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년 전인 것 같다. 덕수궁에서 한국근대미술 전시회가 열렸을 때, 유독 설명이 소상하고 정성스러웠던 도슨트가 이인성 화백의 그림 앞에서 말했다. 2012년이 탄생 100주년이니 아마도 조만간 대규모 회고전이 기획될 것이라고. 그 말대로 올해 5월부터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렸고, 나 역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맙소사, 석달 내내 벼르다 또 다시 끝나기 며칠 전에 겨우 다녀왔다. 입장료도 안받는 이런 무료 전시회는 미리미리 다녀와서 사방에 광고 하고 그래야하는데 쩝... 그나마 이인성 회고전 말고도, 2층에선 <꿈과 시>라는 주제로 근대미술 기획전시도 하고 있는데 그건 12월 2일까지라는 데서 위안을 삼아야겠다. 역시나 무료. 덕수궁 입장료 천원만 내고 들어가면 된다.
<계산동 성당>, <해당화>, <카이유>, <소녀> 같이 전에 본 적 있어 반가운 그림도 있었고 난생 처음 보는 그림과 소장품들도 많았다. 유화와 수채화만 그린줄 알았더니만 특히나 수묵담채화도 그렸더군! 그간 나는 이인성의 그림을 예뻐서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요번에 모아놓은 그림들을 돌아보니 어쩌면 뭔가 많이 익숙한 느낌이라 좋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속적인 인물화에서는 고갱의 화풍이 느껴지고, 해바라기 정물화에선 당연히 고흐가 떠올랐으며, 풍경화 몇점에선 언뜻 샤갈이나 마티스가 연상되기도 했다. 정식 미술교육을 받은 적도 없이 미술상에서 도안과 수채화를 배워 전시회에 출품해 척척 입선을 했다니 천재가 틀림없다.
이인성, [가을 어느날] 1934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鄕. 3, 40년대 문화예술계에서 워낙 조선의 향토성이 활발히 다루어졌대고, 조선미술전람회에선 아예 향토색을 심사기준의 하나로 강조했다지만 대구 출신의 이인성은 꾸준히 조선의 향토색과 한국적인 정서를 서양의 화풍과 기법에 접목했던 듯하다.
왼쪽은 타히티 여인들을 그린 고갱의 그림과 종종 비교되는 <가을 어느날>. 이 작품도 조선미술전람회 수상작이란다. 일제시대 관제미술의 수혜자였으므로 당연히 친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듯한데, 식민지 백성으로서 별다른 부와 배경 없이 남다른 재능을 펼치려면 일단 널리 인정받는 수밖에 더 있었겠냐고 설명했던 2년전 도슨트의 이야기에 나도 수긍했었다. 다만 그림 구석구석 도무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놓여 있는 갖가지 소재들의 의미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전시장엔 이인성 화백이 소장하고 있던 각종 자료와 그림엽서,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도 나처럼 참 열심히도 명화 엽서를 사모았다는 사실에 괜스레 흐뭇했다. 물론 나야 한동안 구경하다 서랍속에 넣어두고 끝이지만, 이인성은 엽서 그림으로 서양의 화풍을 배우고 참고해 자신의 작품세계에도 반영했다고. 그래서 작품의 화풍이 다양하게 느껴진 것 같다. 모르긴 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지 않았을까?
완전히 다르기는 하지만, 언뜻보고 마티스의 <붉은색 실내>와 비슷한 인상을 받은 <여름 실내에서>.
이인성 [여름 실내에서] 1934
단순히 붉은 빛깔의 인테리어와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 풍경 때문일텐데, 나만 비슷하고 느끼는지 다른 사람들도 뭔가 관련성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두 사람의 활동시기가 얼핏 겹치니까 혹시라도 일본 체류시절 교류의 가능성이 있을까나? 하지만 <붉은 실내>는 1948년 작품이라, 이인성이 이 그림을 훨씬 먼저 그렸다. 괜히 나 혼자 소설 쓰고 앉았는 것일지도... 어쨌거나 타임머신 타고 돌아가 화백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아오... ㅎㅎ
마티스 [붉은색 실내] 1948
이인성 [계산동 성당} 1930년대
<카이유>나 <계산동 성당>은 과천 현대미술관에 가면 늘 볼 수 있는 그림인데도 정겹고 참 좋다. 저 성당 앞 감나무가 아직도 있어 여전히 '이인성 감나무'라 칭한다는데, 진짜로 어떤 모습일지 대구에 가게 되면 꼭 한번 찾아가 보리라 마음먹은지 수년째, 대구는 기차타고 지나가보기만 했지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 때문인지 요번에 처음 본 <이화 교정>이나 <아리랑 고개> 그림은 나도 좀 지나다녀 본 언덕이라 슬며시 반가워 유심히 더 오래 구경했다.
대체로 작은 크기의 그림들 사이에서 <가을 어느날>과 <해당화>는 꽤 큰 작품이라 이번에도 두드러져 보였는데 나의 착각인지 예전에 뭔가 오류가 있었는지 <해당화>가 '개인소장'이라고 되어있어서 살짝 의아했다. 지난번 기획전시때 본 <해당화>에는 분명 '삼성 리움 미술관 소장'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래서 우리나라 미술품 가운데 대작은 다 삼성이 갖고 있군, 하며 코웃음을 쳤었는데... 어찌된 것일까나. ㅋㅋ 어쨌거나 언제 또 만날지 알 수 없는 개인소장품들을 더 열심히 오래오래 감상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전시실을 나섰다.
덕수궁 미술관 2층 전시실에선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을 비롯해 유명한 한국 근대서양화가의 작품을 대거 만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오지호의 <남향집>도! ^^; 사실 과천 현대미술관에 가면 늘 상설로 순회전시를 하고 있으니 만나기 어렵지 않은 작품들도 많았지만, 볼 때마다 흐뭇한 걸 어쩌라고...
오지호 [남향집] 1939
화가의 딸이라는 빨간옷 소녀와 햇살 받으며 졸고 있는 하얀 강아지, 청보라색으로 표현된 나무그림자까지 정겹고 사랑스럽다. 이른바 '한국적 인상주의의 완성작'이라고 소싯적부터 교과서를 달달 외던 시절부터 마냥 좋았던 것 같다. 인상파 편향적인 나의 그림 취향은 참 오래도록 변할줄을 모른다. ㅋ
<남향집>외에도 미술교과서에서 익히 보던 화가와 작품들이 꽤 눈에 띄며, 작품 사이사이에 이상과 윤동주 등의 싯구절을 적어놓았다. 생각해보면 이 나라의 근대는 암울한 일제강점기지만 그 시절에도 예술은 꽃피고 사람들은 꿈을 꾸며 살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분명 이 땅에선 황금시절이 아니었겠지만 우리나라 근대의 모습도 퍽이나 매력적인 것 같다. (엇, 이런 발언 위험한가?) 이런 상상은 아마도 <미드나잇 인 파리>의 영향인듯.
궁궐 안 마당에 군데군데 서 있는 이인성 전시회 배너 가운데서 <카이유>를 찍어가지고 나오려니, 대한문 바로 옆에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에서는 쉰 목소리로 마음 아픈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가롭게 전시회나 보러다니는 게 조금 찔렸다.
이미 예고한 적도 있는 지우의 2차 스케치북 그림들은 아직도 작품 제목과 설명을 못들은 탓에 포스팅을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가운데 다른 작품집을 알현할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도 도도하신 화가 본인의 설명을 듣진 못했으나 다행히 제목은 적혀 있으니 마음대로 작품을 해석할 기회라 여기며 열심히 찍어왔다. 미술관 못가는 대신 조카 그림이라도 보면서 기분을 전환해볼 요량이었다가, 내친김에 자랑 포스팅까지 실천한다. 이쯤이면 이웃들도 나의 무한조카자랑에 심히 질리거나 익숙해지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 여기면서;;
아 맞다, 작품집 공개 이전에 녀석의 명작 따라 그리기 작품도 하나 공개.
위트릴로의 [두유마을의 교회]란 작품
지우가 연필로 모사한 그림 2011 12월, 6세
휴대폰에 <세계의 명화>라는 앱을 다운받아놓고 가끔 구경하는데, 지우가 그걸 눌러서 열심히 그림들을 넘겨보다가 하필 콕 찝어 따라그린 그림이다. 유독 그림이 작아 세부사항이 잘 안보이는데도 굳이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못내 궁금하다. 엄마 따라서 열심히 교회를 다녀 녀석의 마음에 은혜로움이 충만하기 때문일까? ^^;
그러고 보니 약간 만화체 같긴 해도, 어디선가 보고 베껴 그린 예수님 그림도 있다. 독실한 교인이신 나의 넷째고모 권사님과 사촌동생은 이 예수님 그림을 사진으로 접하고 마구 흥분하며 반색했다는 후문이다. 유명 화가들 작품엔 예수상 그림 많던데, 언젠가는 녀석이 홀로 생각하고 그려낸 예수상을 만나게 해줄지도...
이 작품은 내가 직접 그림을 본 게 아니라 그림 사진만 전송받아서 왼쪽에 적힌 글씨의 내용이며 사연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성경구절이려나? ㅎ
탈춤 사진에선 세 사람의 다리 모양이 다 다르고, 음표를 일일이 그려넣어 리듬감을 표현한 게 놀라웠다.
