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걸 어쩌라고'에 해당되는 글 12건

  1. 2016.07.24 옥수수의 계절 6
  2. 2015.10.06 TV 먹방의 거짓말 6
  3. 2015.03.19 새벽 커피 3
  4. 2015.02.25 아른아른... 8
  5. 2013.03.16 신촌 돈텐동식당 2
  6. 2013.01.18 올림픽 수제비 10
  7. 2012.04.27 치맥 열망 12
  8. 2012.02.29 이번엔 깍두기 3
  9. 2011.11.18 홍대 제니스 브레드 vs 광화문 에디스 B 3
  10. 2011.05.13 오이김치 2

옥수수의 계절

놀잇감 2016. 7. 24. 23:01

바야흐로 옥수수의 계절이다. 겨울과 봄을 거쳐 햇옥수수가 나오기 전까지도 줄창 중국산 냉동옥수수를 쪄서 파는 좌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계속 사다먹긴 했다. 그러면서도 진짜 옥수수의 계절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일찌감치 찾아온 폭염에 올해는 옥수수가 일찍 익었다며, 6월 말부터 5천원에 3개씩 담아 파는 국산 햇옥수수도 깨나 사다먹었는데 드디어 두둥~ 괴산을 오가며 공동농장 농사를 거들던 후배가 옥수수 수확 시기를 알려왔다. 선주문하면 밭에서 딴 옥수수를 곧장 자루에 담아 보내주겠노라고.

30개들이 한자루 얼른 주문하고 오매불망 기다렸다가, 택배 도탁하자마자 들통에다 찰옥수수를 한꺼번에 다 삶았다. 옥수수를 맛있게 먹으려면 따자마자 푹푹 삶아줘야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그대로! ㅋㅋ

사방팔방 자랑했더니 옥수수 싫어하는 이들이 비웃어댔다. 먹기 지저분하고 이빨에 끼고 별로 맛도 없다나... 아니, 어떻게 그런 옥수수를 모욕하는 발언을! 이북 출신인 가족이라 그랬는지, 우리 집에선 옥수수 지저분하게 먹으면 어려서도 혼이 났다. 한줄씩 가지런하게 깨끗하게 똑똑 떼어먹으면 지저분해질 이유가 없는데!

하여간 옥수수 맛있게 삶는 법은 간단하다. 괴산대학찰옥수수 사먹을 때 그쪽 농장에서 쪽지에 보내준 내용대로 몇년째 계속 실천중. 옥수수를 속껍질 한두장 남겨서 잘 씻은 다음(유기농이라 안씻어도 된다지만 난 꼭 씻는다! ㅋㅋ) 물을 넉넉히 붓고(옥수수가 다 잠기게) 천일염 한줌 넣어 푹푹 끓이는 거다. 2, 30분이면 완성.

귀찮다고 껍질을 다 떼버리고 삶으면 확실히 단맛이 덜해지는 것 같다. 누군가는 옥수수 수염도 잘 씻어서 함께 삶는다고 함. 


​식혀서 일부는 냉동실에 잘 넣어둔 다음, 간식으로 먹고 주식으로 먹고 며칠째 원없이 옥수수를 먹고 있는데도 뭔가 조바심이 든다. 옥수수의 계절이 다 가기 전에, 맛있는 옥수수 몇 자루 더 사먹어야하는데 싶어서.. 

너무 덥다는 핑계로 국이며 찌개며 끓이는 요리는 하나도 안하겠다 선언해놓고, 옥수수 삶는 건 하나도 안덥고 신이 났다. 오죽하면 들통 인증샷까지 찍었을라고. ㅋㅋㅋ 암튼 이 여름 찰옥수수는 진리! 


Posted by 입때
,

어쩌면 거짓말이 아니고 취향과 입맛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의심많은 성격 답게 먹거리에 관한 한 TV 속 이야기를 잘 믿지 않는다. TV 맛집 선정에 관한 검은 뒷거래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고,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은 종종 유명 맛집에도 적용됨을 알기 때문이다.

몇년에 한번씩 한국에 다니러 오는 LA 친구가 이번 11월에 방문계획을 알려오며, 가고픈 곳 먹고픈 것들을 미리 알려왔다. 신나게 여행 계획과 맛집 탐방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친구가 가고프다고 한 집 중에서 한 군데는 내가 퇴짜를 놓았다. '탕수육'으로 유명하다는 어느 유명 요리사의 중식당이었다. 

마침 우리집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기 이전에 세번쯤 가보았지만 단연코 그 집 '탕수육'은 별로였다. ^^; 물론 며칠 전에 예약해두어야 먹을 수 있는 '동파육'과 파삭파삭한 '군만두'가 맛있다는 건 나도 인정한다. 먹느라 바빠 대충 찍기는 했지만 두고두고 감상하려고 사진도 찍어왔을 정도. ㅋㅋ

이것이 동파육당연히 이건 군만두

하지만 탕수육은.. 너무 달고 딱딱하고 별로였는데! 하필 울 오마니 생신날 온 가족을 대동하고 갔던 터라, 조카들이 가장 좋아하는 탕수육이 맛없어서 우린 '다시는 가지 말자'는 결론을 내린 음식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집 탕수육이 전국 최고라고 셰프들도 인정하는 맛이라는 격찬을 여러 프로그램에서 보면서 뜨악해졌다. 흠.. 그날만 유독 요리사들이 우리가 먹을 탕수육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걸까?  째뜬 그 이전에도 이 중식당을 추천한 지인들(ㅂㄹ와 D양)도 탕수육 맛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는데.. +_+ 

