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룡마을 주민들이 대거 보이코트할 양상을 보여 2008 베스트 포스팅 릴레이가 존폐위기에 놓였다니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나라도 동참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2008년을 이런 식으로나마 정리해두는 건 나 같은 비기록형 인간에게 퍽 훌륭한 갈무리방법이므로, 옆구리 찔려서라도 적어두면 십년쯤 후에 차곡차곡 돌아볼 때 굉장히 흥미로울 듯하다. ^^;
2008년 최고의 책 3
<디아스포라 기행>과 <서울은 깊다>는 금방 꼽았는데 마지막 책 한권을 선뜻 고르기가 힘들었다.
읽은 책 리스트를 보며 조금 고민하다가, 처음 꼽은 두권보다 덜 진지하지만 행복했던 독서는 무엇이었던가 생각해보니 <소박한 정원>에 눈길이 갔다. 초록 식물은 살리기보다 죽이는 데 더 능하면서 정원사로 사는 삶이 멋지게 느껴지니 어쩌면 좋으냐.
2008년 최고의 영화 3
한국영화는 한편도 안 꼽자니 왠지 좀 찔려서 <다크나이트>를 넣을까 <추격자>를 넣을까 망설였을 만큼 <추격자>도 훌륭한 영화였지만 생각해보니 너무 무섭고 섬뜩해서 히스 레저의 손을 들어주었다.
히스 레저의 유작이기도 하니깐.
2008년 최고의 드라마 3
2008년엔 드라마를 별로 안 챙겨본 듯하다. 볼만한 드라마가 없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고 내가 더 게을러졌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세 드라마는 꽤 열심히 챙겨봤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강마에랑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될 만큼 좋았기 때문에, 다른 주요배역들의 짜증스러움 쯤이야 얼마든지 눈감아줄 수 있었다.
같은 시간에 방송하는 바람에 늘 재방송으로 보긴 했지만 <바람의 화원>도 뒤늦게 불붙어 감탄하며 찾아보았다. CG로 되살아나는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문근영양의 재발견이 큰 수확.
<식객>은 나의 식탐 성향 때문에 보기 시작했다가 순전히 김래원 보는 맛에 인내심을 발휘했다. 요리 잘하는 남자는 피아노 치는 남자만큼이나 매혹적이다(알렉스 빼고!)
2008 최고의 전시 및 공연 3
작년엔 은근히 전시회도 공연장도 잘 안다녔더라. 전시와 공연을 한꺼번에 꼽을 수밖에 없음이 슬프다.
서울 시립 미술관 고흐 전시회는 사실 2007년에도 보았기 때문에, 2007년 베스트 포스팅을 했더라면 아쉬워하며 다른 걸 손꼽아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돌아보니 2007년엔 한해 갈무리를 안했더라.
하지만 고흐 전시회는 2008년이 밝자마자 또 보러 갔었기 때문에 흐뭇하게 첫번째로 떠올랐다.
전시회는 다녀오면 죄다 자랑스레 후기를 남겼던 것도 같은데 뭔가 빠진 것도 같고 이상하다.
아무튼 작년 기록을 확인할 곳은 블로그밖에 없으니 두번째로 인상적이었던 라틴 아메리카 거장전을 골랐다. 공연은 정민공주가 출연한 어린이 뮤지컬 빼곤 12월에 딱 한번 봤으니 잊을래야 잊을 수 없다. 하도 간만에 콘서트장엘 갔더니 유치하게 꾸며놓은 카니발 분위기(서커스 단원 같은 사람들과 웃기는 동물 모양이 공연장을 돌아다녔다)도 신선하고, 수시로 변하는 무대장치며 애니메이션 배경 같은 것도 황홀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라이브의 매력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고.
올핸 좀 귀찮아도 콘서트장에 가끔 찾아가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특히 김동률 단독 콘서트하면 꼭 가리라!
2008 최고의 음반 3
김동률 5집 - Monologue
맘마미아 ost
Oasis -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1년 내내 음반이라고 해봤자 총 5장 샀나보다. -_-;;
오아시스 음반은 지다님 따라서 은근슬쩍 사보았는데 듣고 있자면 커피 생각이 마구 간절해진다.
최고의 음반이라고 손꼽기도 민망하지만 그래도 제일 많이 들었고 뿌듯한 걸 세 장 고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홀로 위안 삼기로 했다. ㅋㅋ
2008 최고의 지름
가을 내내 가죽 냄새 타령 하다가 결국 장만한 갈색 가죽재킷
친구들은 유럽여행도 가는데! 그러면서 확 사버린 검정 가죽가방
심적으로 5년간 뿌듯하기는 했으나, 마지막 2년 가까이 방치했던 작업실 정리. 소모적인 짓만 하다가 참으로 오랜만에 생산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 ^^
다행스럽게도 2008년엔 최악의 삽질이라고 자책할 만한 우를 범하지 않았거나(자잘한 부끄러운 짓들은 당연히 있지만;;) 벌써 기억에서 지워버렸나보다. 더는 특별히 떠오르는 사건들이 없음을 기뻐하자.
어쨌거나...
2008년 한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이보다 더 게으를 순 없다 ㅠ.ㅠ
[#M_그밖에...|접기|최고의 사건이랄 것까진 없으나 개인적으로 기록해두면 나중에 뿌듯할 지도 모를 일들
- 공역 및 재출간 포함하여 총 5권의 번역서가 나왔다. 9권이나 출간됐던 2006년에 비하면 아쉽지만 2007년엔 겨우 2권 출간되었음을 명심하자. 2009년엔 과연 몇권이나? ^^
- 공역한 책 <의학은 나의 아내...>가 2008 문화관광부 지정 우수도서(수백권 중 하나다ㅋㅋ)에 선정됐단다. 겨우 단편 두 꼭지 번역했어도 어쨌거나 기뻐할 일이다. '좋은 책'이라잖아!
- 약간 아픔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작업한 책 가운데 주요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한 책이 탄생했다. 게다가 10위권 순위 안에 내 번역서가 두 권이나 올라 있어 사방에서 '축하' 인사를 들어야 했다. 2002년 이후 두번째 쾌거(?)인데 그때처럼 부디 비슷한 류의 책만 쇄도하진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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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