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왜 또...

투덜일기 2019. 4. 4. 17:11

4월을 맞아 '진짜로' 열심히 일에 매진해야겠다고 결심한 주제에 난 굳이 왜 또 거의 휴면중인 블로그를 기웃대고 있을까나. 

휴대폰 중독자란 걸 인정한다.  IOS 업데이트 이후로 일주일마다 평균 내가 휴대폰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전주 대비 얼마나 시간이 늘고 줄었는지 통계가 턱 나오는데 그때마다 찔린다. 와.. 진짜 하루에 휴대폰을 너무 많이 들여다보는 거 아니니. 민망해서 차마 그 시간까지 고백은 못하겠다.

암튼 일하기 싫어서, 심심해서, 아님 그냥 습관적으로 SNS를 종류별로 순례하고 뉴스를 읽고 음악을 고르고... 그러면서 간간이 들어온 쪽일은 뒷전이라 컴퓨터 앞에 오래 진득이 잘 앉지 않았다. 영화 일은 아무래도 짧은 기간 '빡세게' 몰아붙여야하는 작업이고 거의 매번 시간이 쫓겨 일주일 넘게 컴퓨터 앞에 앉더라도 딴짓을 할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갑자기 원인 모를 다리 통증으로 고생한 이후로는 한 자세로 두어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통점이 여실히 느껴지므로 불안해서 얼른 일어나 다른 짓을 하기도 했다.  그 다른 짓이란 물론 벌렁 매트리스에 드러누워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또 여기저기 기웃거리거나.

그러다 정신차리고 보니 올해도 1/4분기가 다 지나버렸다. 어머나! 언제!? 2019년을 병원에서 맞았고 1, 2월은 거의 내리 누워있던 관계로 올해는 이상하게 시간감각이 잘 탑재되질 않는다. 대체 언제 3월이 왔던 거고, 어느 틈에 지나간 거지? 게다가 4월인데 날씨는 또 왜 아직 이리 춥냐고! 겨울 코트를 자랑스럽게 입어도 추운 건 정말 반칙인데, 그래도 집앞 살구나무는 엊그제 다 피어버렸고, 벚나무도 10분의 1쯤 꽃을 피우며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 그걸 보며 4월도 눈깜짝할 새 후딱 다 지나가버릴까 싶어 조바심이 나는데... 번역해야 할 원서에 챕터별로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하루 일할 분량까지 다 나눠 놓았는데... ㅋ 가속도 붙일 생각은 안 하고 요번엔 초인적 작업력을 주실 '그분'이 언제 강림하시나 그 기대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 블로그나 되살리고 말이지... 으휴. 시답잖은 블로그 포스팅 하나 할래도 시간이 한참 걸리는데 이짓에 뛰어든 걸 보면, 그나마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도 다시 통증이 나타날까봐 전전긍긍 두려워하는 시기가 지났기 때문일 거라고 위안을 삼기로 했다.  어쩌면 하도 게을리 해서 바닥 수준으로 떨어져버린 우리말 어휘력과 문장력을 미리 블로그로 슬슬 더 닦아 보려는 술수일 수도 있겠고. ^^; 해서 작년에 비공개로 야금야금 사진 위주로 올렸던 포스팅도 정리해 공개로 돌렸다. 앞으론 슬슬 심심해질 때마다 휴대폰과 씨름하는 대신 블로그에 허튼 글이라도 좀 쌓아볼까 하고. 하도 게을러서 나도 나를 못믿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로' 뭔가 결심을 적어두면 말과 글의 힘에 기대에 뭐든 좀 지키려는 노력을 하게 되더라.  휴대폰으로 요즘 뉴스와 댓글 보며 분노 폭발하는 것보단 낫겠지 싶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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