어쨌거나 지금은 너무도 유명해져서 다시 가보려해도 두어달 전에 예약을 해야한다니, LA친구에겐 소문만큼 맛도 없고 예약도 어렵다고 일러주었다. 차라리 그 주변에 셀수없이 많은 다른 화교 운영 중식당을 아무데나 가더라도 평균적인 맛은 보장할 수 있다고... ㅎㅎ

또 한군데 소문과 달리 실망스러웠던 집은 '손만두'로 유명한 음식점이었다. 내가 가본 날도 손님들이 엄청나게 밀려들어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으음.. 막상 먹어보니... 가격대비 만족도로 보아 다시 가고픈 곳은 아니었다. 마치... 열심히 요리학원에 다닌 새댁이 때깔은 좋게 상을 차렸는데 음식 맛은 어딘가 좀 부족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슴슴하고 담백한 맛이 그 음식점의 특징이라고는 해도, 굳이 그 돈 주고 사먹으러 다니고 싶진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그건 내 생각일 뿐, 유명한 맛집 순례하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몰려가겠지만...


알록달록 예쁜 손만두를 일부러 포장해서 사가는 사람들도 많던데 솔직히 나는 도무지 저런 형광색을 보면서는 식욕이 돋질 않았다. ㅠ.ㅠ 참으로 입맛과 취향은 가지가지다. 

둘이 먹을 만두전골이 3만8천원인가 했던 거 같은데, 재료를 죄다 국산으로 좋은 것만 쓴다고는 해도 너무 비싸지 않나? 물론 눈물나게 맛있다고 느낀다면 그 가격도 저항이 없겠지만, 나로선 좀 ㅎㄷㄷ 아까웠다.  

(이 사진은 식탐을 달래는 보관용이 아니라 만두색이 놀라워서 언제고 포스팅하려고 올초에 찍었는데 참 오래도 묵혔다가 써먹는다) 


요즘은 정말 TV채널만 돌리면 어디서도 요리사들이 혹은 일반인들이 활약하는 먹방, 쿡방을 볼 수 있다. 식탐가로서 한동안 정말 열심히 제이미올리버쇼, 헬스키친, 마스터셰프코리아 같은 프로그램을 찾아보았고 얼마전까지도 수요미식회, 냉장고를 부탁해, 한식대첩, 집밥백선생까지 줄줄이 챙겨보았지만 이젠 다 시큰둥해졌다. 일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요리대결, 맛집 탐방을 하는 판국이니 원... 식상해하는 이들이 나뿐은 아닐테고, 머잖아 또 유행타듯 다들 휙 사라지겠지만 그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간혹 엄청난 극찬 요리를 만나게 되더라도 절대 넘어가지 않을테닷.  

Posted by 입때
,

새벽 커피

투덜일기 2015. 3. 19. 05:46

어릴 때 모기에 물리면 집에선 주로 물파스를 발라주었는데, 물리자마자 바로 바르면 모를까 자면서 이미 한참이나 긁어버려 새빨갛게 부풀어오른 다음 날 즈음엔 물파스를 발라도 별 소용이 없었던 것 같다. 괜히 자주색으로 변했다가 시커멓게 변하기나 할 뿐. 그래서 대신에 나는 전해들은 '민간요법'(?)을 더 선호했다. 모기 물린데를 손톱으로 꾹 눌러 열십자로 자국을 남기는 거다. 아픔을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손톱으로 꽉 누르다 보면 통증 때문에 가려운 느낌이 가려지는 효과랄까. 특히 모기나 벌레가 침을 꽂은 바로 그곳을 정확하게 열십자의 한가운데로 눌러줘야 효과가 직방이라는 나름의 원칙도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 피를 내기도 했지만...


넘어지거나 찢겨서 어딘가 피가 나고 아플 때도 지혈을 핑계로 상처 부분을 모질게 꽉 누른 적도 있는 걸 보면 꽤나 자학성향이 있는 건가 싶다. 이 새벽에 위가 부은 듯 더부룩하고 쓰라린데도 굳이 커피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목구멍으로 커피를 넘기며, 이 또한 벌레 물린 데를 손톱으로 지져대거나 상처를 더 짓누르는 과거의 행동과 다를 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 따지면 대체 커피를 언제 마시란 말인가! 빈 속에도 마시지 마라. 밥먹자마자 바로 마시는 것도 미친 짓이다. 수면의 질을 위해선 늦은 오후에도, 잠자리 직전에도 마시지 마라.... 쳇... 


따지자면 지금 마시는 새벽 커피는 내겐 잠들기 전 너무 늦게 마시는 커피에 해당할 테고, 어제 날이 꿀꿀했던 관계로 적정 카페인 양(원두커피로 두 잔)은 이미 넘어버렸으니 어쩌면 아예 잠을 포기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또 성난 위는 더 아플 테고, 요즘들어 종종 말썽을 부리는 무릎도 더 아플테고 날카로운 신경에 더 까칠해질 테고.... ㅋㅋ 매사에 미리 온갖 경우의 수를 따져보다 제풀에 지치고 마는 버릇대로 이미 다 결과를 예상했으면서도 결국 커피를 선택했으니, 결론은 아마도 내가 참 청개구리라는 것? 빈속에 찌르르 느껴지는 카페인의 자극(물론 나의 상상이겠지만;;)과 쾌감이 나빠봤자 설마 애연가들의 새벽 담배만큼 하랴,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려나 이 커피 맛있네... 흠... 



Posted by 입때
,

아른아른...

