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나에 2009년을 정리해 담는 행위는 퍽 뿌듯하기도 하고 심란하기도 하다. 이른바 삶의 <낙>이라고 하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싶을 수도 있고, 요것밖에 없었나 싶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실한 기억력으로도 요것밖에 없었나 허망한 느낌이 들 것이라는 데 심증이 가지만, 하여튼 꼽아보자. 나의 2009 Best!
2009 최고의 책 3
어랏. 3권 가운데서도 <소설> <문학은 자유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순으로 넣으려고 했는데, 사진 올리기 하나도 내 맘대로 안되는군. 쩝.
독서노트에 기록을 했다고는 하지만 내용을 발췌해 적어놓은 거라서 읽은 순간의 느낌과 별점 따위는 벌써 거의 잊혀진 바람에 세 권을 꼽는 게 쉽지 않았다. 재미로만 꼽자면 <완득이>도 뽑아주어야 하는데 어쩐지 이요님이랑 해리님 따라하는 것 같기도 하고(역시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을 때가 있다니깐!) 책도 조카한테 있어서 다시 들쳐볼 수가 없다는 점에서 떨려났다. <앗 뜨거워>와 <연애소설 읽는 노인>도 물망에 올랐다 스러졌음을 밝혀둠. 뽑고 보니 다 번역서이고 소설이 두권이나 된다. 반성해야 되는 건가 잠시 고민했다. -_-;;
2009 최고의 영화 3
<UP>과 <언노운우먼>은 포스팅했지만, <타인의 삶>은 워낙 뒷북 영화라 슬쩍 보고나서 포스팅할 시기도 놓쳐버렸다. 워낭소리 보러 갔을 때 씨네큐브에서 하고 있길래 옳다구나 싶었다. 이웃들이 작년에 왜들 그렇게 칭찬했는지 알겠더라. 특히 요즘처럼 불합리한 패악이 횡행하고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더욱 공감가는 이야기였고, 그래서 더 슬펐다.
뽑고 보니 또 한국영화가 하나도 없다. 영화를 그리 많이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핑계 삼을란다.
2009 최고의 전시 3
한국 근대미술 걸작전: 두번이나 보러갔으니 말해 무엇하리!
퐁피두 센터 특별전
클림트전
2009 최고의 드라마 3
지붕뚫고 하이킥
찬란한 유산
미남이시네요
<지붕뚫고 하이킥>은 머잖아 끝난다는 것 같아서 벌써부터 안타까운 최고의 드라마다. 시트콤 보면서 벌써 몇번이나 울었는지 원;; 연말 연휴에 특집으로 편집해 재방송해는 것까지 열심히 챙겨보는 중이다.
<찬란한 유산>은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긴 했지만 캐릭터 하나하나 살아있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였고 한효주를 새삼 달리 보게 된 계기를 제공했다. 이승기와 배수빈은 영 못마땅했지만서도 ^^;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내조의 여왕>과 <탐라는 도다>도 선전했지만 최근작이라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다는 점에서 유리한 <미남이시네요>를 꼽았다. 어제 SBS 시상식에서 A.N.Jell의 무대를 볼 수 있어 광분했기도 하고. ㅋㅋㅋ
2009 최고의 발견 3
아포가토! --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몰랐던 커피 메뉴 아포가토를 발견한 이후, 집에서도 종종 해먹을 뿐만 아니라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는 뷔페에 가면 후식으로 꼭 아포가토를 만들어 먹으며 행복해 하고 있다. 요즘 추워서 잘 안해먹긴 하지만 여전히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냉동실의 상비품이다. ㅋㅋ
나의 약식솜씨 -- 1월에 처음 시도해 본 약식은 일년 내내 열번도 더 만들었던 것 같고, 양에 대한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실패율도 확실히 낮출 수 있게 되었다. 막내고모 생일이 대보름이라 특별히 만들어 갔더니 사진찍어 블로그에 올려도 좋다며 친히 포즈를 취해주셨으나 그간 휴대폰에서 잠자고 있다가 이제야 공개한다.
동네 미용실 -- 미용실을 바꿔도 좀체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 고민하던 지난 12월, 도저히 머리털을 그냥 둘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러 충동적으로 동네 미용실을 찾아갔는데! 아, 잘하면 꿈의 미용실로 등극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 내가 원하는 머리 모양을 충분히 듣더니, 내 머리칼 상태와 현재 길이를 고려해 최선의 대안을 제시하고는 정말로 그런 머리를 해주더라! 게다가 쓸데없이 말도 많이 안 걸고, 완전 예약제라 시간도 2시간이면 충분하고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저렴한 가격! 파마값이 전에 가던 미용실 가격의 1/3로 해결된다! +_+
(이것봐라, 이웃들은 영화감독이나 작가들을 최고의 발견으로 꼽는데 반해 나는 기껏 먹는 것과 미용실이다. ;-p 이놈의 식탐!)
