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에 해당되는 글 27건

  1. 2009.04.14 또 낙서질 27
  2. 2008.10.23 기분전환 17
  3. 2008.08.25 커피 메뉴 19
  4. 2008.07.13 물오른 낙서질 16
  5. 2008.02.23 바느질 15
  6. 2007.12.03 조카랑 하는 놀이 12
  7. 2007.09.20 DIY 14

또 낙서질

놀잇감 2009. 4. 14. 00:09

어젯밤 기분전환이 필요해서 또 낙서질을 했다. 당연히 낙서질 하면서는 기분이 좋았고 행복해져 자랑용 사진까지 찍었는데 지금은 벌써 그 효과가 확 떨어져 입이 댓발이나 나왔다. 종일 왕비마마와 냉전중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화가 나면 나는 아예 말을 하기가 싫고 누구와도 상종하기 싫어 혼자 있어야 침묵 속에 서서히 화가 풀린다. 화 났을 때 말을 하면 어떤 폭언을 하게 될지 나 자신도 무섭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그때 자꾸만 말을 시키면 더욱 화가 치민다는 사실을 왕비마마는 도대체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집안에 겨우 둘 뿐인데 말 안하는 게 제일 싫으시다나. 그러면 나는 갑자기 좀머씨가 된 것 같다. "그냥 날 좀 가만히 내버려두란 말이야!!"
암튼 바닥까지 떨어진 기분을 어떻게든 되살려볼 요량으로, 시방 낙서질한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도 별로 기분이 나아진 것 같진 않다. 마지막 방편은 이렇게 속좁음을 여기에라도 고백하고 민망한 자랑질을 하는 것이라 여기고 있다. 

 
Posted by 입때
,

기분전환

놀잇감 2008. 10. 23. 21:54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기분전환에 효과적인 나만의 방법들이 몇 가지 있다.

가장 쉬운 건 무작정 외출해서 아무 카페나 들어가 맛있는 커피 마시기.
작업실이 있을 땐 도망치듯 차를 몰고 그곳으로 숨어들어 싸늘하거나 푹푹찌는 매캐하고 낯선 공기와 정적 속에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시간이 참 소중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공간이 없어졌으니 뭐...
제아무리 브리카 모카포트와 내 솜씨가 뛰어나다고 해도, 집에서 마시는 커피가 허락하는 행복과 여유에는 어딘가 한계가 있다. 집이 아니라는 공간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신선함도 있거니와, 더욱이 누군가 나를 위해 정성스레 만들어준 수고가 덧붙여진다고 생각하면 커피가 더욱 그윽할 수밖에.
문제는 작업실로  도망칠 땐 무릎 나온 추리닝에 사흘째 안감은 머리나 눈꼽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자를 푹 눌러쓰거나 스카프로 칭칭 동여매면 그만이지만, 카페를 찾아 나갈 땐 아무래도 씻고 치장(?)하는 번거로움이 필수인데 몹시 귀찮아 자주 할 짓이 못돼서 그렇지 오히려 기분전환의 효과는 더 크다.
책한권 들고 나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리필해달래서 더 마시는 동안 몇 페이지라도 읽고 들어오면 마치 대단한 약속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겉치레 탐서가인 척 하는 것도 큰 묘미.

그런데, 기분전환이 필요한 순간이 하필 충동적인 외출이 여의치 못한 오밤중이라면?
그럴 땐 여지없이 인터넷쇼핑이 묘약. ^^
즐겨찾기에 들어 있는 몇몇 사이트(주로 문방구 사이트)에 들어가서 위시리스트에 물건을 마구 담았다가 장바구니까지 담은 뒤 진지한 고민을 거쳐 조용히 로그아웃 하고 나올 때가 더 많지만 ^^
그렇게 위시리스트에 담아둔 기간이 오래된 <완소> 물품들은 배송비무료 금액에 도달할 때까지 마냥 모아뒀다가 한꺼번에 사들이며 희열을 느낀다.
요번엔, 뼈다귀모양 포스트잇(포스트잇은 종류별로 사들여도 왜 끊임없이 욕심이 나는 걸까 -_-;;), 뼈다귀모양 이어폰줄 정리기(정민공주 주려고), 재생신문지로만든 연필, 연필깎이, 포스트잇처럼 쓸 수 있는 마스킹 테이프, 옷감전용 마커세트(!), 실험용 민무늬티셔츠를 장만했다.
오밤중에 쇼핑하고 나서 잠든지 얼마 안된 아침, 이내 택배배송을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을 때의 미묘한 쾌감은 아는 사람만 알리라.
웬만해선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다른 물건들(그야말로 '질러댄' 가방이나 옷)은 나중에 괜히 죄책감도 들고 없어도 될 물건이라는 생각에 떳떳하게 자랑하지 못하는 데 반해 문방구류는 상자 가득 쟁여놓고 있어도 죄책감은커녕 더욱 욕심만 늘어가니 참, 나의 문방구류 열망은 고질병이다.  

