데 과연... 마지막엔 칵테일 통조림 과일 잔뜩 얹은 팥빙수까지 나오는데.. 우린 배부르다며 마구 손을 내저었으나 너무도 친절하신 종업원께서 하나만 맛보라고 가져다주심. ㅠ.ㅠ 처음에 나온 찹쌀꿀빵(?)도 맛있다고 하니 싸가라고 한 접시 리필... 과연 다음날 언니들이 그 찹쌀빵을 다 먹었을지는 모르겠다. 째뜬 너무 배가 불러서 가장 중요한 회맛을 모르겠더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느낌? ㅋㅋㅋ 그래도 회를 투툼하게 썰어주는 건 좋았다. 관광객 상대의 이런 대형횟집에서 먹는 '모듬회' 보다 작고 알찬 횟집에서 도다리니, 돔이니 제철 생선 종류 골라가며 먹고팠으나... 이번 여행엔 그게 불가능했다. 사모님들 취향엔 역시 음식점이 좀 깔끔하고 화려해야 제맛이니까.

제주에 왔으니 흑돼지는 먹어줘야한다는 일행들의 염원으로 다음날 점심끼니로 찾아간 집은 제주시의 <흑돼지가 있는 풍경>(제주시 진군남4길 7-8, T: 054-742-1108).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추성훈과 야노시호가 그렇게 맛있게 먹는 걸 봤다면서 꼭 가야한다는 둘째언니의 원풀이 용이었다. 물론 내가 미리 경고했다. 맛있어봤자 돼지고기요, 그들은 최고의 리액션이 자동탑재된 '연예인'임을 잊지 마시라고 ^^; ​

자염을뿌려 구운 저 두툼한 오겹살을 갈치젓인가 멸치젓인가... 암튼 사진에 살짝보이는 작은 뚝배기 안 젓갈에 찍어먹는 식인데... 맛은 있었으나 딱히 흑돼지 특유의 맛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오래 끓이니 젓갈에서 토종된장 맛도 나는 것 같고 난 괜찮던데. 그래도 입짧은 친구는 젓갈에 찍는 건 아무래도 못먹겠다며 그냥 쌈장 찍어먹었다. 다만 1인분에 1마리씩 나오는 싱싱한 전복구이도 전날 횟집에서 먹었던 전복버터구이에 비하면.. ㅠ.ㅠ 비리고 질기고... 그냥 돼지고기를 더 주지 싶었다. 살아있는 전복이 꿈틀거리며 익어가는 모습도 지켜보기 좀 괴롭;;; 

두툼한 흑돼지는 100g에 만원. 1인분에 2만원이라는 얘기다. 사진 속 고기 세 덩이가 2인분. 우리는 6명이서 5인분을 시키고 추가로 김치째개에 공기밥, 비빔보리국수를 먹었다. 보리국수는 비추천. ㅋ LA손님들은 흑돼지보다도 같이 나온 싱싱하고 다양한 쌈채소에 반해서 연신 감탄을 했다. 흑돼지고기먹으러 온 사람이 아니라 제주도 쌈채소 먹으러 온 사람들 같았음. 근데... 난 저 노란 돼지껍질이 너무 딱딱하고 안씹혀서 좀 별로... 오겹살을 좋아하지만... 저런 껍질까진 먹고싶지 않다고 생각. 

야노시호가 '오이시 오이시!' 감탄하던 게 토옹 이해가지 않는다는 일행과 맛있어서 그럴만 하다는 일행으로 의견이 나뉘었는데... 본점은 점심을 2시부터 장사하기 때문에 드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한참 돌아다니다 들어가서 먹었었다. 멀지 않은 노형동에 2호점이 있단다. 사실 나는 GD가 애정한다는 돈사돈엘 가보고싶었었으나, 젓갈 찍어먹는 흑돼지 구이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흑돼지 아니어도, 백돼지여도 난 삼겹살, 오겹살이 맛있는 인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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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연일 너무 궁금해서 미치겠다.

아무래도 무딘 내가 최근에야 발견했을 뿐, 아마 새의 우리집 유리창 공격은 꽤 여러날 지속되고 있었다는 심증이 굳어지고 있다. 짝짓기철이라서 자기랑 똑같이 생긴 예쁜 짝을 찾는 건가???

새가 날아드는 시간대도 거의 매일 일정한 것 같다.

아침 7-8시 전후

점심 12시 무렵

그리고 저녁 5시쯤...

어제는 어찌나 요란하게 삐리리리 울어대다 유리창을 두들겨대는지 아침에 선잠이 깰 정도였고, 오늘 궁궐 봉사 가느라 일찍 일어나서 왔다리갔다리 하다보니 또 똑같은 자리로 날아들고 있었다. 날갯짓을 하는 장면 포착엔 실패했지만 그래도 스카프 뒤집어쓰고 변장하고 기다렸다가 도도하게 돌아서는 놈의 모습을 포착하는데는 성공!  

대체 무슨 새일까나...  

​아오.. 유리창 더러운 거 너무 티난다. ㅋㅋ

나름 버드세이버라고 오려붙였던 맹금류 형체는 내가 봐도 너무 어설펐다. 아무 소용이 없어서 하루만에 떼어버렸는데 그래도.. 사진은 남았음 ^^ 더 크게 아주 무시무시하게 만들어 붙였어야 효과가 있었을까... 내딴엔 알량한 가위질로만 '솔개'를 형상화한 것인데... 궁금증은 풀 길이 없고 답답하여라.. 끙... 

내일도 또 날아오는지 아주 새 관찰 일기를 쓸 판이다. 느낌으론 짝짓기 철이 끝날 때까지 새의 공격은 계속 될 것만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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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란...

놀잇감 2015. 10. 7. 14:02

​오래 전에 돌아다니던 사진이다.
어딘가 올려놓고 글도 쓴 것 같은데 블로그는 아니었나보다.
며칠 전 번역을 하는 친구 셋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다 이 사진이 다시 떠올라 돌려보며 깔깔댔다.
공감 백퍼~라면서.
​그나마 우리말은 번역가/통역가를 확실하게 나눠쓰지만 영어로는 둘 다 translator라서 더욱 이런 오해를 사겠지.


친구들이 번역가인 우리를 생각하는 모습과
엄마가 상상하는 모습과 (물론 울 엄니는 이제 내 실체를 아시지만)
세상의 통념과...
셰익스피어를 꿈꾸는 우리들의 야망에 이어 현실까지.... 볼수록 웃프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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