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에 해당되는 글 123건

  1. 2011.11.18 홍대 제니스 브레드 vs 광화문 에디스 B 3
  2. 2011.11.17 카레라이스를 먹는 두 가지 방법 9
  3. 2011.11.03 꼬꼬면이 뭐라고 21
  4. 2011.09.02 달콤함이 필요하다 13
  5. 2011.08.09 수제햄버거 eddy's B 21
  6. 2011.08.01 따라하기 요리 - 홍대 고엔 16
  7. 2011.06.15 나박김치 2
  8. 2011.05.13 오이김치 2
  9. 2011.04.08 때문이야 15
  10. 2011.04.05 일사분기 식탐의 흔적 9

에디스 B는 수제햄버거가 주력상품이고 제니스 브레드엔 아예 햄버거가 없으며 서로 메뉴도 많이 달라 단순비교에 무리가 있으나, 어쨌거나 내 마음대로 식탐분류에는 같은 범주에 속하므로 최근 두군데 다 다녀온 김에 재미삼아 한번 비교해봤다. 내 마음 같아선 두집 다 버글버글 눈코뜰새없이 장사가 잘 되면 좋겠는데 (나한테 아무런 콩고물도 떨어지지 않는데 왜 이런 바람을 품는지? ㅋㅋ) 두집 모두 갈 때마다 그리 손님이 많지 않은 게 좀 안타깝다. ^^; 물론 운좋게도 손님 많은 시간을 내가 잘 피해다녔을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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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라이스를 먹는 방법이 어디 두가지 뿐이겠냐마는 대략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밥과 카레를 한꺼번에 다 비벼놓고 균일한 맛을 즐기며 먹는 방법과 카레를 끼얹은 밥을 조금씩 먹을 만큼만 비벼먹는 방법이다. 원래는 빙수를 먹는 두 가지 방법으로 제목을 정하려다 너무 계절과 동떨어진 것 같아서 참았다. 사실은 빙수 먹는 방법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카레라이스야 혼자 먹지만 빙수는 대개 둘이 같이 먹으니 먹는 방법이 다르면 그야말로 '대략난감'이다! 올여름 빙수값이 거의 만원에 육박한 걸 보며 미쳤구나 생각했지만, 그래도 대개 둘이 나눠먹으니 다른 음료값과 비교하면 그럴만도 하다고 애써 이해하는 태도를 취했었다. 한 그릇 놓고 퍼먹으려면 친하지 않은 사람과는 아예 먹을 엄두도 낼 수 없는 빙수야말로 같이 먹는 사람의 취향이 중요하다.

나는 카레라이스도 그렇고 빙수도 그렇고 처음부터 섞어먹는 걸 싫어한다. 카레라이스 뿐만 아니라 각종 덮밥은 한꺼번에 비벼놓으면 어쩐지 개밥스러운 것이 먹을 확 맛이 사라지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비벼파'의 주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짜장면과 비빔밥을 처음부터 다 비벼야 양념맛이 고르게 배듯 덮밥류도 처음부터 죄다 골고루 비벼놓아야 시종일관 일정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나도 인정한다. 짜장면과 비빔밥은 나도 처음부터 열심히 비벼서 먹는다. 짜장면은 그냥 두면 면이 불어 떡처럼 엉기니 어쩔 수 없이 비벼야하는 것이고, 비빔밥은 이름부터 비비는 행위가 근본임을 밝혀둔 음식인데다 가닥가닥 엉킨 나물과 고추장 양념은 한 숟가락에 따로따로 골라 담기가 어려운 재료다. 하지만 나머지 덥밥은 이미 다른 양념이 다 섞여 있으니 밥에 얹어서 입안에 넣고 음미하면서 얼마든지 씹어서 섞을 수 있다. 오히려 다 비벼놓으면 나중엔 양념수분이 밥알에 다 배어들어 대단히 뻑뻑하고 맛없어 보이는 단계로 변한다. 더욱이 요즘 유행하는 일본식 카레는 어찌나 짠지 처음부터 대뜸 비볐다간 못먹기 십상이다. 혹 양념이 모자라 나중에 맨밥을 먹는 한이 있어도 나는야 '조금씩 비벼파'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빙수는 각종 과일과 연유 단팥, 아이스크림을 죄다 섞어 곤죽을 만들어놓으면 내눈엔 순식간에 시궁창(!)으로 변한 것만 같다. ㅠ.ㅠ 그냥 한쪽 구석에서 야금야금 조금씩 뒤섞어 파먹으면 끝까지 얼마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거늘... 해서 취향이 다른 친구와 빙수를 같이 먹게 되면 처음에 몇번 숟가락질을 하다 이내 숟가락을 놓고 만다. 서로 배려하느라 절반씩 남기거나 섞는 노력을 기울여도 어쨌거나 얼음은 녹기 마련이니까. 지난 여름 몇번 팥빙수를 시도했다가 번번이 취향차로 속상한 일을 겪고는 2인용이라며 마구 가격을 올려버린 제과및 음료업체를 원망했다. 옛날처럼 작은 그릇에 1인분씩 저렴하게 팔면 좀 좋으냐고! 
 