워낙 게으른데다 어쩐지 큰 낭비 같은 느낌이라, 카페 외출만큼 자주 할 수는 없지만 미용실 외출도 기분전환엔 아주 그만이다. 예전엔 워낙 소심하기도 했고(더러운 머리를 남에게 맡길 순 없다;;고 생각했음) 최대한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미용사를 만나야 나한테 어울리는 머리모양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괜한 노파심이 작용해서 벼르고 별러 머리 손질을 하러 갈 때도 일부러 미리 머리를 감고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요샌 오래 별렀든 충동적으로 결심했든 미용실에 갈 땐 그냥 꾀죄죄한 모습으로 더럽고 엉킨 머리칼이 정 민망하면 모자를 질끈 눌러쓰고 갈 수 있게 됐다.
그러고는 퍼머를 하든 그냥 머리끝만 살짝 다듬든, 샴푸실에서 느긋하게 기대앉아 다른 사람이 감겨주는 손길에 머리칼을 맡기고 있는 순간을 최대한 즐기는 거다.
사실 나는 빠져 있는 상태의 머리칼(머리에 붙어 있는 머리칼은 상관없다^^)에 대해 약간 우스운 공포감 같은 게 있어서 봄가을 환절기에 특히 머리를 감을 때 한꺼번에 와장창 빠져나온 본인의 머리칼을 보고도 섬뜩해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난 절대로 온종일 남의 머리를 감겨주며 손가락에 마구 엉겨붙는 머리칼을 견뎌야하는 미용실 보조는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특히 수채구멍에 모여있을 빠진 머리카락들을 생각하면 정말 무섭다 ㅠ.ㅠ) 그들에게 매우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머리 감겨주기>에 대한 나의 아련한 로망은 아마도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아프리카 초원 야영지에서 로버트 레드포드가 고풍스러운 주전자에 물을 담아 메릴 스트립의 머리를 뒤로 젖혀 머리를 감겨주는데 그 장면이 어찌나 로맨틱한지... @.@
(물론 가끔 엄마 머리를 감겨드리면서도 빠진 머리칼 때문에 섬뜩하고 오싹한 느낌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내쪽에서 <로맨틱한 머리 감겨주기>는 불가능하다!ㅋㅋ)
그 영화를 보았을 즈음에만 해도,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겨주는 게 그리 조심스럽거나 정성스럽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 과정을 즐긴다기 보다는 그저 송구한 마음에 주먹을 움켜쥐고 견뎌내야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미용실의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좋아지면서 머리만 감겨주는 게 아니라 나중엔 시원하게 두피마사지도 해주니, 스트레스가 잔뜩 쌓였을 때 괜히 머리를 다듬으러 가서 남의 손에 샴푸를 맡기는 게 나로선 가끔 누리는 사치이자 기분전환의 기회가 되었다.
어떤 일본 소설에서도, 주인공이 순전히 기분전환으로 머리만 감으러 미용실에 가는 내용이 있어서 몹시 공감하며 우리나라에도 가벼운 두피마사지랑 머리만 감겨주는 서비스가 도입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_+

