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18.05.18 자수+퀼트?
  2. 2016.09.25 미친 짓 plus 6
  3. 2015.08.07 인형놀이 2
  4. 2014.12.22 새 부엌 12
  5. 2013.01.11 2012년 나의 BEST 14
  6. 2011.12.17 이문세 콘서트 14
  7. 2011.08.29 팝업북 자랑 16
  8. 2011.07.13 선물이~ 왔어요 14
  9. 2010.08.12 조카들 선물 14
  10. 2010.05.26 친구와 쟁반과 엄마 14

자수+퀼트?

놀잇감 2018. 5. 18. 11:15


척추협착증 수술 때문인지 엄마는 식탁 의자의 나무 등받이를 불편해해서 늘 쿠션을 대고 앉아야 한다. 근데 쿠션은 자꾸 부엌 바닥으로 떨어져 성가시고 그렇다고 리본 달린 방석을 묶어놓으니 또 보기가 싫어서 결국 어버이날 선물 겸 은방을 꽃 자수를 놓은 쿠션 등받이를 만들었다. ^^;

우선 때 안 타는 진밤색 천을 사다가 은방울꽃 자수를 놓고...​

등받이로 씌우려면 나름 튼튼해야 하므로 심지와 안감을 넣어 퀼트 비스무리하게 꿰매고...

얼렁뚱땅 솜을 넣을 겹천까지 꿰매 완성! (내가 만들었지만 어떻게 이렇게 그럴듯하게 탄생했는지 돌이켜보아도 잘 모르겠다. ㅎㅎ)

아래는 구름솜을 사다가 채워넣고 의자에 씌운 모습이다. 

엄마는 물론 매우 만족하시었고... 한참을 뜸들이다 결국 내가 앉을 의자는 쿠션솜 없이 그냥 자수 등받이로만 만들어 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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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짓 plus

놀잇감 2016. 9. 25. 09:20

또 손뜨개 가방을 만들었다. ㅠㅠ

은실로 짠 손뜨개가방을 그냥 막내고모 졸업선물로 줄까 생각했었는데... 나 못지않게 물건 오래쓰기 & 못버리기의 장인 수준이신 고모는 그거 선물하면 분명 몇년은 애용할 텐데, 은사의 특성상 내구성이 떨어져 몇번 들면 보푸라기 일고 금세 해지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대충 막 짬짬이 짠 거라 삐뚤빼뚤 완성도 면에서도 떨어지고, 특히나 안감 사기 귀찮아서 다이소에서 2천원짜리 에코백을 사다가 우글쭈글 대충 꿰매 붙였던 게 영 마음에 안들었다. 내가 드는 건 괜찮아도 선물하기엔 영 마뜩찮은 수준. 

그래서.. 새로 실을 장만해 제대로 수제핸드백을 만들어 초대전 및 졸업 기념 선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 면실을 세 가닥으로 떴더니만 생각보다 무게도 많이 나가고 실도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 신축성 없는 실을 꾸역꾸역 짧은뜨기로 촘촘히 뜨려니... 손목 인대 늘어날뻔! 째뜬 가죽 손잡이와 '핸드메이드' 가죽라벨, 엄선해서 고른 밤색 옥스포드 안감까지 마지막날엔 거의 밤을 새다시피 바느질해 작품을 완성했다. 왕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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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놀이

놀잇감 2015. 8. 7. 00:53

이번엔 그럼 또 기분전환 용 포스팅이나 한번 해볼까나. ㅎㅎ 

플레이모빌 사들이기도, 레고 미니 피규어 시리즈별로 사들이는 것도 주춤했다. 좁아터진 집에 더는 수용할 데도 없고... 조카 넷 중에 고딩 하나 빼고, 초딩 셋이 다 나랑 장난감 갖고 놀기를 즐기던 것도 벌써 과거의 일. 올해 들어 중1, 초6이 된 머리 굵은 녀석들은 아직도 장난감 놀이를 하는 고모를 좀 유치하다고 비웃기 시작했다. ㅠ.ㅠ 그나마 열살짜리 막내가 아직도 어린이날과 생일에 레고 시리즈를 다 갖고 싶어서 몸살을 내는 지경이라, 간간이 둘만 몰래몰래(?) 지퍼백에 담아 치워놓았던 레고 피규어와 플레이모빌을 꺼내서 논다. 

