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본 전시

놀잇감 2015. 12. 31. 17:58

역시나 한해를 죽 돌아보고 정리하는 데는 2015 Best 포스팅만한 게 없다. ^^; 올해는 연말에 마감도 없고 시간도 많으니깐 멘붕이었던 작년과 다르게 찬찬히 정리해보련다. 일단 전시 구경 다닌 목록부터...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 대림미술관 (티켓 있거나 전시장 인증샷이 있으면 재관람이 무료여서 2번 봤다. 전시가 훌륭해서라기보다는, 퐁 옹의 공연을 놓친게 속상해서 ㅠ.ㅠ 괜히 더 미련을 부렸음)

브레송 사진전 -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류큐의 바람 - 국립고궁박물관

조선의 왕비와 후궁 - 국립고궁박물관

창덕궁 대조전 벽화 - 국립고궁박물관  (경복궁에 자주 다니는 관계로 고궁박물관에서 하는 괜찮은 전시는 안 놓치고 보려고 노력중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매번 알찬 기획이라고 느낌. 일단 무료니깐! ㅋ)

황규백 메조틴트 판화전 - 과천 현대미술관

세밀가귀: 한국 미술의 품격 - 리움미술관

거장 이쾌대 - 덕수궁 현대미술관

북한 프로젝트 - 서울 시립미술관

페르난도 보테로 전 - 한가람 미술관

가우디 전 - 한가람 미술관

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 고대불교조각대전: 국립중앙박물관

한국건축예찬: 땅의 깨달음 - 리움미술관


거의 다 따로 포스팅을 했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으련다. 이 중에서 베스트 3을 뽑아야하는데... 으아 고민된다. ㅋㅋㅋ 역시나 제일 좋았던 전시는 두말할 것 없이 세밀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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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전시 구경이겠거니 하면서 보러갔다. 리움미술관 예정 전시 중에서 연초부터 나름 기다리고 있었던 전시회인데, 지난번 <세밀가귀>가 워낙 뜻밖의 횡재였던 때문인지 오히려 이번엔 좀 실망했다. 한옥 사진들을 원없이 거대한 작품으로 보게 될 것을 기대했건만... 삼성 모니터 자랑인지 내 바람보다는 디지털 플래시를 너무 많이 써먹었더라. 어쩌면 고가의 사진집 책 팔아먹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걸지도 모르겠고... (근데 6시가 다 돼서 거의 쫓기듯 나오는 바람에 책을 벌써 팔고 있는지 어쩐지 알아보지 못했다. 강연회도 좀 탐나던데 한번 더 가야하나... 으음..)

주명덕, 배병우, 구본창, 김재경, 서헌강, 김도균, 사진작가 6명이 궁궐, 사찰, 민가의 한옥을 멋지게 찍은 사진들과 옛 그림, 유물, 건축모형까지 같이 전시하고 있었다. <장엄한 고요>라는 제목으로 종묘 제례를 담은 3채널 동영상도 인상 깊었고, 뜻밖에도 국보인 동아대 동궐도가 나와 있어서 신이 났다. 고려대 동궐도랑 같이 전시할 때 본 걸로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또 알현하다니! 동궐도 말고도 섬세하고 신기한 옛지도가 꽤 전시되어 있었음.

백악부터 경복궁, 관청거리까지 아주 정교한 모형

해인사 지형과 경복궁 앞 육조거리까지 정교한 건축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건 으아... 합동작업이겠지만 하나하나 붙이고 오리면서 멀미났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구경하는 나야 물론 고마웠지만...  건축하는 사람들 참 대단하다고 또 한번 생각. ^^


경복궁의 방향이 계자정향(? 계좌였던가? ㅋㅋ)이니 어쩌구... 만날 공부해도 모르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암튼 정남향이 아니고 세종로와도 직선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옛 지도를 기본으로 만든 경복궁 모형도 육조 관청이 있던 거리를 똑같이 살짝 방향을 틀어놓았다. 신기방기...

​​

그밖에도 실제 한옥의 구조를 보여주려는 듯, 한쪽에 한옥집 대청이랑 방을 쬐끄맣게 만들어놨는데 신발 벗고 올라가보니 온돌방 부분은 뜨뜻하게 난방까지 되더라!  귀찮음을 무릅쓰고 신발 벗기를 잘했지.. ㅎㅎ


종묘 정전 회랑을 옆에서 찍은 사진도 좋았는데... 그건 뭐 전시장 밖에 장식해놓은 걸로나 담아오는 수밖에... ​

​왼쪽의 종묘 정전 회랑이랑 오른쪽 리움 미술관 통로랑 뭔가 대조적이면서 보기 좋다고 혼자 흐뭇했던 사진이다. 

아참.. 서도호의 <북쪽 벽>도 볼 수 있음. 전통건축에 대해서는 이만한 전시가 없겠구나 싶으면서도 플래시 말고 죄다 정지사진으로 제대로 고느넉하게 감상하고 싶다는 욕심을 잠재우기가 힘들었다. 힝.. 

서도호, [북쪽 벽] 상대적으로 좀 귀퉁이에 전시되어 있어서 에스컬레이터 앞이라 어디서도 사진을 잘 못찍는 각도 ㅠ.ㅠ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에 일본 작가의 설치미술이 떡하니 놓여, 좀 생뚱맞다 싶은 느낌도 들기는 했지만 (실제로 사슴 박제 2마리를 구입해서 영롱한 투명입자를 다닥다닥 붙인 작품이라고. 실제와 보이는 것의 괴리를 나타낸다나 어쩧다나...) 어쩐지 크리스마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서 그럭저럭 어울리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멋지게 성장한 외국인들이 건물로 쏟아져들어오기 시작했다. 연예인들이나 타고 다닐 법한 화려번쩍한 검정색 밴에서 계속 내려 미술관으로 들어오는 분위기 있는 금발 미녀와 그 파트너들...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다들 질감 좋은 검정색 코트에 클러치백에... 향수냄새 폴폴...

