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레띠 브리카'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0.04.27 또 새삼 4
  2. 2010.02.22 드립 커피 13
  3. 2008.10.23 기분전환 17
  4. 2008.08.25 커피 메뉴 19
  5. 2008.07.26 자전거와 커피 20
  6. 2008.07.15 커피 유난 2 17

또 새삼

투덜일기 2010. 4. 27. 15:27
또 새삼 깨달은 거 두 가지.

식물의 이파리는 생각보다 강하다.
너무도 무성해져서 이젠 껴안아 들고 옮기기에도 힘에 부친 화분들의 위치를 다시 옮겼다.
왕비마마 운동하시라고 사들인 실내 싸이클을 TV 정면에 두느라(TV를 볼 땐 반드시 자전거에 앉아 운동 하시라고) 소파를 베란다 창쪽으로 밀었으나, 내가 바랐던 TV보며 운동하기의 효과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비딱하게 옆으로 기대는, 왕비 허리에 안좋은 몹쓸자세만 강화될 뿐이라 소파 및 화분의 위치를 원래대로 돌리고, 싸이클을 베란다쪽으로 놓기로 한 거다.
특히 내가 싫어하는 일(청소, 집안정리, 서랍정리 따위)를 할 땐 누가 말 거는 것도 짜증스러워 엄마를 안방에 가두고는 혼자 낑낑대며 후다닥 청소기를 돌리고 소파, 싸이클, 화분을 배치하고 걸레질까지 쓱싹쓱싹 마쳤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방청소를 하려고 보니 손목이 마구 쓰라리다. 젠장. 양쪽 손목을 얄팍하게 또 베었다. 지난번에 화분 옮길 때도 그랬었는데, 고새 까먹은 탓이다. 초록 이파리들이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나 싶지만, 선인장도 아닌 것들이 꽤나 날카롭다. 심증이 가는 건 금전수 이파리인데, 만져보면 여리여리한 동전 같은 이파리가 어느 구석으로 내 살을 에는지 참 알 수가 없다. 어쨌거나 나는 식물 이파리에 팔목을 벤 여자다. 큭.

뭐든 과하면 안된다.
오늘은 어쩐지 커피를 아주 진하게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 원두를 좀 많이 갈아서 꾸역꾸역 비알레띠 브리카에 쑤셔넣고는 힘주어 주전자를 잠갔(다고 생각했)다. 헌데 아무리 기다려도 압력추 올라가며 에스프레소 추출되는 소리가 안들리는 거다. 주전자를 좀 덜 잠갔을 때처럼 옆으로 새어나오는 커피물도 없을 정도...
결국 두배쯤 갈아 넣었던 원두를 쏟아버리고 죄다 닦아낸 뒤에 다시 적정량을 갈아 다시 추출해야 했다. 혼자만의 생각과 논리로는 분명 될 것 같은데, 현실에선 안통하는 것들이 있음을 알면서도 나는 계속 욕심을 부리고 꼭 실패 후에야 새삼 깨닫는 척을 한다.

어쨌든 오늘은 따끔거리는 손목으로 다른 때와 비슷한 농도의 커피를 마시며, 오늘의 깨달음이 채 하루도 가기 전에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며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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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 커피

놀잇감 2010. 2. 22. 18:44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주전자 하나로 카페 놀이 하듯 솜씨를 부려 연일 커피 메뉴를 달리해 마셨던 초심은 버얼써 사라졌고 최근엔 마시는 커피 메뉴가 거의 일정했다. 그냥 커피 아니면 카페 라떼, 딱 두가지. 거품기가 고장나 카푸치노는 꿈도 꿀 수가 없고, 추워서 아포가토는 땡기질 않는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그냥 커피라고 말한 이유는 에스프레소 자체를 즐길 정도는 못되어도 점점 진한 맛의 커피가 더 개운하게 느껴지고 있기 때문에 예전보다 물을 섞는 양이 훨씬 줄었으므로 아메리카노라고 말하기 싫었다. 어쨌거나 하루 한잔씩 즐기는 커피는 꽤나 만족스러웠는데도 공연히 심심해진 나는 오래 전부터 눈여겨보던 1인용 드리퍼를 사들였다.

