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에 해당되는 글 27건

  1. 2020.03.05 마스크를 어쩌나 2
  2. 2019.05.23 자수 소품 2
  3. 2018.08.25 평정심이 필요해 5
  4. 2018.07.24 잉여력 폭발 시기의 흔적 5
  5. 2018.05.18 자수+퀼트?
  6. 2018.02.21 또 자수 2
  7. 2018.01.30 취미 자수 시작 5
  8. 2016.09.25 미친 짓 plus 6
  9. 2016.09.07 잉여력 활용 3
  10. 2016.05.11 청바지 찢기 2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이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도 나는 마스크를 잘 쓰지 않았다. 미세미세 앱에서 검은 바탕에 해골표시를 보여주며 "최악, 절대 나가지 마세요!"라고 뜬 걸 보면 잠시 각성해서 마스크를 써봤지만 자꾸만 안경에 서리는 김 때문에 시야가 가려 불편하고 무엇보다도 숨이 가빠졌다. 호흡기가 약한 건지, 단순히 폐소공포증의 일환으로 마스크 쓰기가 답답한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암튼 나는 숨차서 쓰러지느니 그냥 미세먼지를 마시겠다고 결심하며 살았다. 100세시대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의미에서 미세먼지로 수명을 좀 단축하지 뭐, 그런 심보도 얼마간 작용했다. 

과거를 돌이켜보아도 나는 숨가쁜 걸 잘 못견디는 체질이다. 워낙 옛날 사람이라 ^^; 초등학교(실은 국민학교) 및 중학교 시절 마당이 넓고 한옥도 양옥도 아닌 벽돌 집체에 파란색이나 주황색 기와를 얹은 집들을 전전하며 살았다. 당연히 화장실은 마당 제일 외진곳에 있는 푸세식이었고, 세수는 마당 수돗가에서 엄마가 큰솥에 미리 데워놓았거나 연탄보일러에 연결된 온수통에서 더운 물을 퍼날라다가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고 그랬었다. 그러니 당연히 목욕은 대중목욕탕에 가야 가능했다. 헌데 내가 덥고 뜨거운 수증기로 가득찬 대중목욕탕을 잘 못견딘다는 게 문제였다. 특히나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주말에 엄마에게 끌려 목욕탕엘 가면 숨을 잘 못쉬겠고 어지러워서 자꾸만 밖으로 물을 마시러 나가거나 찬물을 갖고 놀다가 많이 혼나곤 했다. 체육을 워낙 못하는 몸치이지만, 그 중에서도 체력장 과목인 오래달리기를 엄청 힘들어했던 것도 뭔가 호흡과 관련이 있지 않으려나 싶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가서도 오래 쇼핑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두통이 찾아온다. 여러모로 예민한 심신을 가졌지만 산소 농도에 특히 민감한가? 몇년전에 거금 들여서 개인 건강검진을 했을 때, 운동 부하와 폐기능은 멀쩡하다고 했으므로 그냥 순전히 내 기분에 의한 증상일지도 모르겠다. 째뜬 어려서부터 중년에 이른 지금까지 일맥상통하게 난 숨가쁜 상황을 못견디므로, 보건용 마스크가 필수인 이 전염병 시국이 특히 난감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지만 노상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만은 없다. 장보기가 귀찮아서 1년째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당일배송이나 새벽배송을 받았었는데, 다들 인터넷 장보기에 몰려드니 당일배송은 언감생심 지난 주말엔 이틀 뒤로 배송시간이 떴다. 나는 장봐서 냉장고를 가득 채웠다가 텅텅비도록 버틴 다음 다시 장을 보는 사람인지라... 당장 반찬거리와 쌀이 떨어졌는데 당일배송이 안되면 몸소 사러 나가야한다. ㅠ.ㅠ 해서 요샌 오히려 귀찮게 장보러 나가는 일이 많았으니 참 사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어쨌든 집순이 노모와 함께 사는 프리랜서는 마스크 때문에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3년전에 사두었다가 안쓰고 내버려둔 것부터, 2월 중순에 정말 마스크가 구하기 힘든가 동네 마트에 가서 한두개씩 사온 것까지 엄마 모시고 병원 다닐 때 쓰기엔 충분했다. 마스크가 진짜로 바이러스를 막아주는지 진위여부와는 별개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곧장 전염병 보균자나 개인위생을 소홀히하는 사람으로 매도당할 수 있으니 눈치 보여서 아예 안 쓸 수는 없다. 일부 종교인들이 비밀리에 암약하며 사회를 집단 감염시킨 상황을 보면 실제로 어디에서 누굴 만날지 몰라 두렵고 조심하는 게 맞다.