뭔가 특별한 파티가 있나? 

평범한 차림의 나와 친구가 졸지에 생뚱맞은 저 사슴 꼴이구나 싶은 느낌을 언뜻 받으며 어슬렁어슬렁 건물을 나섰다. 퍽이나 신기한 경험 했네 그려. ㅎㅎ

전시는 2016년 2월 6일까지고, 입장료는 5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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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쾌대는 몇년 전 만난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조만간 대규모 회고전이 있을 거란 예고를 듣고 기다렸던 전시다.

근대와 일제 강점기, 그리고 분단의 현실까지 근현대사를 개인의 역사로 지닌 인물이란 것도, 조선의 서양화가로서 다양한 시도를 한 것도 흥미로웠다. 근대화가 전시에서 이쾌대란 인물을 처음 알게 됐을 때, 부인 유갑봉 여사와의 애틋하고 달달한 '연애담'도 그림 못지않게 인상깊었음을 고백한다. 옛날 사람들이 워낙 성숙하기도 했고 시절이 하수상하여 나이가 꽤 들어서 고등학교를 다녔다지만 휘문고보 졸업반때(그래봤자 19, 20살이다!) 주고받은 연애편지들은 으어... 엄청 진지하고 성숙하다. 실제로 두 사람 졸업반때 결혼을 했다는 것 같다. ㅎㅎ

연애담도 워낙 유명하지만 결혼 이후에도 얼마나 금슬이 좋았는지, 웬만한 그림 속 여자들은 죄다 모델이 아내인 유갑봉인데 애정을 듬뿍 담아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느낌이 척 보기만 해도 전달된다. 대상을 깊이 사랑하지 않고서야 그렇게 예쁘게 정감 있게 담아낼 수가 있을라고...

여러 편지와 개인소장품도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글씨는 또 어찌나 정갈한 명필인지! "맺힌 구석이 한 군데도 없이, 평생 평온한 인생을 누린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글씨체" 같다는 것이 같이 전시 관람한 친구의 평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핏 도슨트의 설명을 듣자니 그냥 '만석꾼'도 아니고 '삼만석꾼'의 아들이었단다. +_+ (정갈하고 깔끔했던 글씨체는 역시나... 포로수용소 시절엔 좀 흐트러진다. 북한 시절엔 어떠했을지 몹시 궁금..)

일제 강점기에 일본유학을 할 정도면 당시에 잘 먹고 잘 산 부유층이리라 짐작 가능하지만 대충 잘 사는 정도가 아니었던 듯. 유학시절 아내도 줄곧 일본서 함께 지냈단다.

째뜬 이쾌대가 월북화가임에도 그 수많은 작품들이 무사히 보존될 수 있었던 건, 거제 포로수용소에 갇혔던 이쾌대가 아내 유갑봉에게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라고 부탁했으나, 아내가 그림을 한 개도 팔지 않고 대신 시집 올 때 받은(해온?) 패물들을 팔아 먹고 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쾌대가 생전에 쓰던 고풍스러운 책상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옆에 놓여있던 예쁜 지함이 바로 패물함이었대고, '물목'이었던가.. 여러가지 품목이 적혀 있던 화선지가 함에 들었던 패물 목록이었단다. 대단하다 싶기도 하면서, 또 워낙 어려운 시절인데도 나름 풍족하게 살았을 이들에 대한 괜한 반감까지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였다(한국전쟁 이후 부산 피난살이 하면서.... 유갑봉보다는 한 살 많고, 이쾌대와 동갑인 1913년생 우리 할머니는 생선광주리를 이고 다니셨다던데;; 울 할머니도 이북과 만주에선 몸종 거느리고 사신 아씨마님이었다규~ ㅋㅋ )

하여간에 조선사람, 한국사람을 서양 미술기법인 '유화'로 그려낸 그림들은 대부분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서양의 명화들을 따라 그리려한 느낌이 드는 대작들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나는 주로 '예쁜 여자들' 감상하는 재미에 푹빠져 다녔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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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 가우디 전

놀잇감 2015. 9. 29. 16:51

볼까말까 망설이다... 결국 보러갔다.
조만간 바르셀로나에 직접 가서 가우디 건축을 봐주겠노라는 것이 망설임의 이유였는데 ㅜㅜ 그저 욕심일뿐 사실은 스페인에 언제 가게될지 모르니깐.

건축관련 전시는 도면 말고 대체 뭐 볼 게 있을까 의심스러우면서도 막상 가면 볼거리가 많았던 것 같다. 특히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지을 때도 죄다 모형으로 만들어보고 실험을 거쳐, 사후에도 지금껏 계속 그의 설계에 따라 건축이 진행되고 있다니깐 더더욱 보여줄 게 남았겠거니 했다. 비록 복제품이더라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구엘 저택 같은 건물의 사진과 입면도, 평면도, 모형 구경도 감탄스러웠지만, 건축학도 시절 도면들은 으아... 얼마 전 리움미술관에서 본 <세밀가귀>의 섬세함이 떠올랐을 정도였다. 정밀하고 정교하기가 이를 데가 없더라. 색감도 예쁘고... 건축학위 따고나서 자기가 직접 디자인했다는 명함도, 작업실 책상도예쁘고...