식탐보고서 2015. 2. 25. 17:40

어떤 요리프로그램이었나, 거기 나온 요리사가 그랬다. 탄수화물을 기름에 튀기면 어떻게 하더라도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고. 온갖 튀김 재료에 특히나 겉에 튀김옷을 입혀 더욱 바삭바삭하게 만드는 건 그 때문인 듯. 


아무튼... 튀긴 음식은 온갖 대사증후군을 지니고 계신 어마마마에게 절대 피해야할 음식이고, 나 또한 탐닉하는 만큼 뱃속은 튼튼하질 못하게 된 고로 웬만하면 튀김을 먹는 일이 드물다. 프라이드 치킨이든, 돈까스든, 탕수육이든... 혹시라도 식탐을 부려 먹게 되면 다음날 속깨나 아픈 걸 감당할 각오를 해야.. (튀김 하나 먹는데 뭐가 이리 비장한가. ㅋ)


하지만 하지 말라는 것,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욕망은 점점 더 커지는 법. '그래, 먹고 죽자' 싶은 심정으로 나몰라라 먹어댈 때가 있다. 주로 '치+맥'의 형태. ^______^ 거기다가 또 하필 요새 정붙일 곳 없이 방황하던 내가 탐닉하는 TV 프로그램은 죄다 먹는 게 주제다. <삼시세끼 어촌편>, <수요미식회>, <냉장고를 부탁해>


막강한 차줌마의 온갖 진기명기 요리솜씨 때문에 자괴감마저 든다는 아줌마들이 주변에 꽤 많은데(홍합 짬뽕 때도 놀랐지만 요번에 화덕을 오븐으로 개조해 테스트 베이킹을 거쳐 식빵까지 완벽하게 구워내는 걸 보고는 두손두발 다 들었다. 그냥 그는 차줌마가 아니라 '차셰프'다. +_+),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스피드'라고 말하는 성질 급한 차승원의 '빨리빨리' 해치우는 요리가 나랑 비슷한 점이 많아 완전 신이 나서 구경하고 있다. 음식 만드는 데 시간 오래 걸리는 거 진짜 싫고, 있는 재료로 대충대충 만들지만 꽤 맛은 비슷하게 내는 거 좋아좋아... ㅋㅋ 다만 모든 양념에 설탕을 넣는 건 불만이다. 매운탕 양념에도 설탕을 넣다니! 으어... 개인적으로.. 감칠맛은 몰라도 단맛 나는 찌개는 싫다규~


<수요미식회>는 허름해도 오랜 전통을 지켜온 가게들 위주로 음식의 통사까지 대충 훑어주는데다 패널 별로 아주 매몰차게 의견이 갈리고 비판도 서슴칠 않는 점이 흐뭇하다. 쓸데없이 유명한데 맛없는 집이 좀 많은가 말이다. 줄서서 먹어야하고 심지어 선불에다 자리에 앉자마자 쫓겨나다시피 흡입해야하는 명동 칼국수집 얘기 나왔을 땐 많이 통쾌했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부모님따라 다닌 집이고, 아직도 그 집 만두와 칼국수 좋아하는 지인이 있어서 일단 마음을 접고 아직도 1년에 한두번 가고는 있지만 먹고 나면 늘 찝찝텁텁. 얼마 전 서울 장안의 '치킨' 집을 다루었을 땐 TV보며 아주 괴로웠다. 하마터면 바로 다음날 반포 치킨 먹으러 달려나갈뻔... (대신에 며칠 뒤 집 근처의 영양센타 전기구이 통닭을 먹어주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매번 진짜로 출연진의 냉장고를 옮겨다가 그 안의 재료로만 그럴싸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와 솜씨가 기발하고 놀랍다. 나도 단지 장보러 나가는 게 귀찮아서 냉장고 텅텅 빌 때까지 막판엔 요것조것 '퓨전' 반찬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까. 본인도 내용물의 존재를 잘 모르는 남의 냉장고 들여다보며 놀려대는 재미도 쏠쏠. 이것도 못말리는 관음증이겠지. ㅋㅋ 아무튼 요리엔 맛의 조화를 짐작하는 센스와 순발력, 창의력이 새삼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역시 요리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어... 오랜 시간 공들이고 정성 바치면 누가 못하겠나, 후다닥 단시간(15분!)에 있는 재료만으로 꽤나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낸다는 구상이 딱 내 취향이다. ㅎㅎ 간혹 일반인이 만든 요리가 전문가 셰프의 요리를 이기는 반전도 흥미진진.  


하여간 설날 연휴 내내, 그리고 바로 어제까지도 남아있던 각종 전을 데워먹었고 주말엔 밖에 나가서 '리치'한 ^^; 맛의 토스트와 감자튀김도 먹어주었건만, 자꾸만 휴대폰에 든 먹거리 사진 중에 감자튀김과 맥주 사진이 아른거려 새삼 들여다보게 된다. 아으...