요즘 카페에선 대부분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만들어주지만 간혹 드립 커피임을 자랑하는 곳을 만날 수가 있는데 향이 좋으면서도 맛이 깔끔한 드립 커피를 까짓것 집에서도 만들어 보자 싶었던 거다. 저렴한 플라스틱 드리퍼 가운데 나는 그나마 진하게 추출되기를 바라며 구멍 하나짜리 멜리타 드리퍼를 선택했고 (구멍 세개 짜리는 칼리타 드리퍼란다) 드디어 오늘 시음에 돌입했다. (택배 온 지 며칠 됐는데 귀찮아서 비닐도 안뜯고 구경만 했었다).

브리카 때도 처음부터 단박에 성공하지는 않았으니 첫술에 배부를 수 없음을 알면서도 일단은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앞섰다. 원두를 다 먹어가고 있으니 신선도에서 문제가 있기는 하겠고, 다른 도구 없이 그냥 일반 주전자로 서툴게 물을 내린 얼치기 바리스타 탓이 크겠지만, 에스프레소로 추출한 커피보다 향도 별로고 맛도 그리 개운한 줄 모르겠다. 나름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서 알아낸 대로 했는데 왜 실패했을까나. 드립 커피는 처음엔 물을 약간 부어 원두를 적신 뒤 빵처럼 부풀어오르게 살살 내려 3분 안에 추출해 먹되 맨 마지막 추출액이 떨어지기 전에 드리퍼를 치워야 잡스러운 맛이 없는 개운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단다.

곧 도착할 갓 볶은 원두를 갈아서 다시 시도는 해보겠지만 어설픈 솜씨로는 카페에서 진짜 바리스타가 내려준 드립 커피 맛을 내기 어려울 거라는 사실에 공연히 어깨가 쳐졌다. 드립 전용 주전자까지 사긴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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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전환

놀잇감 2008. 10. 23. 21:54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기분전환에 효과적인 나만의 방법들이 몇 가지 있다.

가장 쉬운 건 무작정 외출해서 아무 카페나 들어가 맛있는 커피 마시기.
작업실이 있을 땐 도망치듯 차를 몰고 그곳으로 숨어들어 싸늘하거나 푹푹찌는 매캐하고 낯선 공기와 정적 속에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시간이 참 소중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공간이 없어졌으니 뭐...
제아무리 브리카 모카포트와 내 솜씨가 뛰어나다고 해도, 집에서 마시는 커피가 허락하는 행복과 여유에는 어딘가 한계가 있다. 집이 아니라는 공간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신선함도 있거니와, 더욱이 누군가 나를 위해 정성스레 만들어준 수고가 덧붙여진다고 생각하면 커피가 더욱 그윽할 수밖에.
문제는 작업실로  도망칠 땐 무릎 나온 추리닝에 사흘째 안감은 머리나 눈꼽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자를 푹 눌러쓰거나 스카프로 칭칭 동여매면 그만이지만, 카페를 찾아 나갈 땐 아무래도 씻고 치장(?)하는 번거로움이 필수인데 몹시 귀찮아 자주 할 짓이 못돼서 그렇지 오히려 기분전환의 효과는 더 크다.
책한권 들고 나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리필해달래서 더 마시는 동안 몇 페이지라도 읽고 들어오면 마치 대단한 약속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겉치레 탐서가인 척 하는 것도 큰 묘미.

