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큐의 바람

놀잇감 2015. 1. 20. 15:12

경복궁 옆 고궁박물관에서 2월 8일까지 <류큐 왕국의 보물> 특별전을 하고 있는데 관련 공연이며 교육이 꽤 알차다. 류큐 왕국이란 ^^; 옛날에 '유구국'이라고 해서 조선, 중국과 교류한 역사도 꽤 길고 일본과는 별개의 나라였던, 현재 오키나와 섬에 존재했던 왕국을 말한다.
중앙박물관, 민속박물관, 역사박물관, 고궁박물관 중에서 안내책자와 전시 도록, 팸플릿의 질도 항상 고궁박물관이 최고라는 생각을 강하게 품고 있는데, 가만 보면 기획 전시내용도 거의 늘 알차고 훌륭하다. 안내책자나 브로셔의 글귀나 오타만 봐도 보유인력의 자질을 알수있는 법이 아닌가! 게다가 매번 공짜! (프란치스코 교황 내한 기념으로 했던 <천국의 문> 전시는 예외로 유료였다. 수녀님들을 비롯해 천주교신자들이 엄청 구경오던데 워낙 비싸기도 했지만 나는 계속 오가면서도 안봤다. 혹시 기회되면 나중에 이탈리아에 가서 직접 보고 싶다규~ -_-;) 고궁박물관 조직 자체가 탄탄한 건지, 뛰어난 학예사와 직원들을 잘 뽑은건지 갈 때마다 감탄하는 경우가 많다.  

암튼 요번에 본 공연은 오키나와 문화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류큐 왕국의 보물> 전시와 연계해 류큐 왕국의 고전무용과 노래를 소개하는 자리. 이름하여 <류큐의 바람>이다. 고궁박물관 별관에서 17일과 18일 양일간 3회 공연을 하던데(부산에서도 공연 1번 하더라마는;;), 마침  주말에 경복궁에 갈 일이 있어서 맘먹고 구경했다. 오키나와는 내가 몇년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여행지다. 갇혀있는 물고기들이 불쌍하긴 하지만 그래도 세계 최고라는 추라우미 수족관을 꼭 보고 싶어서리... (그렇게 들먹들먹하고 있는데 작년에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사랑이네가 구경가질 않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조인성이랑 공효진이 코끼리 바위엘 막 찾아가질 않나;; TV에서 펌프질을 막 하더군)  

이렇게 선망을 갖고 있으면 결국에는 조만간 저지르지 싶어서, 미리 공부(?)도 할 겸 연말에 경복궁 봉사 나간 날 짬내서 류큐 왕국 전시회를 둘러보았고 공연이며 특별교육 프로그램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ㅎㅎ <류큐의 바람: 오키나와의 춤과 노래>이라는 제목으로 여러가지 고전무용과 창작무용, 노래까지 보여준 공연은 생각보다 좋았다. 무료인 대신 선착순 입장이라고 해서 30분이나 일찍 갔는데도 앞자리는 죄다 관계자석이란 종이 붙여놓은 게 불만이었으나, 시간이 지나자 직원들이 어린 아이들부터 챙겨서 차곡차곡 앞쪽 내빈석 빈자리로 옮겨주고 일일이 동선을 안내해주고 그랬다. 대체로 공무원들은 좀 싸가지가 없고 고자세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편인데, (계약직인지 아닌지 몰라도 다른 국립 및 시립 박물관 가봐도 직원들이 야박하게 구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 선입견이 가끔 고궁박물관에 가서 깨진다. 아주 좋은 예. ㅎㅎ 

1시간 반에 달하는 공연은 앞부분의 궁중무용 순서때 하도 정적이고 조용해서 좀 졸리려고 했으나(한국이나 일본이나 궁중무용과 음악은 느릿느릿 움직임도 정적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좋게 말하면 우아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맥빠진다. ㅎㅎ 왕앞에서는 암살 위험 때문에 함부로 역동적인 동작이 담긴 춤을 출 수 없다는 듯;;) 후반부에선 활기찬 창작무용과 노동요 등이 있어 확실히 시끌시끌 신명나고 유머가 넘쳤다. 아싸~ 아싸~ 하는 추임새가 일본에서 온 것임을 새삼 확인. ㅋㅋ

아래 사진은 내가 찍은 건 아니고 일행 중 한분이 일찌감치 박물관 화장실 갔다가 마침 출연진을 만났다기에 전달받았다. 색감 화려한 의상이 아주 독특하고 인상적이다. 예쁜 옷도 많고...  전통무용을 어느 가문에서 3대째 전수받아 널리 알리고 있다는 모양이다.


일본에 많이 가본 건 아니지만, 료칸엘 가봐도 기념품 쇼핑센터에를 가봐도 쇼핑백이나 세탁물용 비닐팩 하나를 만들어도 그냥 허투루 하지 않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는다. 요번에도 오키나와 관광 지원을 위함인지 오키나와 안내책자랑 공연 브로셔를 예쁜 비닐봉투에 담아 주었는데, 안에 든 설문지를 작성하면 비닐파일도 나눠준다고 했다. 아쒸, 볼펜 없는데 생각한 순간 설문지에 저 앙증맞은 필기구가 클립처럼 꽂혀 있었다. (비닐종이 위에 놓인 검정색 물체;;)

공연 브로셔는 꼼꼼히 읽어보고 재활용 폐지로 내놓았지만, ​오키나와 안내책자는 (관광지 안내며 섬 전체 지도까지 들었다!) 비닐파일에 넣어 잘 보관해 두었다. 언제가 될지 몰라도 오키나와 갈 때 가져가야쥐! 문득 우리나라 관광홍보도 과연 이렇게 꼼꼼하고 아기자기하게, 사람들 마음을 확 끌게 잘 하고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행여나...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