그런데 두둥... 블로그 이웃 나무샘께서 인형놀이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심지어 인형 옷을 만들어 판매까지 하셨다고... ㅋㅋ 그러더니 씐나게도 내게도 선물이 날아왔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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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부엌

투덜일기 2014. 12. 22. 10:45

오래된 싱크대의 수납장 문이 잘 안닫히기 시작한 건 오래 되었고 얼마 전엔 덜컥 수도꼭지, 아니 물 나오는 부분의 길쭉한 철제 호스 같은 게 부러졌다. 이리저리 꺾어서 각도 조절할 수 있는 모양이었는데... 안에 든 플라스틱까지 끊어진 건 아니므로 물이 나오는 데 지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철제 호스가 꺾여 덜렁거리니 설거지를 하려면 뭔가를 기대어 놓거나 왼손으로 잡고 한손으로만 그릇을 헹구어야하는 사태. 


그 수도꼭지도 몇년 전 언젠가 막내동생이 사다가 직접 달아준 거였는데, 아니 무슨 수도꼭지가 10년도 안 쓰고 고장이 나나 그래... 아무튼 노상 야근에 주말 출근도 불사하는 불쌍한 동생을 또 불러댈 순 없는 일이고 철물점 같은 데 가서 수도꼭지 사고 웃돈을 얹어 출장수리를 해달라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비용도 따지면 총 10만원 가까이 들겠더라.


요즘 유행하는 쿡탑 렌지를 비롯해 싱크대를 싹 바꾸고 싶은 마음은 수년째 품고 있었지만 그러다 집이 전격 팔리면 어쩌나 아까비.. 하는 마음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나무 상판이 남아있는 한쪽 싱크대가 물에 쩔어 막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고 문은 하나같이 제대로 안 닫히는 데도 강제로 욱여 닫아가며 살아왔었다. 아우 새삼 청승맞기도 하여라.


덜렁거리는 수도꼭지와 연일 씨름을 하며 드디어 부엌을 싹 갈아엎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혹시 아나, 머피의 법칙이라고 부엌 싱크대 갈자마자 집 팔려서 속쓰려하는 일이 생길지. 엄동설한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 불운/행운이 작용하여 아무도 보러오는 사람 없는 집이 팔린다면 수리비 아까워할 게 아니라 좋아서 팔짝팔짝 뛸 일이다. (집이 하도 낡아 누가 이사오려면 벽부터 완전 개조가 필요한 집이라서 아마 부엌도 다시 뜯어야할 테니 하는 말이다;; ) 하여 결심은 섰으나 우유부단 추진력 제로인 게으름뱅이는 또 동네 주방가구점에 견적을 받으러 가야하는데, 가야하는데... 그러고만 있었다.


헌데 두둥~ 한 열흘 전 한밤중에 괜히 TV 리모컨놀이를 하다가 홈쇼핑에서 부엌 개조 상품 발견! <무이자 12개월 할부>에 특정 카드는 청구 할인, 일시불이면 또 할인... @.,@ 어떤 색깔로 할지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이 그냥 죄다 세트 상품이었다. 이거다 싶어서 얼른 줄자를 들고 부엌으로 달려가 대강 칫수를 재고는 주문 완료!


그러고는 속으로 마구 빌었다. 제발 크리스마스 이브(마침 울 할아버지 19주기 제삿날이다) 이전까지 설치 가능하게 해주세요... 아니면 망함...  설마 일주일이면 되겠지... 아 몰라... 설마.. 간만에 나한테 주는 거한 크리스마스 선물인데... 그랬다.


다행히 바로 다음날 주방가구 직원이 실사를 나와서 다시 직접 치수를 재고 사진을 찍더니 일주일 뒤 설치를 약속했다. 휴우... 게다가 진짜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면 철거와 시공이 다 된다네. 좋은 세상이닷. 감사하여라. 유럽이나 미국에선 수도꼭지 하나 바꿀라고 주문해도 최소 열흘은 걸린다던데 빨리빨리 대한민국 역시 최고. -_-; 