작품이 다 마음에 들지만 특히 인상적인 것만 언급하자면...
<청소하시는 엄마>의 애환을 어쩜 저리 잘 포착했는지. 아빠는 침대에 누워 자고 있으며, 형아는 안락의자에 앉아 닌텐도를, 자기는 친구랑 놀고 있다. 올케가 현실적인 저 그림을 보며 서글픔을 마구 토로했다. ㅋㅋ
딱 하나만 골라서 나더러 가지라고 한다면,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으로 속도감을 표현한 <놀이공원에서 생긴일>과 <나는 요리사> 가운데서 고민할 것 같다. 요리사 복장은 또 어디서 보고 저렇게 디테일하게 그려냈을지 원...
네모난 때밀이 수건이 눈길을 끄는 <깨끗하게 씻어요>도 좋다! ㅋㅋㅋㅋ
세로 그림이라 따로 올린 이 세 작품도 예사롭지 않다. 군인아저씨 이름표를 보니 본인인데, 아 왜 한쪽눈엔 안대를?? ㅋㅋㅋ <연날리기> 그림은 예전 감따는 그림과 연작 느낌이다. 나 같으면 그냥 옆모습이나 뒷모습만 그리고 말았을텐데 고개를 위로 젖힌 얼굴이라니.... 크... 확실히 녀석의 발상이 좀 다른 듯.
수박 먹는 그림에선 잘 보면 씨 뱉는 접시까지 따로 그려놓았다. ㅎㅎ
예술의 전당에서 저녁약속이 있어 갔었는데, 딱 10분 남는 시간에 지하에 있는 갤러리를 어슬렁거리다 뜻밖에 고흐를 만났다. ^^; 사실은 갤러리 입구 유리 전시실 안에 걸린 작품이 신기해서 들여다보고 있자니, <무료관람> 팻말이 눈에 띄었고 옳다구나 들어가는 순간 정면에 걸린 고흐의 해바라기가 나를 반겨주어 완전 횡재한 기분이었다.
여러 작가들의 최신작이 전시되어 있어 죄다 흥미로웠지만 고흐 추종자로서 역시 내 눈엔 다양한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을 패러디한 이승오 작가의 <교차된 결> 연작만 기억에 남았다. 모두 네 명인가, 다섯 명의 작가들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람 얼굴과 눈빛을 조명으로 표현한 작품도, 미세한 철망의 음영으로 놀라운 인물 형상을 만들어낸 작품도 다 좋았으나, 아쉽게도 다른 이들은 이름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째뜬 언제까지 전시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혹시 조만간 예술의 전당에 갈 일이 있으면 지하1층 갤러리7의 '무료' 관람을 놓치지 마시라! ㅋ
게다가 혹시나 해서 물으니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으면 사진을 찍어도 된다니 금상첨화! 처음엔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 셋만 찍었다가 한바퀴 더 돌고 나선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패러디도 찍고, 대표작인 듯한 (비슷한 작품이 입구에 걸려 있었다. 그림을 비스듬히 한쪽에서 보면 여인이고 반대편에서 보면 앤디 워홀의 마오쩌둥 모습인;;) 주름 작품(?)도 찍어왔다. 모두가 색색깔의 종이를 차곡차곡 접어 쌓아 만든 작품이었다. 작품 제목은 모두가 <교차된 결> 영어로는 <Layers>였고 재료는 paper stack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떻게 염색한 종이를 접어 쌓고 끼워서 고흐의 꿈틀거리는 붓터치 느낌까지 이렇게도 정교하게 살려낼 수가 있는 지 원... 화가들의 창의성이란 암튼! 신기신기...
고흐가 알면 아마 깜짝 놀라지 않을까 싶다.
매일매일 같이 그림을 그리며 놀자고 졸라서 애엄마가 괴롭다고 토로하는 나의 조카 지우.
방금 고흐 자화상을 컴퓨터로 골라놓고 제일 마음에 드는 걸 따라그렸다면서 올케가 동영상과 그림을 보내왔다. +_+
완성본만 본다면 겨우 6살, 아니, 만으로는 다섯살 밖에 안된 아이가 그린 그림이라는 걸 다들 믿을까 싶을 만큼 모사화 솜씨가 훌륭하다. 머리모양과 눈매, 양복의 선이며 이미지까지 완벽 포착!
비단 팔불출 고모라서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라니깐!
동영상 속 노트북에 떠 있기는 하지만 상세 비교를 위해 고흐 자화상도 함께 퍼왔다. ^^;
지우가 따라 그린 고흐, 2011 6세
오르세 박물관에 있는 고흐 자화상
지우는 고흐가 잘생겨서 좋단다. 여러 종류 자화상 가운데 양복을 입은 걸 고른 이유도 아마 제일 단정하고 '잘생겨' 보여서가 아닐지. ^^; 동영상 받자마자 전화로 마구 칭찬해주었더니만, 나중에 자기가 '좀' 갖고 있다가 이 그림을 고모에게 주겠다고 했다. 반색한 내가 얼마나 있다가 줄 거냐니깐, "고모가 할머니 되면..."이란다. ㅠ.ㅠ
나쁜넘. 할머니 되서라도 지우 그림을 받을 수 있으면 감지덕지해야 하는 거겠지. ㅋ
지우의 두번째 작품집을 곧 공개하겠다고 장담해놓고 약속을 못지켜 혼자 찔려하는 중이다.
지난 주말 드디어 스케치북을 알현하고 작품사진을 서둘러 찍기는 했으나, 하필 제삿날이라 분주한 가운데 제대로 그림 설명을 듣지 못했다. 화가 본인께서도 노는 데 바빠 좀체 그림 설명을 하려들지 않았다. 제목이 뭐냐고 물으면 그림 뒤에 써 있다며 쿨하게 반응하시고...
암튼 그래도 그림혼 충만한 지우가 잠시 짬을 내어 초상화 두 점을 그려주어, 그것을 대신 미리 공개한다. 지우가 그린 큼지막한 초상화를 갖고 싶은 소원을 드디어 이루어 감격스럽다. 다음에 만날 땐 색깔도 칠해주겠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집에 물감으로 변하는 색연필을 미리 장만해놓아야하는 것인가 생각이 복잡하다. 화가소년을 위해 이 기회에 확 지를까? -_-;;
[큰엄마 ]2011년 11월, 6세
제 큰엄마를 아주 면밀히 관찰하며 그린 작품이다.
머리모양도 대단히 사실적이고(가르마를 타서 하나로 묶고 있었음) 경쾌한 느낌이 정말 큰올케를 닮았다. ^^;
사과무늬 앞치마는 꽃무늬 옷으로 척 대체하더니만 주방을 배경으로 스툴에 앉은 자세를 재량껏 옮겨 식탁에 앉은 모습으로 그려냈다.
뒷배경 왼쪽은 실제 식탁 뒤 벽에 붙어 있는 그림이고, 오른쪽은 인터콤.
첫 그림이라 정성을 들인 게 한눈에도 보인다. 귀걸이에 목걸이까지...
+_+
이 초상화의 주인공인 큰올케는 몹시 마음에 들어하며 벽에 걸어놓았고, 이 사진은 그걸 찍은 것.
나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고모도 제발 초상화 한장 그려달라고 굽신굽신 애걸복걸했고, 몇 시간이나 졸라댄 뒤 드디어 소원을 이루었다. ㅋ
[고모] 2011년 11월, 6세
화가는 모델인 나에게 가만히 앉아서 손으로 V를 그리며 웃고 있으라 주문했다.
처음엔 귀찮은듯 스케치북 한 귀퉁이에 얼굴을 동전만하게 그리길래, 나도 얼굴 '크~~~게' 그려달라며 지우개까지 찾아다 바쳤더니 옛다 선심 써주마 하는 태도로 동그라미를 아주 크게 확대했다. (먼저 그림을 그려받은 올케는 내 초상화를 보더니 자기보다 얼굴 크게 그렸다고, 자기 그림이 훨 예쁘다고 매우 좋아하였다. 나 원참;;)
동그란 얼굴, 단발머리 길이며 네모난 뿔테 안경, 헝클어져 늘어뜨린 앞머리까지 퍽이나 정교하다. (얼마나 실물과 닮았는지 사진과 함께 공개하면 좋겠으나 신비주의를 고수해야하므로 그럴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ㅋㅋ)
초상화엔 화가의 이름과 서명까지 받아냈다. 수십년 뒤 이 그림 또한 엄청난 고가에 팔리게 될지도 모르므로 소중히 간직할 생각이다. ^__^v
여름에 잠깐 슬럼프를 겪는 듯 집에선 잠시 그림을 멀리했다던 지우는 다시 폭풍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루에 스케치북 한권도 금세 다 써버리는 시기가 아닐는지 ㅋㅋㅋ 예쁘고 진지한 그림은 유치원(미술학원?)에서 매일 그리니까 집에선 '이상한' 그림을 그리겠노라고 선언하는 적도 있었다는데 암튼... 최근에 또 한권의 작품집을 끝내 집으로 가져왔다는 기쁜 소식도 들리고 하여, 2차 작품집 본격 자랑질의 예고편 격으로 지우 그림 몇장 또 소개할 작정이다. 휘휘 떨어져 내리는 낙엽 따라 마음이 늘어져 그런지 통 포스팅할 '꺼리'도 생각 안나기도 하고...
