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해당되는 글 36건

  1. 2010.02.19 재개발 8
  2. 2008.11.07 궁궐 나들이 20
  3. 2008.07.11 뒹굴뒹굴 어슬렁 10
  4. 2008.06.24 아파트 18
  5. 2007.10.02 이층집 4
  6. 2007.04.29 한옥 열망 13

재개발

하나마나 푸념 2010. 2. 19. 15:00

지금으로부터 딱 5년전인 2005년, 내가 사는 동네에도 재개발 광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몇년 간 줄곧 재개발 얘기는 있었지만 그저 오며가며 도는 풍문일 뿐이었는데, 2005년도엔 제대로 업자가 나서서 주민회의를 개최하고 계획안을 집집마다 돌리더니 주민동의서를 받기에 이르렀다. 당시 이 동네 재개발 계획안은 그야말로 화려번쩍했다. 오래된 다가구 주택 십여채를 허는 수준이 아니라 3천 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메이저 건설사를 끌어들이겠다나. 그땐 30년 넘은 헌집에서 탈피해 새집에서도 한번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고, 재개발을 해서 아파트를 받으면 이 낡은 집을 끼고 사는 것보다는 훨씬 이익이라는 논리가 당연한 줄 알았다. 물론 우리집 같은 다가구 주택은 지분이 작아서 큰평수를 받으려면 최소한 1억쯤 돈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지금 사는 집이 두 집을 터놓은 거라 지분이 두 개니까 분담금 대신 한쪽은 내놓으면 된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기야 그때도 재테크나 부동산에 밝은 이들은 펄쩍 뛰었다. 왜 지분 하나를 내놓느냐고, 두개 다 분양 받아서 나중에 팔면 돈이 얼만데 정신 나간 소리 한다고. 어쨌거나 우린 그냥 흐흐 웃고는 일단 재개발이 되봐야 아는 거라면서, 융자가 어떻고 중도금이 어떻고 하는 조언에 귀를 닫았다.

재개발에 대한 주민동의율이 80% 넘겼다는 축하 플래카드가 동네 여기저기 나붙은 뒤 한 1, 2년은 정말이지 금세 뭔 일이라도 벌어져 당장 집 비워주고 이사를 가야하는 건 아닌가 불안할 정도였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 동네 재개발은 잠잠하기만 하다. 20층을 넘기는 고층 아파트를 지어야 업자들에게 남는 장사인데 구청 앞이라 15층까지밖에 허가가 나질 않아 메이저 건설사는 관심을 잃었다는 풍문이었고, 3천세대 규모라고 떵떵 큰소리치던 단지 규모도 형편없이 축소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재개발이 얼마나 빛좋은 개살구인지, 어디든 원주민의 입주율이 30%도 안되며 제집 갖고 편히 살던 사람들이 재개발로 쫓겨나 세입자로 전전하는 문제가 연일 신문방송에 오르내렸다. 집주인들도 대거 떨려나는 마당이니 전월세로 살던 사람들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갑자기 한꺼번에 집들을 다 부숴버리는 바람에 아예 들어가 살 집이 없어 전셋값이 폭등해 난리라고들 했다. 그러다 용산 재개발 현장에선 믿기 어려운 참극이 벌어졌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겠지만 내 머리에도 재개발은 부자들을 위한 부동산 잔치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아갔고, 5년전 재개발에 찬성 도장을 찍어준 사실이 부끄러웠다. 내가 사는 이 집은 지은지 30년이 넘었어도 목욕탕이 좀 추울 뿐 금간 데도 없고 새는 데도 없는데, 아파트는 30년 넘으면 골조가 위험수준으로 망가져 다시 지어야 한대고 심지어 새로 지어 분양받은 아파트에 물이 줄줄 새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왜 꼭 아파트가 이 나라의 평균 주거공간으로 어딜 가나 흉물스럽게 군집을 이루어야 하는지! 이미 온 나라에 지은 아파트를 가구 수대로 나눠주면 더 짓지 않아도 된다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며칠 전 지네들 마음대로 <재개발 추진위원회>를 만든 사람들이 (그나마도 파가 갈렸는지 비공인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2군데나 된다 ㅋㅋ) 우편물을 보내왔다. 일부 주민들이 구청에 제출한 <재개발 철회 청원>에 대하여 결사 대항하겠다는 취지의 편지였다. 괜스레 흐뭇해서 웃음이 나왔다. 조합 결성도 요원하고 이 추세로는 한 10년 또 말로만 재개발 운운할 판국으로 보였는데, 반대하는 이들도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니 정말로 재개발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닌가. 