실은 오늘 카레라이스를 해먹었는데 '처음부터 비벼파'이신 엄마와 '조금씩 비벼파'인 나는 서로의 카레라이스 먹는 방법을 매번 못마땅해한다. 엄마는 내가 카레라이스를 깨작거리며 먹는다고 생각하고, 나는 엄마가 비벼놓은 카레라이스가 영 맛없어보인다고 여긴다. 수십년 넘은 습관이니 그러려니 할만도 하건만, 못마땅한 건 못마땅한 거다. ^^; 가끔 밖에 나가 중식집에서 요리 하나에 잡채밥이라도 시켜 같이 먹게 되면 엄마가 얼른 다 뒤적여놓기 전에 잡채밥 접시에 금이라도 긋고 싶어진다! ㅋ 조금 전 식탁에서도 카레를 따로 그릇에 담아 놓았더니 엄마가 설거지 거리만 많아지게 뭐하러 그랬냐고 잔소리를 했다(아 설거지는 내가 하는구만!). 결국 나는 보기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까칠한 외모지상주의자로 또 한번 결론이 났고, 엄마는 겉모양보다 맛이 더 중요한, 무던한 실용주의자였다. 하이얀 얼음과 과일, 연유의 모양새를 최대한 지켜가며 빙수를 먹으려드는 내 모습을 보면(아무리 노력해도 곤죽이 되는 순간은 있다! 다만 비비지 않으면 완전 회색물로 변하지는 않는다;; -_-;) 웃길 수도 있겠으나 어쩌겠나. 취향이 이렇게 고정되어 버린 것을. 그래도 내 주변엔 나처럼 까칠한 사람 많을 거라고 항변하는 의미로 끼적여봤다. 저 말고도 카레라이스랑 빙수 안 비벼서 드시는 분 많죠? 그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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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먹진 않지만 나 역시 <라면은 역시 신라면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한달에 한두번 끓여먹는데도 집에 신라면이 떨어질 일은 없다. 그밖에 우동과 소면, 인스턴트국수, 떡국떡도 상시 준비되어 있다. <점심끼니는 웬만하면 간단히 분식으로>가 나의 모토이기 때문이다. 점심에 제일 자주 끓여먹는 건 떡만두국과 가쓰오부시 우동(생면으로 인스턴트 제품이 나온다). 최근 맵지 않아 만만한 후루룩 국수도 꽤 애용했다(엄마는 매운 음식을 못드신다). 그런데 몇달 전 꼬꼬면이 등장한 거다. 별로 맵지 않다니 점심끼니 후보로 올릴 만했다. 헌데 엄청 인기라서 품귀현상이 빚어진다나 뭐라나 뉴스에도 나오고, 거의 암거래를 연상케 할 만큼 어렵사리 구해야 하는 라면으로 루나파크 에피소드에도 등장했다. 동네 마트에 가보니 정말로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또 괜히 빈정이 상하면서 맛도 보기 전에 먹기가 싫어졌다. 닭비린내 난다잖아! 일부러 유통을 제한해서 사람들 감질나게 만드는 꼼수 마케팅 수법 아냐? 라면이 맛있어 봤자지... 

