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본 첫 그림전시는 뜻밖에도 신윤복과 정선 그림이었다. 2017년 마지막 본 전시가 고궁박물관 희정당 벽화 총석정 그림이더라니.. ㅎㅎ 뭔가 절묘한 인연의 연장선? 

동대문 DDP에서 몇년전부터 계속 간송미술관의 수장고에 첩첩이 쌓여있던 미술품들을 교체전시하고 있는데, 혜원의 전신첩과 정선 그림을 야금야금 나눠 보여주는 바람에 꽤 여러번 갔었지만, 요번처럼 혜원 전신첩을 대거 한꺼번에 구경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영하 18도 예보가 있던 날 하필 이 전시를 보러 가자고 그랬을 때는 에이... 이왕 혹한을 떨치고 나간 거, 바로 직전 포스팅에 적어두었던 기대전시 중 하나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없진 않았으나, 막상 가서 보니 그저 좋았다. 

혜원과 겸재의 그림만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옛 그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지털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역시나 나의 편견으로 괜히 꽁해가지고는 나는 원본이 좋더라, 특히나 디지털로 되살린 현대 미술품 나는 원래 안 좋아해! 라며 궁시렁거렸었는데 ㅋㅋ 그 또한 막상 보니 좋았고 으아~ 감탄한 작품도 있었다. 아이고 민망하여라. 앞으로는 '나는 원래 어쩌고 저쩌고...' 이런 말 함부로 안하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한번 했다. 절대고, 원래고,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사람이 좀 변하기도 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지 말이야...  간송도 요즘 트렌드에 어쩔 수 없이 기개를 꺾었는지, 휴대폰으로 플래시 안 터뜨리면 원본 사진도 찍게 해주더라. 물론 작품 보호를 위해 조명을 하도 컴컴하게 해놔서 잘 나오지는 않지만서도..

해서.. 원본 대신 입구에 진열된 혜원 전신첩 설명을 찍어왔다. 어차피 그림 제목도 혜원이 정한 게 아니라 후대 사람들이 편의상 붙인 것인데, 그 아래 요즘 유행하는 언어로 붙여놓은 태그 글귀들도 기발하고 재미났다. #BGM빵빵 #알콜뽀샵 #사대부스웩.. 막 이래! ㅋ

2018년 5월까지 넉넉하게 계속 전시한대고, 입장료는 입장료는 10,000원이다. 


혜원전신첩이 총 30점인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ㅎㅎ


혜원 전신첩에서 특히 유명한 <단오풍정> <쌍검대무> 같은 그림 속 의상을 고급지게 만들어 마네킹에 입혀 전시해놓았는데.. 사진으로 보니 좀 섬뜩하지만 ㅋㅋ 실제로 볼 땐 캬... 한복이며 옷감 예쁘다고 그 앞에서 침을 흘렸다. 

신윤복의 그림 속 주인공들을 모두 모아 한편의 애니메이션처럼(고흐의 작품들로 만든 <러빙 벤센트>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이야기를 꾸몄고, 쌍검대무의 무희들은 특별히 따로 춤추는 장면이 나타났다. 혜원 전신첩 중에서 <쌍검대무>를 특히 좋아하는 편이고 그림에서 바람이 슝슝 나오는 것 같다고 늘 생각했었는데 그 느낌을 동영상으로 보니 또 나름 좋더라. 

단점이라면... 영상 화면이 나오는 벽이 너무 길어서 한눈에 볼 수가 없다는 아쉬움이;; ㅠ.ㅠ 당연히 내 실력 탓이지만 동영상도 잘 담아내지 못했다. (그나저나 나 여기 동영상 직접 올리는 건 처음인가 보다! 이런 기능 있는줄 왜 몰랐지? ㅋ)


겸재 정선은 서른여섯 살엔가 처음 근처 현감으로 부임한 친구 이병연의 초청으로 금강산 구경을 하고는 그때부터 70대가 될 때까지 여러번 금강산 그림을 그렸는데, 연도별로 점점 더 호방하고 세련되게 숙련된 필치로 발전해나가는 그림체의 느낌이 확연히 보인다. 초심자땐 누구나 그저 눈에 보이는대로만, 원본에 집착하게 되는데 나중에 노련해지면 최선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느라 생략의 묘미도 막 부리고 그런 거지...

암튼 금강산 그림들이 담긴 겸재의 전신첩도 멋드러졌으나 사진엔 그 맛이 하나도 담기지 않아 죄다 삭제해버렸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한 점 선보이자면...

<해악전신첩>에 든 '내금강산도'일 거다


이 금강산 봉우리 사이사이에 현대적인 도시를 접목시켜 반짝반짝 빛을 내는 디지털 작품은 이런 느낌이다.

위 그림에선 케이블카가 지나가고, 아래 그림에선 잘 찾아보면 남산타워, 에펠타워도 있으며 9분인가 7분인가 작품이 상영되는 동안 불꽃놀이도 벌어지고 그런다. 

금강산의 4계절의 변화 모습도 있던데 그건 좀 너무 속도가 드려서 답답한 느낌이라 빨리감기 버튼이 어디 있으면 막 누르고 싶었었다. ㅎㅎ

금강산 <총석정>은 금강산 앞바다에 있는 주상절리 '총석' 꼭대기에 세워진 정자 이름이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너무도 궁금한 총석정 그림을 희정당 벽화로도 보고 겸재 그림으로도 보고... 평창 올림픽엔 북한 선수들이 오고... 언젠가는 정말 금강산 총석정 구경을 나도 할 수 있을까? ㅎ 

둘의 느낌이 비슷한가? ^^;; 


아래는 맨 마지막 전시실 디지털 작품인데... 기다란 벽 화면에 화려한 꽃들과 풍경이 눈부시게 연이어 펼쳐진다. 한참을 구경하며 핸드폰으로 찍으려고 이리저리 애를 써도 색감이 죄다 날아가버려 포기하고 아쉬워하며 뒤를 돌았더니 뒤쪽 거울에 비친 화면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였다. 옳타구나 찍어오긴 했는데 이제보니 내 실루엣을 확 오려버리고 싶다. +_+


말도 안되는 혹한에 며칠째 두문불출하다 게으름 떨치고 나간 외출이라 특히 보람있고 좋았다. 이날 동대문에 간 바람에 드디어 자수실과 브로치 재료도 사왔다. (곧 자수 포스팅이 이어진다는 예고다. 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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