사실 왕비마마의 계단 사고 이후 얼른 계단 없는 집으로 이사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잠시 집을 내놓았을 때, 재개발을 노리고 집값을 후려쳐 장사를 하려는 부동산 업자들 대신 진짜로 우리 집에 살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집을 보러 왔었다면 나도 큰 거부감 없이 집을 팔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이웃집을 샀다가 몇달만에 시세차익을 보고 집을 되판 부동산 업자가 득달같이 쫓아와서 집값을 후려치며 흥정을 붙이는데, 나는 정나미가 똑 떨어졌고 낯선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집을 내보여야 한다는 사실이 죽도록 싫어 얼마 안 가 집 안 판다고 선언하고야 말았다.

지금도 이재에 밝은 지인들은 재개발 추진이 극에 달했을 때, 즉 이 동네 집값이 최고로 올랐을 때 팔았어야 했다고 내 옆구리를 쥐어박는다. ㅠㅠ 하지만 멍청한 내 셈으로는 어차피 그 땐 다른 동네 집값도 비쌌으니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라 그 말이 잘 이해되질 않는다. 서울지역 부동산이야 늘 비슷하게 오르내리지 않나? 어차피 내가 돈놀이 하듯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하는 인간이 아닌 바에야 이 집에서 30년 가까이 살았듯 어딜 가든 또 집 한채 깔고 앉아 마냥 살아야 할 텐데... (돈 벌려고 몇년에 한번 이사 다니는 거 상상도 하기 싫다.)

아무려나 그래서 나는 재개발이고 나발이고 신경 안쓰기로 했다는 얘기다. 계단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으로의 이사 문제도 만날 이랬다 저랬다 마음이 바뀌지만, 점점 거동이 힘들어지고 있는 왕비마마의 노구를 생각하면 언제고 이사를 안할 순 없으니 미칠 노릇이긴 하다. 계단 걱정도 없고 앞으로 또 재개발 광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으면서 낡은 이 집에서 부채 없이 옮겨갈 수 있는 두 모녀의 보금자리는 과연 어딜지 아무리 둔한 머리를 두들겨도 묘안이 나오질 않는다. 나의 로망인 <안 춥게 개조한 아담한 한옥집>에서 <마당>도 누리며 살려면 로또에 당첨되거나, 한 20만부쯤 인세 대박이 나는 수밖에 없고... (둘 다 허황한 꿈인 걸 안다!) 

ㅋㅋ 그나마 당장 재개발로 살 집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되는 걸 감사해야 한다고 위로하는 의미로 쓰기 시작한 글이 결국엔 제욕심 차리겠단 결론으로 맺어지누만. 암튼 집값도 안오르는 동네에 눌러앉아 멍청하게 30년 가까이 사느라 그 흔한 아파트 한 채 못 만들고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지 못한 우리 부모님을 한심스럽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고, 나 또한 어린 마음에 그런 부모님을 못마땅히 여겼는데 막상 그런 결정을 내려야할 입장이 되고보니 핏줄 때문인지 똑같이 망설이고만 있다. 집장만 고민 같은 거 안하고 그냥 붙박이로 100년씩 한 군데서 살 수는 없을까나. 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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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나들이

놀잇감 2008. 11. 7. 01:25


원없이 한옥을 구경하고 너른 마당을 거닐고 싶다면 뭐니뭐니해도 궁궐 나들이가 최고다. 
덤으로 단풍구경에 낙엽길 산책까지 욕심을 낸다면 가을에 창덕궁을 찾으면 된다.
걷는 걸 즐기지 않는데도 이상스레 나는 궁궐 나들이가 좋다.
이젠 문화재 보호를 위해 도시락 까먹고 돌아다니는 소풍이나 사생대회가 금지됐다지만
나는 중학교 3년 내내 거의 주말마다 경복궁으로 그림을 그리러 다녔고
어른이 된 뒤엔 계절에 따라 눈부시게 변하는 창덕궁과 후원 구경 다니는 것이 낙이었다.
일제때 훼손된 건물들을 복원하느라 창덕궁엘 가보면 늘 한구석은 공사중이었고
궁궐 관련 책을 보면 제대로 다시 짓지 않아 어느 문은 길과 틀어졌고 복원되어 깔린 어느 박석은 기계로 다듬어 인공미를 펄펄 풍긴다고 개탄을 해놓았지만, 그래도 나는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인정전이며, 대조전, 이름 까먹은 건물들을 이어놓은 회랑과 난간이 아름다운 복도를 이리저리 구경다니는 게 왜 그리 뿌듯하고 좋았는지.
궁궐 마당에만 들어서면 마음이 그윽하게 차오르는 것이 흐뭇하고 뿌듯해져 아무래도 전생에 궁궐에 사는 공주였나보다고 내가 중얼거리면, 일행들은 "공주가 아니라 궁녀였겠지!"라고 퉁박을 주기 일쑤지만 암튼 나는 창덕궁에 갈 때마다 후원이 우리집 뒤뜰이었으면 좋겠다는 허무맹랑한 꿈을 꾼다. 
연두색 여린 잎과 꽃잔치가 벌어지는 봄도 예쁘고,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각기 다른 빛깔로 옷을 갈아입는 가을도 아름답지만
새하얀 눈세상이 된 호젓한 궁궐 흙길에 발자국을 찍으며 다니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겨울 창덕궁도 까무라치게 멋지다.