첫번째 그림은 지난 9월 지우가 준우형님 생일 선물로 그려준 작품이다. 타자로 활약하는 형님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투수가 공을 던질 때부터 야구공의 움직임을 화살표로 표현해놓았다는 점. ^^; 준우형아가 홈런을 쳤단다. 그림 오른쪽 하단의 초록색 물체가 바로 야구장의 그물망을 표현한 것인 듯. 외야수가 팔을 한껏 높이 뻗었음에도 공은 담장을 넘어갔다. 캬... 6살 지우가 아직 한글을 다 깨우치지 못하였으므로 생일 축하 메시지는 엄마에게 불러주어 적게 하였고 '지우가'라는 서명만 본인이 작성했다고... 수줍음 많은 형한테 부끄럼타지 말라는 게 요지다. ㅋㅋㅋ
2011년 9월 [야구하는 준우형아]
두번째 작품은 색연필로 그린 [용의 공격] (설명 들은 걸 고새 까먹어 제목 내 맘대로 붙였다;; ㅋ)
입에선 불을 뿜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의자에 앉은 사람이 고삐를 매 조종하고 있고, 입엔 여의주까지 물었다. 두가지 색깔로 표현한 불꽃하며, 날개에 그려넣은 무늬까지 아주 섬세하다.
2011년 9월 [용의 공격]
여의주 부분과 고삐를 잡아당기느라 몸을 뒤로 젖힌 사람의 자세까지 면밀히 보라고 올케가 상세사진도 보내줬다! 뾰족한 용의 귀부분도 완전 섬세해 섬세해~~!! 꼬마녀석이 연필로 어떻게 저런 곡선과 직선을 자유자재로 그리는지 모르겠다.
노랗게 반짝이는 큼지막한 별을 달보다도 크게 그린 것이 인상적. 저 삐죽하게 솟아오른 검은 사이프러스 나무를 보라!
이렇게 그려놓고 고흐보다 잘 그렸냐고 묻더란다. 물론 그렇다고 대답해주라고 코치했다.
고흐는 27살에 처음 그림을 그렸단다, 지우야! 너는 그사람보다 무려 21년이나 빨리 이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거야. 훨씬 더 훌륭하고말고!!
지난번 와우북 페스티벌에서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소개한 책을 지우에게 사주었더니 그걸 보고 따라그렸다는데, 장난꾸러기 지우는 해바라기도 그려주겠다며 성의없게
2011년 10월. 지우의 해바라기
슥슥 그려 위 그림에 연이어 사진을 내게 보내왔다. -_-;
지우 표정을 보면 그리기가 싫었거나, 어른들을 놀려먹고 싶었거나... 둘중의 하나가 아닐까나.
아래는 지우맘 카톡 사진에 올라있길래 얼른 청해서 받은 칠교작품이다. 방바닥에 저래놓았으니 영구보존할 수도 없고 참 안타깝다. 내눈엔 그냥 빤해 보이는 색깔나뭇조각으로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다 하는지 원... 지난번 불이랑 얼음 뱉어내 양을 공격하는 용이랑 사자 작품보다 훨씬 더 정교해졌다. 작품명은 [로봇]이라고.
2011년 10월. [로봇] 장판위에 칠교조각 ^^;
손에 든 건 각각 방패와 도끼란다. 이 작품 사진을 본 내가 말했다. 어디선가 아즈텍 전사의 향기가 나! ^^; 안 그런가?
다음으론 무지개 공작새를 탄 준우네 가족 그림. 지우가 집에서 특히 가족화를 많이 그리는 건 어떤 의미일지, 그만큼 가족애가 많다는 건지 문득 궁금하다. 이번에도 맨 앞에서 새를 조종하는 건 슈퍼맨처럼 망토까지 걸친 지우.
2011년 10월. [공작새를 탄 가족]
이 그림을 보고 준우가 자기만 이상하고 성의없게 그렸다고 화를 냈다고 들었다. 인물 가운데선 역시나 본인과 제 엄마를 제일 정성들여 그렸다. 그래도 내눈엔 새초롬한 공작의 표정과 눈초리가 제일 인상적. ㅎㅎ
2011년 11월. [감따는 지우]
마지막 작품은 그야말로 제2작품집의 예고편이다.
유치원에서 보내온 두번째 작품집 가운데 (아마도 요번 주말에 나도 알현할 수 있을 듯.. 두근두근 설레 죽겠다 >,.<) 제일 가을분위기가 물씬 난다며 동생들이 한 장 먼저 선보여주었다. 작품명은 <감따는 지우>.
나무 모양과 바구니, 창호지로 보이는 감은 선생님이 일괄 붙여주고 나머지 색칠과 나뭇잎 사람 그림을 시킨 모양인데, 지우는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고 높은 감나무를 올려다보는 자세를 그렸다! 그 조그만 머리에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 감탄스럽다. 나 같으면 기껏해야 옆얼굴 그리고 말았을텐데... 아웅.
옷색깔이랑 양말까지 전체적인 색 배합이 참으로 예쁘다. 작품집에 또 어떤 그림이 들어있을지 궁금궁금...
올케랑 애들 먼저 버스 갈아타고 우리집에 오느라 지우 스케치북을 못가져왔대서 아직 구경 못했다. -_-; 역시 대가의 작품은 알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새로운 그림 사진 하나는 또 입수했다. 사진 상태가 그리 정교하진 않지만... 그래도 지우 그림은 소중하니까 ^^;
제 아빠의 회사 동료(후배?)가 결혼을 앞두고 집으로 인사를 왔다는데 결혼축하의 의미로 지우가 그려준 작품이라고 한다. 처음 스케치만 했을 때는 더욱 정교하고 세밀하여 아름다웠다는데 곧 도착한다는 전언에 마음이 급해 색깔을 대강 칠하면서 디테일이 지워져 안타깝다고 지우맘이 말했다. 어쨌거나 보자.
나비넥타이를 맨 신랑을 향해 어여쁜 신부가 걸어가고 있다. 처음엔 맨 왼쪽편 단상의 인물이 주례인 줄 알고 신랑이 신부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이라 상상했는데, 아무래도 마이크를 손에 잡은 품새가 사회자 같다. ^^; 요즘엔 빨간색 주단 대신에 하얀색 레이스 비단을 깔아놓은 예식장이 많던데, 지우는 빨간색 주단을 선택했다. 흰색 일색인 웨딩드레스 대신에 장식과 채색이 화려한 드레스를 신부에게 입힌 것도 흥미롭다. 제일 기발한 건 화면 맨 아래쪽 테이블에 앉아 손을 든 하객의 모습이다. 제 아빠가 "어이 종오!"(이름 맞나 모르겠음)라고 신랑이름을 부르는 장면이라고...
시간이 넉넉해서 그림의 완성도를 좀 더 높였더라면 좋았겠으나, 뭐 이대로도 훌륭하다고 본다. 천재화가소년에게 이런 놀라운 선물을 받은 신랑신부는 얼마나 기쁠까나. ㅋㅋㅋ
6월부터 시작해 9월 25일까지 석달도 넘게 한 전시를 끝나기 며칠 전에 간신히 다녀왔다. 처음엔 시간 많으니 애들 방학 끝나고 천천히 가지 마음 먹었다가 점점 갈까말까 망설이는 쪽으로 기울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라는 전시 제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으나 어쩜 이리도 오만하고 건방진 제목을 정했을까 공연히 빈정이 상했다. 아무리 휘트니 미술관의 역사가 유럽 미술 중심의 흐름에 반감을 품고 미국 화가들을 독려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거기서 겨우 80몇점 그림 빌려와서 보여주며 그게 미국 미술의 전부라고 큰소리칠 수가 있단 말인가? (미술관을 다 돌고 나서, 진짜로 내가 무식하기 때문에 궁금하여 던지고 싶었던 질문: 에게게... 정말 이게 미국 미술의 전부라고? -_-;)
가기 전부터 이미 고까운 마음이 들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앤디 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 에드워드 호퍼 딱 세 사람의 그림만 보고 와도 '본전'은 뽑겠다고 생각했던 전시회는 퍽 실망스러웠다. 현대미술과 추상화에 완전 무지한 내 탓일 수도 있고, 무조건 예쁜 그림만 선호하는 내 취향 탓일 수도 있으나, 아무튼 나는 그랬다. 앤디 워홀 작품도 어쩜, 수프 깡통이랑 세제 박스 같은 것만 두어개 가져왔더라. 리히텐슈타인 작품도 딱 두 점. +_+
<아메리칸 아이콘과 소비문화>를 주제로 한 방이었던가? 죄다 앤디 워홀 아류작 같고 그밥에 그나물 타령인 대중적인 상업 미술을 보며
로이 리히텐슈타인, [크리스털 그릇이 있는 정물] 1993.
난 아무 감흥도 일지 않았다. 리히텐슈타인의 경우도 <크리스털 그릇이 있는 정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뭔가 더 크고 새롭고 유명한 작품이 왔기를 바라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브제와 정체성, 오브제와 인식을 2, 3부로 꾸민 전시실에서도 특별히 마음을 끄는 작품이 없어 몇번이나 방을 돌아다녔어도 관람은 금세 끝이 났다. 휘트니 미술관 가면 반나절 내내 쉬지 않고 그림을 봐도 다 못보고 지친다더만 이게 뭐람! 쳇...
