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짜리 회복 프로젝트 풀가동중.
어제의 목표는 무작정 <뒹굴뒹굴하기>였다.
열대야 때문에 모자랐던 잠도 보충할 겸 오후 내내 뒹굴뒹굴 낮잠도 자다가 책도 보다가 TV 리모컨 놀이도 하다가 보니, 컴퓨터 앞엔 잘 앉지도 않게 되고 시끄러운 세상과는 담을 쌓는 기분이었다.
밤중에 이리저리 리모컨을 돌리다 맥주선전에 시선이 팍 꽂혀선, 냉장고에 몇달동안 방치되어 있던 코로나도 한 병 마셔주었다. 마실땐 시원하고 좋았는데, 음주를 너무 멀리했던 탓인지 30분 뒤부턴 두통에 시달렸지만... 지끈거리는 두통도 기꺼이 즐겨줄 생각이 들 만큼 마음이 기특하게도 너그러워졌음을 느꼈다.
휘휘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서 한 여름 더위를 식힐 책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보니
한옥 구경만한 게 없더라.
나의 한옥열망을 오롯이 담고 있는 소중한 책 세권. <한옥에 살어리랏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한옥>, <한옥이 돌아왔다>를 방바닥에 펼쳐놓고, 마치 한옥 대청마루에 누워있는 양 최면을 걸며 사진을 들여다보며 차게 식힌 수박을 먹는 기분을 어디에다 비할까!
아아아.. 한옥에 살고파라. ㅠ.ㅠ

오늘의 목표는 <어슬렁거리기>.
밀린 숙제 하듯 서점도 둘러봤고, 지인과 함께 맛있는 점심도 먹었고, 오래오래 별렀던 머리도 잘랐다!
꿈의 미용실을 찾아 헤매는 나의 탐색은 아직도 진행중이기에 오늘은 불쑥 생각난 곳을 찾아갔었는데
머리 손질이며, 서비스와 퍼머약의 질은 마음에 들지만, 값이 너무 비쌌다. -_-;;
그리고 헤어디자이너와 조수가 건물 입구까지(미용실은 3층인데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내려와 배웅을 해주는 엄청 부담스러운 광경을 연출하는 바람에 마지막에 점수가 몹시 깎였다. 혹시 팁을 달라는 것인가 고민스러웠지만 퍼머값이 너무 비싸서 지갑을 다시 꺼내야할 것인가 말것인가 30초쯤 고민하다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버텼다. ㅜ.ㅡ;;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인간에게, 가끔가다 맞닥뜨리는 이런 상황은 정말이지 곤혹스럽다. 그래서 내가 더 미용실 가기를 꺼려하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커트+영양+퍼머+트리트먼트>를 모두 해주는 여름 이벤트가 있다고 꼬드기길래, 거의 10개월간 버려둔 채 내가 손수 앞머리만 가위질했던 내 머리칼에 대한 보상과 예우의 차원에서 그러마고 동의는 했지만, 아마도 역사상 가장 비싼 머리손질비용이 되지 않겠나 싶다.
과연 거길 또 가게 될지... 그건 샴푸 후 내가 손질한 뒤의 머리 꼬라지에 달려있을 듯.

아 참, 그리고 어슬렁어슬렁 길거리 가게를 기웃거리다,  길거리 화원에서 꽃도 한 다발 샀다.
언제부터 꽃 사기가 나에게 그리 큰 호사가 되었는지 원, 서글프기 짝이 없지만 가끔 길바닥 양동이에 꽂힌 아이들을 한다발 달래서 들고 들어오는 기분은, 열 달 만에 머리 손질해서 만끽한 기쁨과 견주어 조금도 쳐지지 않는다. 비용대비 효과로 따지면 무려 50배가 넘는데!!
그렇다면 꽃이 일주일 간다는 전제 하에, 머리 한번 할 돈이면 오늘 사온 꽃다발 정도의 소박한 꽃을 일년 내내 꽂을 수 있다는 얘기다. +_+
게을러서 머리 손질도 잘 안하러 다니고, 그렇다고 꽃도 잘 안 사다 꽂는 인간이 되어버린 나는 뭐냐. 으휴.

역시 노는 건 즐겁다.
스스로를 호되게 혹사시키고 난 뒤끝의 휴식이라 더욱 뿌듯해서, 다음주부턴 다시 슬슬 워밍업을 해야한다고 마음 먹었는데 자꾸 일주일만 더 놀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_*
이러다 또 다음 일 스케줄에 차질이 생기는 거라니깐!
하여간 이번주엔 의도적으로 절대로 단 한자도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있는데 자꾸만 전화가 오고 책들이 날아오고 있다. -_-;;
작년에 게으름 좀 덜 부렸으면 푹푹 찌는 여름 한 달 완전히 땡땡땡 놀 여유도 있었을 텐데, 양치기 소녀 노릇도 유분수이니 배째라 나동그라질 수도 없는 일이고 담달에 헐떡거리지 않을 정도만 쉬엄쉬엄 일해야지.

에효.. 회복주간이 이제 겨우 이틀 남았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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