암튼 작년엔 한번도 가보지 못한 창덕궁에 가고 싶어서 궁궐 단풍놀이 가자고 지인들을 꼬드겨 지난 화요일에 다녀왔다.
대장금 (아직도!) 영향으로 일본관광객이 많다는 얘긴 들은 것 같은데, 요샌 나 말고도 궁궐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지 평일 오후인데도 한번에 들어가는 입장객이 엄청났다. 여나믄 명이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설명 들을 때나 오붓하고 좋지, 백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이려니 설명 듣는 건 아예 포기해야 할 정도고 사진을 찍는 것도 전각 구경도 마음에 찰 만큼 기회가 없었다. 
추억이 미화되는 경향을 감안한다 해도 올해 창덕궁 후원의 단풍은 정말 보잘것 없었고(가물어서 전국적으로 올해 단풍이 예쁘질 않다더니, 물도 들기 전에 잎이 반이상 말라붙은 모습이었다)
1년 넘게 발길을 끊은 사이 전각들의 기와를 대거 새로이 얹고 단청 또한 죄다 새로 칠해놓는 바람에 너무 새것 같아 나에겐 마냥 아쉬웠다. 지금이라도 왕족들이 사는 것처럼 갈고 닦는다면야 좋긴 하겠지만, 인정전 내부에 걸린 왜식 전등이며 커튼은 새카맣게 때가 찌들었는데 바깥 단청만 화려하게 새로 칠하면 뭣하나. 그렇다고 단청이 죄다 벗겨진 초라한 모습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모름지기 궁궐이란 수백년 세월의 무게를 적당히 간직한 모습이어야 격에 맞는 것 같다.
계속된 복원과 보호 때문인지 창덕궁은 갈 때마다 관람코스가 조금씩 달라진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최근에 복원한 낙선재를 매번 보여주더니, 치사하게 낙선재는 특별관람 코스로 나뉘었고
후원 깊숙한 곳에 있는 옥류천도 특별관람으로나 볼 수 있었다. 인터넷 예약으로 날을 잡아야 하는 특별관람은 이미 인원이 다 차고 없어 우린 결국 3천원짜리 일반관람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2년만에 찾는 창덕궁은 그래도 좋았다.


나는 궁궐에서도 화려한 단청보다 문의 꽃무늬 살대, 기와지붕 옆면의 세모난 공간('합각'이라고 한다)의 장식이며 난간 같은 게 참 좋다. 구석구석 어쩜 저렇게도 소박한 아름다움을 깃들여놓았는지...

애련지와 애련정



몇해전 가을엔 3초마다 탄성이 나올만큼 아름다웠던 후원의 단풍은 애련지 주변에서나 조금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나마도 연못 근처라 나무에 물이 올랐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했는데, 확실하진 않다.

고운 가을단풍을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후원은 그저 숲만으로도 아름답고 거기 어우러진 정자와 전각들은 보기만해도 뿌듯하다. 




