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앞에 엉덩이 오래 붙이고 앉기' 연습은 역시 블로그질만한 게 없는 것 같다. 노는 맛에 길들여져 작업능률 바닥인 것이야 어쩔 수 없다쳐도, 다시 추워진 날씨에 따뜻한 구들장이 손짓하는 유혹을 꾹 참고 견뎌내야 하느니라...

 

밤참도 최대한 오래 걸리는 걸로 후루룩첩첩첩 해먹고 나서도 뭔가 좀 부족한 느낌에 먹거리 포스팅이나 마무리해볼까 하며 궁둥이를 눌러 앉혔다. 2월에 놀고먹고한 것들은 건수도 사진도 많으니까 뒤로 돌리고 일단 또 튀김(!) 이야기. 그러고 보니 살이 붙으려나 요새 튀김을 많이도 먹고 다녔구나야. ㅋㅋ

 

신촌엔 딱히 부담없고 맛있게 뭘 먹으러 갈 데가 별로 없다는 불만을 잠시나마 잠재울만한 작은 음식점을 얼마 전 하나 발견했다.

 

클로리스 카페 있는 뒷골목(그러니까 신촌 형제갈비 있는 명물거리에서도 다시 창천동쪽으로 한번 더 들어가는 뒷골목)에 맛집 꽤 생겼다던데... 라는 말만 믿고 무작정 들어서 보았더니 정말로 못보던 음식점들이 꽤 생겨났다. 어린이 입맛을 지닌 후배가 제일 먼저 마음에 들어한 곳은 골목 초입의 새우튀김을 파는 곳이었으나, 6시부터 저녁 영업시작이라며 문을 닫아 건 주인장의 배짱에 다음을 기약하고, 신촌 로터리 방향으로 골목을 좀 더 내려가다 얼결에 발견한 데가 이 식당.

 

프랜차이즈 돈부리와 우동 전문이라 별 기대도 않고 만만하겠다 싶어 들어가보니 모든 메뉴가 6천원이라는 실로 놀랍고도 착한 가격! 점심 때 굳이 또 우동을 끓여먹고 나간 나는 저녁만이라도 밥을 먹어야한다는 일념에 가키아게돈을 시켰고 다른 이들은 가츠돈, 가키아게 우동과 돈까스로 다양하게... 

그러고 보니 먹느라 바빠서 가츠돈과 돈까스 사진은 없다. ㅋ 둘 다 고기 두툼하고 바삭하니 맛있었는데...

암튼 덮밥이든 우동이든 모듬튀김이 엄청난 크기로 나온다. 다른 메뉴 먹으면서 튀김을 추가로 시키면 단돈 3천원(배고픔에 흥분해서 메뉴판을 잘 읽지 못했지만, 돈까스 추가메뉴도 3천원이었던 거 같다;;). 거대한 튀김이 한 화면에 잡히질 않아서 맨 오른쪽 사진은 다시 찍은 건데도 결국 짤렸다. ^^;

 

굳이 흠을 잡는다면 덮밥에 딸려나왔던 저 국물이 무진장 짜서 나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는 점. 우동 용으로 낸 국물을 똑같이 떠주어 그런 것 같다. 옆에서 시킨 우동 국물을 먹어보니 간이 맞는 걸로 보아 내 짐작이 맞는 듯. 아무리 제대로 맛을 낸 가쓰오부시 국물이라도 까짓것 안먹으면 그만이고, 암튼 신선한 재료를 바삭바삭 좋은 기름에 튀겨낸 맛이 틀림없는 저 거대한 튀김과 밥을 싹싹 바닥까지 비우고 나왔다.

 

수다를 떠느라 우리가 다 먹고나서도 한참을 마냥 노닥거리며 앉아있었는데, 계산하고 밖에 나와보니 사람들이 줄을 잔뜩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 줄 서서 기다렸다가 먹는 집이었군! 다른 동네에서도 똑같은 이름의 식당을 본 적 있지만 줄 서서 먹는 걸 본 적은 없다. 똑같은 프랜차이즈 식당이라도 회전율이나 주방장 솜씨에 따라 지점마다 맛이 다르다는 것은 진리. 암튼 그런데도 종업원들이 우리한테 눈치를 주거나 쫓아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흐뭇해서 점수가 더 올라갔다. 이젠 튀김 먹고 싶어지면 고민 좀 생기겠다. 신촌으로 갈 것이냐, 혜화동으로 갈 것이냐. ㅎㅎ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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