마지막 기분전환 비법은 뭔가 꼼지락꼼지락 만들고 리폼하기.
지난번 바느질로 쿠션을 만들어 본 이후로 수건을 썩썩 잘라 숭덩숭덩 꿰매서 솜을 넣고 뭔가를 만드는 게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바람에 그간 마우스 손목받침대를 두개나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하나는 반달 모양으로 대충 꿰매 내가 쓰고 있고(책상 사진 어딘가에 선을 보였을 법도 한데;;), 하나는 곰돌이 모양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정민공주에게 주었는데 점점 뭔가 더 복잡하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나 고민하고 있다. 대단히 노동집약적인 퀼트 같은 거에 심취하면 번역은 완전 뒷전으로 나몰라라 하고 만날 바느질만 하고 앉아 있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애써 피하는 중이지만, 뭔가를 조물조물 오리고 꿰매 만드는 행위가 퍽 즐거움을 느낀다.
<수면의 과학>을 특히 좋아하며 봤던 이유도 끊임없이 예쁜 소품을 만드는 스테파니와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스테판에게 감정이입이 됐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전체에 나오는 아날로그풍의 기발한 소품들도 당연히 사랑스러웠고. 
역시 지난번에 심심하기도 하고 자전거 티셔츠도 입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손수 시도해보았으나 무식하게 네임펜과 유성매직으로 그리는 바람에 죄다 번지거나 지워지기는 했지만, 티셔츠 낙서질에 맛을 들인 나는 <패브릭전용 마커>를 오래 눈독들여왔고 얼마전 문방구쇼핑 때 전격 장만하여 앞으로 끝없는 티셔츠 낙서질에 탐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미 두번째 장난질은 성공(?)을 거두었고, 아직 빨아보진 않았지만 다림질 후엔 절대 안지워진다는 제품을 믿어보기로 했다. 
원래 티셔츠 한 장은 실험용으로 시도해보고 괜찮으면 한 장 더 그려서 선물하려고 야심만만한 계획을 세웠으며, 나름대로 도안도 고민하고 실패를 교훈삼아 얇은 티셔츠가 펜과 함께 늘어나지 않도록 천 안쪽에 테이프를 붙여 그리는 묘안도 생각해내는 등 흥미진진한 과정이었으니, 낙서질을 하는 동안 내가 얼마나 희희낙락 즐거워했을지는 실토하지 않아도 뻔한 일.
그러나 결과적으로 낙서질 티셔츠는 두장 다 내가 입기로 했다. ^^
두번째로 그린 자전거 티셔츠는 많이 미흡하지만 정말로 선물하려고 했는데 포장하려고 보니, 티셔츠 봉제 자체가 불량이라 소매 연결부위에 구멍이 있는 것이다! 젠장. 그림 그리기 전에 봤어야 교환을 해달라고 하지, 실컷 낙서하고 났으니 교환도 못하고 그냥 내가 꿰매서 입는 수밖에.

흠...
물론 그밖에도 당연히 친구들 만나 수다떨기, 조카들이랑 신나게 놀기, 전시회 가기, 여행, 고궁 거닐기... 등의 기분전환 방법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굳이 위의 방법들을 거론한 건 미리 계획하지 않아도,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인데 이렇게 시시콜콜 적다보니 역시 가장 쉽고 친근한 기분전환은 블로그질임을 깨달았다.
비록 그 효력이 이젠 찰나에 사그라드는 것 같긴 하지만, 찰나가 모여 영겁이 되듯 계속되는 블로그질로 내 기분은 두둥실 떠오르리라~.



Posted by 입때
,

커피 메뉴

식탐보고서 2008. 8. 25. 17:15

비알레띠 브리카가 생긴 뒤로는 정말로 매일 커피 만들어 마시는 재미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시절 소꿉장난을 별로 좋아하진 않은 것 같은데, 다 커서 그 묘미에 빠진 걸까.
퍽 귀찮은 과정이긴 해도 커피 한잔을 만들면 금세 온 집안에 향기로운 커피향이 가득해지니
후텁지근한 여름 습기와 불쾌지수를 잠시 잊는 데도 꽤 도움이 되었다.
물론 내가 아마추어 바리스타의 기분을 내며 흥미진진해 할 수 있는 건 겨우 한 잔까지. -_-;;
2인용(이라지만 에스프레소가 2잔 나온다는 뜻이기 때문에 보통은 한번 끓여서 커피 한 잔 만들 수 있다) 모카포트로 여러명이 마실 커피를 만들려면 매번 물을 담고 커피를 갈고 담고 쏟고 또 카푸치노 같은 경우 우유를 장만하는 과정이 더해져 총 2, 30분 걸리기 때문에 한 사람은 벌써 다 마셔가는 즈음에야 다음 커피가 배달된다.
다행히 아직은 2잔을 넘는 커피 주문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커피 만들다 약간 지치는 수준만 경험해 보았지만, 서너 잔을 줄줄이 만들어야 한다면 꽥~ 짜증을 부릴지도 모르겠다. ㅋ