2009 최고의 아이돌 스타 3
내가 우리 올케들마저 비웃어마지않던 <미남이시네요>에 열광할 수 있었던 기반에는 멤버 구분은커녕 그룹 이름도 잘 모르던 아이돌 그룹을 눈여겨보게 됐다는 사실이 깔려 있었다. 모름지기 가수는 노래만 잘하면 된다고 늘 부르짖었던 나의 과거 주장과 달리 얘네들은 그저 눈이 호사를 누리기 때문에 좋다는 거 인정한다. 그래도 바라보면 흐뭇한 걸 어쩌란 말이냐 *_*
우선 2PM 택연, 처음엔 하악돌출형이라 원시인 같다면서 뭐 저렇게 생긴 애가 아이돌인가 했었다. 근데 볼수록 요 녀석 아주 멋지다. 범생스러운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요새 꽁지머리에 좀비 화장을 하고 나와서 셔츠를 마구 찢을 땐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_+ 실제로도 엄친아라 미국서 평생 모범생으로 살아왔는데 하고 싶은 거 하며 재미있게 살라고 부모님이 허락해줘서 데뷔했단다.
역시 2PM 닉쿤, 태국계라 어눌한 발음도 귀엽고 처음엔 한국말도 거의 못했지만 그저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배드민턴 선수를 했다지 아마. 눈웃음이 일품이라 아기 같은데, 몸매는 후덜덜...
마지막으로 샤이니의 민호. 역시나 미소가 뇌쇄적이다. 긴다리로 펄쩍펄쩍 날아가듯 뛰는 모습을 보면 미소와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 @.@
예쁜 남자 안 좋아했었는데, 닉쿤도 그렇고 민호도 그렇고 나이들면서 취향이 변하나 싶다. ㅋㅋㅋ
2009 최고의 사건 3
우선 내가 자진해서 고가의 건강검진을 받은 것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 수입이 변변치 못한 해라 별로 질러댄 것도 기억나지 않는 고로 건강검진은 최고의 지름에도 해당될 것 같다. 결과도 그만하면 흡족했고.
두번째는 벼르고 별렀던 요가강습 시작. 연말 마지막주엔 계속 수업을 빠지긴 했지만, 조카와 함께 다니는 터라 벌써 두달이나 다녔다. 여전히 몸과 관절은 변함없이 뻣뻣한 듯해도 뭔가 나아진 구석은 있으리라 믿고 싶다.
마지막으로 구토 엠티. 그간 술이 약해지기도 했고 술을 마실 기회가 드물어 최근 몇년 간 심히 과음을 한 기억이 거의 없었기에 음주 후 다음날 괴로운 구토를 겪은 것도 실로 몇년 만이었다. 그날의 후유증이 무서웠는지 연말 내내 알아서 자중하게 되더라. ㅋㅋ
2009 최고의 삽질
세 가지씩 꼽을 건 없어 다행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대박의 꿈과 안식년의 가능성을 좇아 죄다 인세 작업만 계약한 일. 게으름 부리며 일도 많이 안했지만 턱도 없는 수만부 인세를 꿈꾸다 쫄딱 망했다. 초판 이상 팔린 책이 없으니 수입은 오로지 계약금 뿐. ㅎㅎㅎ 여전히 인세 대박의 꿈은 버리지 못하겠지만 새해엔 적당히 섞어가며 일할 작정이다.
그밖에
저작권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2009년 안에 반드시 출간해야 한다고 번역원고를 다그쳤던 책까지도 막상 출간 소식은 감감했던 걸 보면, 2009년은 출판 불황을 몸으로 느꼈다고 해야할 듯. 번역원고는 넘겼는데 막연한 <근간>으로 남아 있는 책의 목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09년엔 책이 겨우 세권 나왔다. 그나마 한 권은 몇해 전에 나온 책을 재출간한 경우이고, 또 한권은 몇년 전에 번역해 넘긴 원고이니, 순수하게 올해 작업해서 계획대로 올해 나온 책은 딱 한권 뿐이다. ㅠ.ㅠ 이래저래 일의 측면에선 맥빠졌던 2009년이 가버려서 시원하다.
2009년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깊은 수렁 같은 슬럼프의 해
2010년엔...
슬럼프에서 벗어나 다시 활기찬 번역인생을 되찾는 것이 목표.
그리고 대출을 받아서라도 여행을 가고 말테다! 하핫
Posted by 입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