이 포스팅도 그 감자튀김 열망을 식혀보고자 시작한 것인데 딴소리가 길었다. ㅜ.ㅜ



경복궁 역 근처 체부동 음식점 골목 안쪽, '열정 감자'로 시작했다가 상표 등록 문제로 이름을 바꾼 '청년 감자'의 감자튀김과 맥주다. 고깔모양 봉투를 편의점 앞에서 흔히 보는 플라스틱 테이블 가운데 홈에 푹 꽂아주는 게 특색. 사실 좀 짜고 너무 자극적인 맛이라 일반 튀김도 같이 시켰지만 역시나 나중엔 케이준 맛으로 더 시켜 먹었다. 둘이서 감자튀김 세 봉다리를 먹었네그려... 더불어 크림맥주도 꽤나 마신듯. 파이렉스 계량컵에 맥주를 담아주는 것도 특이한데, 나는 잔도 무겁고 계량컵이라는 원래 용도가 거슬려서 쫌 별로다! 그래도 바삭한 감자튀김이 저렴하니 맛있고, 특히나 '젊고 잘생긴 엉아들'이 마구 뛰어다니며 친절하게 서빙하는 게 마음에 들었었다. ㅋㅋㅋ 알바생이 아니라 다들 정규직원이라는 것 같지 아마. 재미난 별명 등에 적힌 검정색 티셔츠 입고 있었던 여름에 주로 많이 갔었는데, 화장실이 불편해서 한두잔 후딱 마시고 일어나야 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종종 생각난다는 게 함정. 


유학중 남편 먼저 학위 따게 뒷바라지 하랴, 아들 둘 키우랴 본인 공부하랴 엄청 바빴던 친구는 그 놀라운 상황 속에서도 여러 종류 김치를 직접 담그고 심지어 육포까지 집에서 만들어 먹이던 좀 심한 열혈 슈퍼우먼이었는데(미쿡에서 사먹는 김치와 육포는 너무 비싸고 무엇보다도 재료가 못 미더워서였다고;;), 10년 가까이 이어지는 유학 생활 중 쌓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프렌치프라이를 대형 오븐에 두판 쯤 구워서(? 그래도 프렌치'프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먹어댔다는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감자튀김은 아직도 자기에게 스트레스 해소용 힐링음식이라나. 학창시절 '하늘하늘 코스모스 신비소녀' 분위기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친구가 나와 함께 와구와구 감자튀김에 맥주까지 꽤 많이 마셔서 놀랐더니 그런 사연이 있었다. 


1월 어느날이었던 것 같은데 저 사진 찍은 날도, 자극적인 감자튀김 때문에 맥주를 주량 이상 들이키고는 다음날 수북하게 부은 눈으로 속이 아파 한참이나 빌빌 거렸던 기억이 생생하건만 지금 막 땡기는 건 뭐지... 그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일지도. ㅋㅋㅋ 



Posted by 입때
,

'컴퓨터 앞에 엉덩이 오래 붙이고 앉기' 연습은 역시 블로그질만한 게 없는 것 같다. 노는 맛에 길들여져 작업능률 바닥인 것이야 어쩔 수 없다쳐도, 다시 추워진 날씨에 따뜻한 구들장이 손짓하는 유혹을 꾹 참고 견뎌내야 하느니라...

 

밤참도 최대한 오래 걸리는 걸로 후루룩첩첩첩 해먹고 나서도 뭔가 좀 부족한 느낌에 먹거리 포스팅이나 마무리해볼까 하며 궁둥이를 눌러 앉혔다. 2월에 놀고먹고한 것들은 건수도 사진도 많으니까 뒤로 돌리고 일단 또 튀김(!) 이야기. 그러고 보니 살이 붙으려나 요새 튀김을 많이도 먹고 다녔구나야. ㅋㅋ

 

신촌엔 딱히 부담없고 맛있게 뭘 먹으러 갈 데가 별로 없다는 불만을 잠시나마 잠재울만한 작은 음식점을 얼마 전 하나 발견했다.

 

클로리스 카페 있는 뒷골목(그러니까 신촌 형제갈비 있는 명물거리에서도 다시 창천동쪽으로 한번 더 들어가는 뒷골목)에 맛집 꽤 생겼다던데... 라는 말만 믿고 무작정 들어서 보았더니 정말로 못보던 음식점들이 꽤 생겨났다. 어린이 입맛을 지닌 후배가 제일 먼저 마음에 들어한 곳은 골목 초입의 새우튀김을 파는 곳이었으나, 6시부터 저녁 영업시작이라며 문을 닫아 건 주인장의 배짱에 다음을 기약하고, 신촌 로터리 방향으로 골목을 좀 더 내려가다 얼결에 발견한 데가 이 식당.

 

프랜차이즈 돈부리와 우동 전문이라 별 기대도 않고 만만하겠다 싶어 들어가보니 모든 메뉴가 6천원이라는 실로 놀랍고도 착한 가격! 점심 때 굳이 또 우동을 끓여먹고 나간 나는 저녁만이라도 밥을 먹어야한다는 일념에 가키아게돈을 시켰고 다른 이들은 가츠돈, 가키아게 우동과 돈까스로 다양하게... 

그러고 보니 먹느라 바빠서 가츠돈과 돈까스 사진은 없다. ㅋ 둘 다 고기 두툼하고 바삭하니 맛있었는데...

암튼 덮밥이든 우동이든 모듬튀김이 엄청난 크기로 나온다. 다른 메뉴 먹으면서 튀김을 추가로 시키면 단돈 3천원(배고픔에 흥분해서 메뉴판을 잘 읽지 못했지만, 돈까스 추가메뉴도 3천원이었던 거 같다;;). 거대한 튀김이 한 화면에 잡히질 않아서 맨 오른쪽 사진은 다시 찍은 건데도 결국 짤렸다. ^^;

 

굳이 흠을 잡는다면 덮밥에 딸려나왔던 저 국물이 무진장 짜서 나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는 점. 우동 용으로 낸 국물을 똑같이 떠주어 그런 것 같다. 옆에서 시킨 우동 국물을 먹어보니 간이 맞는 걸로 보아 내 짐작이 맞는 듯. 아무리 제대로 맛을 낸 가쓰오부시 국물이라도 까짓것 안먹으면 그만이고, 암튼 신선한 재료를 바삭바삭 좋은 기름에 튀겨낸 맛이 틀림없는 저 거대한 튀김과 밥을 싹싹 바닥까지 비우고 나왔다.

