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웃긴 일

놀잇감 2017. 2. 24. 12:35

방금 낯선 번호로 문자가 쏟아졌다... 엄마 전화좀?????
의아해할 새도 없이, 곧바로 독촉의 ㅇ 세례가 이어졌다.


답장을 안하면 계속 문자가 올 것 같아서 나도 답을 했고... 혜림양은 결국 실수를 눈치챘다. 난 괜히 즐거워서 깔깔 눈물나게 웃다가 이건 포스팅 감이야! 했다 ㅎㅎㅎ


좀 저렴한 십대 특별 요금제를 쓰는 아이들은 월말이 되면 알(?)이 떨어져서 종종 전화를 못 걸고 받기만 한다. 그나마 아이메시지는 아이폰끼리 무료니깐 뭐;;

근데 여기서 재미 있는 건 애당초 이 아이가 내게 문자를 잘못 보낼 수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다. 번호를 잘못 눌러서 나에게 문자가 왔다는 건... 자기 엄마 폰 번호를 저장해놓지 않았단 뜻이잖아!!! ㅋㅋㅋ

시크하고 쿨한 척하는 나의 조카들도 휴대폰 사고나서 한참 동안이나 제 엄마아빠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다. 그러니 고모나 할머니 번호를 저장하지 않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자식들이나 손수들에게 시시때때로 안부 문자를 날리던 왕비마마는 당연히 손주들에게 오래도록 답 문자를 받지 못했다. 나중에 만났을 때 내가 조카 ㅈㅎ이에게 왜 할머니 문자를 씹느냐고 물으니... 모르는(!) 이상한 사람이 자꾸 문자를 보내서 잘 읽지도 않았다고 대답을 했었다. 

애들이라 휴대폰을 잘도 잃어버리고 망가뜨리곤 해서 새 폰으로 개비를 할 때마다 나 역시 굽실굽실 제발 고모 번호 좀 저장해놓으라고 간청을 한다. 나쁜 놈들이라고 괴씸해하면서도, 이젠 '고모'라는 이름으로 번호가 저장된 걸 알면 은근 기쁘다. 근데 또 한 가지 생각지 못한 일도 발생했다. 

며칠 전엔 아 글쎄 대뜸 조카 하나가 전화를 걸더니, "고모 이름이 뭐였지?" 묻는다. ㅠ.ㅠ 깜박 까먹었다나........ 웃프다는 심정이 뭔지 순간적으로 실감하며 이름을 알려줬다. 야! 고모 이름은 독특해서 까먹는 게 더 이상하지 않냐??!!! 너무한다! 그러면서 @.,@

암튼 누군지도 모르는 어느 혜림 양의 실수 문자로 조카들에 대한 괜한 섭한 마음이 누그러지다니, 완전 아전인수격 해석임을 아는데도 은근히 위로가 된다. 요즘 애들 다 그렇지 뭐 하는 마음? ㅋㅋ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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