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공부 할라치면 먼저 책상정리가 하고 싶어 3시간씩 책상서랍과 씨름을 벌이거나
소설책이 죽도록 더 보고싶어지는 심리의 일환인지...
키드님이 퍼다놓으신 문답을 또 냉큼 시행해 볼 참이다. ㅋㅋㅋ ^^;;
스스로도 컴플렉스 덩어리라고 느끼고는 있었는데... 새삼 알지 못했던 것들까지 따져보니
컴플렉스의 총아였음이 밝혀지는 듯...
피터팬 컴플렉스 (O)
:어른이 되는것이 싫고 영원히 아이로 남고싶은 욕심이 있었다.
-> 6학년때부터 난 이미 다 컸다고 생각했던 조숙한 아이였기 때문에, 과연 저런 상태로도 피터팬 컴플렉스에 해당되는 걸까 약간 의문이 없진 않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는 게 정말로 미치도록 싫었고, 계속 '국민학생'으로 남고 싶었던 건 확실하다.
어른이 되어 이른바 '나이값'이라는 걸로 함부로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사회적/보편적 나이 관념도 몹시 싫기 때문에, 주변에서 '철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심혈을 기울여 사들인 스티커나 스탬프, 예쁜 수첩 따위를 조카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걸 보면, 나에게 이 컴플렉스는 '...욕심이 있었다'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 같다. ㅎㅎ
카인 컴플렉스(X)
:나의 형제 또는 자매끼리 서로 시기한 적이 있었다.
->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우리 삼남매는 참 사이가 좋았고(어린 시절 내 독사진은 아주 드물다. 늘 두 남동생 손을 꼭 잡고 찍힌 사진이 대부분 *_*), 나이차도 얼마 안나는 동생들이 누나 말을 대단히 잘 들었다. 동생들이 다 커서도 여자친구 생기면 제일 먼저 나에게 보여주곤 했는데, 이젠 장가 가서 각자 가정을 꾸린 그들의 마눌까지도 다 착하다!
신데렐라 컴플렉스 (X)
:동화속의 신데렐라처럼 자신이 박해 받는다고 생각한다.
-> 오히려 어렸을 때부터 난 늘 인정받고 의견도 존중받는 맏딸이었기 때문에 일부 자신감이 지나칠 정도였다.
나르시스 컴플렉스 (O)
:자신을 과대평가한 적이 있다. 혹은 하고 있다.
-> 지금은 자신감의 날개가 많이 꺾였지만 ^^;;
자뻑증상이 대단히 심할 때가 있었다.
운동과 "연애" 말고 대체 내가 못하는 게 뭐가 있나!
인간성 좋아, 의리 있어, 성격 화끈해, 요리 잘해, 뜨게질 따위도 잘해...
거기다 과학과 의술의 힘 전혀 안 빌리고 이 정도면 정말 예쁜 거지!..라는 망언도 가끔은 서슴지 않는다. ㅋㅋㅋ
나폴레옹 컴플렉스 (O)
:자신의 키가 작다고 생각해 그 보상심리로 공격적이거나 과도한 행동을 한다.
-> 바로 윗 항목처럼 마구 잘난 척을 하다가 키 얘기가 나오면 기가 죽는다. ㅠ.ㅠ
국민학교 1학년 입학하곤 전교에서 제일 작았다지만... 중학교땐 당당히 10번대였고, 고등학교때 교실에서 맨 앞자리로 밀려나긴 했지만, 평생 1번은 해본 적도 없는데, 요샌 어딜 가나 내가 제일 작다. 흑...
보상심리로 그러는 건지는 인식하지 못했는데, 원래 가끔씩 과격한 행동을 많이 하며 '여자라서' 또는 '덩치가 작아서' 선심 쓰듯 주는 특권이자 차별(때론 무시이기도..)을 싫어해서, 회사 사무실 이사 같은 거 할 때 걸레질 마다하고 책상이나 파일장 옮기느라 골병들곤 했다. -_-;;
낙랑공주 컴플렉스 (△)
:사랑을 위해서는 가족이나 국가를 배신할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애국자는 아니기 때문에 국가는 얼마든지 배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가족을 배신하진 못할 것 같다. 언젠가도 얘기했지만 가족은 나에게 굴레이자 내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가족 사이에 고민할 일이 생긴다면 충분히 고민한 후 가족을 설득하거나, 가족의 이유가 타당하다면 사랑을 버리거나 둘 중 하나일듯.
(헉.. 내가 이래서 연애를 못하는 건가?)
