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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10.20 삼겹살과 여드름 5

때문이야

투덜일기 2011. 4. 8. 12:47

차두리가 이상하게 엇박으로 몸을 움직이며 "간 때문이야~"라고 노래를 불러대는 CF를 볼 때마다 비싯 웃음이 난다. 그 제약회사는 그 광고에 힘입어 매출이 엄청나게 올랐다니, 확실히 성공한 광고 사례다. 차두리의 매력과 중독성 강한 CF송 덕분이기는 하겠지만, 내 생각엔 어린시절부터 누구나 "@@때문이야!"라고 핑계대는 화법에 익숙해서 광고가 더 친근하게 다가왔던 게 아닐까 싶다. 친구랑 놀다가도 "너 때문에 망쳤잖아!"라거나 "쟤 때문에 안 놀아!", 부모나 동생에게 "엄마(너) 때문에 TV 못 봤잖아!"라고 했던 기억 누구나 있지 않을까.

어제는 종일 비 내린다고 괜히 분위기 잡다가 정말로 호박 부침개 부치면서 빈속에 먼저 캔맥주를 따서 벌컥벌컥 마셨더니 전도 술도 어찌나 맛이 있던지 헬렐레 기분까지 좋아졌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간만에 마신 술에 적응이 안됐는지 금세 알딸딸, 결국엔 초저녁에 뻗고 말았다. 밀린 일 할당량은 어쩌라고 술을 마셨던고 나중에 후회해봐도 소용없는 일. 벌개진 얼굴로 누워 속으로 외쳤다. 비 때문이야! 호박 부침개 때문이야! 맥주 때문이야!

물론 시작은 나 때문이다. ㅋㅋ
 

광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차두리의 간 영양제 광고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반대로 요즘 볼 때마다 내가 기분나빠하는 광고가 하나 있으니, 바로 ㅇ사의 브랜드 광고다. 아리따운 아이돌 여가수들이 떼로 몰려나와서 엄마를 하녀 부리듯 "엄마, 시원한 물 한잔 부탁해~!", 세수하고 나서는  "엄마, 수건 좀 부탁해!"라는 식으로 온갖 잔심부름을 시키며 "부탁해~!"라고 외치다가 그럼 엄마는 누구한테 부탁하느냐고 묻는 줄거리다. 엄마는 ㅇ사에 부탁하면 된다나. 악!!! 자주 보는 건 아니지만 볼 때마다 진짜 짜증난다. 신경숙의 소설이 워낙 잘 나가니까 그 제목을 패러디했다는 건 알겠으나, 내 맘에 안드는 건  안드는 거다. 물론 아직도 자식을 하늘 떠받들듯 공주 왕자 모시듯 보필하는 엄마들이 세상엔 많겠지만 이건 뭐, 물 한잔도 엄마에게 시켜먹으라고 대놓고 부추기는 것도 아니고 뭐냐고! 나의 조카들은 대여섯 살만 되면 물은 자기가 알아서 따라먹을 수 있더구만, 왜 다 큰 멀쩡한 지지배들이 겨우 손톱 칠하느라고 엄마를 부려먹는지 원. 혹시라도 그 광고 때문에 애들이 새삼스레 엄마를 더 부려먹게 될까봐 염려하는 건 지나친 생각일까. -_-a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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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과 여드름

삶꾸러미 2010. 10. 20. 17:26

사춘기 때도 여드름이 그리 심하진 않았건만 도자기 피부와는 거리가 먼 내 얼굴엔 중년의 나이에도 가끔 여드름이 난다. 이건 여드름이 아니라 뾰루지라고 불러야하는 건지도 모르겠으나, 암튼 나는 익숙한 이름인 여드름으로 부를란다. 내 경우, 여드름이 나는 이유는 뻔하다. 불규칙한 수면시간, 스트레스, 외출 안하는 날 걸핏하면 세수 건너뛰는 습관 -_-; 그리고 기름지거나 심하게 단 음식.

특히나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 중3무렵부터 지금껏 변함이 없는 건 삼겹살을 와구와구 구워먹고 나면 하루 이틀 뒤 반드시 얼굴에 여드름이 솟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온 가족이 다 같이 삼겹살을 구워 먹어도 특별히 여드름 수에 변화가 있는 건 나뿐이었고, 그간 식품의학계는 삼겹살과 여드름의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었다. 여드름은 어디까지나 호르몬 분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과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됐으면 모를까 직접적인 음식섭취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이다. 나는 속으로 아닌데, 내 얼굴에 난 여드름이 증거인데... (삼겹살을 2인분은 거뜬히 해치우며 나는 다만 행복할 뿐 스트레스 따위는 느끼지 않는 식탐가란 말이다!) 중얼거리면서도 '전문가'들이 아니라고 하니 아닌 줄로 알아야지 어쩌겠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마전 뉴스를 보니 여드름의 주원인이 음식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학회지에도 실릴 예정이란다(관련기사). 그간 음식과 여드름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박박 우겼던 과학자들과 식품학자들은 물 먹은 거다. 하기야 이 주장 역시 일단은 반박의 가능성이 있는 또 하나의 '가설'일 뿐이니 앞으로 또 무슨 얘기가 나올지 두고봐야 알 거다. 사실상 과학에선 우리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은 여러가지 증거가 뒷받침 되기 때문에 '보편적인' 신빙성을 얻었을 뿐 '일말의 의심'도 없이 인정되는 '진실'(참=truth)은 없단다. 엄밀하게는 모두가 그저 '가설'의 지위를 갖고 있으므로 언제든 과학의 검증과 실험으로 뒤집힐 수 있다니 얼마나 허무한지 원. 하지만 또 그렇게 언제든 과학적인 검증과 실험으로 진실의 권위에 수없이 의문을 품는 과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진실이 인정될 수 있다니, 나 같은 단순한 머리로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추는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요번 여드름 연구결과 뉴스를 보고서도 나는 또 한번 깨달았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권위를 내세워도 결국 자기 몸에 대해서 '진실'을 제일 잘아는 사람은 본인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현재 당연하다거나 '진실'로 인정되는 것들이 앞으로 언제 뒤집히게 될지도 모르니 이렇게 계속해서 삐딱하게 '어디 두고보자'는 태도로 살아도 무방(? 또는 안전?)하겠다는 점이다. 지켜본다고 결국엔 매사가 깔끔하게 밝혀질 리 없겠지만 어쨌든 당장 판단을 유보할 수 있다는 건 우유부단한 나에게 퍽이나 안심되는 일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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