해서 오늘 드디어 대망의 부엌공사가 진행중이다. 어젯밤 우렁각시처럼 살금살금 온갖 그릇들을 치워 싱크대를 비우고, 식탁도 번쩍 들어 옮기고 타일공사 대신 내가 붙여야지 마음 먹었던 시트지 붙이기도 일부 먼저 해놓느라 이미 삭신이 다 쑤신데, 저쪽에선 드르륵 드르륵 공사를 하건말건 난 내방에서 일이나 하겠노라 맘먹은 건 그저 작심일 뿐 귓바퀴는 깔대기처럼 자꾸만 저쪽 집으로 쏠리고, 2층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발소리에 아무데도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차 한 잔 드시겠어요, 그러면서 싹싹한 아줌마 코스프레나 하는 수밖에... 철거팀은 한시간 반만에 벌써 후딱 오래된 싱크대를 해체하고 간략한 수도공사까지 마친 뒤 철수했고, 어느 틈에 설치팀이 와 거실쪽을 비닐로 완전 차단막을 쳐놓고 조립 작업중이다. 놀라운 분업의 세계. 과연 이따 저녁땐 어떤 부엌이 나를 맞이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뭐 그래봤자 누렇게 된 벽지를 배경으로 새하얀 씽크대가 심히 튀기밖에 더하겠냐마는... 째뜬 나도 드디어 새 부엌을 갖게 되었다.  이사나 가야 가능할 줄 알았던 일인데. 감개무량하다고 해야하나 그간 불편을 외면했던 내가 미련했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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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나의 BEST

놀잇감 2013. 1. 11. 03:31

2006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한 뒤로 처음 몇해는 정리할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이젠 한해를 정리하는 포스팅을 하지 않으면 깔끔하게 일년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 같은 미진한 느낌이 들 지경이다. 우선은 여기 적어두고 돌아보며 홀로 흐뭇해하려는 목적이 크다 해도, 이웃들의 베스트 목록과 비교해보는 쏠쏠한 묘미 또한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말부터 어서 해야지 해야지 마음먹고 시작은 했으되 새해 들어 열흘이 넘도록 또 차일피일 마무리를 미루고만 있는 건 곤란하다. 덜 망설이고 덜 미루겠다는 새해결심을 했으면 한달은 좀 지켜야하지 않겠니, 하는 마음도 있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나의 2012년은 너무도 성취한 것 없이 허송세월만 한 해로 남을 것 같아 두렵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내 소식이 궁금하면 인터넷 서점에 내 이름을 쳐 근황을 확인한다는 이들이 더러 있는데 작년엔 내내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요새 일 안해요? 새로 나온 책이 없네... 그들의 물음에 대답하기가 나도 부끄러웠다. 2012년엔 정말로 내 이름을 옮긴이로 달고 나온 책이 딱 '한권' 출간되었다. 출판불황을 탓하기엔 나의 나태함이 제공한 이유가 너무도 커서 얼굴이 뜨거울 지경이다. 1년에 번역 한권 하고도 거뜬히 먹고 살만한 수입이 되는 처지도 아니면서 이 무슨 행태인지! -_-;

 

어쨌거나 2012년 한해 내내 이런 게 최고로 좋았다는 시답잖은 목록이라도 뽑아 놓고 지난 삶의 의미를 찾아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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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 콘서트

놀잇감 2011. 12. 17. 02:27

그제 오후에 사촌동생이 난데없이 전화해서 물었다. 누나, 이따 저녁때 시간 되면 공연보러 갈래요? 제 아내와 가려고 몇달 전에 예매해 놓은 공연인데, 홀로 천방지축 아들 보기에 지쳐 친정에 내려간 터라 같이 갈 수 없게 됐단다. 이게 웬떡이냐 얼른 쫓아간 게 이문세 콘서트였다. 이문세 콘서트는 6-7년 전엔가 친구가 가자고 해서 한 번 봤을 때 꽤나 즐거웠지만, 열혈 팬은 아닌지라 이후에도 꼭 가고싶어 일부러 챙기는 공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당시 내눈엔 너무 '오버'하는 듯한 춤사위 같은 것이 좀 오글거렸고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입담이야 워낙 검증된 사람이니 말 많이 하는 콘서트를 내가 싫어하는 편이어도, 노래로 얻은 점수 괜한 말로 깎아먹는 사태 같은 건 그때도 없었다. 아무튼 연말에 예고없이 이문세 콘서트라니, 선물처럼 여겨져 올림픽공원까지 달려가며 슬며시 설렜다. 