그러고 잊고 있었는데 얼마전 LA사는 친구가 통화하다가 문득 물었다. 아 참, 너도 꼬꼬면 먹어봤니? 그렇게 맛있어? 여기 사람들 그거 먹어보고 싶다고 난리다 너.. -_-; 나도 아직 구경 못했다고 했더니 친구가 말했다. 너도 못먹어 봤으면 여기 들어와도 엄청 비싸고 사기 힘들겠다 야. 너 내년에 놀러 올 때 한 박스 사와! 킥킥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은 했지만, 나는 다음번 친구와 통화할 때 먹어보니 별 맛 아니더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 그 담번에 장보러 갔을 때 열심히 라면류 선반을 뒤졌다. 어느 구석에 한개라도 남아있을지 몰라, 그러면서... 그러나 없었다. 나는 또 다른 음모론을 상상했다. 꼬꼬면의 물량이 부족해 공급 안되는 게 아니라, 혹시 농심에서 마트에 압력을 넣는 거 아닐까? 그 마트가 원래 이름 없는 중소기업의 신선식품이 들어와 좀 인기를 끄나 싶으면 이내 대기업 제품에 쫓겨나곤 했기 때문이다. 국내산 쌀로 만들어 정말 맛있고 부드러운 데다 가격도 저렴해 내가 애용했던 떡국떡이 몇달만에 비싸고 찔깃해서 별로인 풀*원 떡국떡에 밀려나는 식이었다. 물론 한국야쿠르트가 힘없는 기업은 절대 아니겠지만... 암튼 꼬꼬면에 대한 나의 열망이 그리 큰 건 아니라 없으면 말지 하는 정도였다. 게다가 가끔씩 마트에서 행사로 구매액이 몇만원 넘으면 주는 사은품이 노상 오뚜기 '진라면'이더니 '신라면'을 줬다. 농심 마트 외압설(?)에 괜히 더 심증이 갔다.

그런데 요번엔 미중부에 사는 후배가 꼬꼬면과 나가사키 짬뽕이 드디어 들어왔다고 신나하는 감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목하 흰국물 전쟁중인 라면업계에서 나가사키 짬뽕은 삼양이 꼬꼬면의 대항마로 내놓은 제품이다. (나 이런 거 왜 일케 잘 알지? ㅋㅋ) 유학생 및 교민들에게 한국 라면류의 인기야 익히 알고 있는 거지만, 한국에 있으면서도 몇달째 아직 맛도 보지 못하고 있는 나는 이유없이 조바심이 났다. 해서 마트에 가 또 다시 꼬꼬면을 찾아 헤맸다. 이번에도 없었다. 대신에 나가사키 짬뽕은 특설판매대에 엄청 쌓여 있었다. 흠... 꿩대신 닭이라는데...

적어간 쇼핑목록에 있지도 않던 나가사키 짬뽕을 결국 꾸역꾸역 사오긴 했지만 뭔가 기분이 찜찜했다. 어쩐지 업자들의 담합 농간에 넘어간 느낌도 들고...... 대체 꼬꼬면이 뭐라고! 그래서 반항(?)의미로 오늘은 소면을 삶아 건강에 좋은 콩국수(물론 두부와 우유로 만드는 간단식)를 새삼 만들어먹었다. 날씨도 다시 더워져 아주 딱이두만. 그러나... 아마 나는 담번 장을 보러 가서도 혹시 꼬꼬면이 있나 기웃거리게 될 것 같다. 이런 걸 도달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이라고 하는 건가.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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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요즘 세상이 너무 쓰디써 달콤함이 몹시 필요하다.

언제고 내가 꼭 내려가 살고 싶은 제주도에 난데없는 해군기지 건설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강정마을엔 결국 오늘 공사강행이 시작된 모양이고, 아나운서를 꿈꾸는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에서 축출됐던 강용석의 국회의원 제명은 똑같은 놈들의 비호로 부결되었으며, 6년이나 학교를 같이 다닌 동기 친구를 집단 성추행했던 고대 의대생들에 대한 학교측의 징계수위는 쉬쉬 하는 분위기 속에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몇해 전 운동권 학생들은 2주만에 전격 출교(재입학이 불가한 최고 수준의 징계란다)시킨 고대가 돈많고 빽 든든한 의대생들은 퇴학(한학기만 지나면 재입학할 수 있다고) 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니, 하는 꼬라지가 성희롱, 성추행을 일삼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국회의원들이랑 수준이 딱 맞다. 에이 더러운 것들. 성폭력 피해자에게 꼭 니들이 짧은 치마 야한 옷 입고서 먼저 범죄를 유발했다는 식으로 발뺌하는 기막힌 논리가 언제까지 통하려는지 원!