요나 컴플렉스 (O)
:지금 살고있는 현재의 삶보다 어머니의 뱃속이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 별로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당연히 그럴 것 같다.
모든 것이 해결되는 안온한 환경에서 책임과 의무는 전혀 없는 원초적인 삶을 누리며
가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탯줄을 슬쩍 잡아당겨 엄마의 입덧을 부추기면 되는 게 아닐까?
ㅋㅋㅋ (갑자기 영화 <마이키 이야기>가 떠올랐다)
파에톤 컴플렉스 (X)
:어린 시절 겪은 애정 결핍에 의해 지나치게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 내 어린 시절은 그야말로 애정과 사랑이 넘치는 시기였다. 8남매 장남이신 울 아부지와 6남매 장녀이신 울 엄마 사이에 태어난 첫딸이니 오죽했으랴.
고모들의 증언에 의하면, 거의 방바닥에 내려놓는 일이 없이 늘 누군가의 품에 안겨서 컸다고 했다. ^^V
프로메테우스 컴플렉스 (X)
:자신이 무지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나눠주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
-> 절대 아니다! 뭘 배워도 밑빠진 독처럼 남는 게 없는 느낌이라 어디서든 내 무지함이 만천하에 드러날까봐 벌벌 떠는 쪽이다.
이카로스 컴플렉스 (△)
:무능력하고 불완전한 인간이 아닌 초인적인 어느 완벽한 존재가 되고싶다.
-> 순전히 '가지않은 길'에 대한 동경 비슷하게, 초인적으로 완벽한 존재로 살아가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가끔 인간적인 무력함 앞에서 절망을 느낄 땐 너무 슬프다.
폴리야나 컴플렉스 (X)
:보다 더 나아질 수는 없을 정도로 현재가 최고이며 모든 일을 다 좋게 생각한다.
-> 나 역시 키드님처럼 낙천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인간이라 웬만하면 좋게 생각하지만, 욕심도 많아서 현재가 최고는 절대로 아니며, 모든 일을 다 좋게 생각하기엔 불평 불만이 몹시 많은 투덜분자다. ^^
보헤미안 컴플렉스 (O)
:다재다능하고 자유로우며 변덕적이며 상황에 따라 최대의 이익을 받도록 행동한다.
-> 나르시스 컴플렉스 환자답게 다재다능하다고 느낄 때도 많으며,
자유로운 걸 추구하고(내가 결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현재만큼의 자유로움마저도 상당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결혼 후 더 큰 자유의 날개를 단 사람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더라!) 참으로 변덕스럽다. 싫증도 잘 내는 편이므로...
상황에 따라 최대의 이익을 받도록 행동한다는 건, 아무래도 '잔머리 굴리기의 대가'이냐는 질문 같은데 ^^;; 조직생활(?)하던 시절, 잔머리를 굴린 건 아니지만 몸바쳐 충성하는 방식으로 회사에서 늘 인정을 받는 편이긴 했다. 게다가 사회는 '착하면 곧 바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 착하게 굴지 않으려고, 최소한 내 밥그릇은 빼앗기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중이다.
프로그루스테스 컴플렉스 (O)
:현재의 사회에 널리 퍼진 견해나 태도, 집단주의 등을 무시하고 개성있고 싶어한다.
->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온 나라가 시뻘건 물결로 뒤덮였던 2002년 월드컵의 광란에 가까운 집단주의가 무서워 난 거의 TV도 보지 않았다. 유행하는 옷 스타일 따라가는 것도 싫다. 내 옷장에 10년도 더 된 옷들이 버젓이 걸려 있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완전히 튀어 시선을 끄는 것도 싫어한다. 게다가 수백년째 계속해서 유행하고 있는 듯한 여자들의 "청초한 긴 생머리" 물결은 정말 싫다!
파랑새 컴플렉스 (X)
:어느 것이 예전과 바뀌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적이 있다. 한결 같은 것을 좋아한다.
-> 고인 물처럼 변화가 오래 사라지면 오히려 견디질 못하는 것 같다. 변화가 주는 약간의 스트레스와 모험 같은 거 은근히 즐긴다. 요즘 일하기 싫어 죽을 병에 걸린 것처럼 헤매는 이유도 너무 똑같은 일상이 지속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고 프리랜서 주제에 하라는 일을 마다할 수도 없고.. 미치겠다 +_+)
피그말리온 컴플렉스 (O)
:누군가 자신에게 기대를 가지고 관심을 가져주어 그 덕에 자신이 변한적이 있다.