하지만 국내 언론을 못믿어 연일 눈빠지게 BBC와 CNN 코로나 관련 뉴스를 섭렵해 얻은 정보로 보자면 KF마스크를 써도 코로나바이러스를 막을 순 없을 것 같다. 고글까지 완벽하게 쓰면 모를까, 아니 고글과 마스크로 완전무장을 했더라도 손에 바이러스를 묻혀와 집안 어딘가를 만져서 바이러스 흔적을 남겨뒀다면 말짱 꽝이다. 집에 오자마자 손 씻었는데 들어갈 때 목욕탕 문 손잡이 바이러스를 묻혀뒀더라면? 으악... 일단 손씻기가 엄청 중요하단 것만은 잘 알겠고, 핸드폰도 잘 소독해야겠고... ㅎㅎ 암튼 해외 전문가들은 오히려 보건용 마스크 썼다고 방심했다가 개인 위생에 더 소홀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건강한 사람이라면 사람 많은데 가지 말고 마스크는 그냥 환자나 의료진에게 양보하라고, 수급에 어려움 생길 수 있으니 사지도 말라고 권한다. 온 국민에게 1일1마스크 공급 안하면 정책 실패라고 난리치는 나라는 정말 전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는 것 같다. 미국 일본은 바이러스 테스트키트도 모자라다고 난리구만... 겨우 마스크 가지고 참.  

그나마 다행인 건 의료진과 환자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스크가 돌아가도록 마스크 안사기 운동도 나름 벌어지고, 천마스크 쓰기도 장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도 어차피 KF94를 쓰면 숨가빠져 코를 내놓아야하는 형편인데 뭐하러 그걸 고집하나 싶어 검정색 천마스크를 하나 만들어 두었다. 유튜브를 보니 행주나 키친타월을 이용한 사제마스크 만드는 영상도 꽤 보이길래 집에 있는 빨아쓰는 행주 2종류 사이에 필터 대신 정전기청소포를 잘라 빵끈과 함께 넣어 양면테이프로 붙인뒤 고무줄은 실로 꿰매어 넣는 방식으로 1회용 3겹마스크도 하나 만들어보았는데 ㅋㅋㅋ 한번 쓰고 버리기엔 들이는 품이 너무 아까워 또 만들게 되진 않을 것 같다. 

더보기
부직포행주 마스크는 철사까지 넣어 착용감이 그럴듯하지만 역시나 숨쉬기는 좀 힘들어서 최애 마스크는 검정색 천마스크다 ㅋ

우선 마스크를 꼭 필요한 사람에게 양보하자는 취지에 동감하기도 하지만, 게을러서 5부제 구입 날짜를 맞춰 공적마스크를 사러 나가기도 귀찮고, 종로와 명동 등지에서 개당 4천원씩 막 박스째 놓고 파는 마스크는 괘씸해서 사주고 싶지도 않으며, 미세먼지 마스크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제대로 차단해줄 거라 할 거라 믿지도 않으므로 나는 당분간 천마스크를 쓰겠다! 보건용마스크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에게도 일부 국민들에게도 꼭 필요한 물건이겠으나... 어휴 그 수많은 의료폐기물과 일회용품들은 나중에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 든다. 5천만명 중에 천만명이 매일 마스크를 쓰고 버린다면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쓰레기는... ㅠ.ㅠ 어쩌면 이번 전염병 창궐은 생명체인 지구에 가장 해로운 인간을 퇴치하려는 몸부림의 일환일 수도 있겠는데, 인간들은 안간힘을 쓰며 살아남으려고 또 다시 지구를 더 오염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현실은 정말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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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 소품