문짝, 문고리 하나까지 죄다 직접 건물에 어울리게 디자인해 넣은 건 또 어떻고! 나중에 기념품숍에 들어갔을 때 평소처럼 엽서 하나 사고마는 게 아니라 가장 탐나는 건 복제품 나무의자였는데 가격이 450만원이었던가... ㅋㅋ ​그래서 엽서는 사지 않았다. 전시는 미리 봤지만.. 엽서는 정말로 바르셀로나에 가서 사주겠어... (괜한 오기를 부린 건가? ㅋ)

​깨진 사기조각으로 만든 모자이크를 <트렌카디스>라고 한다는데 진짜로 주변에서 인부들이 주워온 타일조각을 죄다 색깔별로 구분해놓고 활용했고, 피렌체에서 값비싼 유리공예품을 사다가 죄 깨뜨려서 사용하기도 했단다. 어휴... 전시장 천장에도 더러 둥근 타일 조형물 복제품을 매달아놓았던데 거긴 사진을 찍을 수가 없으니, 좀 웃겨도 전시장 입구의 구엘공원 도마뱀을 찍어왔다. 저런 걸 트렌카디스라고 한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기부금과 입장료만으로 계속 건축이 진행중이고 가우디 사후 100주년인 2026년 완공을 목표로하고 있다는데, 나도 그 전에 꼭 구경가서 입장료 수입에 보태주고 싶다! ㅠ .ㅠ 

가우디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11월 1일까지, 입장료는 15000원인데 GS포인트 카드가 있으면 2천원 할인해줌. ㅎ 

한가람미술관에서 동시에 하도 여러 전시를 벌이는 바람에, 보테로 작품들은 좁은 전시실에 마구 구겨넣듯 비좁게 홀대를 해서 맘상했는데(모딜리아니 전시장도 그런 편이라고;), 가우디 전시실은 그나마 공간할애를 많이 해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큰 작품은 별로 없고 사진 아니면 연대기, 도면과 모형 정도라서 그런 기분이 들었나? 암튼...

가우디 전시를 보고 한가로운 마당으로 딱 나왔는데 반대편 미술관 건물에 은은하게 비친 노을빛이 눈에 들어와서 한장 더 찍었다. 이렇게 한가롭고 인적 드문 미술관이 얼마만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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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전까지는 좀 탱자탱자 놀면서 여름 내 소진된 심신을 재충전하겠노라 결심했는데, 아직도 머리는 좀 더 쉬어야하는지 책은 눈에 잘 안들어온다. 그럼 전시나 보러 다니자 싶었으나, 이미 프리다 칼로는 날짜를 놓쳐버렸고(9월 4일까지였더라) 이 전시도 끝나기 이틀 전에 겨우 볼 수 있었다. 천만다행... 기대가 컸는데도 완전 감동했다. ㅠ.ㅠ

'세밀가귀'는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의 나전을 보고 칭송한 말이란다. '세밀함이 뛰어나 가히 귀하다'라는 뜻이라고. 

그런 말이 나올만도 하게 정말 섬세하고 치밀하고 정교하고 아름답고... 더 묘사할 말이 생각 안났다. 일부러 그런 작품들만 모아놓은 전시인데도 으아.. 감탄스러웠다.

오래 전 대만갔을 때도 박물관 가득 정말 신기하고 정교한 세공 공예품들을 많이 봤지만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나 재주가 놀랍다고 느낀 건 많았어도 '감탄스럽게 아름답다'는 느낌은 덜했던 것 같은데 내가 팔이 안으로 심히 굽었다고 쳐도 우왕... 구석구석 섬세한 아름다움이 유물마다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참 놀랍게도 잘 골라서 모아놨다고 생각했음. ^^; 


게다가 웬일로 전시장에서 사진찍는 걸 제지하지 않았다. 물론 전문작가가 찍은 더 멋진 유물사진을 찾아 볼 수도 있겠지만, 눈으로 보고 그 자리에서 그 감동을 찍어와 홀로 넘겨보며 새삼 흐뭇해하는 기분은 또 다르다. 

해서 남들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나도 열심히 찍어왔고, 며칠 핸드폰 앨범 넘겨보며 아웅 예뽀라... 실실 헤벌쭉 행복했다. 


저 유명한, 청동기 <다뉴세문경>!!부터 시작해서 신라, 백제, 가야, 고려, 조선시대까지 유물 종류가 다양했는데, 조선시대엔 섬세한 아름다움이 주로 회화쪽이다보니 자주 보던 풍경화, 초상화 전시실에선 감동이 덜했다. 물론 터럭 하나도 사실과 똑같이 묘사한 집요하리만치 세밀한 초상화를 실물알현한 건 기뻤지만, 내가 주로 감탄했던 건 신라와 가야의 금세공품, 전돌, 고려 청자와 나전, 불상 등등이었다. 


기껏 휴대폰 사진에 그 감흥을 얼마나 담아왔겠냐마는 그래도 일종의 자랑질. ^^;

이 둘은 사리함이다. 옆에 있는 유리병 크기가 손가락보다 작음..  신라시대 유물이었던 것로 기억;;하는데 뭐 확실하진 않다. 저 함 외부에도 죄다 세밀한 부처와 구름무늬 등등이 새겨져 있다. 

위 사진 셋 중 왼쪽은 고려청자인가보다.. ㅠ.ㅠ 나전인 줄 알고 셋이 붙였는데 아 놔...