올림픽홀 공연을 보는 건 처음인데 음향완전꽝인데다 관객을 만오천명씩 수용하는 체조 경기장보다는 규모도 훨씬 작고 (3천 몇석이라는 것 같다) 새로 배치한 듯한 좌석이며 구조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대형스크린이 아주 애매한 위치라 플로어와 별 차이없는 왼쪽편 B1 구역에선 그저 무대만 쳐다보는 게 가장 편했으나, 기타 반주 하나로 첫곡인

파란 조명과 트리, 아이들이 예뻐서 찍어왔다

<옛사랑>을 부를 때부터 목소리도 반주도 서로 묻히거나 심히 울리지 않고 들려 안심이 됐다. 이문세/이영훈표 발라드가 가요계를 풍미할 때 다들 어디서 뭘 했느냐고 묻는데, 내 나이가 실감됐다. 대학시절, 명반이라며 그때 그 앨범은 집에서도 밖에서도 참 많이도 들었다. 같이 간 사촌동생은 겨우 열살 때라는데...

나흘간의 공연일정 가운데 첫날이라 혹시 뭔가 실수 같은 것이 있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올해 계속 <붉은노을>을 주제로 공연을 해온 덕분인지 진행의 노련함 같은 게 느껴졌고, 이문세의 목소리도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이 좋았다. 역시... 가수는 악기인 자기 몸을 저렇게 잘 간수하고 가꿔야 하는 거다 싶었다(스팅 공연 볼 때 자기관리에 존경스러웠던 것처럼, 이문세 역시 예순살 넘어서까지 낭랑하고 힘찬 음색을 계속 유지하지 않을까나). 중간중간의 CG며 마술기법을 동원한 공연 구성이며, 관객과의 일체감까지, <나는 가수다> 열풍에 급조한 티가 역력했던, 여름에 본 임재범 콘서트와는 얼마나 비교가 되던지! 이문세가 중간에 2층 관객석에서 등장해 노래하며 한바퀴 돌다 무대로 내려오는데 정말 깜짝 놀랐고, 이런저런 관객 골라서 선물 안겨주더니 막판엔 전원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주어 더욱 감탄했다. 매년 이문세 콘서트를 다니는 사촌동생 말로는 작년 크리스마스 공연때도 선물 같은 건 없었대고, 나 역시 관객 전원에게 선물 나눠주는 공연은 난생 처음 본 것 같다. 티켓 추첨으로 행운상을 받은 관객 한 사람은 갤럭시탭에다 꼬꼬면 한 박스(꼬꼬면은 같은 줄 관객이 다 받았다)까지 받았을 뿐만 아니라, 들고 가기 힘들 테니 집에 갈 때 하얀 밴으로 모셔가는 서비스까지! 나중에 공연장에서 나와보니 밖에 밴 앞에 레드카펫까지 깔려 그 행운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 

센스있는 선물자루 안엔 잡곡(일명 '문세쌀')이 들었다

공연 외적인 마음씀씀이에 감동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공연 자체도 흡족했다. 계속 낄낄대며 노래에 따라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건 예전과 똑같았는데, 확실히 내가 늙은(?) 건지 과거 공연 볼 때 '오버'라고 느꼈던 부분들도 이젠 그저 유쾌한 에너지 발산이라는 생각이 들고 귀엽기까지했다. 중간중간의 입담도 딱 적당한 수준으로 느껴졌고, 지금도 명곡인 그의 노래들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게스트는 아예 한명도 없는 건가, 포기할 무렵 마술처럼 몸을 바꿔 나타난 윤도현의 짦고 강렬한 출연도 좋았다. 2시간 예정이지만 공연시간은 관객 하기 나름이라더니 8시5분에 시작해 11시가 다 돼 끝날 때까지, 나 역시 지치도록 행복하게 즐기고 놀았던 것 같다. 올해의 베스트 공연 3 선정할 때 마땅히 꼽을 게 없어서 어쩌나 고민했더니만 티켓오픈일에 광클의 노력도 없이 뜻밖에 횡재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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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북 자랑