창덕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바로 후원 안에 자리잡은 부용지 주변이다.
부용지에 두 발을 담그고 있는 듯한 부용정도 아름답지만, 그와 마주보며 언덕에 서있는 주합루는 어쩜 그리도 우아하면서 위풍당당한지. 원래 2층으로 지은 한옥은 1층을 '각', 2층을 '누'라고 부르기 때문에 주합루는 엄밀히 2층만을 부르는 이름이다. 1층은 정조가 세운 그 유명한 '규장각'인데, 올라가볼 순 없었지만 위쪽은 단청을 새로 하지 않아 적당히 낡고 풍파를 이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부용지를 굽어보며 서있는 주합루

단아한 부용정



옥류천과 낙선재를 보지 못해 어쩐지 아쉬웠던 우리는 창덕궁을 나서 안국동으로 걷다가 내친김에 운현궁에도 들렀다. 다채로운 단청이 없어도 한옥이 그 자체로 얼마나 우아하고 당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건물들을 실컷 구경하려니 반나절 내리 걸었어도 다리아픈 줄을 모르겠더라.
운현궁 같은 한옥에 사는 건 몇번 죽었다 깨나도 불가능하겠지만, 아무려나 이런 한옥에 산다면 매일매일 열심히 산책하며 마음을 닦을 수 있을 것만 같다. ㅠ.ㅠ

운현궁의 드넓은 마당에 둘러쳐진 저 아름다운 담장을 보라! +_+

짧은 궁궐 나들이가 아쉬워서 겨울에 눈이 내리면 같이 또 오자고 약속을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나는 조만간 자유관람이 가능하다는 목요일에 날을 잡아서 마음껏 창덕궁 후원을 쏘다녀 봐야겠다는 생각이 사진을 올리면서 더욱 강해진다.
이왕이면 궁궐지킴이 같은 걸로 후원자도 되고 자원봉사를 해서 전각 안에 들어가는 영광도 누리고 싶지만, 워낙 청소하는 걸 싫어하니 매번 망설이다 포기하게 된다. 아쉬운 대로 철철이 궁궐 나들이나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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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짜리 회복 프로젝트 풀가동중.
어제의 목표는 무작정 <뒹굴뒹굴하기>였다.
열대야 때문에 모자랐던 잠도 보충할 겸 오후 내내 뒹굴뒹굴 낮잠도 자다가 책도 보다가 TV 리모컨 놀이도 하다가 보니, 컴퓨터 앞엔 잘 앉지도 않게 되고 시끄러운 세상과는 담을 쌓는 기분이었다.
밤중에 이리저리 리모컨을 돌리다 맥주선전에 시선이 팍 꽂혀선, 냉장고에 몇달동안 방치되어 있던 코로나도 한 병 마셔주었다. 마실땐 시원하고 좋았는데, 음주를 너무 멀리했던 탓인지 30분 뒤부턴 두통에 시달렸지만... 지끈거리는 두통도 기꺼이 즐겨줄 생각이 들 만큼 마음이 기특하게도 너그러워졌음을 느꼈다.
휘휘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서 한 여름 더위를 식힐 책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보니
한옥 구경만한 게 없더라.
나의 한옥열망을 오롯이 담고 있는 소중한 책 세권. <한옥에 살어리랏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한옥>, <한옥이 돌아왔다>를 방바닥에 펼쳐놓고, 마치 한옥 대청마루에 누워있는 양 최면을 걸며 사진을 들여다보며 차게 식힌 수박을 먹는 기분을 어디에다 비할까!
아아아.. 한옥에 살고파라. ㅠ.ㅠ

오늘의 목표는 <어슬렁거리기>.
밀린 숙제 하듯 서점도 둘러봤고, 지인과 함께 맛있는 점심도 먹었고, 오래오래 별렀던 머리도 잘랐다!
꿈의 미용실을 찾아 헤매는 나의 탐색은 아직도 진행중이기에 오늘은 불쑥 생각난 곳을 찾아갔었는데
머리 손질이며, 서비스와 퍼머약의 질은 마음에 들지만, 값이 너무 비쌌다. -_-;;
그리고 헤어디자이너와 조수가 건물 입구까지(미용실은 3층인데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내려와 배웅을 해주는 엄청 부담스러운 광경을 연출하는 바람에 마지막에 점수가 몹시 깎였다. 혹시 팁을 달라는 것인가 고민스러웠지만 퍼머값이 너무 비싸서 지갑을 다시 꺼내야할 것인가 말것인가 30초쯤 고민하다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버텼다. ㅜ.ㅡ;;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인간에게, 가끔가다 맞닥뜨리는 이런 상황은 정말이지 곤혹스럽다. 그래서 내가 더 미용실 가기를 꺼려하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커트+영양+퍼머+트리트먼트>를 모두 해주는 여름 이벤트가 있다고 꼬드기길래, 거의 10개월간 버려둔 채 내가 손수 앞머리만 가위질했던 내 머리칼에 대한 보상과 예우의 차원에서 그러마고 동의는 했지만, 아마도 역사상 가장 비싼 머리손질비용이 되지 않겠나 싶다.
과연 거길 또 가게 될지... 그건 샴푸 후 내가 손질한 뒤의 머리 꼬라지에 달려있을 듯.