놀잇감 2019. 5. 23. 12:38

가느다란 바늘을 쥐고 자수를 놓는 건 손목 건초염에 대단히 좋지 않은 행동이다. DIY 바느질이 뜸해진 이유도 밤을 꼴딱 새가며 뭐 하나를 만들고 나면 며칠 고생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째뜬 그래서 자수도 요샌 거의 하지 않고 있는데, 사진 정리하면서 아예 날려버리기엔 아쉬운 자수 작품(?)의 기록을 여기에라도 옮겨놓아야겠다. ^^; 인스타그램엔 종종 자랑했는데, 그마저도 시기를 놓치면 기록이 사라져 아쉽다. 내 물건은 괜찮은데 선물한 건 특히.

1. 톡톡한 면의 질감도 모양도 마음에 드는 편한 티셔츠에 찰리 브라운 얼굴을 수놓아보았고, 결국 지난 가을겨울 최애 티셔츠로 등극했다. ^^; 

 

2. 수국과 라일락꽃을 담은 손수건. 처음엔 나도 한번 가져보겠다고 시작했으나... 고마운 친구에게 선물했다. 친구는 너무 예쁘지만 아까워서 쓸 수도 없는 물건을 왜 고생스레 만들었냐고 핀잔을 주었다. ㅎㅎ

 

3. 컵받침. 예정대로였다면 1월 초에 베트남 친구에게 놀러갈 작정이었고, 그때 친구부부에게 선물로 가져가려고 만들었다. 하지만 여행이 취소되면서 ㅠ.ㅠ 나중에 함께 가져가려던 마른 나물이며 멸치 따위와 함께 우편으로 부쳤다.  물고기는 기독교인들에게 의미 깊은 상징이라고 해서 일부러 고른 도안이다.

 

5. 너구리 브로치. 이건 인스타에도 올렸지만 그래도 귀여우니깐 한번 더 자랑. ㅋ 막내고모의 주문에 따라 나름 작품 속 너구리를 표현해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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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이 필요해

놀잇감 2018. 8. 25. 14:54


뜻밖의 누수공사로.. 아니 정확히는 사람들에 치여 마음 고생이 너무너무 심한 나날을 보내며 당연히 불면에 시달렸다. 수시로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열이 막 오르고 (어쩌면 이건 폭염 탓으로 생겨난 온열 질환의 징후일 수도 있겠으나;;) 거의 24시간 에어컨을 틀어도 심신이 계속 고달펐다.

스트레스로 바짝 긴장한 머리가 때로는 활자로 달래지는 경우도 있으나, 이번엔 도무지 책을 들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 깊은 숲속에 들어가서 소리라도 고래고래 지르고 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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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성사될 것 같았던, 오래된 동네 낡은 집들의 공동 재건축이 완전히 무산되고.... 게다가 토지 구획 문제로 소송을 한차례 겪으며 앞마당 일부를 요상한 모양으로 떼어주고 그쪽에 토지 단독 소유권을 인정하라는 판결을 받은 터라 집을 매매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이사하며 짐도 확 줄이고, 새집에서도 좀 살아보고 싶다는 로망은 좀처럼 실현되지 못할.. 그저 꿈이 되고 마는 것인지. 어휴. 한숨. 암튼... 그래도 뭔가 일을 겪을 때마다 (지인들의 부모님 말고 후배나 친구 본인의 뜬금없는 부음을 들을 때라든지) 단촐하게 살아야지,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야지 충동이 일면서 가끔 짐을 정리한다. 물론 그래도 수십년 넘게 눌러앉아 사는 집의 살림살이란 손도 대지 못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모든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노인으로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오래된 물건을 끔찍이 여기는 게 당연한 심리라는 왕비마마 덕분에, 뭘 버리기도 쉽지가 않은데 그래도 요번엔 꽤 많은 물건을 처분했다. (되다말다 했던 고물 진공청소기, 빨래걸이로 전락한 헬스 바이크, 스탠드형 나무 옷걸이, 오래된 나무 밥상, 빈 도기 화분들... 그리고 수많은 가방과 옷가지들! - 옷과 가방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다고 나머지는 대형폐기물 신고했다.)