그나마 귀엽다 느꼈던 작품은 축소한 옷을 연결해 놓았던 빨랫줄(사진 못찾았다 ㅎ)과 찰스 레이의 <퍼즐병>.
찰스 레이, [퍼즐병] 1995.
영국에서도 이런 좁은 병안에 엄청나게 정교한 범선을 넣어놓은 작품 본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일일이 조립을 하는 걸까? +_+
미국 현대미술이 일상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물건과 이미지로 작품활동을 했다는 건 얼핏 알겠으나, 나는 그래도 뭔가 좀 회화스러운 느낌의 작품을 더 좋아한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오브제를 통해서 미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였다는데(현대미술도 잘 모르지만 오브제 싫다규~!), 스스로도 좀 민망했는지 특별코너로 <20세기 미국 미술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마지막 방을 하나 꾸몄고 내가 알현을 바라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바로 이곳에 걸려 있었다. 비록 호퍼의 그림을 딱 한점 볼 수 있기는 했지만, <해질녘의 철로> 그림 앞에서 나는 이미 지나온 3개의 전시실에서 쌓였던 실망감을 어느정도 풀 수 있었다. 사실 호퍼의 그림을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다. 그간 온갖 책에서 호퍼의 이름과 작품 설명을 만나며 정말이지 궁금했다. 화집이나 사진으로 보는 호퍼의 그림은 얼핏 (무식하다고 욕먹어도 할 수 없다 ㅋㅋ) 약간 <이발소 그림> 같은 느낌을 풍겼고, 인물이 등장하거나 안하거나 늘 황량하고 쓸쓸함이 물씬 묻어났다. 뭔가 아주 복잡하고 기구한 사연이나 황망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것도 같고... 어쩌면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에서 풍기는 인상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했던 누군가의 평론을 보아 생긴 편견 때문일수도 있겠다. 하여간 툭 트인 공간과 여백에서 느껴지는 막막함과 무심함이 호퍼 그림의 매력이라고 나름 상상하고 있었는데, 나의 상상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그림을 만난 것 같았다.
에드워드 호퍼, [해질녘의 철로] 1929.
이전까지는 모두 합해 30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휙휙 작품을 스쳐지나다가 호퍼의 이 그림 앞에서는 정말 넋이 빠진듯 한참이나 감상하고 서 있었다. 노을에 물든 하늘 빛깔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철로변이라는데 나는 이 그림을 본 순간, 문득 할머니, 할아버지 묘소가 있는 파주를 향해 자유로를 달리다 왼편으로 만나게 되는 한강변 철책과 군초소가 떠올랐다. 오래 전 무언가 속이 상한 일로 질질 눈물을 짜다가 통닭 한 마리랑 소주 한 병 들고 할아버지 할머니 무덤 앞에서 엉엉 눈물을 쏟은 뒤 돌아오던 길에 오른쪽 차창으로 이런 노을빛을 본 것도 같고...
암튼 결론은, 그래서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계속 입이 댓발쯤 나와 툴툴거리다가 마지막 전시실에서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ㅎㅎㅎ 마음이 좀 풀리니 처음엔 조악하게 입구에 재현해 놓은 복제본 작품사진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 비웃던 마음도 잊고 나도 한 장 찍어오기까지... ㅋㅋㅋ
마리솔, [여인과 강아지], 1964
마리솔이라는 화가의 작품을 입간판처럼 입구에 세워놓았는데, 실제 작품에선 왼쪽의 저 개 머리가 '박제'라고 해서 좀 놀라고 으스스했다. -_-; 이 사진에서 흥미로운 건 오른쪽 위에 구멍을 뚫어 보이게 해놓은 소화전(?)이다. 전에도 이런 구도로 다른 작품 복제본 세워놓았던 것 같은데, 그 때도 저렇게 구멍을 뚫어놓았던 걸 기억한다. 매번 저것도 작품의 일부 같아 웃기다!
'본전' 안 아깝게 호퍼의 그림을 보고 또 보고 그러다가 미술관을 나왔으나 뭔가 문화생활이 덜 충족된 것 같은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또 한 바퀴 덕수궁을 거닐며 밤궁궐의 정취를 느껴보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러고 나서야 흡족한 심정으로 대한문을 나설 수 있었다. 갈까말까 망설여지는 전시회는 아예 안가고 아쉬워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교훈을 새삼 하나 새기면서.
현대미술관은 밤이나 낮이나 그 위용이 대단하다.
그날따라 시청앞 광장에서 무언가 대단히 요란하고 시끄러운 행사를 벌이며 조명을 쏘아대고 있었다. 이 구도로 사진 참 많이도 찍어오는데 이날은 또 다른 것 같아서...
무릎팍도사에 나온 유홍준씨가 경복궁 근정전을 바라보기 가장 아름다운 지점이 오른쪽 마당 끝이라고 하는 걸 들은걸 기억해내고 중화전도 그 위치에서 찍어보았다. 실제로는 이것보다 더 어둡고 안에서 스며나오는 조명이 은은한 주황색이라 정겨웠다.
대여섯살 무렵의 정민이 그림도 예사롭지 않다고, 천재소녀화가 확실하다고 사방팔방 자랑하고 다녔다가 세월이 흐른 뒤 상당히 머쓱해졌음을 잘 안다. 그래서 준우랑 지환이 때는 호들갑을 좀 덜 떨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여섯살 지우의 그림을 보며 나는 또 다시 입에 거품을 물다시피 감탄하며 자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바로 하루 전 작년과 올해 지우가 '비공식'적으로 집에서 그린 그림들을 자랑했지만, 미술학원(말이 미술학원이지 종일반 유치원이다)에서 '공식적으로' 그린 작품들은 그 깊이와 품격이 완전히 다르다. 천재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여섯살짜리가 이런 필치와 색깔과 구도로 그림을 척척 그려내는지 원! *_*
나야 눈에 콩깍지가 완전히 덮여 이성을 잃었다고 쳐도, 화가이신 우리 막내고모마저 전문가인 자기 그림보다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인정한 그림이 꽤 많다. 그분도 역시나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데다 핏줄은 속일 수가 없으니--게다가 나의 조카들에게 화가 DNA를 물려주신 장본인이 아닌가!--팔이 심히 안으로 굽기는 했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화가로서의 냉철한 판단력이 흐려지진 않았으리라 믿는다.
올 상반기동안 예그림미술학원에서 지우가 완성한 작품집에 든 그림이 모두 17점인데, 하나같이 훌륭하다! 화가 본인도 그 점을 잘 아는지, 지난 여름 방학에 우리집에 놀러오는 날 스케치북을 들고 와 하나하나 작품 설명을 해주었다. 뜸들이다가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나 설명 내용이 가물거리는 것들도 있지만 최대한 기억을 돌이켜볼 작정이다. 너무 미리 기대치를 높이면 안되니 이쯤에서 잡설은 줄이고 드디어 천재소년화가의 그림을 전격 공개한다. ^^; (엄청 깁니다. 스크롤의 압박이 예상되오니 마음의 준비를 하심이...)
2011년
<공룡> 도화지에 물감, 크레파스, 사인펜. 2011년 상반기, 6세
(똑같은 경우 아래엔 생략예정)
이곳 미술선생님의 특징이 재료와 기법을 섞어서 다양한 표현력을 가르치는 듯하다.
그림마다 거의 테두리는 싸인펜으로 그리고 물감이나 색연필, 크레파스로 색을 칠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 공룡의 몸뚱이는 붓으로 칠한 게 아니라 '스펀지'로 두들겼다고 지우가 설명해주었다.
알에서 곧장 태어나 아장아장 걸어나오는 아기공룡인 듯 왼쪽 아래쪽엔 금 간 공룡알들이 세개 더 보이고 저 멀리 화산에선 용암이 분출되고 있다.
배경에 달팽이 무늬를 싸인펜으로 그려넣고 물감으로 번지게한 기법이 쓰였는데 달팽이 무늬 크기가 제각각 다 다르다.
이렇게 귀여운 공룡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둘리보다도 귀엽다고 강력주장... ㅋ
(요번엔 그림들이 클릭하면 '적당히'? 커집니다)
<열기구를 타고>
지난 여름 이 그림을 딱 본 순간 내가 떠올린 건 오매불망 꿈꾸고 있던 터키 카파도키아 열기구 여행이었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열기구가 둥실 떠올라 있는 터키 여행사진을 녀석이 어디선가 봤을 리도 없는데... ㅠ.ㅠ
암튼 열기구를 장식한 별과 달팽이 무늬, 바구니에 탄 사람이며 저 멀리 지상에 서 있는 나무와 하늘에 뜬 햇님까지 모두 지우 솜씨라는 건 확실한데, 동그란 열기구 모양은 아무래도 선생님이 일률적으로 그려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화가소년 자존심 상할까봐 당시에 묻지 못했는데 나중에 살짝 물어봐야지.(지우에게 확인해보니 선생님이 열기구 모양 그려준 거 맞단다)
화면 오른쪽의 남다른 색칠도 사연을 들은 것 같은데 기억에서 사라졌다. -_-; 추석때 만나서 확인예정. (열기구 오른쪽의 희끗한 형상은 '아파트'라고 함. 왼쪽 하늘색 꽃무늬 같은 것은 구름이고 ^^;)
지우 옆에 타고 있는 소녀는 이 작품집에서 가족 이외에 최다 출연하는 지우의 여자친구 '예서'양이다. 자꾸만 등장하는 걸 보고 고모는 폭풍질투에 사로잡혔었다. ㅋ (이 또한 나의 착각이었다! 열기구에 타고 있는 사람은 지우와 여친이 아니라 왕자와 공주라고! 어쩐지 이제 보니 남자아이가 좀 못생겼다. 지우가 자기를 저렇게 못생기게 그렸을 리가 없다 ㅋㅋ)
<예쁜 우리 엄마>
바로 앞 포스팅에 소개를 했지만 작품집에 든 그림 전체를 공개하는데 의미가 있기도 하고 세부설명도 필요한 것 같아 다시 올렸다.