아 참, 그리고 어슬렁어슬렁 길거리 가게를 기웃거리다,  길거리 화원에서 꽃도 한 다발 샀다.
언제부터 꽃 사기가 나에게 그리 큰 호사가 되었는지 원, 서글프기 짝이 없지만 가끔 길바닥 양동이에 꽂힌 아이들을 한다발 달래서 들고 들어오는 기분은, 열 달 만에 머리 손질해서 만끽한 기쁨과 견주어 조금도 쳐지지 않는다. 비용대비 효과로 따지면 무려 50배가 넘는데!!
그렇다면 꽃이 일주일 간다는 전제 하에, 머리 한번 할 돈이면 오늘 사온 꽃다발 정도의 소박한 꽃을 일년 내내 꽂을 수 있다는 얘기다. +_+
게을러서 머리 손질도 잘 안하러 다니고, 그렇다고 꽃도 잘 안 사다 꽂는 인간이 되어버린 나는 뭐냐. 으휴.

역시 노는 건 즐겁다.
스스로를 호되게 혹사시키고 난 뒤끝의 휴식이라 더욱 뿌듯해서, 다음주부턴 다시 슬슬 워밍업을 해야한다고 마음 먹었는데 자꾸 일주일만 더 놀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_*
이러다 또 다음 일 스케줄에 차질이 생기는 거라니깐!
하여간 이번주엔 의도적으로 절대로 단 한자도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있는데 자꾸만 전화가 오고 책들이 날아오고 있다. -_-;;
작년에 게으름 좀 덜 부렸으면 푹푹 찌는 여름 한 달 완전히 땡땡땡 놀 여유도 있었을 텐데, 양치기 소녀 노릇도 유분수이니 배째라 나동그라질 수도 없는 일이고 담달에 헐떡거리지 않을 정도만 쉬엄쉬엄 일해야지.

에효.. 회복주간이 이제 겨우 이틀 남았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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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투덜일기 2008. 6. 24. 12:29


대체 어쩌다가 아파트가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주거공간이 되어버린 것일까?
거동 불편한 엄마 때문에 동생네 아파트에서 일주일째 얹혀 살면서 앞으론 나도 이런 공간에서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새삼 마음을 열고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도무지 애정이 생기질 않는다.
집값과는 전혀 상관없다지만 북한산을 끼고 있는 위치 때문에 동생네 아파트는 공기도 청량하고 몇 걸음만 옮기면 경치 좋은 북한산이 바라보이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있을 수도 있으며, 조경 잘 된 아파트 단지가 으레 그러하듯 솔직히 우리집보다 주변에 나무도 많다. 그뿐인가, 넓은 주차공간은 명절때마다 친척분들이 골목골목에 차 세우느라 골치거리인 우리집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쓰레기 배출 요일과 상관없이 지저분한 쓰레기를 내놓는 얌체들 때문에 골목 어귀가 지저분할 때가 많은 우리 동네와 달리 당연히 주변도 깨끗하다. 14층이나 되는 높은 곳임에도 무시무시한 계단 대신 경쾌한 안내 멘트가 나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면 그만이니 아직까지 걸음 부실한 엄마에게도, 계단 공포증 환자인 나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다. (일단 정전이나 엘리베이터 고장의 경우는 염두에서 제외하자)
그러나 이렇게 아파트의 장점을 모두 주워섬겨보아도 나의 문제는 콘크리트 괴물이 다닥다닥 모여있는 듯한 아파트 단지가 나를 옥죄는 것 같다는 폐쇄공포증을 느낌과 동시에 발가벗겨져 거리에 내던져진 느낌을 피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눈이 나쁜 편인데도 주방에 서서 설거지를 하고 있으려면 건너편 아파트 거실에서 빨래를 너는 아줌마나 장난감 말을 타고 노는 아이가 보인다. 그렇게 얼핏 들여다보이는 건너편 아파트의 살림살이는 놀랍도록 똑같다. 왼쪽 벽엔 소파가 있고, 오른쪽 벽엔 TV가 놓여 있고 그 가운데쯤엔 식탁 한 귀퉁이가 멀찍이 보인다.
수십층 빌딩에서 층층마다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일을 하고 책상에 앉아 있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회의를 하는 모습은 그리 낯설지가 않다. 절반 이상 유리로 된 건물의 건너편에서 재미있다 여기며 한참을 구경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음 편히 쉬는 공간에서도 층층이 내 위와 아래에 사람들을 이고 깔고 지내야한다는 것이 왜 이리 불편할까. 물론 여행지에서 콘도나 호텔에서라면 수십층 겹겹이 쌓인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편안하게 잠들고 깨어날 수 있었다. 왜냐고? 그곳은 <여행지>였으니까. 얼마쯤 지나면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편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 밑자락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간혹 잠자리가 설어 선잠을 자는 며칠이 이어진다 해도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동생네서 지내는 기분도 딱 여행온 느낌이다. 병원짐을 담았던 여행용 트렁크가 방 한구석에 놓여 있기 때문만은 절대로 아니다. 처음엔 여기서 지내는 불편함이 낯선 잠자리와 더부살이의 부담감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올케가 아무리 잘해주고 편히 대한다 해도, 익숙한 내 물건들이 거의 없는 공간에서 내집처럼 편할 수야 없는 법이니까. 그런데 기묘한 불편함은 잠잘 때만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고, 조카들이 모두 학교와 유치원에 가고 올케는 볼일을 보러 나가, 낙상 사고가 나기 전의 모녀가 살던 우리 집에서처럼 온종일 쿨쿨 잠만 자는 엄마와 나뿐인 상황에도 막연한 답답함과 불안감은 가시질 않았다. 물론 여행이 아니므로 여행이 주는 즐거운 설렘과 흥분 따위는 전혀 없기 때문에 이런 불편함을 견디기가 더욱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드디어 이따가 집으로 돌아간다.
계단이 소름끼치더라도 일단은 집에 가면 반갑고 편하고 숨이 잘 쉬어질 것 같다. -_-;;
어쩜 이렇게 촌스러운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기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이지 아파트란 공간은 내 마음에 차질 않는다. 계단 많은 그 집에서 이사를 나오긴 해야할 터인데, 아... 어떡하지.
고민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계단은 무섭고, 아파트는 싫고, 한옥을 장만하기엔 돈이 턱없이 모자랄 테고...
아 젠장.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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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집