째뜬 그간 순전히 블로그질을 위해 찍은 사진들을 모아 란다방 커피 메뉴를 소개한다. ;-P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에스프레소
비알레띠 브리카에 딸려온 컵의 눈금대로(선보다 5mm낮게) 물을 붓고 커피를 필터에 적당히 채워 끓이면 이런 에스프레소가 2잔 나온다.
가끔 정신이 확 깨고 싶을 때 설탕을 좀 타서 마시기는 하는데 아직 식도가 끈적해지는 느낌의 에스프레소의 진맛을 느끼지는 못하겠다. ^^
이렇게 추출된 에스프레소 두 잔을 모두 큰 잔에 붓고 끓인 물을 추가해 희석하여 '아메리카노'라고 부르며 마실 때가 더 많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카푸치노
우유를 1/3컵쯤 전자렌지에 데워서 거품기로 거품을 내야 하는데 처음엔 우유를 컵에 너무 많이 따라서 사방으로 막 튕기고 난리를 피웠다.
거품의 밀도가 중요하다는데, 난 뭐 그냥 적당히 거품을 내서 에스프레소를 담은 잔에 부은 뒤 마지막 거품을 스푼으로 떠 얹으면 부드럽고 맛있는 카푸치노가 되더군.
계피가루를 살짝 뿌려 마시면 내가 최고로 치는 콩다방 카푸치노가 부럽지 않다. 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이스 아메리카노
얼음으로 잔을 가득 채운 뒤에 에스프레소 두잔을 넣어 쓱쓱 흔들면
이렇게 된다.
헉헉대며 선풍기와 에어컨 사이에서 고민하던 올 여름, 매일 이거 한 잔으로 잠깐이나마 행복을 맛볼 수 있었던 고마운 녀석.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이스 카페라떼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우유를 조금 부으면 카페라떼가 된다. ^^*
원래 설탕은 잘 넣지 않으므로 시럽 따위는 없지만, 달달한 카페라떼를 원하는 이에겐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녹여 부어 만들면 됨.
오늘 오후에도 한 잔 마셨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커피 프라프치노?
개인적으로 별다방보다 콩다방을 많이 선호하지만 프라프치노는 역시 별다방 게 제일 맛있다고 인정하는 바인데, 까짓것 얼음 넣고 우유 넣고 드르륵 갈면 되겠지 싶어서 시도해 봤다.
커피와 우유의 양에 따라 색깔과 맛이 들쭉날쭉 매번 달라지며, 달달한 별다방 프라프치노 맛을 내려면 설탕을 '엄청'(최소한 세 스푼 이상)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수확이랄까. 연유를 넣으면 맛이 더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먹는 기쁨에 수반되는 귀찮은 설거지 과정이 가장 복잡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안 먹고 만다! ㅋㅋ

아 참..
이 모든 커피 메뉴에 필요한 도구는 브리카와 그라인더, 카푸치노 만들 때만 필요한 거품기가 전부.
귀찮아서라도 거품기는 잘 안쓰게 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로운 커피 메뉴는 아마도 더는 생겨나지 않을 듯 싶다. ㅎㅎ
Posted by 입때
,

물오른 낙서질

놀잇감 2008. 7. 13. 14:54
얼마전 습관처럼 구경다니던 문방구 사이트에서 자전거가 그려져 있는 예쁜 티셔츠를 발견했었다.
냉큼 사고 싶었지만, 요새 인터넷에서 파는 옷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옷 치수가 너무 작았다.
요즘 몸짱을 추구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몸에 딱 붙는 옷을 입는 걸 즐긴다지만, 어떻게 여름 티셔츠를 초등학교 저학년생이나 편하게 입을 만한 치수로 내놓고 <프리사이즈>라고 할 수 있는지 참 알 수가 없다.
더욱이 나는 자전거 티셔츠를 입고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인데, 헬멧 쓰고 쫄윗도리 쫄바지 차림에 자전거를 타는 이들과 달리 그저 편하고 넉넉한 티셔츠와 반바지가 더 좋은 걸 어쩌랴.