선생님에 따르면 지우는 작품을 '구상'하는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다른 애들이 대강 쓱쓱 재빨리 그림을 그리는데 반해 워낙 공을 들이기 때문에 작품 완성이 상대적으로 늦단다. 다른 아이들이 그림을 다 그리고 막 놀기 시작하면 지우도 막 같이 놀고 싶어 엉덩이를 들먹거린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놀 생각에 가끔 바탕색 칠하는 걸 힘겨워할 때가 있다고 해서 우린 깜짝 놀랐다. 지우가 워낙 색칠하기를 좋아하고 빈틈없이 칠하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에서도 머리에 단 리본이며, 다이아몬드 귀걸이, 하트 목걸이 같은 섬세한 부분도 일품이지만, 엄마에 대한 넘쳐나는 사랑을 표현하듯 바탕에 하트를 아주 빈틈없이 도배해놓았다. 보라색과 자주색으로 이중 처리한 옷색깔은 또 어떻고! 인물도 예쁘지만 색감이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전 포스팅에서 지우가 그린 엄마와 실물 비교를 위해 사진을 올리기도 했지만, 지우가 그린 자화상과 실물의 닮은 정도는 정말 놀랍다! 내가 그림과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할 때마다 다들 입을 모았다. 싱크로율 100%야! @.,@
정말 닮지 않았나? 비단 머리모양 뿐만 아니라 맑은 눈매며 암팡진 인상까지 똑같다고 팔불출 고모는 마구 주장하는 바임. ㅋㅋ
그림 제목은 <내 입속에는>이다. 지우가 완전 편식대마왕님이라서 먹는 게 정말 한정적이다. 저 그림에 드러난 밥, 쿠키, 아이스크림, 치킨, 생선, 바나나, 포도, 수박, 사탕, 콩 정도가 전부다. (드물게 콩을 먹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그 외에 빵과 떡도 좋아한다) 그런데 치킨 옆에 있는 저게 뭔지 통 기억이 안난다. 햄이라고 했던가? -_-; 며칠 뒤에 물어봐야지. ㅎㅎㅎ
(치킨 옆에 있는 파란 물체는 다름아닌 '물'이란다! 먹거리 그려넣으며 컵에 담겨 찰랑대는 물을 그려넣을 생각을 하다니 놀라워 놀라워;;)
<둥지 위의 새>
도화지에 싸인펜, 물감, 색종이, 크레파스
알에서 하나씩 부화하는 새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태어나자마자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그걸 음표로 표현한 것 좀 보라!
보라색 배경에 어울리도록 햇님을 흰색으로 그냥 내버려둔 센스는 또 어떻고~!
화가께서는 맨 왼쪽의 금 간 알을 가리키며, 얘도 이제 곧 깨어날 거라고 말씀하시었다. ^^ 벌레를 잡으러 간 엄마새를 기다리는 모습이라고... 대체 무슨 새인지 몸통 색깔이 다 다르다.
<무당벌레>
비오는 날, 커다란 나뭇잎에 무당벌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왼쪽 무당벌레는 오른쪽 무당벌레가 날아가는 모습이라고("얘가 날아가면 이렇게 날개가 펴지는 거야...")지우가 설명해주었다. 그러니까 무당벌레 한 마리의 두 가지 움직임을 한 화면에 포착한 셈이다. @.@
나는 오른쪽 아랫부분에 그린, 민들레로 추정되는 노란꽃까지 전체적인 구도며 색감이 너무 마음에 든다. ㅠ.ㅠ
<바다 위의 돛단배>
색종이를 접어 붙이는 콜라주 기법이 응용된 작품으로, 돛에는 별 스티커도 장식되어 있다. 바다를 파란색으로 칠하고는 하늘을 노란색으로 표현했다. 아웅...
왼쪽 돛단배에 탄 한 쌍이 또 다시 지우와 예서 커플인지, 제 엄마아빠인지 까먹었다. 물어본 것만 기억나고 대답이 뭐였는지는... 에휴... 이 또한 추후 수정하겠음.
(왼쪽 노란 배를 탄 한쌍은 왕자와 공주이고, 그 뒤를 쫓는 빨간 배에 탄 건 '나쁜 악당'이란다. 얘길 듣고 보니 빨간배에 탄 인물의 표정이 매우 포악, 사납다 ㅋㅋㅋ)
<행복한 우리집>
언뜻 보고 지우도 한옥에 살고싶어 하는 건가 의아했더니만, 자기네가 사는 아파트를 그린 거란다.
하긴 현관문 번호키를 보면 지네 아파트 맞다. ㅋ 방방마다 엄마아빠 형과 자기를 그려넣었는데 특이한 건 오른쪽 아래 누운 사람이 지우의 '이모님'이라는 사실이다. 이모가 자기네 집에 와서 자고 있다나?
고모는 안 그려주고 이모를 그렸대서
속 좁은 고모는 또다시 폭풍질투에 사로잡혔다. 그치만 뭐 어쩌겠나.. 이모는 바로 옆에 살고 고모는 아예 다른 시에 살고 있는 걸. ㅠ.ㅠ (지우네 집은 일산이다)
맨 왼쪽 네모에 들은 인물은 부엌에 있는 엄마가 아니라 '졸라맨'이란다. +_+ 그 옆에 세로로 그려진 두 인물은 아빠와 형, 오른쪽에 나란히 그린 인물이 엄마와 지우라고 함. 웬 뜬금없이 졸라맨? 아무래도 지우가 고모를 놀려주려고 장난친 것 같다. -_-;
<팽이치기 놀이>
지우랑 예서가 '베이 블레이드'라고 하는 팽이놀이를 하는 장면이란다.
팽이를 돌림판에 꽂아 끈을 잡아당겨 둥근 플라스틱 판에 놓으면 신나게 돌아가는 건데, 작년부터 한참 유행이라 나도 녀석들이랑 놀아봤다.
팽이를 부딛치게 해서 싸우거나 누가 오래 돌아가는지로 내기를 하는데, 그림 속에선 두 팽이가 불꽃튀는 전투를 벌이는 모양이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팽이의 움직임을 꼬불꼬불 용수철 모양으로 형상화한 게 인상적.
<땅속 개미>
검은 도화지에 흰 크레파스로 개미를 그려 오려붙였다. 개미굴 맨 안쪽엔 알들이 잠을 자고 있고, 주변 땅속엔 개미들이 물어다놓은 애벌레, 과자, 도넛 같은 식량이 잔뜩 쌓여있다.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ㅋㅋ
그림 맨 위 상단부의 주황색 물체는 애벌레가 아니라 '소세지'란다. ㅎㅎㅎ
<코끼리를 타고>
지우네 가족이 코끼리를 타고 있는 장면이다. 당연히 맨 오른쪽 엄마 옆에 앉아 있는 게 지우 본인.
코끼리가 네 식구나 태우고도 어쩜 저리 표정이 밝고 명랑한지. 뒷다리는 두껍게, 앞다리는 얊게 그린 것도 신기하고 힘들지 말라고 미리 포도랑 사과도 갖다주었다. 전체적으로 사랑스러운 느낌.
<거북이>
도화지 화면에 꽉 찬 거북이가 참 알차다. 등가죽의 육각형 무늬를 어떻게 저렇게 정교하게 그렸을까? *_*
그안을 촘촘이 선으로 채운 것도 그렇고... 목덜미에 땀방울까지 디테일의 승리다.
흰색 크레파스로 구름이랑 동그라미 그리고 물감으로 바탕칠하는 기법이야 선생님이 가르쳤겠지만 시원시원한 선과 색감이 일품.
<나비가 훨훨>
제목 대로 꽃을 따라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들 모습이다. 여기선 그림물감을 어딘가 딱딱한 데 묻혔거나 물감튜브째로 찍는 기법이 사용된 것 같다.
호랑나비 색깔들도 현란하지만 더듬이와 날개 모양을 어쩜 저리도 잘 그렸는지... 꽃모양도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느낌이 다양하다. 그림마다 전체적인 완성도가 확실히 다르지 않은가! ㅋ
<비누방울 놀이>
무지개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비누방울을 이렇게 생생하게 표현해내는 어린이가 있으면 어디 나와보라고 하고 싶다. ㅠ.ㅠ
실제로 비누방울 놀이를 많이 해봐서 처음에 훅 불어내면 약간 바람에 찌그러지는 모습까지 포착한 듯...
천재랄밖에...
<세모나라>
세모나라라서 자동차들도 세모고 나무도 세모고 세모꼴의 대표랄 수 있는 피자조각도 보인다.