추억주머니 2007. 10. 2. 02:00
정민공주를 위한 영어수업에서 이번주엔 장소를 묻는 의문문과 함께 집의 구조를 다루었는데
그러면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그림엔 외국의 흔한 주택 구조에 따라 자는 방, 화장실, 거실, 부엌, 마당 따위가 그려져 있었는데 공주는 2층에 주로 밀집된 방으로 연결되는 2층의 작은 복도 같은 공간을 도저히 이해를 못하는 거다.
그림 속의 엄마는 바로 그곳에 서서 아이들에게 "너 어딨니?"라고 묻고 있었는데!

언젠가 놀러갔던 펜션과 호텔 복도를 예로 들어 구조를 설명하려 애쓰긴 했지만
(공주는 영어공부와 상관없이 또 궁금한 건 절대로 못참는다 -_-'')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세상에나! 주변에 이층집에 사는 측근이 단 한명도 없고
내 어린시절과 달리 공주는 이층집엘 놀러가서 그 재미있고 독특한 구조를 속속들이 경험해 본 적이 전무했다!
아 물론 우리 친척들이 주로 서민적인 탓도 있겠지만
과거엔 마당 넓은 2층집에 살던 이들도 이젠 아파트나 빌라로 사는 곳을 옮겼거나
그 땅에 건물을 올려 층층마다 임대료를 챙기는 건물주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1층엔 주방과 넓은 거실, 식당 방 따위가 있고 침실은 죄다 2층으로 몰아놓은
서양식 2층집과는 구조가 좀 다르지만, 어린 시절 나의 로망이기도 했던
이층집엘 놀러가면 우선 가장 눈길을 끄는 계단과 2층 베란다, 철제 그네가 놓여있기 십상인 잔디 깔린 마당을 이제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예전에도 지금에도 대대로 이어진 넉넉한 부유함을 상징하는 평창동이나 성북동 정도에 가면 또 모를까... 아 맞다, 신도시의 단독주택 단지나 새로 뜨기 시작한다는 타운하우스를 찾으면 되긴 하겠군.