그런데, 기분전환이 필요한 순간이 하필 충동적인 외출이 여의치 못한 오밤중이라면?
그럴 땐 여지없이 인터넷쇼핑이 묘약. ^^
즐겨찾기에 들어 있는 몇몇 사이트(주로 문방구 사이트)에 들어가서 위시리스트에 물건을 마구 담았다가 장바구니까지 담은 뒤 진지한 고민을 거쳐 조용히 로그아웃 하고 나올 때가 더 많지만 ^^
그렇게 위시리스트에 담아둔 기간이 오래된 <완소> 물품들은 배송비무료 금액에 도달할 때까지 마냥 모아뒀다가 한꺼번에 사들이며 희열을 느낀다.
요번엔, 뼈다귀모양 포스트잇(포스트잇은 종류별로 사들여도 왜 끊임없이 욕심이 나는 걸까 -_-;;), 뼈다귀모양 이어폰줄 정리기(정민공주 주려고), 재생신문지로만든 연필, 연필깎이, 포스트잇처럼 쓸 수 있는 마스킹 테이프, 옷감전용 마커세트(!), 실험용 민무늬티셔츠를 장만했다.
오밤중에 쇼핑하고 나서 잠든지 얼마 안된 아침, 이내 택배배송을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을 때의 미묘한 쾌감은 아는 사람만 알리라.
웬만해선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다른 물건들(그야말로 '질러댄' 가방이나 옷)은 나중에 괜히 죄책감도 들고 없어도 될 물건이라는 생각에 떳떳하게 자랑하지 못하는 데 반해 문방구류는 상자 가득 쟁여놓고 있어도 죄책감은커녕 더욱 욕심만 늘어가니 참, 나의 문방구류 열망은 고질병이다.  

워낙 게으른데다 어쩐지 큰 낭비 같은 느낌이라, 카페 외출만큼 자주 할 수는 없지만 미용실 외출도 기분전환엔 아주 그만이다. 예전엔 워낙 소심하기도 했고(더러운 머리를 남에게 맡길 순 없다;;고 생각했음) 최대한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미용사를 만나야 나한테 어울리는 머리모양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괜한 노파심이 작용해서 벼르고 별러 머리 손질을 하러 갈 때도 일부러 미리 머리를 감고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요샌 오래 별렀든 충동적으로 결심했든 미용실에 갈 땐 그냥 꾀죄죄한 모습으로 더럽고 엉킨 머리칼이 정 민망하면 모자를 질끈 눌러쓰고 갈 수 있게 됐다.
그러고는 퍼머를 하든 그냥 머리끝만 살짝 다듬든, 샴푸실에서 느긋하게 기대앉아 다른 사람이 감겨주는 손길에 머리칼을 맡기고 있는 순간을 최대한 즐기는 거다.
사실 나는 빠져 있는 상태의 머리칼(머리에 붙어 있는 머리칼은 상관없다^^)에 대해 약간 우스운 공포감 같은 게 있어서 봄가을 환절기에 특히 머리를 감을 때 한꺼번에 와장창 빠져나온 본인의 머리칼을 보고도 섬뜩해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난 절대로 온종일 남의 머리를 감겨주며 손가락에 마구 엉겨붙는 머리칼을 견뎌야하는 미용실 보조는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특히 수채구멍에 모여있을 빠진 머리카락들을 생각하면 정말 무섭다 ㅠ.ㅠ) 그들에게 매우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머리 감겨주기>에 대한 나의 아련한 로망은 아마도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아프리카 초원 야영지에서 로버트 레드포드가 고풍스러운 주전자에 물을 담아 메릴 스트립의 머리를 뒤로 젖혀 머리를 감겨주는데 그 장면이 어찌나 로맨틱한지... @.@
(물론 가끔 엄마 머리를 감겨드리면서도 빠진 머리칼 때문에 섬뜩하고 오싹한 느낌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내쪽에서 <로맨틱한 머리 감겨주기>는 불가능하다!ㅋㅋ)
그 영화를 보았을 즈음에만 해도,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겨주는 게 그리 조심스럽거나 정성스럽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 과정을 즐긴다기 보다는 그저 송구한 마음에 주먹을 움켜쥐고 견뎌내야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미용실의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좋아지면서 머리만 감겨주는 게 아니라 나중엔 시원하게 두피마사지도 해주니, 스트레스가 잔뜩 쌓였을 때 괜히 머리를 다듬으러 가서 남의 손에 샴푸를 맡기는 게 나로선 가끔 누리는 사치이자 기분전환의 기회가 되었다.
어떤 일본 소설에서도, 주인공이 순전히 기분전환으로 머리만 감으러 미용실에 가는 내용이 있어서 몹시 공감하며 우리나라에도 가벼운 두피마사지랑 머리만 감겨주는 서비스가 도입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_+