일단 자전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싶다는 욕망이 불끈 치밀자 온갖 쇼핑몰을 다 뒤지고 다니며 마음에 드는 자전거 티셔츠를 찾기에 이르렀지만, 그리 쉽진 않았다. 자전거가 그려진 티셔츠가 그리 많지도 않았지만, 그림이 마음에 들면 티셔츠 모양이 너무 드레시하거나 엄청 파여 내가 바라는 기본 티셔츠가 아니었고, 어렵사리 하나 찾아서 기뻐하며 주문을 하려면 품절이었다. +_+

결국 나의 결론은?
반쯤 미친짓이라 여기면서 갖고 있는 티셔츠에 자전거를 그리기로 했다!
처음 반했던 자전거 티셔츠가 밤색이었기 때문에 일단 갖고 있는 밤색 티셔츠에 무작정 유성 네임펜과 매직으로 자전거를 그리기 시작했다. 모델은 물론 거실에 서 있던 나의 느루. ^^*
내 솜씨론 당연히 느루의 앙증맞은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힘들었고, 처음이라 그림을 앉힌 위치도 어설퍼서 좀 웃기기는 했지만, 일단 <자전거 티셔츠>를 갖게 되었다는 기쁨은 나머지 어설픔과 민망함을 한방에 날려주었다.
과연 네임펜이 세탁을 견딜 것인가 일단 입어보기도 전에 세탁기에 돌려 확인을 해보았더니 하하하...
얇게 그린 나무와 길바닥은 절반쯤 지워졌지만, 자전거 그림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렇게 첫 자전거 티셔츠를 만든 것이 한 일주일 쯤 전.
원고 마무리 하느라고 눈이 빨개졌던 주제에 잠시 잠 쫓으려는 욕심으로 그렸던 자전거 티셔츠를 입어보니 더 욕심이 생겼다. 그러고 나서 어젯밤. 갖고 있는 네임펜 색깔도 그리 다양하지 않은데 다른 색 티셔츠에도 낙서질이 하고 싶어졌고, 이번엔 자전거 그림을 제대로 옷 중앙에 잘 앉혀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로 그린 자전거는 확실히 처음 그린 자전거보다 수평도 맞는 듯하여 뿌듯함이 밀려들었고
이왕 시작한 거 티셔츠 한 장 더 망치는 셈 치고 다른 그림도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싯적에 친구들한테 쪽지나 편지 보내면서 많이 그렸던 동그란 얼굴 그림이 떠올랐던 것.
그러나 자전거보다 훨씬 쉬울 거라고 생각했던 얼굴 그림은 그려놓고 보니 더 어설프고 별로 안 예뻤고, 손모양도 엉뚱한 곳에 그리는 바람에 기형이 되고 말았지만 집에서 입으며 즐거워하기엔 손색이 없다고 믿기로 했다. ^^; 누가 뭐래도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티셔츠의 주인이 되는 기분은 참 그럴듯하다.

어젯밤 이후 옷에 하는 낙서질에 한참 맛을 들인 터라 또 어떤 티셔츠를 망쳐볼까 자꾸 충동이 일고는 있지만,
이젠 그만해야지.

Posted by 입때
,

바느질

놀잇감 2008. 2. 23. 18:08
미쳤나보다.
밥먹는 시간 빼놓고는 계속 작업에 몰입해도 모자랄 판국에 일이 너무 너무 하기 싫어졌다.
그럴때 또 푹 잠이라도 자면 좋으련만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잠은 얄밉게도 아무때나 찾아와주진 않으며 까탈을 떤다.
그래서 새벽 다섯 시에 정신나간 여자처럼 바느질을 시작했다. ^^

옷방을 뒤져 재료를 찾고 가위질과 바느질에 힘쓴 지 3시간 뒤..
몇번이나 바늘에 찔린 손가락은 너덜거려 아팠지만
흐뭇한 마음으로 환한 아침 창밖을 내다보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무리 일이 하기 싫기로서니, 잠안자고 바느질하고 앉아 있었던 내 모습이 두고두고 우스울 것 같다.
그래도 그 노력의 결실은 꽤나 뿌듯하기에 널리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_M#]
Posted by 입때
,