맨 오른쪽은 실물이 아니라 디지털 화면으로 찍어온 통일신라시대 나전 거울이다. 가운데 보이는 고려 나전함은 거북이 등딱지에 전복껍질과 기타 재료를 입혔다는 것 같다. 신라시대 나전은 무늬의 세밀함이 좀 떨어지는 것도 같지만 고급스러운 아름다움은 역시나 최고. 아.. 저런 보석함이랑 거울 갖고 시프다.. 뭐 그런 말도 안되는 욕심을 품었다. 죄다 국보 아니면 보물. ㅋㅋ

불경을 보관하던 화려하고 기품 있는 경전함도 여럿 전시되어 있었는데 전시실 양쪽에서 볼 수 있는 유리함에 들어 있어서 사진에 잘 담기질 않았다. 거의 일본과 유럽에서 빌려온 유물이었던 듯. 유출된 보물 환수 문제가 늘 뜨거운 감자인 건 알지만, 중국이나 일본 유물로 잘못 알려지지 않는다면 세계 유수 박물관에서 그 아름다움을 떨치고 있는 것도 나름 가치있는 일인 것 같다. 모두가 탐낼만 한 보물인 것을 어쩌겠어! 외국 유명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초라한 한국관 유지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흠.. 암튼 좀 민감한 사안이긴 하다. 



이 섬세한 유물 세 세트는 죄다 '전돌'(塼돌) 혹은 '전석(塼石)'이라고 부르는 전통 바닥장식이다. 일종의 타일!

신라나 고려시대에 지은 오래된 사찰 대웅전 가운데는 종종 바닥에 아직도 저런 국보급 전돌이 깔려있는 곳이 있다. 칠갑산 장곡사 갔을 때도 연꽃무늬 전돌을 본 적 있다. 도자기 빚듯이 기와와 전돌에도 저렇게 다 무늬를 새겨서 가마에 구워 사용했다는 얘기다. 옛날 사람들의 미적 감각과 '인테리어' 욕심은 정말 어마어마했던 것 같다! 



손잡에에 앉은 작은 개구리, 몸통에 새겨진 소년무늬가 정교했던 고려청자 주전자 사진은 아무리 찍어도 잘 안나와서 실패하고.. 그 대신 투각으로 만든 두침(?) 찍어왔음. 목침은 나무로 만든 베개라는 걸 그날에서야 깨달았다. ㅋㅋ 고려시대 귀족들은 낮잠자는 베개도 저런 화려한 청자로 구워서 사용했다뉘.... 어휴... 



그 옛날 교과서에서 주로 봤던 것 같은 고려청자도 새삼 감탄하며 구경했다. 어떻게 도자기로 저런 그물 같은 걸 표현해내는지 원... 왼쪽 술병(?) 무늬 아오... 저런걸 '당초'(唐草)무늬라고 하는데, 옛날엔 당나라에서 유입된 무늬라고들 했지만, 그게 아니고 '덩굴풀'을 이두로 음차하면서 그렇게 표기한 것뿐이라는 게 최근의 결론이다. 주로 인동덩굴 무늬를 저렇게 표현했대고, 왕조나 나라의 영속성을 기원하는 의미로 고대 그리스 신전에서도 발견되는 유서 깊은 무늬라고 함. ^^v

아 근데 저 오른쪽 도자기의 용도가 뭐였더라? 감탄하며 보다가 그걸 놓친 듯.. 연적이었던가... -_-a

불교신자인 울 오마니는 암만 다녀봐도 신라와 고려 불상이 전 세계적으로 제일 '잘생겼다'고 주장하신다. 근데 사실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비례미도 그렇고 섬세한 표현도 그렇고.... 중국이나 일본, 심지어 인도 불상도 어쩐지 '쨉'이 안되는 느낌이다. 이 사진들은 둘 다 부처가 아니고 무슨 '보살'인데 오른쪽 사진은 귀여운 동자처럼 나왔지만 실물로 봤을 땐 잘생긴 느낌이었다. 흔히 절에 다니는 아줌마 할머니들을 '보살'이라고 부르지만 보살은 여성이 아니고 그냥 성을 초월한 무성일 걸 아마... 왼쪽 사진 유물은 브로셔에도 들어 있는 <금동보살좌상>. 14세기 고려 보물이고, 일본에서 빌려온 거란다. 아까비... 


그밖에 작고 앙증맞은 금동불상도 하나같이 정교하고 아름다웠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맨 오른쪽 불상의 유연한 자세! 잘생기기도 했지만 저렇게 우아하고 편안하게 약간 비스듬히 나른하게 앉은 모습을 금속으로 표현해내다니 으으.. 기막힌 솜씨로다. 


관람료가 8천원이었는데, 전시장 나오기가 아쉬워서 반바퀴쯤 더 돌아본 뒤 미적미적 걸어나오며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품격'이라는 말은 역시 아무데나 붙이는 단어가 아니었다. 지난주말로 전시가 끝나버려서, 일찌감치 구경하고 와 더 많은 사람들한테 보러가라고 포스팅으로 권하지 못한 게 안타깝네그려. 

그래도 몇몇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니 언제고 발품을 팔면 또 볼 수 있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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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어제 보테로 전시회를 보러 갔다. 8월이긴 해도 이젠 초등학생들이 개학을 했을 거라고, 게다가 월요일이니 휴관인줄 알고 사람들이 좀 덜 오지 않을까 기대했던 건 죄다 꽝. 엄마 손에 이끌려온 초등학생들은 여전히 바글거렸고 전시장은 와글와글 시끄러웠다. 젠장 9월까지 기다릴 걸 그랬다고 후회했지만, 뭐 그래도 피크 때는 한두시간씩 줄서서 기다려 입장했다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데서 위안을 삼았다. 