 

수다를 떠느라 우리가 다 먹고나서도 한참을 마냥 노닥거리며 앉아있었는데, 계산하고 밖에 나와보니 사람들이 줄을 잔뜩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 줄 서서 기다렸다가 먹는 집이었군! 다른 동네에서도 똑같은 이름의 식당을 본 적 있지만 줄 서서 먹는 걸 본 적은 없다. 똑같은 프랜차이즈 식당이라도 회전율이나 주방장 솜씨에 따라 지점마다 맛이 다르다는 것은 진리. 암튼 그런데도 종업원들이 우리한테 눈치를 주거나 쫓아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흐뭇해서 점수가 더 올라갔다. 이젠 튀김 먹고 싶어지면 고민 좀 생기겠다. 신촌으로 갈 것이냐, 혜화동으로 갈 것이냐. ㅎㅎㅎ

Posted by 입때
,

작년 12월(이라고 쓰기는 하지만 아직도 2013년 1월이라는 게 적응이 안된다) 스팅공연 보러 간 날, 전날까지만 해도 방이동과 몽촌토성역 근방의 '그럴듯한' 맛집 후보지 중 한 군데를 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난데없는 폭설로 일단은 전철 타고 올림픽공원 근처에 가 아무거나 먹자는 쪽으로 급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공원 내 공연장을 자주 다녀보는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그 바로 주변 상가엔 먹을 만한 밥집이 별로 없다. 역 바로 앞에 버젓이 올림픽아파트 상가가 있지만 대규모 공연이 있는 날 그 근처에서 제일 장사 잘 되는 집은 햄버거집이랑 편의점일 정도다. 입맛이야 상당히 주관적인 잣대일 수밖에 없지만 어쨌거나 내가 보기엔 딱 한 군데 의외의 보물같은 맛집이 있으니, 올림픽 상가(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으나 암튼;;) 지하에 있는 올림픽 수제비다.

 

몇해 전 여름, 수제비 좋아하는 후배가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온 집이었는데 처음엔 길을 잘못 들어서 허름한 지하주차장을 가로질러 반대편 마트를 마구 헤매다 찾아간 바람에 첫인상이 좋지 못했다. 그야말로 시장통 분식집 느낌. 그런데 나온 음식을 보니 선입견이 쏙 들어갔다. 해물이 완전 싱싱해!

 

해물 수제비의 위용. 반죽에도 채소를 갈아 넣었는지 초록빛이 난다

간도 슴슴하니 내 입맛에 딱이었고 자극적인 조미료맛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의 맛이라는 감이 팍 다가왔다.

무슨 메뉴를 시키든 볶은밥을 앙증맞게 김에 싸서 나오는 에피타이저가 나오는데 배고픈 김에 얼른 집어먹고 사진도 못찍었을 정도였다. 김치랑 깍두기도 맛있었고...

 

바지락 칼국수와 해물 수제비를 하나씩 시켜놓고 먹었는데, 짜지 않은 생물 바지락(싱싱하지 않은 바지락은 대부분 엄청 짜다;;)이 풍성하게 들어간 칼국수 사진 역시 남기지 못했다.

 

이후 올림픽 공원에서 공연이 있을 때마다 입맛을 다시며, 재차 가보려했으나 기회가 닿질 않았었는데 스팅 공연보러간 날 일행들과 뜻이 맞아 다시 가게 된 터였다. (스팅을 만나러 가는 날이니 일행들은 이왕이면 좀 더 그럴싸한 메뉴를 먹고 싶어하는 눈치여서, 올림픽 상가 1, 2층 식당을 뺑뺑 돌고 난 뒤이긴 했다;; ㅋㅋ)

 

이젠 맛있다고 소문이 많이 나서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날 역시 한산한 분위기였다. 시장통 같은 지하 식당가 반찬집 옆에 있는 위치 때문일까나? 어쨌든 나야 맛있으면 장땡. 벽에 붙은 메뉴를 보니 통영인가 여수에서 직접 가져온다는 굴로 만든 굴국밥이 계절메뉴로 새로 등장해 있었다. 굴이라면 익혔든 생으로든 다 좋아하는 사람들이므로 해물수제비와 함께 일단 시키고 봤다.

 

왼쪽 사진 위에 보이는 시커먼 물체가 1인당 2개씩 나오는 볶음밥 김쌈(?)이고, 오른쪽 사진이 정신없이 퍼먹다가 아차 하면서 찍어 자못 민망한 굴국밥이다. 익힌 굴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굴 넣고 끓인 미역국도 좋아하기 때문에, 이날 이집에서 부추와 두부를 곁들인 시원한 굴국밥을 먹어본 뒤로는 계속 집에서 해먹어봐야지, 해먹어봐야지 한달 넘게 다짐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드디어 며칠 전, 굴과 부추를 사다가 시도해보았다! 당연히 그날의 전문가스러운 맛은 내지 못했지만 다시마와 무와 멸치로 낸 다시 국물에 굴과 부추와 두부를 넣어 끓인 뒤 밥에 부어 먹었더니 캬... 겨울 별미로 딱이었다. 한번 더 가서 먹어보면 완벽하게 비슷한 맛을 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음... 이거 먹겠다고 엄동설한에 남의 동네 지하상가엘 가자니 좀 민망한 느낌. ^^;;

 