그러고도 좁은 집이 답답하게 여겨져 책장 배치를 좀 달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여지껏 끼고 있던 원서 전공책들을 죄다 노끈으로 묶어 내다놓았고, 중고책으로 팔만한 책들을 수십여권 골라내 몇 차례에 걸쳐 알라딘에 들고가 예치금을 두둑히 마련했다. ㅎㅎㅎ

그러고도 남는 시간엔 또 충동적으로 작업실 방에서 뒷베란다로 통하는 철문과 창틀에 페인트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뭔가. 인터넷으로 폭풍검색을 좀 하다가 배송되는 시간도 기다리기가 싫어져서 후다닥 동네 페인트 가게로 달려나갔더니 하필 일요일. 두군데 다 문을 닫았더라. 그렇다면 방법은 다이소뿐. +_+

다이소에서 파는 한통에 2천원짜리 초소형(혹시 착각했나 찾아보니100ml짜리도 아니고 60ml였다 ㅠ.ㅠ) 젯소와 페인트를 두개씩 집어왔었는데, 이것은 곧 미친짓으로 판명된다. 생각보다 얼마나 페인트가 많이 필요하던지! 똑같은 걸 몇번이나 더 사다 날랐는지 원... 페인트가 살짝 연두빛이 도는 반광 '미색'이었는데 창틀과 나무색깔 창문 4개에 모두 2번씩 칠하려니 ㅠ.ㅠ 어휴... 사실 그렇게 두번씩 열심히 두껍게 칠할 필요도 없었다. 왜냐면 그 앞에 책장을 옮겨다 놓을 작정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있던 싸구려 책장 2개와 오래된 장식장을 싹 다 버리고 5단 책장 넓은 걸 2-3개 사들여 작업실을 다시 꾸미리라 마음 먹었으나... 나 혼자선 큼지막한 장식장을 내다버릴 방법이 없었다. +_+ 나사를 죄다 풀고 문짝을 다 떼어 부셔버릴까, 동생들 찬스를 써볼까 여러가지 고민을 했으나... 결정적으로 비전문가 동생 둘이 무거운 장식장을 가파른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 누굴 잡을라고...

누렇게 변색된 벽지 어쩔;;

해서 책장 사는 것도 일단 임시 보류. 책장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일단 버릴 책과 팔 책을 솎아낸 뒤, 마루와 방에 따로 놓았던 '체리목' 3단 책꽂이를 세로로 나란히 붙여놓았다. 겨울에 찬바람도 막아줄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다. 

옛날 집이라 케이블 TV나 인터넷 전용선 따위가 모두 베란다문과 창문으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찬바람이 어마어마하다. 문풍지로 최대한 막아도 한계가 있음. 

하여간... 마스킹테이프까지 붙여가며 (종이 벽지에 붙인 부분은 나중에 뗐더니 죄다 들고 일어나 허옇게 됨 ㅠ.ㅠ )이틀에 걸쳐 낑낑대고 칠한 창문과 문쪽 증거샷이다. ㅎㅎ 책장 놓기 전에 사진을 찍어놓은 게 없어서 방금 찍음 ^^; 여긴 주로 내가 번역한 책 증정본만 모아놓았기 때문에 클릭해도 사진 안 커집니당~)

하여간... 셀프 인테리어 하는 사람들 정말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알량하게 창문 4개 페인트 칠하면서 흘린 땀이 얼마며, 버린 옷이 몇벌인지! ㅋ

그런데 페인트칠을 하면 할수록 단순한 작업에 재미가 붙어, 이젠 방문짝과 벽도 페인트를 칠하면 어떨까 마음이 자꾸만 들먹들먹했다. 거의 20년쯤 전에 '연분홍색'으로 칠해놓은 방문과 욕실문이 너무도 마음에 안들었기 때문이다. 욕실 문엔 이미 아이보리색 무늬목 시트지를 사다 붙여놓은지 몇달 되었었다. 

그렇다면 이젠 방문 차례! ㅎㅎㅎ그런데 도배한 지도 워낙 오래되어 누렇게 변한 벽지가 너무 도드라져보이는 게 문제였다. 그렇다면 실험적으로 한쪽 벽면에만이라도 페인트를 칠해보리라는 밑그림이 나왔다. 

