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삼

투덜일기 2010. 4. 27. 15:27
또 새삼 깨달은 거 두 가지.

식물의 이파리는 생각보다 강하다.
너무도 무성해져서 이젠 껴안아 들고 옮기기에도 힘에 부친 화분들의 위치를 다시 옮겼다.
왕비마마 운동하시라고 사들인 실내 싸이클을 TV 정면에 두느라(TV를 볼 땐 반드시 자전거에 앉아 운동 하시라고) 소파를 베란다 창쪽으로 밀었으나, 내가 바랐던 TV보며 운동하기의 효과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비딱하게 옆으로 기대는, 왕비 허리에 안좋은 몹쓸자세만 강화될 뿐이라 소파 및 화분의 위치를 원래대로 돌리고, 싸이클을 베란다쪽으로 놓기로 한 거다.
특히 내가 싫어하는 일(청소, 집안정리, 서랍정리 따위)를 할 땐 누가 말 거는 것도 짜증스러워 엄마를 안방에 가두고는 혼자 낑낑대며 후다닥 청소기를 돌리고 소파, 싸이클, 화분을 배치하고 걸레질까지 쓱싹쓱싹 마쳤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방청소를 하려고 보니 손목이 마구 쓰라리다. 젠장. 양쪽 손목을 얄팍하게 또 베었다. 지난번에 화분 옮길 때도 그랬었는데, 고새 까먹은 탓이다. 초록 이파리들이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나 싶지만, 선인장도 아닌 것들이 꽤나 날카롭다. 심증이 가는 건 금전수 이파리인데, 만져보면 여리여리한 동전 같은 이파리가 어느 구석으로 내 살을 에는지 참 알 수가 없다. 어쨌거나 나는 식물 이파리에 팔목을 벤 여자다. 큭.

뭐든 과하면 안된다.
오늘은 어쩐지 커피를 아주 진하게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 원두를 좀 많이 갈아서 꾸역꾸역 비알레띠 브리카에 쑤셔넣고는 힘주어 주전자를 잠갔(다고 생각했)다. 헌데 아무리 기다려도 압력추 올라가며 에스프레소 추출되는 소리가 안들리는 거다. 주전자를 좀 덜 잠갔을 때처럼 옆으로 새어나오는 커피물도 없을 정도...
결국 두배쯤 갈아 넣었던 원두를 쏟아버리고 죄다 닦아낸 뒤에 다시 적정량을 갈아 다시 추출해야 했다. 혼자만의 생각과 논리로는 분명 될 것 같은데, 현실에선 안통하는 것들이 있음을 알면서도 나는 계속 욕심을 부리고 꼭 실패 후에야 새삼 깨닫는 척을 한다.

어쨌든 오늘은 따끔거리는 손목으로 다른 때와 비슷한 농도의 커피를 마시며, 오늘의 깨달음이 채 하루도 가기 전에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며 적어둔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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