놀잇감 2011. 8. 29. 12:31

'팝업북'이라고 제목을 써놓고 '입체책'으로 바꿀까 꽤 고민하다 그냥둔다. 우짜냐. 입체책이라고 하면 책장을 열자마자 팍~하고 불쑥 튀어나오는 그림들의 느낌이 안 살아나는 기분인 걸. ㅜ.ㅜ 이러면서 남들의 외래어 남용 탓하고 앉았으니 쯧쯧쯧.
암튼 순전히 일하기 싫어서 어젯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놀랍게도 일찍 눈이 떠지는 바람에(아무래도 너무 더워서인듯;;) 일어나 아침밥도 챙겨먹고 컴퓨터 앞에 앉긴 했으나 역시나 일하기 싫어서 헤헤실실 요번에 산 팝업북을 들춰보다 아예 자랑까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팝업북에 대해서 그리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서점에 갔다가 보고 반한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 시리즈는 볼 때마다 침을 흘리며 감탄을 했다. 하나같이 어쩜 그렇게 정교하고 아이디어가 뛰어난지! 갖고싶다는 욕망이 불끈 치솟았지만 '어른'이 되가지고 아이들 그림책을 좋아하다 못해 이젠 소장까지 한다는 건 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처음 내 판단이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조카들에게 선물을 했다. 심지어는 에라 모르겠다 친구 생일선물로도 안겨주었다. 튀어나오는 그림이 가장 현란해서 아름다운 <오즈의 마법사>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둘이 제일 먼저 물망에 올랐고 한참 공룡에 심취해 있던 지우한테는 마침 번역서로 나온 <공룡>사전을 골랐다.

어린이날인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조카들에게 팝업북을 안기며 내가 더 흥분해서 좋아라했던 것 같은데 정작 녀석들은 시큰둥해 했다. 일단 '영어'라는데서 오는 거부감이었던 듯.. (하지만 당시엔 아직 번역본이 나오질 않았다규~) 대리만족으로 조카들에게 선물해서 시리즈를 죄다 구경 및 소장하고팠던 나의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다. <피터팬>이랑 <정글북>까지는 꼭 쓰다듬어 보고 싶었는데...

조카네 집에 갈 때마다 은근슬쩍 꺼내 한번씩 열어보며 좋아라만 하기엔 어쩐지 성이 안찼다. 그렇다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선물을 계속 억지로 조카들에게 안기긴 싫고. 그러던 차에 문득 요즘엔 내가 나한테 주는 선물에 좀 인색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에라이 모르겠다는 심정이 들며 다른 책과 함께 나도 모르게 <피터팬> 팝업북을 주문하고 있었다. ^^;

결론은 그렇게 해서 요번에 장만한 피터팬 팝업북의 위용을 자랑하겠다는 것. ㅎㅎㅎ
그림체가 아기자기 귀여운 것도 아니건만 기분 처질 때마다 열어보면 효과 즉방이다.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설계하고 만드는지 원!


 

 

 


이 장면은 웬디 삼남매가 피터를 따라 네버랜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만난 숲이다.

아래쪽에 접혀있는 텍스트 책장을 열면 페이지마다 작게 또 다시 팝업되는 거 정말 좋다. *_*











 나무뿌리 아래 있는 아이들의 동굴 보금자리. 빨랫줄에 넣어놓은 양말이랑 웬디가 들고 있는 빨래가 제일 귀여운데 안타깝게도 사진에서 잘 안보인다. 웅...












 
<피터팬>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라하는 팝업인데 돛을 펼친 배의 위용이 잘 안보여 속상.

요즘 유난히 유치해지고 싶은 것 같아서 컴퓨터 바탕화면에도 최근 픽사가 제공한 알로하 토이스토리를 깔아두었더니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아주 딱이다. 룰루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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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왔어요

놀잇감 2011. 7. 13. 17:19

(한심하게) 이러고 논다 제2편. 플레이모빌 역시 한번 빠져들면 헤어날 수 없다는 개미지옥이라는데 아무래도 이미 빠진 것 같다. 위시리스트에 잔뜩 담아만 두고 나중에 스스로 칭찬해줄 일 있을 때 사들여야지 마음먹었던 품목을 선물로 받았다. ㅎㅎㅎ 비 철철 내리는 어젯밤 10시도 넘어서 택배가 와 깜짝 놀랐으나, 부리나케 조립해 갖고 놀며 사진을 찍었다. 오늘도 계속 조물락거리고 있는 걸 본 엄마가 또 늘어난 이 잡동사니는 또 뭐냐고 한숨을 쉬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희희낙락. 