해서 완성된 것이 아래 사진 모습이다. ^^; 최대한 누런 벽지를 안보이게 사진에 담으려니 참으로 알량하군..​

양쪽 문 사이의 좁은 벽엔 원래 키재기용 스티커가 붙어있고 조카들 넷이 폭풍성장하며 달라진 키높이와 날짜가 온갖 색깔의 필기도구로 촘촘히, 매우 어지럽게 적혀있었다. 나름 소중한 그 역사를 지우는 게 찜찜했지만 ㅠㅠ 고모도 이제 헌집일망정 깨끗이 좀 살고 싶단다. 대신 녀석들의 사포 모빌 작품을 옮겨 달았으니 용서해주길...

문짝에 칠한 페인트 역시 너무 얕잡아보고선 다이소 무광 페인트 500ml짜리를 선택했다가 몇번이나 더 사러 나가야했다. ㅠ.ㅠ 2-3리터짜리 친환경페인트 한방에 주문했으면 되었을 것을... 으휴.. 암튼 이쪽 벽면을 다 하얗게 칠해 나머지 벽들이 더욱 누렇고 지저분해 보이기는 하지만 ^^; 거울까지 온통 아이보리색으로 칠한 한쪽 벽면의 변신을 보며 다음번엔 방에 셀프 도배를 해볼까, 또 페인트칠을 해볼까 고민 중이다.

다행히 7월 접어들면서 이런저런 바쁜 일(진짜 일 말고 그냥 잡다한 신경쓸 일)이 생겨 더는 셀프인테리어에 관심을 집중하지 못하게 되어 슬며시 기쁘기도 하다. 머리 쓰는 일 말고 이제 남은 평생은 단순하고 몸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좋겠다는 선망을 잠시 품었지만, 나처럼 부실한 몸으론 그것도 불가능할 거라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만큼 단순 페인트칠마저도 어찌나 고된지 폭풍 붓질을 하고나선 삭신이 다 쑤셔서 팔목과 어깨에 며칠 파스를 붙여야했다. 

혼자선 꽤나 뿌듯했는데, 집에 다니러 온 올케들에게 문칠을 자랑했더니만 손잡이 안 빼고 그냥 칠했다고 핀잔을 들었다. 아 그건 옛날에도 원래 그냥 안빼고 칠해서 어쩔 수 없었거든요! 욕실 문은 손잡이도 새로 사다 교체했는데 방문도 사실 손목 아파서 못 돌리는 경우도 있는 둥근 손잡이 말고 일자형 손잡이로 바꿀까 하는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 아직도 멀고 먼 셀프 인테리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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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퀼트?

놀잇감 2018. 5. 18. 11:15


척추협착증 수술 때문인지 엄마는 식탁 의자의 나무 등받이를 불편해해서 늘 쿠션을 대고 앉아야 한다. 근데 쿠션은 자꾸 부엌 바닥으로 떨어져 성가시고 그렇다고 리본 달린 방석을 묶어놓으니 또 보기가 싫어서 결국 어버이날 선물 겸 은방을 꽃 자수를 놓은 쿠션 등받이를 만들었다. ^^;

우선 때 안 타는 진밤색 천을 사다가 은방울꽃 자수를 놓고...​

등받이로 씌우려면 나름 튼튼해야 하므로 심지와 안감을 넣어 퀼트 비스무리하게 꿰매고...

얼렁뚱땅 솜을 넣을 겹천까지 꿰매 완성! (내가 만들었지만 어떻게 이렇게 그럴듯하게 탄생했는지 돌이켜보아도 잘 모르겠다. ㅎㅎ)

아래는 구름솜을 사다가 채워넣고 의자에 씌운 모습이다. 