찾아갈 때마다 계속 헤맸지만 그날 주인아저씨의 안내로 직통 출입구를 알아두었으니 이젠 헤매지 않고 단번에 찾아갈 자신도 있다. 반원형으로 생긴 올림픽 상가 건물 입구로 들어가지 말고, 상가 앞 광장 왼쪽 귀퉁이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 곧장 건물지하로 들어가면 코앞에 올림픽 수제비가 있다.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도 친절하시고 싱싱한 재료로 만든 음식도 정갈하니 앞으로 올림픽공원에 갈 일 있으면 무조건 고민 않고 이 집으로 밥먹으러 갈 작정이니 부디 오래오래 번창하길 빈다. 오늘따라 저 해물 수제비가 몹시 먹고 싶어서 눈요기라도 하려고 시작한 포스팅인데 이거 좀 과한 홍보인가? ㅋㅋㅋ

Posted by 입때
,

치맥 열망

식탐보고서 2012. 4. 27. 23:21

오만가지에 다 적용되는 줄임말을 싫어하는 편이면서도 또 줏대없이 덩달아 따라쓰는 줄임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치맥'이다. 사실 치킨에 맥주의 궁합은 건강상 대단히 안 좋은 거라지만, 어차피 건강을 심히 챙기려면 아예 술을 마시질 말아야지! 바삭바삭한 프라이드 치킨이나 전기구이 통닭을 먹다보면 탄산음료보다는 역시 시원한 맥주가 제격.

 

치킨에 맥주를 즐겨온 역사를 따져보라고 한다면 정말 까마득하다. 그러나 슬프게도 나는 언제부턴가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잘 소화하지 못하게 되었다. 처음엔 프라이드 치킨과 튀김엔 끄덕 없고 유난히 볶음밥만 소화를 못시키더니, 급기야 기름에 튀긴 모든 음식들이 확실히 부담스럽다. 뱃속에 넣은지 몇시간 지난 뒤에도 막 기름냄새가 계속 튀어올라오는 기분이 들고 위가 붓는 느낌까지 있다. 어흑, 내가 치킨에 맥주 마시는 걸 얼마나 좋아라 했는데!

 

그래서 자주 못먹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가끔 기회가 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까짓것 위 좀 혹사시키면 어때! 웩웩 게워내고도 또 술 퍼마시던 때에 비하면야 치맥 정도는 양반이다. 어차피 치킨에 탐닉하느라 배불러서 많이도 못 마시질 않는가. ㅎㅎ

 

홍대 레게치킨이 그리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통 가볼 기회가 없었다. 갈 때마다 자리가 없어! 젠장. 근데 꿩 대신 닭이라고 얼결에 들어간 치킨집이 완전 마음에 들었다. 워낙 치킨을 멀리하며 살다보니 내 입엔 그저 닭만 대충 튀겨놓아도 무조건 맛있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으나 다른 일행도 맛있다고 칭찬했으니 객관적인 평가도 뒷받침된 감상이다. 게다가 생맥주에 무슨 짓을 한 건지 거품이 아주 쫀쫀한 느낌으로 괜찮았다. 맥주 자체가 진한 맛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물타서 싱거운 맥주는 아니라는 데서 점수를 얻었다. 이름하여 깐부치킨. 상상마당 건너편 주차장 길 모퉁이에 있다. 

 

이젠 맥주 한 두잔에 알딸딸하는 형편없는 주량으로 전락했으면서도 성인이 된 이후로 음주를 즐긴 역사가 길기 때문인지 비가 온다거나, 금요일밤이 되면 이상스레 술이 마시고 싶어짐을 느낀다. 날씨 화창해진 요즘 금요일밤은 더더욱! 냉장고에 사다 넣어둔 캔맥주도 있지만 그건 또 일요일밤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한 캔씩 홀짝거리는 용도였다. 출근도 안하는 주제에 왜 일주일이 다 가고 월요일이 오는 게 서글픈지 원. 그러나 일요일밤을 헤롱헤롱 보내다 12시를 넘기면 월요일을 술기운에 시작하는 것 같아 그짓도 몇번 하다 관뒀다. 혼자 술마시는 게 알코올 중독의 시초라는데! ;-p

 

암튼... 지난주 금요일밤의 치맥이 못내 그리워 사진 쓰다듬다 마음을 달래려 시작한 포스팅이다.  

이름이 [순살 치킨]이었을 거다 이건 [마늘 치킨]

식탐녀답게 휴대폰에 종종 먹거리 사진을 모아둔다. 물론 먹는 게 급해서 사진을 못찍을 때가 더 많지만, 사진으로도 갖고 싶은 음식이 꼭 있더라고... 그러다 가끔 배경화면으로 쓰기도 한다. ㅋ

 

메뉴판을 보고 별 생각 없이 시켰는데, 나중에 둘러보니 이 두 메뉴보다는 크리스피 치킨이 더 인기인 것 같다. 발라먹기 귀찮더라도 담엔 그걸 시켜먹어봐야지. 같이 튀겨 내온 감자튀김의 양이 좀 적긴 하지만 파삭파삭 맛있었다. 전기구이 통닭에 마늘소스를 얹어 준 것도 담백하니 맛났음. 생맥주는 3천원, 치킨 가격은 16000-17000원 전후. 가격은 다른 데와 비슷한데 양이 좀 적은 것도 같다. 이 정도면 보통인가? 나로선 엄청 배고플 때 들어가서 유난히 맛있게 느껴졌는지 진짜로 훌륭한 맛인지 한번 더 먹어보고 판단해줄 테다. 치맥 궁합은 역시 진리!