팔을 길게 뻗은 듯한 회색 자동차의 정체는 코끼리 자동차익고, 밤색 네모꼴은 '택배상자'란다. ^^;
<생일축하>
이 작품은 실제로 스케치북 제일 마지막에 케이크가 입체적으로 상당히 두둑하게 붙어 있었다. 종이찰흑인지 발포제 같은 걸로 따로 만들어 붙인 듯.
발 아래 놓인 생일선물들은 죄다 레고 시리즈란다. 지우의 파티 의상도 예사롭지 않다. 레고 닌자 시리즈에 꽂혔는지 검을 세개나 차고 시커먼 복면까지... ㅎㅎ
오른쪽엔 예서양 드레스를 입고 또 등장하시었다. -_-;
우리 가족들은 지우가 하도 말라서 자코메티의 조각, 또는 이디오피아 난민이라고 부르며 많이 걱정을 하는데, 지우의 여성취향 또한 가늘가늘 마른 소녀를 좋아한단다.
좀 튼실하게 예쁜 소녀친구에겐 '잘생겼다'고 칭찬을 한대고, 유독 하늘하늘 가녀린 예서만 '예쁘다' 또는 '아름답다'는 표현을 사용한단다. 그래서 다른 여자애들이 막 속앓이를 할 정도라고... (꽃남의 인기는 어딜가나 그저!) 실제로 유치원 재롱잔치인가 발표회 때 지우가 워낙 춤동작을 잘하기도 했지만 인기를 감안해서 그런 것인지 다들 쌍쌍이 군무를 펼치는데 지우만 맨 앞 한 가운데에서 양쪽에 여자친구들을 데리고 무용을 했다.
[#M_그 증거 사진 ^^;|접기|
지우 인기가 이 정도라규~! 발표회 리허설에서 처음 두 여자에게 볼 뽀뽀를 당한 지우는 당황하여 울어버렸단다. 예서한테만 허락하는 뺨이었던가? ㅋㅋ 그러고보니 저 소녀들 중에 예서가 있었는지 물어봐야겠다.
<기차여행>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작품이다.
나뿐만 아니라 지우 그림 사진을 보여주면 이 작품을 탐내는 이들이 꽤 많다. 아이들 그림 중에 드물게 흑백느낌이라 그럴까?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디어도 만만치가 않다!
비오는 날(아래로 죽죽 그어진 하얀 선이 빗줄기란다) 칙칙폭폭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는데, 기찻길이 갑자기 울퉁불퉁 꿀렁거려서 '덜컹!' 하는 바람에 기차에 탄 사람들이 다들 깜짝 놀라는 장면이란다. ^^;
검은 기차는 먹구름 짙은 잿빛 하늘에 길게 하얀 연기를 내뿜는데, 기관사도 놀라 조종간을 놓쳤고 사람들은 공중에 붕 떠있다. 심지어 맨 뒤에 탄 사람은 머리가 천장에 부딪쳤다! 기찻길을 촘촘이 채운 자갈돌은 또 어떻고! 언제 지우가 기차를 타봤던가? 관찰력이 참으로 세밀한 지우.
작품집에서 뜯어내기 너무도 아깝지만 이 그림을 주면 액자에 넣어 고이 간직하겠다고 굽신굽신해보았으나 화가께선 배시시 웃기만 하였다. 그치만 이 그림 너무도 갖고 싶다! +_+
벌써부터 써야지 써야지 생각은 많았으나 지우 경우엔 제목부터 바꿔야 하지 않나 -- <천재가 확실하다!> 뭐 이런 걸로 ㅋㅋ -- 싶은 잡다한 생각이 꼬리를 무는 바람에 되레 더 늦어졌다. 이미 지우 그림은 초창기부터 여기 많이 자랑해서 중복해 올리기도 뭣하고, 천재성이 여실한 '아주 멋진 작품집'을 확보했기 때문에 그림을 꽤 추려내도 워낙 많아 1, 2부로 나눠 올려야하나 어쩌나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사실 지금도 딱히 방향을 잡은 건 아니라서 지우 그림폴더 펼쳐보며 되는대로 자랑할 심산이다. 아무려나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지우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다섯살이 된 작년부터였다. 다른 조카들은 서너살 무렵부터 여기저기 마구 낙서질을 해대며 그림에 관심을 보였다면 지우는 그 나이땐 낙서보다 색칠하기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제 부모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거나 테두리 그림이 있는 그림책을 사서 자기는 그 안에 색깔만 칠하는 방식. 그런데 색깔 칠하기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무슨 네살 짜리가 크레파스 색칠을 금 밖으론 안 튀어나가게 하는지!
그러다가 다섯살 봄부터 자동차, 인물화 따위를 그리기 시작하더니 몇달만에 그림솜씨가 확 늘었다.
2010년 7월. 5세. [노래방에 간 고모]
이렇게 내 생일에 선물로 그림도 그려다 주고....
노래방에서 마이크 들고 노래하는 내 모습이란다. 이미 자랑한 적 있지만 그림의 변화 정도를 보여주려고 일부러 다시 올렸다. 올해 선물 받은 그림과 비교해도 재미있을 것 같고... (그렇지만 내가 지우랑 마지막으로 노래방엘 간 건 아마도 지우 세살 때였다규~! 그날 내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었을까?)
지금으로부터 딱 1년전인 작년 추석. 친척들에게 널리 지우 솜씨를 자랑하려고 이면지를 연필과 함께 지우에게 내밀었더니 슥삭슥삭 순식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내가 아이폰을 장만한 게 하필 바로 추석 연휴 전날이라 아직 기능을 잘 몰라 버벅거리느라 사진이 영 엉망이지만 그러느라 과정 샷도 있다. ㅋㅋ
2010년 9월, 5세. 작품 활동중인 지우
이것이 바로 완성본.
2010년 9월, 5세. [선미, 진이고모와 지우]
제일 먼저 그린 왼쪽 인물은 <선미고모>, 중간이 본인이고 오른 쪽은 <진이고모>였을 거다. (명절 전날 음식장만을 할 때면 나의 사촌동생인 저 둘이 아이들과 제일 잘 놀아준다. 심지어 선미고모는 유치원 선생님이니 뭐;; 지우한테 예쁨을 받을 수밖에)
이 그림을 보자 너도나도 자기를 그려달라고 난리가 벌어졌다.
다음 차례는 그래서 제 엄마와 큰 엄마.
2010년 9월, 5세. [큰엄마와 엄마]
왼쪽이 큰엄마, 오른쪽이 제 엄마다. 강아지를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가운데 아래쪽에 파랑이도 그려넣었다. 오른쪽 아래 구석에 있는 게 파랑이 침대인데 짤렸다. 인물그림에 악어와 새까지 그려넣어 구도를 맞췄다. 천재답지 않나? ㅋ
서열이 세번째까지 밀린 게 자존심 상하지만 나도 가만 있을 수 없어, 지우를 살살 꼬드겼다. 지우야, 고모도 한번만 그려주라 응? 응? 사랑해~~~
2010년 9월. 5세. [고모]
역시나 압박을 가하면 화가의 예술혼은 스트레스를 받는지, 그림이 엄청 단순해졌다. ㅠ.ㅠ 나도 선미고모처럼 소녀같이 예쁘게 그려주지.. 흑... 그래도 표정이 완전 행복해보인다. 현실의 내가 아무리 머리를 길러도 지우가 그려주는 그림속의 나는 언제나 짧은 파마머리다. 아줌마 파마 안한지 오해됐는데... 우쒸...
암튼 이날의 그림들을 담날 내가 챙겨온다는 것이 깜빡 잊었더니, 아 글쎄 청소쟁이 올케가 신문지와 함께 다 버렸는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해서 이들 작품 뭉치는 이렇게 사진으로만 남았다는 슬픈 후문이...
2010년 11월, 5세. [엄마아빠 결혼식]
이 그림은 지우가 제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에 선물했다는 그림이다.
신부가 짧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건지, 피로연장인지 암튼 뒤쪽엔 빨간 융단(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아빠는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하는 것 같다.
(아쉽게도 지우에게 직접 그림 설명을 못들었음 ㅠ.ㅠ)
가슴의 무늬를 보면 또 나름 커플룩이다! ㅋㅋㅋ
제 엄마는 절대로 저렇게 머리를 기른 적 없는 짧은 머리인데도 꼭 저렇게 길게 그린다. 나는 길게 길러도 맨날 짧게 그려주고! 치사하다..
드디어 해가 바뀌고 지우는 6살이 되었다. 해마다 첫 생일인 지환이 헝아 생일날, 원래 파티장소가 예전에도 가본 적 있는 브라질 식당 <메르까도>였다. 브라질인 요리사가 오븐 화덕에 구운 온갖 고깃덩어리를 직접 들고 와서 썩썩 접시에 잘라주는 곳인데, 워낙 인상적이었는지 생일선물 그림으로 그곳을 그렸다.
2011년 1월 6세. [브라질 식당]
그런데 그날 아쉽게도 파티장소가 바뀌었을 뿐이고! ㅎㅎㅎ 옆에 적힌 글씨는 <엉아 지환>이고, 하트에는 자기 이름을 적었다. 마지막 하트엔 '우지'라고 적혀 있ㅇ어! ㅋㅋㅋ
올해부터 지우는 유치원식 미술학원엘 다니고 있다. 아무래도 그림에 소질이 있으니 미술교육을 중점으로 하는 곳에 보내는 게 당연해 보였을 듯. 그림선생님을 잘 만난 덕분인지 지우의 그림실력은 이제 막 폭발한다. 아래는 내가 이미 포스팅으로 자랑한 바 있는 가족화. ^^;
2011년 3월. 6세. [우리 가족]
2011년 3월. 6세. [우리 가족] 채색
이제 지우 그림의 정교함은 감탄의 경지를 넘어선다. 동물 그림도 그렇고, 공룡 그림책을 보고 슥슥 따라 그렸다는 그림들도 완전 기막히지 않은가!