열살 소녀부터 18개월된 아기까지 어느덧 조카가 넷이다.
사랑스러운 나의 조카들이 과연 언제까지 나를 따를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인기관리 차원에서 늘 온몸을 다 바쳐 놀아주는 못말리는 고모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의 조카들은 어딜 가든 이동할 때 서로 고모 차를 타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가끔 조카 셋을 앞뒤로 다 태우고 어디론가 운전해 가다보면 사고 안내는 게 나도 신기하다 ㅠ.ㅠ)
밥먹을 땐 서로 고모 옆에 앉겠다고 싸우다 울거나
왜 만날 정민이 누나만 고모 옆에 앉으냐고 항의하며 질투를 하기도 하며
우리 집에 오면 현관문을 들어선 순간 할머니한테 인사고 뭐고 없이 "고모, 놀자~~~~!"라고 외친다. -_-;;

암튼 조카들에게 더 큰 사랑을 베풀고 받기를 원하는 이 땅의 수많은 고모와 이모들을 위하여
내가 조카들과 하는 놀이들 가운데 최근에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들만 추려 전격 공개하는 바이니
널리 애용하시기를 권한다. ^^
(허나 다른 집 조카들에게도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ㅋㅋ)




 





가장 훌륭하게 완성된 윗단 맨 왼쪽의 케이크는 5살 난 지환이가 그린 그림에 내가 색만 덧칠한 것이고
나머지는 정민공주의 주문에 따라 내가 그린 것.. ;-)

_M#]
Posted by 입때
,

DIY

놀잇감 2007. 9. 20. 02:12

DIY... Do it yourself.
간단히 말해, 니가 직접 해라.
저 말 앞엔 괄호 안에 "돈 아깝거들랑", "딱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거들랑", 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착각의 늪에 빠져 우쭐해 하고 싶거들랑" 따위의 말이 생략되어 있을 게다.
어쨌든 DIY라는 슬로건은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도 꽤 유행인 듯하다.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자랑용' 블로그에는
무슨무슨 '리폼'이라는 제목이 붙은 글과 사진들이 수시로 보이고
내가 자주 가는 문방구 사이트에도 아예 DIY 코너가 생겨서 자투리 천과 재료들을 몽땅 갖춰 파는 DIY 인형이나 DIY 손지갑 같은 것도 있더라.

솜씨도 좋고 열정도 있는 나의 지인들 가운데선 정말로 목공을 배워
뚝딱뚝딱 전문가 뺨치는 커피탁자를 만들었던 이도 있고
퀼트 쪽으론 아예 전문가가 다된 이도 있으며
칼라시트 사다가 부분 벽지를 시도하더니 이젠 아예 제 방 도배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이도 있다.

나 역시 그런 이들의 열정에 덩달아 부화뇌동하여 "별로 안 어렵다"는 부추김에 덜컥 넘어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몇 가지는 시도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결과의 만족 여부를 떠나서, 노동집약적인 그 과정은 늘 나에게 희열보다 짜증과 스트레스를 안겨주었기에 마지막엔 꼭 "다시는 하나봐라"며 손을 털었던 것 같다.

양쪽집 싱크대를 갈아치우자는 나의 주장이 비용 때문에 번번이 무산되었을 때
나는 두번이나 손수 칼라시트를 사다가(처음엔 수입 칼라시트를 사는 바람에  비용도 꽤 들었었다 ㅠ.ㅠ) 싱크대를 손봤고 (명절에 다니러 온 다른 가족들은 모두들 부엌 환해졌다고 칭찬했지만 정작 나와 함께 사는 두 노친네는 바쁘다면서 사서 생고생한다고 못마땅해 하셨기 때문에 잔소리 듣기 싫어서 두분 잠든 사이에 우렁각시처럼 해치우곤 했다. 쳇)

내가 지내는 쪽의 방문 두개와 화장실 문에 페인트를 사다가 칠하기도 했으며,
(밑바탕에도 칠을 해야한다는데 DIY가 꽤 유행하기 전이어서 무식하게 그냥 페인트만 사다가 칠해서 지금도 얼룩덜룩 가관이다 ^^;;)

직장생활을 잠시 쉬며 다른 회사로 줄을 갈아타는(?) 시기에 시간이 많이 남으면
"무려" 뜨개질을 해서 옷을 만들어 입거나, 손수 스커트 길이를 줄이기도 했다. ^^V

결론은 늘 "다시는 하나봐라"였음에도 가끔 또 그런 짓을 벌이는 걸 보면
그나마 내가 늘 바쁜 인간이라 다행이지 한가하면 집에 큰일 내겠다 싶다. ㅋㅋ