아, 이렇게 더럽고 쓴 세상 때문에 달달한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자꾸 딴길로 빠진다. 모두에게 유쾌하고 즐거운 유머와 자랑질로만 블로그를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헌데 이놈의 빌어먹을 세상은 온통 분노할 일 뿐이다. 잠깐 릴랙스, 릴랙스...

요리에 대해서 별 두려움은 없지만 내가 웬만하면 피하고 싶어 한 것이 바로 베이킹의 세계다. 집에서 척척 스콘 굽고 초코칩 쿠키 만들고 심지어 새우깡까지 홈메이드로 만들어 간간이 맛을 보여주는 친구를 보노라면 완전 요술쟁이 같아 자꾸만 관심이 쏠린다. 집에 오븐이 없기에망정이지 있었으면 어쩔뻔했나 싶을 정도로. 그러나 내가 '원래' 그리 단것과 간식을 즐기지 않는데다 베이킹은 곧 탄수화물 및 고밀도 과당 섭취의 지름길이므로 (왕비마마의!) 건강상 애써 멀리해왔다.

그런데 아뿔싸. 요즘엔 물부어 대충 반죽한뒤 전자렌지에 띵~ 돌리면 베이킹이 끝나는 온갖 '믹스'들이 마트에 깔려 저마다 손짓을 보낸다. 게다가 TV에선 잘생긴 고수가 너도 한번 해보라고, 엄청 쉽다고 유혹까지... ㅠ.ㅠ

결국 유혹에 넘어가 <흰눈표 브라우니 믹스>를 사다가 시도해봤다. 오, 놀랍게도 정말 단번에 '거의' 성공. 덜 식혀서 잘라 먹는 바람에 모양이 좀 흩어지긴 했으되 촉촉하고 달달한 데다 초코칩 덩어리까지 막 씹히는 것이 꽤 훌륭했다. 비록 달랑 320g에 1440칼로리라는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씩 나눠먹으면 되지 뭐 이럼서 벌써 세번째 시도. 두번째 작품(?)을 먹어본 조카들도 진짜 산 것처럼 맛있다며 열화와 같은 칭찬을 안겨주었다.

자랑스러워 찍어놓은 세번째 브라우니의 자태는 이러하다.


설명서엔 평평한 네모 그릇에 담아 전자렌지 용량에 따라 3분 30초에서 4분 돌리라고 되어 있는데, 나는 4분 10초 돌렸다. 직사각형 그릇이라 그런지 처음 가운데가 푹 꺼져 거기만 잘 안익어 시간을 연장해야했기 때문. 오른쪽 사진은 6등분해서 자른 것. 한 조각당 무려 240 칼로리지만, 커피와 함께 치명적인 달콤함에 빠지는 순간에는 더러운 세상따위 잠깐 잊을 수 있다. 그런데... 입맛이 유독 써서 어느 날보다 달콤함이 필요한 오늘은 남은 게 없다. 어제 밤참으로 마지막 조각을 홀랑 다 먹어버려서. 뚫어져라 쳐다보며 사진으로라도 달콤함을 불러일으켜야겠다.  