-> 동기부여가 그래서 중요하다고 하지 않나?
늘 온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존재여서(니가 잘해야 동생들은 물론이고 사촌동생들까지 본받는다...는 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ㅋㅋ), 끊임없이 노력했던 것 같다.
첫 회사에서도 "기대가 크다"는 보스 말에 넘어가 정말 미련할 정도로 코피 터지게 일했더랬다.
스톡홀룸 컴플렉스 (O)
:사회나 정의가 아닌 범죄나 범죄자에게 더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 작년엔가 번역한 책에 좌익과격단체에 납치됐다가 오히려 그 일원이 되어 은행강도에 동참했던 미국 언론갑부의 딸 패트리샤 허스트의 이야기가 잠깐 언급되는 바람에 스톡홀름 컴플렉스라는 걸 알게 됐는데, 극단적인 상황에서 스트레스와 공포 때문에 범죄자들에게 동화되는 인간 심리를 뜻하는 거라 저 위 설명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어쨌든 사회가 더 이상 개개인을 보호하지 못하고, 이른바 정의라는 것이 가진자들만을 위한 정의라면 나는 당연히 범죄나 범죄자에게 더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것이다.
지난 80년대 사회가 훌륭한 실례가 아닐까. 물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영화 주인공까지 된 지강헌의 경우, 그가 극악무도한 살인범이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며 옹호할 맘도 없지만, 그런 범죄와 범죄자를 생산하는 건 바로 부패한 이 사회라고 생각하기에, 당시 그 사건을 보며 안타까웠다.
지강헌의 경우가 너무 심하다면,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은 어떨까?
제노비스 컴플렉스 (O)
:혼자 있을 때보다 여러명이 있을 때 더욱 더 책임감이 희박해진 적이 있다.
-> 당연하지! 난 원래 리더보다는 뒤에서 구시렁거리는 투덜분자라니깐!
샹그릴라 컴플렉스 (O)
:노화는 숙명이 아닌 자기관리에 달렸다고 생각하면서 젊게 늙고 싶다고 생각한다.
-> 옛날부터 동안이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 어쩌면 강박관념 같은 게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보톡스 주사로 터질듯 주름을 감추거나 웃음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쳐진 살을 당기는 노력과 발악은 혐오하는 편이지만, 심신을 가꾸는 자기관리를 통한 젊음 지속하기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아예 먹는 나이를 거꾸로 되돌릴 순 없을 테고, 겉은 쪼글쪼글 주름져도 속이 탱글탱글 마음을 젊게 가지면 되지 않을까?
난 아마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여전히 철딱서니 없이 지금처럼 칠렐레팔렐레 살아갈 테고, 운동화마저도 굽이 높은 걸 신고 다닐 게 분명하며, 누가 나이를 물으면 한참 계산해야 할 것 같다.
번아웃 컴플렉스 (O)
:어떤 한 일에만 집중하다가 갑자기 무기력함을 느낀 적이 있다.
-> 요즘이 딱 그런 시기인듯...
거의 3년간 쉴새 없이 마감일에 쫓겨가며 번역과 가족일에만 몰두해 살아왔고, 많이 무기력함을 느낀다. 뭔가 활력소를 찾아야 할 터인데.. ㅠ.ㅠ
무드셀라 컴플렉스 (O)
:나쁜 기억은 일부러 지우고 좋은 기억만 가지려고 한적이 있다.
-> 좋은 기억만 뇌리에 남겨두려고 하는 건 인간의 본능 아닐까?
안 그러면 미쳐버린다던데... 특히 난 나쁜 일을 겪으면 당시에 많이 괴로워하는 편이라 얼른 지워버리려고 애를 쓴다. ^^
스탕달 컴플렉스 (X)
:어떤 멋진 예술품이나 무언가를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생기는 정신적 이상현상이 있다.
-> 그저 넋놓고 감탄할 뿐, 특별히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 것 같진 않다.
오지상 컴플렉스 (O)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중년층의 멋진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적이 있다.
최소한 7살 이상은 차이가 나야 비로소 남자로 보였는데, 20대 후반쯤인가 마지막 회사 다닐 때는 나를 몹시도 밀어주시던 회장님이 정말 샤프하고 멋지셨다 *.*
영화는 완전히 꽝이었지만, <뉴욕의 가을>에 위노나 라이더랑 나온 리처드 기어!
위노나가 했던 새카만 커트머리를 하고 멋진 중년 아저씨랑 사랑에 빠지고 싶었더랬다. ㅋㅋㅋ
근데 지금은... 내가 중년이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