이번에도 원고마감과 추석 대비 집안정리에 바쁜 와중에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두 가지를 손수 해치웠다.
하나는 부엌 식탁 앞 흰벽에 그간 요리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은 더러운 벽지가 영 마음에 안들어, 단 두 폭만 접착형 벽지를 사다가 "포인트벽지"라고 주장하며 붙인 것과
몇년째 처분할까 천갈이를 할까 고민하던 내 방 앞 2인용 소파를 나름대로 '리폼'한 것.
ㅋㅋ
소파는 옛날부터 하도 더러워 몇년 전엔가 커튼 맞추면서 덮어씌워라도 놓을 요량으로 같은 천을 좀 끊어 놓은 게 있어서(몇년 전엔 소파에 덮어씌우는 눈가림용 천도 카탈로그 홈쇼핑에서 팔았던 적이 있다!) 그걸 대충 잘라 등받이와 바닥을 씌우고 옆은 대충 접어 꿰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덮어놓은 것인데, 그나마도 후다닥 해치우느라 손가락이 좀 과장하면 너덜너덜해졌다. 큼지막한 바늘에 이불 꿰매는 실을 꿰어 뒤쪽에다 듬성듬성 천을 고정시키느라 바늘에 수도 없이 찔렸기 때문이다. ㅠ.ㅠ

암튼 식탁 앞은 딱 내가 밥먹을 때 눈에 들어오는 부분 만이라도 깔끔해져 기분이 좋고,
소파도 버리거나 전문적인 천갈이를 하기 전까지 임시로 덮어둔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조카들이 쏟아놓은 얼룩덜룩한 주스 자국이 안보여 좀 낫다.

째뜬 생각해보면
DIY는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인 듯하다.
예전엔 겨울이면 엄마가 손수 떠주신 스웨터와 조끼, 털모자, 목도리, 장갑을 걸치고
아빠가 만들어주신 썰매를 탔더랬다.
해마다 가을이면 엄마는 방문에 창호지를 새로 바르고 여름 내내 책갈피에 말려둔 꽃잎과
새로 딴 단풍잎을 미닫이문 손잡이 주변에 장식하셨다.
내가 갖게 된 최초의 책꽂이도 아빠가 널빤지를 주워다가 톱으로 잘라 못을 치고 사포로 다듬어 니스까지 칠해주신 '사제품'이었다.
내가 중고등학교때 가사 실습 시간에 뜨개질이며 바느질, 한복 만들기에 월등한 솜씨를 보이며 으쓱해 했던 이유도 어려서부터 엄마의 솜씨를 눈여겨봤던 덕분일 게다.

요즘엔 뭐든 비싸야 잘 팔리고
단지 싫증이 났다는 이유로 멀쩡한 물건을 내다 버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누군가 내다버린 물건까지 냉큼 집어다가 손보고 칠하고 덮어서 새것처럼 만들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으로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도 하나둘 늘어난다는 게
참 다행이다.

한올한올, 한뜸한뜸, 한뼘한뼘 손수 소중한 정성을 기울인 물건을 함부로 내다버릴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래서 나 역시 16년전에 첫회사 관두고 1달간 쉬던 중에 손수 뜬 니트를 절대로 못버리고
1년에 딱 한번씩이라도 남들이 욕하건 말건 계절 맞춰 입어주려고 노력한다.
다행히도 유행은 돌고 돌아서 ^^;; 요샌 복고풍이 도래하여 내가 뜬 니트와 비슷한 옷들이 이른바 '튜닉'이라는 이름으로 더러 파는 곳까지 눈에 띈다.  
지난번 아줌마 파마머리 커버 용으로 입었다던 은색 반짝이 옷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아마도 작년엔 한번도 못 입었던 듯 하니 올해는 더 쌀쌀해지기 전에 마구 입어줘야겠다.
어차피 다른 이들의 시선을 머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려면 현란한 반짝이가 최고 아니겠나. ㅋㅋㅋ


구멍 숭숭 뚤린 손가락으로 자판을 치려니 손끝이 아려서 자랑질도 어렵군.
그래도 제자랑 실컷 하고 났더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역시 사람은 어느 정도 저 잘난 맛에 살아야 삶의 아이러니를 꽤 잊을 수 있나보다.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