단 거 별로 안좋아하는 나도 자꾸 단것을 찾게 만드는 팍팍한 세상. 어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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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까말까 망설였다. 원래 내가 적극적으로 맛집 소개하는 블로거도 아닌데, 과연 여기다 광고한다고 효과가 있을까? 괜히 이웃들에게 욕이나 먹는 건 아닐까? 소심하고 우유부단하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내 팔이 심히 안으로 굽는다는 것. 학연, 지연 따위에 절절 매는 사람들 함부로 욕할 게 아니란 걸 요번에 깨달았다. ^^; (어차피 홍보 효과여부도 알 수 없는데 뭐 어때! 라고 애써 자위 중) 양심에 크게 찔리는 짓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공개한다. 어차피 홍보성 글이므로 탐탁지 않으신 분들은 이쯤에서 읽기를 관두시라고 나머지는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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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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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8월이다. 8월 첫 포스팅으로 친구 뒤에서 흉이나 보는 듯한 얘기를 끼적인 게 찔려서 밀어내기 포스팅 하나 더.
홍대앞엘 가면 술집은 지천이어도 적당히 끼니를 때우려 들면 막상 갈 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내가 파스타에 탐닉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가정식 백반이나 다름없는 파스타를 대단한 고급 요리인 것처럼 만얼마씩 주고 사먹는 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다. 일부러 마음 먹고 나가 호사 떠는 외식이 아니라면 한끼니 밥값은 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서민인 나의 지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대 앞에서 딱 맞는 밥집이 바로 <고엔>이 아닐지. 위치는 상상마당 건너 주차장길에서 조 샌드위치 골목으로 들어가, 405 키친 앞 골목으로 좌회전, 감싸롱 지나 제니스 카페 맞은편 쯤에 있다. 노상 지나다녀도 먹을 기회가 없었는데 먹으려고 드니 같은 날 1시간 30분 간격으로 두번을 먹었다. ㅋㅋ 그러고선 따라하기 좋아하는 성격을 발휘하여 따라 만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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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박김치

식탐보고서 2011. 6. 15. 18:22

밥순이로 살더라도 몹시 수고롭고 골치 아픈 김치는 웬만하면 담가먹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결심이나, 예외는 간혹 있다. 지난번엔 식탐 열망을 이기지 못해 오이김치를 두번이나 만들어 먹었고(첫번째가 너무도 맛있어 열흘쯤 뒤엔 더 다량의 오이를 사다가 만들었다 실패하는 바람에 다시는 시도 안하고 있기는 하다;), 제사나 차례를 앞두고 나박김치는 내가 담그지 않으면 안되는 품목이 되고 말았다. 설날 때는 수정과라도 올리니까 제기 중에서 국물 담는 그릇을 하나라도 쓸 수 있는데, 여름엔 나박김치가 없으면 네 개나 되는 우묵한 제기를 전혀 쓰지 못하는 게 좀 민망하다. 누구보다도 나박김치를 좋아하셨던 할머니 제사땐 꼭 올리려고 했었는데 여름이었던 할머니 제사를 겨울 할아버지 제사로 합치고 보니, 이젠 제사 핑계로 담근 나박김치에 국수를 말아먹으려면 아버지 기일과 추석에 맞춰 담그는 수밖에 없다.

대충요리의 선구자로서 대충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찾아내 그간 어깨 너머로 배운 아이디어까지 더하여 대강 뚝딱 만들고 나면 이상하게도 첫 솜씨가 제일 훌륭하다. 나박김치도 몇해 전 처음 만들었을 때 다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통의 나박김치보다는 무와 배추를 조금 작게 썰어, 엄마에겐 소꿉장난 하느냐는 일갈을 듣기는 했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 할머니표 나박김치인 것을 어쩌랴. 말년에 이가 부실해지신 데다 허리까지 굽어 음식을 씹고 삼키는 것이 쉽지 않았던 할머니는 나박김치의 무와 배추도 앙증맞을 만큼 작게 썰어 만드셨고, 매 끼니마다 나박김치를 한 탕기씩 해치우셨다. 그런데 나도 그 편이 먹기도 좋고 보기에도 예쁘고 맛있었던 기억이 있으니 그대로 따랐던 거다. 또 다시 일년만에 나박김치를 담그느라 어제 몇시간 서 있었더니 종아리에 알이 배겼는데, 깜박깜박하는 나의 기억력으로 볼 때 어딘가 적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재료를 또 하나 빠뜨릴 것 같아 기록해두기로 했다. 어제는 글쎄 장 볼 때 배를 빠뜨리는 바람에 다 저녁때 나가서 사와야 했다. 나박김치엔 뭐니뭐니 해도 배를 넣어야 국물이 시원해지는 법이거늘.