어쨌든 우리 동네에 꽤 많았던 예쁜 2층 양옥집들은 지금 죄다 빌라나 다가구주택으로 바뀌었고 초록 잔디밭이 예뻤던 공간은 자동 개폐식 차고문이 달린 주차장으로 탈바꿈했다.
땅덩어리가 워낙 좁고 집이 필요한 사람들의 수는 늘어나기 때문이겠지만,
부동산 문제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는 문득 옛날이 그리워졌다.
물론 나는 마당 넓은 2층집엘 살아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친척집이든 친구네 집이든
푸르른 잔디밭과 정원을 갖춘 2층집엘 드나들며 노는 게 정말로 좋았었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나무 계단을 조심스레 오르면 눈앞에 새로운 놀이터라도 펼쳐진 것 같았고, 금상첨화로 다락방까지 있는 집이라면 매캐한 먼지를 뒤집어쓰고서 하루종일이라도 그곳에서 놀 수 있었다.

아...
그런데 공주는 그나마 전원주택인 고모할머니나 작은 할아버지댁의 옥상 올라가는 계단 이상의 구조는 상상하기 힘들어 했던 거다.
내가 하도 마당 있는 집 타령을 해대며 아파트 혐오증을 읊어댄 탓에 공주도 아파트 보다 마당 있는 주택이 훨씬 좋은 줄 알고 있었는데, 오늘 그림 속 이층집의 방 이름들을 하나하나 되뇌며 영어단어를 익히던 공주는 우리도 방 8개짜리 이층집을 지어서 할머니랑 고모랑 같이 살면 좋겠다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을 했다.

흠... 그런데 나는 선뜻 맞장구를 쳐주지 못했다.
어린 시절에야 나도 마당 있는 2층집에 사는 것이 로망이었지만
현재의 로망은 흙냄새 맡으며 기와 얹은 한옥에 사는 것이라 말로라도 '그러자!'고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층 한옥이라면 언뜻 떠오르는 것이 경복궁 경회루밖에 없는 것을 어쩌랴. -_-;;

하지만 이 밤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정민공주네가 옛날 느낌의 예쁜 2층 양옥집에 살게 되어 혹시 나를 청한다면
주책바가지 이 고모도 다락방 한귀퉁이에서 계속 무수리로 살아줄 용의는 있을 것 같다. ^^
아담한 한옥은 까짓거 작업실로 꾸미면 되지!

돈 안드는 상상이라고 아주 마음껏 날개를 펼치는 중이다.
현실에선 아... 그저 돈이 웬수로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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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열망

삶꾸러미 2007. 4. 29. 16:08
요즘 한옥에 관한 책들이 부쩍 많이 나오고 있기도 하지만
한옥에 대한 나의 열망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경제적인 능력과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집을 하나 가질 수 있다면
나는 단연코 마당이 갖추어진 한옥을 선택할 것이다.
욕심을 부려도 된다면, 대문을 들어서자 마자 있는 안마당과 더불어
너른 뒷마당과 장독대도 있으면 좋겠고, 요즘 마당에선 잘 보기 드문 채송화, 분꽃, 맨드라미,
수국, 봉숭아를 옹기종기 심으련다.

아파트에 살아본 적도 없지만
나는 정말로 닭장 같은 아파트가 너무도 싫고, 땅에서 붕 뜬 상태로 내 머리를 누군가 밟고 쿵쿵대며 살아가는 공간에서 사는 건 비인간적인 것 같다.
내가 아파트엘 살아보지 않아 그 놀라운 편리함을  모르기 때문이라고들 비웃는 이도 있기는 하지만^^;; 제 아무리 널찍하게 떼어 지은 아파트라고 해도 어떻게든 건너편 동의 아래층 거실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는 도무지 불편하다.
타워팰리스 같은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더더욱 싫다.
만약에 그걸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몇십억 씩 돈을 주무른다 해도 나는 이왕이면
성북동이나 평창동에 있는 공기 좋고 마당 넓은 집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거창하고 웅장한 저택보다는 (관리며 청소가 얼마나 힘들까! ;-p)
4, 50평정도의 땅에 소박하게 나무로 지은 한옥이  더 좋다.
(난 역시 재테크의 ㅈ도 모르는 인간이지만 평생 그렇게 살거다 ㅋㅋㅋ)

남산 한옥마을에 떼거지로 옮겨다 놓은 한옥들을 보며
사랑채 툇마루의 난간 조각까지 화려하고 아름다운 고관대작들의 한옥도 좋았지만
중산층이나 상민들이 살던 서너 칸짜리 한옥의 소박한 아름다움도 나는 그저 좋기만 했다.