엄마는 물론 매우 만족하시었고... 한참을 뜸들이다 결국 내가 앉을 의자는 쿠션솜 없이 그냥 자수 등받이로만 만들어 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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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수

놀잇감 2018. 2. 21. 22:37

새해 들어 또 다시 번역일은 개점휴업 상태다. ^^;

불안감 탓인지 책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멍하니 놀기만 하기엔 식충이스럽고... 손목은 아파도 뭔가 생산적인 노닥거림을 하는게 확실히 시끄러운 정신 가다듬기에 도움이 된다. 한땀한땀 수를 세며 샘플 사진이나 도안과 자수를 비교하고 있으면 정말로 잡생각이 들 수가 없다. 혹시라도 잡생각이 삐지고 들어온 순간 바로 틀려 풀어야하는 사태 발생! 귀찮아서 풀지 않고 개성이라 우기겠다 맘먹은 부분도 많지만, 책에 있는 도안이 아니고 인터넷을 뒤져 시도해 본 '작품'들도 이 정도면 됐지 싶어 대체로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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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자수 시작

놀잇감 2018. 1. 30. 01:00

내가 충동적으로 자수를 해볼까 생각했던 적은 전에도 몇번 있었다. 공주였던가 어느 약선밥상 밥집에서 수제 자수브로치를 팔고 있었는데, 진짜 간단한 꽃 수놓아놓고 막 만원 만오천원...(비싸다면서 결국 샀다 ㅋㅋ) +_+ 인건비를 감안해야겠지만 저 정도는 나도 할텐데! 싶었던 거다. (그러나 막상 직접 만들어보면 그냥 사는 게 차라리 싸다는 걸 절감한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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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짓 plus

놀잇감 2016. 9. 25. 09:20

또 손뜨개 가방을 만들었다. ㅠㅠ

은실로 짠 손뜨개가방을 그냥 막내고모 졸업선물로 줄까 생각했었는데... 나 못지않게 물건 오래쓰기 & 못버리기의 장인 수준이신 고모는 그거 선물하면 분명 몇년은 애용할 텐데, 은사의 특성상 내구성이 떨어져 몇번 들면 보푸라기 일고 금세 해지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대충 막 짬짬이 짠 거라 삐뚤빼뚤 완성도 면에서도 떨어지고, 특히나 안감 사기 귀찮아서 다이소에서 2천원짜리 에코백을 사다가 우글쭈글 대충 꿰매 붙였던 게 영 마음에 안들었다. 내가 드는 건 괜찮아도 선물하기엔 영 마뜩찮은 수준. 

그래서.. 새로 실을 장만해 제대로 수제핸드백을 만들어 초대전 및 졸업 기념 선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 면실을 세 가닥으로 떴더니만 생각보다 무게도 많이 나가고 실도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 신축성 없는 실을 꾸역꾸역 짧은뜨기로 촘촘히 뜨려니... 손목 인대 늘어날뻔! 째뜬 가죽 손잡이와 '핸드메이드' 가죽라벨, 엄선해서 고른 밤색 옥스포드 안감까지 마지막날엔 거의 밤을 새다시피 바느질해 작품을 완성했다. 왕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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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력 활용

놀잇감 2016. 9. 7. 23:53


막연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걸 내가 별로 못 견뎌하는 사람이란 걸 준백수 삶을 이어가며 새삼 깨달았다. 뭔가 할일이 있으면서 무작정 미뤄두고 있을 땐 그렇게도 멍하니 뒹굴대는 걸 갈망하더니만...
정작 아무것도 해야할 일이 없고 그 시간이 무한정으로 길어질 수 있다는 위기와 절망(?)이 실감되면서 ㅠ.ㅠ 가만히 있으면 되게 쓸모없는 인간처럼 생각되는 게 아닌가.  

초조해진 나는 결국 뭔가 막 생산적이고 싶어져서 손을 놀릴 일감을 만들어냈다. ㅠㅠ 밖에 나가긴 또 귀찮아서 아직도 남아있는 은실을 활용해 뭘 만들까 하다가, 코바늘뜨개 가방으로 정했스~! 

그러나 코바늘 잡자마자 다시 또 할 일이 생기는 바람에 틈틈이 조금씩 조금씩 열흘도 더 걸려 거의 2주만에 안감 넣기까지 완성. 뜨개질 하면서 블로그나 성실히 해볼까 진행과정을 꽤나 단계별로 자세히 찍었는데 그것도 다 모아놓고 보니 좀 웃기다! 대거 생략해서 첫 사진과 완성본만 공개~ ㅋㅋㅋ ^^ 튼튼하라고 짧은뜨기만 줄창 해대서 어찌나 지루하던지... 그래도 마음에 쏙 든다. 여름은 다 가버렸지만 나몰라라 가을까지 막 들고다녀야지!