마지막 기분전환 비법은 뭔가 꼼지락꼼지락 만들고 리폼하기.
지난번 바느질로 쿠션을 만들어 본 이후로 수건을 썩썩 잘라 숭덩숭덩 꿰매서 솜을 넣고 뭔가를 만드는 게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바람에 그간 마우스 손목받침대를 두개나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하나는 반달 모양으로 대충 꿰매 내가 쓰고 있고(책상 사진 어딘가에 선을 보였을 법도 한데;;), 하나는 곰돌이 모양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정민공주에게 주었는데 점점 뭔가 더 복잡하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나 고민하고 있다. 대단히 노동집약적인 퀼트 같은 거에 심취하면 번역은 완전 뒷전으로 나몰라라 하고 만날 바느질만 하고 앉아 있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애써 피하는 중이지만, 뭔가를 조물조물 오리고 꿰매 만드는 행위가 퍽 즐거움을 느낀다.
<수면의 과학>을 특히 좋아하며 봤던 이유도 끊임없이 예쁜 소품을 만드는 스테파니와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스테판에게 감정이입이 됐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전체에 나오는 아날로그풍의 기발한 소품들도 당연히 사랑스러웠고. 
역시 지난번에 심심하기도 하고 자전거 티셔츠도 입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손수 시도해보았으나 무식하게 네임펜과 유성매직으로 그리는 바람에 죄다 번지거나 지워지기는 했지만, 티셔츠 낙서질에 맛을 들인 나는 <패브릭전용 마커>를 오래 눈독들여왔고 얼마전 문방구쇼핑 때 전격 장만하여 앞으로 끝없는 티셔츠 낙서질에 탐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미 두번째 장난질은 성공(?)을 거두었고, 아직 빨아보진 않았지만 다림질 후엔 절대 안지워진다는 제품을 믿어보기로 했다. 
원래 티셔츠 한 장은 실험용으로 시도해보고 괜찮으면 한 장 더 그려서 선물하려고 야심만만한 계획을 세웠으며, 나름대로 도안도 고민하고 실패를 교훈삼아 얇은 티셔츠가 펜과 함께 늘어나지 않도록 천 안쪽에 테이프를 붙여 그리는 묘안도 생각해내는 등 흥미진진한 과정이었으니, 낙서질을 하는 동안 내가 얼마나 희희낙락 즐거워했을지는 실토하지 않아도 뻔한 일.
그러나 결과적으로 낙서질 티셔츠는 두장 다 내가 입기로 했다. ^^
두번째로 그린 자전거 티셔츠는 많이 미흡하지만 정말로 선물하려고 했는데 포장하려고 보니, 티셔츠 봉제 자체가 불량이라 소매 연결부위에 구멍이 있는 것이다! 젠장. 그림 그리기 전에 봤어야 교환을 해달라고 하지, 실컷 낙서하고 났으니 교환도 못하고 그냥 내가 꿰매서 입는 수밖에.

흠...
물론 그밖에도 당연히 친구들 만나 수다떨기, 조카들이랑 신나게 놀기, 전시회 가기, 여행, 고궁 거닐기... 등의 기분전환 방법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굳이 위의 방법들을 거론한 건 미리 계획하지 않아도,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인데 이렇게 시시콜콜 적다보니 역시 가장 쉽고 친근한 기분전환은 블로그질임을 깨달았다.
비록 그 효력이 이젠 찰나에 사그라드는 것 같긴 하지만, 찰나가 모여 영겁이 되듯 계속되는 블로그질로 내 기분은 두둥실 떠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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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메뉴