이번에도 이 둘만 고른 걸 보면 확실히 내 눈엔 남자가 안들어오나보다 했는데, 아직 개봉 안한 미식축구 선수도 내 선물이라니 앞으로는 남자애들도 좀 눈여겨봐야겠다. ㅋ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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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들 선물

놀잇감 2010. 8. 12. 16:09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가족 중 누군가 생일이 되면 무슨 선물을 받고 싶으냐고 다들 미리 묻는다. 엉뚱한 선물을 받고 난감해지기 싫은 실용주의 노선 때문이다. 뜻밖의 선물을 받고 포장을 푸는 설렘도 크지만, 취향을 '딱' 알아맞히기란 사실 얼마나 어려운가 말이다. 딱히 받고 싶거나 사주고 싶은 선물이 생각나지 않으면 성의 없는 '현금'이 오가기 일쑤이고 조금 발전했댔자 상품권이다.

민망한 말이지만 생일 때 선물목록을 만들어 주변에 돌리는 '몹쓸' 전통을 집안에도 끌어들인 건 나였다. 인간관계가 '너무' 방만해서 생일파티를 열번쯤 하느라 7월이 지나고 나면 체력과 지갑이 모두 고갈날 때 시작됐던 '습관'이다. 친구들이 생각해내는 선물이란 게 거의 비슷비슷해서, 립스틱, 향수 같은 건 마구 겹치기도 했고 장마철이 생일이다 보니 우산도 둘씩 받는 해가 속출했다. 해서 나는 뻔뻔하게 미리 위시리스트를 공개하고, 하나씩 골라 선물하도록 했다. -_-; 부담 되지 않도록 그리 비싸지 않은 걸로 품목을 정하고, 좀 덩치가 큰 건 몇명이 힘을 합하도록 부추겼다. 생일을 빙자해 한 살림 장만하려는 사기꾼이 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헌데 그 짓도 젊어서 한때나 할 노릇이지, 점점 선물 생각해내는 게 귀찮아졌다. 사실 별로 갖고 싶은 물건도 없었다. 갖고 싶은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사긴 민망하고 꼭 필요한 건 아니라서 선물로 받으면 좋겠다고 여겨지는 물건들이 점점 생각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속물스러움이 강화되면서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은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기엔 턱도 없이 비싼 것들이었다. 미니쿠퍼, 턴테이블이 딸린 '좋은' 오디오 세트, 브롬톤...  ㅠ.ㅠ

몇년 전부터 결국 나는 생일 선물 위시리스트 만드는 걸 관뒀다. 물론 그간의 내 습관에 길들여진 친구들이나, 위시리스트의 존재를 모르고도 필요한 거 없으냐고 늘 물어왔던 지인들은 여전히 내게 뭘 사줄까 물었지만 난 대답을 회피했다. 필요한 건 다 샀고, 딱히 갖고 싶은 게 없다고... 생일을 기념하는 것조차 민망해 피할 수 있으면 생일 즈음에 만나는 것도 사양하다보니 오히려 서로가 편해진 듯했다.

하지만 가족 파티까지 피할 수야 없는 법이므로, 조카들에게는 선물을 꼭 지정해준다. 그림이나 축하카드, 편지를 써오라고. 그래서 올해 받은 조카들 선물을 공개하려고 시작한 포스팅이었는데 잡설이 길었다. ㅋ

자기들이 그려준 그림을 내가 신주단지 모시듯 소중히 여긴다는 걸 알면서도 조카들은 머리가 굵어지면 어느 순간 그림선물을 하지 않는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초등학교 6학년인데다 이젠 나보다도 키가 커버린 조카공주는 생일선물도 '빵빵한' 걸 해줘야 직성이 풀리는 기분파다. 그냥 그림 한 장 그려주면 된다는 데도 용돈을 톡톡 턴다. 받고 싶은 선물 없다는데도 올해도 역시나 나를 거의 쥐어짜듯 닥달해 현물로 선물을 안겨주었다. 누나에게 고무된 그 동생 녀석도 뜻밖의 선물을 들고 왔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내 기대를 가장 충족시켜준 건 손수 그린 그림과 직접 꾸민 카드를 들고 온 녀석들이었다.