째뜬 나란 인간은 맘편히 놀지도 못하는 불쌍한 인간이었다. 나에게 실망했다.

막판 반전은 이 가방을 왕비마마가 탐내셨다는 것! +_+ 크로스백이 아니면 어디 놓고 올지 몰라 안되는 노친네가 웬 숄더백을 탐내시는지... 원할 때 빌려는 드리겠다고 매몰차게 돌아서고는 속으로 좀 찔렸다. 그래서... 일주일 쯤 뒤에 그간 왕비마마의 염원이었던 '예쁜 휴대폰 가방'을 만들어드리는 것으로 퉁쳤음. ㅋ


이건 안감 넣다말고 찍은 사진...  완성본 사진은 별로 잘 안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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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찢기

투덜일기 2016. 5. 11. 21:47


<청바지 찢기>라고 제목을 딱 적자마자 <청바지 돌려입기>라는 책이 생각났다. ㅋ 친한 친구들끼리 청바지 한벌을 돌려입으며 각자 사연을 털어놓던 청소년소설이었던 듯. 물론 포스팅은 그 책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예전에 높은 신발에 맞춰 길이를 수선해놓았던지라, 낮은 운동화 아니면 단화만 신고다니는 요즘엔 통 입을 일이 없었던, '나름 고가의 브랜드 청바지'를 며칠 전 과감하게 자르고 찢었다. ^^; 머리 복잡해지면 괜한 생산성 폭발하는 건 이 업계 종사자의 돌림병이 아닐지.


외래어 남발병에 걸린 패션계에선 <디스트로이드 진>혹은 <데미지 진>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뚤려있는 청바지를 홍보하고 팔아먹던데... 어쩐지 얄딱구리하게 느껴지는 허벅지 부분에 팍팍 구멍이 난 바지를 사입겠다는 생각은 차마 한 적이 없고, 무릎 부분을 죽 시원하게 찢어서 걸을 때나 앉을 때 편해보이는 청바지에 대한 괜한 로망은 내심 갖고 있었다.  


게다가 마침 요샌 밑단을 싸박지 않고 그냥 올 풀리게 내버려둔 바지들도 막 입고 다니니 나처럼 DIY 바느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갖고 있는 청바지로 뭔가 저지르기 딱 좋다.


소심하게 1, 2센티미터씩 여러번에 걸쳐 길이를 자르며 입어보고 다시 자르기를 반복, 발목이 좀 드러나는 길이 그나마 젤 낫다고 여겨 대충 올을 푼 뒤엔 좀 더 과감해져서 앞쪽 무릎부분을 가위로 확~ 오렸다. 스판기가 있는 원단인데도 역시 무릎이 훌렁 드러나니 편하다 편해!


색깔이 진한 청바지라서 그러고도 좀 심심해보여 이번엔 '사포'를 집어들었다. 군데군데 뭔가 더 손을 봐주겠어! ㅋㅋㅋㅋ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사포질>은 안하는게 나을 뻔했다. 몹시 어설프게 상처가 나버린 청바지 어쩔;;


그래도 잠깐 집앞에 나가야한다든지 장보러 나갈 때 입어보니 묘한 해방감 같은 게 든다. 설마 이것이 혹시 파괴본능? 으음.. 그건 아닌 거 같고 알게 모르게 '단정해보이는 게 싫은' 반발심의 일종이 아닐까. 


며칠 전엔 시내에서 나보다 꽤 나이들어보이는 어떤 늘씬한 아줌마가 물 많이 빠진 흐린 색깔 청바지에 시원시원 여기저기 구멍이 많이 뚫린 청바지를 다 큰 딸과 딸과 나란히 입고 가는 걸 보았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멋지다'라고 중얼거렸음. 누가 날 보고도 '멋지다'고 생각할 리는 없겠지만 암튼 나 혼자 흐뭇하다. 새 청바지 안 사고도 새 청바지 사입은 이 느낌은 괜히 돈을 번 것 같기도 하고...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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