프리다 칼로와 이쾌대, 보테로 중에서 뭘 제일 먼저 볼까 고민하다 그래도 제일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프리다 칼로와 이쾌대는 왠지 마음을 좀 다잡고 보러가야할 것 같은 기분은 그냥 괜한 나의 지레짐작일 수도 있지만..) 보테로를 선택했으나, 지난 전시회 후기를 이제야 찾아보니 내 착각이었다. 보테로 그림 속 인물들은 대체로 뚱한 표정으로 슬픔과 애환을 전하고 있었거늘... 어휴. 난 왜 즐거워지려고 보테로를 선택한 걸까?

그래도 멀리 그림보러 가서 허영기 충족시키고 수다떨고 차마시다 저녁에 치킨에 감자튀김에 맥주까지 풀코스로 놀아줬더니 기분전환은 확실히 된듯 했다. 보테로로 1주일, 감자튀김으로 1주일 최소 2주는 기분좋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친구와 킬킬거렸다. 요즘 사는 낙이라는 게 참...

암튼 전시회 포스터에 떡하니 첫 구절에 쓰여있듯 현대백화점에서 후원을 하는 고로, 백화점 카드가 있으면 입장료 만3천원을 만원으로 할인해준다. 요즘 대형기획전시 너무 비싸서 불만인데... 할인해주면 고맙지.

허나 여름방학 특수를 노리고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층층마다 너무 많이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작품 수가 꽤 되는데 그림을 하도 다닥다닥 붙여놔서 나로선 아주 불만이었다. 작품 하나만 따로 보고 싶은데 하도 거리를 좁혀놔서 옆 그림이 시선을 방해하게 만들어놨어! 우쒸

꽃 3연작도 아주 넓은 벽에 시원시원하게 셋만 딱 걸어놔도 꽉 차는 느낌인데 좁은 벽에 쪼로록 숨막히게 붙여놓질 않나. 참 내... 

2009년도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눈호강을 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불만이 컸다. 요번에도 보테로가 직접 내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자기 작품을 다닥다닥 한군데 몰아놓은 걸 보면 분노하지 않았을까? 흥!

저번에 본 그림들도 있고 성직자들이나 예수 그림, 투우사들의 그림 시리즈는 처음 보는 것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12세 모나리자 그림은 오지 않았다. ^^; 아마도 유일하게(?) 미소짓는 인물화라 더 빌려오기가 힘든가? ㅋ 암튼 서커스 인물 그림들은 여전히 서글펐고, 투우 장면 작품들도 뭔가 좀 가슴 아팠다.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퍼오려니 나란히 붙어오는군. 왼쪽그림은 <마타도르> 시리즈 가운데 하나였던 것 같고 오른쪽은 그림 제목이 <미망인>이다. 홀로 아이셋을 키우는 엄마의 옹색한 살림이 방안 빨랫줄에서, 응석받이 아이들한테서도 느껴지는 듯. 

이번 전시에서도 내 시선을 더 많이 끌었던 건 정물과 풍경화였는데 (보테로의 풍경화 처음 보는듯!) 정물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파란 커피 주전자가 있는 정물>.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과 커피의 만남이라니.. 오옷!

파란 커피주전자가 있는 정물

나중에 아트숍에서 엽서 있으면 꼭 사야지 마음 먹고 나왔는데, 아쉽게도 이 그림은 엽서로 판매하질 않았다. 

역시 내 취향은 마이터리티인가... -_-;

아무래도 정물 그림은 더 이상 통통하게 양감을 부여하기가 어려운듯, 바나나가 심히 뚱뚱해보이는 그림들이 좀 있긴 해도 과일 그림은 그냥 평범해보인다. 오히려 길쭉하게 잘라놓은 수박은 날씬해보이기까지... 


시끄러운 아이들을 피해가며 얼른 전시장을 한바퀴 돌고 나서 다시한번 찬찬히 그림들을 둘러보고는 이번에 가져갈(?) 작품을 드디어 선정했다.

풍경화 중에서 한 작품으로.. 제목이 <걷는 남자>였던가.. 다행히도 이 작품은 브로셔에도 들어가고, 엽서로도 나와있었다. 짙은 색 기와를 얹은 담장은 어쩐지 한국이나 중국 느낌도 나고, 통통한 나무둥치와 가지는 통통한 손가락을 벌려놓은 것 같다. 주인공인 걷는 남자는 그림 한쪽 구석에 아주 작게 들어가 있고.

그림 퍼오기 귀찮아져서 아래 사진으로 그냥 대체할란다. 째뜬 2500원이나 하는 그림엽서 득템. 사이즈가 좀 크긴 하다. 더불어 빨간꽃 메모지도 괜히 욕심부려 하나 장만했다. 대체 왜 나는 수첩류만 보면 광분하는가... 자책하면서. ㅋㅋ

그리하여 아래는 기념엽서와 득템품목 자랑샷이다.


전시는 10월4일까지 한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으음.. 애들한테 왜 인기가 있는지는 알겠는데 몇년 뒤 또 이 정도 규모의 보테로 전시회를 하면 난 굳이 보러오진 말아야지 결심했다. (모나리자 그림이 온다면 좀 생각해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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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현대미술관

놀잇감 2015. 6. 24. 21:51

네이버 캐스트에서 봤던가. 황규백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메조틴트 판화전 작품에 끌려 날짜를 벼르다 보러갔었다. 과천 현대미술관은 그냥 공간만으로도 내가 좋아하는곳.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영화 덕분이겠지만.... ^^ 4호선 대공원 역에서 내려 코끼리 열차를 타고 동물원 앞에서 내려 미술관으로 좀 더 걸어가도 좋고... 봄 가을 날씨 좋은 날엔 그냥 차길따라 그냥 죽 걸어올라가도 괜찮다. 그래도 너무 더운 날씨엔 20분 간격으로 다니는 에어컨 빵빵 셔틀버스가 짱.