식탐보고서 2008. 8. 25. 17:15

비알레띠 브리카가 생긴 뒤로는 정말로 매일 커피 만들어 마시는 재미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시절 소꿉장난을 별로 좋아하진 않은 것 같은데, 다 커서 그 묘미에 빠진 걸까.
퍽 귀찮은 과정이긴 해도 커피 한잔을 만들면 금세 온 집안에 향기로운 커피향이 가득해지니
후텁지근한 여름 습기와 불쾌지수를 잠시 잊는 데도 꽤 도움이 되었다.
물론 내가 아마추어 바리스타의 기분을 내며 흥미진진해 할 수 있는 건 겨우 한 잔까지. -_-;;
2인용(이라지만 에스프레소가 2잔 나온다는 뜻이기 때문에 보통은 한번 끓여서 커피 한 잔 만들 수 있다) 모카포트로 여러명이 마실 커피를 만들려면 매번 물을 담고 커피를 갈고 담고 쏟고 또 카푸치노 같은 경우 우유를 장만하는 과정이 더해져 총 2, 30분 걸리기 때문에 한 사람은 벌써 다 마셔가는 즈음에야 다음 커피가 배달된다.
다행히 아직은 2잔을 넘는 커피 주문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커피 만들다 약간 지치는 수준만 경험해 보았지만, 서너 잔을 줄줄이 만들어야 한다면 꽥~ 짜증을 부릴지도 모르겠다. ㅋ

째뜬 그간 순전히 블로그질을 위해 찍은 사진들을 모아 란다방 커피 메뉴를 소개한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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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프레소
비알레띠 브리카에 딸려온 컵의 눈금대로(선보다 5mm낮게) 물을 붓고 커피를 필터에 적당히 채워 끓이면 이런 에스프레소가 2잔 나온다.
가끔 정신이 확 깨고 싶을 때 설탕을 좀 타서 마시기는 하는데 아직 식도가 끈적해지는 느낌의 에스프레소의 진맛을 느끼지는 못하겠다. ^^
이렇게 추출된 에스프레소 두 잔을 모두 큰 잔에 붓고 끓인 물을 추가해 희석하여 '아메리카노'라고 부르며 마실 때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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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푸치노
우유를 1/3컵쯤 전자렌지에 데워서 거품기로 거품을 내야 하는데 처음엔 우유를 컵에 너무 많이 따라서 사방으로 막 튕기고 난리를 피웠다.
거품의 밀도가 중요하다는데, 난 뭐 그냥 적당히 거품을 내서 에스프레소를 담은 잔에 부은 뒤 마지막 거품을 스푼으로 떠 얹으면 부드럽고 맛있는 카푸치노가 되더군.
계피가루를 살짝 뿌려 마시면 내가 최고로 치는 콩다방 카푸치노가 부럽지 않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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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스 아메리카노
얼음으로 잔을 가득 채운 뒤에 에스프레소 두잔을 넣어 쓱쓱 흔들면
이렇게 된다.
헉헉대며 선풍기와 에어컨 사이에서 고민하던 올 여름, 매일 이거 한 잔으로 잠깐이나마 행복을 맛볼 수 있었던 고마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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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 카페라떼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우유를 조금 부으면 카페라떼가 된다. ^^*
원래 설탕은 잘 넣지 않으므로 시럽 따위는 없지만, 달달한 카페라떼를 원하는 이에겐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녹여 부어 만들면 됨.
오늘 오후에도 한 잔 마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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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프라프치노?
개인적으로 별다방보다 콩다방을 많이 선호하지만 프라프치노는 역시 별다방 게 제일 맛있다고 인정하는 바인데, 까짓것 얼음 넣고 우유 넣고 드르륵 갈면 되겠지 싶어서 시도해 봤다.
커피와 우유의 양에 따라 색깔과 맛이 들쭉날쭉 매번 달라지며, 달달한 별다방 프라프치노 맛을 내려면 설탕을 '엄청'(최소한 세 스푼 이상)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수확이랄까. 연유를 넣으면 맛이 더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먹는 기쁨에 수반되는 귀찮은 설거지 과정이 가장 복잡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안 먹고 만다! ㅋㅋ

아 참..
이 모든 커피 메뉴에 필요한 도구는 브리카와 그라인더, 카푸치노 만들 때만 필요한 거품기가 전부.
귀찮아서라도 거품기는 잘 안쓰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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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커피 메뉴는 아마도 더는 생겨나지 않을 듯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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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커피