어제 만난 친구 하나도 한옥에 살고파서 병이 날 지경이라고 했다.
도심의 아파트 8층에 사는 그 친구는 창밖으로 창덕궁 숲이 보이긴 해도
언제부턴가 뭔가 근본적인 것이 부족함을 느끼며 숨이 막힌다고 했다.
흙을 밟고, 나무와 초록의 싱그러움을 들이마시고 싶다는 것.
그리고 더불어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고즈녘하게 내다보며 앞마당에 심은 소박한 꽃들을 감상하고 싶다고 했다.

그나마 우리집은 다세대 2층이라 머리 위를 밟고 다니는 이들은 없고 (내가 밟고 사는 쪽;;)
콘크리트로 뒤덮인 좁은 마당 옆으로 손바닥만한 땅에서 앵두나무, 라일락, 무궁화, 사철나무 한 그루씩이 자라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난 제대로 된 마당이 그립다.

삐그덕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노할머니가 툇마루 끝에 앉아 이제나저제나 우리를 기다렸던 외할머니댁의 한옥집은
나중에 양옥으로 거의 개조를 했어도, 따로 떨어져 있는 사랑채와 ㄴ자로 꺾인 본채가 네모난 마당을 이루고 있는 구조를 얼마 전까지도 그대로 유지했더랬다.
할머니들은 우리가 좁은 툇마루를 뛰어다니며 놀면, 떨어질까봐 질색을 하셨지만 나와 동생들은 댓돌에 올라가 신을 벗고 툇마루로 올라가는 구조의 할머니댁이 놀이터처럼 재미있었다.
뒤뜰엔 시원한 우물도 있고, 예쁜 꽃들이 사시사철 피어나 숨바꼭질하기에도 그만이었는데 우리가 많이 커서 숨바꼭질 놀이에 시들해질 때쯤, 할머니댁의 뒷마당에도 4층짜리 건물을 올리고 층층이 세를 주게 됐던 것 같다.

워낙 이사를 많이 다녀 어렸을 적에 우리가 살던 집은 여러번 바뀌었지만
그 가운데 유독 기억이 남는 집은 대문 바로 앞에 커다란 미루나무가 있어서
이웃에서도 미루나무집이라고 부르던 마당 넓은 집이었다.
거기선 꽤 여러해 살기도 했지만, 엄마가 마당에 동그랗게 화단을 가꾸고 여러가지 꽃도 심어 봄부터 가을까지 꽃잔치가 벌어졌고, 함께 심은 조롱박이 지붕위까지 덩굴을 타고 자라는 바람에 나는 내심 흥부네집 같다고 몹시 흐뭇해 하며 가을에 조롱박을 따서 삶고 말린 뒤엔 친구들에게 선심쓰듯 나누어주기도 했더랬다.  

한옥에 대한 나의 열망은 이렇듯 마당 때문에 시작되었지만
못 하나 쓰지 않고 절묘하게 나무를 짜맞춰 올리는 한옥 건축의 묘미를 어설프게나마 알게된 뒤론 더더욱 한옥에 살고싶어졌다.

새집을 짓고 나서도 시멘트와 각종 접착제에서 뿜어내는 유해물질 때문에 새집 증후군이란 걸 앓아야하는 양옥이나 아파트와 달리, 좋은 나무를 엮어 만든 한옥에선 새집때부터 나무 냄새가 나지 않겠나.
게다가 어렸을 때 가을마다 창호지를 새로 붙일 때면 봄부터 책사이에 넣어 말려 놓았던 꽃잎이며 단풍잎을 곱게 배열해 문과 창문 손잡이 근처를 장식했던 우리 엄마의 미적감각도 따라해 보고 싶다.

물론 이런 나의 열망은 현실적인 능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ㅋㅋ
북촌 한옥마을에 가끔 매물로 나오는 집을 사서 개조를 하려면 거의 어마어마한 액수의 비용이 들어간대고, 그나마도 요즘 한옥이 붐이라 좀처럼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데 내가 언감생심 언제나 한옥을 장만해보겠나;;

그치만...
어떻게든 몇칸 안되는 한옥이라도 지을 수 있을만한 작은 땅 몇평 장만할 수 있고 (문제는 내가 도시지향적인 인간이라 그 땅이 서울 인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ㅋㅋ) 거기에 한옥 짓는 대목들을 불러들여(아 물론, 개조라도 상관없다!^^;;) 집을 지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하며 살아보리라.

어제 내내 친구랑 한옥 타령하다가 성북동에 있는 상허 이태준의 고택을 개조한
수연산방이라는 찻집에 다녀오고 나니 더더욱 한옥병이 도졌다. 에효...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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