Posted by 입때
,
원래도 식탐이 많아 엥겔계수가 높은 편이지만 요샌 장보러 마트가기가 정말 겁날 정도다. 다른 건 몰라도 과일과 채소는 넉넉히 사와야 마음이 뿌듯한데 설날 이후로 계속 어찌나 비싼지! 원래도 이맘때면 끝물이긴 하지만 그래도 겨울 과일 중에 제일 만만한 귤은 별 부담없이 먹고 살았던 것으로 기억하나, 요즘 귤값은 거의 금값이다. 100g에 무려 870원. 멋모르고 담다보니 귤 한개당 거의 천원꼴이더라. ㅠ.ㅠ 예전엔 5천원어치만 사도 한보따리라 막 물러져 버리곤 했는데...차라리 한통에 만원 하는 딸기가 더 싼 느낌. 매번 사오는 친환경 양배추도 너무 비싸서 반통씩 사오고, 푸성귀 나물도 무서워서 잘 못담아오겠다. 달달한 맛이 일품인 섬초 시금치나 국산 표고버섯 좀 봉지에 담으면 막 만원이 넘는다. 어휴...

부자나라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더 뚱뚱한 건 영양가 따져 먹을 형편이 아니라 늘 값싼 정크푸드만 먹기 때문이라는데, 이 추세라면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마트에서 제일 싼건 10개씩 담아 꾸러미로 파는 스팸, 참치 같은 통조림류 아니면 라면류인 듯. 할머니랑 오래 살아서 할머니 입맛이라는 평을 자주 듣는 나는 종종 도라지 나물, 고사리 나물 이런 게 막 먹고 싶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며칠 전 장보러 가서는 100g 당 가격을 보고 기가 막혀 포기했다. 불려놓은 국산 고사리가 100g에 2800원! 켁... 차라리 고기라면 몇만원 주고라도 사오는 게 익숙한데, 아무리 농사가 어렵고 일손이 많이 간다고 해도 나물 반찬이 한번 해먹을 분량에 만원을 넘기는 건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

그래도 물가보다 나의 노동력이 더 비싸다고 우기며 김치도 종*집 포기김치를 한 봉지씩 사다먹는 형편이니 이렇게 투덜댈 자격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며칠전부터 뜬금없이 깍두기가 먹고 싶어 또 종*집 깍두기를 한 봉지 사다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헌데 막상 손바닥만한 깍두기봉지 하나의 가격을 보고는 차마 집어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죄다 국산 농산물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한 보시기밖엔 안나오겠던데 8천원쯤 하던가... (이러면서 또 나가선 한끼 만원 넘는 음식도 막 사먹는 소비의 모순;;) 머뭇거리다 그냥 뒤돌아서려니 <제주무 990원>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지난번의 절반가격! 좀 시들시들해서 반값에 처분하는 모양이었다. 까짓것 깍두기 내가 한 접시 담아주마 하는 호기로운 생각으로 한통 집어들었어도, 집에 와서는 좀 망설였다. 아 왜 가사일 싫어하면서 일거리를 사서 만드냐고! 그러나 깍두기는 먹고 싶으고... 에이 빌어먹을 이놈의 식탐.

해서 무국 끓일 1/3토막은 남겨놓고 겨우 700원어치 정도의 무로 어제 깍두기를 담갔다는 것이 별것도 아닌 이 포스팅의 결론이다. 알량하게 두세 그릇 분량이긴 해도 무조건 맛있어야 하니까, 새우젓도 넣고 찹쌀풀도 끓여넣고 매실청도 넣었다. 일부러 자작하게 국물도 만들어 부었는데 오늘 보니 생각보다 국물이 많이 나와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익었나 안익었나 종일 몇번이나 집어먹어본 느낌으로는 꽤 맛있을 것 같다. ^^v 

내 생애 처음인가 아닌가 잘 생각도 나지 않는 깍두기를 담그며 자랑스레 사진을 찍고 보니, 점점 구차하고 비루한 아줌마스러운 블로그로 변해가는 것을 자인하는 포스팅이 되겠구나 싶었다. 이런 거로라도 포스팅 갯수 올리는 게 잘하는 짓인지 한심한 노릇인지...

Posted by 입때
,

에디스 B는 수제햄버거가 주력상품이고 제니스 브레드엔 아예 햄버거가 없으며 서로 메뉴도 많이 달라 단순비교에 무리가 있으나, 어쨌거나 내 마음대로 식탐분류에는 같은 범주에 속하므로 최근 두군데 다 다녀온 김에 재미삼아 한번 비교해봤다. 내 마음 같아선 두집 다 버글버글 눈코뜰새없이 장사가 잘 되면 좋겠는데 (나한테 아무런 콩고물도 떨어지지 않는데 왜 이런 바람을 품는지? ㅋㅋ) 두집 모두 갈 때마다 그리 손님이 많지 않은 게 좀 안타깝다. ^^; 물론 운좋게도 손님 많은 시간을 내가 잘 피해다녔을 수도 있겠지만...



Posted by 입때
,

오이김치

식탐보고서 2011. 5. 13. 01:53

음식으로 환기하는 기억에 대해서라면 프루스트가 제일 유명하겠지만, 프루스트가 처음 발견 한 건 아니었을 것 같다. 유독 식탐이 강하지 않은 사람도 음식과 연결되어 추억으로 남는 게 어디 드문 일인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친구들에게 옥수수와 동격으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옥수수 노점상은 절대 지나치지 못하고 꼭 사먹어야 직성이 풀리는데다가, 굳이 먼지 풀풀 나는 길거리에서 와구와구 뜯어먹으며 행복해했기 때문이라나.