재료: 무 반 개, 쌈용 배추 한 통, 큼지막한 배 한 개, 쪽파 한 움큼, 미나리 한 움큼, 통마늘, 홍고추, 고춧가루, 천일염, 찹쌀가루, 흰설탕, 멸치액젓 한숟가락. (김치냉장고용 김치통으로 딱 하나 분량임)

1. 찹쌀가루를 두 숟가락 정도 물에 개어 묽게 찹쌀풀을 쑤어 놓는다. 
2. 무를 1.2~1.5cm 두께로 토막내서 정사각형 모양으로 납작납작 잘라 소금을 뿌려 절인다.
3. 나박김치에 들어가는 배추는 노란 속잎만 넣는 게 맛있으므로 나는 아예 쌈용 배추 속고갱이만 사서 넣는다. 배추 역시 무와 비슷한 크기로 잘라 슬쩍 소금에 절인다.
4. 쪽파와 미나리를 다음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적당한 길이로(나는 2.5cm)로 잘라둔다.
5. 홍고추는 절반 갈라 씨를 거의 다 빼낸다.
6. 절인 무와 배추를 물에 씻어 건져 물기를 뺀다.
7. 배 껍질을 깎아 무와 같은 크기로, 대신에 좀 더 도톰하게 잘라놓는다.
8. 통마늘을 저며 채썰어놓는다.
9. 찹쌀풀에 소금, 멸치액젓, 설탕, 생수 약간을 넣어 잘 저어 풀어놓는다. 
10. 김치통에 미나리를 뺀 모든 재료를 다 넣고 양념을 부은 다음 생수를 넉넉히 부어 천일염으로 간을 맞춘다. 설탕을 아예 넣지 않는 집도 있다지만 나는 역시나 할머니 식으로 백설탕을 약간 넣는다. 그래야 나중에 소면 삶아 말아먹을 때도 환상적인 맛이 난다. ^^;
11. 고춧가루를 원래 베 보자기에 싸서 국물에 담가 지저분해지지 않게 발그레한 색을 거라는데 나는 나중에 베 보자기 빠는 게 귀찮아서 -_-; 멸치 다시 국물내는 거름망에 고춧가루를 넣고 그걸 김치통에 담근다. ^^v  가는 고춧가루는 빠져나가지만 뭐 그래도 거의 똑같은 효과가 나므로 흡족하다.  
12. 날씨에 따라서 하루나 이틀 정도 상온에서 익힌 다음에 미나리는 맨 마지막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미나리를 처음부터 넣으면 뭔가 맛이 없어지고 빨리 신다고 할머니한테 들은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나박김치가 맛있을지 궁금하다.

아직 미나리는 넣기 전이다. 새콤하니 익은 냄새가 나긴 하는데 좀 덜 익었다. 오늘 밤중이나 내일 새벽에 냉장고에 넣으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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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김치

식탐보고서 2011. 5. 13. 01:53

음식으로 환기하는 기억에 대해서라면 프루스트가 제일 유명하겠지만, 프루스트가 처음 발견 한 건 아니었을 것 같다. 유독 식탐이 강하지 않은 사람도 음식과 연결되어 추억으로 남는 게 어디 드문 일인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친구들에게 옥수수와 동격으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옥수수 노점상은 절대 지나치지 못하고 꼭 사먹어야 직성이 풀리는데다가, 굳이 먼지 풀풀 나는 길거리에서 와구와구 뜯어먹으며 행복해했기 때문이라나.

계절따라 제철음식을 찾아먹는 일도 원래는 가난과 필요가 낳은 습관이겠지만, 그 습관이 반복되어 세대를 거듭하다 결국 전통이자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봄이 되면 진달래 따다 부쳐먹던 화전이랑 쑥버무리 같은 게 관련 인물들과 같이 떠오르는 식이겠지. 음식이 그리운지 사람이 그리운지 콕 찝어낼 순 없어도 그냥 그 음식을 먹으면 마음 한 구석이 달래지는 기운 같은 게 있다. 그걸 못해 결핍되면 못내 아쉽고 공허해질 테고.