놀잇감 2008. 7. 26. 16:14
사람마다 아무리 연습해도 안되는 분야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연습하면 조금이라도 실력이 나아진다는 건 분명 삶의 동력이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 채근과 욕심을 유발하는 짜증스러운 원인이 된다.
이를테면 자전거 타기 같은 것.
조금씩 자전거 타는 거리를 늘이다 드디어 집앞에서 한강까지 진출하게 된 것을 기뻐한지 몇달 됐는데
한강 자전거도로까지 가는 시간이 조금씩 단축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는 하지만 새로이 대두된 문제는 지구력이다. 전속력으로 자전거를 타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산책객들을 피하느라 잠깐씩 멈춰설 때도 있음에도 30분을 넘기면 어느새 다리가 팍팍해 더 달리기가 겁이 난다. 갈 때보다 당연히 더 힘든 올 때를 위해 체력을 남겨두어야한다는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고작 한 시간의 자전거 타기로 녹초가 되는 몸을 지니고 산다니, 민망하기 그지없다. 물론 첫날 느루를 끌고 나갔다가 동네망신을 당했던 때와 비교한다면 일취월장했다고 뿌듯해할 수 있지만, 하나같이 슝슝 나를 추월해가는 자전거들의 뒤꽁무니를 보며 버럭 치미는 부아와 욕심은  아직 멀었다고 나를 채근한다.
마음 한 구석에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 뿐이다.
다른 구석의 느긋한 마음은 나를 다독인다. 자전거 타기에 목숨걸 일 있니. 그냥 즐겁고 신나게 타면 되는 거야. 자전거 탈 때도 경쟁심을 발휘해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다른 인간들이 우스운 거란다, 라고.
그럼 또 다시 욕심이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야, 그래도 운동이랍시고 타는 자전거를 겨우 1시간만에 빌빌대는 저질 체력은 좀 곤란한거 아니니?
곤란한 거 안다. 그런데 힘든 걸 어쩌라고!
^^

맛있는 커피 만들기도 비슷하다.
급기야 숭례문수입상가에 가서 수동 그라인더와 전동거품기를 장만해 본격적으로 집구석바리스타 시늉에 돌입한지 일주일째. 확실히 커피집에서 원두 살 때 아예 갈아온 커피보다는 비록 몹시 오래되어 변압기를 연결해야 하는 110V짜리 전기그라인더로 그때그때 갈아 만들어 먹는 커피가 맛있고, 그보다는 수동 그라인더로 브리카 포트에 맞는 입자로 갈아서 추출한 커피가 크레마와 향도 풍부하여 훨씬 맛있다.
당연히 유난떨며 만들어 마시는 커피의 종류 늘어났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아이스아메리카노. 아이스카페라떼. *_*
기구들이 손에 익어 이젠 꽤 그럴싸한 맛을 낼 수 있게 되었으니, 새로운 메뉴를 시도할 때마다 꺅꺅 감동하며 자화자찬을 하게 되고 새로운 메뉴 개발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못말린다 정말).
별다방 콩다방 커피 못지 않다고 추켜세우는 분위기에 편승한 나는 급기야 날이 좀 더 더워지면 얼음과 함께 갈아서 프라프치노를 만들어볼까 하는 터무니없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으며, 아직은 계피가루가 없다는 핑계로 시도를 안 한 카푸치노는 조만간 성공을 거둘 것이라 확신한다.
여기서도 문제는 역시 지구력과 집착.
통틀어 30분이면 족한 준비과정이긴 하지만 매번 원두를 갈고 그라인더와 주전자, 거품기, 우유그릇 (프라프치노를 만들게 되면 믹서까지!) 를 씻어 치우는 일은 나 같은 귀차니스트에겐 꽤나 번거로운 과정임에 틀림 없다. 게다가 그라인더를 매번 물로 닦기도 그렇고 안닦기도 그러니 대안은 또 다른 도구를 사들이는 것이라 여기며 커피 그라인더 청소 전용 '솔'을 사야한다는 충동을 요즘 계속 느끼고 있으며, 카푸치노에 넣을 우유거품을 흘리지 않고 따를 수 있는 전용 비이커도 사야할 것만 같은 느낌.
계속 이 추세로 나가다간 커피 아트 독학하겠다고 온갖 도구를 사들일지도 모르겠다. -_-;;
그리고 그렇게 죄다 사들인 다음엔 또 금세 집착과 번거로움이 넌덜머리나 확 집어치울지도.