2011년 4월 6세. [동물들]
2011년 4월 6세. [공룡]
2011년 4월 6세. [공룡]
죄송스럽게도 공룡 이름 들었는데 다 까먹었다. ㅠ.ㅠ
째뜬 어른도 이렇게 따라그리기 어려운데 어쩜... 참으로 훌륭하다. 천재인줄 알았다는 과거형이 아니라 그야말로 천재 맞다규~! ^^;
보고 따라 그린 공룡그림과 직접 그린 공룡그림을 한번 비교해볼까나...
2011년 6월, 6세. [공룡]
2011년 6월, 6세. [화산과 공룡]
2011년 6월, 6세. [축구]
공룡그림도 사랑스럽지만 나는 지우의 인물화가 훨씬 마음에 든다. 맨 오른쪽 축구 경기 장면은, 지우가 강슛을 날렸으나 아쉽게도 골키퍼를 맡은 준우헝아가 막아내는 장면이란다. 표정들이 어쩜 저리도 사랑스럽고 동작이 역동적인지! (클릭하면 사진 커지는데 사진을 줄이지 못해 너무 커져 죄송합니다;;)
그림은 아니지만 준우형아의 칠교놀이 교재로 지우가 만들었다는 작품도 인상적이라 얼른 퍼다 놓았다.
<불을 뿝는 용>과 <얼음을 뱉어내는 사자>, 둘의 희생양이 되고 만 가엾은 양을 형상화했단다. @.,@
빨간색 나뭇조각을 이어붙여 용이 뿜어내는 불이라니... 난데없이 얼음을 뱉어내 공격하는 사자는 또 뭔가.
아이디어가 놀라워 놀라워...
그리고 드디어 올해 내 생일 이미 한달 전부터 지우에게 애걸복걸 그림선물을 해달라고 부탁을 한 덕분인지 작품을 <두 개>나 받아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물론 작품의 완성도는 미술학원에서 심혈을 기울인 공식 그림들에 꽤나 못미치지만 그래도 감지덕지... 그림에 담긴 이야기도 흥미롭다. ^^;
2011년 7월, 6세. [도서관에 간 고모]
2011년 7월, 6세. [생선을 들고 앵두 따는 고모]
왼쪽 그림은 <도서관에 간 고모>라는데 뜬금없이 커피와 도넛(영어도 쓴 거 보시라! 커피 그림엔 김이 모락모락~ 디테일이 살아있다, 간판 커피에서도 김 나는 모양 있는데 사진에 짤렸다. ㅠ.ㅠ)을 잔뜩 사들고 들어가고 있다. 전화통화를 할 때부터 내가 이왕이면 사람들 많이 나오는 그림을 그려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지우가 '도서관에 간 고모'를 그려주겠다고 미리 예고를 했었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 열람실 장면을 상상했더니만 한 아름 안은 도넛이라니... 대체 지우 머릿속의 고모는 어떤 인물일지 몹시 궁금하다. ^^ 내 평생 저렇게 도넛을 사들고 먹어본 적 없건만 ㅋㅋㅋ
오른쪽 그림은 우리 집앞에서 앵두를 따는 내 모습이란다. 대체 왜 왼손에 생선을 들고 앵두를 따는지 알 수가 없다. 아래층 개가 무서워서 앵두를 잘 못따겠다고 내가 말한 걸 기억하고 똥개 유인용으로 들려준 걸까? 암튼 아래층 개도 영광스럽게 개집과 함께 그림에 등장했다. 내 발 아래 놓인 건 돌멩이란다. "고모는 키가 작으니까 돌멩이에 올라가서 따는 거야"라고 지우가 말했다. ㅠ.ㅠ 생각해줘서 고맙다, 지우야. 암튼 물감으로 칠한 게 아니라 색연필화라서 색감이 흐리지만 입고 있는 옷도 잘 봐야 한다. ^^; 위아래 한벌이고 가슴에 그려진 무지개 무늬가 바지 밑단에 장식되어 있다. 섬세해 섬세해~~!!
지우는 올 상반기에 정말 엄청난 작품활동과 실력향상을 보였다. 미술학원에서 계속 그렸던 작품집을 집으로 보내왔는데 정말 하나같이 환상적인 작품들이었다. 천재화가소년께서 지난 7월 친히 작품집을 가져와 내게 하나하나 설명을 하며 사진촬영에 협조를 해주어 그 그림들도 곧 소개할 예정이다. ^^; 그 가운데 하나만 맛보기로 소개하고 마무리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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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원래 사랑하는 대상을 더욱 아름답게 그린다는 걸 알지만 지우가 제 엄마를 그린 그림을 보면 정말 질투가 폭발해 어쩔 줄을 모르겠다. 나는 절대 안경 안 벗겨주면서 제 엄마 그림엔 거의 안경을 생략하고 반드시 공주풍으로 그린다. 흑.. 부럽 부럽;;
2011년 6월, 6세. [엄마]
2011년 7월, 6세 [엄마]
엄마의 실물 ^^;
왼쪽 그림은 너무도 미화된 공주풍이지만 가운데 그림(작품집에 들어있는 엄마 그림이다)은 실물과 정말로 느낌과 인상이 닮은 것 같아(지우 모친 본인은 지우 머릿속의 이상화된 엄마 모습이라며 극구 부인하지만;;) 참으로 신기해서 일부러 사진이랑 같이 공개했다.
만으로는 다섯살밖에 안됐는데 이런 그림을 그리다니... 지우 천재화가소년 맞는 거 같죠? ㅋㅋ
꾸준하게 시리즈로 글을 올린다는 건 게으름뱅이에게 역시나 참 어렵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든 없든 괜히 6월 안에 한 편은 써야할 것 같아 혼자 전전긍긍하며 자꾸 신경이 쓰였다. 그림 사진은 이미 다 확보해놓고도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원. 해서 시작은 6월 마지막날 했으나 마무리를 못해 이제야 끝낸다. 드디어 지우편 하나 남았다. :)
지환이의 천재적인 화가 기질 자랑이 자꾸 늦어진 건 아무래도 녀석의 작품 사진이 제일 적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첫 조카인 정민이야 5살까지 오로지 홀로 각별한 관심을 받았고, 준우도 첫째인데다 막내 동생 내외가 워낙 꼼꼼해 일일이 작품사진을 싸이월드와 블로그에 올려주어 내가 퍼나르기 쉬웠던 데 반해 지환이는 무려 집안의 '장손'임에도 그림관리가 좀 소홀했다. 그래서 연도별로 그림의 변화를 추적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듯하지만, 그림마다 지환이 특유의 개성이 엿보이는 건 확실하다. 그림이 많지 않은 대신 옛날 싸이에서 귀한 사진을 하나 건졌다. ^^;
[#M_엿보기|접기|
남매의 그림삼매경. 2005년 1월
2005년 1월 사진이니 지환이가 만 두돌. 겨우 세살때다.
비록 저 작품은 남아있지 않지만 가장 어린 나이에 작품활동을 하는 사진을 남긴 녀석은 지환이가 아닐지.
내복이 줄줄 내려간 줄도 모르고 열심히 막그림을 그리고 있는 오른쪽 지환이와 암팡지게 색연필을 쥐고 있는 여덟살 정민공주의 모습이 참말 귀엽지 않은가! (막 강요;; ㅋㅋ)
나중에 지환이가 커서 내 블로그에 엉덩이골 드러난 이런 사진 올린 거 알면 길길이 뛸까봐 나름 다시 접어 숨겨두기
위 사진 속에 마구 낙서처럼 생긴 그림 말고 내가 처음 접한 지환이의 작품 사진은 다섯살 때다. 그 사이에도 지환이가 누나 따라 그림을 많이 그렸을 텐데, 원래 큰 동생네 내외는 좀 대범하고 무심한 스타일이라 어린 아들이 스케치북에 그린 작품을 죄다 잘 모아놓았을지 아닐지 잘 모르겠다. ㅋ
[지환] 2007년 3월, 5세
[누나] 2007년 3월, 5세
[엄마] 2007년 3월, 5세
[고모] 2007년 3월, 5세
[할머니] 2007년 3월, 5세
[할아버지] 2007년 3월, 5세
느낌으로 보아 6작품 모두 한날 한시에 그린 것 같다. 올케가 하필 플래시로 작품사진을 올려놓아 하나하나 따로 다운받고 작품명 확인하느라 땀깨나 흘렸다. -_-; (그러나 할머니 그림이 유독 왜 저리 작아졌는지 이해불가 ㅠ.ㅠ)
어째서 하필 자화상을 동물 느낌으로 그려놓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고, 제 엄마를 제일 예쁘고 사랑스럽게 그린 게 인상적이다. 아래쪽의 고모 그림도 꽤나 정성들인 흔적이 보며 모델로서 아주 흐뭇하다. 뭐니뭐니해도 이 가운데 압권은 오른쪽 아래 할아버지 그림이 아닐지! 할아버지의 대머리가 강조된 느낌이다.