얼마전부터 자꾸 오이소박이가 먹고 싶었다. 그냥 흔한 오이소박이가 아니라 우리 외할머니표 오이소박이. 보통 오이소박이라고 하면 오이를 서너토막 잘라 한쪽에 칼집을 내 부추양념 소를 넣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외할머니표 오이소박이는 달랐다. 부추는 지저분해진다고 넣지 않는다. 대신에 조선오이 끝동 부분을 손가락 두어마디 쯤 잘라내 채를 썰어 양념에 버무려 소를 만든다. 오이는 통째로 길게 가운데 칼집을 넣어 소를 넣는둥마는둥하게 넣는다. 어려서 엄마가 만들어준 오이소박이의 경우 부추 소는 죄다 긁어내고 오이만 먹었는데, 할머니표 오이소박이는 양념을 긁어내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다. 전국방방곡곡 풍광 좋은 사찰로 성지순례와 방생 다니실 때 수십년 간 모아온, 납작하고 큼지막한 돌멩이로 눌러놓았다가 그 돌멩이째 우리집으로 날라오는 할머니표 오이소박이는 어찌나 아작아작 시원하고 깔끔하게 맛있는지 그야말로 밥도둑이었다. 

말년에 꽤 오래 모시고 살며 병수발을 들었던 막내이모가 젓갈 없이 소금으로만 깔끔하고 슴슴하게 맛을 내는 할머니표 김치는 그럭저럭 전승하는데 성공을 거두었지만, 오이소박이만은 아무리 애써봐도 도저히 그 맛을 낼 수가 없다고 손을 들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입퇴원을 반복하던 마지막 무렵에도 손수 오이소박이를 담가 자식들 집집마다 나눠주셨다. 울 엄마는 칠순에도 이미 입맛이 무뎌져 간을 잘 모르는데 할머니는 여든다섯에도 어떻게 한결같은 김치맛을 내셨는지 불가사의하다. 이모는 할머니 때랑 똑같이 가락동 시장에 가서 늘 사던 그 집에서 오이를 사다가 똑같이 한다고 해봐도 맛이 나질 않는다며 속상해하신다. 그래봐야 어쩌겠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함께 사라져버린 할머니의 그리운 손맛 여러가지 가운데 하나로 아쉬워할 수밖에.

토막썰기를 해서 칼집을 넣은 오이소박이도 밥상에서 잘라 먹으려면 꽤 불편한데, 통째로 길게 오이소박이를 담그면 사실 그릇에 낼 때부터 아예 잘라야 하므로 더욱 성가시다. 그런데도 할머니가 평생 그 방법을 고수하셨던 걸 보면 그래야 제맛이 나기 때문일 것이다. 하우스에서 재배한 오이가 사시사철 장에 나오긴 하지만, 할머니가 거의 열흘 간격으로 꼭 스무개, 서른개씩만 담가 보내던 오이소박이 행렬이 시작되는 건 확실히 요맘때였던 게 틀림없다.  뜬금없이 눈앞에 할머니표 오이소박이가 어른어른거리면서 먹고 싶어진 걸 보면 말이다.

반찬코너에서 한 그릇 사다먹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고춧가루 범벅에다 내가 싫어하는 당근까지 채썰어 소를 박은 꼬라지를 보니 당최 내키질 않았다. 먹고 싶은 것에 대한 열정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나는 결국 오이 여섯개를 사다가 직접 오이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어차피 외할머니표 오이소박이의 맛을 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 처음부터 먹기 좋게 오이도 조각조각 잘라 절이고 부추도 넣었다. 오이김치 요리법을 찾아 참고한 대로 멸치액젓도 넣고 매실청도 넣어(둘 다 할머니는 절대 안 넣으셨을 양념이다) 대충 버무렸다. 당연히 할머니표 오이소박이와는 아주 동떨어진 오이김치가 탄생되었다. 버무리자마자 한 보시기 담아 우적우적 밥 한그릇을 다 먹고 나니 그래도 마음 속 결핍이 어느정도 채워진 듯했다.