확실히 연습과 발전은 삶의 재미인데, 내 경우는 쓸데없이 집착하는 욕심과 앞서 염려하는 조바심이 흥을 망친다. 무슨 일이든 그냥 신나고 행복하면 그만인데 그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 늘 참 어렵기만 하다.
암튼 이렇게라도 적어두면 욕심과 집착에 브레이크가 걸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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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유난 2

식탐보고서 2008. 7. 15. 23:46
맛있는 커피를 집에서도 마시고싶다는 욕망이야 커피 깨나 좋아한다 싶은 이들은 누구나 품는 것일 테고
나 또한 그런 이들을 커피 유난 떤다고 손가락질하면서도 내심으론 커피 주변기기를 호시탐탐 노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커피 주변기기를 파는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귀동냥도 하고 실제로 써본 이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여
내가 오래 전부터 흠모해왔던 건 바로 <비알레띠 브리카>.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크기와 가격이 부담스럽지도 않으면서, 생김새마저 앙증맞고 어여쁜데다 뽀얀 크레마까지 추출된다니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매번 커피콩을 '적당히' 갈고 또 물과 불조절을 잘해야한다는 것인데 뭐, 맛있는 커피를 위해서라면 까짓거 그 정도 어려움쯤이야 감수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적극성이 나의 귀차니즘을 이기기까지 거의 반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

그렇다.
두둥~.
드디어 나도 모카포트의 지존이라고들 칭송하는 <비알레띠 브리카>를 갖게 된 것이다!


대강은 사용법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설명서를 다시 꼼꼼히 숙독한 뒤, 그래도 못 미더워 매 단계마다 설명서를 손에 들고 오늘 드디어 시음을 계획하였으니, 떨리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처음 포트를 사용할 때는 커피를 마실 생각 말고 3회 반복해서 추출해 버린 뒤에 본격적으로 추출해서 마시라고 되어 있는데, 볶은지 열흘밖에 되지 않은 '귀한' 원두커피를 시험삼아 써버려야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커피로 테스트를 해본 뒤에 본격적으로 마실 것만 좋은 원두로 할 것인가 판단도 서질 않았다.
지인의 조언에 따르면 모카포트에 넣을 커피의 굵기도 중요하기 때문에 어차피 몇번 시행착오를 거쳐야한다고 했는데, 매번 다른 원두콩을 갈아서 과연 내가 가장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해낼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서 처음 두번 포트를 청소하는 의미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는 냉동실에 오래 보관해두었던 원두콩으로,
세번째 청소용과 실제 시음용은 최근에 선물받은 원두콩으로 만들기로 결정하고 실험에 돌입.
아.. 역시 바리스타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원래 처음 테스트용으로 3번 추출해서 버릴 때는 물과 커피의 양을 평소의 3/4으로 하라고 설명서에 되어 있는데 세번째 테스트 때 욕심을 부려서 그만 계량컵에 표시된 눈금만큼 물을 다 넣었더니, 압력추 소리와 함께 에스프레소가 추출되자마자 폭발하듯 저 작은 주전자 주둥이에서 커피가 튀어 벽에 커피 얼룩을 만들고야 말았다.
게다가 압력추 소리가 나면 재빨리 가스불에서 내려야 뽀얗게 생성된 크레마가  죽지 않는다는데....
으휴, 불을 끄는 순간과 가스불에서 포트를 내리는 순간이 달라짐에 따라 크레마의 양도 매번 차이가 생겼다. ㅠ.ㅠ

그뿐이랴, 커피원두의 입자가 과연 최적의 상태인지, 커피원두의 양은 적절한지 어쩐지도 알 수 없으니, 마지막으로 추출한 에스프레소가 최상의 맛인지 그것도 아직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
온 집안에 은은하고 그윽한 커피향이 감돌기는 했지만, 내가 추출한 에스프레소로 탄 아이스커피는 생각만큼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고 최소한 일주일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알량하나마 바리스타 흉내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오후 내내 낑낑대며 커피를 추출해보니, 카페에서 사 마시는 맛있는 커피는 리필까지 해주는 경우를 감안할 때 그리 비싼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_+

째뜬, 이렇게 해서 드디어 나도 커피 유난 떠는 부류에 합류하였음을 고백함.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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