작년만 해도 그림을 그려오더니 형아인 준우는 요번엔 손수 해바라기 카드를 만들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이면 이 정도 만드는 건 우스운 걸까? 내가 보기엔 손끝이 보통 여문 것 같지가 않다.
꽃잎 하나 비뚤어진 구석이 없다! +_+
하트 두 개, 준우 올림 ㅎㅎ 
이걸 내밀면서 녀석은 두달 뒤인 자기 생일에 받을 레고 시리즈를 가격까지 알려주며 상기시켰다. ㅋㅋㅋ

두 형제의 그림과 카드는 현재 냉장고에 붙어 있다. 아마 내년 생일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킬 거다.


다음은 정민이랑 지환이 선물

뒤쪽에 있는 장우산이 정민이 선물이고
앞쪽의 화려한 팔찌가 지환이 선물이다. 지환인 더 화려한 걸 골랐는데 제 엄마와 누나가 극구 말리며 대신 추천해준 거란다. 사내녀석들은 내가 '화려하고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한다. +_+ 민낯을 들키면 '못생겨졌다'고 구박이나 하고...

우산은 아직 개시도 못했지만 (장우산 쓸 만큼 별로 비가 안오기도 했지만 아까워서!) 팔찌는 벌써 여러번 하고 다니며 자랑했다.

그렇다고 두 녀석이 편지를 생략한 건 아니다. ^^

조카들 염원대로 '행복하게 살으'련다.

그러고 보니 다른 녀석들은 머리 굵어졌다고 폰카를 들이대면 마구 피하는 통에 갖고 있는 최근 사진이 없다.
조만간 몰아놓고 또 한방 박아서 들고 다녀야지...

바쁨을 핑계로 거의 한달만에 자랑질을 마치니 몹시 뿌듯하다. ^^v
고모로 사는것의 묘미는 역시 이런 맛이다.
_M#]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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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바쁨을 핑계로 일년에 한번쯤밖엔 얼굴을 못 보고 사는 친구가 지난번에 만났을 때 내게 말했다.
"너 기억나니? 너희 엄마가 나 결혼할 때 쟁반 선물하신 거. 그거 지금도 열심히 쓰고 있는데 아직도 새것 같아, 꽃무늬도 안 질리고 볼때마다 새롭다. 신기하지? 게다가 요즘 보기 드문 '메이드인코리아'야.... "

15년도 더 된 일이라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신혼부부들이 대개 그러하듯 친구도 여러번 셋집을 옮겨다녔고 심지어 뒤늦은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엔 살림살이를 장기 이삿짐 보관소에 맡겨두었다가 귀국 후엔 시댁으로 들어가 아이 낳으면서 분가하는 파란만장한 세월이 지났는데, 그 옛날 '꽃무늬' 쟁반을 잃어버리거나 버리지 않고 친구가 아직도 쓰고 있다니.

그랬다. 요새와 달리 예전엔 엄마들이 딸의 혼수를 미리미리 장만해 바리바리 싸두었다가 시집보내는 걸 즐겨하던 관습이 있었고 울 엄마도 당신 딸이 다른 집 딸들처럼 '때가 되면 가리라' 생각하며 몇가지 혼수를 사두는 우를 범한 적이 있었다. 내 기억으론 반상기와 커피잔 세트, 쟁반 세트, 티스푼 세트, 냄비 세트, 큰 접시 따위였던 것 같다. 나와 의논 절차도 없이 엄마가 마음대로 사들인 혼수의 존재를 나는 짬이 날 때마다 비웃었다. 결혼은 생각도 없는 딸을 위해 무슨 혼수씩이나! 나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마시고 어디 되팔 데 있으면 팔거나 남들 줘버리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럴 때마다 나를 째려보던 엄마는 이웃 동네에 살아서 자주 들락거렸던 그 친구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조심스레 나를 떠보았다. "너 진짜로 시집 안 갈 거면, 저거 다 ㅁㅅ이 줄까? 걔 어머니 안계시다면서... 혼수 준비는 혼자서 한다니? 새로 산 선물이 아니라서 기분 나빠할래나 모르겠다만."

소박하게 결혼을 준비하던 친구는 흔쾌히 혼수 구경에 응했고, 마음에 안드는 물건은 반드시 거절하라는 나의 신신당부에 염려 말라고 큰소리를 쳤다. 엄마가 사들인 혼수들은 그때 나도 처음 구경하는 셈이었는데, 촌스러움의 극치일지 모른다는 나의 염려와 달리 다행스럽게도 엄마가 고른 그릇들은 '꽃무늬'가 잔잔해서 대체로 무난하게 예뻤던 것 같다. 사서 바리바리 싸두기만 했던 물건들이 누구에겐가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에 엄마는 기뻐하는 표정으로 혼수 구입 계기와 사연 따위를 주절주절 늘어놓았고, 착한 친구는 계속 감탄의 말을 내뱉으며 엄마와 장단을 맞춰주었다.