집안에 판화가가 있어서 판화작품에 유독 관심이 가는 이유도 있지만, 전시 설명에서 본 <메조틴트>라고 하는 오래 된 에칭 기법의 색감이 아련하고 예쁘다는 느낌이 들었고 작품 성향도 아기자기했기에 보러 가야겠어! 마음을 먹었던 것. 

​포스터 예쁘고... 작가의 작업실을 전시해놓은 공간도 좋았다. 우리 막내고모 작업실에도 있는 프레스 기계가 한 구석에 작은 걸로 하나 놓여있음. 

​만약에 작품을 하나 준다면 뭘로 가질까.. 하는 고민은 이번에도 계속되었지만 딱히 마음을 정하진 못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판화작품보다 노년이후엔 회화작품이 많아서 사이즈가 큰 대작은 의외로 다 유화였다. ㅠ.ㅠ 나는 메조틴트를 더 많이 보고 싶었을 뿐이고! ㅎㅎ 내 기대와 욕심이 좀 과했던 모양이다.

일단은 황규백을 다 돌아보고 나서 점심은 라운지 d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다. 값도 별로 싸지 않은데 모든 게 셀프 서비스인 건 좀 아니꼽지만 커피까지도 맛은 괜찮은 편이니 대체로 만족.  

점심과 커피로 에너지를 충전한 뒤 다시 전시 관람 재개. 과천 미술관에선 황규백 이외에도 여러 전시를 하고 있어서 지치지 않을 정도로만 휩쓸고 다녔다. 의외로 <벽>을 소재로 한 소장전 작품들이 좋았고... 

각기 다른 인체를 동판에 부조로 붙인 왼쪽 작품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누구 작품인지 벌써 까먹었다;; ㅠ.ㅠ 오른쪽 망치질하는 인간은 광화문 흥국생명 앞에도 설치미술이 있는 조나단 브로프스키 작품. 


<우리가 알던 도시>라는 강홍구 박진영의 사진전도 구경했는데...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황량한 풍경들을 담은 사진들은 다 내 추억속에서 끄집어낸 것도 같아서 친근했지만 감동적이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 헌데 이 전시실에서 의외의 인물을 만났다. 영화배우 정진영씨! 인적 거의 없는 전시실을 혼자 소리없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도 나는 한눈에 엇! 알아봤을 뿐이고... ^^; 대체 유명인을 만나서 사인을 받으면 그걸 뭣에 쓰나 싶은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보아, 박진영, god 사인을 같은 날 받은 수첩도 있단 말이지;;; ) 친구에게 얼른 볼펜을 빌리고, 갖고 있는 종이라곤 브로셔밖에 없어서 거기다 조심스레 사인을 받았다. 죄송하지만.... 뭐 이러면서 접근... ㅋㅋ (근데 쑥스러우면서도 기분 좋았다!) 



<무제>라는 작품들만 모아놓은 전시실도 좀 돌아다녔지만 유료 전시 2개는 패스했다. 대규모 기획전시는 만원도 넘게 주고 보러 가면서 왜 2천원 정도의 저렴한 유료전시도 보려하지 않을까 반성이 들기도 했지만 ㅋㅋㅋ 전시를 한꺼번에 너무 너무 많이 보면 멀미난다는 걸 핑계삼았다. 

그러고는 미술관 밖에 나와 나무그늘에서 셔틀버스 시간까지 좀 기다릴까... 그랬는데

초록빛 나무랑 바람소리가 너무 좋아서 좀처럼 일어나기가 싫었다. 한참이나 나무 아래 비스듬히 앉아 하늘과 나뭇잎 올려다보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가 간신히 일어났다. 어쩐지 미술관 주변의 나무와 풀들은 한여름의 짙은 초록이 아니라 아직 '신록' 느낌을 간직한듯 싱그러움 물씬.

​사진이 깜깜한 초록색으로 나온 건 그늘 탓이다.. 실제로는 연초록이었는데... 잉...

​비오는 날 다시 한번 과천 미술관엘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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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그리고...

놀잇감 2015. 6. 2. 21:49

이런저런 집안일로 한숨도 못자고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지만 오래전부터 해놓은 약속이라 젖은 솜 같은 묵직한 팔다리를 움직여 일찌감치 아침부터 부암동으로 나갔다. 부암동 주민께 직접 설명 듣는 석파정 답사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흥선대원군의 별장으로 알려진 석파정은 몇년 전 자하문 터널 바로 앞에 서울미술관이 들어서면서 미술관 입장료를 내면 덤으로 후원 구경이 가능하다. 개관전 때부터 눈여겨 보았지만 노상 버스 타고 오가는 길에 있는데도 이상하게 구경하게 되진 않았는데, 아는 분 따라가면 입장료 안내고 석파정 구경을 할 수 있다는 얘길 들은 뒤부턴 더 내 돈 주고 구경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계절 좋을 때 제발 한 번 데려가주세요... 그러면서 비벼대고만 있었던 것. 