계절따라 제철음식을 찾아먹는 일도 원래는 가난과 필요가 낳은 습관이겠지만, 그 습관이 반복되어 세대를 거듭하다 결국 전통이자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봄이 되면 진달래 따다 부쳐먹던 화전이랑 쑥버무리 같은 게 관련 인물들과 같이 떠오르는 식이겠지. 음식이 그리운지 사람이 그리운지 콕 찝어낼 순 없어도 그냥 그 음식을 먹으면 마음 한 구석이 달래지는 기운 같은 게 있다. 그걸 못해 결핍되면 못내 아쉽고 공허해질 테고.

얼마전부터 자꾸 오이소박이가 먹고 싶었다. 그냥 흔한 오이소박이가 아니라 우리 외할머니표 오이소박이. 보통 오이소박이라고 하면 오이를 서너토막 잘라 한쪽에 칼집을 내 부추양념 소를 넣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외할머니표 오이소박이는 달랐다. 부추는 지저분해진다고 넣지 않는다. 대신에 조선오이 끝동 부분을 손가락 두어마디 쯤 잘라내 채를 썰어 양념에 버무려 소를 만든다. 오이는 통째로 길게 가운데 칼집을 넣어 소를 넣는둥마는둥하게 넣는다. 어려서 엄마가 만들어준 오이소박이의 경우 부추 소는 죄다 긁어내고 오이만 먹었는데, 할머니표 오이소박이는 양념을 긁어내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다. 전국방방곡곡 풍광 좋은 사찰로 성지순례와 방생 다니실 때 수십년 간 모아온, 납작하고 큼지막한 돌멩이로 눌러놓았다가 그 돌멩이째 우리집으로 날라오는 할머니표 오이소박이는 어찌나 아작아작 시원하고 깔끔하게 맛있는지 그야말로 밥도둑이었다. 

말년에 꽤 오래 모시고 살며 병수발을 들었던 막내이모가 젓갈 없이 소금으로만 깔끔하고 슴슴하게 맛을 내는 할머니표 김치는 그럭저럭 전승하는데 성공을 거두었지만, 오이소박이만은 아무리 애써봐도 도저히 그 맛을 낼 수가 없다고 손을 들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입퇴원을 반복하던 마지막 무렵에도 손수 오이소박이를 담가 자식들 집집마다 나눠주셨다. 울 엄마는 칠순에도 이미 입맛이 무뎌져 간을 잘 모르는데 할머니는 여든다섯에도 어떻게 한결같은 김치맛을 내셨는지 불가사의하다. 이모는 할머니 때랑 똑같이 가락동 시장에 가서 늘 사던 그 집에서 오이를 사다가 똑같이 한다고 해봐도 맛이 나질 않는다며 속상해하신다. 그래봐야 어쩌겠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함께 사라져버린 할머니의 그리운 손맛 여러가지 가운데 하나로 아쉬워할 수밖에.

토막썰기를 해서 칼집을 넣은 오이소박이도 밥상에서 잘라 먹으려면 꽤 불편한데, 통째로 길게 오이소박이를 담그면 사실 그릇에 낼 때부터 아예 잘라야 하므로 더욱 성가시다. 그런데도 할머니가 평생 그 방법을 고수하셨던 걸 보면 그래야 제맛이 나기 때문일 것이다. 하우스에서 재배한 오이가 사시사철 장에 나오긴 하지만, 할머니가 거의 열흘 간격으로 꼭 스무개, 서른개씩만 담가 보내던 오이소박이 행렬이 시작되는 건 확실히 요맘때였던 게 틀림없다.  뜬금없이 눈앞에 할머니표 오이소박이가 어른어른거리면서 먹고 싶어진 걸 보면 말이다.

반찬코너에서 한 그릇 사다먹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고춧가루 범벅에다 내가 싫어하는 당근까지 채썰어 소를 박은 꼬라지를 보니 당최 내키질 않았다. 먹고 싶은 것에 대한 열정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나는 결국 오이 여섯개를 사다가 직접 오이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어차피 외할머니표 오이소박이의 맛을 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 처음부터 먹기 좋게 오이도 조각조각 잘라 절이고 부추도 넣었다. 오이김치 요리법을 찾아 참고한 대로 멸치액젓도 넣고 매실청도 넣어(둘 다 할머니는 절대 안 넣으셨을 양념이다) 대충 버무렸다. 당연히 할머니표 오이소박이와는 아주 동떨어진 오이김치가 탄생되었다. 버무리자마자 한 보시기 담아 우적우적 밥 한그릇을 다 먹고 나니 그래도 마음 속 결핍이 어느정도 채워진 듯했다.

음력사월이 시작되면서부터 외할머니가 부지런히 오이소박이를 담가 보내신 이유는 물론 잘 알고 있다. 이가 부실한 맏사위가 배추김치보다 오이소박이를 훨씬 더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매운 것도 잘 먹지 못하는 아버지에겐 양념과 고춧가루를 많이 넣지 않아 말간 생김새의 오이소박이가 딱이었다. 그리고 마침 아버지의 생일은 음력 사월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돌아가신 분의 생일은 이제 제삿날이라는데 나는 4년이 지난 지금도 요맘때면 오이소박이를 먹어야 하는 습관이 밴 몸을 지니고 있으니 참 징하고 서글프다. 할머니랑 아버지가 겨우 오이소박이가 먹고 싶어서 그리움 타령이냐고 타박하실 것만 같다.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