하지만 그날 결국 친구는 쟁반 세트가 든 상자 하나만 들고 우리집을 나섰다. 명목상의 이유는 너무 좋은 물건들이고 엄마가 애써 장만하셨으니 정말로 나 시집보낼 때 혼수로 들려보내는 게 옳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울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던 듯하다. "제가 다 가지면 안될 것 같아요. 저도 결혼 안할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가게 되더라고요. 쟤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포기하지 마세요. 호호호...." 나는 파르르 떨면서 친구를 째려보았고, 친구를 배웅하며 그릇들이 촌스러워서 니 맘에 안드는 거 맞지 않느냐고 투덜거렸었다.

친구는 사람 일 모르는 거라면서 유행 안타게 생긴 그룻들이니까 나중에 시집 가게 되면 진짜로 가져가라고, 안 가게 되더라도 그냥 집에서 꺼내놓고 쓰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그 골칫덩이 혼수품은 장농 위에 한참이나 붙박이로 있다가 이웃집 막내딸 혼수로 저렴하게 넘기거나 친척들 생일 선물로 쓰였고, 유일하게 남긴 냄비 세트만 하나둘 씩 꺼내 쓰기 시작했는데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비닐도 벗기지 않은 냄비가 두개나 싱크대 수납장에 들어 있다. ^^
헌데 정작 울 엄마는 쟁반 얘기를 물어보니 옛날에 사놓았던 혼수를 ㅁㅅ이라는 친구한테 주기로 했던 사실도, 쟁반만 선물하게 된 사연도 전혀 기억하질 못하신다. 오히려 그 시절에 그 아줌마 참 오지랖도 넓었다면서 민망하단다.
"아무려나 엄마, ㅁㅅ이는 그 쟁반 꽃무늬가 지금 봐도 세련되고 예뻐서 죽을 때까지 쓸 거래. 요즘 흔한 중국산이랑 다르게 튼튼해서 대도 물려 쓰겠대. 그 쟁반 쓸 때마다 '라니 엄마가 주신 쟁반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대. 뿌듯하시겠수?" 

착한 친구는 정말로 별것 아닌 그 쟁반이 인상적이었던지, 나중에 친구들 자식이 장성해서 결혼하게 되면 축의금 대신에 뭔가 뜻깊은 선물을 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보자는 이야기까지 했다. 그 친구와 얘기할 땐 그래 그렇겠다, 아무 생각 없이 맞장구를 쳤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못할 노릇이다. 선물 고르기가 얼마나 골치아프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인데, 늙어서 친구 자식들 결혼선물까지 고민하고 앉았자고!? 그 애들이 퍽이나 반기겠다!

친구와 쟁반과 엄마 이야기는 그저 나만이 간직한 사연으로 족하다. 게다가 어쩌면 친구가 쟁반을 소중히 쓰고 있는 이유가 '메이드인코리아'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해도 하도 '세계의 공장' 중국 제품이 판을 치고 있는 터라 '메이드인코리아'라고 하면 옷이든 그릇이든 신발이든 새삼 눈여겨 보게 된다. 언제부터 국산 물건이 이렇게 드물게 되었는지 원. 사실 이 글도 메이드인코리아 얘기를 하려고 제목도 그렇게 붙였다가 이야기가 엉뚱하게 전개되는 바람에 제목도 바꾸고 말았다. ㅋㅋ 째뜬 우리집 쟁반은 몇년 전에 내가 죄다 내버리고 새로 개비하는 바람에 말레이지아산 아니면 중국산이다. 그런데 오래 두고 봐도 질리지 않을 그릇에 대한 안목이 부족한 탓인지 벌써 마음에 안든다. 살림에 관심 많은 친구들 말로는 그릇 욕심 내기 시작하면 살림 거덜난다던데, 나야 값비싼 유럽산 명품 식기 같은 데 눈길을 줄 리 없으니 다음엔 혹시 메이드인코리아 쟁반이 있나 한번 찾아봐야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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