음력사월이 시작되면서부터 외할머니가 부지런히 오이소박이를 담가 보내신 이유는 물론 잘 알고 있다. 이가 부실한 맏사위가 배추김치보다 오이소박이를 훨씬 더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매운 것도 잘 먹지 못하는 아버지에겐 양념과 고춧가루를 많이 넣지 않아 말간 생김새의 오이소박이가 딱이었다. 그리고 마침 아버지의 생일은 음력 사월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돌아가신 분의 생일은 이제 제삿날이라는데 나는 4년이 지난 지금도 요맘때면 오이소박이를 먹어야 하는 습관이 밴 몸을 지니고 있으니 참 징하고 서글프다. 할머니랑 아버지가 겨우 오이소박이가 먹고 싶어서 그리움 타령이냐고 타박하실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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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이야

투덜일기 2011. 4. 8. 12:47

차두리가 이상하게 엇박으로 몸을 움직이며 "간 때문이야~"라고 노래를 불러대는 CF를 볼 때마다 비싯 웃음이 난다. 그 제약회사는 그 광고에 힘입어 매출이 엄청나게 올랐다니, 확실히 성공한 광고 사례다. 차두리의 매력과 중독성 강한 CF송 덕분이기는 하겠지만, 내 생각엔 어린시절부터 누구나 "@@때문이야!"라고 핑계대는 화법에 익숙해서 광고가 더 친근하게 다가왔던 게 아닐까 싶다. 친구랑 놀다가도 "너 때문에 망쳤잖아!"라거나 "쟤 때문에 안 놀아!", 부모나 동생에게 "엄마(너) 때문에 TV 못 봤잖아!"라고 했던 기억 누구나 있지 않을까.

어제는 종일 비 내린다고 괜히 분위기 잡다가 정말로 호박 부침개 부치면서 빈속에 먼저 캔맥주를 따서 벌컥벌컥 마셨더니 전도 술도 어찌나 맛이 있던지 헬렐레 기분까지 좋아졌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간만에 마신 술에 적응이 안됐는지 금세 알딸딸, 결국엔 초저녁에 뻗고 말았다. 밀린 일 할당량은 어쩌라고 술을 마셨던고 나중에 후회해봐도 소용없는 일. 벌개진 얼굴로 누워 속으로 외쳤다. 비 때문이야! 호박 부침개 때문이야! 맥주 때문이야!

물론 시작은 나 때문이다. ㅋㅋ
 

광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차두리의 간 영양제 광고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반대로 요즘 볼 때마다 내가 기분나빠하는 광고가 하나 있으니, 바로 ㅇ사의 브랜드 광고다. 아리따운 아이돌 여가수들이 떼로 몰려나와서 엄마를 하녀 부리듯 "엄마, 시원한 물 한잔 부탁해~!", 세수하고 나서는  "엄마, 수건 좀 부탁해!"라는 식으로 온갖 잔심부름을 시키며 "부탁해~!"라고 외치다가 그럼 엄마는 누구한테 부탁하느냐고 묻는 줄거리다. 엄마는 ㅇ사에 부탁하면 된다나. 악!!! 자주 보는 건 아니지만 볼 때마다 진짜 짜증난다. 신경숙의 소설이 워낙 잘 나가니까 그 제목을 패러디했다는 건 알겠으나, 내 맘에 안드는 건  안드는 거다. 물론 아직도 자식을 하늘 떠받들듯 공주 왕자 모시듯 보필하는 엄마들이 세상엔 많겠지만 이건 뭐, 물 한잔도 엄마에게 시켜먹으라고 대놓고 부추기는 것도 아니고 뭐냐고! 나의 조카들은 대여섯 살만 되면 물은 자기가 알아서 따라먹을 수 있더구만, 왜 다 큰 멀쩡한 지지배들이 겨우 손톱 칠하느라고 엄마를 부려먹는지 원. 혹시라도 그 광고 때문에 애들이 새삼스레 엄마를 더 부려먹게 될까봐 염려하는 건 지나친 생각일까. -_-a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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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일하기가 싫어지는 건 모든 노동자들의 본능이라고 생각하며, 또 딴짓. 화가 나서 점심을 굶은 터라 사진으로라도 요기하려는 속셈이기도 하다. 일종의 심리요법? 과연 사진을 다 올리고 나면 배가 고파지고 식욕이 돌지 궁금하다. 하여간에 시작하는 사진 대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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