재작년 가을 부암동 답사 땐 시간이 부족했던가 미리 이야기를 해놓지 않아서 석파정만 쏙 빼놓고 구경을 다녔었는데 요번엔 석파정이 '메인'이었고, 구한말 최초의 요정 가운데 하나였다는 '오진암'을 옮겨다 놓은 예쁜 한옥집'무계원'과 '윤웅렬 대감 별서'는 다시보기 같은 부록이었다. 그래서 사진도 석파정이 대부분...

뜬금없는 화장품 면세점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으로 득시글거리는 서울미술관 입구를 피해서 우리는 <삼계동>이라는 현판이 달린 옆문으로 입장을 했는데, 그런 어마어마한 특혜는 석파정 후원을 공유하다시피 바로 윗집에서 살고 계신 이날의 주인공 덕분이었다. 부암동과 윤동주 문학관 해설도 하고 계신 C선생님의 모습은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다. TV에 부암동 해설하시는 장면도 방송된 나름 유명인사시라 슬며시 이런 데 공개해도 되지 않을가 싶은데... 고민되면 나중에 삭제할지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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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매카트니라는 사진작가에 대해서 내가 미리 뭘 좀 안 것도 아닌데, 애당초 보러가겠다 마음 먹었던 건 작년 폴 옹의 내한공연이 건강상의 이유로 취소되었던 게 크게 작용했지 싶다. 거기다 대림미술관도 쫌 내가 좋아하는 건물이고, 심지어는 초대권까지 생겼으니...  해서 카톡으로 온 초대권 이미지로 공짜 관람을 꿈꾸며 야심차게 달려갔으나 초대한 팀원 이름을 적어내야한다고 했다. 알음알음 이루어지는 패밀리 세일이나 전시의 온라인 초대권은 원래 인쇄해서 관계자 이름 적어 제출하는 게 원칙이다. 매번 따라만 다녀보아서 생각도 못했지 뭔가. 초대권 전송해준 후배에게 차마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는 못하겠고... 조심스레 문자를 보내놓고는 좀 기다리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표 끊고 들어갔다. 그나마 유료 멤버십 가입(만원으로 티켓 두장과 커피 한잔 구매가능)하고 40% 할인받으면 매우 저렴한 입장료.  
원래는 5천원. 할인후엔 3천원

대림미술관 모든 전시에 관람객이 많은 이유는 뭔가 너그럽고 호의적이라는 기분 때문인 듯하다. 멤버십 회원을 위한 무료 공연이나 문화행사도 꽤 많은 편이고... 티켓이나 전시장내 인증샷을 제시하면 기간중 언제든 재관람이 가능하단다. 게다가 작품 사진 촬영도 오케이...
사진을 다시 사진으로 찍어오는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싶으면서도 괜히 막 담아오고 싶어졌다. 벽에 확대해놓은 사진까지도.

4월까지 전시라니 틈나면 한번 더 보러갈까나...
3, 4층의 유명인 사진들보다 확실히 나는 2층의 가족사진이 더 좋았다. 연출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았다는 아이들 사진이 특히 사랑스럽다. 폴 매카트니는 확실히 연예인답게(?) 사진마다 좀 노련한 모델 느낌을 풍기는 데다 젊은 시절 그는 너무 예쁘게 생겨서 별로. ㅋ 딸인 스텔라 매카트니가 한국 전시 기획에도 참여했다는데, 디자이너로 성공한 배경엔 유명한 부모님의 후광이 있었을까 없었을까(당연히 크게 작용했겠지), 양쪽 부모의 예술적인 감수성을 물려받은데다 엄청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테니 유리했겠다 그럼서 괜히 (대체 왜?) 배아파했다. 결국 인생엔 타고난 재능과 든든한 비빌 언덕이 모두 중요하다는 결론. 

흑백 사진 좋아서 구경 가놓고 웬 뜬금없는 푸념인가 그랬다. 

​휴대폰 사진을 넘기다 보니 벽에서 찍어온 지미 헨드릭스 사진이 특히 마음에 든다. 5천원에 팔던 맨 위 사진 흑백포스터가 좀 탐나긴 했으나 가로사진이라 패스~ 

방문에 붙일 새 포스터를 산다면 나중에 브레송의 풍경사진을 노려볼 작정이다. 이로써 보고싶은 전시 목록 중 하나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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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간송문화전

놀잇감 2014. 8. 4. 15:39

매년 가을이던가, 1년에 딱 한 차례만 곳간 열쇠를 열던 간송미술관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그래서 DDP란다. 나는 가운데 D가 '디지털'인 줄;;;) 개관 기념으로 봄부터 간송문화전을 열고 있다.  4월에도 한번 가서 보았는데, 워낙 보물급 문화재가 많아서 1, 2부로 나누어 교체 전시를 한다기에 신윤복의 미인도 보러 지난주에 또 다녀왔다. 국보급 문화재는 지난번과 똑같은 게 많았으나, 그림들이 훨씬 더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지난번에 본 건데도 다 까먹었을 확률도 있음. ㅎㅎㅎ 


건축물로서의 DDP에 대해선 워낙 말도 많고 탓도 많았지만, 일단 전 시장 5세훈이 저지른 온갖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마다 외국인 건축가에게 일을 맡기는 바람에 맥락도 없고 역사도 무시한 흉물들이 곳곳에 너무 많아진 게 유감이고 생김새가 하도 내 마음에 들지 않아 보이콧하려다가 간송의 문화재에 넘어가고 말았다. 전철역부터 몇시간씩 줄서서 성북동에 올라가 잠깐씩만 봐야하는 간송미술관의 콧대높음을 한탄했었는데, 몇달씩 전시를 해주는 게 어딘가 고마워 하면서. -_-;


누구는 뱀이 똬리를 튼 형상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우주선 같다고도 하는 DDP의 외관은 이렇다. 