이 그림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도무지 독해 불가능한 글자로 나름 제목을 써놓았다는 사실이다. 일어도 아니고 상형문자도 아니고 저건 어느나라 말일까. ㅋㅋㅋ
[리본 공룡] 2007년 8월, 5세
지환이도 공룡을 매우 좋아했으나 그림 속 공룡의 형태는 조카마다 확실히 다르다. 녀석의 그림은 죄다 애교스럽고 귀여운 구석이 있는 듯.
유치원에 다니기는 해도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을 때라
믿음반 변지환을 <민음바 빈지한>이라고 적었다.
나는 이 그림을 컴퓨터방에 집게로 매달아두었었는데, 몇주일 뒤에 와서 보니 글자 틀린 게 스스로 마음에 걸렸는지 의자에 올라가 제 맘대로 빨간색 매직으로 덧칠하고 있는 걸 현행범으로 발견, 그냥 두라고 간신히 지환이를 말렸다. 뭔가 틀리고 허전한 게 있기는 한데 확실히 아는 건 아닌 듯 '별'로 장식하려 했다는 게 지환이의 설명이었다. ㅎㅎㅎ
[엄마의 두 얼굴] 2007년 9월, 5세
정민이와 준우편에서도 소개했던 <이면전> 출품작 사포 모빌에 당연히 지환이도 참여했다.
곤충모양도 두어개 더 있어, 내방문 앞에 현재 걸려있는 소형모빌에도 하나 포함되었지만, 뭐니뭐니해도 지환이 작품 중 그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 둘이었다.
위는 <기분 좋은 엄마>, 아래는 <화내는 엄마>란다.
ㅋㅋㅋ 천사같이 웃고 있는 예쁜 엄마와 악마 같은 엄마의 화난 표정을 다섯살 짜리가 이렇게 표현했다는 게 너무 기막혀서 한참 깔깔댔다.
작품 발표와 촬영이 9월이란 얘기고, 실제 그린 건 여름방학 중이었을 거다.
이렇게 기발한 그림을 그린 장본인의 사진을 마침 그날 전시장에서 내가 폰카로 찍어왔었다.
시치미 뚝 떼고 자기 작품을 쥐고 있음. ㅎㅎㅎ
이날 전시를 다 보고나서 식구들끼리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음식점 테이블에 놓인 메모지를 보더니 지환이는 막 그림혼이 솟구치는 듯 볼펜으로 식구들 모습을 하나하나 그려 선사했다. 다들 깔깔대며 자기 그림을 받아 넣었는데, 내 그림과 울 엄마 그림이야 지금도 내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찌했나 모르겠다. 다행히도 사촌동생 하나는 자기 그림을 찍어 싸이에 올려두는 바람에 확보가능. 주근깨 특징을 잘 잡아내어 제일 큰 웃음을 안겼으나 사진에선 볼펜으로 찍은 점이 잘 안보여 그 느낌이 제대로 안 살았다. (이날의 충격으로 말미암은 것인듯, 사촌동생은 최근 결국 주근깨를 모두 없앴다! ㅋㅋ)
[진이고모] 2007년 9월, 5세
[할머니] 2007년 9월, 5세
[고모] 2007년 9월, 5세
하도 많은 식구들 그림을 그려주다 보니 지쳤는지 막판에 내 그림을 매우 성의없이 그렸기에, 그 다음번에 만났을 때 지환이에게 항의를 했다. 고모 머리가 왜 저렇게 <검정고무신> 주인공처럼 이상하게 생겼냐고. 그랬더니 얼른 새로 그려준 초상화가 바로 이것이다.
[고모] 2007년 9월, 5세
이 그림 역시 고모의 잔소리를 피하려고 이면지에 색연필로 후다닥 성의 없게 그린 건 마찬가지지만 (당시 나는 기필코 파마머리가 아니었다;;) 그래도 훨씬 귀여워서 흔쾌히 칭찬을 해주었다. ^^;
고모를 그린 거라기 보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다. ㅋㅋ
[녹지 않는 눈사람} 2008년 2월, 6세
[할머니와 지환이] 2008년 2월, 6세
6살이 된 지환이는 조물락조물락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도 그림에도 아이디어가 남다른 것 같았다.
왼쪽, 종이로 만든 녹지 않는 눈사람은 이미 블로그에 자랑한 적도 있지만 이참에 다시 올린다. 고모한테 뭔가를 선물하겠다며 이면지랑 색연필, 스카치테이프 따위를 챙겨들고서 혼자 방문 잠그고 들어가 후딱 만들어 나왔던 작품이다. 오른쪽 그림 역시 여기에 올려 자랑한 적 있었던 할머니 생일 축하용 작품. 그냥 그림도 아니고 밑바탕에 색을 칠해 크레파스를 긁어내는 기법을 활용할 생각을 하다니, 요새도 냉장고 옆에 붙여둔 이 그림을 보며 감탄한다.
[슬리퍼와 공룡] 2008년 4월, 정민 11세, 지환 6세
이 도자기 작품은 다 지환이가 만든 게 아니고, 오른쪽 작은 슬리퍼와 위에 놓인 나무 모양만 지환이 작품이다. 왼쪽 큰 슬리퍼는 정민누나가, 오른쪽 위 공룡은 우리 막내고모가 만들어 함께 구웠다고 들었다. 슬리퍼도 예쁘지만 난 저 작고 앙증맞은 나무를 빚고 있었을 지환이를 상상할 때마다 헤벌쭉 웃음이 난다.
[신나는 여름] 2010년, 8세
[빗방울 공주] 2010년, 8세
[가을낙엽 꾸미기] 2010년, 8세
아쉽게도 지환이가 일곱살 때 작품은 사진이 없다. 초등학교에 입학해 여덟살 때 학교에 제출한 이 두 작품도 얼마 전 지환이 방에서 운 좋게 구경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정확한 작품제작(?) 시기는 알 수 없다. 암튼 지환이의 엉뚱한 아이디어는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신나는 여름> 작품에서 낚싯줄에 매달아 커다란 물고기를 잡을 미끼로 사용되는 건 '이상한 여자'다. -_-;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원...
어쨌거나 오른쪽 입체 동화책을 보라! 여덟살 짜리가 입체로 접히는 동화책을 만들어내다니 놀랍지 않은가! (어린이날에 내가 입체 동화책을 사주어 지환에게 영감을 제공했다고 자뻑중;; ㅎㅎ) 비록 창작품은 아니고 기존 동화를 요약하긴 했지만 (처음엔 내용도 지어낸 건 줄 알고 완전 천재라며 거품 물 뻔했다 ㅠ.ㅠ) 입체로 접히는 책의 구조와 오리기 기법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굳게 믿는다. ㅋ
맨 오른쪽 작품은 찍어온 걸 까먹고 있다가 뒤늦게 덧붙인다. 가을 낙엽을 이용해서 꾸미기를 한 모양인데 다른 것들이야 흔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은행잎을 쪼개서 당근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정말 기발하지 않은가! ^^; 학교에서도 칭찬을 들은 작품이라고 함. 암, 당연하지. ㅎㅎ
[샤프펜슬의 모험] 2011년 6월, 9세
지환이는 지금도 동화책 만드는 걸 아주 즐긴다. (그러고 보니 준우가 만든 창작 동화책도 본 적 있다! 요즘 애들이 다 그러나? 아님 나의 조카들만 유독?? ㅎㅎㅎ)
그러더니 얼마전엔 나와 경쟁적으로 영어 동화책도 하나씩 만들었다. 텍스트가 중요하므로 그림은 다소 단순한 <샤프펜슬의 모험> 표지 사진을 찍어봤다.
샤프펜슬이 다른 문방구랑 말다툼을 벌이다 화가 나서 떠나고 싶어하는 참에 새가 물어다줘 세상구경을 한다는 모험담이다. ^^;
그러고 보니 지환이의 새도 장욱진 그림을 닮았다. 장욱진 화백이 어린이 그림체를 참고한 거겠지만...
지환이도 학교 들어가서는 나한테 그림선물을 잘 하지 않고 그림을 그려보라고 독촉해도 좀처럼 채색화는 보기 힘든데 얼마전 집에 갔다가 학교 숙제로 낸 글과 그림에 감탄해 얼른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고 영어로 글을 쓰는 거였는데, 선생님의 빨간펜 수정이 있기는 해도 그림과 글 모두 훌륭했다. +_+
2011년 6월, 9세(초등학교 2학년)
과학 과목을 좋아해서 나중에 과학자가 되어 로봇과 약을 만들어 사람들을 돕겠다는 내용이다. 연구실의 각종 실험도구 디테일이 재미있는데 왼쪽 위의 나선형 시험관 모양을 어떻게 저렇게 절묘하게 끊기지 않게 그렸는지 감탄스럽다. 예나 지금이나 호기심이 유독 많아 돌잔치 때도 난생 첨 보는 실뭉치를 덥썩 잡은 지환이. (다른 조카들은 셋 다 연필을 집었다)
꼭 멋진 과학자가 되거라, 지환아! 그림도 잘 그리고 피아노도 잘 치는 과학자가 되면 아주 좋겠다고 고모는 한껏 욕심을 부리고 있다. ㅎㅎㅎ