사진은 4월에 찍어온 거라 그나마 좀 한적. 지난주엔 초딩들 방학한 걸 까먹고 갔다가 평일에도 어찌나 곳곳이 바글바글거리는지 앗뜨거라 후회했었다.  


똑바로 서거나 직선으로 이루어진 벽면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라 빙글빙글 건물 내부를 돌다보면 나도 모르게 벽의 기울기와 맞춰 몸을 삐딱하게 하고 걷거나 멀미가 날 수도 있는데, 그나마 몇달 만에 두 번째로 간 거라 나름 익숙해진 듯했고 매캐한 새집 냄새가 나는 건 사라지고 없었다. 


미인도와 더불어 내가 기대했던 건 지난번에 날짜별로 8개씩 나눠 교체전시를 하고 있던 <혜원 전신첩>이었는데 하이고... 전번에 본 걸 똑같이 전시하고 있을 줄이야! ㅠ.ㅠ 이번에도 보고팠던 <단오풍정>과 <월하정인>은 보지 못했다. 흑...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그나마 옷자락에서 바람이 휙휙 나오는 듯한 <쌍검대무>를 본 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신윤복 전신첩, [쌍검대무]


 그밖에 소싯적 미술 교과서와 국사 교과서에서 보던 청자 항아리며 오리 연적, 원숭이 연적, 금동불상 등을 실물로 볼 수 있고, 간송 전형필이 집 몇채 값을 주고 사들여 엄청 어렵게 지켜냈다는 훈민정음 해례본도 전시되어 있다. 4월 전시때는 국보급 문화재를 지키러 온 건지 곳곳에 시커먼 정장차림의 보디가드들이 위협적으로 버티고 서 있었고, 수많은 진행요원들이 더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는데 (전시장이 꼬불탕꼬불탕해서 동선이 좀 요상하긴 하다;;) 나 말고도 불만 품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그 점은 개선된 듯했다. 일단 바글바글 애들 관람객이 많으니 그거 통제하기에도 바빠보였음. 


하지만 어둠컴컴한 조명(유물 보호를 위해 조명에 신경써야 하는 정도는 나도 안다규~!) 아래 유리 안에 가둬놓은 유물을 보는 건 참 짜증나는 일이다. 유리에 상이 비쳐서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잘 안보이니 원... 그렇다고 부분조명을 잘 해놓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눈 나쁜 사람 성질나게 만들어놓았다. 그러고는 곳곳에 디지털 영상을 틀어놓았다. 3D로 만들었거나 세세한 부분까지 그림을 확대해 놓은 영상이 수시로 돌아가서 시선을 끌기는 하는데, 나는 무엇보다도 원본을 더 자세히 감상하고 싶을 뿐이고...


어쨌거나 가장 기대하고 갔던 신윤복의 <미인도>는 생각보다 작품이 꽤 컸다. 


길이가 130센티미터 정도 된다는데, 족자 크기 때문이긴 하지만 우왕... 정면에서 보면 거의 등신상처럼 느껴지는 크기다. 섬세한 아름다움이야 말할 것도 없고... +_+


보존상태가 겨우 이것밖에 안되나 싶은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감지덕지. 한참을 홀린듯 감상했다. 요새 자주 보이는 국악소녀가 입은 한복도 그렇고 애어른 할 것없이 왜들 그렇게 소매통과 품이 미친듯이 좁고 꽉 끼는 한복을 입나 했더니, 그 전범이 바로 미인도더군! ㅎㅎㅎ

짧고 좁은 옷고름을 옆구리부터 달아 묶는 한복이 많이 보이는 것도 왠지 이제야 알았다. 한복에도 복고풍이 유행이었어!


기념품 가게에는 미인도를 보고 영감을 얻어 인간문화재 장인이 만들었다는 저 노리개도 고가에 팔고 있었다. 


간송문화전 입장료는 8천원이고, 2부 전시는 9월 28일까지 한단다. 간송문화전을 보면 그외 다른 전시장에서 하는 현대 디자인전이며 애니메이션 관련 전시를 할인해주는 것 같았으나 그닥 관심 없어서 자세히 읽어보진 않았다. 4월에 갔을 땐 개관기념으로 DDP를 설계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 전시도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끝이 난 듯했다. 방학이라 아무래도 애들 관객 유치를 위한 각종 디자인 전시회를 유치한 모양. 


월요일엔 휴관이고, 지하철 2, 4,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출구에서 DDP로 곧장 이어진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대체 뭘 어떻게 꾸며놓았나 지난 4월에 돌아보았는데, 땅파다가 수없이 나온 옛날 가옥 유구들과 이간수문을 그대로(위치를 엉망으로 바꿔놓았다고 들었다;;)  전시해놓았고, 옛날 동대문운동장의  조명탑도 몇 개 그냥 남겨놓았다. 심은 지 얼마 되지 않는 나무들은 아직 그늘을 드리우려면 멀고도 멀어보여, '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했음. 모름지기 공원은 좀 편히 쉬고 여유로워야하는 거 아닌가? 참 내...


주변에 밥집도 커피마실 곳도 별로 마땅칠 않아서 더욱 괴로웠던 동대문 나들이에서 미인도 알현 말고도 그나마 하나 건진 건  동대문 종합시장 뒷골목의 생선구이집. ^^; DDP는 또 다시 갈지 모르겠지만, 그 생선구이집은 나중에 이런저런 옷감이며 부자재(?) 사러 나가는 길에 또 들러 먹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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